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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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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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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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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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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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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곧.... 필름은 죽습니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는 NAB 2001 행사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에 앞서 미국가전협회(CEA), 미국방송인협회(NAB)의 고위층 인사들과 개별적인 만남을 가졌다.


“일반인들의 디지털TV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올 가을부터 신문·방송광고, 지역별유통사 공동광고, 홍보캠페인 등을 공동 진행할 겁니다. 올 가을 일부 지역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점차 지역을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이 공동 프로모션이 소비자에게 D-TV와 HDTV의 장점을 알리고 D-TV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JHO/DirecTV 역시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디지털 텔레비전 관련 기관장들이 D-TV 홍보에 적극 나서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류지호는 D-Cinema의 최선두에 서 있는 인물이다.

NAB 전시 행사 오픈 전부터 열리는 각종 세션과 컨퍼런스 등에서 D-TV솔루션, DVR·브로드밴드시스템·멀티미디어콘텐츠 저작 툴에 관한 기술과 표준 등을 놓고 열띤 토의가 벌어졌는데, 거의 모든 섹션에서 류지호에게 초청장이 쏟아졌다.


“현재 최대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뭡니까?”


류지호의 물음에 JHO/DirecTV CEO 얀 호퍼가 대답했다.


“미국 내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가 ‘Must-Carry(의무전송)’입니다. FCC는 물론이고 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TV사업자들 간에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상파와 케이블TV의 의견차는 뭐고요?”

“지상파방송사들은 케이블TV에서 지상파방송 프로그램 전송이 보장되지 않는 한 시청자가 없는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케이블TV사업자들은 지상파방송사들이 먼저 질 높은 D-TV프로그램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느긋한 입장을 보이고 있죠.”

“그래서 FCC의 입장은 뭐예요?”

“제가 파악하기로는 케이블TV사업자를 두둔하는 인상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네요?”

“각 부분의 이해관계가 워낙 상충되고 있어, 완전 디지털 전환은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 않습니다. 방송 산업계의 리더십 있는 과감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인데.....”

“UOL과 워너-타임의 합병 여파로 방송 산업 전반이 뒤숭숭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합병한 UOL·워너-타임의 주가가 처참했다.

합병이 발표된 일 년 전에 비해 무려 76%가 빠졌다.

두 거대 기업의 합병으로 시너지를 낼 것 같았던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합병 전보다 대폭 하락했다.


“에드윈은 참석하지 않았죠?”

“최근 언론 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얼마 전 류지호는 에드윈 터너와 함께 통 큰 기부에 나선 바 있다.

UN에 대한 재정지원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 최근 에드윈 터너가 주식 100만 주(5,000만 달러 상당)를 처분해 화제가 됐다.

그는 자신이 세운 TBS를 통해 워너-타임과 UOL 등 몇 차례 합병과정에서 1,240억 달러 규모의 재산을 모았다.

그렇게 모은 재산의 일부를 유엔에 대한 지원활동에 사용하기로 공언했다.

지난 1997년이었다.

에드윈 터너는 UN의 난민구제와 질병퇴치 등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연간 1억 달러씩 1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작년 12월에는 UN분담금과 관련해서 회원국들이 미국에게 요구하는 분담금의 차액 3,400만 달러를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그로인해 몇 년 째 끌어온 UN분담금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했다.

며칠 전에는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무기의 감축 캠페인을 위해 연간 5,000만 달러씩 2억5천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부에 류지호도 동참하기로 했다.

에드윈 터너처럼 10년 간 총액 10억 달러를 UN에 지원할 순 없고, 5년 안에 총액 2억 달러를 지원해 주기로 약속했다.


“에드윈은 회사에서 입지가 어때요?”

“UOL 쪽 임원들이 대거 워너-타임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터너씨는 사실상 힘을 잃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딱히 에드윈 터너의 처지가 딱하거나 안타깝지는 않았다.

비록 합병 후 주가가 대폭 하락해 그의 재산 상당 부분이 증발해버렸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부자다.

그가 소유한 기업들도 몇 개나 되고,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부동산 부자이기도 했다.

세상 쓸데없는 걱정이 에드윈 터너같은 억만 장자에 대한 걱정이다.


“The WBTV 인수합병이 무산된 것과 일본 위성방송 사업 철수 부분은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일단 북미 최고의 위성방송이 먼저입니다.”


The WBTV는 워너-타임의 케이블TV 네트워크다.

UOL과의 인수합병 발표가 있기 전인 작년 초순.

얀 호퍼 CEO가 워너-타임 측에 The WBTV를 인수하고 싶다고 제안했었다.

JHO Company 그룹이 보유한 UOL 주식과 현금 포함 주식교환 형식의 조건을 제시했다.

워너-타임 측에서는 얀 호퍼의 제안을 반겼다.

계열사에 터너 브로드캐스팅이라는 종합 케이블 방송사가 있었기에 The WBTV를 매각하는 문제를 크게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다.

대신 인수합병 기업인 UOL에서 극렬하게 반대했다.

The WBTV 인수가 불발된 후로 JHO Company 그룹과 류지호는 UOL 주식을 대부분 처분해버렸다.

UOL과 워너-타임의 합병이 완료된 후로 잔여 주식까지 모두 매각해버렸다.

인수가 물 건너가면서 경쟁사 주식을 보유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위성은 또 언제 발사할 예정입니까?”

“올 가을에 하나, 2003년에 가서 또 하나를 쏘아올 것 같습니다.”

“2003년이 되면 라틴아메리카 전 지역에서 우리 방송들을 시청할 수 있게 되는 겁니까?”

“네. 보스.”


얀 호퍼는 5년 내 JHO/DirecTV 가입자 2,600만 명을 자신했다.

류지호를 즐겁게 하는 것은 JHO/DirecTV가 디지털 텔레비전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업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라이언 클래식이 보유하고 있는 고전 영화들을 디지털 리마스터링해서 트라이-스텔라 텔레비전 채널을 통해 HD로 방영하고 있었다.

JHO/DirecTV라는 위성방송을 통해서.

HD 콘텐츠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였다.

게다가 한국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서비스하는 JHO/DirecTV는 최신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시청할 수 있는 방송도 송출하고 있다.

그로인해 품질이 좋지 못한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보는 수고를 교포들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게 됐다.

암튼 2003년이 되면 중남미 전 지역이 JHO/DirecTV 위성방송권역이 들어오게 된다.

히스패닉과 스페인어 고객들을 위한 채널도 추가시킬 예정이다.

JHO/DirecTV는 175개의 채널권을 승인 받았다.

현재는 130개 채널을 송출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트라이-스텔라 텔레비전(TsTV), TBO 등 대여섯 개의 유료채널에서 종일 HD 위성방송을 내보낼 계획이다.


“D-Cinema 부문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AMT와 계약을 맺을 예정입니다. 성사된다면 2003년부터 위성송출 서비스를 하게 됩니다.”

“현재 미국 내 디지털 상영관은 몇 개나 된답니까?”

“작년 기준 56개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는 그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트라이-스텔라 계열 영화들 위주겠죠?”

“그렇습니다. 관련해서 업계 표준이나 방식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요금은 어떻게 됩니까?”

“디지털 프로젝터는 AMT가 부담합니다. 배급사는 위성전송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메이저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D-Cinema의 표준과 규격이 정해질 터.

그런 이후에야 디지털 영사기 교체비용 문제와 위성 및 광전송 수수료 문제 등이 논의된다.


“갈 길이 멀지만 스텝 바이 스텝으로 잘 진행해 봅시다.”

“네. 보스.”


❉ ❉ ❉


국제방송장비박람회 ‘NAB2001’은 디지털 방송전환시점에 맞춰 디지털방송장비와 디지털인터랙티브방송(iDTV) 솔루션들의 각축장이 열렸다.

전통적인 방송기자재 업체인 일본의 소닉·나쇼날·도쿄시바우라·고키시치 등은 디지털카메라· 디지털편집시스템· 송출장비를 선보이며 디지털방송 하드웨어시장 선점에 나섰다.

MSTV·Abid·Adovy·Doldy 등 영상음향 소프트웨어 강자들과 Intech·COMTIQ·Sun Micro 등은 각종 솔루션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며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자랑했다.

한국은 물론 북미와 유럽에서 올해 말과 내년 초를 기점으로 지상파·위성방송·케이블TV 등에서 본격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시작하기 때문에 시장 선점을 노리고 신기술을 대거 소개했다.

라스베이거스 센터 전시장에는 D-TV스토어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전 세계 3대 전자박람회 CEA·NAB·ATSC가 공동 후원해 마련한 전시관이다.

전 세계 D-TV 제조사의 신제품을 한 번에 비교해볼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었는데, 한국의 오성과 금성전자의 제품들도 세계적인 브랜드 사이에서 전시되고 있었다.

전시장 곳곳에 한국인도 꽤나 많이 눈에 뜨였다.


“한국 기업들은 모두 몇 개가 참가했다고?”


정보통신부 장관과 방송위원장을 수행하던 간부가 즉각 대답했다.


“32개 기업이 부스를 차려 신기술과 제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체 참가 기업은 어떻게 되는데?”

“1,500개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박람회에는 한국에서 총 1200여명의 방송 산업 관계자, 정통부와 방송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들이 찾아왔다.

현 대통령이 정보통신 분야에 관심이 많다보니 정부에서도 3대 전자박람회에 참가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었다.


“저 부스가 소닉이군.”

“예.”


누가 뭐라고 해도 부스의 규모나 제품군에서는 단연 소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소닉의 수백만 달러짜리 부스는 다른 전사회사를 압도했다.

게다가 NAB를 방문하는 바이어들이 무조건 한 번씩은 들르는 곳이기도 했다.


"텔레비전이 등장한 이후 50년 간 우리의 삶을 변화 시켰습니다. 아날로그 시대는 디지털 미래를 위한 기반을 제공했습니다. 새로운 디지털 시대는 텔레비전의 도달 범위와 영향력, 기능성, 창조성을 증가시키고 세계를 변화시킬 것입니다.“


소닉 미국법인 대표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었다.


"디지털 전자 및 디지털 소프트웨어의 새로운 세계는 21세기 방송 모델의 초석입니다. 현재 그 어떤 회사도 디지털화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소닉은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견고하며, 이 디지털 변환을 성공으로 이끄는 유연한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소닉은 가까운 미래의 산업을 리드할 비전이 있다고 자신합니다.“


허세라고 치부할 수 없었다.

이번 NAB2001에서 소개한 소닉의 기술과 제품 면면이 워낙 화려했기에.

그런데.

그 대단한 소닉도 NAB2001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다른 일본의 전가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두 번째 날부터 수많은 관람객들이 JHO Company그룹 계열 업체들이 모여 있는 구역으로 모여들었다.

일본의 전자회사들은 디지털 2K 해상도에 근접한 카메라를 개발하고 있거나 출시한 상황이다.

전 세계 방송업계와 독립영화 프로덕션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나쇼날의 DVX100과 <스타워즈>의 새로운 시리즈에서 사용된 소닉의 HDW-F900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델은 HDV 형식의 테이프 저장방식의 카메라였다.

그리고 유효 해상도 역시 소닉의 HDW-F900는 1440*880, 이번에 소개되어 내후년 즈음 상용화될 거라 자신한 HDC-F950이 1920*1080 해상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캐나다의 이미지센서 회사 DALLSA Corp.이 Super 2K를 구현하는 시네마 카메라를 소개했다.

실제 현장에서 시연까지 했다.


“UHD 고해상도가 진짜 가능한 겁니까?”

“정확하게 3840×2160의 해상도를 보증합니다.”


아직은 D-Cinema 표준 해상도에 관해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었다.

따라서 DALLSA Corp.은 영화 분야의 해상도가 아닌 전미가전협회(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에서 규정한 4K 해상도, 즉 텔레비전 방송용 풀HD 1920*1080의 4배인 3840*2160 해상도에 맞춰 디지털 시네마 카메라 OriginⅡ를 내놓았다.

참고로 몇 년 후 D-Cinema의 표준규격인 Digital Cinema Initiatives(DCI)의 4K 해상도를 4096*2160으로 규정하게 된다.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다고... 허 참!’


류지호는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황당했다.

DALLSA Corp. 인수합병이 오늘의 결과를 만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DALLSA는 이전 삶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다 포기했었다.

유학파 출신 감독의 조감독으로 일하다가 그가 보여준 할리우드 촬영잡지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이다.

그래서 별 볼 일 없는 회사인 줄 알았다.

인수합병 초창기만 해도 ‘안 되면 말고‘ 하는 생각이 우세했다.

뭘 모르고 한 생각이었다.

DALLSA Corp.은 류지호 생각 이상으로 좋은 회사였다.

이미 1980년대 후반, 4K 해상도로 캡처 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상용 고성능 라인 스캔 이미지 센서 칩을 출시한 회사였다.

이 칩 기술로 인해서 90년대 35mm 필름 스캔을 위한 솔루션으로 발전해서 저렴한 2K 및 4K 필름 스캔의 시대를 열었다.

그 같은 기술은 고전 필름의 디지털화 복원으로 이어졌다.

3년 전에는 세계 최초로 35mm 영화 카메라에 대응할 수 있는 일본 NHK 업무용 ENG에 들어갈 800만 화소 이미지 센서 칩을 개발해 납품하기도 했다.

그 센서 칩이 이번 NAB에서 소개한 Origin Ⅱ 모델의 발판이 되었다.


“현재 CCD 시장 점유율이 어떻게 됩니까?”


IT분야 보좌관 글렌 프레이가 대답했다.


“주요 CCD 메이커에는 일본의 소닉을 비롯한 7개 업체와 미국의 이스트먼 코작, Americal Appliance 그리고 캐나다 DALLSA가 주요 업체들입니다. 전 세계 점유율 70% 이상을 일본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Americal Appliance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그 회사 아닙니까?”

“군수기업이긴 하지만 민간부문의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암튼 오성과 금성전자는 이미지 센서 분야에서 세계적인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이 시기만 해도 도전자의 입장이라고 할까.


“DALLSA의 CMOS 개발진척은 성과가 좀 있다고 하던가요?”

“RPE의 이미지센서 사업부를 인수함으로써 시너지가 발휘되고 있다고 합니다.”


덤으로 유럽의 영업력이 더욱 견고해졌다.

암튼 DALLSA Corp의 CCD 센서는 다양한 영역 및 선형 제품을 모두 갖추고 있었데, 선형 센서의 해상도는 512~4096화소에 이르며 영역 CCD 센서의 해상도는 1만6000화소, CMOS 센서는 30만7000화소를 자랑했다.

유명세는 일본 기업에 턱없이 모자란 것이 사실이다.

디지털 카메라 브랜드 Origin 역시 주요 업체들에 비해 역사가 한참이나 짧다.

그럼에도 Origin 시리즈의 경쟁력은 충분했다.

홈비디오로 확장하지 않고 오로지 영화 전문과 영업용으로 집중한다면.

멀찍이서 DALLSA Corp. 전시관을 구경하던 류지호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부스로 다가갔다.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 텔레비전에서는 다양한 영상 소스들이 재생되고 있었다.


“여기 보이는 프로모션 영상은 누가 작업한 겁니까?”

“캐나다 상업광고 영상들입니다. 모두 Origin Ⅱ로 촬영된 것입니다.”

“단순 시연 영상을 위해 따로 제작된 것이 아니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실제 캐나다 텔레비전에서 방영하고 있는 광고영상들입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류지호가 건너 편 부스를 쳐다봤다.

바로 앞에는 Vision Analysis Company 부스가 차려져 있었는데, 디지털 고속카메라 Phantom HD와 Phantom 65를 선보였다.

NAB2001에서 기자들이 뽑은 가장 혁신적인 카메라 중 하나로 소개되었다.

DALLSA Corp.은 디지털 시네마 카메라와 함께 영사기 신제품을 선보였다.

DP2001란 모델명이 붙은 디지털 영사기였는데, 작년 첫 선을 보인 NVC의 D-ILA 수준을 뛰어넘어 색상 순도, 대비, 밝기, 해상도 및 대역폭의 표시에서 조금 앞섰다는 평가를 내린 전문가의 리뷰도 있었다.

절대강자가 없는 디지털 영사기 분야에서 새로운 경쟁자로 DALLSA Corp.이 부상하게 됐다.

Eye-MAX는 방송장비박람회에서는 언제나 독보적이다.

현재 시점에서 70mm D-Cinema 포맷은 오로지 Eye-MAX 뿐이다.

타 업체와의 경쟁보다 새로운 시대에 대한 적응이 관건이었다.

그럼에도 극장업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Eye-MAX 멀티플렉스 시스템(MPX)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또한 주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관계자들과 Eye-MAX 3D DMR과 관련해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디지털 시네마 부분 정책은 변함없는 겁니까?”

“Origin이 영화 업계에서 정착하기 전까지는 대여만 할 계획입니다. 물론 독점권 제공이 아닌 본사 직영 영업점으로 운영됩니다.”

“대여점은 결정되었습니까?”

“미국에서는 LA와 뉴욕에 일차적으로 디지털 카메라 전문영업소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그 외에 보스의 고향인 한국, 아시아에서는 홍콩에 유럽은 독일과 프랑스가 우선순위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대여점 영업 개시 시점은 언제가 됩니까?”

“LA와 뉴욕은 올 가을, 그 외 지역은 국가별 촬영협회와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당장 카메라 대여로 돈을 벌진 못한다.

다만 각 국가별 촬영 데이터 수집을 할 수가 있다.


“한국은요?”

“내년 WaW Studios가 완공되는 것에 맞춰 영업소가 진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겠어요. 마지막 날까지 전시 부스 운영에 실수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전하세요.”

“예. 보스!”


류지호는 DALLSA Corp. 부스를 나서 Da Vinci를 시작으로 GMG Lab 산하 기술기업들을 차례로 돌아보았다.

그 이후에는 한국 기업들의 전시부스도 돌아봤다.

한국에서 따라온 취재진은 웬 떡이냐 싶어 열심히 류지호를 카메라에 담았다.

비서들의 철벽 호위로 인터뷰는 하지 못했다.


❉ ❉ ❉


NAB2001이 열리는 사이 다양한 소식들이 쏟아졌다.

업체 간 전략적 제휴 계약, 사업부 매각, M&A 등.

그 가운데 DALLSA Corp.의 RPE CCD 사업부 인수완료 발표도 있었다.

네덜란드의 글로벌 전자회사로부터 이미지센서 사업부의 지적 재산, 기술, 제품 라인 및 영업권, 연구직 직원을 모두 흡수했다.


“1,300만 달러의 연간 매출을 자랑하는 RPE의 CCD 사업부는 전문가용 시장을 위한 고성능·고해상도 CCD 이미지 센서 제품의 팹리스 설계자이자 제조업체입니다. 이 거래를 통해 우리는 CCD 이미지 센서 비즈니스의 미래를 확보하는 동시에 디지털 이미징 솔루션의 성장을 위한 전략의 중요한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번 통합으로 인해 DALLSA는 즉시 전문가용 디지털 스틸 카메라용 이미지 센서 시장 점유율, 의료 및 생명과학 이미징 분야 강화, 기타 산업 및 전문 이미징 분야의 시장 점유율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RPE가 CCD 사업을 접은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일본기업들이 전 세계 CCD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상황이다.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고성능의 CCD 칩을 개발·생산한다고 하더라도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덕분에 DALLSA Corp.은 전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1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의 가온그룹도 소소한 인수 소식을 전했다.

첨단기술과 IT기술 자회사 디지털 가온 테크놀로지의 드론 사업 부문 (주)그리폰드론이 미국의 핼리캠 생산 및 대여 회사 Texas-Coptervision(TCV)를 인수·합병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자동 무인 헬리콥터는 비디오카메라, 16mm, 35mm 카메라를 장착할 수 있는 표준 자이로 안정화 장치가 달려있는데, 비행 고도는 물론이고 비행시간에서 이미 검증이 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주)그리폰드론은 TCV의 핼리캠 기술을 흡수해서 영상촬영용 드론을 시작으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까지 멀리 내다보고 있다.

또한 TCV는 핼리캠 뿐만 아니라, 자동차 마운트, 트랙 및 레일 시스템, 크레인 등도 생산하고 있었는데, 관련 제품의 중국 수출을 고려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각종 규제로 인해 쉽게 드론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게다가 우수한 드론을 개발해도, 결국 일반 드론 분야에서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는 버틸 수가 없다.

따라서 류지호는 업무용 촬영드론 분야로 특화시킬 생각이다.

또한 개인용 비행체(PAV) 분야에서 핵심기술을 보유하길 바랐다.

비행제어 컴퓨터 기술, 항공항법·관제 기술, AI 사물 인식·회피 비행 등 핵심 기술과 특히 PAV 핵심부품인 비행 컨트롤러(Flight Controller·FC)를 독자 개발할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를 내려놓았다.

목표는 2018년까지 PAV 실물 기체를 공개하는 것이다.

그 같은 계획에 대해 가온그룹의 임직원들은 SF영화적인 발상으로 치부했다.

자신이 살아 있는 한 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단정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아니었다.

그곳의 공돌이들에게는 30년 안에 구현 가능한 현실이었다.

미디어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처음 류지호가 D-Cinema 실험을 성공시킬 때만 해도 10년 안에 상용화는 힘들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2000년에 들어서면서 미국에서만 디지털 상영관이 50개로 늘어났고 내년에는 1,000개가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LA 시내에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실리콘밸리는 아니다.

뭐가 뭔지는 모르지만 하루가 다르게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고 그에 필요한 기술 발전이 궁리되고 있다.


‘뉴미디어.... 융합.’


최근 몇 년 간 NAB의 주제는 융합(Con-vergence)이었다.

올해는 '컨버전스 마켓플레이스(Con-vergence Marketplace)'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미디어 융합이란 전통적인 방송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뉴미디어가 유선과 무선의 새로운 기술들을 기반으로 결합한다는 의미다.

즉 텔레비전·컴퓨터·이동전화의 결합을 뜻한다.

류지호에게는 매우 친숙한 개념이다.

이 당시 일반인들에게는 포스트모더니즘에 가까운 개념이었다.

또 마켓플레이스는 미디어 산업이 콘텐츠와 기술을 가지고 수익을 얻어내는 실제 시장으로, 소비자 지향적인 시장 개념을 의미했다.

이번 NAB는 하루하루 급변하는 방송의 뉴테크놀로지를 어떻게 수용하고 적용할 것인지 하는 문제와 어떻게 하면 더욱 효과적이고 친숙한 방법으로 이 테크놀로지를 풀어 해석해서 소비자에게 접근할 것인가 하는 두 가지 쟁점을 주로 다루었다.

쉽게 말해 방송 또는 영화가 테크놀로지와 소비자 시장, 이 두 마리의 토끼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모색해보겠다는 것이다.

정보통신 산업은 철저한 시간제한이 있는(time bound) 산업이다.

1분 1초의 재빠름이 기술력으로 그리고 돈으로 환산된다.

뉴미디어 산업도 그렇다.

일개 신생 인터넷 기업이 100년 전통의 대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

눈이 확 돌아갈 만한 신기술이 어제의 기술을 하루아침에 갈아치운다.

새 시대의 뉴미디어 산업은 국경도 문화도 초월한다.

문화도 예술도 기술도 비즈니스도 하나로 융합한다.

저 멀리 있는 메타버스 같은 개념까지 굳이 갈 필요도 없다.

당장 몇 년 후 맞이하게 될 스마트폰이 그 같은 미래를 보여 줄 것이다.

NAB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이 업계 전문가다.

일반인 역시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이다.

수만 명의 관람객들은 미디어와 IT가 융합된 세상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NAB쇼를 통해 또 한 번 실감했다.


작가의말

주인공 사업 포트폴리오에 PAV가 새롭게 포함되었습니다. 이 소설이 2020대까지 이어지게 된다면 머X크와 베이X스는 주인공에게 절절 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성사업, 신재생에너지, 드론,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20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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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99 ehqur
    작성일
    23.03.20 09:49
    No. 1

    신재생에너지는 울나라에서 태양열이든 풍력이든 일조량이나 바람이 지속적이지않아 효과가 없다고봐야죠. 지난정권에서 탈원전정책펴다가 정권말에 슬그머니 철회한 이유도 그때문이죠. 수소발전소가 있긴한데 아직 초보단계라..

    찬성: 0 | 반대: 4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3.20 10:34
    No. 2

    잘 봤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3.20 14:05
    No. 3

    신재생에너지는 일조량이나 바람이 아닌
    자칭 환경보호론자들 때문에 발전이 없습니다.
    설치되는곳 마다 따라다니며 민원넣고 데모하고
    수소발전도 터진다 위험하다 하면서 방해하죠.
    조선시대처럼 장작 때자는 건지 그사람들
    머리속이 궁금 합니다.
    수력 화력 원자력도 반대하고
    답은 안내놓고 반대만하니...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48 허클베리
    작성일
    23.03.20 18:57
    No. 4

    음? 이전화 소제목이 바뀐건가? 이전화가 이 제목이였던거 같았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단팥빵조아
    작성일
    23.03.28 19:12
    No. 5

    자사 제춤의x 자사 제품의o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3.03.30 20:02
    No. 6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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