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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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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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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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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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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홍콩 영화계와 경제계 인사들과의 연쇄 미팅 사이에 약간의 짬을 냈다.

GOM 인터내셔널 사장 권영환과 함께 구룡반도 북쪽 지역을 돌아봤다.

브로드웨이 극장체인과의 합작법인 GB CinePlex 브랜드 멀티플렉스가 입점할 건물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3개관짜리 소극장이 영업 중이다.


“돈을 벌겠다는 의미보다는 중국진출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에 만족하세요.”

“예. 의장님!”

“홍콩의 극장 티켓요금이 조금 재미있는 구석이 있더군요?”

“그렇습니다. 한국과 다르게 지역, 극장, 시간, 요일별로 다 티켓가격이 다 제각각입니다.”


즉 기본적으로 성인, 학생, 노인 우대, 조조할인 가격이 상영관마다 달랐다.

재밌는 것은 화요일 요금이 다른 요일과 가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또한 홍콩의 지역별로도 가격이 다른데, 지역마다 임대료가 다른 점이 티켓가격에 반영된다.

임대료가 비싼 중심가 극장은 티켓값이 꽤나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이곳 임대료는 어떻습니까?”

“홍콩섬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중심가이기 때문에 비쌉니다. 그래서 영업을 재개한다고 해도 티켓값을 내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흑자는 두 번째 문제겠군요?”

“그렇습니다.”


더 북쪽으로 가면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도 있다.

한국영화를 많이 상영할 예정이라서 너무 외진 지역은 곤란했다.

홍콩의 주요 극장 브랜드는 모두 4개다.

그 4개 브랜드가 홍콩섬, 구룡반도, 신계 지역에 골고루 분포되어 영업 중이다.

나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었지만, 류지호의 관심 밖의 일들이다.

G.O.M Cinemas의 홍콩 영업은 중국진출의 발판 정도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암튼 일본에서와 다르게 홍콩에서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홍콩이 금융과 무역의 중심지이기도 해서 영화 외에도 다양한 비즈니스맨들을 만나야 했다.

두 번째 날부터는 묵고 있는 호텔에서 밤마다 파티를 열었다.

별의 별 인사들이 찾아왔다.

홍콩 영화계 인사들 사이에는 음지에서 암약하는 폭력조직 간부도 있었다.

여전히 홍콩영화계의 유력한 한 축이 삼합회였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가 개입하기 전까지 홍콩영화계는 삼합회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로리?”

“오랜만이야 Jay."


A Band Apart Films의 프로듀서 로리 벤더가 파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온 홍콩이 떠들썩해서 무슨 일인가 했어.”

“홍콩에는 어쩐 일이야?”

“이곳 업체 몇 곳과 미팅이 있어서.”

“<킬 빌>의 프로덕션을 일본이 아니라, 홍콩에서 하려고?”

“두 나라 모두 돌아보고 있는 중이야.”

“퀸이 일본에서 로케이션하고 싶어 하는 건 들어 알고 있어. 그런데 홍콩까지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네.”

“Jay도 알잖아. 녀석이 하고 싶다고 하면 아무도 못 말린다는 걸.”

“내가 말려줄까?”

“사양할게. 쿠엔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둬. 공연히 나만 피곤해지니까.”

“하하. 제작비가 적다고 투덜거리지는 않고?”

“왜 아니겠어? Jay의 영화처럼 Eye-MAX로 찍겠다는 걸 말리느라 내가 죽을 맛이야.”

“그래서 홍콩 업체 어디와 협상 중인데?”

“센트로 디지털 팩토리와 CG 작업에 대해 논의해보려고.”


센트로 디지털 팩토리는 홍콩 최대의 디지털 포스트프로덕션 회사다.

1998년 개봉작 <풍운>을 작업한 것으로 유명하다.


“CG가 들어가는 장면이 많아?”

“와이어 지우는 것과 배경 합성 정도지 뭐.”

“한국의 WDL은 고려 대상에 안 들어있어?”


<킬빌>은 제작비 절감은 물론 홍콩영화 룩(영상미)을 내기 위해서 포스트프로덕션을 홍콩에서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전반적인 포스트프로덕션 인프라는 다른 문제니까.”

“부정할 수는 없는 현실이네. 행운을 빌어 로리.”

“고마워. 그럼 난 파티 즐길게. 좋은 시간 보내.”


로리 벤더가 홍콩 영화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사라지자,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이 찾아왔다.


“보스!”

“빌....?”


류지호에게 친근하게 인사를 걸어온 남자는 빌 파이퍼라는 이름의 셀레스티알 픽처스의 CEO였다.

작년 Tri-Stellar International 홍콩법인은 말레시아의 유력 재벌과 합작으로 DVD 제작·유통 업체를 홍콩에 설립했는데, 그 업체가 바로 셀레스티알 픽처스였다.

샤오브라더스의 필름 라이브러리 760편의 판권을 사들여 필름으로 복원한 후에 DVD로 출시하는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샤오브라더스 필름 라이브러니는 소닉, TBO도 욕심을 냈다.

실제 구매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우수한 DVD와 필름 스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JHO 산하 Tri-Stellar International 계열로 편입하게 됐다.

계약 성사에는 Tri-Stellar International 홍콩지사장이 말레이시아의 재벌을 끌어들여 합작회사를 만든 것이 주요했다.

말레이시아 재벌이 샤오브라더스의 오너와 친구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들여온 장비 세팅은?”

“미션 컴플리트!”

“첫 출시는 언제로 예상하고 있지?”

“내년 12월에 첫 DVD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겁니다.”

“첫 타이틀이 뭐였더라?”

“디렉터 장창화의 <천하제일권>입니다.”

“그래?”

“뉴욕에 살 때 <천하제일권>을 보고 홍콩 무협영화에 빠져버렸거든요. 그때 가졌던 꿈이 드디어 DVD로 재탄생할 거라 생각하면 잠이 안 옵니다.”

“그때가 몇 살이었는데?”

“12살이었습니다.”


류지호는 가끔 일본영화와 홍콩영화가 부러울 때가 있다.

지금 같은 말을 들을 때다.

일본과 홍콩영화는 오래 전부터 북미와 유럽에 소개되었다.

나름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다.

비록 장창화 감독이 한국출신이라고 해도, 그가 연출해 유명해진 영화들의 제작사는 홍콩의 샤오라더스와 GH오락유한공사다.

그래서 장창화 감독이 홍콩 감독인 줄 안다.


‘지금도 늦지 않았어. 결국 최후에 이기는 자가 승자니까.’


류지호는 ParaMax Films를 통해 한국영화를 북미에 배급하고 있다.

또한 한국영화가 유럽의 영화제에 매해 초청을 받고 있다.

그것으로는 모자랐다.

충무로는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해외에서 통할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진 영화를 만들어 내야하고.

이전 삶에서 'K' 붙은 영화와 드라마가 글로벌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류지호가 넋 놓고 있을 상황이 결코 아니다.


“첫 타이틀이 출시되고 나면, 한국을 내세운 기획 DVD타이틀을 낼 계획도 있습니다.”

“한국을 내세운다고?”

“‘샤오브라더스가 한국의 영화 재능을 출발부터 지원하다‘라는 테마의 타이틀입니다.”


류지호는 무슨 개소린가 싶어 빌 파이퍼를 빤히 쳐다봤다.


“<천하제일권>을 시작으로 <더 킹 복서>, <철두황제> 같은 영화들을 연속해서 출시하거나 합본으로 묶어 출시할 것을 검토 중입니다.”


빌 파이퍼가 언급한 영화들은 한국 출신 감독이 연출했거나, 한국 출신 배우가 출연한 샤오브라더스 영화다.

여담으로 셀레스티알 픽처스는 2002년 12월 첫 번째 타이틀을 출시한 이후 170편을 복원하게 되고, 처음 출시된 DVD는 50만 장을 팔아치운다.

한국 영화감독들의 샤오브라더스 작품 팸플릿에 태극무늬를 만들어 넣기까지 한다.

DVD와 리메이크 작업이 좋은 성과를 내자, 필름 라이브러리를 팔아치운 샤오브라더스는 뒤늦게 후회를 하게 된다.

그걸 발판으로 셀레스티알 픽처스 단독으로 중국 진출까지 하게 된다.

아직은 시작도 안 된 일들이다.

5년 후에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 열정과 창의성의 부재, 투자자를 등 돌리게 하는 투명성 부족, 독립영화 프로듀서의 부족, 영화계의 리더십과 국제적 비전 부재···. 이런 비관의 근원은 주로 보수적이고 근시안적인 제작자들에게 그 원인이 있습니다.


홍콩의 영화과 교수들이 류지호에게 한 신랄한 비판이었다.

어디 홍콩 영화계만의 문제일까.

아시아의 주요 국가 영화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 잠시 홍콩영화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곧 중국시장이 활짝 열리게 됩니다. 그곳이 침체된 홍콩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겁니다.


많은 주류 영화인들이 기대감 섞인 낙관론을 류지호에게 설파했다.

류지호는 홍콩을 넘어 저 대륙의 중국 영화판을 생각해 보았다.

중국은 VCR 단계 없이 DVD 시대로 건너뛴 것처럼 극장 역시 디지털 시대로 곧바로 도약한다.

중국의 성마다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방송사에서 자체 제작해 방송하는 HD영화와 HD드라마의 수요가 엄청나서 미처 채우지 못한 제작 물량이 홍콩이나 한국으로 넘어오게 된다.

10여 년이 흐르면 한국·홍콩의 감독이나 기술 스태프가 장기간 보이지 않는다면 중국에서 HD영화나 HD드라마를 찍고 있다고 보면 십중팔구 맞는 예상이 된다.


‘그렇게 영화인들이 수년 간 꿀 빨았다고 착각했지만, 결과는....’


제작 시스템과 노하우만 탈탈 털리고, 받아야 할 정산도 수 년 동안 받지 못해 쩔쩔매다가, 소중한 창작물은 이 놈 저 놈에게 도용당하고, 만연한 불법복제로 인해 수입을 건지지 못하는.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진다.

심지어 중국 안에서 같은 한국인들끼리 뒤통수에, 사기에, 온갖 잡스러운 일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진다.

세계 어디나 비즈니스로 만만한 곳은 없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들어가도 어려운 국가로 꼽힌다.

쉽게 보고 접근하면 큰 코 다칠 정도로 심난한 비즈니스가 기다리고 있다.


‘수십 억 내수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고. 계륵이야 계륵.“


먹을 것이 없어 버리기 아까운 것이 아니다.

먹을 건 많은데 노력과 능력만으로는 소화할 수 없는... 매우 짜증나는.... 그런 시장이다.


‘아닌가...? 깡패의 삥을 뜯어 먹을 수도 있을까...?’


그렇다고 공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대의 호주머니를 털어먹는 것이 영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중국 시장을 순이익이 아닌 매출 뻥튀기 도구로만 써먹어도 된다.

그를 통해 미국 증권거래소의 주가를 띄우거나 중국 현지 기업에게 바가지를 씌워 팔아치워도 된다.

미국 투자회사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 ❉ ❉


홍콩에서 거주하는 스타들은 사생활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통 파파라치 천지기 때문이다.

어젯밤 술집에서 영화 관계자들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 다음날 조간신문에 기사화되는 사례도 부기지수다.

류지호가 보기에 할리우드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홍콩영화계를 너머 세계적인 스타인 차우싱치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에 대해 모든 것이 기사화되고 있다.

너무 심한 취재로 인해 차우싱치는 날이 갈수록 예민해지고, 괴팍한 성격으로 변해갔다.

파파라치들의 지나친 취재 때문에 제대로 된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삶을 살다보니 극도로 말을 자제하고, 언론노출도 영화 홍보 외에는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


류지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를 마시고 있는 차우싱치를 관찰했다.

비서로부터 보고를 들어 알고 있었지만, 차우싱치는 마치 사이보그 같았다.

처음 인사를 나눌 때부터 차를 마시는 지금까지 어떤 감정표현도 심지어 표정도 없었다.

굉장히 냉소적이며 잘 웃지도 않고 말수도 적었다.

알버트 마샬 사장의 질문에 단답형으로 대답하기 일쑤였다.

그나마 인간이라고 느껴질 때는 냉소적인 말을 내놓거나 자기 자랑할 때뿐이었다.

대중들은 희극 배우들의 실제 성격도 쾌활하고 명랑할 것으로 짐작한다.

일상의 모습까지 그런 배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할리우드 배우 맥클로닌 윌리엄스도 실제 만나보면 근엄 그 자체다.

류지호가 아카데미 뒤풀이에서 만난 캐나다 출신 배우 유진 캐리 역시 과묵하고 매우 진지한 배우였다.

대중들은 알지 못하지만, 두 사람 다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그와 관련한 약을 수년 째 복용하고 있기도 하고.

마약에 손대는 것까지는 극도로 자제하는 모양이지만, 과도한 음주와 약물 오남용으로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암튼 알버트 마샬 사장이 차우싱치가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그는 전혀 웃지 않은 채 근엄하고 딱딱한 표정으로 답했다.

대답도 길게 하지 않고 단답형으로 일관해 마치 화난 사람을 연상케 했다.


‘대화의 진도가 안 나가네.’


알버트 마샬 사장의 글로벌 투자·배급에 관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차우싱치는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유지했다.

좋게 말하면 포커페이스.

조금 삐딱하게 보면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매우 냉소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어릴 때부터 자폐증을 가진 문제아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성격도 성격이지만.... 홍콩 영화인들 사이에서 왕따 취급 받게 된 것이 어릴 때의 여러 문제들과도 관계가 있지.’


촬영장에서 자기 성에 차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좋게 포장하면 완벽주의자다.

영화를 제작하거나 연출할 때 본인이 짜놓은 틀 안에서 해야만 한다는 신념 같은 것이 있어서 배우가 즉흥연기를 하면 수치심이 들 정도로 엄청나게 욕을 퍼붓는다.

홍콩영화계에서 알 사람은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다.

피해자가 한 둘이 아니었으니까.

할리우드에서도 그와 같이 독불장군식의 연출을 하는 감독들이 많다.

류지호의 주변에는 고언형제가 대표적이다.

다만 고언형제는 자신의 사단하고만 일을 하기 때문에 딱히 나쁜 소문이 돌진 않는다.

그런데 차우싱치는 촬영장의 독재자이며 폭군으로 악명이 높아서 출연을 기피하는 배우까지 있을 정도다.

특히 유명세가 조금이라도 있는 여배우는 그의 영화에 다시는 출연하려고 하지 않는다.

차우싱치는 홍콩을 넘어 세계적인 스타다.

그런데 냉소적이고 너무나도 이기적이고 자만심 가득한 모습으로 인해 홍콩영화계에서는 평판이 최악을 달리고 있기도 했다.

파파라치가 득세하는 홍콩 연예계에서 여성편력이 심한 스캔들 메이커로 불리기도 한다.

함께 작업하는 상대 여배우와 무조건 스캔들이 터졌다.

여배우와의 스캔들 문제는 삼합회 멤버라는 소문과 함께 영화 흥행에까지 이용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스캔들 마케팅은 홍콩영화계의 병폐 중에 하나다.

톱스타배우는 캐스팅 담당자에게 매 영화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신인 여배우들을 추천한다.

의도적으로 촬영장에서 그 배우와 염문설을 낸다.

50년 전 영화계에나 있을 법한 상당히 질이 좋지 못한 행태다.


‘숨 막혀서 어떻게 사는지 몰라....’


차우싱치는 무수히 많은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그를 처음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날카로운 눈빛에 말도 없고 갱 보스처럼 카리스마를 내품어 당황하곤 한다.

삼합회와의 커넥션이 있어서 북미지역 같은 일부 국가에 입국금지라는 소문이 도는데, 홍콩에서는 거의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다.

한창 때는 삼합회 중간 보스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확인할 방법은 없다.

JHO Company 그룹 의장비서실에서 조사한 바로는 흥화퀑이란 제작자와의 친분 때문에 생긴 소문이었다.

홍콩영화계의 대부로 불리는 흥화퀑은 차우싱치가 출연한 영화를 모두 제작했는데, 그는 홍콩 삼합회 조직 중 하나인 신의안 창설자의 아들이었다.

삼합회와 깊은 연관이 있는 제작자의 양아들처럼 십년 넘게 후원을 받았으니, 삼합회 조직의 후계자란 꼬리표가 붙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여담으로 양부와 양자 관계처럼 돈독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10년이 흐르면 파탄이 나게 된다.

공식석상에서 서로에 대해 비난할 정도로 사이가 틀어진다.

차우싱치의 편을 들어주는 중국 영화계 인사는 거의 없다.

도리어 동료들로부터 심한 공격을 받는다.

중화권 영화팬들도 그 같은 차우싱치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고 있다.

팬들에게 중요한 것은 차우싱치의 실제 모습이 아니다.

가공된 연예인의 이미지가 중요할 뿐이다.

또한 그의 영화가 보여주는 진한 페이소스는 차우싱치의 나쁜 이미지마적 희석시키는 효과가 있다.


“미안합니다. <소림축구>라는 프로젝트로 인해 다음 영화를 고려할 여력이 없습니다.”


차우싱치는 끝내 ParaMax의 투자를 거절했다.

류지호는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홍콩영화계를 지배할 것도 아닌데 이것저것 영화마다 건드리는 것이 JHO Company의 평판 관리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 없었다.


“혹시나 차기작의 투자자가 필요하면 ParaMax 홍콩 사무실을 찾아와요.”

“투자자를 찾지 못할 정도로 무능하지는 않습니다.“


차우싱치는 듣기에 따라서는 상대가 기분 나빠할 어투로 말하고는 미팅 장소를 떠났다.

알버트 마샬로서는 ParaMax의 최고경영자가 된 이후로 처음으로 받아보는 대접이었다.

할리우드 영화 업계에서는 분명 ‘갑‘의 위치에 있으니까.


허허.


본래가 신사적인 풍모를 자랑하는 알버트 마샬이라서 떠나간 차우싱치에 대해 왈가왈부하진 않았다.

그 말고도 홍콩에는 여전히 괜찮은 영화감독이 많기도 했고.


✻ ✻ ✻


홍콩의 영화계는 폭력조직의 안방으로 유명했다.

이름만 되면 알만한 제작자나 배우 중 조폭의 보스이거나 중간 보스인 경우가 한 둘이 아니었으니까.

홍콩에서 영화를 하려면 삼합회거나 방계 조직의 눈치를 봐야 했다.

그들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 혹은 자본과 손을 잡아야 했다.

바로 화교자본가다.

때문에 Tri-Stellar는 말레이시아 화교 재벌과 합작으로 셀레스티알이란 업체를 설립했고, 영화와 관련 없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던 썬 라이 그룹 오너의 장남과 인맥을 만들었다.

게다가 삼합회와 어떤 연관도 없는 엘리트 출신의 장찌쾅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뒤통수가 따갑네요.”


GH오락유한공사를 찾아가는 류지호가 도널드 제이콥에게 농담을 던졌다.


“경호팀에게 쫒아버리라고 전할까요?”

“딱히 도발하지 않는다면 그냥 감시만 하라고 하세요. 갱단과 엮이면 진흙탕에 발을 담그게 되고 발만 더러워질 테니까.”

“예. 보스.”


홍콩에서의 일정마다 미행자들이 붙었다.

파파라치는 기본이었고, 삼합회 조직 가운데 한 곳에서 류지호를 열심히 쫓아다니고 있었다.

해코지 목적은 아니라는 경호팀의 분석이다.

그저 누구와 만나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주요 목적인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미 의장비서실에서는 갱단에 발을 걸치고 있는 홍콩의 영화인들을 추려냈다.

도널드 제이콥은 삼합회를 비롯해 갱단과 연관이 없는 이들 위주로 류지호의 일정을 짰다.

홍콩 영화계의 삼합회 인사가 파티 초대를 해오기도 했다.

바쁜 일정을 핑계로 다음을 기약했다.

실제로 홍콩 일정이 빡빡해서 예정에 없던 미팅이 불가능하기도 했고.

하지만 깡패들이 어디 상식적인 인간들인가.

자신을 무시한다면서 성질을 부릴지도 몰랐다.

4개팀으로 구성된 경호팀의 철통같은 보호와 JHO 홍콩 지사 직원들을 수행원으로 데리고 다니다보니 류지호 근처로 접근조차 못했지만.


“홍콩 지사에 경호팀을 보강하는 것이 좋겠어요.”

“그 정도로 치안이 엉망은 아닙니다.”

“해외 지사 직원들 가운데 현지에서 고용한 사람들도 JHO 가족입니다.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현지에서 고용한 JHO Company 그룹 직원들의 만족도 역시 꽤 높은 편이다.

연봉수준과 사내 복지 모두 평균 이상이지만, 특히 환영받는 것이 의료보험 분야다.

미국을 포함해 동남아시아 국가와 남미 일부, 동유럽 지사에서는 높은 연봉보다 JHO Company 그룹의 의료보험 및 가족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상당히 좋아했다.

의료민영화가 시행되고 있는 국가의 직원들은 그로 인해 JHO에 대한 충성심이 남달랐다.

국가별로 연봉수준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복지부분에서는 공평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홍콩까지 와서 구룡반도의 유명 관광지도 한 번 못 보고 가겠네요.”

“반나절 일정 정도는 만들 수 있습니다.”

“됐어요. 어차피 죽으면 쉴 거 살아 있는 동안 열심히 움직여야죠.”


도널드 제이콥의 시선을 무시하고 류지호가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구룡반도의 침사추이 거리에 눈을 뒀다.


작가의말

잡설 : 영화배우 혹은 감독 중에 대중들이 아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다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영화만 놓고 보면 주X치는 호감이죠. 근데 홍콩과 중국영화계에서는 왕따에 가까울 정도로 따돌림을 당했다고 합니다. 얼핏 왕따를 당한 사람 편을 들어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래도 싸다라는 분위기가 우세했다고 하죠. 비슷한 유형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김X덕 감독의 경우도 충무로 왕따였다고 합니다. 고인이 되어 만행과 추문이 더이상 회자 되진 않지만... 그 반대도 많다고 합니다. 실제는 매우 모범적이고 인성이 좋지만 나쁜 이미지가 덧 쓰워져 욕을 먹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직접 겪어보지 못한 일반 대중인 저희들이 어찌 알겠습니까마는.....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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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89 타잔오래비
    작성일
    23.03.14 10:26
    No. 1

    매일 아침,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3.14 11:27
    No. 2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3.14 17:48
    No. 3

    겉과속이 다르고
    주xx 와 대립 하던게
    유xx 라던데요.
    진실은 그들만이 알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雲祖
    작성일
    23.07.09 18:16
    No. 4

    김기덕 감독이 아무리 기인이라도 성폭력과의 관련은 사실일진데. 좋은점이 많았어도 상쇄될 수 없다. 서울시장 햤던 사람은 그와 관련된 이해관계로 미담화시키기도 하는데.. 죽었으면 조용해지기라도 해야지!!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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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 곧.... 필름은 죽습니다. (1) +6 23.03.20 3,418 109 25쪽
449 내가 잘되자고 하는 겁니다! (2) +4 23.03.18 3,512 120 25쪽
448 내가 잘되자고 하는 겁니다! (1) +5 23.03.17 3,503 120 27쪽
447 혼자 늙어 죽는 수가 있거든! +6 23.03.16 3,460 124 25쪽
446 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3) +3 23.03.15 3,411 110 23쪽
» 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2) +4 23.03.14 3,472 108 21쪽
444 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1) +9 23.03.13 3,617 118 20쪽
443 언젠가 만나야 했을 인연들. (3) +6 23.03.11 3,675 128 26쪽
442 언젠가 만나야 했을 인연들. (2) +5 23.03.10 3,624 121 26쪽
441 언젠가 만나야 했을 인연들. (1) +7 23.03.09 3,648 118 23쪽
440 다 해먹는다는 말 나오진 않겠죠? (3) +4 23.03.08 3,578 123 24쪽
439 다 해먹는다는 말 나오진 않겠죠? (2) +14 23.03.07 3,580 128 21쪽
438 다 해먹는다는 말 나오진 않겠죠? (1) +3 23.03.06 3,586 117 21쪽
437 지금이라도 손을 떼시면 됩니다. +6 23.03.04 3,705 128 27쪽
436 복수의 꽃. (10) +8 23.03.03 3,397 127 21쪽
435 복수의 꽃. (9) +6 23.03.02 3,268 127 21쪽
434 복수의 꽃. (8) +4 23.03.01 3,262 120 21쪽
433 복수의 꽃. (7) +3 23.02.28 3,331 119 22쪽
432 복수의 꽃. (6) +4 23.02.27 3,377 115 21쪽
431 복수의 꽃. (5) +4 23.02.25 3,456 128 24쪽
430 복수의 꽃. (4) +5 23.02.24 3,384 128 25쪽
429 복수의 꽃. (3) +11 23.02.23 3,468 115 26쪽
428 복수의 꽃. (2) +2 23.02.22 3,558 128 24쪽
427 복수의 꽃. (1) +5 23.02.21 3,677 123 20쪽
426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4) +6 23.02.20 3,648 126 25쪽
425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3) +5 23.02.18 3,702 135 25쪽
424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2) +6 23.02.17 3,655 134 25쪽
423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1) +7 23.02.16 3,746 139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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