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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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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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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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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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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내가 잘되자고 하는 겁니다!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LA로 복귀한 류지호는 다음날부터 웨스트우드 JHO Company 본사로 출근했다.

밀려 있던 보고서를 읽고 처리해야할 결재서류도 챙겼다.

기업경영은 최고경영자인 모리스 메타보이의 몫이기 때문에 류지호는 이사회 안건과 감사보고서만 확인하면 됐다.

한창 때의 성장세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미국 사업은 좋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트라이-스텔라 배급작품이 25편까지 늘어났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는 인하우스 영화를 대폭 줄였다.

투자·배급에만 집중하고 있다.

류지호 소유의 JHO Pictures를 제외하고도 5개의 프로덕션 자회사와 20여 개에 이르는 제휴영화사 작품들로도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었기 때문이다.

ParaMax Films는 준메이저 스튜디오로 올라선 만큼 회사명을 ParaMax Entertainment로 개명했다.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JHO/DirecTV의 Ts-TV 독점 TV시리즈까지 계약하기로 했다는 보고도 있다.

90년대 ParaMax의 포지션을 디멘션 필름이 차지하는 분위기다.

공포·스릴러 특화 장르영화 전문 프로덕션에서 인디배급사의 면모까지 갖춰가고 있다.

영양가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프랜차이즈 비디오 시리즈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디멘션 필름은 JHO·Working Title Films와 함께 꽤나 가치가 높았다.

내년에는 공포영화 및 B무비 전문 브랜드를 런칭해 케이블TV에도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필리프 노이즈 감독은 <콰이어트 아메리칸> 촬영을 마쳤대?”


앨런 포스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호주에서도 한 작품 찍을 예정이라고 하지 않았어?”

“내년에 찍기로 조정했어.”

“1년에 한 편씩 하고 있네? 꽤 부지런한 걸.”

“<레모> 후속편 예산이 7,500만 달러야. 놓치고 싶지 않은 거지.”


<Remo : part Ⅱ>는 제작비가 대폭 올랐다.

전편보다 더 많은 볼거리 더 많은 로케이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필리프 노이즈는 유명 스파이소설을 영화화한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명령>을 연출한 호주 출신의 영화감독이다.

최근에는 <본 콜렉터>를 연출했다.


“연출계약은?”

“계약서는 법률팀과 조율이 모두 끝났고, 호주에서 돌아오면 서명하기로 했어.”

“수고했어.”


<Remo : part Ⅱ>의 스토리는 류지호가 연출한 1편과 연결된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아의 국경 마을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시체(언데드)가 발견된다.

CURE는 레모 윌리엄스를 다시 한 번 보스니아 지역으로 파견해 사건을 조사시킨다.

그 과정에서 치명적 바이러스를 퍼뜨리려는 테러리스트와 대결을 벌인다.

전편보다 더욱 강력한 고강도 첩보 액션 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또한 레모 윌리엄스가 사부 치운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 서는 과정을 그릴 예정이다.

전편에서 선보였던 비현실적인 판타지 액션을 줄이고 <미션 임파서블> 풍의 할리우드 액션영화 스타일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 부분에서 프로듀서 앨런 포스터와 감독 필리프 노이즈의 의견이 일치했다.

리오 클랜시의 첩보소설을 나름 훌륭하게 영화화한 경험이 있는 필리프 노이즈다.

류지호는 두 사람의 기획방향을 수긍했다.

최종편으로 가기 전 징검다리로 레모 윌리엄스의 각성 스토리를 다루게 되는데,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첩보액션장르가 될 예정이다.


“좋았어.”


류지호가 기분 좋게 '짝' 박수를 한 번 쳤다.


“올해 JHO Pictures 영화는 모두 결정 된 거지?”

“갑자기 네 영화가 튀어나오지만 않으면.”

“앨런은 <레모> 후속편에 집중해줘. 내 영화는 차차 논의하는 걸로 하자.”

“알겠어.”


<X-맨> 유니버스는 잭 워든이 총괄하고 있다.

류지호는 후속편 감독을 교체하고 싶었다.

라이언 징거에 대해 썩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잭 워든이 <XⅡ>에 그가 필요하다면서 간곡하게 류지호를 설득했다.

하는 수 없이 받아들였다.

대신 <XⅢ> 시나리오까지 철저하게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한 동안 의장집무실을 벗어나지 않던 류지호가 LA를 벗어나 어바인으로 향했다.

어바인의 GMG Lab에서 디지털 스캐닝을 연구하는 팀은 류지호를 만날 때마다 죽는 소리를 해댔다.

2K도 버거운데, 4K 작업을 맡겼으니 골치가 너무나 아팠기 때문이다.

‘4K’란 쉽게 말해서 가로 4096× 세로 2160의 픽셀로 보여주는 해상도다.

풀HD(1920×1080) 영상보다 4배의 픽셀 수이기 때문에 같은 크기 화면이라도 훨씬 고품질의 영상을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필름의 해상도를 수치화할 수는 없습니다. 상업 영화들이 35mm 필름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유사한 해상도의 디지털로 옮겼을 때 4K 이상이 나오는데 지금 기준으로는 2K 정도가 가장 적합합니다.”

“실제 해보니 아직 표준도 없고 너무 힘듭니다.”

“GMG 자체적으로 장비 관련 리서치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스토리지 문제와 워크 플로우가 원활하지 않습니다.”

“Hues & Rhythm에서 이미 4K에 대비한 CGI 작업을 준비해 왔지만, 만일에라도 작업양이 늘어나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D-Cinema에 대한 어떤 공론화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개별 회사의 문제로 분산되어 있는 상황이다.

2K이니 4K이니 업체들끼리 편의에 따라 규정한 것이지 영화 업계 전체적으로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빅7을 중심으로 D-Cinema와 관련된 공동의 연구기관을 설립하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이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는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참여하는 D-Cinema 연구기관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


“작업 과정에 대해 주요 스튜디오들이 함께 논의를 해야 합니다. 전송부터 어떻게 받을지, 현장에서 어떤 카메라 기종으로 찍어서 어떻게 최적화를 해서 데이터를 넘겨야 하는지, 어느 정도 속도가 나오는지, 이 정도 수준의 표준은 있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돈이 너무 많이 듭니다. 한 업체가 한다고 표준이 되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겪게 될 문제입니다.”


GMG Lab이 지나치게 앞서 가고 있는 셈이다.

류지호의 생각은 달랐다.

영화가 디지털로 옮겨가기 시작할 때 뛰어들면 늦는다.

디지털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것을 알기에.

GMG Lab이 제시한 것들이 북미의 영화업계 표준이 되지 못하더라도 다른 곳보다는 먼저 결과가 나오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했다.

특히 한국의 GOM Cinemas는 중요한 테스트 베드다.

그를 통해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영화가 D-Cinema 분야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터.


“하루 빨리 함께 모여서 토론하고, 정말 이런 작업이 안 되는 건지, 되면 얼마가 필요하고 시기가 언제일지 명확히 해야 할 것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봅시다. 메타보이 회장이 움직이고 있으니 올해 안에 빅7 사이에서 가시적인 논의가 진행될 겁니다.”


Eye-MAX의 사정은 좀 나은 편이다.

이미 LOG 애니메이션의 <판타지아2000>의 DMR 준비작업에 착수했고, 관련 기술과 장비 세팅도 끝마쳤다.

35mm를 70mm로 블로우업할 때 적용할 수 있는 자체적인 DI 시스템까지 갖추었다.

JHO Company 그룹 산하에는 Da Vinci, Abid, Alias-Wavefront 등 영상관련 기술기업을 통해 선도적인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Eye-MAX Corp에도 관련 기술을 제공하며 Eye-MAX DMR 특허기술에 기여했다.


“얼마라고요?”

“200만 달러입니다.”


Eye-MAX DMR 비용이다.

한화로 무려 24억 원이다.

필름 디지털 스캔, DI, 70mm 최종 프린트를 뽑기까지 모든 과정을 마친 후에 영화사가 Eye-MAX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다.

1년에 10편만 작업할 수 있다면 꽤 큰 규모의 매출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만 Eye-MAX DMR 작업을 할 수밖에.’


1억 달러 이상 고예산 영화에서 200만 달러는 그리 큰 금액이 아니다.

일반 영화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비용이다.

추후 디지털 영화가 완전 정착되면 금액이 상당 부분 줄어들겠지만.

한국영화 제작비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비용이다.


‘<복수의 꽃>의 흥행이 좋지 못하면 제대로 욕먹겠는데....?’


DMR 비용을 알게 된 후에 할리우드 영화로 시험할 걸 하는 후회를 해보는 류지호다.

물은 엎질러졌다.

죽으나 사나 <복수의 꽃>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내야 했다.

억만 장자의 취미생활 정도로 평가받을 수도 있을 테니까.


❉ ❉ ❉


마지막으로 뉴욕에서 본 이명수 감독은 현재 LA에서 지내고 있다.


“어서 오세요. 감독님!”


JHO Pictures 사무실을 방문한 이명수 감독을 류지호가 반갑게 맞이했다.

이명수 감독은 스콧 형제의 주선으로 작년에 광고를 한 편 연출했다.

다만 할리우드 영화 데뷔는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대여섯 편의 감독 제의가 있었다.

모두 거절했다.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고집하다보니 좀처럼 감독 데뷔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류지호를 찾아올 수밖에.


“<폰 부스>는 조슈아 슈마허 감독이 메가폰을 잡기로 했더라구요.”

“에이전트로부터 들었어.”


이명수 감독이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연출제의를 받았던 영화였다.

ParaMax가 투자·배급하는 영화인데, <총알 탄 사나이> 시리즈를 제작한 네티/주커 프로덕션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슈마허 감독의 비주얼도 꽤 인상적이지.”

“전성기는 지났다고 봐요.”

“작품마다 기복이 심하긴 해.”

“그래도 제작자 의견에 고분고분한 성향이라서 대타가 필요할 때마다 찾게 되는 감독이죠.”

“어두우면서 충격적인 스토리텔링에도 일가견이 있는 양반이라 <폰 부스>에서 썩 어울리겠어.”

“<타이거랜드>를 너무 심하게 말아먹어서.... 이번 영화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길 바라야겠죠.”

“에이전트가 하는 얘기가 아시아인들은 할리우드에서 쉽지 않은데, 난 될 것 같다고 해. 스콧 형제도 그렇고.”


이명수 감독은 여전히 자신감에 차 있었다.

류지호 입장에서는 풀이 죽어있다면 그것 또한 못마땅할 터.


“배우보다 아무래도 카메라 뒤에 있는 감독은 진입장벽이 덜 하죠. 저도 배우였다면 할리우드에서 데뷔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응위쌈 정도를 빼고 홍콩에서 넘어 온 감독들도 거의 다 성공하지 못한 것 같아.”

“속된 말로 뜨기 전에는 자기 영화 못해요. 이 동네는.”

“그렇게 알랑방귀를 뀌어대던 사람들이 반년 만에 안면을 싹 바꾸는데... 내가 참!”

“이 바닥에서 의리니 정이니 찾을 일 없죠 뭐.”

“자네가 작년에 제의했던 것 아직도 유효해?”

“제의... 아! Timely 영화요?”


이명수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아직 <데어데블>과 <아이언 피스트>의 감독이 정해지지 않았다.

류지호는 프로젝트 ‘Kingpin’에서 미국 감독이나 홍콩 감독들과 다른 개성적인 비주얼리스트를 찾고 있었다.


“액션 영화든 어떤 장르든 영화만으로 얘기할 수 있는 영화가 진짜 영화라고 생각해. 내가 할 수 있는 분야, 그리고 완전해 감정이 당기는 영화가 아니면 할리우드에서 안하려고 마음먹었었지.”


류지호는 가만히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후우. 이곳 영화인들을 다양하게 만나다보니, 자네가 제의한 것이 얼마나 큰 특혜인지 알게 되었어.”

“오해하시고 있는 것을 바로잡아야 할 것 같네요.”

“....?”

“할리우드에서 극소수의 감독을 제외하고 편집의 궁극적인 권한은 스튜디오가 가져요. 그건 저로서도 어떻게 해드릴 수 없는 겁니다. 그리고 투자배급사인 트라이-스텔라와 JHO Pictures 임원들과 많은 걸 합의하셔야 하고요. 또 프로덕션에 들어가면 3일에 한 번 정도는 담당 임원으로부터 리뷰를 받아보셔야 할 겁니다.”

“....!”


이명수 감독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대놓고 간섭을 하겠다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투자·배급사인 트라이-스텔라 측의 일방적인 요구를 막아주는 것 정도에요.”


이명수 감독이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냈다.

그 모습에 류지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그런데 감독님.....”

“.....?”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

“감독님의 작업방식을 여기 사람들이 아주 좋아할 테니까요.”

“내 방식?”

“할리우드는 풀 콘티나 스토리보드를 거의 안 해요. 그런데 감독님은 풀 스토리보드를 작업하시고 실제 촬영현장에서 그것과 거의 유사하게 찍잖아요. 여기 사람들은 영화를 예술로 보든 돈벌이로 보든 리스크 관리에 목을 매는 편이에요. 프리프로덕션에서 준비한 대로 영화가 나온다면 그들로서는 리스크를 줄인다고 생각하죠. 그것만으로 감독에게 신뢰를 보냅니다.”

“감독이 편집에는 전혀 개입할 수 없어?”

“최종고를 스튜디오가 픽하는 거지 완전히 감독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러프 커트를 보고 편집, 연출, 프로듀서 스튜디오 담당 임원이 회의를 하죠. 충무로로 치면 순서편집이라고 볼 수 있는 러프 커트까지는 감독님이 오퍼레이터와 직접 작업하셔도 됩니다. 그것이 일종의 감독의 편집본인데 그걸 가이드라인으로 회의를 하는 거죠.”

“본편집에는 전혀 참여를 못 하고?”

“스튜디오 영화는 그래요. 만약 감독이 편집권을 행사하고 싶으면 독립영화를 해야 하죠.”

“자기 영화사에서 작업해도?”

“극장 개봉 판 무조건 스튜디오가 결정하니까요.”

“....음.”

“걱정하지 마세요. 감독님은 할리우드에 금방 적응하실 겁니다.”

“어째서?”

“스토리보드 대로 영화가 찍혔고, 감독님은 매 쇼트를 치밀하게 계산해서 콘티를 하시니까. 본편집에서 편집기사가 영화를 뒤집지 못하잖아요. 그러니까 본편집 들어가기 전에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편집감독과 소통을 하시면 됩니다. 감독님이 만들고자 하는 영화를 충분히 편집감독에게 설명하시면 됩니다.”

“영어도 안 되는데 그게 쉽겠어?”

“제가 있잖아요.”

“자네가?”

“간섭은 못 막아 주지만, 갑질을 막아드리겠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전 과정을 일일이 컨트롤 할 순 없겠지만 중요한 부분은 중간에서 잘 조율해 볼게요.”

“내가 할리우드 제작비 감이 없어서 그런데 3,500만 달러가 어느 정도인 거야?”

“<Remo : The Destroyer> 만큼의 비주얼은 못 보여주고 반담이 찍은 메이저 영화보다는 좀 더 많은 비주얼을 보여줄 수 있어요. 대충 <블레이드> 1편 수준을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블레이드>라.”

“만약 주인공에 할리우드 A-List 배우가 출연하면 제작비가 꽤 올라가겠죠. 작업도 조금 까다로워 질 거고. 걔들은 요구하는 게 꽤 꼼꼼하고 성가실 정도로 디테일하거든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이명수 감독이 <블레이드> 1편의 비주얼을 떠올려보았다.

류지호는 이명수 감독의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비서가 음료를 새로 갈아줄 때가 되어서야 이명수 감독의 입이 열렸다.


“만약 내가 계약을 하게 되면... 프로듀서는 자네가 하게 되나?”

“여기서는 없는 개념이긴 한데.... 굳이 제 롤을 따진다면 총지휘 정도가 될 것 같아요. 크레디트에는 프로듀서로 올라가겠지만.”

“그럼 실무는 프로듀서 앨런 포스터가?”

“글쎄요.”

“혹시 <The Killing Road>의 그 촬영감독.....”

“리처드슨 그 양반은 좀 힘들어요. 이미 3편의 영화가 예약되어 있거든요.”

“영화를 보니까 그럴 만도 하겠어.”


<The Killing Road> 말이 나온 김에 류지호는 게리 캠프를 프로젝트 ‘Kingpin’에 합류시켜도 썩 잘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 프로듀서 게리 캠프라고 있어요. 그 양반이 감독님하고 제법 잘 맞을 것 같네요. 감독을 편하게 해주는 프로듀서에요. 점잖고 지적인 사람이고.”

“...음.”

“근데 제가 제안한 것 중에 뭐로 결정하셨어요?”

“장님 히어로있지? 데어데블인가 하는.”


류지호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한국에서 스태프를 데려올 수 있겠나?”

“전강석 기사님 불러오시게요?”

“아무래도 메인스태프는 손발이 맞는 사람과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

“일단은 할리우드 스태프와 작업해 보세요. 나중에 할리우드에서 자리 좀 잡으시면 그때 가서 고려하시는 게 좋겠네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여기 사람들이 일 진짜 잘 해요. 산과 바다 만들어달라고 해도 뚝딱하고 다 만들어 줍니다.”

“알겠네.”

“그럼 프로듀서 게리 캠프에게 말 해 둘 테니까. 에이전트와 충분히 상의해 보시고 다음에는 계약서 쓸 때 뵙는 것으로 하자구요.”

“고마워, 류 감독.”

“아니에요. 감독님이 잘되시면 충무로 후배 감독들이 더 많이 할리우드에 진출할 것이고, 저는 한국영화를 북미에서 더 많이 더 자주 수입해서 개봉할 수 있겠죠. 다 제가 잘되자고 하는 겁니다.”


Timely Comics 히어로 중에서 마이너한 캐릭터들을 모아 영화판 유니버스를 만들 계획인 ‘Kingpin’의 닻을 올렸다.

이 프로젝트는 Timely Studios 창작위원회가 관여하지 않는다.

오로지 류지호의 JHO Pictures가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물론 세계관은 TCU와 연계된다.


‘10년 후에 캐릭터들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


미국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해결한 류지호는 잠시 한국에 다녀왔다.

<민중의 적>의 시나리오가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서 주연 배우 캐스팅에 나섰다.


‘역시 투자나 캐스팅이나 감독이 잘 나가고 볼 일이야.’


이전 삶에서는 캐스팅을 위해 만나기 그렇게 힘든 배우들과 쉽게 약속을 잡았다.

연락하기도 전에 배우들이 먼저 만나자고 청할 정도다.

<민중의 적>에 출연시키고 싶은 배우들을 쉽게 데려올 수 있었다.

스케줄이 맞지 않는 배우가 있을 줄 알았다.

모두 입이라도 맞춘 것처럼 자발적으로 <민중의 적> 촬영일정에 맞춰주겠다고 했다.

스태프 구성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복수의 꽃> 크루들이 전부 합류하기로 했다.

이전 삶과 달리 강은석 사단이 배제되는 것이 류지호로서는 꽤나 찝찝했다.

그래서 무비서비스와 강은석 감독을 <민중의 적>에 끌어들였다.

공동제작으로.

<민중의 적>과 묶어서 무비서비스와 세 작품을 더 계약했다.

그 중에 하나가 <실미도>다.

또한 강은석 감독이 계약하고 싶어 하는 소설 ‘한반도’ 대신에 ‘코리아닷컴/최후의 경전’과 ‘하늘이여 땅이여’ 두 작품을 계약하도록 유도했다.


‘국뽕 영화라도 일단 재미가 있어야지.’


두 소설을 집필한 작가는 작품 속에서 한국 문화 또는 정신문화의 우수성, 한민족의 잠재력과 의지가 강하다는 면을 부각시키는 민족주의적 세계관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사실은 국수주의적 요소가 강하다.

핵이니 한일전쟁 같이 관객이 공감하기 힘든 소재보다는 헷지펀드, 해킹 같은 소재와 IMF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 인터넷 세상의 정보 비대칭성 및 독점 같은 문제의식을 지적하는 소설이 훨씬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 터.

어쨌든 류지호가 중간에서 훼방(?)을 놓음으로 해서 2000년대 만들어진 최악의 망작 중 하나로 평가되는 <한반도>가 제작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이번에 계약한 다른 두 소설을 소화하는 데만 해도 몇 년은 걸릴 테니까.

소설 각색이 만족할 만할 때까지 류지호가 그린라이트를 켜지 않을 것이고.

굳이 하겠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무비서비스는 WaW와 계약한 세 작품을 소화하기에도 몇 년을 집중해야 한다.

사실상 <한반도>를 영화화하기란 쉽지 않았다.


❉ ❉ ❉


류지호는 <민중의 적>의 프리프로덕션을 조감독 이동화에게 일임했다.

그리고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혼자가 아니었다.

자신의 충무로 사단이라고 부를 수 있는 크루들과 함께 라스베이거스로 날아왔다.

'NAB 2001 학술 컨퍼런스와 방송장비엑스포'(NAB)를 참관하기 위해서.

NAB는 세계 방송 산업의 최대 이벤트다.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라스베이거스는 세계 각국에서 온 방송 관계자들이 무리 지어 다니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와 베네치아호텔, 힐턴호텔은 쉴 새 없이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는 대형 버스로 붐볐다.

동시녹음 노영대 기사가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풍경에 탄성을 토했다.


“뭐가 이리 화려해!”


김영복이 슬그머니 통박을 줬다.


“그러다가 침 흘리겠다. 왜 그래 촌놈처럼?”

“미국에서는 촌놈이지 도시 놈이겠습니까?”


노기사가 받아치자, 일행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라스베이거스는 시골 촌부가 한순간의 행운을 잡아 백만장자가 되어 세계 최고급 호텔이 제공하는 리무진 서비스와 펜트하우스의 호화로움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많은 사람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미래에 닥칠 걱정보다는 현재의 쾌락에 사로잡히는 환각의 도시다.

마치 이 도시가 할리우드 영화를 닮았다는 생각을 해보는 류지호다.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부터 <행 오버> 그리고 <오션스 일레븐>까지.

화려한 네온사인을 보고 있자니 류지호의 머릿속으로 영화 몇 편이 떠올랐다.


“무슨 생각해?”


김영복의 목소리에 류지호가 상념에서 깨어났다.


“오늘은 딴 짓 하지 말고 푹 쉬어둬. 내일부터 바빠질 테니까.”

“술 한 잔 안하고?”

“난 LA로 돌아가 봐야 돼.”

“바쁘면 할 수 없지.”


DALLSA, Eye-MAX, Vision Analysis, Abid, Alias-Wavefront, Da Vinci, Nettmann...

류지호는 NAB 기간 동안 JHO그룹 계열 CEO들과 연쇄적인 미팅이 잡혀있었다.

한국의 가온그룹에서 실무자들이 대거 ‘NAB2001’를 참관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날아온 것은 덤이고.

그 외에도 NAB 공식행사와 비공식행사 여기저기에 불려 다닐 예정이다.


“의장님!”


다솜방송의 이호준 사장이 라스베이거스 힐턴호텔에서 류지호를 맞이했다.

이어 WaW Digi Lab 박준우 대표와 계열사 관계자들이 인사를 해왔다.


“어서들 와요.”


가온그룹의 사장단을 제외하고도 실무자 규모가 서른 명을 넘었다.

라스베이거스 힐턴에서 제공한 대형버스를 이용해 행사장을 오갈 예정이다.

라스베이거스 대부분의 호텔들은 카지노와 쇼, 뷔페, 레스토랑, 어트렉션, 수영장, 피트니스클럽등 리조트로써의 거의 완벽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규모 참관단이 행사기간 동안 지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JHO와 가온그룹 참관단이 라스베이거스 힐턴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가온호텔의 제휴 호텔체인이라서 좀 더 신경을 써주기로 했다.

억만장자이자 유명인 류지호의 일행들이니 호텔 측에서 홀대할 리가 없긴 하지만.


“......?”


가온호텔 염기훈 대표가 호텔 직원과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의아한 마음에 류지호가 그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닙니다.”


직원이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꽤 진지한 얼굴로 직원과 대화를 나누던데, 진짜 아무 문제없는 겁니까?”

“궁금한 것이 있어서 호텔 관계자에게 잠시 문의 좀 했습니다.”

“궁금한 거...?”

“저 앞에 MSM호텔 있지 않습니까? 그 호텔에 대해 호기심이.....”

“궁금증은 해결되었습니까?”

“예. 말로만 들었지. 정말 굉장한 호텔입니다.”


염기훈 대표는 라스베이거스의 대표적인 카지노 호텔인 MSM호텔에 대해 떠들었다.

30층, 5,000개의 객실, 750개의 스위트룸, 스위트 룸 평균 면적 약 165평, 총공사비 12억 5천만 달러, 93개 엘리베이터, 9,000개의 출입문, 축구장 3개 크기의 수영장, MSM 그랜드 어드벤처 테마파크, 3,500개의 슬롯머신, 4만 평 규모의 카지노장,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실내 극장 겸 특설 링, 5,000대 이상을 주차 할 수 있는 주차장, 1만 명에 육박하는 종업원 숫자 등.

염기훈이 숨 가쁘게 호텔에 대해 설명했다.


“부럽습니까?”

“라스베이거스에만 가능한 규모일 것 같습니다.”

“맞아요. 우리가 센텀시티에 한국 최고의 호텔을 지을 예정이라고 해도 이 정도로 만들 순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카지노가 없는 일반 호텔 중에는 최고로 만들겠습니다. 꼭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하하. 기대하겠습니다.”


류지호가 가볍게 염기훈 대표의 팔을 두드려주며 격려했다.

새만금간척지에 테마파크가 만들어지게 되면 MSM호텔 못지않은 규모의 호텔&리조트를 건설하게 될 수도 있다.

현재 상황만 보면 새만금사업 자체가 불투명하긴 했지만.


작가의말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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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3.18 09:59
    No. 1

    잘 봤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할젠
    작성일
    23.03.18 12:02
    No. 2

    한반도는 스탑시켰지만 '긴급조치 19호', '도마 안중근'은
    그대로 나오나 보네요. ㄷㄷㄷ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3.18 16:11
    No. 3

    그 2 영화도 저기서 나온 건가요?
    망하라고 고사라도 지냈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cooooool
    작성일
    23.07.07 13:10
    No. 4

    새만금에 집착하는 이유를 모르겠음

    1. 모두가 말린다 ㅡ> 나의 미래지식으로 보면 성공한 프로젝트야

    이게 공식인데

    2. 모두가 말린다. 근데 미래지식으로도 성공은 알수없다 하지만 소액이라 모험해보자

    2번도 이해가 가는데

    3번 2번과 같지만 비용도 아주 거액이다. ㅡ> 댄 성공하면 큰 이익이난다

    3번도 모 가능은 할듯. 물론 회귀물엔 잘 나오지않는 스타일

    4. 3과 비슷하지막 투자비용은 큰데 투자성공해도 어마어마한 이익이 나는것도 아니다

    즉, 리스크는 큰데, 이익은 별거없는게 새만금
    게다가 미래지식으로 성공하는 이래를 본것도 아니고

    새만금 사업은 왜 하는건데요??

    적어도 그럴듯한 이유가 이 소설에 소개되었던가요??


    아무리 봐도 성공할지 확신없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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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2) +6 23.02.17 3,654 134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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