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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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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59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12.18 18:20
조회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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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Episode 49. 카오스 (8)

DUMMY

양의 이야기를 듣고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다.

주변의 국왕들과 소니아까지. 전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봉인 도구라고 알고 있었던 게, 차원을 만드는 도구라고 한다.


‘신의 힘이 들어간 물건이라 할 수 있네.’


차원을 만드는 도구.

봉인 도구로써 사용한 건, 만들어진 차원 속에 카오스를 던져둔 것이겠지.

봉인 도구가 있는 지금. 카오스를 봉인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봉인하기를 원하는 건 아니군.”


양의 태도. 그리고 십이사도의 행동을 바라보면 무언가 다른 결과를 원하는 듯하다.

내 물음에 양은 멋쩍은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능하다면, 카오스님의 힘을 빼주시기만 해주셨으면 합니다.”

“힘을 뺀다? 그건 지금처럼 공격을 반복하게 하면 되는 건가?”


단순히 힘을 사용하게 하면, 힘은 줄어든다.

그런 물음에 양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앞으로 10년은 걸리겠네요.”

“···그 정도인가.”

“네. 그러니, 이걸 이용하시면 됩니다.”


양이 가리킨 건 봉인 도구.

차원을 만들어낸다는 힘이 담긴 도구다.

양이 건넨 정보와 지금의 이야기. 즉, 양이 원하는 결과는 하나.


“이걸 이용해서 만들어진 차원에서 힘을 빼도록 한다. 그게 전부인가.”

“전부입니다. 네.”


예상보다 간단한 이야기에 안도하는 것도 잠시.

카오스의 힘을 빼도록 만든다는 건 결국, 카오스에게 공격을 반복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공격이 향할 곳은 당연하게도 나. 또는 플레이어가 된다.


‘마지막은 버티기인가.’


또 귀찮고 까다로운 일이 되었다.

치밀어 오르는 한숨을, 적당히 삼키고 주변을 둘러봤다.

국왕들이 이해해야만 협력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섀, 섀도우 공. 십이사도님이시다!”


주변 국왕들과 지휘관. 그리고 이곳을 바라보는 병사들마저 고개를 숙이거나 절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뒤늦게 떠올랐다.


‘···신앙하는 신과 그 수하. 당연한 태도일지도 모르겠네.’


신의 수하다.

다만, 그 당사자인 양은 미묘한 표정으로 국왕과 주변을 바라보고 있다.


“정보를 전해야 하는데도 이렇게, 지나친 신앙을 보내서 곤란하답니다.”

“···그렇군.”


갑작스러운 생각이지만, 먼 옛날.

신이 건네준 물건을 잘 못 사용한 이유를 알 것만도 같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계속 이 자리에 있어도 방해가 될 것 같네요.”


양은 주변 태도가 거북한 듯 묘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지금처럼 지나친 반응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섀도우 씨.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 일이 마지막이다. 끝나면 충분히 쉴 수 있게 부탁하고 싶군.”

“네. 알겠습니다. 저희도 이 이상은 실례라는 걸 알고 있답니다.”


정말로.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조금 쉬고 싶다.

양은 인사를 남기고 그대로 사라졌다.

눈 한번 깜빡이는 순간에, 말 그대로 사라진 양의 모습에 백일몽을 꾼것만 같다.

하지만.


“후우.”


손에 남은 봉인 도구는 그 무게를 전하고 있다.

사용법은 들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들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단순하다.


“다들. 움직이지 않는 건가?”


아직껏 움직이지 않는 국왕과 병사들을 질책하며 깨우고. 멀리서 난동 부리는 카오스를 바라봤다.

카오스의 공격과 그 기세는 조금 전보다 더욱 세졌다.

공격의 날카로움은 줄어들었지만, 하나하나의 위력은 오른 모습이다.


‘어느새 하늘의 색도 이상하게 변했고.’


가지각색이 섞인 하늘은 마치 세상의 종말을 보이는 듯하다.

뒤늦게 정신 차린 국왕들은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양의 설명은 나와 함께 들었고, 그들에게 있어 양은 신의 수하다.

마치 신의 구원과도 같은 말이겠지.


“섀도우 공.”


국왕들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을 무렵. 호네스티 국왕이 다가왔다.

그 눈에 있는 건 걱정과 기대.

물어볼 건 당연히.


“할 수 있겠나?”


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가.

그런 물음이다.

그리고 내가 할 말도 당연한 답.


‘애초에 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


다른 대답을 바라는 것도 아닐 테니, 나는 간단히 답했다.


“당연하다.”


-+-


전장은 더욱 거센 소모를 보이고 있었다.

갑작스레 더욱 화를 내기 시작한 카오스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마법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그 마법들을 막아내며, 흘러넘치기 시작한 몬스터를 상대하는 전선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한 마리의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순식간에 세 마리의 몬스터에게 둘러싸인다. 게다가 그런 그들의 머리 위로 날아드는 건 마법 탄막.

플레이어들은 불만을 내뱉을 여유조차 없었다.


“막아!!”

“측면에서 다섯 마리!”

“밸런스 진짜!!”


연합군의 공격이 카오스에게 통한다. 하지만, 연합군은 플레이어와 달리 부활할 수 없다.

신체 능력도 낮고, 마력도 무한하지 않다. 플레이어와 다른 갖은 점이 걸림돌이 되는 지금. 플레이어는 연합군을 지키기 위해 움직여야만 했다.

눈앞에 닥치는 몬스터와 마법만으로도 벅찬 상황에, 연합군을 지킨다. 전선이 더욱 혼란으로 엮이는 이유다.


“으으아!!”


다만, 연합군도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그들의 능력은 확실히 플레이어 개인보다 낮다. 그러나 그들은 수가 많다. 플레이어와 비교하면 압도적일 정도로 많은 그 수는 그 자체로 전력이 된다.

플레이어의 보호를 받으며 갖은 마법과 마도구를 날리는 가운데. 그조차도 불가능한 연합군은 플레이어의 보조 역할을 자처하며, 서로의 유대를 늘려만 갔다.

전선의 기세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플레이어와 연합군의 유대가 깊어질수록, 전선의 혼란은 차츰 진화되기 시작했다.


“밀어내!”

“더 버텨라!”


플레이어를 앞세우고, 연합군과 협력한 전장.

이미 한마음으로 전장을 나아가는 그들은 터무니없는 존재. 카오스를 상대로 전선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카오스가 난동을 부리듯 쏟아내는 마법은 하나하나가 천재지변 수준이다. 그런 천재지변을 상대로, 플레이어가 막아내고 상쇄하는 등.

죽어도 죽지 않는 플레이어가 있는 전투는 시간이 지날수록 승기를 보이기 시작했다.


“보스가 눈앞이다!”

“가라!!”


어느새 마구잡이로 나타난 몬스터마저 전부 쓰러진 상황에, 카오스만이 전장에 남았다.

주변을 둘러싸는 인구 모두를 적으로 인식한 카오스는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를 흘렸다. 그와 동시에, 그 손에 모으기 시작한 마력은 이전과는 다른 압도적인 힘.

차원을 만들고 생명을 만들어내는 카오스에게 있어서 힘이 부족하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압도적인 힘을 직감한 플레이어와 연합군은 당황하며 카오스에게 달려들었다.


“프아!!”


그러나.

플레이어와 연합군이 무언가를 해내기도 전에 휘둘러진 공격.

손끝에서 나타난 작은 빛은 끝없는 힘과 질량. 마치 우주를 떠올리게 하는 힘을 휘두른 그 너머는 완전히 사라졌다.


“어?”

“···뭐?”


단어적인 의미 그대로.

전장을 가로지른 검은 광선은 맞닿은 부분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대지에 새겨진 깊은 협곡, 사라진 대기에 일어난 돌풍, 크게 뚫린 상공까지. 그 빛에 휩쓸린 플레이어와 연합군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게다가.


“···부활하지 않는다고?”

“저 공격에 죽으면 부활이 안 된다!!”


플레이어가 부활하지 않는다.

이번 공격으로 죽은 플레이어들이 부활하지 않자, 그 소식은 순식간에 널리 퍼졌다.

연합군 측에서도 죽지 않는 플레이어가 죽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죽지 않는 존재, 불사신으로 알고 있었으니.

카오스가 자신의 힘을 사용할수록 전장의 양상은 알 수 없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카오스는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방법을 깨닫기 시작한다.

플레이어들은 그 사실은 몰랐지만, 시간을 들이는 게 위험하다는 건 직감했다.


“돌격!”

“일단 달려!!”


어떻게든 카오스에게 맞닿아야 한다.

공격을 막고, 연합군의 힘으로 무찔러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달려간 플레이어들은 다시 한번 검은 빛을 마주했다. 한순간에 빛난 검은 우주는 플레이어를 휩쓸고, 지워버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플레이어들도 멈추지 않았다.


“가!”

“계속 달려!”


검은빛을 무조건 죽는 공격. 즉사기로 판단한 플레이어들은 살아남는 이들만이라도 공략하기로 정했다.

한참 달린 그들은 이내 카오스의 곁에 도착했다.

그리고.


“공격!”


일제히 마도구의 불을 뿜어냈다.

마도구와 신기. 일제히 발사된 마법의 수는 한참 줄었으나, 그래도 수천은 넘는다.

그 모든 공격을 마주한 카오스는 분노하면서도 당황했고, 짜증을 내며 제힘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카오스의 주변에 날아온 공격을 막기에는 충분하다.


“프르아!”


일대를 둘러싸는 막대한 양의 마력과 압력.

카오스의 압박에 눌려진 플레이어와 연합군은 지나치게 압도적인 카오스의 능력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어는 최종 보스의 능력에, 연합군은 세계의 멸망을 짐작하고 저마다 경악한 순간.

카오스는 자신이 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프!”


제아무리 주변 사람들이 모여도 자신에게 당해내지 못한다.

그런 확신을 느낀 카오스는 조금 전까지 느끼던 겁을 지워내고, 자신감으로 가득찼다.

빛나는 눈동자로 앞을 바라보고, 짧은 앞발을 자랑스레 내민 카오스는 아무리 봐도 어린 용이다.

그러나 그 어린 용의 힘은 신. 용신이라 할 수 있는 모습에 모두의 의식은 카오스에게 향했다.

카오스조차도 자신에게 만족하고, 눈앞의 이들을 무시할 무렵.


“방심한 건가.”


어둠에서 움직이는 이.

섀도우가 한 수를 뒀다.


“프르!?”


섀도우의 목소리를 기억한 카오스는 놀라며 뒤를 바라봤다.

하지만, 섀도우의 모습은 없다. 그에 카오스가 고개를 기울이는 순간.


- 콰칭.


섀도우가 준비한 신기가 카오스의 사지를 구속했다.

금속 사슬. 어느 신화의 구속구와 같은 이름을 지닌 신기는 확실하게 카오스의 몸을 묶었다.


“프!!”


카오스가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하며 한참 신기를 풀어내려 하는 사이, 섀도우는 다음 수를 뒀다.


- 펑.


카오스가 집중하는 것은 제 몸을 묶은 금속 사슬.

그에 집중력이 흐트러진 카오스의 얼굴 앞에 터뜨린 마도구.

섬광.


“프르아!?”


강렬한 빛에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린 카오스는 감각으로나마 주변을 파악했다.

뒤늦게. 한참이나 늦게 섀도우의 위치를 찾은 카오스는 구속에서 벗어나는 걸 포기하고, 섀도우를 쓰러뜨리기 위해 힘을 끌어냈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체크메이트다.”


섀도우의 준비는 끝났다.

정확히는, 봉인 도구라 불렀던 물건.

차원 생성기의 준비가 끝났다.


“자, 새로운 세계로 초대하지.”


섀도우의 손끝에서 발하는 것은 공허.

아무것도 없는 깊은 심연이 주변을 침식하기 시작했다.

그 공허는 주변 일대를 먹어 치우고, 성장하기 시작하더니 사람 정도의 크기까지 자라났다.

그렇게 자라난 공허는 또 다른 차원의 입구로 바뀌었다.


“첫 손님은 너다.”


차원이 생겨난 걸 확인한 섀도우는 구속구의 끝을 잡았다.

신기를 움직이자, 그 끝에 묶인 카오스까지 끌여오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도 카오스가 몇 번이나 마법을 날렸으나, 그 모든 마법이 공허에 삼켜졌다.

섀도우는 여유롭게 공허의 입구에 다가가. 카오스를 붙잡은 신기와 함께 공허 너머로 뛰었다.


- 포옹.


수면 너머로 뛰어든 듯 조그마한 소리와 함께 사라진 섀도우.

그리고.


“어라?”

“···없어졌다고?”


카오스의 모습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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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Episode 49. 카오스 (9) 21.12.19 83 1 12쪽
» Episode 49. 카오스 (8) 21.12.18 83 1 12쪽
183 Episode 49. 카오스 (7) 21.12.17 78 1 12쪽
182 Episode 49. 카오스 (6) 21.12.16 80 1 12쪽
181 Episode 49. 카오스 (5) 21.12.15 88 1 11쪽
180 Episode 49. 카오스 (4) 21.12.14 83 1 12쪽
179 Episode 49. 카오스 (3) 21.12.13 83 1 11쪽
178 Episode 49. 카오스 (2) 21.12.12 81 1 12쪽
177 Episode 49. 카오스 (1) 21.12.11 90 1 12쪽
176 Episode 48. 마지막 봉인 (10) 21.12.10 87 1 12쪽
175 Episode 48. 마지막 봉인 (9) 21.12.09 85 1 11쪽
174 Episode 48. 마지막 봉인 (8) 21.12.08 81 1 12쪽
173 Episode 48. 마지막 봉인 (7) 21.12.07 88 1 13쪽
172 Episode 48. 마지막 봉인 (6) 21.12.06 89 1 12쪽
171 Episode 48. 마지막 봉인 (5) 21.12.05 84 1 12쪽
170 Episode 48. 마지막 봉인 (4) 21.12.04 80 1 11쪽
169 Episode 48. 마지막 봉인 (3) 21.12.03 88 1 12쪽
168 Episode 48. 마지막 봉인 (2) 21.12.02 89 1 11쪽
167 Episode 48. 마지막 봉인 (1) 21.12.01 88 1 12쪽
166 Episode 47. 겉과 속 (4) 21.11.30 86 1 12쪽
165 Episode 47. 겉과 속 (3) 21.11.29 87 1 12쪽
164 Episode 47. 겉과 속 (2) 21.11.28 93 1 11쪽
163 Episode 47. 겉과 속 (1) 21.11.27 86 1 12쪽
162 Episode 46. 속전속결 (2) 21.11.26 95 1 12쪽
161 Episode 46. 속전속결 (1) 21.11.25 95 1 12쪽
160 Episode 45. 세계 연합 21.11.24 90 1 12쪽
159 Episode 44. 공략 시작 (3) 21.11.23 8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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