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3 09:05
연재수 :
899 회
조회수 :
3,828,406
추천수 :
118,685
글자수 :
9,955,036

작성
23.02.22 09:05
조회
3,557
추천
128
글자
24쪽

복수의 꽃.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가 땀에 흠뻑 절어있는 김영찬을 향해 입을 열었다.


“형님도 고생하셨어요.”


김영찬이 불룩하게 나온 자신의 배를 툭툭 두드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러다가 어렵게 찌운 살 도로 다 빠지는 거 아닌지 몰라.”

“그럴 줄 알고 고기 무제한 쏩니다.”

“내가 지금 영화 출연하려고 준비하는 것 맞지? 무술 대회 내보내려고 고생시키는 거 아니지?”

“하하. 영화 끝나고 정식으로 검도 배워보실래요?”


김영찬이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됐어!”

“얼른 가서 샤워하고 오세요. 라원이도 얼른 가서 씻고 옷 갈아입고 와.”

“네. 감독님!”


송라원이 넙죽 허리를 숙여 보이고, 샤워장으로 달려갔다.

류지호라고 해서 왜 배우들에게 미안하지 않을까.

액션 트레이닝을 가혹하게 시키고 있긴 했다.

할리우드였다면, 당장에 계약을 파기하자고 들만큼 몰아붙이고 있다.

류지호는 배우들이 직접 모든 액션 장면을 소화하기 바라지 않는다.

화려하고 복잡하며 위험천만한 액션 시퀀스는 스턴트 더블이 소화할 예정이다.

그러니 <복수의 꽃>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모두 액션 배우처럼 변신할 필요는 없다.

다만 리얼리티 때문에 독하게 시키고 있다는 점.

살면서 진검 한 번 만져본 적 없는 배우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그들이 진짜 칼과 친해지길 바랐다.

칼을 자주 쥐어본 사람만이 그 감을 아는 법이니까.


“안양의 박달 도축장에 데리고 가서 진검으로 돼지나 소를 찌르고 베어보라고 시켜볼 수도 없고.”


메소드 연기법이라고 해도 그런 일은 해선 안 된다.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연기지, 실제와 똑같이 재현하는 것이 연기는 아니니까.


“도축장은 왜?”


어느새 최영웅이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체육관에 있는 팀원이 지금 보이는 사람이 다야?”

“응.”

“다들 오늘 별 일 없지?”

“없겠지, 아마....”

“대충 뒷정리하라고 해. 오랜만에 회식 한 번 하자.”

“도축장 어쩌고 하더니 소 한 마리 잡는 거야?”

“한 마리 잡으면 다 먹을 수나 있고?”

“우리 애들 무시하네. 없어서 못 먹지.”

“날 잡은 김에 배 터지게 한 번 먹어봐라.”

“좋았으!”


人Best 체육관에서 8명의 스턴트맨들과 <복수의 꽃> 배우들이 매일 출근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경인고속도로 인천 종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서울에서 오가기가 나쁘지 않았다.

암튼 류지호의 수행원까지 해서 스물에 달하는 대인원이 신포동의 대형 고깃집으로 향했다.

다들 배가 터질 듯이 먹고 마셨다.

전투적인 식사가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최영웅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혹시... 용찬이형네 스턴트 스쿨 좀 도와주면 안 될까?”

“권용찬 감독이 도와달래?”

“그런 말 한 적은 없는데.... 술자리에서 조금 힘든 내색을 비치더라고.”


권용찬 무술감독이 이끄는 한국액션스쿨은 지난 1998년 설립되었다.

보라매공원의 체육관을 빌려 운영하고 있었는데, 시민들의 민원이나 공원 측의 눈칫밥을 먹으며 사정이 썩 좋지 못했다.

이전 삶에서는 2003년 공원측의 퇴거 지시로 사실상 폐업 위기를 겪기도 했었다.


“스턴트 하겠다고 찾아오는 애들은 많은데, 다 받아줄 수 없어 안타깝다고.”

“네가 받으면 되잖아.”

“애들 가르칠 시간이 어디 있다고. 영화하기도 바빠 죽겠구만.”

“나중에 권 감독하고 사무실로 와 봐.”

“진짜?”

“어떻게 해야 서로에게 좋을지 함께 머리를 맞대보자.”

“멋진 자식!”

“이제 알았냐?”

“고맙다. 지호야.”

“네가 왜 고마워. 권 감독이 고마워해야지.”

“스턴트 밥 먹는 동료 아니냐. 무림에 소림사도 있고, 화산파도 있고, 개방도 있어야 서로 액션 스타일이 안 겹쳐. 대승적으루다가 잘 좀 도와주라.”

“마교나 혈교는 없냐?”

“왜 없어!”

“비디오 영화 찍는 옛날 다찌마리 선배들?”

“아니, 방송하는 놈들!”

“방송하는 스턴트맨들하고 사이가 안 좋아?”

“다 그런 건 아닌데, 선배 한 명이 방송 쪽 밥그릇 빼앗길까봐 예민하게 구는 모양이야.”

“우리나라에 스턴트맨이 몇 명이나 된다고 밥그릇 싸움이냐?”

“그러게 말이야. 얼마 전에 우리 팀 막내들 경험 좀 쌓게 해주려고 KBC 대하사극에 보냈거든. 거기 무술감독이 우리 애들을 현장에서 쫒아냈다더라고. 영화밥 먹는 놈들은 방송 기웃거리지 말고 영화만 하라나? 내가 참 어이가 없어서....”


충무로에서는 액션스쿨을 비롯해서 대여섯 개 스턴트팀이 활동하며 나름 경쟁체제를 갖추고 있다.

방송 쪽은 단 두 개 팀이 세 개 방송사 액션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러니 드라마 액션 연출이 수년 째 제자리걸음이지.’


내심 혀를 찬 류지호가 물었다.


“몹씬 찍을 때 스턴트맨들 많이 필요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랬대?”

“내 말이!”

“그 무술 감독이 원래 잘 나가는 양반이냐?”

“대하사극 맡는 무술감독이면 말 해 뭐해.”

“이름이 뭔데?”

“알아서 뭐 하려고?”

“뭘 할 거 같냐?”

“내가 고자질했다고 그러지는 말아줘.”

“아무 것도 안 할 건데?”


이 당시 한국의 스턴트맨 숫자를 모두 합해봐야 100명을 넘지 않았다.

현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은 그 절반 수준이다.

<복수의 꽃>처럼 대규모 전투장면이 있는 영화에서는 그들 전부가 모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충무로에서 대작들이 줄줄이 제작될 예정이다.

충무로처럼 소문이 빠른 곳에서 이기적으로 찍히면 오래 못 간다.

한치 앞만 보고 남을 배척하다보면 자기만 손해일 뿐.

당장 내 밥그릇 주워 담는 것이 인간이란 존재가 이기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해도, 그로 인해 드라마의 창작력을 정체시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했다.


‘어떻게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그리고 임진왜란까지 전투고증도 개판이고 액션 연출마저 똑같은 합을 복붙 하냐고.’


항상 제작비 타령이다.

일정부분 류지호도 이해한다.

다만 사극에서 전투고증은 항상 뒷전이란 것이 문제다.

의상이나 세트 미술에 돈을 쓰면 고증이 훌륭하다면 자화자찬하기 바쁘고.

고대와 중세 전쟁사나 전투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독립운동사에서 독립군들의 전투 관련 연구도 허술하기 짝이 없으니.

그런 현실에서 한국에서 첫 작품을 시대극으로 정한 류지호다.

류지호는 스스로의 결정이 더욱 적절했다고 믿었다.

일제강점기 어떤 도시로도 재활용 가능한 군산시내 세트 건설은 물론이고, 조선의 조총, 스나이더 소총 및 개틀링 같은 총기류 프롭(Prop Guns)을 많이 수입해 왔다.

과거였다면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총단법)에 의해 실제 총의 수입 허가가 쉽지 않았을 터.

다온로펌의 입법로비로 인해 영화 <쉬리> 제작을 앞두고 조용히 법안이 개정되었다.

따라서 단속 대상 총포류에서 ‘예술촬영총’은 빠지게 되었다.

물론 장난감 모형 총이 아닌 실제 총포는 총구 근처에 1㎝ 크기의 ‘어댑터’ 또는 ‘플러그’라불리는 나사 모양의 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해 공포탄만 쏠 있도록 해야 한다.

보관 역시 인근 경찰서 혹은 파출소에 맡긴 후 사용 때마다 신고한 후 반출하도록 되어 있긴 했다.

WaW 종합소에서 들여온 Prop Guns는 여주 경찰서에 개틀링은 백제역사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다.

당시 의상 역시 제대로 고증을 거쳐 따로 백여 벌이 제작되고 있다.

<복수의 꽃>에서는 사용될 일이 없지만, <풍운아>를 제작하며 러시아제 소총 M1891 모신-나강(Mosin-Nagant), 독일제 마우저 소총, 일본제 30식, 38식 소총을 다수 확보해 놓기도 했다.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에서 홍범도 장군이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진 독일제 마우저 권총도 몇 정 들여왔고, 독립군이 애용한 독일제 ‘루거 P08’ 권총도 몇 정 구해 두었다.

<풍운아> 제작 당시 구입해 둔 Prop Guns는 국내에도 이미 존재했다.

다만 모형이 대부분이었다.

공포탄이 발사되고 총구화염효과도 낼 수 있게 개조한 것은 한 정도 없었다.

<복수의 꽃>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WaW 엔터테인먼트는 여주 종합촬영소 소품실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각종 Prop Guns을 들여올 수밖에 없었다.

<복수의 꽃> 제작진은 그걸 임대해서 사용함으로써 제작비를 아낄 수 있게 됐고.


‘내 영화 잘 찍어보려고 투자를 했는데 덩달아 충무로도 혜택을 보게 되면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지.’


인천에 다녀 온 후로 류지호는 전국의 주요 촬영예정지를 돌아보았다.

할리우드에서 일할 때는 정기 회의를 통해 각 부서의 의견을 듣거나 의사결정을 통보했다.

반면에 충무로에서는 수시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아직은 분업화·전문화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중구난방.

뒤죽박죽.

프리프로덕션 과정에서 그런 감이 없진 않았다.

어찌 되었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하는 말처럼 준비가 차곡차곡 되긴 했다.


❉ ❉ ❉


쇳덩어리 사각형의 상자.

뷰파인더와 영화용 표준렌즈를 떼어버리면, Eye-MAX 카메라가 딱 그렇게 생겼다.

류지호가 Eye-MAX에서 현물협찬 받은 카메라 기종은 MKⅡ.

카메라 바디 무게 76파운드(약 34Kg).

참고로 35mm 필름 카메라 순수 바디 무게는 대략 18Kg다.

자이스 제나(Zeiss Jena) 렌즈, KoJak 70mm 필름이 감겨있는 500Ft 매거진.

보통 카메라 바디 위에 혹은 후면에 필름 매거진이 장착되는 것과 달리 Eye-MAX MKⅡ는 바디 옆구리에 필름 매거진을 장착할 수 있게 디자인 되어 있다.

물론 바디 후면에 장착할 수도 있다.

Eye-MAX 70mm 필름 포맷 특성상 옆으로 누운 상태로 촬영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카메라에서 매거진을 세워서 장착하는 것과 달리 바디 옆면이나 후면이나 모두 매거진이 눕혀서 장착된다.

따라서 35mm 영화 카메라와는 다른 내부 메커니즘을 보일 수밖에 없고, 디자인 역시 옆으로 넓적한 정사각형에 가까운 형태가 됐다.

Eye-MAX 전용 카메라는 바디와 매거진만 보면 쉽게 구분할 수가 있다.

Eye-MAX 카메라의 절반 정도 크기로 홀쭉한 모양이다.

Eye-MAX 카메라는 공장제 조립 제품이 아니다.

장인들이 직접 부품 하나하나를 손수 만들어 완성하는 수제품이다.

<복수의 꽃>에서 사용하게 될 Eye-MAX 경량 모델 MKⅡ LW는 1998년 다큐멘터리 영화 <에베레스트>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전 모델들은 파나플렉스 65mm 카메라보다 육중하고 크기도 더 큰 200파운드(약 80Kg)였다.

80년대 말부터 시네마 카메라 메이커들이 경량화 및 디지털 계기판 등을 채용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Eye-MAX 역시 경량화 개발에 들어갔다.

JHO Company에 합병 된 후로 개발비와 전문 인력을 보강하면서 경량화 개발에 탄력이 붙었고,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76파운드 Eye-MAX가 활용되기 시작했다.

후속 모델로 MSM 시리즈가 개발 중이다.

필름 매거진과 디지털 저장방식 범용성을 기본 콘셉트로 개발 중이다.

세련되고 정돈된 내부 디자인, 비디오 출력 같은 전자적인 장치가 추가될 예정이다.

이전 삶에서 <다크나이트> 시리즈에서 사용된 Eye-MAX 카메라가 MSM 시리즈다.

1000Ft 필름 매거진이 사각형 모양으로 바디 뒤에 붙는 바로 그 모델이다.

참고로 이전 삶에서 MSM 9800 모델 카메라는 4대가 제작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인 9802 모델을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 액션 장면에서 부숴먹기도 했다.

그 외 Eye-MAX 카메라에는 3D 필름 모델명 Solido가 있다.

두 개의 렌즈와 500Ft 매거진 두 개(때에 따라서는 5개까지)를 기본 장착하는 이 카메라의 무게는 무려 215파운드(약 97Kg)다.

매거진 5개를 장착했을 때의 무게는 329파운드에 달한다.

카메라 운반에만 기본 네 명의 그립팀이 동원된다.

참고로 Eye-MAX Corp.은 기존 3D 카메라 Solido를 업그레이드해서 NASA에 납품하기로 계약 되어 있다.

1976년 처음 Eye-MAX 최초 카메라 모델이 우주선에 실려 우주로 나갔는데, 이후로 꾸준히 NASA에 납품되고 있다.

특히 3D 필름 카메라에 있어서는 Eye-MAX가 독보적이다.

또 DALLSA Corp.에서 Eye-MAX 디지털 카메라 전용 이미지센서를 개발 중에 있다.

전용 이미지센서 개발이 완료되는 순간, Eye-MAX 디지털 카메라 개발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촤라라라라라!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 같았다.

Eye-MAX 카메라에서 엄청난 소음이 흘러나왔다.

테스트 촬영을 지켜보는 김영복이 황당함이 듬뿍 담긴 탄성을 토해냈다.


“우와, 모터 돌아가는 소리 한 번 끝내준다.”

“이래서 드라마는 못 찍어.”

“동시녹음은 아예 불가능하겠네.”


김영복과 나란히 서있던 류지호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배우가 연기에 집중 할 수 없을 정도로 거슬리기도 하고.”

“톱니가 15퍼프(퍼포레이션)에 물려 돌아가니 그럴 수밖에.”

“롱테이크도 3분 이상 못 찍을 거야.”

“아주 돈 잡아먹는 괴물이다. 저 놈!”

“하하. 그렇지.”

“70mm 파나플렉스 사이즈일 줄 알았거든. 근데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는 않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를 하고 그래. ARiCH가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버전 카메라를 내놓는 것처럼 Eye-MAX도 계속 업그레이드 하고 있어.”

“그래도 핸드헬드는 못하겠더라. 허리 나가겠어.”


카메라 바디에 매거진과 뷰파인더만 달려 있다고 촬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저것 액세서리가 부착된다.

당연히 카메라 부피가 커지고 무거워진다.

카메라가 넓적하게 생겨서 어깨에 올려놓고 촬영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건장한 성인 남성 둘이 한 개 조를 이뤄 카메라를 옮겨야 하는 것은 덤이고.

그 동안 Eye-MAX 영화에서 핸드헬드 촬영을 할 일이 없어 관련해서 보조 장치가 개발 된 적이 없었다.


“형이 3D 카메라 Solido를 못 봐서 그래. 그건 네 명이 들어도 벅찰 정도야.”

“Eye-MAX가 3D 카메라도 만들어?”

“그걸로 먹고 살아.”


Eye-MAX Corp.의 매출은 3D 영화와 테마파크의 4D 상영관이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 년에 두 편 제작될까 말까한 영화로는 회사 유지도 간당간당한 것이 현실이다.

반면에 3D와 4D 영화의 입장료 수입이 쏠쏠하다.

북미 극장체인 AMT와 제휴를 맺고 일부 극장에 Eye-MAX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었지만, 상영할 만한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참고로 Eye-MAX Corp.은 촬영장비 제조사나 영화 제작사가 아니다.

영화 상영 포맷을 서비스하는 업체다.

즉 Eye-MAX 전용 영사기·스크린·사운드 시스템·좌석 배치 등 상영관 시설 공사와 시스템을 팔거나 임대를 통해 로열티(혹은 수익분배)를 얻는 회사다.

때문에 주요 매출을 책임지는 것은 자회사인 Sonics Associates, Ridefilm Theaters다.


“저 놈도 디지털 카메라로 만들어지냐?”

“아마도....”

“크기가 작아지지 않겠지?”

“CCD 사이즈가 사이즈다 보니. 아무래도 한계가 있겠지만, 지금보다 무게는 상당히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


두 사람이 잠시 대화를 멈췄다.

순식간에 소모한 매거진을 캐나다 촬영팀이 새로운 매거진으로 교체했기 때문이다.

김영복의 촬영팀은 Eye-MAX 촬영팀을 곁에서 지켜보며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했다.


“이놈에 미친 카메라는 어째 필름 로딩도 미친 것 같냐?”


킥킥.


류지호가 웃었다.

일반적인 영화 필름 로딩은 숙련자가 하면 얼마 걸리지 않는다.

Eye-MAX 포맷 필름 로딩은 빨라야 20분이다.


“미국에서 크레인은 언제 들어온대?”

“9월 초에.”


2002년 가동 예정인 WaW 종합촬영소 장비렌탈 사업부는 <복수의 꽃>에 사용할 특수촬영 장비들을 JHO Company가 2대 주주로 있는 Nettmann Shooting Systems에 주문했다.

기본적 달리 시리즈부터, 슈퍼 크레인, 테크노 크레인, Camera Car 등을 들여오기로 했다.

특히 Eye-MAX MKⅡ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크고 튼튼한 크레인을 들여오기 때문에 향후 다른 한국 영화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형....”

“왜?”

“진짜 세방이나 허리우드에서 현상을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고 큰소리 떵떵 치잖아.”


본래 계획은 Eye-MAX로 촬영한 필름을 LA 소재 대형 필름 현상소로 보내려고 했다.

헌데 한국의 현상소들이 자신들이 현상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35mm 러쉬 필름까지 뜨겠다고 하더라고”

“어차피 테스트 필름이니까, 밑져야 본전이라는 셈 치고 한 번 맡겨보자.”


현재 한국의 영화 현상소는 세방, 허리우드, 서울, 영진위 네 곳이다.

현상소들은 <복수의 꽃> 필름현상을 따내기 위해 수시로 WaW 픽처스를 들락거리고 있다.

참고로 세방 현상소와 영화진흥공사 현상실에서는 십 수 년 전 70mm 극장상영용 프린트를 복사 작업을 해 본 경험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대한극장에서 70mm 영화가 간간이 상영되던 시기라서 미국에서 보낸 듀프 네가를 극장 상영용 프린트로 옮기는 작업을 해 보긴 했다.

어쨌든 현상소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김영복에 대한 대접이 달라졌다.

전부터 현상소의 VIP이긴 했지만.


“의리로 현상소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뭘 모르네. 내가 갑이야.”


류지호가 무슨 헛소리냐는 듯 김영복을 쳐다봤다.


“내 자랑 같지만, 몇 년 동안 대작만 찍고 있어. 참여했던 영화들이 다 잘되기도 했고. 과장 쬐금 보태면 내가 색보정 기사 데리고 다른 현상소로 옮길까봐 세방의 상무나 허리우드 사장이 엄청 잘 해줘. 서울 현상소에서도 툭하면 술 한 잔 하자고 그러고.”


잘나가는 촬영기사들은 현상소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뇌물조의 금품을 제공받지는 않지만, 좀 더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테스트 촬영의 필름 현상료를 할인받기도 하고, 아예 대금을 내지 않기도 한다.


“박정기 실장은 HFR로 옮겼어?”

“정기도 알아?”

“박 실장이 충무로 색보정 탑 아닌가?”

“자식이... 충무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네.”

“거기 아직 DI시작하지 않았지?”

“지금 DI는 모택하고 WDL만 하고 있어. <화산고>가 CG가 많아서 모택에서 DI를 할 거라더라.”


CG 업체인 모택은 올해 고가의 DI(Digital Intermediate) 장비를 들여왔다.

따로 DI팀까지 꾸려 본격적으로 디지털 색보정에 나설 태세다.

한국 영상업계 DI는 WaW 엔터테인먼트 계열사 WDL(WaW Digi Lab)이 선도하고 있다.

자동차, 휴대폰 같은 고예산 광고의 색보정은 WDL이 독점하고 있다.

다솜방송 자회사 Aram 프로덕션에서 제작하는 뮤직비디오도 도맡아서 하고 있다.

참고로 가온웨딩 스튜디오 촬영기사 출신 최준영이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뮤직비디오 감독이자, 광고 감독으로 부상하고 있다.

오성전자 휴대폰 광고를 찍은 이후로 유명한 가수들의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는 거의 그에게 의뢰가 들어오고 있었다.

현재 한국의 뮤직비디오계는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의 창시자 격인 1세대 감독 김주현, 악마의 재능이라 불리는 차영택, 실험적인 영상에 특별난 재주를 보이고 있는 차세영 등이 넘버3로 꼽히고 있고, 곧 최준영도 포함될 기세다.


“DI가 뭐가 좋기에 그러는지, 난 알다가도 모르겠다. 필름 룩까지 포기하면서 말이야.”

“하나를 포기하면 하나를 얻는 것처럼, DI도 그런 것 같아. 기존의 아날로그 색보정은 색깔을 바꾼다거나 밝기를 눌러주는 것 정도로 한정적이잖아. 근데 디지털 색보정은 그 보다 더 많은 컬러를 만들 수 있고, 콘트라스트도 좀 더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지. 또 특정 부분의 특정 색도 바꿀 수 있고.”


김영복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할리우드도 안 하는 걸, 우리는 뭐 하나 좋다고 하면 다들 우르르 달려가서 하는 경향이 있어.”


실제 할리우드에서도 CG가 30%가 넘어가는 영화에서 DI를 하고 있다.

부분적인 DI까지 포함한다고 해도 아직 1년에 10여 편에 불과했다.


“아무리 충무로 현상이나 색보정이 발전했다고 해도, 호주에서 작업하는 것만 못하잖아. 색과 빛을 완벽하게 계획하고 컨트롤하지 못하는 충무로에서는 DI가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어.”


원판 불변이라는 말이 있다.

촬영 원본이 엉망이면 제 아무리 포스트프로덕션 기술이 좋아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Remo : The Destroyer>는 전편을 풀로 DI 한 거지?”

“응.”


JHO Company 계열사에 Da Vinci라는 독보적인 색보정 소프트웨어 회사가 있다.

아직까지 류지호가 기억하는 수준까진 도달하진 못했지만, 꽤 많은 걸 구현할 수 있다.


“원본 시사를 못 봐서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확실히 샤프니스라든가 룩이 쨍한 느낌이더라.”

“질감이나 라인의 부드러움은 아무래도 필름을 못 쫒아가.”

“Eye-MAX로 촬영한 거에 CG 입히면 돈이 더 들어?”

“화면이 넓어져 CG로 채울 것이 많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아. 사실 우리 영화는 전봇대와 건물 지우는 CG가 많아.”

“그렇긴 하지.”


김영복의 촬영팀이 Eye-MAX 카메라를 다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

70mm 필름을 만져본 적이 없어 처음 몇 번은 서툴겠지만, 금방 적응할 터.

그럼에도 캐나다팀에게 카메라 운용을 맡긴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보험 문제다.

둘째는 충무로 촬영 스태프에게 익숙하지 않은 기어헤드의 핸들 조작도 문제다.

Eye-MAX 카메라와 트라이포드를 연결해주는 헤드는 기어헤드다.

패닝 핸들이 달려있다.

셋째는 필름 로딩 문제다.

전문적으로 Eye-MAX 카메라를 운용하는 팀들도 필름 로딩 시간만큼은 쉽게 단축할 수 없다.

하물며 초짜가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Eye-MAX 카메라를 만져봤다는 건 개인에게 큰 자랑거리다.

딱 그 정도다.

앞으로 다시는 Eye-MAX 카메라를 다룰 일이 없는 김영복의 촬영팀에게 굳이 카메라를 맡길 이유를 류지호는 찾지 못했다.


‘날 아무리 원망해봐야 소용없다. Eye-MAX니 파나플렉스니 그거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왜냐하면 3년 정도 후부터 디지털 카메라로 넘어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일찍부터 디지털 시네마에 적응하는 편이 미래를 위해 좋았다.

류지호는 민속촌이 위치한 용인 인근에서 진행한 첫 테스트 촬영만 참여했다.

이후로는 Eye-MAX팀과 김영복 촬영팀이 전국을 돌며 테스트 촬영을 진행했다.

필름은 네 곳의 현상소에 모두 맡겨졌다.

최종적으로 허리우드 현상소가 낙점되었다.

<복수의 꽃> 전용 프로세스를 따로 운영하는 조건이었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52 영화가 영원히 머무는 곳. (1) +4 23.03.22 3,422 115 24쪽
451 곧.... 필름은 죽습니다. (2) +6 23.03.21 3,359 111 23쪽
450 곧.... 필름은 죽습니다. (1) +6 23.03.20 3,417 109 25쪽
449 내가 잘되자고 하는 겁니다! (2) +4 23.03.18 3,511 120 25쪽
448 내가 잘되자고 하는 겁니다! (1) +5 23.03.17 3,502 120 27쪽
447 혼자 늙어 죽는 수가 있거든! +6 23.03.16 3,460 124 25쪽
446 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3) +3 23.03.15 3,410 110 23쪽
445 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2) +4 23.03.14 3,472 108 21쪽
444 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1) +9 23.03.13 3,616 118 20쪽
443 언젠가 만나야 했을 인연들. (3) +6 23.03.11 3,674 128 26쪽
442 언젠가 만나야 했을 인연들. (2) +5 23.03.10 3,623 121 26쪽
441 언젠가 만나야 했을 인연들. (1) +7 23.03.09 3,647 118 23쪽
440 다 해먹는다는 말 나오진 않겠죠? (3) +4 23.03.08 3,578 123 24쪽
439 다 해먹는다는 말 나오진 않겠죠? (2) +14 23.03.07 3,579 128 21쪽
438 다 해먹는다는 말 나오진 않겠죠? (1) +3 23.03.06 3,586 117 21쪽
437 지금이라도 손을 떼시면 됩니다. +6 23.03.04 3,704 128 27쪽
436 복수의 꽃. (10) +8 23.03.03 3,397 127 21쪽
435 복수의 꽃. (9) +6 23.03.02 3,267 127 21쪽
434 복수의 꽃. (8) +4 23.03.01 3,262 120 21쪽
433 복수의 꽃. (7) +3 23.02.28 3,331 119 22쪽
432 복수의 꽃. (6) +4 23.02.27 3,376 115 21쪽
431 복수의 꽃. (5) +4 23.02.25 3,456 128 24쪽
430 복수의 꽃. (4) +5 23.02.24 3,383 128 25쪽
429 복수의 꽃. (3) +11 23.02.23 3,468 115 26쪽
» 복수의 꽃. (2) +2 23.02.22 3,558 128 24쪽
427 복수의 꽃. (1) +5 23.02.21 3,676 123 20쪽
426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4) +6 23.02.20 3,647 126 25쪽
425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3) +5 23.02.18 3,702 135 25쪽
424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2) +6 23.02.17 3,654 134 25쪽
423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1) +7 23.02.16 3,745 139 2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