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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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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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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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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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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내가 잘되자고 하는 겁니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십 년 전까지만 해도 류순호는 학용품 하나 구입할 때 마다 돈을 걱정했었다.

하굣길에 군것질거리 하나 사 먹는 일조차 사치였다.

이젠 아니다.

어떤 재벌집 자녀 못지않은 윤택한 경제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심지어 학비와 생활비 걱정 없이 미국에서 음악공부까지 하고 있다.

풍족한 삶이 하염없이 감사하면서도 왠지 부담스러웠다.


“이 게 다 형 덕분이야.“


류지호가 동생에게 핀잔을 줬다.


“벌써 술 취했냐?”


오랜만에 형제가 펍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사실이 그렇지 뭐. 공고 나온 놈이 AAU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있으니.”

“네가 미국에서 열심히 한 거잖아. 형이 네 공부까지 도와준 건 아니야.”


LA에서 어학연수 겸 편입학을 준비했던 류순호는 어느새 샌프란시스코의 아카데미예술대학(AAU:Academy of Art University)에 다니고 있다.

AAU는 미술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유명한 대학이었는데, 필름 스코어링·사운드 디자인·사운드 엔지니어링 학과가 개설되어 있었다.

류순호는 필름스코어링 전공을 선택했다.

영화음악가로 진로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류지호가 따로 도와준 것은 없었다.

오로지 본인의 노력과 실력으로 입학했다.

부모님은 류지호의 UCLA입학, 막내 류아라의 연희대 입학보다 차남 류순호의 미국 대학 편입을 더 기뻐했다.

미국에서 음악 공부를 한다고는 하는데 실상은 반백수 생활을 하는 것으로 오해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떡하니 미국의 유명한 대학에 입학했다고 하니.

아픈 손가락이라고 여기고 있던 부모로서 어찌 기쁘지 않을까.

사실 류지호는 동생을 챙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류순호는 교포 프로덕션을 통해 지역 텔레비전 광고음악이나 독립영화에 참여해 직접 작곡까지 하고 있었다.

어릴 때 헤비메탈 밴드 활동을 하며 독학으로 작곡을 공부하다가 미국에서 다시 기초를 닦았다.

AAU에서 심화된 이론을 배우면서 실력이 쑥쑥 향상되고 있었다.

워낙 형이 대단한 인물이라서 그렇지 류순호 나름 앞가림 정도는 충분히 하고 있었다.

그 같은 사실을 한국의 부모님은 자세히 알지 못했다.

무신경한 형제가 일일이 설명하지 않기도 했고.


“집에서 지겹게 오디오믹서 만져봤으니, 실무는 별 어려움 없겠다?”

“장비를 다루는 게 끝이 아니잖아. 사운드 디자인이 중요하지.”

“수업이나 과제는 따라갈 만해?”

“괜찮은 애들을 사귄 것 같아. 친구들한테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

“생활비는?”

“이제 안 줘도 돼.”

“괜히 아르바이트하지 말고 음악에만 집중해. 형이 매달 생활비 줄 테니까.”

“괜찮아. 교포 형들이 운영하는 프로덕션에서 일감을 주는데, 거기서 나오는 작업료로 충분히 생활할 수 있어.”

“생활만 할 거야? 밥 먹고 살면 다냐? 공연도 보러 다니고, 친구들하고 어울려야 할 거 아냐.”

“형은 신경 쓰지 마.”

“까불지 말고.... 용돈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

“왜 대답이 없어?”

“....”

“나이 먹고 형한테 용돈 받는 게 쪽 팔려?”

“....”

“투자를 받는 거라고 생각해. 영화감독 겸 프로듀서 류지호가 영화음악가 지망생 류순호를 후원하는 거야.”

“말장난이잖아.”

“장학금이야. 용돈이 아니라.”

“독립하고 싶어.”

“했잖아.”

“형의 케어로부터 독립하고 싶다고.”

“형이 무슨 케어를 해줬는데?”

“다 해줬지 뭘.”

“형이 동생한테 그 정도도 못해 줘?”

“류지호의 동생이 아니라 류순호가 되겠다고.”

“비교 당하려면 10년은 멀었어.”

“쳇. 말을 해도...”

“형은 돈을 주는 게 아니라 네게 시간이라는 기회를 주고 싶어. 내 말이 말장난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배우는 것도 있어.”

“알아. 하지만 진부한 말이지만 배움에도 다 때가 있더라. 학교를 졸업하면 곧장 프로의 세계로 나가야 해. 나는 네가 교포 형들이 운영하는 프로덕션에서 그렇고 그런 음악작업을 하는 것보다 학교에서 좀 더 의미 있는 작업을 하며 너만의 음악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네 꿈이 그저 그런 아티스트가 되는 건 아닐 거 아냐.”

“....”

“돈을 버는 음악이 아니라, 너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친구들과 좀 더 다양한 작업을 하며 졸업하기 전까지 기초를 탄탄히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

“한 눈 안 팔고 열심히 하고 있어. 형.”

“그럼 누구 동생인데.”

“.....”

“네가 얼마나 치열하게 음악을 파고 있는지는 형이 제일 잘 알 걸? 다만 형은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 쓸데없는 곳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네가 하고 싶은 걸 원 없이 하길 바라는 거야.”

“알겠어. 받을 게.”

“용돈도 아니고 장학금도 아니야. 투자야. 나중에 형이 제발 작업 좀 해달라고 사정하는 그런 세계적인 영화음악가가 되어봐. 그래서 형만한 아우 없다고 씨부리는 사람들에게 멋지게 증명해봐. 형보다 뛰어난 동생도 있다는 걸.”

“기다려봐 내가 우리 집 거실에 오스카 트로피 하나 더 가져다 놓을 테니까.”

“하하하. 그래 우리 형제가 온 집안을 트로피 전시장으로 만들어 보자.”


류지호가 맥주가 가득 들어있는 잔을 들어올렸다.


챙.


형제가 힘차게 맥주잔을 부딪쳤다.


꿀꺽꿀꺽.


류순호는 미국에서 음악 공부를 하며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매달렸던 음악이다.

그간 들였던 노력이 수포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사실 영화음악을 할 생각까지는 없었다.

때가 돼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가온그룹 계열의 녹음실에서 엔지니어로 취직하는 것 정도가 목표였다.

공부를 할수록 그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 삶이 그다지 행복할 것 같지도 않았고.

AAU를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겠다던 애초의 목표가 희미해지고 있다.

한국영화계에서 영화음악 부분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형의 영향력이 없어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분야였다.

류순호도 낼모레 서른(한국식으로)이다.

형에게 빌붙어 살면서 용돈을 받아쓰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던 차에 형에게 투자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나중에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아니면 형의 영화에 참여해 멋진 음악으로 갚으면 된다.


‘근데 형이 연출하는 영화에 참여하려면 커리어를 장난 아니게 쌓아야 할 텐데... 그게 가능할까?’


도리도리.

류순호는 나약한 생각을 재빨리 털어냈다.


❉ ❉ ❉


내년 대한민국에서 빅 이벤트들이 연달아 벌어진다.

5월부터 월드컵이 개최된다.

같은 시기에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12월에 대통령 선거도 있다.

북한의 연평도도발 사건도 있다.

이번에도 똑같이 사건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었다.

대통령 선거가 2년이나 남았음에도 한국의 정치권은 물밑에서 엄청난 움직임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 놈이 그 놈이요 그 나물에 그 밥.

류지호가 보기에는 그랬다.

하지만 여의도에서는 나름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정치계가 바빠지면 한국의 재계도 덩달아 술렁거릴 수밖에 없다.

가온그룹의 래리 킴 회장도 골치를 썩고 있었다.

어디로 줄을 설 것인지 암암리에 압력이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


래리 킴 회장이 미국에서 전해진 류지호의 전언을 듣고 침음을 흘렸다.


“서울시장 후보를 저울질하기 전에 최두헌을 잡으라고?”


류지호의 심복 중 한 명인 데이비드 브레이텐바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야당 총재의 복심이라도 되나?”

“국무총리 시절 총리실에 근무한 이력이 있는 정통 이호장파 중에 한 명입니다. 그가 공직생활 도중을 정치에 뛰어든 것이 현 야당 총재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하죠.”


류지호는 기억을 쥐어 짜내서 2002년 지방선거 서울시장의 판세를 예측하는 문서를 작성했다.

이전 삶에서 전직 대통령으로써는 치욕스럽게 감옥까지 간 이선택을 서울시장으로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대통령까지 되는데 큰 힘이 되었던 인물이 최두헌이었다.

결국 이선택 파벌로부터 토사구팽 당한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운의 정치인이었지만, 탁월한 정무감각과 정치현안을 읽는 눈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는 보수진영에서도 보기 드물게 이익 카르텔과 타협하지 않았던 인물이기도 했다.

야당 내 유력 서울시장 후보였던 공현덕과 서울대 동문인데다가 자유민국당 내 미래연대 파벌에 속해 있어서 서울시장 야망을 숨기지 않는 이선택까지도 영입 일순위로 고려하고 있는 인물이다.


“공현덕이든 이선택이든 최두헌을 리닝메이트로 삼을 것이다?”

“리포트를 읽어보셔서 아시겠지만, 보스는 그렇게 확신하시고 계십니다. 자유민국당 대의원들 대부분은 공화계나 민정계입니다. 수십 년간 당을 지켜온 사람들이죠. 그들 입장에서 외부에서 들어온 공현덕을 여당 성향 인사라고 생각할 겁니다. 결국 후보선출투표에 들어가면 이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자유민국당의 당권을 두고 맞붙었을 때마다 주로 민정계가 이겼다.

공화계라고 할 수 있는 박은희가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대의원이 아니라 당원들의 지지 덕분이었고, 이선택은 여론조사와 국민 참여 경선이 도입되었기에 당내에서 후보가 될 수 있었다.


“최두헌이란 자를 정의국에게 붙여주어야 하는 것인가?”

“그가 역사속의 유명한 책사와 비견될 수 있는지 보스께서도 확신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선거 판세를 읽고 전략을 짜는 데는 능하다고 평가하셨습니다. 그에게 정무부시장을 약속하면 어렵지 않게 편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 말씀하셨습니다.”


최두헌이 선망하던 자리는 국회의원이었다.

하지만 선거에서 떨어진 뒤 할 일 없는 백수신세였다.

오랜 공직생활을 때려치운 것에 대해 후회는 없지만, 서울시장이 될 순 없더라도 부시장은 가능할 것 같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최두헌의 처지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가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라고 하셨습니다. 차관급으로 경력 관리하기 좋고 부시장을 하면서 지역구 관리도 할 수 있죠. 따로 비리를 저지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보수도 넉넉한 편인 자리가 부시장입니다.”


이전 삶에서 우여곡절 끝에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꿈을 시켜 준 이선택에게 충정을 다했다.

끝내 대통령으로 만들어 은혜에 보답했다.

하지만 최두헌은 토사구팽 당했다.

암튼 아직은 벌어지지 않은 일이다.

현재 자유민국당 내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야망을 드러낸 인물은 이선택과 공현덕 외 당내 중진 대여섯 명이나 된다.

래리 킴과 다온로펌이 후원할 예정인 정의국은 세가 약하다.

이선택은 경일건설 회장 시절인 1990년부터 서울시장을 노려왔던 인물이다.

당시에 극비리에 국내외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서 본인의 시장당선 가능성을 타진했던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공현덕 의원은 작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역주의 및 1인 보스정치 타파를 기치로 내걸며 새정치를 표방했다.

삼김시대의 보스정치 그림자가 짙은 한국 정계에 신선함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상대적으로 젊고 스마트한 이미지에 강남에서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직을 따낼 만큼의 파워도 있었던 공현덕이었지만, 뜬금없이 자유민국당에 입당해 선대위원장을 맡고 말았다.

한국의 정치 역사상 손꼽히는 변절로 두고두고 회자되는 사건이었다.

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 자리를 노리며 두 정당 사이에서 간을 보다가 마지막에 자유민국당을 선택했던 것.

그 같은 선택으로 자신의 정치적 자산이었던 새정치의 참신한 이미지를 모두 날려버리고 말았다.


“보스께서도 정의국을 미는 것에 동의를 하신 건가?”

“누가 되든 상관없다고 하십니다. 단 이선택이 정계로 진출하는 것은 탐탁치않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정의국이나 공현덕 둘 중 한 사람을 밀어주라는 말이군.”

“누가 되었든 최두헌을 러닝메이트로 영입하고 ‘청계천 프로젝트‘ 이슈를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청계천 복원은 이선택이 처음으로 꺼낸 것은 아니었다.

현 서울시장이 이미 청계천 복원을 추진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포기하고 말았다.

그걸 다시 꺼낸 것이 이선택이었다.

이선택은 1999년 일생일대의 위기에 빠졌었다.

법정 선거 비용을 초과 사용한 혐의가 인정되어 국회의원직을 잃었다.

실패를 모르고 질주했던 ‘샐러리맨 신화’에 처음으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의례 그렇듯 선거의 떨어진 정치인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이선택 역시 조지워싱턴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절치부심의 시간 동안 보스턴에서 ‘빅딕 프로젝트(Big-Dig Project)’를 보게 된다.

보스턴시의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외곽과 도심을 잇는 5.6㎞의 지하차도를 건설하는 대형 도로공원화 사업이었다.

그 프로젝트를 보고 이선택은 서울의 고가도로들을 철거하고 콘크리트로 덮혀 있는 청계천을 복원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서울시장 선거공약으로 등장하는 ‘청계천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정치인에게 이슈를 선점하는 것은 결정적인 정치적 기회를 잡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선택은 청계천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순간 이미 서울시장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류지호로서는 그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자잘한 선거공약 따위는 유권자들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대신 샐러리맨 신화라는 이미지 메이킹과 청계천 프로젝트라는 논쟁적인 담론이 선거 판세를 결정지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선거에서 대형 이슈를 주도한다는 것이 판을 장악할 수 있게 해준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공현덕이 야당 서울시장 후보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그쪽으로 세력이 결집하는 흐름이 뚜렷했으니까.

대의원들만 모여서 체육관에서 후보를 뽑는 시절이다.

후보가 서울 지역의 전체 지구당위원장 가운데 몇 명을 확보했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됐다.

이 시기에 이선택을 돕는 위원장을 한 명도 없었다.

야당 총재도 공현덕을 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물론 정의국이라는 변수도 등장하게 되었지만, 이 시점에서 이선택은 서울시장 후보로서 가능성이 그리 많지 않았다.


“암튼 이선택을 배제하기만 하면 되는 거지?”

“예.”

“가능하면 정의국, 최두헌 라인으로 러닝메이트가 만들어지면 좋겠군.”

“보스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두 사람 다 나이는 젊은 편이지만 정무감각과 행정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으니까요.”


여당인 민국당 후보군들 중에는 눈에 띠거나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었다.


“현 서울시장은?”

“주변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로 펌프질을 하고 있어서....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여당에 대한 서울에서의 지지도가 예전만 못하기도 하고.”

“보스가 한국의 킹메이커에 관심이 있던가?”

“딱히 그렇진 않습니다. 어차피 기득권의 꼭두각시라고 하시더군요. 그렇다고 해도 행정에서 만큼은 유능했으면 하십니다. 재벌과 카르텔을 위한 정책을 펴더라도 국가 자체를 조금이라도 부강하면 만들면 좋은 것이니까요.”

“그렇긴 해. 포퓰리즘 대통령이 나와서 복지를 늘리든 말든, 국민소득이 늘고 여유가 생겨야 엔터테인먼트에 소비를 많이 하게 될 테니까. 삶이 고달프면 대중문화예술을 즐길 여력이 있을 턱이 없으니까. 이 나라는 벌써부터 출산율의 하락폭이 심상치 않아. 우리의 의견을 잘 들어 주는 리더가 최고 권력을 갖는 것이야 환영할 일이지만, 한반도가 계속해서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이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군.”

“한반도가 안정되어야 해외관광객을 많이 유치할 수 있겠죠.”

“경제사정이 더 나아져야 10만원 쓸 거 20만 원을 쓸 수 있고.”


이전 삶이었으면 개인적인 정치성향에 치우쳐 의사결정을 했을 수도 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투표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것뿐이었고 그를 통해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전부였으니까.

이젠 아니다.

한 표 이상의 영향력을 암암리에 끼칠 수가 있다.

류지호가 킹메이커를 될 순 없다.

다만 누군가 권력을 쥐지 못하도록 방해할 수는 있다.

류지호가 이선택이 정계로 못 나오도록 하는 것이나 래리 킴 회장과 다온로펌이 정의국이라는 인물을 키우는 것이나, 결국은 가온그룹을 위한 것이다.

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면 가온그룹에 도움이 되는 인물을 비벼먹는 것이 좋으니까.


✻ ✻ ✻


작년 2000년 3월10일 나스닥 기술주 지수가 사상최고치로 치솟았다.

그걸로 끝.

다음날부터 닷컴버블이 꺼지기 시작했다.

자의반 타의반 200여 개의 IT기업이 작년 한 해 파산 혹은 폐업했다.

올해 전망은 더욱 암울했다.

당연하지만 묻지마 투자를 감행했던 수많은 투자자들이 닷컴 버블 붕괴로 인해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그로인해 실리콘 밸리 지역의 분위기는 매우 침체되어 있었다.


부아앙~


류지호의 차량 곁으로 고급 스포츠 카 한 대가 쏜살같이 지나쳐갔다.


‘쯧쯧.’


류지호가 혀를 찼다.

여전히 실리콘밸리 곳곳에서 정신 못 차리는 젊은 벤처사업가들이 널렸다.

PayMate의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엑스닷컴(X.com)과 컨피니티(Confinity)의 합병으로 탄생한 PayMate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의견 충돌이 자주 일어났다.

일론 리브스와 엑스닷컴의 전 CEO간 온라인 송금 서비스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들이 파산하고 사라지고 있어. 우린 현실을 직시해야 해.”

“아직 A-Web과 Amazonia.com이 있잖아. PayMate는 여전히 비전이 있다고!”


중요 멤버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의 요점이다.

새로운 사업으로 진출하자는 쪽과 온라인 송금 서비스에 더욱 집중하자는 쪽.

둘 모두 회사를 위한 결단이다.

자신들끼리 답이 나오지 않자 대주주인 류지호에게 중재를 부탁했다.

류지호의 입장은 처음 시작한 사업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다.

신사업 진출을 강력하게 주장하던 CEO가 회사를 떠나겠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실제로 5월에 PayMate를 떠나게 된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계속해서 회사 내부에서 의견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

갈등이 심화된 끝에 이사회에 일론 리브스 해임 안건이 올라온다.

일론 리브스마저 CEO의 자리를 피터 앤드리아스에게 넘겨주고 PayMate를 떠나게 된다.

류지호는 PayMate 내부에서 벌어진 갈등에서 중재를 포기해 버리게 된다.


“사업을 말아 먹든지 말든지, 너희들이 알아서들 하고, 다만 A-Web과의 협력은 좀 더 강화하도록 해.”


이 말만 남기고 류지호가 떠났다.

동업해서 잘 되는 꼴 못 봤다는 말이 있다.

실리콘밸리 역시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똘똘뭉쳤던 친구들이 회사가 성장하거나 나스닥에 상장이라도 하게 되면 사이가 백팔십도 틀어진다.


Amazonia.com.

닷컴버블 붕괴로 직격탄을 맞았다가 겨우 한 숨을 돌린 벤처기업 중에 하나다.

한때 주가가 6달러 밑으로 폭락했었다.

물론 애견용품 판매 업체 팻츠닷컴, 배송서비스업체인 웹밴, 코즈모닷컴 등이 역사 속에서 사라진 것과 달리 겨우 살아남았지만 대규모 인원 감축 등 어렵게 회사를 꾸려가고 있었다.


“무조건 경쟁사보다 저렴하게!”


Amazonia.com 설립부터 지독할 정도로 유지하고 있는 기조다.

그 같은 전략을 실천하기 위해 영업이익은 바닥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매년 매출은 오르고 있다.

반면에 영업이익은 형편없었다.

GARAM Vemtures와 류지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Amazonia.com으로부터 배당을 받아본 적이 없다.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닷컴기업 몇 곳이 주식분할과 배당금을 분배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류지호는 각오하고 투자했다.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이 형편없을 것이란 것도 수 년 동안 꾸준히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는 것도 알고 투자했다.

영업 이익이 기업의 내실을 파악할 수 있는 척도다.

그래서 Amazonia.com의 비즈니스 구조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매출은 매년 급증하는데 손실이 나는 구조였으니까.

작년 매출 2,000만 달러에 손실이 1,500만 달러였다.

류지호로부터 자금을 제때 조달하지 못했다면 회사가 망할 위기에 처했을 지도 몰랐다.

실제로 Amazonia.com의 낮은 영업 이익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다.

대표적인 곳이 투자은행 레만브로스다.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집할 경우 연내 파산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올 초에 내기도 했다.

사방에서 그 부분에 대해 지적하고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프리 자이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걸 잊지 마세요.”

“뭘요?”

“내 야망은 겨우 이 정도가 아닙니다.”


이전 삶에서 세계 부자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인물이니까.


“만약 이 위기를 Amazonia가 헤쳐 나가게 되고, 우리의 전략이 제대로 시장에서 통하게 된다면, 경쟁자를 모두 물리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독점법에 걸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독점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반독점법.

BT&T, PS 등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독점 기업들은 미국의 강력한 반독점법의 철퇴를 두려워해야만 한다.


“미국의 반독점법은 소비자의 이익이 계속 유지된다면 독점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독점규제법에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독점규제법의 궁극적인 목적이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는데 있기 때문이다.


“Amazonia는 최저가, 그러니까 어떤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결국 소비자의 이익을 보장해주게 됩니다.”


실제 Amazonia.com의 저가 공세는 반독점법에 대한 방패가 되어준다.

수많은 오프라인 유통사들을 망하게 했음에도 미국 정부 내에서 Amazonia.com의 독주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미약했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명분 때문이다.

그 같은 이면에는 엄청난 로비가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난 제프리의 경영에 간섭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다만 GARAM이 지원해 준 자금을 어디에 쓸 것인가가 궁금할 뿐입니다.”

“JHO 계열사에 웹 호스팅 회사가 있지요?”

“Big Daddy라는 업체죠.”

“Amazonia.com가 클라우드 사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제프리 자이스가 위기를 타계할 대책으로 마련한 것이 ‘아마조니아웹서비스(AWS)‘였다.

이전 삶에서 Amazonia.com은 두 개의 기업이 연합한 형태였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 유통을 장악한 ‘아마조니아닷컴과 웹서비스의 40%를 장악했던 아마조니아웹서비스였다.

두 사업부의 최고경영자마저 따로 둘 정도로 별도로 운영했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흘러가는 모양이다.


“올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Amazonia.com에 그럴 여력이 됩니까?”

“일단 미스터 류가 지원한 자금으로 시작을 할 수 있습니다.”

“주주들은?”

“다른 주주들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미스터 류가 동의해주느냐가 중요할 뿐.”


모두가 외면할 때 류지호가 손을 잡아주긴 했다.

그렇다고 해서 다소 독선적인 성격의 제프리 자이스가 자신을 이리도 끔찍하게 생각해 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내게 처음으로 말하는 겁니까?”

“이사회에서는 미스터 류가 허락하면 불만이 없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또한 주주들에게 그와 관련한 연례 서한도 발송했습니다.”


류지호는 잠시 뜸을 들였다.


“...음.”


곧바로 동의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애를 태울 필요성을 느꼈다.

골려주려고?

아니다.


‘유통깡패, 가혹한 기업문화, 갑질....’


류지호가 기억하는 Amazonia.com의 이미지다.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고 불리는 이면에는 부정적인 면도 많았다.

Amazonia.com은 그 흔한 식사 복지조차 없었다.

직원들은 돈을 내고 식사해야 하고, Amazonia.com이 제공하는 서비스에는 직원 무료 혜택도 없으며, 설사 프로젝트에 참가한다고 해서 관련 제품을 직원에게 공짜로 주지도 않았다.

그것이 제프리 자이스의 신념이었다.

명분은 비용절감을 통해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시시각각 트렌드와 기술이 발전하는 세상에 대처하려면 끊임없는 혁신과 성과지상주의가 일정부분 필요하다.

하지만 자사 직원들의 행복을 외면하고 고객만을 챙긴다는 논리에 류지호는 모순을 느꼈다.

내 회사 직원들이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데, 고객의 행복을 추구한다?

직원 복지를 최소화하면서 그들로부터 성과를 기대한다?


‘쓸모 있을 때 쓰고, 쓸모없으면 버린다는 거야 뭐야?’


Amazonia.com는 기로에 서 있다.

이 시기에 기업문화에 간섭을 해볼까 류지호가 잠시 고민했다.

JHO Company그룹처럼 운영하려면 Amazonia.com는 절대 흑자를 낼 수 없는 기업이다.

AI가 인간의 노동력을 상당부분 대체한다면 모를까.

류지호는 Amazonia.com의 주가가 1,500달러 선을 찍으면 대량으로 주식을 처분할 생각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JHO에 Amazonia.com를 인수·합병할 마음이 없었다.

어쨌든 최고경영자를 교체하지 않을 거라면 최대주주로서 적당한 견제 장치는 마련해 둘 필요가 있었다.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류지호가 승낙하자 제프리 자이스가 안도했다.

아무리 경영에 간섭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류지호는 최대주주다.

마음만 먹으면 회사를 매각하자고 할 수도 있고, 홀랑 집어삼킬 수도 있다.

류지호의 지분율을 낮추기 전까지 비위를 맞춰야 하는 것이 제프리 자이스의 입장이었다.

PayMate, Amazonia.com 외에도 여전히 많은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류지호다.

류지호를 만나고 싶어 하는 실리콘밸리 CEO들은 많았다.

긴급한 이슈가 아니면 굳이 류지호가 나설 필요는 없었다.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맞을까?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 맞을까?”


어디든지 실리콘밸리는 만들어 질 수 있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다.

한국에는 테헤란로가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비유해 테헤란밸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내 벤처기업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사람을 중심으로 투자를 한다.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것은 아이디어와 기술에 투자한다는 의미다.

기업이나 시설이 아니라.

한국의 경우, 아직은 사람에게 투자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제 아무리 좋은 회사와 시설도 아이디어를 가졌거나 열정적인 사람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90년대부터 한국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인재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막상 국내에 머물고 있는 이들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도 이곳저곳 돌아다녀 보니 그제야 류지호도 알게 되었다.

한국의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을.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3.17 13:09
    No. 1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3.17 14:46
    No. 2

    주말 잘 보내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cooooool
    작성일
    23.07.07 09:10
    No. 3

    ''재벌카르텔을 하더라도 경제 살려야
    문화소비에도 도움되지않겠나''

    이런 기준이면 이명박이를 왜 쳐내는거에요??
    이명박이가 부패해서 감옥간것이라쳐도
    오직 경제적, 행정능력 기준이면 쳐낼 이유가 없는데??

    이명박이때 ''낙수효과 등으로 재벌위주경제정책''을 해서 실제
    삼성전자하나가 일본전자회사 5개를 제쳤다고 난리난 시점으로이
    이때가 조선 반도체 LCD 휴대폰 등 한국이 일본제치고 세계1위 찍던 시절이기도 하구요
    만화 시마과장때도 젤 한국 경계하던 시절이 그때인데??

    이후로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이 모두 경제정책으로는 삽질의 연속이고, 정치 외교가 경제 발목잡는 일이 계속되는 상황이라

    차라리 주인공인 ''능력은 있어도 부패한건 싫다''라고 했으면
    이멍박이 견제한게 이해될텐데??

    재벌과 결탁해도 좋으니 국민 문화생활하게 경제 행정능력좋은 것 기준으론
    21세기 대통령중 이명박인데, 이명박을 건제하는 멘트로는 영 안 어울리네요

    찬성: 1 | 반대: 3

  • 작성자
    Lv.39 별작
    작성일
    24.04.24 12:55
    No. 4

    말아먹든 말든지 >> 말아먹든지 말든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4.04.26 00:51
    No. 5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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