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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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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66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12.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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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Episode 49. 카오스 (3)

DUMMY

“저게···. 카오스인가.”


소름과는 또 다른 감각.


전율.


그 표현이 어울릴법한 느낌이다.

하늘에서 천천히. 지상을 내려다보듯 우아하게 모습을 드러낸 존재는 그 정도의 위엄이 있다.


“···쯧. 다들 멈췄나.”


카오스의 출현과 동시에 전장이 얼어붙었다.

몬스터나 주민 할 것 없이 모두가 공포를 느끼고 있다.

나 또한, 지극히 높은 감각으로 인해 손이 떨린다.


- 꽈악.


치밀어오르는 긴장과 공포.

그러나.


“멈출 수는 없지.”


아무런 저항도 없이 패배할 수는 없다.

손을 쥐고,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미처 지우지 못한 떨림이 꼴사납지만, 주변은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


‘전장을 다시 움직이기 위해서, 커다란 충격을 전해야 하는데.’


얼어붙은 전장을 되살릴 힘은 둘.

광분. 또는 용기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특별한 힘이 없는 내가 주민에게 전할 수 있는 건, 일시적인 화.

가능하다면 선택하고 싶지 않은 선택지다.

하지만.


“할 수밖에 없나.”


인벤토리에서 마도구를 꺼내려던 순간.


“···저건.”


전장의 한 방향.

국왕과 비슷한 위치에 선 곳에서, 익숙한 빛이 보인다.

연약한 듯 강인한 빛. 따스하면서도 강렬한 저 빛은 내가 알기로 하나밖에 없다.


“소니아인가.”


예상을 긍정하듯 빛의 강도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그 직후.


“성녀만의 마법···. 확실히, 용기는 되겠네.”


전장을 가득 메우는 빛의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지상을 내려다보는 차가운 시선과 달리, 천천히. 따스하게 퍼지는 빛의 눈은 얼어붙은 전장을 녹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둘러 준비해야겠는데.”


전장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


카오스가 나타난 직후.

주민의 반응은 단순하게 나타났다.

그저 몸이 굳을 뿐.


“허, 허어.”

“히익!”


다른 무엇도 아니다.

카오스의 압도적인 힘과 위압에, 본능으로부터 느낀 공포로 인해 주민들은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이는 몬스터도 마찬가지다.


“그르르···.”

“고브···.”


몬스터와 주민의 공통점은 하나.

두 존재 모두 카오스로부터 나온 존재이기 때문에, 원초적인 위압을 받은 상황이다.

몬스터는 카오스의 힘이 무질서하게 뭉친 존재. 주민들은 힘이 균형 있게 뭉친 존재다.

반면.


“광역 스턴인가!”

“최종 보스 등장! 다들 패턴 분석부터 잘하라고!”

“포션 부족한 사람?”

“힐러! 경직 풀리면 회복 좀!”


플레이어들은 본능과 관계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움직이지 못했다.


최종 보스.


그들에게 있어 게임에 불과한 세계의 끝을 알리는 존재.

카오스의 등장으로 기세가 오른 플레이어들은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 했다.

플레이어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힘과 힘의 충돌로 인한 결과다.

카오스의 힘과 오버로드의 힘.


“오! 조금씩 움직인다!”

“다들, 준비!!”


오버로드의 힘을 통해 세계를 넘은 플레이어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움직이는 몸을 확인했다.

그리고.


“···! 이게 소문의 마법인가!”

“성녀의 지원! 마지막에서 받아보는 서포팅인가.”

“이 버프, 지난번 보스전에도 있었으면 했는데.”


플레이어의 몸이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전장은 하늘을 수놓은 빛의 눈으로 들어찼다.

성녀의 힘으로 더욱 강해진 플레이어들.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느긋하게 바라본 카오스.

두 세력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하늘 공략인가?”

“가능성 있어.”


최종 보스. 카오스가 움직이지 않는다.

플레이어들은 미묘하게 당황하며, 지난번 전투 이후 준비한 물건들을 꺼냈다.

전장에 최전방을 차지한 플레이어가 움직이자, 그 탄력을 받은 후방까지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왕들과 지휘관은 남은 몬스터의 소탕을 목적으로 명령을 내리고. 일부 전력은 플레이어의 지원을 위해 남았다.


“···움직이지 않는 건가?”


전장에 널리 퍼진 몬스터는 카오스가 나타난 이후로 새로 나타나지 않는다.

플레이어와 기사들, 군의 협력으로 이미 몬스터의 수는 4할까지 줄어들었다.

카오스의 등장 이후로 되려 움직임이 굳어버린 몬스터는 그저 수가 많을 뿐인 잡졸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직 패턴이 아닌가?”

“···야, 나 불길한 생각이 들었거든?”

“뭔데.”


카오스가 움직이지 않는다.

미동조차 없는 상황에 의아함을 느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몇 번이나 억측이 떠오르고, 사라졌다.

그러던 중. 한 플레이어가 떠올린 의문.


“저거. 아직 안 깨어난 거 아니야?”

“뭐, 그렇겠지. 안 움직이잖아.”

“···아마 내 생각인데. 몬스터 다 쓰러뜨리고 움직일 것 같다.”

“트리거 식으로 움직이는 건가?”


남은 4할의 몬스터는 이전과 달리 더욱 빠른 속도로 줄어나갔다.

기사들과 군마저 몬스터를 상대로 쉽게 이겨나가는 가운데. 플레이어들의 흥미는 이미 최종 보스. 카오스로 옮겨갔다.

저마다 무기를 들고, 방패를 드는 등. 최종 결전에 알맞은 분위기가 형성되는 순간.


“마지막 한 마리다! 경계!”

“주의!”


마지막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순간.

플레이어와 기사, 군은 저마다 카오스의 행동에 경계했다.

몬스터가 사라지는 것으로 카오스가 움직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서걱.


전장에 선 마지막 몬스터가 쓰러졌다.

남은 것은 플레이어와 기사. 각 국가의 연합군.

그리고.


- 스륵.


카오스다.


“떴다!”

“다들 주의해라!”

“보스 패턴 시작한다!”


하늘 멀리에 떠 있는 카오스.

그 몸은 하늘 너머에 있을 때보다 한참이나 줄어들었다.

전체적인 신체는 1M가 조금 넘는 크기. 다만, 그 외형은 인간의 형태가 아니다.


“용, 인가.”


일반적인 서양의 용을 떠올리면 누구나 생각날 법한 모습.

그 크기를 키운다면, 완벽히 들어맞는다.


“프.”


눈을 뜬 카오스는 지상을 내려다봤다.

날개를 움직이지도 않고 하늘에 떠 있는 카오스는 차분히, 주변을 둘러보더니.

작게 입을 열었다.


“파아.”


작은 숨소리.

담아둔 공기를 내빼었을 뿐인 숨.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행동이다. 그에, 플레이어들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카오스의 행동은 절대적인 결과로 바뀌었다.


- 팡.


단 한 차례의 숨은 대기를 찢고, 대지를 뒤엎고, 순간적인 전류마저 방전하며 흩날렸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반응하지 못한 플레이어 측은 뒤늦은 움직임을 보였다.

이미 흩날린 공격. 그 후폭풍을 막고자 방패를 들고, 회복 마법을 날리는 사이. 기사와 연합군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사망자 수!”

“보스전 시작했다!! 정신 차려라!”


카오스의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정신 차린 플레이어들은 준비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부대별로 회복과 탱커를 배치한 뒤. 데미지를 착실히 쌓을 수 있게끔, 서로의 위치를 배려한 포진.

일부 부대는 패턴을 알기 위해 후방과 사선으로 나뉘었다.


“부활한 녀석들은 다시 제 위치로!”


죽지 않는 이들.

플레이어의 최대 장점을 살린 전술로 나선 그들은 카오스의 움직임을 경계하며, 갖은 마법을 날렸다.

하늘을 날더라도 문제없다. 이전 보스가 이미 하늘을 난 덕에 공중을 경험한 플레이어들은 철저히 카오스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다만.


“너무 작아!”

“목표와의 거리가···.”


카오스는 1M가 조금 넘는 체구다. 그런데다 하늘 높이 떠오른 탓에, 플레이어들의 공격은 제대로 향하지도 않았다.

플레이어들이 카오스를 상대로 공격을 반복하는 동안, 기사와 연합군은 군을 재편성했다.


“적은 공중에 있다! 대공 무기를 사용하라!”

“부상자는 재빨리 후방으로! 치료를 우선해!”

“거추장거리지 마라! 움직임은 신속히!”


플레이어의 준비는 분명 철저하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어디까지나 이방인.

몇천 년 가까이 이 세상을 살아온 주민들과는 기술과 역사부터 다르다.

연합군이 준비한 대공 무기는 지구의 기준으로 볼 때, 발리스타의 형태를 띠었다. 구조는 마도구를 이용한 형태다.

배후에서 대공 무기를 준비하는 모습을 본 플레이어들은 조금씩 자리를 양보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투, 협력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일단 집중하기나 해라.”


일부 플레이어 사이에서 주민과의 협력을 논하기도 했으나, 전투 중인 상황에 플레이어의 의견은 무시되었다.

일부. 지극히 소수의 부대만이 연합군과 협력을 맺는 가운데.


“프르아!”


카오스는 마치 잠에서 깨듯. 몸을 쭉 폈다.

그리고 그 행동만으로, 주변 일대는 폭발했다.


“뭐!?”

“너무한 거 아니냐고!”

“X랄. 진짜.”


공격도 아닌 단순한 행동이 연이어 공격으로 바뀌자, 플레이어 측은 물론. 연합군 사이에서도 황당함 어린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황당함을 느끼기 이전. 카오스의 행동은 확실한 공격으로 나타나고 있다.


- 쾅.

- 퍼엉.


목표를 정하지 않은 듯, 공격 대부분이 어긋난 방향에서 폭발하고 있다.

그 폭발의 여파만으로 연합군과 플레이어는 상당한 피해를 받았다. 아셍트 주변에 들어선 산맥이 폭발하며 날아든 암석들, 폭발 그 자체의 충격, 날아든 바람의 칼날 등.

단순한 행동이라 생각할 수 없는 결과는 플레이어와 연합군을 농락하듯 커다란 충격을 만들었다.


“힘을 제어하지 못한다고 했었지.”


플레이어와 연합군이 카오스의 힘에 농락당하는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섀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껏 카오스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십이사도나 오버로드는 카오스를 터무니없이 강력한 존재로만 알렸다.

그러나 실상은 어떠한가. 카오스를 직접 본 섀도우는 단적인 감상을 내뱉었다.


“지나치게 강대한 힘을 가져버린 아이.”


행동과 결과 다르게 움직이는 것도 그런 탓이리라.

섀도우는 카오스의 문제를 이해했다.

그러나.


“···그래서, 공략할 수는 있는 건가?”


카오스를 공략할 수 없다는 건 마찬가지다.

봉인 도구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들이 카오스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카오스 어리더라도 신이니까.


“하아.”


방법이 없다.

쓰러뜨리는 것. 그 실낱같을 가능성을 확실한 결과로 바꾸기 위해, 섀도우는 한숨을 내쉬면서 인벤토리를 불러냈다.

카오스의 봉인이 완전히 깨지기 직전까지 나름의 시간이 있었다.

그 사이. 섀도우는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준비했다.


“할 수밖에 없지.”


섀도우는 다양한 마도구와 신기를 늘어놓고, 전장을 바라봤다.

전장에는 진지한 플레이어와 필사적인 연합군. 그리고 어린아이가 첫걸음을 떼듯, 어설픈 움직임을 보이는 카오스가 있을 뿐이다.

물론, 카오스의 어설픈 행동 하나로 전장의 수백 명이 날아다닌다는 사실은 웃을 수 없다.


“···쯧.”


인벤토리를 전부 비운 섀도우는 언제쯤 쉴 수 있는지 생각하려다, 혀를 찼다.

괜한 생각보다는 눈앞의 일에 집중한다.

그렇게 생각한 섀도우는 한 마디를 중얼거렸다.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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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Episode 49. 카오스 (6) 21.12.16 81 1 12쪽
181 Episode 49. 카오스 (5) 21.12.15 88 1 11쪽
180 Episode 49. 카오스 (4) 21.12.14 83 1 12쪽
» Episode 49. 카오스 (3) 21.12.13 84 1 11쪽
178 Episode 49. 카오스 (2) 21.12.12 8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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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Episode 48. 마지막 봉인 (7) 21.12.07 89 1 13쪽
172 Episode 48. 마지막 봉인 (6) 21.12.06 8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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