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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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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371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05.12 18:30
조회
1,836
추천
15
글자
10쪽

Episode 1. World of Reflector (1)

DUMMY

“현실보다 현실 같은 가상인가.”


최근 떠들썩한 이야기를 실은 뉴스를 보며 중얼거렸다.

【리플렉터】. 1년 전 갑작스럽게 나타난 기술은 세계에 크나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인류가 도달하지 못한 기술을 너무나도 쉽게 이룩한 조직, 오버로드에는 흥미가 많지만. 정작 【리플렉터】에 관해서는 의문이 든다.

조금 전까지 읽던 뉴스는 최근에 다시 한번 화제가 된 【리플렉터】 그중에서도 게임을 주제로 삼은 서버에 관한 이야기다.


현실을 모방한 가상, 이라는 점에서는 훌륭하다. 기술력 또한 더할 나위 없다.

지금까지 인류가 손에 닿지 못한 곳에 도달한 기술. 그들이 얼마나 뛰어난 조직인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가상현실은, 정보의 연장선이 아닌가?”


그런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프로그램은 결국 정보의 덩어리. 그렇다면,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가상현실은 결국 정보로 이루어진 덩어리의 끝. 정보의 연장선이 아닌가.

그런 의문이 드는 것이다.


뉴스의 한구석에는 【리플렉터】의 이야기를 적으며 이런 이야기가 있다.

또 하나의 세상.

정보의 덩어리. 실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가상현실. 그런 가상현실이, 정말 또 하나의 세상이 된다면.

그건.


- 삐. 삐. 삐. 삐.

- 삑.


“어, 무슨 일?”

“무슨 일이긴! 너 지금 뭐 해! 당장 회사 안 나와?!”


반쯤 무의식적으로 전화를 받았더니 잔소리를 들었다.

뉴스를 읽던 화면을 빠르게 넘기면서 대충 읽어둔다. 그동안 통화 너머의 잔소리는 흘려듣는다.

별로, 아침부터 듣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니까.


“야, 듣고 있냐? 니가 기획하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몇 개인데 기획자가 없어지면 어쩌라고! 이미 예산안까지 준비 다 됐어! 빨리 와!”

“메일 첨부, 모르는 건 기획서 참조. 한동안 연락하지 마. 할 일이 있으니까.”

“무, 뭐? 이 개---”


- 뚝.


“자, 메일 발송···. 끝.”


지금까지 큰일 없이 지내다가 최근 1년 동안 열심히 일한 이유가 어째서라고 생각하는 걸까.

알고 지낸 시간이 두 자릿수에 접어들 정도로 오래 알고 지냈으면 대충 짐작하고 있겠지. 게다가, 처음부터 자리를 양보한 것도 지금처럼 일을 떠넘기려고 생각했으니까.

단순히 억지일지도 모르지만. 뭐, 열심히 일하라고 회사인.


전화를 반쯤 억지로 끊고, 곧바로 같은 번호로 메일을 넣어둔다.

최근 특별하다 할 만한 뉴스는 없다.


“아니, 그건 아닌가.”


특별하다 할 뉴스가 없는 건 아니다.

그저, 특별한 뉴스 하나가 모든 뉴스 면을 장식하고 있다.


【World of Reflector】.


오버로드들이 직접 정보를 밝히고서 한 달.

그들이 선보인 체험판과 달리, 정식 서버의 서비스 날이 삼 일 전.

원래는 첫 개시일 날 접속하려 했다. 하지만, 운영 중인 【리플렉터】와 달리. 【World of Reflector】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전용 단말이 필요하다.

그 전용 단말은 오버로드들이 진행하는 추첨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다.


“어떻게든 구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힘들었네.”


단말기기에 사용된 기술은 완전한 미지.

각 연구소에서 뜯어보면서 분석 중이라지만, 사용된 기술의 1할도 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한다.

그런 단말기기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운이 좋았다.


“휴식이나 즐길까.”


찻잔을 비운 후, 적당히 처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순전히 운 좋게 구한 단말기기는 이미 방에 놔두었다.

적당히 몸을 풀면서. 나는 단말기기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이 방에는 별다른 가구가 없다.

조금 삭막해 보이는 풍경의 방에 있는 것이라고는 단 하나.

단말기기 뿐이다.


“오늘은 그다지 춥지 않네.”


방에 놓인 가구는 하나뿐이다. 그래도 방 자체는 나름 높은 기술이 사용된 것들이 많다.

그중 하나는 공기압 조절 장치다.

방 내부의 기압을 조절하며, 부차적으로는 온도나 습도도 조절해준다. 그 덕분에 나는 온전히 쾌적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본래 이 방은 독서를 위해 꾸민 방이다.

책을 보관하고, 읽고, 잠시 쉬려고 만든 방.

그런 방을 단말기기를 구한 날에는 곧바로 구조를 바꿔버렸다.

타인이 보기에는 완전 게임 중독자다.


“틀린 말도 아닌가.”


방 한가운데에서 여전한 빛을 발하는 단말기기를 보고 중얼거렸다.

게임에 그렇게 흥미를 보인 적은 없었지만, 한껏 인기 많은 오버로드들이 만든 가상현실. 그 가상현실 중에서도 뛰어나다고 불리는 【World of Reflector】.

기술력에 흥미를 느낀 것인지, 게임이라는 것에 이끌린 것인지.


‘뭐,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특별히 중요한 일은 아니라 생각하며, 방의 가운데로 향했다.

방 한가운데에는 단말기기가 이채로운 빛을 발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새하얀 캡슐처럼 보이는 단말기기는 흔히 공상과학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미래형 침대처럼 생겼다.


- 피슈우.


가까이 다가가서 표면을 쓰다듬듯 건드렸다. 건드린 캡슐의 표면은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틈이 생겼다.

부드럽게 열린 틈으로 보인 내부는 넓다. 겉으로 보이는 크기만큼의 내부 크기다. 사용된 기술을 생각하면 상당히 좁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좋은 방향으로 틀렸다.


‘좁은 것보다는 좋지.’


단말기기를 구하고 들어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구한 직후에는 스스로 놀랄 정도로 들떴다. 그 덕분에 시간 대부분을 방 정리에 허비했다.


열린 틈은 상당히 넓었다. 나는 넓은 캡슐 내부를 향해 발부터 들어갔다.

몸을 기댄 순간 푹신한 감각이 온몸을 감쌌다. 부드럽지만 튼튼한 감촉은 재료에도 심혈을 기울인 모양이다.


나는 문득, 단말기기를 선뜻 내어준 남자가 떠올랐다.

단말기기는 오버로드들이 추첨을 통해 선별한 사람에게 전해진다. 그리고 나는 당첨이 아니다.

그런 나에게 단말기기를 내어준 것은 이름 모를 남자. 듣자 하니, 회사에 있는 어떤 부서의 직원이라 했다.

어떤 부서였는지 그다지 흥미가 없어서 잊었지만, 남자의 용모는 대략 기억하고 있다.


“다음에 만나면 커피나 살까.”


회사로 돌아갈 생각은 없는데도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고마운 감정이 든다.

그 이름 모를 남자가 내게 단말기기를 내어주지 않았다면, 나는 가상현실을 즐길 수 없었겠지.

그 이후로 뭔가 이야기를 했던 모양이지만 잊어버렸다. 인사이동에 관한 이야기였던가. 흥미 없는 이야기다.


- 삑.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는 생각은 눈앞의 화면이 밝아진 것으로 사라졌다.

편안히 누운 자세에서 앞을 바라보면 단말기기에 내장된 모니터가 보인다. 모니터는 연한 빛을 내뿜으며 작동되기 시작했다.

내부의 불빛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형태만 어렴풋이 보일 정도다.


“책을 읽는 건 무리겠네.”


떠오른 감상을 중얼거렸다.

나는 【World of Reflector】를 시작하기 위해 간단히 조작했다. 조작법은 단말기기와 함께 건네받은 설명서에 있다.


《World of Reflector를 실행하시겠습니까?》

《Yes/No》


간단한 조작을 끝마치자 화면에는 리플렉터의 실행을 알리는 문구가 나타났다.

당연히 실행할 생각이다.


“Yes.”


말로 중얼거리며 단말을 조작해 Yes를 선택한다.

Yes를 선택하자 잠깐의 시간을 거치고, 화면에는 다음 문구들이 출력되기 시작했다.


《어서 오십시오. World of Reflector에.》

《처음이시라면 튜토리얼을, 두 번째 접속이시라면 사용자 등록을 권장해 드립니다.》

《튜토리얼/사용자 등록》


출력된 문구를 읽던 중에 자그만 의문이 생겼다.

【World of Reflector】는 가상현실 중에서도 게임을 주제로 삼은 서버(세계)다.

그런데 출력된 문구에서는 이미 가상현실에 도착했다는 듯한 분위기다.


‘설마, 가상현실은 루머였다. 그런 식의 결말은 아니겠지.’


지금까지 【리플렉터】의 서버를 접속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니, 【World of Reflector】는 첫 서버(세계)인 셈이다.

비교할 수 있는 경험과 정보가 없는 상황은 눈앞의 선택지가 최선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튜토리얼》


단말을 조작해 튜토리얼 문구를 선택한다.

다른 가상현실이라면 지금까지 몇 번 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오버로드가 주최하는 【리플렉터】의 가상현실은 이번 【World of Reflector】가 처음이다.

정보가 없으니 차근차근 나아갈 수밖에 없다.


《환영합니다.》

《첫 접속자를 위한 튜토리얼을 준비합니다.》

《준비 완료.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짧은 시간, 의식이 잠들 예정입니다. 본 상황은 World of Reflector에서 예상한 상황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튜토리얼 문구를 선택하자 조금 전과는 조금 다른 문구들이 나타났다. 동시에 조금씩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이게, 의식이 잠든. 다는. 이야기인가.’


한순간에 감기기 시작한 눈과 멀어지는 의식으로 경고 하나 상황에 미묘한 웃음이 나왔다.

이런 기술을 태연하게 허락한 정부에 의문이 들기도 잠시.

내 의식은 완전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의식이 돌아오는 순간에는 분명 현실이 아닌 가상에서 눈을 뜬다. 나는 묘한 기대감을 품으며 흐름에 몸과 의식을 온전히 맡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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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Episode 47. 겉과 속 (2) 21.11.28 9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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