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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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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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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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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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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GH오락집단유한공사(GH娛樂集團有限公司).


북소리와 함께 4개의 직사각형이 한 개씩 나타나면서 알파벳 G를 형상화하다가 정사각형 모양으로 뭉쳐지는 로고로 유명한 홍콩의 영화사다.

1970-1980년대 홍콩 영화계를 상징한 영화사였다.

구룡반도 침사추이 남부에 있는 GH오락집단유한공사 본사에서 류지호가 설립자 초우만와이를 만났다.

하루 전에는 샤오브라더스의 회장과 점심식사를 한 바 있다.

올해 칠순이 된 초우만와이 회장은 홍콩영화 황금기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홍콩영화계의 명실상부한 대부다.

비록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고 아시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GH오락집단유한공사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해도 초우만와이 회장의 영향력은 여전히 홍콩을 넘어 아시아에서 무시할 수 없었다.

류지호는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초우만와이 회장이 어떤 사람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류지호는 그가 수십 년간 홍콩에서 제작한 영화들을 보고 자랐고, 또 그 영화들로부터 배운 것도 있고, 영감을 받기도 했으니까.

입에 발린 존경심을 보내는 것보다 겸손한 태도가 때론 상대를 더욱 높여줄 수도 있다.

샤오브라더스 회장과 마찬가지로 초우만와이 회장 역시 한국 영화계와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두 회장은 최근 한국영화의 약진을 매우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자네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잖은가?”

“할리우드가 할 수 있는 영화가 있고, 아시아 영화계가 할 수 있는 영화가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할리우드 영화만 있다면 얼마나 우울하겠습니까. 저는 지금 시대에 맞는 GH표 무협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습니다.”

“한국에도 스튜디오를 건설하고 있다고?”

“경기도 여주라는 곳에 세트 촬영과 포스트프로덕션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종합촬영소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200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죠.”

"한국영화 제작 편수가 그렇게 많진 않다고 알고 있는데....“

“외환위기로 인해 경제사정이 나빠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곧 내수가 회복할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2002년에 월드컵도 열리니 침체된 경기가 살아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

“홍콩의 스튜디오들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습니까?”

“영화보다는 주로 TV프로그램 제작에 쓰이고 있네.”

“안타까운 현실이군요.”

“수많은 영화인들이 거쳐 갔던 영화촬영소가 제작편수 감소로 제대로 가동이 되지 않는 건 슬픈 일이지.”


홍콩영화가 한창 잘 나갈 때는 이런 날이 올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황금기가 10년을 못 넘길 것이라곤 더더욱.


“한국에 스튜디오를 건설하는데 상당한 자금이 들어갔다고 들었네.”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긴 세월 동안 순차적으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WaW 종합촬영소는 백지상태에서 한 번에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최대의 집적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확보한 기술의 질에 비해 건설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었죠.”

“몇 편이 동시 촬영 가능하지?”

“당장은 6편의 실내 스튜디오, 두 곳의 백랏 동시촬영이 가능하도록 건설 중입니다. WaW 픽처스의 투자영화 편수가 늘어날수록 시설은 늘어나게 될 겁니다.”

“나중에 스튜디오가 완공되면 내게 보여줄 수 있겠나?”

“얼마든지요. 제가 회장님을 꼭 초대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하지.”


샤오브라더스 회장과 마찬가지로 초우만와이 회장 역시 과거에 서로 협력했던 것처럼 두 나라의 영화계가 활발하게 교류하길 기대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류지호는 할리우드 빅7의 소유자다.

세계 영화계 어딜 가나 대접을 받는다.

오만해도 된다.

할리우드 콘텐츠를 쥐고 있는 갑 중 갑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일본과 홍콩에서 두 영화계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고 시종일관 겸손한 언행을 유지했다.

당연히 홍콩 매스컴에서 류지호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를 많이 내보낼 수밖에.


❉ ❉ ❉


홍콩을 떠나기 전날 밤.

옛 중국은행 빌딩에서의 마지막 미팅을 소화하기 위해 류지호가 움직였다.

류지호는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고급 사교클럽 ‘중국회’에 초대받았다.

몇 층인지 알 수 없는 곳에 도착했다.

중국 전통의 인테리어, 홍콩섬의 화려한 야경을 볼 수 있는 베란다, 사방 벽이 고급스런 책장과 책으로 가득 찬 거실, 서양식 바 등이 3개 층에 걸쳐 화려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류지호를 안내한 현지인이 갤러리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계단과 복도에 수많은 그림들이 전시돼 있는데.


찌르르.


들어서는 순간, 류지호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한 뼘 빈틈도 없이 빼곡히 걸려 있는 수십 점의 그림들.

모조리 마오쩌둥과 중국 인민군대를 묘사하고 있었다.

금융자본주의와 무역도시의 상징 같은 홍콩.

시민들 사이에서도 부유층만이 모여 술잔을 부딪치는 곳이다.

그런 곳에 마오쩌둥이라니.....

중국회는 1997년 홍콩반환 직전에 만들어졌다.

새 시대를 향한 재빠른 변신일까 아니면 숨겨뒀던 본색의 발현일까.

분명한 것은 중국회처럼 홍콩 영화산업을 지배하려는 야심을 숨기고 있는 대륙의 숨겨진 조직이나 사교모임이 꽤나 많다는 점이다.


‘거대한 중국시장만 생각했지, 중국이 공산당 1당 독재국가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네.’


류지호는 순식간에 머리가 차가워졌다.

비즈니스에서 있어서도 그 나라 정치를 배제해선 안 된다.

개도국은 특히 더 그렇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아니기에.


“류지호입니다.”

“반갑습니다. 찰스 왕입니다.”

“프레드 왕입니다.”


프레드 왕이 건넨 명함에는 살롱 시네마 회장과 부회장이란 직함이 적혀있었다.

두 사람은 영어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과거부터 홍콩 영화산업은 내수보다 ‘해외시장’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게다가 영국령이기도 했고.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들 형제 역시 홍콩 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력자들이다.

살롱 시네마는 사진현상소에서 시작했다.

1959년 미국의 패러마운틴 영화의 홍콩 로케이션 대행을 하면서 영화 사업에 처음 진출했다.

파나플렉스 카메라의 아시아 독점권을 보유한 회사다.

다양한 분야 기술스태프들을 갖추고 있어서 할리우드 영화의 현지 스튜디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살롱 시네마가 참여한 할리우드 영화로는 <툼레이더>와 <러시아워>가 있다.

홍콩 영화계에서 수십 년 동안 배급업이나 극장업에 눈 돌리지 않고 프로덕션 전문을 유지한 유일무이한 회사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HD영화라고 하는 미래의 디지털 시네마에 대한 기술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또 한국 바깥의 해외시장을 겨냥하는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아주 취약하죠. 지금은 한 나라의 경계를 넘어 아시아 차원에서 제작을 도모하면서 할리우드와 경쟁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프레드 왕 부회장이 한국 영화계에 대한 지적과 함께 의미심장한 제안을 건넸다.


“나는 윈-윈 게임을 도모할 수 있는 아시아 펀드를 만들어 안정적인 영화제작을 꾀하고자 하며 한국 쪽 파트너를 물색 중입니다.”


프레드 왕이 중국 본토는 물론이고 방콕, 쿠알라룸푸르, 도쿄, 마닐라 등에 지사를 세우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설명했다.

한국의 금융계 인사와 접촉중이라고도 했다.

류지호는 그의 말을 전부 믿지 않았다.

JHO Company 그룹 홍콩 지사에서 보내준 보고서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롱 시네마는 지나온 돌다리도 다시 두드릴 만큼 신중하게 움직이는 회사로 유명했다.

그러니 아시아 펀드 구상이 언제 구체화되고 실행될지를 알 수 없다.

수년 간 현지 사정과 인물별 리서치를 해온 홍콩 지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왕씨 형제의 비전 상당부분이 허세일 가능성이 높았다.


“머잖은 미래에 중국시장의 한 귀퉁이라도 차지할 수 있다면 한국 영화산업의 미래가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그의 말이 류지호로서는 매우 가소로웠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이전 삶에서는 홍콩영화가 거의 사망 직전에 몰렸을 때 한국영화가 세계무대를 노크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홍콩영화계는 반면교사의 교재일 뿐.

한국영화의 경쟁자 축에 들지도 못했다.


“나는 영화산업 박람회나 방송장비 전시회를 자주 출장 갑니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슈퍼 HD급 카메라인 소닉 HDW F-900을 사용해 영화를 찍을 계획을 가지고 있죠.”


왕씨 형제가 우쭐했다.

역시나 아시아에서 소닉과 DOYOTA 브랜드는 절대적 신뢰의 상징이다.


“혹시 Origin은 경험해 보지 못했습니까?”

“미스터 류가 그 카메라로 영화를 찍었죠?”

“긴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두 달 후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방송장비박람회를 꼭 가보십시오. 놀라운 제품을 목격하게 될 겁니다.”


살롱 시네마에서는 소닉의 HDW F-900 카메라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형제는 미래 영화제작의 경쟁력이 디지털에 있다고 굳게 믿었다.

따라서 디지털 포스트프로덕션 체제가 이제 막 잡혀가는 홍콩 영화계에서 선도적으로 D-Cinema를 운용할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이전 삶에서도 아시아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디지털 카메라를 도입한 곳이 홍콩이었다.

살롱 시네마는 <스타워즈 에피소드Ⅲ>에 사용한 HDC F-950를 홍콩으로 들여와 영화 제작에 사용하기도 했다.

정식 브랜드명은 ‘시네알타(CineAlta)’였는데, 소닉과 파나플렉스의 합작으로 개발된 디지털 시네마 기종이다.

파나플렉스 필름카메라 독점권을 가지고 있던 살롱 시네마라서 발 빠르게 카메라를 도입할 수 있었다.

암튼 류지호는 DALLSA 카메라에 대한 자랑보다는 D-Cinema에 대한 개념과 관련 분야의 개발 수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형제는 류지호의 말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경청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한 눈 판 적이 없었지만, 곧 중국 극장사업에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비교해보면 중국의 극장 보급률은 수천분의 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업성은 매우 뛰어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에서는 중국의 극장 수입이 온전히 회수되지 않으리라는 불투명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런 골칫거리가 있긴 합니다만. 더 광범위하고 좀 더 직접적인 극장 운영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래도 외국기업보다 특별행정자치구인 홍콩이 유리한 면이 있겠지요.”

“내년 초쯤에는 중국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류지호와 스탠 크레이그가 남몰래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뭔가 있긴 하네....!’


방송국 운영에만 매진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홍콩영화가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여주 종합촬영소 수준의 대규모 스튜디오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는 샤오브라더스 회장.

오로지 영화제작과 할리우드 프로덕션 지원만 해오던 살롱 시네마의 극장 사업 진출.

게다가 내년에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는 귀띔.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류지호가 스탠 크레이그에게 물었다.


“우리 생각보다 중국과의 CEPA가 빨리 이루어질 것 같죠?”

“샤오브라더스나 살롱 시네마의 적극적인 행보를 볼 때, 가리키는 것은 명확한 것 같습니다.”


류지호와 스탠 크레이그는 홍콩을 떠나기 전까지 중국시장 접근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JHO Company 그룹의 주력사업은 엔터테인먼트와 서비스업이다.

제조업과 달리 철저히 IP위주의 비즈니스가 이뤄진다.

영화만 놓고 보면 중국 현지 합작사를 끼고 직접 배급을 할 것인지.

부가시장 판권까지 일괄적으로 판매를 할 것인지.

그 외에도 몇 가지 더 비즈니스 형태가 있지만 크게는 그렇게 두 가지다.

저작권보호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중국에서 직접 배급형태로 풀어나가다 보면 뜻하지 않은 손해를 보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렇다고 판권을 넘기는 계약을 하자니 좋은 금액을 받아내기 어렵다.

14억 내수시장이라고 떠들지만 실제 소비여력이 있는 인구는 중요 대도시에서 살고 있는 인구로 한정된다.

물론 그 인구만으로 미국에 이은 두 번째 소비시장을 자랑하게 되지만.


“당장은 답이 안 나오네요. 실제 중국을 겪어보고 논의를 해보는 것이 좋겠어요.”

“저 나름대로 중국에 네트워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보고서로 보던 것과 실제 방문해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본 것에서 차이가 있었다.

중국 역시 그럴 것이 확실했다.

결국 류지호가 직접 중국 현지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을 겪어봐야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 ❉ ❉


빡빡했던 홍콩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이어서 동남아시아의 주요 국가 순방길에 올랐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홍콩의 셀레스티알 합작사 Malaysia Astro 회장을 만나 협력을 논의했고,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차례로 방문해 현지 영화계 인사들과 안면을 익혔다.

그리고 태국 방콕에서 동남아 일정을 마무리했다.

태국은 지리적으로 유리한 위치다.

인근 아시아지역 뿐만 아니라 심지어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중동과의 접근도 용이하다.

태국 역시 과거부터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촬영지였다.

그 때문에 영화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방콕 밖을 나가면 인프라가 급격히 열악해져 영화 찍기가 어렵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어쨌든 잘 갖춰진 영화 인프라로 인해 태국 배경이 아닌 할리우드 영화가 곧잘 촬영된다.

고유문화와 서구문화의 절묘한 조합, 아름다운 경관, 높은 수준의 기술, 장비가 잘 갖춰진 스튜디오, 전략적인 위치,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정부의 진흥정책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서의 장점이 많은 국가가 태국이다.

이전 삶에서 태국 역시 한류가 강세였다.

그럼에도 영화계는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태국의 영화 시장에서 할리우드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현재 할리우드 영화 점유율이 무려 80% 육박했다.

그에 반해 1년에 다섯 편이 개봉될까 말까한 한국영화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퇴마기록>, <쉬리>가 그나마 태국에서 선전을 펼치긴 했다.

한국영화가 한류를 제대로 타기 위해서는 OTT 시대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직접 태국에 진출하던가.

공포 영화와 퀴어 영화에서도 강세를 보이는 나라가 태국이다.

아시아에서 퀴어 영화가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나라 중 하나인데, 퀴어 영화뿐만 아니라 퀴어 드라마도 제작되고 있다.

태국 관광청과 더불어 태국 영화사 연합(FNFAT)은 해외 영화사업자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데 매우 적극적이었다.

때문에 류지호 일행은 큰 환대를 받았다.

ParaMax는 태국에서 <옹박>을 포함한 모두 5편의 영화 투자배급 계약을 체결했다.

투자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다만 배급 라인업의 다양성 측면에서 ParaMax에게는 의미 있는 행보였다.

스탠 크레이그 사장이 극장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류지호에게 물었다.


“한국의 멀티플렉스 사업은 태국에 진출할 계획이 없으십니까?”

“메이저 시네플렉스가 태국 시장을 완전 장악한 걸 확인했잖아요. 태국 경제가 전체적으로 살아날 신호가 보이기 전까지 G.O.M브랜드의 진출은 유보하는 게 좋겠어요.”


현재 태국의 극장 사업은 메이저 시네플렉스(Major Cineplex), GH오락집단유한공사와 호주계 멀티플렉스 브랜드와의 합작법인 EGV가 나눠서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메이저 시네플렉스는 지난 1995년 설립되었는데, 영화관 사업 외에 볼링장과 노래방, 부동산 사업을 펼치고 있다.

태국 내 시장점유율 1위로, 2위 업체인 EGV엔터테인먼트와 격차가 꽤나 컸다.

이전 삶에는 Eye-MAX의 태국 파트너 극장체인이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워낙에 독점적인 극장 사업자였으니까.

동남아시아 지역 비즈니스 순방까지 모두 마쳤다.

순방 성과와 과제에 대해 점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시장으로 화제가 옮겨갔다.


“중국 본토에 특별한 정보라인이나 꽌시가 있던가요?”

“매튜 그레이엄 CEO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Moe가 아니라 매튜가....?”


도널드 제이콥이 끼어들었다.


“금융계 인사들이 주최하는 포럼에 참석하는 것으로 압니다.”

“제이크 마 외에 또 중국에 투자한 벤처나 기업이 있어요?”

“재작년 2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중국의 메신저 OICQ에 투자했고....”

“혹시 Oh, I seek you의 그 OICQ에요?”

“맞습니다.”


류지호의 입에서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큭.


<복수의 꽃>에 집중하느라 벤처 투자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한 사이에 알아서 중국의 알짜회사로 성장할 회사에 투자를 했다.

OICQ는 메신저 플랫폼을 시작으로 게임유통을 넘어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사업을 영위하는 빅테크 기업이 된다.


“재작년 창업한 OICQ는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한 벤처캐피탈 IDC, 홍콩의 통신기업 HCW로부터 각각 110만 달러를 투자받았지만, 마땅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자금이 금방 고갈 되고 말았습니다. 창업자들이 회사를 팔기 위해 미국까지 날아왔었는데, 투자유치와 매각이 번번이 실패하고 마지막으로 GARAM Ventures에서 피칭을 하고 1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투자판단은 데이브 보우먼 CEO가 했습니다.”

“혹시 남아공의 투자회사도 함께 들어오지 않았던가요?”

“보고 받으셨습니까?”

“그건 아닌데.....”

“남아공의 JASPERS라는 미디어그룹이 GARAM Ventures와 비슷한 시기 투자했습니다. 당시에 OICQ의 기업가치를 대략 6,000만 달러로 평가했습니다. 지난 연말 홍콩의 HCW가 10배의 수익을 내면서 Exit했는데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20%를 GARAM Ventures가 사들이면서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2대 주주는 남아공의 JASPERS입니다.”


Aliba.com에 이은 초대박 투자였다.

이전 삶에서 OICQ 최고전성기 시가총액은 무려 700조에 육박했었다.

1%만 보유하고 있어도 엄청난 가치다.


“JASPERS는 OICQ의 창업멤버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사들일 계획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몇 퍼센트나 된다고 하던가요?”

“10~13%로 예상하는 것 같습니다.”

“그 지분을 JASPERS가 확보하면 최대주주가 바뀌나 보죠?”

“대략 2.5% 차이로 최대주주 지위를 잃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매튜 그레이엄 CEO의 중국 방문에 데이브 보우먼 CEO도 동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적대적 인수합병을 할 것도 아니고, 1대든 2대든 상관없지 싶은데.....”

“닷컴버블 붕괴로 인해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들이 중국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습니다. 소프트인프라와 보스의 Aliba.com 투자성공으로 그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뉴욕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죠?”

“십여 개 중국 벤처기업에 1~2백만 달러 수준으로 창업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요?”

“최근 인터넷 검색 엔진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는....”

“잠깐! 혹시 PAIDOU?"

“맞습니다.”


다소 어처구니가 없어서 류지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류지호가 중국 기업에 대해 딱히 지침을 내려둔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알아서 알짜회사들에 일찍부터 투자를 시작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중국의 스타트업 중에서 콕 집어서.

물론 운용자금은 그다지 크진 않았지만.

중국 투자는 하이리스크로 분류되어 있다.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PAIDOU에 또 어떤 캐피탈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죠?”

“FJD 네트워크가 작년 9월에 주주로 합류했습니다. 현재 중국 투자자가가 1~2대 주주이고 뉴욕 GARAM과 FJD가 3~4대 주주 지위라고 합니다.”


굳이 최대주주가 될 필요도 없고, 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EXIT 시점이다.

꽤나 장기전이 될 것이지만.

중국기업에 투자를 했지만 추후 탈출은 뉴욕 증권거래소나 홍콩 증시를 통해서 해야 할 것도 같고.


“뉴욕에서 올라온 보고서에 따르면 세쿠아 또한 중국 투자를 늘릴 계획이랍니다.”

“닷컴버블 붕괴로 인해 실리콘밸리 캐피탈들이 중국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군요?”

“중국 투자 현황과 관련한 보고서를 따로 작성해서 올릴까요?”

“됐어요. 알아서 잘하겠죠.”


중국 투자에 대해 관심을 끊어도 될 것 같았다.

Aliba.com, OICQ, PAIDOU 세 개 회사 지분만 10년 이상 쥐고 있으면 중국투자는 게임이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류지호가 기억하는 중국의 빅테크 기업이 많지 않았고.


슥슥.


류지호는 빈 종이에 뭔가를 급하게 메모해서 도널드 제이콥에게 넘겼다.


- 오늘 언급한 세 개 중국 벤처의 지분 장기 보유할 것. 무조건! 기회가 되면 보유 지분을 늘려도 됨.


메모를 읽은 도널드 제이콥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경호팀은 류지호가 장소를 옮길 때마다 도청에 신경을 쓴다.

그럼에도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다.

지금까지 오간 대화들은 특별할 것이 없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메모지에 적힌 내용은 류지호의 투자전략이다.

밖으로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다.

특히 세 회사의 중국 쪽 주주들에게는.

어쨌든 계륵 같았던 중국시장이 미래의 유망한 빅테크기업 초기투자로 인해서 수익이 보장된 시장으로 바뀌었다.

중국은 현지에 직접 투자를 하고 나면 회수가 무척이나 어렵다.

돈은 있는 대로 빨아들이면서 이익을 내주는 것에는 극도로 꺼리는 것이 중국 당국이다.

일단 들여놓으면 발 빼기는 더욱 어렵고.

그런데 중국 빅테크 기업이 미국의 증시나 홍콩 증시에 상장을 하게 되면 그 문제가 일정 부분 해결 된다.

뉴욕이나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주식을 현금화하면 되니까.

중국인 특유의 암수(暗數)만 조심하면 된다.

중국의 빅3 테크기업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류지호는 중국진출에 대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게 됐다.

JHO와 가온의 영화 및 서비스업이 중국에서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금융투자로 보게 될 이익에 비하면 조졸지혈이었으니까.


작가의말

주인공 밑천도 다 떨어져 가는데, 이젠 알아서 투자와 사업이 굴러가고 있습니다. 오리지널보다 리메이크에서 주인공의 부자 순위가 훨씬 앞당겨질 것 같습니다.

활기차고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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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 곧.... 필름은 죽습니다. (2) +6 23.03.21 3,359 111 23쪽
450 곧.... 필름은 죽습니다. (1) +6 23.03.20 3,417 109 25쪽
449 내가 잘되자고 하는 겁니다! (2) +4 23.03.18 3,511 120 25쪽
448 내가 잘되자고 하는 겁니다! (1) +5 23.03.17 3,502 120 27쪽
447 혼자 늙어 죽는 수가 있거든! +6 23.03.16 3,460 124 25쪽
» 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3) +3 23.03.15 3,411 110 23쪽
445 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2) +4 23.03.14 3,472 108 21쪽
444 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1) +9 23.03.13 3,616 118 20쪽
443 언젠가 만나야 했을 인연들. (3) +6 23.03.11 3,674 128 26쪽
442 언젠가 만나야 했을 인연들. (2) +5 23.03.10 3,623 121 26쪽
441 언젠가 만나야 했을 인연들. (1) +7 23.03.09 3,647 118 23쪽
440 다 해먹는다는 말 나오진 않겠죠? (3) +4 23.03.08 3,578 123 24쪽
439 다 해먹는다는 말 나오진 않겠죠? (2) +14 23.03.07 3,579 128 21쪽
438 다 해먹는다는 말 나오진 않겠죠? (1) +3 23.03.06 3,586 117 21쪽
437 지금이라도 손을 떼시면 됩니다. +6 23.03.04 3,704 128 27쪽
436 복수의 꽃. (10) +8 23.03.03 3,397 127 21쪽
435 복수의 꽃. (9) +6 23.03.02 3,267 127 21쪽
434 복수의 꽃. (8) +4 23.03.01 3,262 120 21쪽
433 복수의 꽃. (7) +3 23.02.28 3,331 119 22쪽
432 복수의 꽃. (6) +4 23.02.27 3,376 115 21쪽
431 복수의 꽃. (5) +4 23.02.25 3,456 128 24쪽
430 복수의 꽃. (4) +5 23.02.24 3,383 128 25쪽
429 복수의 꽃. (3) +11 23.02.23 3,468 115 26쪽
428 복수의 꽃. (2) +2 23.02.22 3,558 128 24쪽
427 복수의 꽃. (1) +5 23.02.21 3,676 123 20쪽
426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4) +6 23.02.20 3,647 126 25쪽
425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3) +5 23.02.18 3,702 135 25쪽
424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2) +6 23.02.17 3,654 134 25쪽
423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1) +7 23.02.16 3,745 139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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