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48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11.28 18:20
조회
92
추천
1
글자
11쪽

Episode 47. 겉과 속 (2)

DUMMY

드라운트 왕국은 타 국가에 비해 왕권의 신뢰도가 높은 국가다.

이유는 여럿 들 수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눈앞의 인물 때문이다.


‘전(前) 드라운트 국왕. 하비넬 드라운트.’


국왕의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은 하비넬은 태연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어딘가 장난기마저 어린 모습은 이전, 알현실에서 만났을 때보다 기운 넘쳐 보이기까지 하다.

일리아스와의 사이도 그리 나쁘지 않은 듯하다.


“자리에 앉지.”

“조촐하게나마 다과를 준비했어요. 즐기다 가시면 된답니다.”


세 자리 중 하나를 가리킨 하비넬과 스스로 다과를 준비하기 시작한 일리아스의 모습에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다른 듯하면서, 잘 맞는다.


‘어딘가 닮았네.’


은연중에 신경전을 유도하는 일리아스. 의도를 숨기고 접근하는 하비넬.

두 사람이 붙어 있으니 그리 좋은 예감은 들지 않는다.

한숨을 집어삼킨 나는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모습은 여전히 섀도우의 가면과 망토다.


“우선.”


내가 자리에 앉은 직후.

하비넬은 곧바로 화제를 꺼냈다.


“감사하네.”

“···.”


갑작스레 고개를 숙인 모습에 놀라는 것보다 먼저, 이유를 알아차렸다.

드라운트 왕국은 이미 한 번 내게 의뢰를 맡긴 적이 있다.

어느 의미로 빚이 생겼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바운티 왕국과 에체르티 왕국의 사건을 본 거지.’


플레이어가 얽힌 사건은 더욱 큰 문제로 번질 수도 있었다.

그러니 단순히 드라운트 왕국만의 일은 아니다. 내게도, 훗날 연합을 만든 각 국가의 상황에서도 드라운트 왕국의 분열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드라운트 국왕도 이번 회의를 통해 이해한 모양이다.

나로서는 겸사겸사라는 의미가 강하지만.


“섀도우 공. 자네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뭉치지도 못하고 멸망했을지도 모르네.”

“그렇네요. ···공교롭게도, 아직도 카오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적답니다.”

“···쯧.”


하비넬의 감사와 함께 이어진 일리아스의 이야기에 얼굴을 찌푸렸다.

일리아스의 이야기는 국내 귀족이 온전히 협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해는 할 수 있다.

이해는.


‘세계 멸망을 앞두고, 국가에 협조하지 않으려는 건가.’


원인을 따지고 보자면, 카오스의 여파를 내가 지나치게 일찍 처리한 것도 어느 정도 원인이다.

그 이외의 카오스가 부리는 영향은 아직 크게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도 봉인이 완전히 풀리기 전까지다.


“협력이 저조한가?”

“설득하고 있답니다.”


혹여나 계획에 지장이 생길까, 물어본 나는 걱정을 지우기로 했다.

일리아스의 미소는 간드러진 미소다. 그에 담긴 감정은 확고한 자신감. 그리고 그 이면에 숨긴 것은 말로 하기에 다소 곤란한 것들이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평화로운 수단은 한정되어 있다.


‘어쩔 수 없나.’


지금은 일리아스의 수완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것도 그렇지만, 섀도우 공.”


미소를 짓던 일리아스는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자연스레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저 행동하나 마저 의도된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일리아스와의 대화는 더욱 빨리 지친다.


“뒤쪽을 장악하실 건가요?”


이미 대답을 확신한 상태에서 내뱉은 말이다.

이끌려간다는 생각을 미처 지우지 못하겠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확실히. 뒤쪽의 세력은 여러모로 도움이 될 테니 좋은 선택이군.”

“그렇죠?”


하비넬마저 고개를 끄덕이자, 일리아스가 들뜬 듯 보인다.

저 모습을 보니 아직 할 이야기는 한참 남은 듯하다.


‘뒷세계를 탄압한 이유도 알 수 있겠네.’


흐름을 보면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

아마도.


“그러니 섀도우 공이 장악하기 쉽도록 움직이고 있었어요.”

“그랬나.”


예상대로다.

그리고 이어질 이야기는 간단히도, 뒷세계를 장악한 내 힘을 빌리겠다는 이야기겠지.


“몇 가지 계획이 있는데, 들어보시겠어요?”

“···들어보도록 하지.”


처음부터 일리아스의 노림수는 하나였다.


‘뒷세계를 장악할 인물. 섀도우라는 인물인가.’


드라운트 왕국의 국왕이 된 일리아스는 권력을 가졌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행동에 많은 제약이 붙어버렸다. 그 제약은 이전 상인 길드 지부의 지부장과는 전혀 다른 제약이다.

게다가 갑작스레 국왕으로서, 약식의 대관을 치른 일리아스는 내외부적으로 반발이 심하다.


‘그걸 억누르기 위해 나와 뒷세계를 이용하는 계획을 세울 줄은···.’


한 방 먹었다.

수족을 찾고, 왕국 내부의 문제를 정리하려고 온 곳이다.

이미 여러 차례 손본 뒷세계를 장악하는 건 시간문제. 언젠가 방문하고 관여할 구역으로 정해뒀다.

그런데, 그걸 파악한 일리아스가 나를 노리고 움직이려 할 줄 몰랐다.


‘···일단, 계획대로 움직이는 편이 간단하겠네.’


일리아스의 계획은 목표가 명확하다.

뒷세계를 내가 장악하고, 그 힘으로 일리아스의 뒤를 봐주면 된다.


서로 이득을 보는 거래일 뿐이다.


아마 국왕의 자리도 비슷한 형식으로 거래한 것뿐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말이지.


‘한 방 먹은 채로 깔끔하게 끝내는 취미는 없단 말이지.’


계획도 전부 들었다.

연락 방법으로 마도구도 받았다.

하비넬은 이 자리의 주도권을 일리아스에게 완전히 맡긴 모양이다.


“어때요?”


자신만만히 미소를 지은 일리아스는 만족스러워 보인다.

제 계획대로 흘러가면 기분 좋겠지.

다만, 그 반대는 매우 기분 나쁘다.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뭐라고 할까.


“···가지.”

“벌써 가시는 건가요?”


붙잡으려는 일리아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왕성을 나섰다.


“후우···.”


자.

그럼 지금부터.


“다시 한 방 먹여줄까.”


판을 만들던 인간이 다른 사람의 판에 휘둘린다.

오랜만에 경험한 묘한 기분이다.


-+-


뒷세계. 불법적인 사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곳은 결국, 또 하나의 사회. 또는 조직이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곳인 만큼. 본래 사회의 주인이라는 개념이 이루어지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뒷세계는 그 구성 방식으로 인해 주인이 만들어진다.


“빛과 어둠인가.”


일반적인 사회가 빛이라면, 불법으로 가득한 사회는 어둠.

이분법으로 인해 나뉜 두 세계는 존재 방식부터, 유지 방식까지. 같은 사람이 사는 세상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이질적인 두 세계다.

일반적인 사회는 주인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불법이 만연한 사회는 통상적으로 쉽게 받아지지 않는다.

또한, 통제되지 않는 어둠은 사회에 의해 무너지기 마련이다.


“문라이트도 어둠에서 활동하긴 하지.”


그리고 그런 어둠은 지금, 주인을 잃고 미쳐 날뛰는 중이다.

현 드라운트 국왕은 뒷세계를 견제하고자 몇 가지 정책과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다.

그로 인해 뒷세계는 외부와의 단절, 주인 없는 왕좌 등. 자신들이 보기에도 탐나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이는 곧, 고독(蠱毒)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되었다.


“뭐, 빛을 지니긴 했지만.”


로우가 섀도우의 모습으로 나타난 장소는 인기척이 드문 골목이다.

다만, 일반적인 골목과 달리. 섀도우가 거니는 골목은 넓고, 좋은 거리임에도 다니는 사람이 없다.

골목 자체에서 풍기는 묘한 분위기를 살핀 섀도우는 태연하게 거리를 거닐었다.


“저쪽인가.”


건물에서 특징을 찾아낸 섀도우는 건물로 들어섰다.

주변 건물 중 유일하게 금화가 그려진 석제. 그 금화의 표식이 이번 섀도우의 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섀도우는 일리아스가 건넨 계획을 실행하면서도 미묘한 불만을 품었다.


건물로 다가선 섀도우가 문을 두 번. 이어서 한 번. 조금 시간을 두고 다시 세 번.

총 여섯 번을 두드리자, 문의 잠금쇠가 풀렸다.


“어서 오십시오, 섀도우 공. 이야기는 전해 들었습니다.”


문 너머의 풍경은 비밀 기지와 마찬가지다. 탁자 하나에 의자 여럿. 벽면에 선 종이에는 다양한 정보가 적혀 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섀도우는 벽면에 걸린 종이가 몇 명의 귀족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또한, 섀도우는 그들의 행동과 분위기를 통해 예법을 배운 이들임과 동시에 전투 훈련을 배운 이들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흔히들 말하는 암살자인가.’


일리아스의 계획으로 움직이는 지금 상황은 섀도우에게 주도권이 없다.

현장에서의 판단은 섀도우에게 있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주도하는 것은 일리아스의 계획이다.

눈앞의 이들도 일리아스의 계획 중 일부다.


“목표는 둘. 이쪽의 인물은 귀족이며, 이쪽의 인물은 뒷세계의 상인입니다.”


곧장 처리할 목표를 받은 섀도우는 몇 번 종이를 확인하더니, 그대로 건물을 나섰다.

건물 내부에 있던 이들은 섀도우의 행동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여전히 자신들의 업무를 처리했다.

건물을 나선 섀도우는 정보의 인물을 완벽히 외우고는, 골목을 나아갔다.


“분명 근처에 있을 텐데.”


분명 섀도우에게는 처음 보는 골목이며, 도시다.

그러나 익숙한 발걸음으로 거리를 걷는 섀도우는 이미 목적을 정하고 찾는 중이다.

한참 골목을 나아가던 섀도우는 조금 전 들렀던 건물과 같은 건물을 찾았다.


“···.”


그 벽면을 세밀히 살핀 섀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무렇지도 않게 건물로 들어섰다.

건물의 내부는 아무도 없다. 사람이 방문한 흔적마저 없다.

빈집으로 들어선 섀도우는 내심 웃음을 머금으며, 찾던 이를 중얼거렸다.


“일이다. 리젝트.”


-+-


드라운트 왕국의 상황은 다른 네 개의 국가와 달리 지나치게 빠른 변화를 선보였다.


우선, 국왕이 바뀌었다.


그 자체로도 상당한 일이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드라운트 왕국은 다양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각 귀족이 사라지거나, 일반인이 사라지는 등.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변화가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국왕인 일리아스는 차례대로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며, 이전과는 다른 드라운트 왕국의 왕권을 선보였다.

상인으로 오랜 경험을 쌓은 일리아스가 대중의 심리를 장악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국민의 여론이 점차 새로운 국왕에게 기우는 것도 시간문제.

눈치채고 보니 일리아스의 기반이 굳게 다져진 시기에, 대륙에 한 가지 소문이 흐르기 시작했다.


국가 연합.


전 국가의 연합이 생긴다는 소문에 전 국가의 국민은 당황하며,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먼저 혼란을 예견한 각 국왕이 펼친 정책은 서서히 국민의 혼란을 잠재웠고, 곧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첫 국가 연합의 회의가 열리고, 약속한 2주가 흐른 시점.


“섀도우 공. 오랜만이네요.”

“그렇군.”


두 사람은 마주했다.

한 사람은 만족스러운 웃음으로.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제대로 한 방 먹여줄 수 있다는 확신을 지니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이 엠 플레이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가 주 7일 연재로 변경됩니다. 시간은 18시 20분입니다. 21.09.08 82 0 -
187 Episode 50. 코스모스 (完) 21.12.21 139 2 14쪽
186 Episode 49. 카오스 (10) 21.12.20 88 1 11쪽
185 Episode 49. 카오스 (9) 21.12.19 82 1 12쪽
184 Episode 49. 카오스 (8) 21.12.18 82 1 12쪽
183 Episode 49. 카오스 (7) 21.12.17 78 1 12쪽
182 Episode 49. 카오스 (6) 21.12.16 80 1 12쪽
181 Episode 49. 카오스 (5) 21.12.15 88 1 11쪽
180 Episode 49. 카오스 (4) 21.12.14 82 1 12쪽
179 Episode 49. 카오스 (3) 21.12.13 83 1 11쪽
178 Episode 49. 카오스 (2) 21.12.12 81 1 12쪽
177 Episode 49. 카오스 (1) 21.12.11 90 1 12쪽
176 Episode 48. 마지막 봉인 (10) 21.12.10 87 1 12쪽
175 Episode 48. 마지막 봉인 (9) 21.12.09 85 1 11쪽
174 Episode 48. 마지막 봉인 (8) 21.12.08 81 1 12쪽
173 Episode 48. 마지막 봉인 (7) 21.12.07 88 1 13쪽
172 Episode 48. 마지막 봉인 (6) 21.12.06 88 1 12쪽
171 Episode 48. 마지막 봉인 (5) 21.12.05 84 1 12쪽
170 Episode 48. 마지막 봉인 (4) 21.12.04 80 1 11쪽
169 Episode 48. 마지막 봉인 (3) 21.12.03 87 1 12쪽
168 Episode 48. 마지막 봉인 (2) 21.12.02 89 1 11쪽
167 Episode 48. 마지막 봉인 (1) 21.12.01 88 1 12쪽
166 Episode 47. 겉과 속 (4) 21.11.30 86 1 12쪽
165 Episode 47. 겉과 속 (3) 21.11.29 86 1 12쪽
» Episode 47. 겉과 속 (2) 21.11.28 93 1 11쪽
163 Episode 47. 겉과 속 (1) 21.11.27 86 1 12쪽
162 Episode 46. 속전속결 (2) 21.11.26 95 1 12쪽
161 Episode 46. 속전속결 (1) 21.11.25 95 1 12쪽
160 Episode 45. 세계 연합 21.11.24 89 1 12쪽
159 Episode 44. 공략 시작 (3) 21.11.23 88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