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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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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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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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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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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홍콩의 구룡반도 침사추이.

홍콩의 럭셔리 호텔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The Peninsula 7 Dragons Hotel 디럭스 스위트에 류지호가 짐을 풀었다.

샤워를 마친 류지호가 냉장고에서 산 미구엘 한 병을 꺼냈다.

한 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는 거실 창가로 걸어가 홍콩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꿀꺽.


통유리 너머로 바다 건너 홍콩섬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에서나 보던 바로 그 홍콩의 마천루다.

거물급 비즈니스맨이 하는 행보의 절반은 쇼맨십이다.

외교와 비슷하다.

대통령이 해외로 움직일 때는 사전에 사소한 것까지 모든 것이 합의가 이루어진다.

경제외교에서도 MOU 문서의 문구 하나하나 합의를 본 후에나 움직인다.

글로벌 기업의 오너인 류지호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그가 해외순방을 다닐 수 있는 것도 사전에 작은 것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 있었기 가능했다.


꿀꺽꿀꺽!


류지호가 산 마구엘 맥주를 목구멍 너머로 연신 넘겼다.


‘홍콩의 와인과 맥주값이 무척 싸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아직 관세가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닌 모양이네.’


무지막지한 물가를 자랑하는 도쿄에서 며칠을 지냈다.

쓸데없이 도쿄와 홍콩의 물가를 비교해 보게 된다.

물론 그런 지출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부자이긴 하지만.

홍콩은 일본보다 훨씬 앞서 JHO Company 그룹 지사가 설립되었다.

아시아 외환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1990년대 초부터 지사가 만들어져 동남아 전역을 아우르는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보스....”


영화 사업부문을 보좌하는 비서 사라 L 케슬러가 다가왔다.

그녀의 손에 두툼한 보고서가 들려 있다.


“최근 홍콩의 영화 시장은 좀 어때요?”

“중국반환 전후로 해서 성장세가 눈에 띄게 쇠퇴하더니 현재는 침체의 늪에 빠져 헤어나올 줄 모릅니다. 홍콩 영화 전성기를 주도하던 배우와 감독들이 많이 홍콩을 떠났고, 영화 제작사들은 더 이상 황금기 때와 같이 영화산업을 정상으로 이끌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반환으로 홍콩 사람들의 정체성 혼돈이 시대를 대변하는 영화산업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여전히 홍콩은 아시아의 금융과 무역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홍콩영화의 박스오피스 수입은 지난 1993년 최고점을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12억4천만 홍콩달러에서 3억8천만 홍콩달러로 4분의 1로 줄어들었습니다.”


한화로 2,000억 원 가까이 되던 박스오피스 수익이 500억 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한 것이다.


“작품 수는 어때요?”

“최고 전성기에 242편이 제작되었지만 작년에는 겨우 100여 편이 제작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외국영화는 홍콩에서 1억 달러 박스오피스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홍콩의 영화산업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느냐, 과거의 유산으로 도태되느냐의 기로에 서 있었다.


“중국시장이 활짝 열리는 시점이 홍콩영화의 새로운 반전의 기회겠지요.”


향후 10년 안에 중국이란 큰 시장이 생길 것이다.

새로운 시장이 될지.

그 시장에 귀퉁이를 차지하는 미미한 존재가 될지.


“나쁜 영화의 미래는 없습니다. 보스.”

“맞아요. 하하하.”


전근대적이고 구조적인 홍콩 영화 제작 관행들.

시나리오 없이 트리트먼트 몇 장만 쥐고 촬영에 들어가는 등 기획단계와 포스트프로덕션의 구분이 애매하기 일쑤인 홍콩의 날림공사 관행은 새로운 천 년이 열렸음에도 여전했다.

구태를 벗지 않는 한 홍콩영화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한 것이 현실이다.


“홍콩 영화계에는 평균 제작비라는 게 없습니다. 500만 달러든 5,000만 달든, 책정된 제작비에 맞추어 찍을 뿐입니다. 한 달 동안 중국에서 로케이션 30회만에 촬영을 한 어떤 홍콩영화 제작비를 60만 달러에 맞췄다는 내용의 보고가 있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열흘 만에 영화 한편을 뚝딱 만들기도 했다.


“완성도야 어찌됐든 영화 기능올림픽이 열린다면 홍콩이 죄다 금메달을 차지할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는 곳이 홍콩영화계입니다.”


사라 케슬러의 어조에는 한심하다는 감정이 뚝뚝 묻어나왔다.


“홍콩 영화계의 구태 중 하나가 몇 안 되는 스타들을 메이저 영화사가 싹쓸이한다는 점입니다. 홍콩 영화계가 뚜렷한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과거에 비해 슈퍼스타가 부재한데다 그나마 티켓파워가 있는 스타를 메이저에서 싹쓸이하다 보니, 자원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죠. 캐스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작비의 60∼70%를 캐스팅에 쓰게 되니, 프로덕션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영화계와 비슷하면서 다른 점이죠.”

“예?”

“일본은 캐스팅 비용도 그다지 크지 않잖아요.”

“그렇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매니지먼트와 메이저 유착이 심각하죠.”

“아시아 영화의 맹주격이던 GH와 샤오는 뭘 하고 있대요?”

“홍콩 영화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자 TV방송과 극장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류지호는 내심 한숨이 절로 터졌다.

한국도 일본이나 홍콩 영화계의 전철이 밟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OTT라는 21세기 콘텐츠 플랫폼으로 인해 한국영화는 명맥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될 테니까.

이전 삶의 벌어진 일이었고, 이번에도 똑같을 거라 보장은 없지만.


“중국시장의 우회 진입로만 아니라면 홍콩영화에 발을 담그고 싶진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네요....”

“홍콩의 영화사는 ‘패밀리 비즈니스’인 경우가 흔합니다. 보스.”

“알아요. 홍콩 영화 황금기보다는 덜하지만 화교 자본과 삼합회 같은 세력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죠.”

“최근에는 본토 당 간부들까지 홍콩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이 시기 중국 공산당 간부들이 하는 꼴들을 듣고 있자면, 아프리카 군부독재정권에서 행해지는 악행들과 뭐가 다른지 헛갈릴 때가 있다.


“CEPA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답니까?”


CEPA(Closer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는 홍콩과 중국 본토 사이의 자유무역협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 파트너십 협정이다.


“관련해서 홍콩의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 본토인에 대한 로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음.”


홍콩과 중국의 CEPA 협정이 체결되면, 대중문화계만 놓고 봤을 때 홍콩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자는 중국에서 독자적으로 영화관 건설·개조·경영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홍콩에서 제작한 중국어 영화는 중국의 스크린 쿼터제에 제한 받지 않는다.

중국 본토와 홍콩의 합작영화는 참여인력과 제작비 투자비율에 관계없이 무조건 중국영화로 분류돼 20편으로 제한된 해외영화 배급 쿼터에서 자유로워지게 되고, 조인트 벤처에서 49%로 제한됐던 소유권 지분제한도 최대 75%까지 높일 수 있게 된다.

협정 체결이 이루어지면 13억 소비자로 들끓는 거대한 대륙시장이 외국보다 한발 앞서 홍콩에 활짝 열리게 된다.

류지호는 이미 수년 전부터 트라이-스텔라와 ParaMax를 통해 홍콩영화계에 공을 들여왔다.

그 부분을 현지인들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 위해서 류지호가 직접 홍콩을 방문하게 됐다.

중국진출에 애쓰고 있는 홍콩영화인들의 면을 세워주기 위해서.


“일정이 어떻게 되죠?”

“인터내셔널 유니버스 회장과 저녁식사를 하시기로 했습니다.”

“홍콩 최대 DVD 제작사라고요?”

“지난 98년에 홍콩증시에 상장된 회사입니다. 참고로 현재 홍콩증시에 상장된 영화사는 China Star Films과 Mei Ah Pictures를 포함해 단 세 곳뿐입니다.”

“알겠어요. 한 시간만 쉬고 움직입시다.”


류지호는 인터내셔널 유니버스 회장과의 저녁식사를 시작으로 홍콩 일정을 시작했다.


✻ ✻ ✻


다음 날 오전.

류지호는 초대 홍콩 행정장관 퉁치화를 예방했다.

부유한 기업가 출신의 퉁치화 장관은 대기업만을 위해 일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연히 홍콩의 일반 시민에게는 인기가 별로 없었다.

반면에 총리격인 정무시장 토니 창은 시민들에게 인기가 많아 차기 행정장관 후보로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류지호는 현 행정장관을 예방한 후 토니 창과의 만남에 더욱 공을 들였다.

그럴 수밖에 없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었다곤 해도 아직은 영국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다.

토니 창은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받은 인물이기도 해서 서방세계와의 비즈니스 비중이 높은 JHO Company그룹 입장에서는 더 공을 들일 필요가 있었다.

홍콩 행정청을 나선 후, 류지지호는 하루 늦게 홍콩에 도착한 JHO Company 해외사업 총괄사장 스탠 크레이그와 ParaMax Films 알버트 마샬 사장과 합류했다.

류지호는 두 사람과 함께 아시아 미디어 그룹 사장과 운영총재를 만났다.

사라 케슬러가 말한 그대로다.

홍콩 영화사들이 거의 그렇듯 아시아 미디어 그룹 역시 아버지는 회장, 두 아들이 후계자로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캐나다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아버지의 회사 일을 돕고 있는 브래드 램 부회장은 1997년 호텔사업에 의욕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해 1,000억 홍콩 달러의 부채를 지게 됐다.

이후로는 엔터테인먼트 사업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현재는 영화 제작사와 기획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었는데 할리우드 거물 류지호의 홍콩방문 일정에서 미팅을 성사시키기 위해 꽤나 공을 들였던 인물이다.

류지호가 부회장에게 시가가 담긴 상자를 건넸다.


“시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쿠바 출장 가는 지인에게 부탁해 사왔습니다.”

“오오! 로메오 훌리에타(Romeo y Jullieta)!”


쿠바에서 생산되는 프리미엄 시가 브랜드다.

부호들이 가장 즐겨 피는 시가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게다가 부회장은 시가를 너무 좋아해서 홍콩 시내에서 시가 가게까지 운영하는 애호가다.

비서들이 그의 취향을 제대로 파악해 선물을 골랐다.


“사실 난 배트맨을 좋아합니다.”

“얼마 안 있어서 토니 스타크도 좋아하게 될 겁니다.”

“혹시 ‘헐크‘는 영화로 만들 생각이 없습니까?”

“Timely에 물어보겠습니다.”

“미스터 류가 모두 관할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들은 오너인 내게도 기획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잘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럴 수도 있는 겁니까?”

“어설픈 기획이라면 보여주지도 말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너무 궁금해서 그렇게 말한 걸 후회하고 있습니다.”


일행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과장된 표정으로 아쉬워하는 류지호의 표정이 꽤 웃겼다.


“홍콩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짧은 건 알지만, 함께 경마장에 가보는 건 어떻습니까?”

“경마를 좋아하십니까?”

“너무 좋아합니다. 우리 형제는 두 마리의 경주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 분의 경주마가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우리 형제도 그렇게 되길 기대합니다.”


선물의 힘인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진행되었다.

그 결과 <무간도>의 투자와 전 세계 배급권을 ParaMax가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홍콩에서의 첫 단추가 잘 끼워졌다.


❉ ❉ ❉


홍콩의 88층 최고층 빌딩 IFC(국제무역센터).

이 빌딩에는 멀티플렉스가 영업 중이다.

작년에 개봉한 <와호장룡>으로 아시아 영화계 파워맨으로 부상하고 있는 장찌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이다.

장찌쾅은 영화제작·배급·상영까지 전 분야에서 홍콩 영화계에 영향력을 키워나고 있는 인물이다.

국제무역센터 내 멀티플렉스 팰리스 극장의 6개 스크린 중 하나는 늘 고전영화나 예술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현지 언론에서는 ‘대안적 배급·극장 체인’이라고 칭송했다.

독립영화로 제작된 <메이드 인 홍콩>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때 자신 소유 극장체인을 통해 상영해서 해외에까지 알리는데 공헌한 것도 장찌쾅이었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투자자였지 아마....?’


류지호는 장찌쾅을 나름 친한파 홍콩 영화인으로 기억했다. 아직은 한국과 크게 접점이 없었지만.

류지호가 장찌쾅에게서 받은 첫 인상은 ‘맘씨 좋은 아저씨‘였다.

조금 대화를 나눠보니 내성적인 성격에 겸손한 사람같았다.


“과거에는 한해 60여 편이 외국으로 수출됐지만 지금은 한해 15편 내외로 대폭 줄어들었죠.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홍콩 영화는 매우 훌륭합니다.”


장찌쾅의 말에 류지호가 웃으며 대꾸했다.


“몇몇 홍콩 감독들의 작품이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죠. 비록 미국에는 잘 소개가 되고 있지 않지만.”

“전 세계 모든 영화인들에게 핵심시장은 자국시장입니다. 최근 수년 동안 홍콩에서 지배적인 장르는 지역색이 강한 코미디였지요. 제작비가 저렴하지만 그에 비해 큰 인기를 누려왔습니다. 하지만 외국 관객이 이런 영화를 좋아하기는 힘들 겁니다. 이 또한 홍콩영화가 해외시장을 잃은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예전만 못한 홍콩영화에 대해 변호를 할 줄 알았다.

장찌쾅은 객관적으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홍콩영화계를 진단했다.


“비록 해외 수출이 과거와 같지 않지만, 이제 거대한 중국시장이 열리게 되죠.”

“불확실성 투성이입니다.”


현지에서 알 수 있는 분위기가 궁금한 류지호가 슬쩍 떠 보았다.


“행정장관이나 정무시장이 그와 관련해 중국 측과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하는 모양입니다.”

“홍콩 안에서 그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요.”

“사람 일에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것처럼 미래의 일이 어떻게 될지 알 순 없는 노릇이죠. 그래서 여러 상황에 대비를 해두어 하지요.”

“옳은 지적이십니다.”


남의 나라 영화계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도 류지호로서는 못할 짓이었다.

당사자도 부담인 모양인지 장찌쾅이 화제를 돌렸다.


“한국은 축복을 받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홍콩과 비교하면 한국의 영화 투자자들은 영화하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홍콩에서 모든 투자자의 관심은 오직 돈뿐입니다.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 첫마디가 손해를 봤니 안 봤니, 돈을 얼마나 벌었니 잃었니 하는 것뿐이죠.”

“동의하기 힘들지만, 듣기 좋은 말이라 뭐라 반론을 펼치기도 힘듭니다.”

“만약 내가 한국의 영화인들을 만나게 된다면 한국은 굉장히 운이 좋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 기회와 축복을 잘 이용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충고해주고 싶습니다. 영화에 대해 열정이 있는 미스터 류같은 투자자가 있다는 것은 영화계로서는 축복입니다.”


아시아의 많은 현장 영화인들이 한국을 부러워한다.

본게임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내가 <와호장룡>을 만들 때, 미스터 류와 같은 투자자를 만나기가 힘들었습니다. 돈을 구하려고 온갖 곳을 다 돌아다녔습니다. 한마디로 비참한 상황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영화인들은 투자자들에게 책임감을 크게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투자자가 손해 보는 일은 결코 없어야겠다는 것이 나의 신조입니다.”


가만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알버트 마샬이 끼어들었다.


“투자·제작·배급·극장 모두가 동업자 정신이 중요하지요.”


류지호와 장찌쾅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 앙은 ParaMax에게 있어 중요한 감독입니다. 우리는 그의 영화에 언제든지 투자할 의향이 있었습니다.”


알버트 마샬이 섭섭함을 토로하자 장찌쾅이 얼른 사과했다.


“제가 할리우드 비즈니스에 서툴렀습니다. 만약 ParaMax가 홍콩영화에 가지고 있는 호감을 좀 더 깊이 이해했다면 사장님을 제일 먼저 찾아갔을 겁니다.”


류지호가 두 사람 사이를 중재했다.


“이제부터라도 과거와 다른 관계를 만들어 가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ParaMax Films는 JHO Company가 인수하기 전부터 홍콩 영화를 수입해 북미에 배급했다.

많은 영화들이 쏠쏠한 수익을 거둬들여서 반신반의하던 이들을 놀라 게 했다.

그런데 홍콩 영화계 반응은 달랐다.

당시 홍콩영화계는 자국 영화에 자신감이 가득했고, 홍콩 배우와 감독들이 대거 할리우드로 진출할 것이라며 들떴다.

한마디로 헛바람이 가득했었다.

그래서 <와호장룡>을 가지고 홍콩영화에 우호적이던 ParaMax 대신에 다른 곳과 파트너십을 맺어서 작업을 진행했다.


“우리는 에드콥 픽처스와 좋은 파트너가 될 거라 자신합니다. 역량이 있는 홍콩의 감독들의 작품에 참여하길 기대합니다.”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콩 감독들은 많았다.

그 중에 한 명이 찬호순이었는데, 류지호에게는 UCLA 영화과 선배격인 인물이다.

류지호처럼 자기 작품 연출도 하고 다른 감독의 작품에 프로듀서를 겸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감독들이 제작을 겸하기 시작했다.

홍콩영화계가 작가영화 시대를 마감하고 감독 겸 프로듀서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었다.

한국이나 일본과는 또 다른 방식의 영화계 개편 모습이다.

게다가 찬호순과 비슷한 시기 영화를 시작한 감독들은 자신들만의 그룹(사단)을 만들어서 꾸준히 작업을 하고 있다.

일종의 도제식 작업이다.

그렇다고 감독 겸 프로듀서들이 서로 배척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서로 친하게 지내면서 영화작업을 공유하는 그룹도 있다.

그 같은 움직임으로 <무간도> 같은 좋은 영화도 만들어지지만, 중국 본토에 휩쓸린 이후로는 홍콩영화만의 창작력이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그렇게 세계 영화사에서 홍콩영화는 페이지를 마감하게 되고, 그 자리를 채워줄 것이라 기대했던 중국영화는..... 공산당 선전매체로 전락하고 만다.


“한국이나 미국으로 초대를 하고 싶은데, 응할 의향이 있어요?”

“물론입니다. 오늘은 비즈니스 대화만 나눠서 아쉬움이 큽니다.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좋아요. 빠른 시간 안에 초대할게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장찌쾅을 비롯해 홍콩영화계에서 거물로 성장할 인물들을 JHO 컨벤션 옵저버로 초대하는 것을 생각했다.

비록 즉흥적인 판단이었지만, 류지호에게나 두 나라의 영화사에게도 나쁠 것 같지 않았다.

어차피 류지호가 점찍은 이들은 중국 본토에 홍콩영화계가 송두리째 흡수된다고 해도 일정부분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니까.

홍콩영화계 거물들을 친JHO 또는 친가온 성향으로 물들인 후에 중국 본토를 공략하는 것도 좋을 듯 싶고.

JHO Company와 에드콥 픽처스의 합작 논의도 좋은 결과를 도출했다.

ParaMax Films는 에드콥과 찬예모 감독의 <영웅>을 포함해 모두 세 편의 영화에 대해 투자 및 해외배급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장찌쾅의 멀티플렉스 브로드웨이 시어터와 GOM 인터내셔널이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가칭 GB CinePlex.

향후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멀티플렉스 합작법인이다.

지분은 GOM과 브로드웨이가 70 : 30.

25%의 지분의 중국 측 조인트 벤처의 몫으로 각각 15%와 10%를 내놓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홍콩과 중국의 Eye-MAX 독점권은 이 멀티플렉스 합작법인의 차지가 되었다.

홍콩과 중국이 맺게 될 CEPA에 따라서 중국 본토 법인과의 조인트벤처가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에 그 부분은 계약서에 담기지 않았다.


작가의말

오리지널 디렉터스컷을 쓸 당시 폐렴 때문에 몇 주 휴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 다녀왔는데 다행히 폐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네요. 처음으로 폐기능 검사란 걸 해봤는데 오랜 기간 흡연이력이 있음에도 폐 기능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다만 심장 관련 진료를 받아보라고 하네요.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는데 건강을 잃고난 후에야 후회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독자님들도 평소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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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9

  • 작성자
    Lv.99 할젠
    작성일
    23.03.13 09:24
    No. 1

    중국 내수용, 동남아 화교용 영화제작공장으로 바뀌는 홍콩영화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ehqur
    작성일
    23.03.13 10:06
    No. 2

    당국에서 검열하는데 창의성이 사라졌다고하죠. 극장은 홍콩법인통해하더라도 영화는 중국보다 대만이 낫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Under85
    작성일
    23.03.13 11:06
    No. 3

    건강 유의하세요 작가님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1 kshani96
    작성일
    23.03.13 12:22
    No. 4

    기침이 폐의 원인 외에 심장에 관련이 많이 되어 있지요. 겉으로 드러난 상태가 아무리 말끔하다 하더라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자동차가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부품이 고장나서일 수도 있지만 밧데리가 방전된다던지 기름이 떨어지던지의 경우도 있읏수 있습니다. 사진이나 검사에 아무런 이상이 없더라도요. 휴식시간을 늘리시고, 운동시간도 늘리시고, 작품활동시간을 줄이시더라도 건강이 우선입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8 모란
    작성일
    23.03.13 12:48
    No. 5

    심장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모르겠네요
    건강 잘 챙기세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3.13 17:22
    No. 6

    건강 조심하십시요.
    심장 관리는 격한 운동이나
    급작스러운 동작 을 삼가하는것이
    첫번째로 알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8 허클베리
    작성일
    23.03.13 22:20
    No. 7

    내 인생영화 영웅
    내용 미장센 연기 몇번을 다시봐도 지겹지가 않구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3.13 23:58
    No. 8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루시오엘
    작성일
    23.03.14 09:51
    No. 9

    건강이 우선이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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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 영화가 영원히 머무는 곳. (1) +4 23.03.22 3,423 115 24쪽
451 곧.... 필름은 죽습니다. (2) +6 23.03.21 3,359 111 23쪽
450 곧.... 필름은 죽습니다. (1) +6 23.03.20 3,418 109 25쪽
449 내가 잘되자고 하는 겁니다! (2) +4 23.03.18 3,512 120 25쪽
448 내가 잘되자고 하는 겁니다! (1) +5 23.03.17 3,502 120 27쪽
447 혼자 늙어 죽는 수가 있거든! +6 23.03.16 3,460 124 25쪽
446 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3) +3 23.03.15 3,411 110 23쪽
445 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2) +4 23.03.14 3,472 108 21쪽
» 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1) +9 23.03.13 3,617 118 20쪽
443 언젠가 만나야 했을 인연들. (3) +6 23.03.11 3,675 128 26쪽
442 언젠가 만나야 했을 인연들. (2) +5 23.03.10 3,624 121 26쪽
441 언젠가 만나야 했을 인연들. (1) +7 23.03.09 3,648 118 23쪽
440 다 해먹는다는 말 나오진 않겠죠? (3) +4 23.03.08 3,578 123 24쪽
439 다 해먹는다는 말 나오진 않겠죠? (2) +14 23.03.07 3,580 128 21쪽
438 다 해먹는다는 말 나오진 않겠죠? (1) +3 23.03.06 3,586 117 21쪽
437 지금이라도 손을 떼시면 됩니다. +6 23.03.04 3,705 128 27쪽
436 복수의 꽃. (10) +8 23.03.03 3,397 127 21쪽
435 복수의 꽃. (9) +6 23.03.02 3,267 127 21쪽
434 복수의 꽃. (8) +4 23.03.01 3,262 120 21쪽
433 복수의 꽃. (7) +3 23.02.28 3,331 119 22쪽
432 복수의 꽃. (6) +4 23.02.27 3,377 115 21쪽
431 복수의 꽃. (5) +4 23.02.25 3,456 128 24쪽
430 복수의 꽃. (4) +5 23.02.24 3,384 128 25쪽
429 복수의 꽃. (3) +11 23.02.23 3,468 115 26쪽
428 복수의 꽃. (2) +2 23.02.22 3,558 128 24쪽
427 복수의 꽃. (1) +5 23.02.21 3,677 123 20쪽
426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4) +6 23.02.20 3,647 126 25쪽
425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3) +5 23.02.18 3,702 135 25쪽
424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2) +6 23.02.17 3,654 134 25쪽
423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1) +7 23.02.16 3,745 139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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