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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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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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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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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7쪽

왕족만이 왕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내가 바보로 보여요?”

“아니요. 좀 슬픈 여자로 보이네요.”


류지호의 농담에 여자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 키 정도면 술을 사도 될까요?”

“프로듀서이자 영화감독 지호 류가 맞는다면....”

“맞아요. 내가 그 지호 류에요.”

“할리우드는 명성만큼 추악하죠.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환해지면 어둠이 사라지고. 밝은 모습만 드러나는 것과 같이.”


퇴짜를 맞은 것 같아 류지호는 장난을 그만 두기로 했다.


“영화하는 사람과 술 마시기 싫다면, 난 친구들에게 돌아가고요.”

“결혼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하하하.


류지호는 우연히 만난 예쁘장한 아가씨가 재밌었다.

농담의 코드가 맞지 않아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정식으로 인사해요. 샤논 T 챔버스에요.”


류지호가 샤논 챔버스(Shannon Tox Chambers)가 내민 손을 잡고 가볍게 악수를 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한국에서 왔고, 할리우드에서 명성을 얻고 있지만, 추악하지 않다고 자부하는 지호 류랍니다.”

“혼자 왔어요?”

“친구들과 왔어요. 샤논은 혼자에요?”

“퇴근하고 가볍게 마시고 들어가려고....”

“단골?”

“네.”

“샤논의 직장이 근처에 있나 보군요?”

“Tox에서 근무해요.”

“Tox? Tox Enterprises?"

“네.”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Tox Enterprises는 케이블TV를 포함해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소유하고 있는 가족 경영 회사다.

수많은 미국의 언론기업 중에서 결코 만만히 볼만한 미디어 기업이 아니다.


"PD? 작가? 연출?“

“그쪽 분야는 아니에요.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고 있어요.”

“재밌어요?”

“네. 곧 옮겨야 하겠지만.”

“회사를 옮겨요?”

“내년에 캘리포니아로 갈 것 같아요.”

“행운을 빌어요.”

“사람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다니, 지나친 자신감 아닐까요?”

“즐겁게 해 줄 수 있다곤 안 했는데...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지.”

“혹시 Tox 채널과 인터뷰 해줄 수 있어요?”

“안 되는 걸 알 텐데요?”

“그냥 한 번 물어봤어요. 그리고 그쪽 집에는 안 갈 거니까. 꿈도 꾸지 말아요.”


원나잇을 거절한다는 의미다.


하하하.


“왜 자꾸 웃어요?”

“웃기려고 했잖아요. 웃어주는 것이 신사의 매너죠.”

“난 안 웃겼어요.”

“큭. 샤논의 공격이 멋지게 성공했네요.”

“난 영화감독과 사귀기 싫어요.”

“프로듀서이기도 해요.”

“그건 더 최악이에요.”

“그럼 월가 사람은?”

“더더 최악이에요.”


샤논 챔버스와의 말장난이 나름 재미있었다.

류지호는 이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바텐더에게 손짓으로 그녀가 마실 술을 주문했다.

샤논이 명함 케이스를 꺼냈다.


“캘리포니아로 회사를 옮기면 볼래요?”


류지호가 그녀가 내민 명함을 받았다.

그러나 자신의 명함을 꺼내지는 않았다.

샤논은 그럴 줄 몰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만나서 반가웠어요. 샤논.”

“즐거운 시간 보내요. 지호.”


그렇게 류지호는 작별인사를 나누고 돌아섰다.

류지호가 테이블로 돌아오자마자, 성질 급한 고우찬이 물었다.


“누구야?”

“샤논 챔버스래.”

“무슨 이야기 했어?”

“그냥 인사.”

“근데 왜 그냥 가.”

“피곤해서 쉬겠대.”

“고자냐? 오는 여자를 왜 그냥 보내?”

“뭔 개소리야? 난 일할 때 한 눈 안 팔아.”

“지랄한다.”


류지호는 술자리 내내 고우찬에게 놀림을 당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딘가 파파라치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데....’


샤논 챔버스는 미디어 업계 관계자다.

인터뷰 요청이었다고 하면 스캔들로 번질 것 같진 않았다.


“그만 좀 마셔. 내일 촬영 안 해?”

“어디서 주제넘게 잔소리야?”


고우찬은 답지 않게 일찌감치 술자리를 정리했다.

일할 때 한 눈 안파는 친구를 위해.

그리고 친구가 일만 하도록 만들어주기 위해서.


“일찍 들어가서 쉬어야 일을 할 거 아냐!”


류지호는 몰랐다.

오늘 명함을 받은 샤논 챔버스가 얼마나 대단한 가문의 여성인지.

그녀는 Tox Enterprises 상속자의 직계 손녀다.

Tox Enterprises는 1898년 오하이오 주지사 제임스 톡스가 데이튼 데일리 뉴스란 이름으로 창업한 후 애틀랜타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미디어 그룹이다.

애틀랜타 최대 일간지 애틀랜타 컨스티튜션을 비롯해 미국 전역에 수십 개의 지역 신문사, 케이블 방송, 라디오, 자동차 딜러 회사 등을 보유하고 있는 초거대 기업이다.

Tox 가문의 재산은 알려진 것만 200억 달러(대략 22조 원)다.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명문가란 소리다.

샤논 챔버스는 재벌가 손녀답지 않게 마케팅 부서에서 일반 사원으로 근무하며, 퇴근 후 단골 펍에서 가볍게 맥주를 마시는 소탈한 삶을 살고 있다.

물론 꽤 큰 상속을 받을 예정이긴 하다.


❉ ❉ ❉


“네가 영화촬영 하면서 한가한 건 처음 보는 것 같아.”


고우찬은 정식 크루가 아닌 옵저버 신분이다.

그런데 마치 류지호의 경호원처럼 굴었다.


“한가한 것처럼 보여?”

“빅키 형이 다 찍는 것 같던데?”


액션 시퀀스는 빅키에게 맡기는 편이다.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 설 때만 류지호가 나선다.


“그래도 돼? 네 영화잖아.”

“액션 찍을 때는 한국도 대체로 그렇게 해.”

“원래 그런 거야?”

“스토리보드와 프리비주얼에서 어지간한 건 합의를 봤기 때문에, 스태프들이 헤맬 일이 없지. 난 약속대로 찍어지고 있는가만 확인하면 되고.”

“영화 찍을 때마다 눈에서 광선이 나오던 네가 여유만만 하니까....”

“어색해?”

“할리우드가 널널한가 보다 싶다.”

“안 그렇다는 걸 이제부터 보여줄게.”


류지호가 고우찬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촬영현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견을 보이는 스턴트팀과 촬영팀을 중재했다.

<Remo : The Destroyer>는 여러 장르적 재미를 복합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특히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다.

아무래도 연출·촬영·스턴트 등의 파트가 준비를 가장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세 번째 장편영화를 연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이 있다.

할리우드의 안전에 대한 강박관념이다.

도전적인 장면연출을 시도하긴 하지만, 항상 안전이 최우선이다.

준비시간을 넉넉히 갖는다.

리허설을 굉장히 꼼꼼하게 진행한다.

실제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은 허무할 정도로 짧다.

그럼에도 풍부한 편집소스를 얻을 수 있다.

효율적인 멀티카메라 운용 때문이다.

빅키팀의 액션 디자인은 다른 할리우드 영화와 마찬가지로 시원시원하고 통쾌함에 주안점을 두었다.

거기에 류지호는 작은 아이디어들을 보탰다.

가령 책상을 사이에 두고 레모와 적이 대치하는 상황이 있다고 친다면.

적이 총을 뽑으려는 찰라, 레모가 그보다 먼저 책상 위에 놓여있는 전화기의 수화기를 집는다.

냅다 적을 향해 수화기를 던져보지만.

전화선이 짧아 수화기가 적에게 닿지 못한다.

레모는 물론이고 적조차 순간적으로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런 에피소드에서 빅키는 적으로 출연한 배우에게 레모를 비웃는 연기를 주문한다.

액션 영화의 전형적인 연출공식이다.

류지호는 그런 리액션 없이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원했다.

전화선이 짧은 상황 자체로 코믹한 상황이 끝났기 때문에 적의 얼굴을 넣는 것은 긴장감의 밀도를 확 떨어뜨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다음 상황에 대해서도 류지호와 빅키팀은 생각이 다르다.

빅키팀은 적이 쏜 총알을 레모가 멋지게 피하고 반격하는 합을 보여주려고 한다.

반면에 류지호는 책상을 밀어 적의 움직임을 약간 늦춘 상태에서 총알을 피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빅키팀은 캐릭터의 동작과 그에 따른 그림을 먼저 고려한 것이고, 류지호는 리얼리티를 조금이라도 살려보려는 고민을 넣은 것이다.

심지어 류지호는 레모가 총알을 완벽하게 피하는 것이 아니라, 목 혹은 어깨, 옆구리 등에 약간의 상처를 입도록 연출한다.

그런 것들이 쌓여야 클라이맥스에 제대로 효과를 폭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투쟁하고 성장하는 인물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홍콩영화를 경험한 최영웅의 방식은 또 다르다.

디테일을 무척이나 신경 쓰는 타입이다.

레모가 적에게 책상을 밀칠 때, 무릎으로 책상을 차게 한다.

책상에 밀려 적이 중심을 잃는 순간, 레모가 촐싹거리며 자신의 무릎을 비벼대는 연기를 하나 더 추가한다.

방사룡 특유의 슬랩스틱 코미디 액션 연출이다.

두 스턴트맨의 액션 디자인이 다르고, 류지호의 연출 콘티가 달랐다.

감독인 류지호는 자신의 연출을 고집해도 되고, 가장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채택해도 된다.

각각의 아이디어들을 살리면서 전체 톤 앤 매너를 헤치지 않게 조율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그것이 감독의 역할이니까.

스턴트 코디네이터는 표현하고 싶어 하고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전체적으로 과잉된 연출을 보인다.

가령 고통을 참고 있는 주인공을 묘사한다고 치자.

스턴트 코디네이터는 배우가 고통을 참는 걸 연기로 표현하라고 주문한다.

감독은 부상 부위를 슬쩍 보여주고, 아무렇지도 않은 배우의 표정을 보여준다.

조금 더 나간다면 식은땀이 흐르는 이마나 주먹을 쥐락펴락하는 정도다.

연출가는 배우에게 감정을 숨기라고 주문한다.

상황과 심리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싶어 한다.

조명을 이용한 분위기일 수도 있고, 소품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런 게 연출이 하는 일이다.

관객과 지적인 게임 혹은 밀당을 하는 것.

배우의 연기에 기대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미장센 혹은 섬세한 콘티에 녹여내는 것.

그것이 연출이다.

평범한 상업영화 감독은 관객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훌륭한 상업영화 감독은 철학을 보여주고.

위대한 상업영화 감독은 관객을 매혹시킨다.

영화감독은 관객의 마음을 훔치는 직업이다.

그것도 취향이 제각각인 불특정한 대상의 마음을 매료시켜야 한다.

그런 면에서 대중예술과 사기는 한 끗 차이다.

인간의 마음과 심리를 훔치고 속여야 하니까.


✻ ✻ ✻


애틀랜타 로케이션의 마지막 날.

콘 맥클리(샘 잭슨)와 토로(리보비치 마시코프)가 영화를 통틀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주하는 장면을 찍었다.

미 국무장관을 비롯해 국방장관, 대통령 안보담당 보좌관, 나토 유럽최고 사령관 등 미고위급 협상중재자들이 애틀랜타에 집결하는 모습을 하루 종일 촬영했다.

단역 출연자들은 모두 애틀랜타에서 섭외한 배우들이다.

오랜만에 애틀랜타 시내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촬영되어서인지 많은 시민들이 촬영을 구경했다.

지역 매스컴은 주요 방송시간에 그 모습을 비하인드 컷으로 내보냈다.

데이튼 평화협정 회의장에는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장관들이 모여 관계정상화 협정안을 마련한다.

보스니아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회의장을 폭파시키려던 토로 일당의 음모는 레모 윌리엄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저지당한다.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원과 공권력이 동원되어 용의자 체포에 나선다.

결국 토로를 체포하는 것은 CURE의 콘 맥클리다.

콘 맥클리는 토로를 현장에서 사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살려서 체포한다.

정치적 판단 때문이다.

살아있는 토로의 존재가 독재자 밀로세비치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

레모와 치운과 사뭇 대조를 이루는 판단이다.

콘 맥클리는 자신이 체포한 토로 일당을 CIA에 넘긴다.

아니 넘길 수밖에 없다.

CURE는 비공식 조직이었으니까.

영화 마지막에서 CIA가 유럽 전역에서 벌이는 전범 수배자 체포 작전을 상황실에서 지켜보는 콘 맥클리를 보여준다.

목숨 걸고 정보를 수집하고, 음지에서 테러를 막아낸 CURE는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해리 팔머 시리즈’가 말하듯 세상의 판을 뒤흔들기 위해 암약하지만, 결국 그 판의 일부로도 편입되지 못한 채 스러져가는 미생의 삶.

그것이 스파이의 삶이다.

특히 흑인 스파이 콘 맥클리에게 돌아오는 영광은 아무것도 없다.

치운과 레모는 영화 내내 유쾌하고 통쾌함을 선사한다.

류지호는 콘 맥클리를 통해 비정하면서도 또 처연한 스파이의 운명적 삶이란 조미료를 영화에 살짝 뿌렸다.

영국의 채널4 TV는 미국이 UN결의를 무시하고, 보스니아 정부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명백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보도한다.

이는 앨리나 와츠가 연기한 MI6 요원이 영국정부에 전달한 정보를 토대로 한다.

MI6 요원은 영화 내내 철저하게 NGO인척 연기한다.

1편에서는 미인계와 속임수와 거짓말이 탁월한 스파이로 묘사된다.

그리고 레모 윌리엄스를 이용해 목적을 완수하는 배신녀를 연기한다.

이후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협력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목적을 향해 반목하기도 하는.

레모 윌리엄스와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영화 <Remo : The Destroyer> 시리즈에서 스파이다운 인물은 콘 맥클리, MI6 그 외 단역들이다.

정작 주인공 레모 윌리엄스는 스파이들의 작전을 망쳐놓거나 무시한다.

지적이며 은밀함과는 반대로 직진 돌격하는 모습을 보인다.

세계 최고의 암살자라는 치운에게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살육을 저지르는 것을 배웠다.

물론 잘못 배웠다.

치운은 그래도 될 정도로 적수가 없는 괴물이다.

반면에 레모 윌리엄스는 미숙하다.

레모와 치운으로 인해 사건이 엉망진창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정보 당국은 목적을 달성한다.

두 사제가 저지른 무수한 사고들을 정리하고 설거지하는 역할이 샘 잭슨이 연기하는 콘 맥클리다.

두 주인공은 일을 크게 키우고, 때려 부수고, 적들을 죽일 뿐.

스파이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레모 윌리엄스의 코드명은 TeDy(The Destroyer)다.

암살자처럼 은밀하게 잠입해서, 결국 람보처럼 적들을 학살하는 존재.

또한 Teddy Bear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에서 유래했다.

다혈질에 가까운 인물로 싸우는 걸 좋아했던 바로 그 시어도어 루스벨트다.


[Speak softly, and carry a big stick.]


말은 부드럽게 하되 몽둥이는 큰 걸 들고 다녀라는 의미다.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외교정책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영화에서 Ted(d)y라는 코드네임은 미국의 그 같은 외교노선을 풍자하고 있다.

또한 Teddy Bear에는 인간의 사지를 상완, 허벅지 부위에서 절단한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유래된 은어이기도 하다.

어쨌든 내면적인 고민과 인간으로서 성숙해지는 것과 별개로 레모 윌리엄스의 정체성은 인정사정없는 암살자다.

샘 잭슨은 류지호에게나 Timely Studios에게 아주 중요한 배우다.

그는 '어벤져스 계획'(Avengers Initiative)의 초기 단계부터 관여, 사실상 TCU의 ‘어벤져스’ 팀 결성을 주도한 인물 닉 퓨리를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C.U.R.E와 S.H.I.E.L.D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다.


‘<Remo : The Destroyer>가 장기 시리즈가 되어도 문제네.’


만약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콘 맥클리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3편 정도에서 콘 맥클리를 사망 처리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듯 싶네.’


짝짝짝.


애틀랜타에서의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수고했어요. 다들 LA에서 봅시다!”


모든 제작진이 애틀랜타에서 철수했다.

류지호와 주요 배우들은 애틀랜타에 하루 더 머물러야 했다.

애틀랜타 시장과 지역의 유력 인사들이 참석하는 자선행사에 초청받았기 때문이다.

애틀랜타시의 동부지역은 상대적으로 흑인 인구가 많이 살고 있다.

특히 군부대가 많았는데, 주한미군 근무를 했던 현지인들이 많은 편이다.

시정부에서 촬영허가와 편의를 봐준 것에 대한 사의를 표하는 것과 별개로 조지아주에서 류지호의 인맥 형성을 위해서라도 자선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좋았다.


“오빠!”


이곳에 있어선 안 되는 여동생이 호텔에 모습을 드러냈다.


“응?”


4 Seasons Motor 호텔의 가장 비싼 객실 문이 활짝 열리며 류아라가 뛰어 들어왔다.

류지호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지만, 일단 팔을 벌렸다.

하지만 여동생은 류지호의 품에 안기지 않았다.


‘지를 어떻게 키웠는데......’


머쓱해진 류지호가 슬그머니 팔을 내렸다.


“연락도 없이 애틀랜타까지 어쩐 일이야?”

“겸사겸사.”

“LA 집에서 순호와 놀고 있으라니까.”

“작은 오빠도 바쁘대.”

“그럼 뉴욕으로 가지 그랬어.”

“거긴 춥잖아.”

“내일 LA로 돌아간다는 말 못 들었어?”

“오빠 힘내라고 응원하러 왔지.”


류아라는 지난 11월에 수능을 봤다.

최근 연희대학교에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9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전체적으로 전년도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전년도보다 문제가 쉽게 출제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370점 이상 고득점자의 경우 수능 변별력이 낮아졌다.

상위권대 정시모집에서 학교생활기록부. 논술 비중이 지난해보다 커졌다.

또 260~320점대 득점 층이 상당히 두터워져 중위권 대학 정시모집에서 상당한 혼전이 벌어졌다.

지난해에 비해 인문계는 25.8점, 자연계는 31.8점, 예체능계는 28점이 올라 자연계 문제가 훨씬 쉬웠던 것으로 평가됐다.

류아라는 380점 대 점수를 받았다.

연희대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했다.

예년이라면 합격이 수월했겠지만, 고득점자가 많이 나와서 부모님들이 가슴을 졸였다.


“이대 가고 싶다고 하더니....?”

“여중여고만 다녔잖아. 대학도 여대 가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어.”

“성적이 안 된 건 아니고?”

“연희대거든?”

“사회복지학과는 이대가 알아주지 않나?”

“UCLA 졸업했다고 한국 대학 무시하는 거야? 올해 수능이 쉬워서 다들 점수가 높게 나왔단 말이야. 연희대 붙은 것도 엄청 대단한 거야.”


이화여대는 1947년 국내 최초로 사회사업학과를 만들었다.

사회복지학과에 있어서는 서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학은....?”

“사회복지학과에 회의감이 생기면. 그때 생각 할래.”


류아라는 부모님의 다울재단을 돕는 것으로 졸업 후 진로를 잡았다.

때문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다.

틈틈이 부모님을 도울 야무진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사랑한다. 아라야.”

“그게 뭐야? 오글거려.”


류아라가 깔깔 웃으며 과장되게 자신의 팔을 쓰다듬는 시늉했다.


“내 동생들 오빠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거 알지?”


오빠가 혼내기 위해 밑자락을 까는 것으로 안 류아라가 여우짓을 했다.


“잘못했어. 큰오빠... 다신 연락 없이 마음대로 행동하지 않을 게.”


열악한 경제 사정에 쪼들리고, 삶의 찌든 억척스러운 아줌마는 이제 없다.

건강하고 명랑한 숙녀가 있을 뿐이다.

삼남매가 우애가 깊은 것이 다행이다.

한 가지 류지호로서 아쉬운 것은 동생들이 너무 빨리 커버렸다는 점이다.

과거로 돌아 온 후로 너무 바쁜 삶을 살다보니, 동생들과 많은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쓰담쓰담.


류지호가 여동생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류아라가 어린 시절처럼 오빠의 손길에 머리를 맡겼다.

그리고 말 잘 듣는 고양이 표정을 지어보였다.


“말릭, 가까운 백화점으로 안내하세요.”

“네. 보스.”


말릭이 남매를 애틀랜타의 피치트리에 있는 핍스 플라자(Pipps Plaza)로 안내했다

부유층 동네와 가까운 고급 쇼핑몰이 각종 명품점이 입점해 있었다.

벅 헤드 지역의 애틀랜타 최대 쇼핑몰인 리녹스 스퀘어와 함께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몰이다.


“갑자기 웬 옷?”

“오빠가 내일 자선행사에 참석해야 하거든.”

“나도 가는 거야?”

“애프터 파티에 한인 가족들도 온다고 하니, 심심하진 않을 거야.”

“파트너가 없어?”

“파트너 동반 참석은 아니야. 영화팀에서는 윌리 워커와 샘 잭슨이 함께 참석하기로 했어.”

“<펄프픽션>에 나온 이상한 아저씨?”

“신사야. 행사장에서 실수 하지 말고.” “윌리 워커란 사람은 잘 생겼어?”

“벌써부터 얼굴 보냐?”

“남자 얼굴보지, 그럼 뭘 봐.”


남매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며 브랜드 상점들을 돌았다.


“오빠, 여기 다 명품 브랜드만 있어.”

“그런가보네.”

“진짜 파티 드레스 사줄 거야?”

“응.”

“한국에서는 파티 드레스를 입을 일이 없는데....”

“미국에서는 재력을 과시하는 것도 PR이야.”

“그래도 적당한 가격대가 좋지 않을까? 사람들을 적당히 물러서게 하면서, 적당히 다가오게 만드는 정도의 브랜드.”

“오호라... 우리 아라가 그런 생각도 할 줄 알아?”


한국에서는 류지호가 입고 다니는 옷이나 시계 등이 화제가 된지 오래다.

미국에는 특별하지 않았다.

그보다 훨씬 고가의 그리고 유명한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 셀럽들이 널리고 널렸으니까.

류지호는 여동생을 위해 시원하게 카드를 긁었다.


“얼마 나왔어?”

“알아서 뭐하게? 가자. 구두 사야지.”


남매는 두 시간 동안 명품 쇼핑을 즐겼다.

오랜만에 하는 쇼핑에 흠뻑 빠질 만도 했지만, 류아라는 오빠를 괴롭히지 않았다.

그것보단 처음으로 외국의 사교무대에 처음 가본다는 설렘과 긴장이 섞인 복잡한 감정 때문에 싱숭생숭 했기 때문이다.


“오빠 회사 뉴스 나온다!”


저녁까지 먹고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류아라가 TV를 켜며 말했다.


[JHO Company가 6일 오후 Warner-Time사로부터 Se7ven Flags Theme Parks, Inc.를 20억 달러에 인수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복합엔터테인먼트 그룹 JHO는 계열사 IP를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던 가운데 의장인 지호 류와 에드윈 터너 사이에서 지난 선밸리 컨퍼런스에서 이번 인수와 관련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거래에 독일의 워너-타임 무비 월드와 아직 건설되지 않은 무비 월드 마드리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유럽의 테마파크 시장 진출까지 동시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호주 골드 코스트의 무비 월드는 이 거래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워너-타임의 무비 월드 브랜드 전부를 인수하진 않은 것으로 관측됩니다.]

- CNN 마크 존슨.


지난여름 선밸리 컨퍼런스에서 처음 이야기가 나온 미국의 대형 테마파크 기업 Se7ven Flags Theme Parks 인수합병이 5개월 만에 성사됐다.

류지호는 <Remo : The Destroyer>를 작업하느라 도널드 제이콥에게 전권을 주고 협상에 나서도록 했다.

이미 한국에서 연말 휴가를 보낼 때 보고를 받은 내용이다.


“테마파크면 놀이공원?”

“응.”

“와.... 세계에서 가장 큰 놀이공원이면 미키마우스랜드보다 더 커?”


류지호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여동생이 금방 이해할 수 있을지 생각을 정리했다.


“미키마우스랜드가 과천의 서울랜드와 서울대공원은 합쳐놓은 것이라면 세븐 플래그는 잠실의 광성월드 같은 놀이동산이야.”

“아, 세븐 플래그는 놀이기구만 있는 놀이동산이구나?”

“응.”


류아라는 그런가 보다 했다.

속내를 알면 절대 저런 반응을 보일 수가 없다.

테마파크 회사 인수비용이 무려 20억 달러였으니까.

게다가 주식 전부를 양도 받은 것도 아니다.

워너-타임이 보유하고 있던 59%만 인수했다.

그것도 인수경쟁을 벌이던 회사와 경쟁을 벌임으로써 2억 달러를 더 썼다.

류지호의 스타일대로 상장폐지를 시키게 되면 5억 달러 이상이 추가로 소요된다.

물론 전 세계 서른 개가 넘는 테마파크들 중에서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이 없는 곳들을 추려 정리하게 되면 얼마간의 자금이 마련되기야 하겠지만, 상장폐지를 위해서는 꽤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암튼 Se7ven Flags Theme Parks는 세계 최대 테마파크 사업자다.

매해 중소 테마파크를 먹어치워 왔다.

그로 인해 부채와 재정적자가 위험수준에 근접했다.

JHO Company는 한동안 재정악화를 해결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판이다.


“그럼 한국에도 놀이공원 만드는 거야?”

“글쎄.....”

“인천 송도에 하나 만들면 좋겠다. 거기 국제도시 들어선다는데.”


JHO Company가 보유한 IP를 활용한 테마파크를 한국에 만들 생각은 있다.

그 또한 (주)가온 전략기회실에 TF를 꾸려 이미 사업성 검토 중에 있다.

류지호를 포함해 여섯 명 정도만 알 정도로 철저히 보안에 붙이고 있다.

저녁 늦게 스위트룸이 연이어 손님이 찾아왔다.


“데본, 어서 와요.”


데본 테럴이 자선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LA에서 날아왔다.

조지아주에는 해병대 병참기지 외에 군부대가 다수 존재했다.

특히 킹스 베이에는 미 해군 잠수함 기지가 있다.

오하이오급 핵추진 잠수함 6척이 킹스 베이를 모항으로 해서 활동하고 있다.

해군 장교 출신 데본 테럴은 류지호에게 조지아주에서 근무하고 있는 군 장성들과 인연을 맺어주기 위해 일부러 애틀랜타를 찾았다.


“슬로바키아에서 촬영은 잘 마치셨습니까?”

“덕분에요.”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까?”

“파벨 지부장이 잘 서포트해 줘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네요.”


모임이나 행사에 참석하는 일련의 행위는 모두 업무와 연관되어 있다.

이번 자선행사 참석에는 캘리포니아, 뉴욕, 아이오와에 이어 조지아주에도 류지호의 네트워크를 만들 기반을 닦기 위한 목적이 컸다.

사실 류지호에게 애틀랜타는 전혀 낯선 주가 아니다.

일단 친분이 두터운 에드윈 터너의 TBS가 애틀랜타가 본거지다.

코크 컴퍼니, 델타에어라인 등 애틀랜타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배당 잘 주는 기업들이라 주식을 팔 일도 없다.

특히 코크 컴퍼니 주주에는 에드워드 버펫을 포함해 이름만으로 쟁쟁한 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류지호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그들과 네트워크가 이어지는 셈이다.

어쨌든 데본 테럴이 자신이 묵을 객실로 돌아가고 매튜 그레이엄까지 합류했다.

그 역시 매트로 애틀랜타 지역의 기업가들과의 인맥관리를 위해 찾아왔다.


“맷 삼촌!”

“삼촌이라니!”

“삼촌을 삼촌이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요?”

“오빠라고 부르라니까! 난 Jay 의형이란 말이야.”

“레오나도 삼촌이라고 부르던데요?”

“오빠라고 불러봐.”

“삼촌!”

“오빠!”


쓸데없는 호칭 문제로 두 사람이 옥신각신했다.

혼자 호텔 객실에서 적적하게 지내다가 시끌벅적한 것이 나쁘지 않았다.

예술가는 고독과 친구처럼 지내야 한다고들 말한다.

인간인 이상 외로움은 어떤 질병보다 무섭다.

두 번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류지호조차도 이겨내기 쉽지 않을 정도로.


작가의말

본 소설에서 묘사하는 ‘The Destroyer’는 원작소설과 주인공의 설정 빼고는 완전히  다릅니다. 혹시 호기심이 생겨서 원작을 구해 읽어보시겠다고 하면 말릴 수야 있겠습니까마는, 그 시간에 한국의 뛰어난 웹소설을 한 편이라도 더 읽는 것이 이로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활기찬 한 주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PS. 도뮤님, 하얀유니콘님 과분한 후원 감사드립니다. 성실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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