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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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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52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11.24 18:20
조회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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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Episode 45. 세계 연합

DUMMY

세상을 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쪽(지구)의 일은 양과 악우(惡友)가 담당하고 있다.

내가 처리할 일은 오롯이 이쪽(거울 세계)의 일 뿐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할 일은 무엇인가.


‘우선. 세계 연합을 만드는 것부터.’


이번 보스는 다행스럽게도 나 혼자서 쓰러뜨리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십이사도의 말에 따르면 카오스라는 존재는 단신으로 차원을 만들 정도의 힘을 지녔다.

더는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는 의미다.


‘플레이어의 협력도 필요하고, 이곳의 주민은 확실히 필요하겠네.’


공략의 힌트는 주어졌다.

신. 창조신인 오버로드가 내린 물건, 봉인 도구를 찾는 게 공략의 첫 단추다.

봉인 도구를 찾는 것은 플레이어에게 맡기고, 세계 연합은 다가올 대규모 전투를 준비해야만 한다.

시간은 한없이 부족하다. 언제, 어떻게, 어느 정도의 전투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상황도 나쁘진 않나.’


가면을 덮은 지금은 섀도우를 연기하는 중이다.

내가 탄 장소는 흔들리는 마차 안. 주변 자리를 메운 것은 에체르티 왕국의 중진들이다.

마차가 향하는 길은 넓은 도로. 외부에서 내부를 엿볼 수 없도록 천막까지 덮여 있다.


“섀도우 공. 불편한 점은 없으신가요?”


정면에 마주 앉은 대신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양옆에 앉은 기사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마치, 죄인을 호송하듯 날이 선 분위기는 나를 향한 경계와 의심 탓이다.

다만, 적대적인 분위기는 없다.


‘지금은 경계. 믿을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는 건가.’


에체르티 국왕과 중진의 회담에 끼어든 결과. 나는 세계 연합으로 향하는 길을 함께하게 되었다.

소니아와 릴리스에게는 로우의 모습으로 편지를 전해뒀으니, 지금은 연합에 집중하면 충분하다.


‘연합을 만든 후에, 플레이어를 움직이는 쪽이 확실할 테니.’


혼자서 이벤트를 만드는 것보다 여러 국가의 도움으로 이벤트를 기획하는 편이 확실하다.

국가 연합의 힘을 빌리면, 물자의 보급 부문에서는 확실하다. 부족한 화력과 소재는 뒷세계로 충당할 수 있다.

인력은 플레이어. 힘 또한, 플레이어로 충당할 수 있다.


“곧 도착합니다.”


마차를 얻어타고서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내 정체를 캐내려는 대신과의 신경전이 일었지만, 가면은 쉽게 벗지 않는다. 칭호 덕분에 대신의 간섭을 최대한 피할 수 있었다.

다만, 대신의 의문은 더욱 깊어진 듯하다.


‘그렇다고 선셋 상단의 얼굴을 보일 수도 없으니까···.’


선셋 상단은 상단 나름대로 움직이고 있다.

소니아와 릴리스에게 편지로 근황을 전했다. 두 사람은 내가 향하는 장소까지 알고 있다.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있기에 선셋 상단의 주인은 없다. 대신할 인물은 비서의 위치인 소니아와 물류를 담당하는 릴리스뿐.

두 사람에게는 선셋 상단의 다음 움직임을 알려줬다.


“섀도우 공.”


잠시 머릿속으로 계획을 정리하던 중, 대신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맞은 편에 앉은 대신이 가리키는 것은 창밖. 지금껏 숲과 동굴만 보이던 지형에서 천천히 평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저기인가.”

“···예. 섀도우 공은 벌써 보이시나 봅니다.”


멀리.

한참 멀리에 요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야의 한가운데 갑작스레 돋아난 듯 보이는 요새는 그 크기만 해도 상당하다.

평지를 일구어 만든 요새는 원형으로 지어져 있다. 언 듯 보이는 성벽은 이중으로, 외성과 내성으로 나뉘어 있다.

저 요새는 마차의 목적지다.


“인류 중앙 요새, 아셍트입니다.”


천막 너머로 보이는 요새. 아셍트로 향하는 마차는 조용히, 엄중히 길을 나아갔다.

내가 탄 마차 외에도 호위를 위한 마차가 셋. 그 밖에 에체르티 국왕과 다른 중진이 타고 있는 마차가 하나다.

총합 다섯 대의 마차가 아셍트에 가까이 향하자, 주변을 둘러싸듯 병사들이 나타났다.


“···경비인가.”

“아셍트에는 상주하는 군이 있습니다. 국가의 틀을 넘은 이들로 구성되기에, 누구보다 중립을 지키는 이들이지요.”


여태껏 보았던 병사와 달리, 한 명 한 명이 강하다. 자칫 플레이어와 비슷할 정도로 강해 보인다.

경비의 확인을 받은 마차는 손쉽게 아셍트의 입구를 넘었다.


‘여기에서 다른 국가의 이들도 만나는 건가.’


창으로 보이는 아셍트의 모습을 살피니, 에체르티 왕국의 것이 아닌 마차가 엿보인다.

마구간으로 향하지 않은 마차는 최근에 온 이들. 다만, 눈에 익은 모습을 보니 어디선가 봤던 마차다.


‘···바운티 왕국인가?’


에체르티 왕국과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듯, 바운티 왕국의 마차는 아셍트 입구 부근에 늘어서 있다.

마차에 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섀도우 공. 이쪽으로.”


마차에서 내린 곳은 아셍트의 외성을 넘은 곳이다.

보아하니 내성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직접 걸어가야 하는 듯하다. 경비를 위해서 외성과 내성의 구분이 확실하다.

길 안내로 나선 병사의 뒤를 따라 한참을 걷는다. 마차에서 내리는 한순간, 병사의 시선이 가면으로 향했으나.


‘별다른 반응은 없었네.’


그 이상의 반응은 하지 않고 안내 중이다.

나와 대신. 그리고 에체르티의 중진이 안내된 장소는 대기실로 보이는 방.

아직 다른 국가의 인물들이 모이지 않았다는 모양이다. 게다가, 회의가 열리기까지 시간이 남았다.


‘세계 연합을 주제로 한 이야기는 내일인가.’


하루.

세계의 이야기가 열리기까지 불과 하루 남았다.


-+-


아셍트에 가장 먼저 도착한 국가는 단연 호네스티 왕국이다.

호네스티 왕국의 인물들은 서신을 보낸 직후. 국왕과 중진. 호위를 포함해 여행을 준비했다.

그들은 편지를 보내기도 전부터 떠날 필요가 있다고 직감했다. 섀도우의 이야기도 물론, 국왕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오랜 이야기가 빛을 받고 있다.’


카오스의 비밀을 기억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왕조이기 때문이다.

호네스티 왕국 뿐만 아니다. 세계의 이야기는 모든 국가에 내려졌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국가는 겨우 둘.

그중 하나인 호네스티 왕국은 섀도우의 이야기를 통해 세계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동시에 직감했다.


‘세계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호네스티 왕국도 모든 이야기가 전해진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이야기가 전해지며 실전된 부분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이 중요히 여기는 부분은 조금도 손상되지 않았다.

호네스티 왕국. 그 왕족이 중요히 여기는 부분은 단 하나.


끝은 또 하나의 시작.


지금으로서는 온전히 이해하는 것도 힘든 구절이다.

그런데도, 호네스티 왕국의 왕족은 이를 중요히 여겼다. 또한. 당대 국왕은 생각했다.

이번 상황을 통해서 호네스티 왕국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기에, 호네스티 왕국은 그 누구보다 협조적이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오랜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또 다른 국가.


‘성자님이 부활하셨다.’


실피니아 왕국은 오롯이 성자만을 바라봤다.

호네스티 왕국 다음으로 재빨리 움직인 실피니아 왕국의 목적은 하나. 성자다.

그들의 역사에서 성자란, 국가를 발전시키고 유지시킨 인물이다. 오랜 이야기에서 세계를 구한 영웅 곁에 언제나 붙어있던 인물.

자신의 국가에서 배출해낸 성자야말로, 실피니아 왕국의 목적이다.


‘찾아야 한다.’


실피니아 왕국이 움직인 이유는 셋.

하나는 성자를 찾기 위함이다. 성자가 부활한 것은 성지의 회복으로 확인했다.

또 다른 목적은 단순히 세계의 위험에 반응했기 때문이다.


‘성자는, 성녀님은 실피니아 왕국의 인물이 분명하다.’


또 하나는.


‘이번에는 같은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


실피니아 왕국의 오점.

성자를 망자로 만들어버린 그들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그들은 재빨리 움직였다.

현재 실피니아 왕국은 성녀를 데리고 있다는 조직, 문라이트가 가장 큰 목적이다.


반면. 그리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움직인 두 국가.


바운티 왕국과 에체르티 왕국은 세계의 위험에 반응했을 뿐이다.

바운티 왕국의 경우는 슬리벤 왕자가, 에체르티 왕국은 섀도우가 나타났다.

두 사람에게 설득당한 두 국가는 국가의 존속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바운티 왕국과 에체르티 왕국의 목적은 단순하다.


국가 존속.


네 국가의 목적은 이유와 원인이 다를 뿐.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엇나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 국가. 드라운트 왕국은 그 실태가 조금 다르다.


“···아직 나타나지 않는군.”


아셍트 요새의 회의실. 엄중하며 진중한 자리에 앉은 바운티 국왕이 불만스레 중얼거렸다.

자리의 개수는 여섯. 그중 네 개의 자리가 들어찼다. 그러나 다른 두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호네스티. 저쪽은 자네가 알고 있지 않은가?”

“알고 있을 뿐이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지.”


공석 중 하나.

섀도우를 위한 자리를 바라본 바운티 국왕은 호네스티 국왕의 대답에 얼굴을 찌푸렸다.

바운티 국왕은 아직 섀도우를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슬리벤 왕자의 이야기를 완전히 믿지 못했다.

반면, 다른 세 국가의 국왕은 드라운트의 자리를 바라볼 뿐이다.


“흠.”


국가 연합. 또는, 세계 연합.

지금 이 자리에 네 국가의 국왕이 모인 상황은 그 자체로도 놀라운 상황이다.

게다가 연합을 맺으려는 지금. 유일하게 드라운트 국왕의 자리만이 비어있다.


“···어찌하겠나? 이대로 시작하겠나?”

“조금 더 기다려봅시다.”

“아직 시간까지 여유가 있네.”


주변 분위기는 이미 드라운트 왕국을 저버린 모습이다.

그러나 편지에 상기한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다. 호네스티 국왕과 실피니아 국왕. 두 사람의 제안으로 조금 더 유예를 지닌 회의실은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회의실에 있는 인물은 다섯. 각 국가의 국왕이 넷. 요새의 총사령관이 하나다.


“···.”


네 국가의 국왕이 만났다는 상황에 총사령관은 내심 긴장하면서도 제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총사령관의 역할은 국왕의 호위와 더불어. 보안상의 이유로 들어오지 못한 병사들의 역할을 대신하는 일이다.

전령 역할도 도맡은 총사령관은 품에서 울리는 마도구의 진동을 알아차렸다.


“크흠.”


목소리를 가다듬은 총사령관의 모습에 국왕들의 시선이 일제히 몰렸다.

총사령관은 시선의 중압을 느끼면서도, 본론을 밝혔다.


“드라운트 국왕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드디어 온 건가.”

“늦군.”

“왔나.”


제각각의 반응을 보이는 모습과 달리, 총사령관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총사령관이 지닌 마도구는 보안과 안전을 위해 단순한 물건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 마도구가 전할 수 있는 정보는 적다.

손님은 드라운트 왕국의 인물. 즉, 드라운트 국왕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직후.


‘다시 한번 손님이 울렸다.’


빈자리의 수를 생각하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만, 그 후로 울린 신호가 총사령관을 경계하게 했다.


‘···주의.’


일반적인 손님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신호다.

총사령관은 회의실 문 너머의 발소리를 듣고,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열린 문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두 사람.

한 사람은 가면을 쓴 채, 회의실 자리에 자연스레 앉았다.


“···.”

“···.”

“···.”


언 듯 무례하게도 보이는 모습이지만, 국왕들은 섀도우의 모습에 반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섀도우를 보지 못한 듯. 그들의 시선은 그 뒤에 선 인물.


“처음 뵙겠네요.”


드라운트 국왕과는 전혀 다른.

간드러진 미소를 지은 여성.


“며칠 전, 대관식을 치른 일리아스라고 한답니다.”


상인 길드 알파 지부의 주인.

일리아스가 드라운트 국왕의 상징을 내걸고서, 회의실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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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Episode 47. 겉과 속 (2) 21.11.28 93 1 11쪽
163 Episode 47. 겉과 속 (1) 21.11.27 86 1 12쪽
162 Episode 46. 속전속결 (2) 21.11.26 95 1 12쪽
161 Episode 46. 속전속결 (1) 21.11.25 95 1 12쪽
» Episode 45. 세계 연합 21.11.24 90 1 12쪽
159 Episode 44. 공략 시작 (3) 21.11.23 8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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