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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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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68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12.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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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isode 49. 카오스 (7)

DUMMY

전장의 상황은 한눈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전장 정면에 커다란 크레이터는 운석이 사라진 후에도 남았다. 깊게 파인 땅과 운석의 조각 등.

다양한 잔해가 전장 정면을 가로막는 가운데. 플레이어와 연합군을 뒤덮는 성채의 빛으로 인해 더욱 시야가 좋지 않다.

연합군의 지휘관과 국왕. 성녀의 입장으로 선 소니아는 보이지 않는 너머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보이지 않는군.”

“연락은 없는가? 각 전장을 보고하게 했을 텐데.”

“보고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전장의 혼란이 예상보다 심한 듯합니다.”


마도구를 이용해 전장의 각 지역과 재빠른 정보 교환을 이루던 지휘관은 난처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전장의 혼란이 심해졌다. 카오스가 나타난 이후로, 지휘 체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플레이어가 연합군에게 관여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더욱. 전장의 속도가 빨라지며 명령권이 의미가 없게 되었다.

그 사실은 지휘를 내린 장본인, 사령관이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렸다.


“섀도우 씨···.”


전장이 혼란이 가중될수록 지휘 체계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되려 연합군이 플레이어의 도움을 받는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휘관과 국왕들은 상황을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들은 카오스를 상대로 확실한 대책이 없다. 또한, 전장에서 영향력이 강한 플레이어가 연합군과 제대로 된 상의 없는 협력을 맺은 탓에 더욱 지휘 체계가 의미를 잃었다.

멀리서 회복 마법을 사용하는 것 말고 다른 행동을 할 수 없는 소니아는 힘없이 섀도우를 불렀다.

동시에.


“무슨 일이지?”


부서진 물건을 확인한 섀도우가 힘없이 국왕들의 곁으로, 소니아의 곁으로 다가왔다.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당황한 것은 국왕과 지휘관뿐. 소니아는 갑작스레 나타나는 섀도우에 익숙해졌다.

자연스레 시선을 돌린 소니아는 전신을 망토와 가면으로 뒤덮은 이. 섀도우를 바라봤다.


“오셨어요?”

“그래.”


지금 이곳은 전장이다.

두 사람은 별다른 말을 나누지 않았다. 다만, 소니아는 자연스레 섀도우의 곁으로 향했다.

국왕들은 섀도우의 모습을 보고 잠시 의문을 떠올렸으나. 이내 현 상황을 의논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이건.”


국왕들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내민 섀도우의 손에는 반으로 부서진 물건이 있다.

내민 물건을 의아하게 바라본 국왕들은 이어진 섀도우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카오스를 봉인할 수 있는 물건이다.”


국왕과 지휘관. 소니아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으나, 떠오른 생각은 하나다.

눈앞에 있는 물건이 정말 카오스를 봉인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전장의 상화이 바뀐다.

그러나. 섀도우가 들고 있는 물건은 절반이 부서진 상태다.

즉.


“···방법이 없는 건가.”

“어째서 부서진 거지? 섀도우 공.”


유일한 희망이 사라진 것과 다름없다.

국왕들은 저마다 당황하면서도 섀도우에게 물었다. 눈앞에 있는 도구가 정말 봉인 도구인가. 하물며, 봉인 도구가 부서진 이유는 어째서인가.

질문을 받은 섀도우는 천천히 답하기 시작했다.


“봉인 도구임은 확인했다. 카오스가 급격한 반응을 보이는 물건은 어지간해서 없지.”


카오스가 지니고 있던 물건이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보이는 물건.

손에 든 물건은 모래시계의 형태를 하고 있다. 다만, 상단과 하단이 분리된 상태다.

누가 봐도 처참히 부서진 상태. 그러나 섀도우는 그런 부서진 물건을 두고 확실히 말했다.

봉인 도구, 라고.


“이유. 어째서 부서졌는가, 그걸 들어야겠어.”


호네스티 국왕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 국왕들은 섀도우를 바라봤다.

섀도우는 국왕들의 반응을 이해했기에, 천천히. 자신이 봉인 도구를 발견한 시점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미 카오스의 손에 넘어간 뒤. 카오스가 찾은 건지, 처음부터 카오스가 지니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건.


“늦은 거였나.”

“···그런.”


카오스가 봉인 도구의 존재를 먼저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플레이어와 연합군의 움직임은 한참이나 늦다는 이야기다.

국왕과 지휘관. 그 자리에 모인 대부분 이들이 끝을 짐작하고 어두워진 가운데. 소니아만은 섀도우를 바라봤다.

섀도우는 언제나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다. 소니아 자신을 구할 때도, 다른 사람들을 구할 때도 그 기발함은 소니아가 생각지도 못한 수를 사용했다.

이미 몇 차례 섀도우의 도움을 받은 소니아는 이번에도 섀도우를 믿었다.


“새도우 씨. 방법은 있죠?”


확신 어린 목소리.

소니아의, 성녀의 물음에 주변 시선이 섀도우에게 모였다.

질문을 던진 소니아는 이미 섀도우가 할 대답을 예상한 듯,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그에 섀도우가 내놓을 대답은 하나.


“있다.”


소니아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답이다.


-+-


내심 몇 번이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처음 봉인 도구의 상태를 확인했을 때는 분명히 당황했다.

인류를 구원할 도구이자, 신이 내려준 물건이 부서졌으니까.


‘카오스도 신이라고 했으니···.’


신과 신의 힘이 부딪힌 결과라면 끄덕일 수도 있지만, 절대 좋은 기분은 아니다.

그에 어떻게든 부서진 물건을 회복하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일단, 그냥 붙이기도 하고.


‘마도구나 신기와도 다른 반응.’


신기를 고치듯, 마도구를 고치듯 손을 대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반응이 수면에 물을 붓듯, 잔잔했다.

결국 마지막 선택지로 선택한 게 스킬.

지배와 정복이다.


“방법이 있는가!”

“그, 그 방법은 뭐지!? 섀도우 공!”


소니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더니 국왕들이 놀란 모습으로 물어오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어두운 얼굴에서 일변한 모습은 오히려 내가 놀랄 정도다.

차분히 국왕들이 진정하길 기다리자, 국왕들도 자기 행동을 깨닫고 조금 진정했다.

다만.


‘아직도 흥분한 모습이 지워지진 않았나.’


멀리서 울리는 폭음과 진동에도 밀리지 않을 기대감이다.

나는 내심 한숨을 내쉬고, 간단히 밝히기로 했다.


“이 봉인 도구를 고치는 건 간단하다.”

“오···!”


고치는 건 간단하다. 이미 한 번 고쳤으니까.

스킬을 이용해서 강제적으로 붙이면 된다.

어째서인지 봉인 도구는 반으로 나뉜 상태로도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지배로 이어진 봉인 도구는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신기인 듯. 묘한 반응을 보였다.


‘스킬을 해제하면 갈라지긴 하지만.’


일단, 눈앞에 불안해하는 국왕들을 위해 다시 한번 스킬을 사용한다.

작게 중얼거린 목소리. 그에 반응하는 봉인 도구.

눈에 보이지 않는 얇디얇은 실이 이어진다.

그리고.


- 우웅.


공기를 울리지 않고, 직접 심부를 흔드는 진동.

본질을 흔들린 것같은 묘한 흔들림이 봉인 도구로부터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본 국왕들은 멀쩡해 보이는 봉인 도구에 안도하는 등. 제각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뻐하는 이들에게 말하기는 미안하지만.


“하지만, 이대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사용하는 방법을 모른다.


“뭐라?”

“뭐가 부족하지? 말하게 섀도우 공!”


놀라는 반응과 당황하는 반응 등.

이런저런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나는 봉인 도구에서 전해지는 감각이 미묘하게 달라진 걸 알았다.

지배를 통해 전해지는 감각은 봉인 도구를 마치 내 손발처럼 여기게 해준다.

미세한 감각마저 전하는 스킬 덕분에, 봉인 도구가 미묘하게 끌리는 걸 알았다.


‘방향은···.’


시선을 돌리자.


“···성녀의 힘인가?”

“네?”


소니아가 있다.

가능성이 있는 건 성녀의 힘.

내게 반응하지 않았다는 점, 다른 국왕과 지휘관에 반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면 가장 유력한 가능성이다.

나는 봉인 도구를 조작해, 소니아 근처에 뒀다.


“성녀. 여기에 힘을.”

“네? 아, 네!”


성녀라 불린 소니아는 천천히 봉인 도구를 향해 마법을 사용했다.

단순히 마력을 불어넣어, 마법을 자아내는 순간.


‘이건가.’


무언가 닿는 감각.

스위치를 움직인 감각과 함께, 봉인 도구의 진동이 거세졌다.

그와 동시에.


- 파앗.


봉인 도구에서부터 연초록의 빛이 하늘을 향해 나아갔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에 반응조차 못 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려 하자.


“프아아아!!”


멀리서 들리는 카오스의 고함.

이전보다 더욱 화난 듯한 목소리다.


‘조금 전 빛이 문제였던 건가?’


빛을 바라본 이후로 더욱 거센 반응이 돌아왔다.

국왕들은 당황하고, 나 또한 의문을 떠올리는 것도 잠시.

봉인 도구에서 전해지는 감각도 묘하다.


‘이게 아니었나···?’


무언가 놓친 게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태연한 모습으로 전장 한가운데.

보안이 삼엄한 국왕들의 곁에 갑작스레 나타난 존재.

십이사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존재.


“‘양’인가.”

“네, 양입니다. 오랜만이에요, 섀도우 씨.”


양이 태연히 인사를 건네왔다.


-+-


전장 너머에서도 보인 연초록 빛은 한참 멀리 나아갔다.

말 그대로, 차원을 넘을 정도로 나아간 빛은 결국 본래 목적을 다했다.

봉인 도구의 목적은 둘.


“다행히 그 물건을 찾으셨군요.”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던 건가?”

“네. 그 물건은 오버로드께서 만드신 물건이니까요. 설령 차원을 넘더라도 알 수 있답니다.”

“쯧.”

“먼저 알려드렸어도 가질 수는 없었을 겁니다.”

“알고 있다.”


양과 섀도우의 대화는 자연스레 이어졌다.

다만, 주변에 선 이들은 십이사도 중 하나인 양과 편히 대화를 나누는 섀도우에 경악했다.

이미 절을 하는 이나, 다리를 꿇은 이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섀도우는 주변의 반응을 무시한 채 양과 대화를 나눴다.


“그래서. 그 빛이 부른 건가?”

“네. 몇 가지 조언을 하기 위해서, 네요.”


봉인 도구라 부르는 물건의 첫 번째 용도.

십이사도. 또는 오버로드에게 물건의 작동 여부를 알리기 위한 신호다.

물건이 지닌 힘은 오버로드와 십이사도마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사용할 때는 언제나 차원을 넘어 빛으로 사용 여부를 알린다.


“그 물건은 본래 봉인 도구가 아닙니다.”

“···뭐?”


어느 정도 예상하던 이야기에 섀도우는 다시 물었다.

정확한 용도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섀도우가 짐작하기에 봉인 도구라기보다는 더욱 다른 무언가.

카오스를 배려하려는 오버로드와 십이사도가 봉인 도구를 사용할 리 없다는 생각이다.

양은 섀도우의 생각을 긍정하듯,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물건은 오버로드님의 힘 일부를 떼어내 만든 물건. 쉽게 부서지지도 않고, 내장된 힘은 한 분야에서 저희 십이사도보다 뛰어난 물건입니다.”

“그 정도인가.”


양의 이야기에 섀도우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 것치고 지나치게 간단히 지배했다.

마치, 이다음 조건이 터무니없을 것 같은 예감. 그에 섀도우는 양의 이야기를 경계하며, 봉인 도구라 불렀던 물건의 정체를 들었다.


“본래 용도는 하나.”


여전히 티 없이 맑은 웃음을 지닌 양은 간단히 알렸다.


“차원을 만드는 차원 생성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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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Episode 49. 카오스 (8) 21.12.18 83 1 12쪽
» Episode 49. 카오스 (7) 21.12.17 79 1 12쪽
182 Episode 49. 카오스 (6) 21.12.16 81 1 12쪽
181 Episode 49. 카오스 (5) 21.12.15 88 1 11쪽
180 Episode 49. 카오스 (4) 21.12.14 8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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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Episode 47. 겉과 속 (2) 21.11.28 9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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