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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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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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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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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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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다 해먹는다는 말 나오진 않겠죠?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오랜만에 목동 아이스링크가 관중들로 북적거렸다.

아이스하키 실업리그는 명백히 비인기 종목이다.

가족들이나 모회사가 동원한 직원들이 가끔 찾을 뿐.

오늘처럼 수백 명이 관중석을 채우는 일은 결승전에나 가능했다.

가온 원더러스 VS 한라 위니아.

나름 빅게임이다.

라이벌전을 맞이해서 위니아 측에서도 관중을 동원한 모양이다.

거기에 류지호의 요청으로 가온그룹 사장단과 임원들이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

헌데 백 명이 훌쩍 넘는 가온그룹 직원들이 그 가족과 함께 목동링크를 찾았다.


“혹시 직원들 동원한 겁니까?”


래리 킴 회장이 어림도 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사장단에게만 슬쩍 의향을 물은 것으로 아는데....?”

“비서실장의 전화 한 통이 전 계열사로 전파되었습니다.”

“쩝. 민폐네.”


김우영 비서실장이 슬쩍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이스하키 동호회 활동을 하는 사원들이 꽤 됩니다. 서울에서 경기가 열리면 빠짐없이 응원 차 찾아온다고 합니다.”

“다른 동호회 활동은 어때요?”

“무주와 캘리포니아의 리조트로 인해서 해양 레포츠와 겨울 스포츠 인기가 많습니다.”


류지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라 위니아 응원석 쪽으로 걸어갔다.

여지없이 구단주인 정 회장이 관람석에 앉아 있었다.


“회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서와. 류 감독. 김 회장도 오랜만입니다.”

“예.”


류지호와 래리 킴 회장만 대표로 정 회장과 인사했다.


“잠시 앉아도 되죠?”

“그럼. 이리 와서 앉아.”


정 회장 옆자리에 앉은 류지호가 선수들이 링크 안에서 몸을 푸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툭 하고 물었다.


“교포 선수를 시합에 내보낼 수 없다면서요?”

“그런 규정이 있지. 한국 국적 선수가 아니면 경기에 쓸 수 없어.”

“다른 프로스포츠는 용병 선수도 데려오는데, 왜 아이스하키는 교포 선수나 용병을 쓸 수 없는 거죠?”

“우리 선수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이었지.”

“선수층이 너무 얇아서요?”

“국내 선수와 외국 국적 선수 실력차를 무시 못해.”

“그래서 아이스하키가 발전할까요? 애들 재롱잔치도 아니고.”

“그게.... 몇 년 전에 돌탑에서 문제가 좀 있었어.”

“왕방울 시절에요?”

“김길란이라고...”


왕방울 아이스하키팀으로 개명하기 전 돌탑에서 교포 선수라면서 카자흐스탄 선수를 데려와 시합을 뛰게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돌탑 감독은 그에게 김길란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런 후에 고려인 5세라고 주장했다.

국가대표를 지낸 다른 팀 감독이 세계선수권대회 때 카자흐스탄 대표팀 선수였던 김길란을 기억해 냈고, 그때 함께 선수권에 참가한 선배 아이스하키인과 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단장을 만났던 걸 증언했다.

카자흐스탄 단장을 만나 그가 한국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몽고계 선수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 사건은 아이스하키계에서 큰 파문을 불러왔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서는 김길란 파문으로 인해 아예 규정을 바꿔버렸다.

한국선수가 아니면 국내에서 뛸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즉 아무리 교포라도 외국국적을 소유하고 있는 선수는 한국 내 어떤 팀에서도 뛰지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이 규정 때문에 캐나다와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던 교포 선수들도 덩달아 한국에서 뛸 수 없게 됐다.

이후 한국 리그에서 뛰고 싶은 교포 선수가 있더라도 한국 국적이 없이는 한국 아이스하키에서 뛰는 길이 완전히 막혀 버렸다.

선진 아이스하키를 익힐 기회가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것이다.

김길란 해프닝 이후 한국 아이스하키계는 쇄국정책을 썼다.

발전이 더딜 수밖에.

타 종목들이 용병제도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계속해서 제도를 손보고, 아시아 쿼터까지 논의하는 마당에 교포 출신의 한국 아이스하키 선수의 참여까지 막아버린 바보 같은 결정이었다.


“지금이라도 규정을 바꾸면 되지 않습니까?”


정 회장이 대답 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류지호는 ‘역시 빙상인가‘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놈에 밥그릇 싸움들.... 파벌들... 이기심들....


“오일뱅크도 해체하네 마네 하는 판국에 교포 선수라고 데려다 시합에 내보낼 수 있겠나? 엔트리가 용병이나 교포 선수로 채워지면 그 만큼 대학 선수가 설 자리를 잃게 되지.”

“명분은 국내 선수 보호라 이거죠?”

“그런 거지. 그때 아이스하키계가 꽤나 시끄러웠어.”

“영원히 비인기 종목 신세로 제대로 된 리그도 없이 우물 안에서 소꿉놀이하겠대요?”

“외국인 감독과 교포 선수를 데려오자고 하는 협회 내부의 의견도 있긴 해. 그런데 재논의 하기는 쉽지 않아.”


평창올림픽에서 교포 국가대표감독에 외국인 귀화선수들이 국가대표 아이스하키팀에 다수 포함된 사실을 류지호는 똑똑히 기억했다.

그렇다면 아이스하키도 외국인 용병을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아직은 그런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모양이지만.


“회장님, 우리 아이스하키가 발전하려면 국제 교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해요. 국내 코칭스태프와 선수의 시합 출전을 보장하기 위해 외국인을 쓰지 않는 건 하키 발전에도 국제화에도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야구도 축구도 배구도 농구도 용병제 도입을 두고 꽤나 시끄러웠다.

실업리그는 선수 반발뿐만 아니라, 선수가족과 대학 측의 반대까지 만만치 않을 터.


“그래서 말인데.... 뭐 하나 자네에게 확인하고 싶은 게 있네.”

“뭔데요?”

“오일뱅크가 해체한다고 해도 아이스하키팀을 계속해서 운영할 생각인가?”

“그럼요.”


원래도 비인기종목이었던 아이스하키는 더욱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터.

류지호와 가온그룹은 아이스하키에서 발을 빼기에는 늦었다.


“만약 한국리그와 일본리그를 통합한다면?”

“오오. 그거 좋은 아이디어인데요?”


가능하기만 하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아이스하키리그 TV중계를 하는 다솜방송 입장에서도 국내 팀 대결보다 일본팀과의 대결을 내세우기 훨씬 좋다.


“근데 그게 가능해요?”


이전 삶에서 류지호는 아이스하키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가 있는 줄도 몰랐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한국과 일본의 불황으로 양국의 아이스하키팀들이 줄줄이 해체됐다.

리그 존속을 위해 두 국가 통합 리그가 시행되었다.

2003년부터 시즌이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한라 위니아와 일본의 고쿠도, 크레인스, 오지제지, 닛코 아이스벅스 등 5개 팀이 한일 통합리그를 만들었다.

이후로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로 확대되어서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 구단들이 각각 연고지를 갖고 홈 앤드 어웨이로 경기하는 아시아 최초의 통합 스포츠리그가 출범했다.

2004-2005시즌에는 중국의 하얼빈과 치치하얼이 참가해 3개국 아시아리그가 발족했고 2005-2006시즌에는 강원랜드도 가세했다.

아시아리그가 출범하면서 외국인 선수제가 도입되었다.

각국 팀들 전력 차가 크기 때문이다.

재밌는 것은 외국인 선수의 출전 쿼터를 팀별로 또 해마다 따로 정했다는 사실이다.

강원랜드와 중국 두 팀은 최약체로 분류돼 5명씩 배정했고, 한라는 4명, 아이스벅스는 2명, 세이부, 크레인스, 오지제지는 각각 1명씩이었다.

리그 총회는 8개 팀 단장과 각국 협회 대표로 구성되었고, 사무국 본부는 일본에 두었다.

한·중·일 각국에는 분소를 세워 리그 운영 실무를 맡았다.

아시아리그가 내세운 공동 목표는 세계 수준의 선수 배출, 북미, 유럽과 대등한 수준의 리그로 발전, 아시아 국가의 동계 올림픽 메달 획득 등을 내걸었다.


“아이스하키계라고 손 놓고 있진 않다네. 우리도 위기감을 느끼고 일본협회와 조심스럽게 논의를 시작하고 있지.”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어떤 종목이 됐든 스포츠의 백미는 한일전이죠.”

“국내에서 원정 경기를 하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들 거야.”


정 회장은 아이스하키 룰도 제대로 모르는 류지호가 해외 원정에 부담을 느껴 리그 참여를 하지 않거나 팀을 포기할까봐 조심스러웠다.


“일본은 관중이 좀 들어요?”

“우리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긴 해, 솔직히 다른 스포츠에 비하면 뭐 그렇지....”

“물론 인프라나 선수층은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겠죠?”

“아이스하키 역사나 아마추어 등록 선수에서는 비교가 안 되지.”

“경기력은 어때요?”

“우리가 밀리긴 하지만, 자네 팀이나 우리 한라나 국가대표팀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나? 용병문제가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해 볼만 하지 않을까 싶어.”


몇 개 되지도 않는 대학팀의 국가대표선수들이 세 개 실업팀에 나눠서 옮겨가게 됐다.

그렇기에 사실상 국가대표팀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무대에서의 실력차이와 상관없이.


“무조건 찬성입니다.”

“나중에 일본 쪽 협회 사람들과 미팅을 하게 되면 함께 가주겠나?”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참석할게요. 불러만 주세요.”

“고맙네.”

“고맙긴요. 아이스하키는 잘 몰라도 가온도 아이스하키계에 한 발 걸치고 있지 않습니까? 도울 일 있으면 도울 테니까 한 팔 거들 수 있는 일이 있으면 고민하지 마시고 연락 주세요.”


아이스하키계에서 발언권이 가장 큰 두 사람이 큰 틀에서 의견일치를 보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통합리그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다.

2년 간 실무적인 준비를 거쳐서 2003년 시즌부터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중국아이스하키협회, 일본아이스하키연맹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아시아 리그가 정식 출범하게 된다.

2006-2007시즌에는 한국의 세 개 팀 가온 원더러스(전주), 한라 위니아(안양), 강원랜드(춘천), 장춘 후아오(창춘), 호사(하얼빈), 세이부(도쿄), 일본제지 크레인스(구시로), 오지제지(도마코마이), 닛코 고베 아이스벅스(고베) 등 8개 팀이 참가하게 된다.

이후로 몇 개 팀이 해체되거나 러시아 연고팀이 새로 들어오기도 하는 등 부침을 겪지만, 20년 이상 아시아 리그가 운영된다.


“김 실장.”


김우영 비서실장이 후다닥 달려왔다.


“정 회장과 아이스하키 리그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어요.”


류지호는 아시아리그 구상에 대해 김우영에게 설명했다.

도울 일이 있으면 적극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저들은 다 뭐예요?”


아이스하키 리그에서 결승전 빼고 볼 일 없는 취재진 수십 명이 찾아와 떡하니 취재데스크를 차지하고 있었다.

방송 카메라도 여러 대 보였다.


“의장님과 가족분들의 나들이가 알려지고, 언론에서 급하게 모여들고 있습니다.”

“눈에 익은 파파라치도 보이네요?”

“의장님 형제분들에 대해 미국 언론에서 관심이 부쩍 늘었습니다.”


미국에서 파파라치가 원정을 왔다는 의미다.


“둘째는 몰라도 막내는 학교생활에 지장 있을 수 있으니까 사진 나가는 것은 막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아이스하키 경기 중에서 가장 많은 관객과 취재진이 모이는 대회는 리그 결승전도 한일전도 아니다.

대학 라이벌 연희VS안암 대학경기다.

오늘 경기는 그 못지않은 많은 관중이 목동 아이스링크에 운집했다.

가온 원더러스 응원석이 파란물결로 뒤덮이자 한라에서도 급하게 본사직원들을 좀 더 동원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도 속속 응원석이 관중들로 채워지고 있다.

따로 리드 하는 이가 없다보니 두서없는 응원전이 펼쳐졌다.


“큰오빠, 우리팀이 선취골 넣었어!”


캐나다 전지훈련에서 각성이라도 한 것일까.

가온 원더러스 선수들의 경기력이 왠지 좋아진 것 같았다.

비록 국내 실업팀이 단 세 곳이었지만, 명색이 라이벌전이다.

기싸움이 치열한 만큼 경기력도 나쁘지 않았다.

해외 전지훈련으로 든든해 진 팀워크의 영향도 있었지만, 양 팀 멤버들은 대학시절 톱클래스로 분류됐던 선수들로 스쿼드가 꾸려져 있었다.

서로의 팀 구성원에 대한 자부심도 강했다.

비록 도토리 키 재기에 불과하다고 해도.


“나이스!”

“파이팅!”


응원석에 보내오는 열렬한 응원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초반부터 두 팀의 불꽃 튀는 접전이 펼쳐졌다.

선수들의 각오가 남달라 보이는 건 착각이 아니었다.

류지호와 가족을 취재하기 모인 기자들이지만, 선수들도 기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양 회사의 직원들이 단체로 응원까지 왔다.

그것도 모자라 소위 높으신 양반들이 총출동했다.

반드시 승리를 임직원들에게 안겨줘야 했다.

1피리어드에 첫 골이 터진 후로 팽팽하던 공반전이 이어졌다.

가온 원더러스는 한 골을 더 달아나며 승리 분위기를 이어가는 듯했다.

4분 41초 가온 원더러스의 오른쪽 공격수가 문전 혼전 중 흘러나온 퍽을 쉽게 걷어 넣어 선취점을 올렸고, 뒤이어 12분 10초에도 주장 선수가 비슷한 상황에서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가온 원더러스 선수들의 기쁨도 잠시 뿐이었다.

거듭 두 골을 허용한 한라 위니아는 빠른 퍽 연결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결국 13분 49초에 국가대표 선수들 간의 호흡과 특유의 노련한 스틱웍을 자랑하며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15분 16초에는 수비수 선수의 도움으로 공격수 선수가 동점골을 넣어 1피리어드를 2:2로 마쳤다.

2피리어드부터는 한라 위니아 선수들의 강한 의욕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2피리어드 중반까지 가온 원더러스 선수들은 고참 선수를 중심으로 끈질기게 저항했다.

종료 몇 분을 넘기지 못하고 연속 두 골을 허용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한라 위니아는 16분 19초,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었다.

그렇게 가온 원더러스는 한라의 파상적인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끌려 다녔다.

그런데 3피리어드에 들어서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가온 원더러스 선수들은 공수에서 매우 거칠어졌다.

아이스하키만이 허용되는 ‘파이팅’이라는 싸움을 고참 선수가 상태팀 키 플레이어에게 걸었다.

심판의 중재 하에 링크에서 양팀 선수 간 주먹다짐이 벌어졌다.

관중 가운데 어린이도 꽤 있었지만, ‘파이팅’은 아이스하키 룰이 보장하는 게임의 일부다.

어린이를 배려해서 ‘파이팅’을 하지 않거나 적당히 하는 일은 없다.

‘파이팅’ 이후로 가온 원더러스 선수들의 패스웍이 좋아졌다.

결국 2분 7초 만에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3피리어드 내내 가온 원더러스의 날카로운 패스웍이 그칠 줄 몰랐다.

17분 35초에 팀내 막내가 역전 골을 넣으면서 경기를 끝냈다.

그룹의 오너는 물론이고 고위급 인사와 백여 명의 직원들까지 관람한 원정경기에서 원더러스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잘했습니다!”

“수고했어요!”


류지호가 기립하자 주변의 모든 이들도 함께 기립박수를 쳤다.

이어서 응원 온 모든 직원들도 선수들에게 뜨거운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탁탁탁.


원더러스 선수들이 링크에 스틱을 두드리며 관중들의 축하에 화답했다.


“라커룸에 들렀다 갈 테니... 먼저들 출발하세요.”


류지호, 래리 킴 회장, 단장 세 사람만 라커룸으로 향했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선수들을 격려하고 특별 보너스까지 두둑하게 챙겨줬다.


“원더러스 레플리카나 기념품을 따로 파는 매장은 없겠죠?”


단장이 죄인처럼 대답했다.


“.....예.”

“우리 선수들 유니폼은 어디서 제작하는지 압니까?”

“알아보겠습니다.”


류지호가 김우영 실장을 불렀다.


“오늘 경기장을 찾아준 직원들 파악해 두세요.”

“전부 말입니까?”


끄덕.

지시가 길게 이어질 것 같아 김우영이 얼른 품에서 수첩과 펜을 꺼냈다.


“원더러스의 유니폼을 구입해서 선수들의 사인을 받으세요. 사인 유니폼을 오늘 경기장을 찾아준 직원들에게 선물하도록 하고.”

“계열사 임원분들까지 하면 150명 가까이 될 겁니다. 의장님.”

“모든 비용은 내 사비로 처리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요.”

“알겠습니다.”

“아! 참고로 선물은 이번 한 번뿐입니다. 앞으로 우리 직원들이 원더러스 경기를 관람한다고 해서 내가 계속 선물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공연히 직원들이 기대하게 만들진 말아요.”

“예.”


워낙에 많은 임원과 직원이 목동아이스링크에 모였기에 송년회 장소가 급하게 변경되었다.

목동에서 위치한 가온 웨딩홀 뷔페를 빌려 송년회를 겸한 뒤풀이 자리를 가졌다.

일반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이 임원들 눈치 안보고 뷔페를 즐길 수 있도록 류지호는 주요 임원들과 주로 대화를 나눴다.


“작년부터 극장의 패권이 종로에서 강남으로 완전히 넘어왔습니다. G.O.M 코엑스몰 개장이 신호탄이 됐지요.”


G.O.M 코엑스몰은 개장 후 7개월 남짓 동안 4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G.O.M강남점은 여전히 서울 남부의 고객들을 빨아들이고 있었고, BGV와 광성시네마도 종로극장가의 관객들을 자신의 멀티플렉스로 끌어들였다.

쾌적한 시설과 영화선택의 다양성 못지않게 마케팅의 위력이 크게 작용했다.


“되는 영화를 건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그 외에는 마케팅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극장 업계였습니다. 그런데 G.O.M Cinemas는 편리한 예매시스템, 각종 티켓 할인 정책, 심야상영, 기념품 증정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폈지요. 후발주자들은 저희가 하면 따라하는 형국이었습니다.”


멀티플렉스가 한국에서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G.O.M 코엑스몰은 개장 석 달 만에 관객 100만 명 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오동석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는 극장체인 본사 홍보마케팅 외에 극장 별 마케팅 부서를 따로 편성해 지역과 극장별 맞춤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영화만 가지고 관객을 유인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수시로 관객조사를 진행해 데이터를 바탕으로 회원제를 만들어 관람료 적립포인트마다 상품을 제공하고 밤 10시 이후 관람객에게 무료로 콜라와 팝콘을 제공하는 등 끊임없는 이벤트 전략으로 주요 관객인 10대 ∼20대 관객을 잡았습니다.”


오동석이 침을 튀겨가며 G.O.M Cinemas의 성과를 자랑했다.


“한국 전체 스크린 수가 어떻게 됩니까?”

“거의 1,000개에 근접했습니다.”

“경쟁이 치열하겠군요?”

“저희는 물론 백설, 광성, 프리머스 가장 늦게 뛰어든 올리온의 씨네박스까지 주요 멀티플렉스 플레이어들은 매년 30~40개의 스크린을 늘려갈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해마다 스크린수 증가폭이 푹증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단관시대에는 흥행의 열쇠를 극장이 쥐었다.

스크린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그 힘이 배급사로 넘어갔다.

그 동안 극장 산업을 쥐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던 종로 극장가를 우울하게 만드는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넘버 투 배급사이면서 종로 극장가에 우호적이었던 무비서비스는 작년 배급 작품 가운데 <비천무>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화들이 실패를 거듭했다.

무비서비스의 배급라인인 서울극장 역시 그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백설그룹 산하 BS엔터테인먼트는 DreamFactory의 <글래디에이터> 같은 초대형 흥행작들을 비롯해 <헌티드 힐> <치킨 런> 등 중량급 흥행작을 선보이면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관계회사인 BGV 멀티플렉스들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자극받은 광성과 올리온은 투자배급사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한국영화시장에 뛰어들었다.

G.O.M Cinemas는 금융권 차입 없이도 전국의 지점을 늘려나가고 있었다.

임대 운영 계약이 만료된 지방극장부터 하나둘씩 인수합병하고 있다.

물론 신규극장 입점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 드리자면.... 현재 G.O.M 브랜드로 영업 중인 전국의 극장 스크린은 327개로 전체 스크린의 3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0년까지 800개 스크린 확보가 목표입니다.”

“그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점유율이 어떻게 됩니까?”

“전체 스크린의 39%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극장체인의 확장에 맞춰서 점유율을 조절할 계획이었다.


“아슬아슬하군요.”


분명 독점에는 한창 미치지 못하는 점유율이다.

그럼에도 산업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물론 나머지 60%의 점유율을 가진 재벌들이 호락호락하게 나오진 않을 테지만.


“WaW는 어때요? 거기도 다 해먹는다는 말 나오진 않겠죠?”


주영호 부사장 겸 제작총괄이 웃으며 대답했다.


“왜 안 그렇겠습니까.”


작가의말

아이스하키는 비인기종목입니다. 현실의 씨X이 E&M 보다 더 거대한 미디어 플랫폼을 보유한 소설 속 가온그룹이라면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를 프로농구나 배구 수준의 인기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봤습니다.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가 은근히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하키팬들에게 인기가 있는 모양입니다. 직관 관중에 15% 이상이 외국인 관중이라고 하더군요.

좋은 일만 가득한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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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9 ehqur
    작성일
    23.03.06 09:51
    No. 1

    대명하고 강x랜드하고 팀해체했다는 기사봤습니다. 국내프로팀은 한라한팀남았네요. 대명은 코로나로 인한 경영난이고 강x랜드는 다른 동계스포츠후원에 비해 비용도 많이들고 인기도 없어서 홍보효과도 없고 협회도 안도와준다는 이유로 해체됐네요.
    야구 농구 축구 배구는 대기업이나 금융업계에서 하지만 하키팀은...
    북유럽이나 북미의 그들만의 리그인데다 환경요건도 안따라주고 장비도 비싸서 아마추어들 접근하기엔 장벽이 있는것같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3.06 16:02
    No. 2

    솔직히 국내아이스 하키 안보고
    캐나다 아이스하키 봅니다.
    현싫에서 그정도면 국가가 지원하기전에는
    살아나기 어렵겠네요.
    국가도 스포츠 지원 안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회사 직원들도 애사심이 없어 돈 낭비하지말고
    체육팀 닫으라고 하는 세상이니 참 암담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3.07 00:24
    No. 3

    잘 보고 있어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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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할리우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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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 영화가 영원히 머무는 곳. (1) +4 23.03.22 3,422 115 24쪽
451 곧.... 필름은 죽습니다. (2) +6 23.03.21 3,359 111 23쪽
450 곧.... 필름은 죽습니다. (1) +6 23.03.20 3,417 109 25쪽
449 내가 잘되자고 하는 겁니다! (2) +4 23.03.18 3,511 120 25쪽
448 내가 잘되자고 하는 겁니다! (1) +5 23.03.17 3,502 120 27쪽
447 혼자 늙어 죽는 수가 있거든! +6 23.03.16 3,460 124 25쪽
446 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3) +3 23.03.15 3,410 110 23쪽
445 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2) +4 23.03.14 3,472 108 21쪽
444 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1) +9 23.03.13 3,616 118 20쪽
443 언젠가 만나야 했을 인연들. (3) +6 23.03.11 3,674 128 26쪽
442 언젠가 만나야 했을 인연들. (2) +5 23.03.10 3,623 121 26쪽
441 언젠가 만나야 했을 인연들. (1) +7 23.03.09 3,647 118 23쪽
440 다 해먹는다는 말 나오진 않겠죠? (3) +4 23.03.08 3,578 123 24쪽
439 다 해먹는다는 말 나오진 않겠죠? (2) +14 23.03.07 3,579 128 21쪽
» 다 해먹는다는 말 나오진 않겠죠? (1) +3 23.03.06 3,586 117 21쪽
437 지금이라도 손을 떼시면 됩니다. +6 23.03.04 3,704 128 27쪽
436 복수의 꽃. (10) +8 23.03.03 3,397 127 21쪽
435 복수의 꽃. (9) +6 23.03.02 3,267 127 21쪽
434 복수의 꽃. (8) +4 23.03.01 3,262 120 21쪽
433 복수의 꽃. (7) +3 23.02.28 3,331 119 22쪽
432 복수의 꽃. (6) +4 23.02.27 3,376 115 21쪽
431 복수의 꽃. (5) +4 23.02.25 3,456 128 24쪽
430 복수의 꽃. (4) +5 23.02.24 3,383 128 25쪽
429 복수의 꽃. (3) +11 23.02.23 3,468 115 26쪽
428 복수의 꽃. (2) +2 23.02.22 3,557 128 24쪽
427 복수의 꽃. (1) +5 23.02.21 3,676 123 20쪽
426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4) +6 23.02.20 3,647 126 25쪽
425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3) +5 23.02.18 3,702 135 25쪽
424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2) +6 23.02.17 3,654 134 25쪽
423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1) +7 23.02.16 3,745 139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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