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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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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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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64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12.0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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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isode 48. 마지막 봉인 (9)

DUMMY

“후우···.”


주변이 어두워진 이후에 겨우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창은 어디에서 눈을 뜰 것인지 묻는 창.

내가 있는 곳은 최근에 익숙해진 공간. 플레이어가 죽었을 때 오는 공간이다.


“죽은 후에야 쉴 수 있는 건가.”


시답잖은 말을 중얼거리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육체적인 피로는 적은 편이만, 아무래도 정신이 상당히 지친다.

게다가 죽은 이유도 원인이다.


‘몬스터에게 그렇게까지 노려질 줄은 몰랐네···.’


목숨을 노리고 싸웠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잠시 한숨을 돌리는 사이. 나는 눈앞에 떠오른 부활 지점을 확인했다.

부활 지점은 여럿 있다.


“지금으로서는 주변에 부활하는 게 좋으려나.”


알파 도시로 부활하는 건 악수다.

아직 확인해야 할 일도 많이 남았다. 가능하다면 전투 지역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그중에서도 주변의 눈에 띄지 않는 장소가 최적이다.


“그렇다면.”


이번 연합을 준비하면서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다.

각지를 돌아다니며 준비한 건 연합을 위한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필요한 것들도 나름 많다.

그중 하나.


“이쪽 거점으로 할까.”


간이 거점은 재빠른 부활을 위해 만든 지점이다.

플레이어들이 전투 중 사망과 동시에 곧바로 전선에 복귀하는 용도로 만든 거점.

그 거점을 상인의 행색으로 여럿 준비해뒀다. 이번 거점의 위치는 전투가 일어났던 구역에서 조금 남쪽.

아셍트 요새가 보이는 지점의 산맥이다.


《지정한 구역에서 부활합니다.》


한순간에 떠오르는 의식과 감각.

어두운 공간에서 밝은 공간으로 바뀐 탓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내가 부활한 지점은 간이 거점. 나름 거점을 숨겨둔 덕분에 밖에서는 보이지도 않는다.

반면, 안에서는 외부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어라. ···시간을 넘어서 부활한 건가?”


시야를 회복한 내가 보게 된 광경은 하나.

수많은 몬스터 무리를 상대로 상당히 기쁜 듯이 날뛰고 있는 플레이어 무리다.


“세기말···?”


-+-


섀도우가 몬스터의 일격을 받은 후.

플레이어들은 몬스터의 이상 행동에 당황하면서도, 공격할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온몸이 완전히 얼어붙은 몬스터는 하늘을 날지 못하고 추락. 떨어진 몬스터의 주변으로 몰려든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가진 강력한 힘으로 몬스터를 공격했다.


“최대한 데미지 넣어!”

“마지막이다!”


플레이어들의 공격이 이어지기를 한참.

무한할 것만 같던 몬스터의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기운을 잃고,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미약한 움직임.

그에 플레이어들은 더욱 다양한 공격을 펼친 끝에.


“오···!”

“드디어···.”


강력한 몬스터는 끝을 보였다.

몬스터가 쓰러진 끝에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얻은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보상을 떠올리며, 승리를 축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플레이어들은 상황이 묘하단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보스 몬스터는 쓰러뜨리는 순간. 몬스터와 싸운 모든 플레이어에게 반투명한 창으로 결과를 알려준다.


“···쓰러뜨린 거 확인한 사람?”

“야, 몬스터는 없어졌는데.”


쓰러뜨린 몬스터는 이미 모습조차 사라진 상황이다. 빛으로 사라진 몬스터. 그에 관한 보상은 저마다 플레이어에게 전해졌다.

그러나, 그 이상의 보상이 없다.

무엇보다.


“보스가, 맞나···?”


몬스터의 이름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전 전투에서는 보스의 본체를 찾은 순간 이름이 나왔다. 섀도우가 붉은 노엘을 찾은 것과 동시에 나타난 반투명한 창.

반면, 이번 전투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본체가 나왔다. 그런 상황에서도 보스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몬스터를 보스라고 생각한 것부터 플레이어의 생각일 뿐이다.


“설마.”


보스를 쓰러뜨린 보상이 없다. 경험치마저 묘한 상황이다.

플레이어들은 무언가 심각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그들이 떠올린 것은 아셍트의 상황. 균열에서 시작되었다는 몬스터의 무리다.

몬스터의 무리, 균열. 세계 연합. 다양한 상황을 떠올린 플레이어들은 제각각 추측과 생각을 내놓았다.

그 추측의 공통점은 하나.


“아셍트가 이벤트 중심인가?”


또 하나의 전장. 아셍트를 주축이라 판단한 것이다.

아셍트를 이벤트의 중심이라고 생각한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이번에도 다른 전장으로 가야 한다고?”

“아···. 시간 없는데.”


일부 플레이어는 지나치게 늘어지는 이벤트라며 불만을 내뱉었다.

제대로 된 설명 하나 없이 시작된 이벤트. 무엇보다, 지원이 부족한 전투라는 점에 플레이어들은 불만을 내뱉었다.

일부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다.


“아직 플레이 할 수 있는 사람은 이쪽으로!”


돌아가려는 플레이어 무리와 아직 이벤트에 참여하려는 플레이어.

둘로 나뉜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각자의 길을 준비해. 떠나려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저거···. 상단 마차인가?”

“어?”


멀리서 늘어선 마차의 행렬에 플레이어들은 의문을 보이면서도 직감했다.

마차의 행렬. 이 주변은 이미 국왕들에게 전장으로 알려져 있다. 전장까지 상품을 팔려는 이들은 없을 테니, 마차의 목적은 지원이 틀림없다.

무엇보다, 마차에 새겨진 문양을 확인한 플레이어들은 늦었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그 이상으로 안도했다.


“선셋 상단이네.”

“이제 제대로 된 이벤트 시작이네.”


여태껏 다양한 이벤트에서 모습을 보이던 상단. 선셋 상단이 마차 행렬을 이끌면서 나타났다.

선셋 상단이 일군 이미지 덕에 플레이어들은 이번 사건을 이벤트라고 단정을 지어버렸다.

상단의 모습을 확인한 플레이어 중. 돌아가려던 이들의 일부는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오히려 아셍트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왕 참여한 거 마지막까지 해야겠지?”


길드의 권유, 이벤트의 흐름 등. 다양한 이유로 발길을 돌린 플레이어들은 선셋 상단 행렬에 끼어들었다.

어느새 끼어든 플레이어들로 늘어난 행렬은 그대로, 아셍트 요새를 향해 나아갔다.


-+-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차분히 둘러보자.

멀리 늘어선 몬스터의 수는 확실히, 예상 이상이다.

다만. 몬스터의 수에 놀라는 것보다 플레이어가 날뛰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

주변 몬스터의 수준이 아무리 낮더라도 플레이어가 마음껏 날뛰기에는 수가 지나치게 많다.

그런데도 플레이어들은 자유롭게 날뛰고 있다.


“부활 지점을 아셍트로 지정한 건가?”


몬스터에게 쓰러진 플레이어가 잠시 뒤 멀쩡한 얼굴로 날뛴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호러 영화가 따로 없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섀도우의 모습으로 아셍트를 향했다.

플레이어가 전투에 참여한 덕분에 아셍트는 여유가 생긴 듯하지만, 아직도 주변에는 몬스터가 많다.


‘지휘관을 찾아야겠네.’


회의실로 향하면 마도구로 회의 중인 국왕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몬스터의 무리를 파고들어, 최대한 전투를 피하며 아셍트 요새를 뛰어넘었다.

스킬과 칭호 효과로 은신 활동은 나름 자신있다.


‘여기.’


요새를 들어서고 잠시.

구조를 외운 지금은 앞마당처럼 요새를 돌아다닐 수 있다.

회의실을 찾아 들어서니, 예상대로 국왕들이 마도구로 모습을 마주한 채 회의하고 있다.


“섀도우 공이 나선 전장은 상황이 마무리되었다고 하네.”

“그런가···. 그건 다행이로군.”

“아셍트의 상황은 어떻지?”

“이곳도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 덕분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회의 주제는 두 곳의 전장인 모양이다.

푸른 비늘의 몬스터는 쓰러뜨렸다. 대신, 나도 죽었지만.

아무래도 전장이 정리되었다는 정보가 퍼진 모양이다.

게다가.


‘국왕들이 플레이어를 유도한 건가.’


생각보다 빠른 움직임에 놀랐더니, 국왕들이 유도한 듯하다.

본래 세계 연합의 목적 중 하나가 플레이어의 유도다. 다만, 제대로 된 방법을 의논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푸른 비늘 몬스터가 나타났다.

그에 세계 연합이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했지만.


‘아무래도 괜찮은 모양이네.’


내가 전투를 나서더라도 세계 연합이 확실히 일 처리를 도맡았다.

나는 내심 안도하며 회의에 끼어들기로 했다.


“그래서. 몬스터가 나오는 이유는 알아냈나?”

“섀도우 공!”

“무사했나. 다행이야.”


지휘관은 갑작스레 나타난 나에게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진정하고 보고를 시작했다.

몬스터가 나타나는 방향은 아셍트로부터 북서측. 그중에서도 하늘에서 떨어진다고 한다.

아셍트에서도 보이는 균열. 그 틈새에서 흐르는 무언가가 몬스터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는 아셍트에서도 조사하지 못했다.


‘몬스터로 바빴을 테니, 어쩔 수 없나.’


즉, 아직 대처 방안이 없다는 의미다.

그저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게 최선이다.


“섀도우 공은 알겠나?”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생각해봤다.

하늘에 뚫린 균열. 그 균열은 분명 카오스의 봉인이 깨지기 직전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흘러나오는 건 카오스의 힘. 어쩌면 지극히 미약할지도 모르지만, 카오스의 힘을 깎아내는 중이다.

가능하다면 카오스를 처리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봉인 도구를 못 찾았단 말이지.’


아직 카오스에 관한 대처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금 상황에서 카오스의 봉인이 완전히 풀린다면, 그 결말은 하나로 정해져 있다.


‘전멸, 이겠지.’


한숨이 나오려 한다.


“방법은 없다.”


사실을 말하니 주변 분위기가 조금 무거워졌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카오스의 균열은 결국 봉인 도구가 없으면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당장 봉인 도구를 찾는다는 건.


‘···아니, 가능한가?’


봉인에 균열이 생겼다.

그러나 완전히 봉인이 깨진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깨지기 직전의 모습.

문제는 저 상태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그게 문제다.


“이봐.”

“네.”


잠시 떠오른 생각을 묻고자 지휘관을 불렀다.

떠오른 생각은 단순하다. 거울 세계에는 마도구도 있고, 신기도 있다.

그리고.


‘신기는 카오스의 힘에서 비롯된 도구지.’


그 탓에 사용하기 까다로운 게 많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떠올린 직후, 한 가지 미약한 가능성을 떠올렸다.

방법은 둘.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지만.’


카오스의 힘에 비롯되어 나타난 게 신기라면.

즉, 봉인 상태에서 밀어낸 힘이 신기라면.

어쩌면 봉인 도구가 함께 봉인되었을 경우, 그것도 신기로 나타나지 않았을까.


“봉인과 관련된 신기는 있나?”


이미 신기라는 형태로, 봉인 도구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게 안 된다면 다른 하나.


‘카오스의 힘. 또는, 봉인의 힘을 추적하는 수밖에 없지.’


기한은 균열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

카오스가 완전히 깨어나기 전까지, 봉인 도구를 찾는 술래잡기다.

뭐, 판돈은 세계의 명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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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Episode 49. 카오스 (8) 21.12.18 83 1 12쪽
183 Episode 49. 카오스 (7) 21.12.17 78 1 12쪽
182 Episode 49. 카오스 (6) 21.12.16 81 1 12쪽
181 Episode 49. 카오스 (5) 21.12.15 88 1 11쪽
180 Episode 49. 카오스 (4) 21.12.14 83 1 12쪽
179 Episode 49. 카오스 (3) 21.12.13 83 1 11쪽
178 Episode 49. 카오스 (2) 21.12.12 82 1 12쪽
177 Episode 49. 카오스 (1) 21.12.11 91 1 12쪽
176 Episode 48. 마지막 봉인 (10) 21.12.10 87 1 12쪽
» Episode 48. 마지막 봉인 (9) 21.12.09 86 1 11쪽
174 Episode 48. 마지막 봉인 (8) 21.12.08 81 1 12쪽
173 Episode 48. 마지막 봉인 (7) 21.12.07 89 1 13쪽
172 Episode 48. 마지막 봉인 (6) 21.12.06 89 1 12쪽
171 Episode 48. 마지막 봉인 (5) 21.12.05 84 1 12쪽
170 Episode 48. 마지막 봉인 (4) 21.12.04 80 1 11쪽
169 Episode 48. 마지막 봉인 (3) 21.12.03 88 1 12쪽
168 Episode 48. 마지막 봉인 (2) 21.12.02 89 1 11쪽
167 Episode 48. 마지막 봉인 (1) 21.12.01 88 1 12쪽
166 Episode 47. 겉과 속 (4) 21.11.30 86 1 12쪽
165 Episode 47. 겉과 속 (3) 21.11.29 87 1 12쪽
164 Episode 47. 겉과 속 (2) 21.11.28 93 1 11쪽
163 Episode 47. 겉과 속 (1) 21.11.27 86 1 12쪽
162 Episode 46. 속전속결 (2) 21.11.26 95 1 12쪽
161 Episode 46. 속전속결 (1) 21.11.25 95 1 12쪽
160 Episode 45. 세계 연합 21.11.24 90 1 12쪽
159 Episode 44. 공략 시작 (3) 21.11.23 8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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