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3 09:05
연재수 :
899 회
조회수 :
3,828,380
추천수 :
118,685
글자수 :
9,955,036

작성
23.02.23 09:05
조회
3,467
추천
115
글자
26쪽

복수의 꽃.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복수의 꽃> 촬영팀이 전국에 산재해 있는 촬영 예정지를 돌며 Eye-MAX 테스트 촬영을 진행하고 있을 때 류지호는 레퍼런스 영화들을 다시 봤다.

주로 보게 되는 영화는 <지붕위의 바이올린>, <아라비아 로렌스> 같은 영화였다.

특히 데이비드 린 감독의 <아라비아 로렌스>와 <닥터 지바고>를 관심을 가지고 여러 번 반복해서 봤다.

두 편 다 70mm(실제 65mm) 영화들이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장대한 스케일과 단순하면서 묵직한 화면 구성은 콘티를 하고 있던 류지호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특히 거대한 자연 풍광을 아주 멀리서 화면에 담는 익스트림 롱쇼트(E.L.S)에서 빛을 어떻게 활용해 아름다운 영상미를 구현해낼 수 있는지 깨달음을 줬다.


“볼 때마다 새로운 걸 배우게 되네.”


조감독 이동화가 담담하게 말을 보탰다.


“유명한 영화들이잖아요. 스태프들이 무지하게 고생했을 것 같아요.”


73년생인 이동화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곧장 충무로에 뛰어들어 연달아 다섯 편에서 연출부 조수 생활을 했다.

류지호가 충무로에서 찾고자 했던 후배 중에 한 명이었다.

이전 삶에서 류지호의 부사수였던 녀석이다.

류지호는 한국에서 영화를 연출할 때 자신을 보좌해 줄 제1 조감독으로 이동화 말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티 내지 않고 일하는 타입이다.

이전 삶에서 류지호는 어디 가서 조감독으로 일 못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동화에게는 한수 접어줄 수밖에 없었다.

녀석이 조감독으로 최고였으니까.

특히 촬영스케줄 설계는 충무로 조감독 최고였다.

입봉 제의가 왔음에도 전문조감독만 고집하던 이동화였다.

한국영화 시스템 상 마흔 가까워지면 조감독으로 불러주는 데가 없다.

이동화는 입봉을 하지 않은 것에 후회를 하기도 했지만, 불러 주는 데가 없자 뒤를 돌아보지 않고 영화판을 떠났다.

새로운 삶에서도 평탄하게 살았다.

성격도 서글서글하니 어디 가서 굶고 살 일이 없는 그런 타입이었다.


“진짜 입봉 안 하고 전문 조감독으로 쭉 영화 하고 싶어?”

“예.”

“왜?”

“감독은 영화 한 편 잘 못되면 다음 기회를 잡기 힘들지만, 조감독은 일만 잘하면 불러주는 데가 많잖아요. 저는 영화 현장이 좋아요. 죽을 때까지 영화만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영화감독도 평생 영화하면서 살 수 있어.”

“쉰 넘어서 현장에 남아계신 감독님이 거의 없지 않습니까?”

“젊은 감독은 나이 먹은 조감독을 안 쓰려고 할 거야.”

“제가 마흔 쯤 되면 충무로도 할리우드처럼 시스템이 변하지 않을까요?”


이동화는 이전 삶과 똑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이전 삶에서는 서른 중반만 되도 조감독으로 기용하는 법은 없었다.

오죽 못나서 입봉을 못했냐는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WaW는 입봉했던 감독도 데려다 조감독 시키잖아요. 그거 감독님이 지시한 거라면서요?”

“난 그랬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말한 것뿐이고. 실제 실행에 옮긴 분은 박 대표님이시지.”

“사연이 어찌되었든, WaW는 전문조감독 시스템을 선호한다고 알고 있어요.”

“네가 평생 조감독으로 일을 하려면 WaW가 망하면 안 되겠다.”

“솔직히 WaW처럼 계약해 주는 영화사도 없습니다.”

“1,800에 계약했지?”

“예.”

“조감독이면 일반 회사 팀장급인데 그 돈이 많은 건 아냐.”

“저로서는 감지덕지죠. 후반작업 참여를 안 해서 곧바로 다음 영화에 합류할 수 있고요.”


WaW 픽처스는 할리우드처럼 포스트프로덕션 수퍼바이저가 따로 있다.

연출부와 제작부는 촬영이 끝나면 자신들의 업무도 끝난다.

남은 포스트프로덕션 과정은 전문 포스트프로덕션 수퍼바이저가 진행한다.

어차피 포스트프로덕션에서 연출부와 제작부가 하는 일은 연락과 감독 뒤치다꺼리뿐이다.

굳이 영화사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

류지호는 WaW를 통해 영화제작 전 공정을 분업화·전문화하기 위해 지난 90년대부터 꾸준히 노력해 왔다.

당연히 연출부 처지는 연출부를 빡세게 해본 사람이 잘 아는 법이다.


“<복수의 꽃> 끝나고 바로 다음 영화 합류해?”

“이 영화에 모든 걸 바쳐야죠. 조감독 제의 받은 적 없습니다.”

“자식이 아부는.... 내년에 나랑 한 작품 더 할래?”

“또 한국에서 영화 찍으십니까?”

“그럴 것 같아.”

“...음.”

“만약 다음 영화에 합류하게 된다면, 나를 대신 해서 많은 걸 준비해 줘야할 거야.”

“....?”

“내가 프리 기간 동안 미국을 자주 오가게 될 것 같거든.”

“저야 감독님이 또 불러주시면 감사하죠.”

“일단 이번 영화에 집중하고, 촬영 끝내 놓고 그때 다시 이야기 해보자.”

“예. 감독님!”


류지호가 알고 있는 이동화는 성실함은 기본이고 눈치까지 빨랐다.

시키는 일 잘하는 것이야 당연한 것이고, 감독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짚어주는 조감독은 흔치 않다.

할리우드의 터커 레이튼에 이어서, 충무로에서도 믿을 만한 조감독을 얻었다.


‘동화야, 실컷 영화 할 수 있게 해줄게. 형이 그렇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됐다.’


비록 이번에는 함께 연출부 생활을 하면서 끈끈한 전우애와 정을 쌓지 못했지만, 인연이 이어졌다는 점이 중요했다.

이전 삶의 인연들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류지호가 도와준 것처럼.

이동화 역시 그렇게 만들어 줄 것이니까.


✻ ✻ ✻


노란색으로 염색한 머리.

30대 중반임에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뽀얀 동안의 외모.

대학가 술집이 아니라 일반 술집에 가면 주민등록증을 제시 받을 것 같은 남자가 류지호와 마주 앉아 있다.

남자의 정체는 <복수의 꽃>의 영화음악을 맡게 된 이용준 작곡가다.

충무로 부흥기의 시작을 함께 한 영화음악가 1세대라 할 수 있다.

한국영화가 80년을 넘었다.

영화음악 1세대는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세대 구분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은 한국 영화에서 음악의 중요성이 대두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영화 음악의 중요성이 알려지게 된 것은 <서편제>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영화산업에서 영화 음악만의 활로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것은 <은행나무 침대>부터다.

<은행나무 침대>가 OST를 최초로 발매하진 않았다.

그런데 영화팬들이 한국영화음악에 뜨거운 반응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 <은행나무 침대> OST부터다.

<퇴마기록>의 경우는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OST 음반을 PART 1.2로 나뉘어 발매했다.

나름 괜찮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용준 작곡가는 <쉬리>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했고, <초록물고기>에서는 한국의 양대 영화시상식에서 음악상을 수상했다.

그런 화려한 커리어의 이용준이 <복수의 꽃> 음악을 맡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류지호 역시 <복수의 꽃>을 제작하기로 마음먹으며 음악감독으로 그를 제일 먼저 떠올리기도 했고.

이용준은 전작 <은행나무 침대>에서 국악과 양악을 골고루 활용해 영화의 정서와 분위기를 잘 살린 바 있다.

그 같은 음악풍이 <복수의 꽃> 분위기와도 썩 잘 어우어질 것 같았다.


둥두둥.

라라라라~


국악과 오케스트라 연주가 묘하게 섞인 미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류지호가 팔짱을 낀 채 감독실 벽에 붙어 있는 로케이션 촬영지 사진과 콘셉트 아트들을 눈으로 훑으며 귀로는 이용준이 작곡한 테마곡을 들고 있다.

이용준 작곡가는 접객 소파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류지호의 등짝을 바라보고 있다.

이용준이 내심 한숨을 쉬었다.


후우.


류지호의 작업방식이 낯설면서도 고민스러웠다.

스토리보드조차 없는 상황에서 테마곡을 작곡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 처음이다.

영화의 편집본이 나온 상태에서 영화음악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 충무로 작업방식이다.

음악감독들은 보통 편집본이 나오면 우선적으로 서너 번 반복해서 영화만 본다.

그런 후 음악이 들어가고 나가는 장면을 중점적으로 확인하며 짧게는 5초 길게는 4분까지 장면들을 체크한다.

영화 전편에 걸쳐 음악이 들어갈 부분들을 정리해 놓은 후에 악상을 떠올리거나 이미 써놓은 곡들을 선별한다.

이용준 작곡가는 보통 40~50분 길이의 다양한 곡(film score)을 만들어 놓고 믹싱에 들어가는 편이다.

충무로식 표현으로 음악 구다리(구절)를 정해놓고, 영화가 흘러가는 전개양상을 보면서 음악적으로 중요한 순서대로 작업을 진행했다.

어떤 경우에는 액션 시퀀스가 먼저 만들어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테마 음악이 먼저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이번 경우에는 무조건 테마 음악부터 만들어야 했다.

감독의 요구 때문에.


“나쁘지 않네요.”


류지호가 이용준의 맞은편에 앉으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편집본이 없는 상황에서 음악을 만들려니 난감하다고 하더니.... 괜찮게 스코어가 나온 것 같아요.”


이용준이 꼬고 있던 다리를 풀어 자세를 바로 했다.


“청승맞은 음악이 싫다고 하셔서 최대한 낭만적인 분위기를 가미했는데,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영상과 매치가 되는지는 잘 감이 안 옵니다.”

“한의 정서라는 게 영상과 잘못 매치 되면 지나치게 우울해질 것 같아서 일부러 낭만적인 분위기를 강조했어요. <복수의 꽃>은 판소리영화가 아니잖아요.”

“감독님이 보여주신 레퍼런스 영화 편집본을 봐서 액션 시퀀스 음악 가이드도 만들어볼 순 있지만, 아무래도 인물 움직임이 많은 시퀀스는 편집이 끝나야만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옵니다.”

“물론이죠. 편집이 달라지면 다시 음악을 만들어야 하니까. 최종본을 가지고 시간에 맞춰 음악을 절묘하게 대응시켜줘야 하겠죠. 그런데....”


류지호가 살짝 말을 끌었다.

이용준은 또 무슨 엉뚱한 요구를 하려나 긴장한 얼굴로 다음 말을 기다렸다.


“영화음악이 분명 영화 전체로 봤을 때 주가 아니라 보조인 것은 맞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는 때로는 영화음악이 어떤 영감을 줄 수도 있다고 믿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프리단계에서 음악과 편집을 미리 설계할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영화를 찍으면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연출, 편집, 음악, 사운드 디자이너가 하나의 영화를 놓고 사운드 부분에서 각자 들어오고 나가는 타이밍이 다를 때가 있더라고요. 편집기사가 여기서부터 음악이 시작되겠구나 하고 커트를 붙여놨는데, 음악 감독은 그 포인트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음악을 시작한다든가, 또 믹싱 기사는 또 다른 포인트에서 음악이 들어갈 타이밍을 계산한다든가 하는.”

“그래서 최종 편집본을 가지고 작업을 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처럼 음악 작업 기간이 최소 6개월이 보장된다면 그래도 되겠죠.”

“전 피디님이 미국식으로 작업하실 거라고 그러더니 진짜로 그러실 줄은....”


류지호는 이용준에게 음악 작업에만 최소 6개월을 보장해 줬다.

심지어 오케스트라 연주 녹음까지도 예산에 따로 반영했다.

<복수의 꽃> 최종 편집본이 나온 후 미디로 작업된 스코어가 확정이 되면 이용준은 체코로 날아가 그곳에서 오케스트라의 합주를 녹음해 올 계획이다.


“사람 마음을 건드리는 곡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예요. 작곡가님.”

“영상과 결합하는 순간 엄청난 시너지가 일어나죠.”


류지호는 음악감독이란 표현 대신 작곡가라는 표현을 썼다.

할리우드에서의 호칭이 그랬고, 영화음악가 입장에서도 감독이란 호칭은 썩 달갑지 않았다.

음악이라는 전문분야를 책임지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그냥 높은 사람 같다고 할까.

사실 영화에서 감독은 단 둘 뿐이다.

영화 전체를 책임지는 연출감독과 촬영현장을 지휘하는 촬영감독(DP)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메인 부서의 장에게 모두 감독이란 호칭을 쓴다.

마치 나이 많은 배우에게 ‘선생님’이란 호칭을 남발하는 것처럼.


"미디로 작업한 걸 들으셨지만, 오케스트라 연주는 모든 음색 구성이 가능합니다. 그 기준으로 다른 악기들을 또 추가할 수 있고요. 슬픈 시점에서 피아노 말고도 여러 악기를 연주하면 더 애절하게 갈 수도 있고요.“

“촬영 전까지 주요 스코어를 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가능하도록 해야죠.”


한국영화 음악은 아직 개척하지 못한 분야가 많았다.

미래에는 오케스트라를 활용해서 곡을 녹음하는 게 보편화된다.

현재는 생소하면서도 예산 때문에 못한다.

이용준 작곡가는 영화나 드라마 불문하고 오케스트라 연주곡을 고집하는 편이다.

국악기 연주의 경우 명인을 초청해 녹음할 계획이다.

덕분에 <복수의 꽃>에서는 음악 인건비 외에 작업료 예산에만 2억 원을 책정했다.

이 당시 가장 많이 받는 영화음악가의 경우 1억 원 내외의 계약을 하고 있다.

본인 인건비, 연주 녹음비용, 각종 경비를 그 돈으로 모두 해결해야 한다.

심지어 OST 제작비까지 해결해야 한다.

배급사나 제작사는 OST 발매에 추가 비용이 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음반 판매로 돈 못 버는 것을 아니까.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그렇기에 영화음악가가 자신이 받은 계약금의 일부를 아껴서 앨범을 발매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음악시장이 좋지 않습니다. OST를 발매하면 많이 팔리지 않죠.”

“<은행나무 침대> OST가 19만 장 팔리지 않았던가요?”


이용준이 자조적으로 대답했다.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쉬리> OST는 1만 장 겨우 팔았습니다. 사실 저작권료 수입도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방송이나 다른 매체에서 음악을 사용하긴 하는데, 정작 작곡가에게는 저작권료가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요. 솔직히 저희로서는 적자여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화음악사적으로 기록의 의미도 있고 영화음악 마니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한국영화 산업은 지난 10년 간 몰라보게 성장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무엇 하나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여전히 지난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도 많았다.

현장 영화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업계 현실을 류지호에게 전하려고 한다.

민초들의 어려움을 높으신 양반께서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인 것 같았다.

그런데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충무로 현실을 가장 잘 파악하고 이해하고 변할 것까지 꿰뚫고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류지호란 사실이다.

굳이 듣지 않아도 어지간한 부분은 깊은 내막까지도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지호는 충무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려고 노력했다.

소통은 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니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작곡가님. 나는 영화에서 충무로 룰을 따를 마음이 전혀 없어요. 음악예산에 2억 원을 책정했다고 해서 그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예산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한국영화시장에 맞는 적절한 제작비를 찾아야 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당연합니다. 저도 제 욕심만 차리자고 이것도 해 달라 저것도 해 달라 안 합니다.”

“<복수의 꽃> 잘 부탁합니다. 나는 그림과 음악만 믿고 가겠습니다.”

“영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보겠습니다.”


현실적인 음악작업료라 것도 할리우드처럼 체계화된 산업 안에서 통계가 축적되어야 산정할 수가 있다.

따라서 한국영화에서 제작사와 음악가가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합리적인 예산 산출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다만 최소한의 작업 기간을 보장하고, 소통에 있어서도 열린 자세로 임하는 것.

그렇게 해서 나온 양질의 음악을 영화에 삽입하는 것.

그 기본이 모두를 위한 길임을 알아주길 바랄 뿐이다.

충무로 스태프들은 없는 살림으로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도사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지원을 해준다면 과연 어떤 결과를 내놓을까.

<복수의 꽃>에 참여하는 스태프들은 하나 같이 당대 충무로 톱클래스들이다.

이전 삶에서 한국영화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던 이들이다.

류지호 역시 그때의 형편없는 감독이 아니다.

할리우드에서 나름 연출력을 인정받는 감독이 되어 돌아왔다.

혹자들을 류지호에게 돈으로 영화 찍냐고 비아냥거린다.


“그럼 뭐로 찍어? 영화를 원고지 펜으로, 캔버스 물감으로 찍냐?”


라고 말해주고 싶은 류지호다.

돈이 영화를 지배하고 때론 지배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데 영화는 자본주의 예술의 대표주자다.

유감스럽게도 예산을 생각하지 않고는 한 발조차 뗄 수가 없다.


❉ ❉ ❉


1894년 갑오년.

우리 역사에서 아마 가장 길었던 한 해일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변화의 시작점이 된 한 해였다는 사실이다.

새해 벽두에 전라도 고부라는 고을에서 군수 조병갑의 악정에 항거하여 농민들이 봉기했다.

이 불씨가 활활 타올라 갑오농민전쟁의 기폭제가 되었다.

처음에는 조선 내 농민봉기였다.

하지만 무능한 권력자들에 의해 청나라와 일본의 개입을 불러왔다.

급기야 이 전쟁의 여파로 청일전쟁까지 발발했다.

일본이 승리함으로써 동아시아의 패권국으로 부상했다.

일본은 주변국에 대한 침략 정책에 열을 올리게 되고, 조선은 갑오개혁을 시행하여 국가 체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하여 근대 국가로 나아갈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역사는 그랬다.

10여 년 후 주권을 일본에게 빼앗기게 되지만.

어쨌든 근대사의 중요한 분기점인 갑오년의 삼남(충청, 전라, 경상) 지방은 무법천지였다.

백범일지에 따르면, 김구 또한 인천에 수감되어 복역할 당시 무뢰배에 불과한 사람이 동학의 두령이라고 자칭하며 약탈, 살인, 강도 행각을 무용담처럼 자랑하는 모습을 보며 한숨지었다고 기록할 정도다.

당시 삼남지방에서는 관군의 동학도 색출을 빙자한 무자비한 양민 학살이 자행되고 있었고, 동학농민군 행세하는 도적들이 횡행했다.

<복수의 꽃>은 바로 그 동학농민전쟁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이후를 다루고 있다.

우리가 알지 못했거나 혹은 알고 싶지 않았던 감춰진 사실에 허구를 결합해 로드무비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영화다.

류지호의 시선은 동학농민전쟁의 역사적 의의에 있지 않았다.

민초들의 삶 사이에서 서로 죽이고 죽어만 했던 야만성을 들춰냄으로써 정의는 과연 무엇인가를 질문하려고 한다.

물론 언론사에 배포하는 그럴 듯하게 포장된 말장난이다.

류지호는 역사라는 거대한 격랑에 휘말린 군상들을 조명하려는 의도가 별로 없었다.

차라리 아주 작은 이야기, 역사, 그 어떤 기록에도 남아있지 않은 개인.... 등 사소하다면 사소한 것들을 묘사하려고 한다.

당시의 민중의 삶이나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현재 우리의 모습이나 껍데기만 바뀌었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루저들의 이야기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패한 자들의 역사는 역사가 아닐까.

그 루저들의 삶이 그 시대 자체일진데....

WaW 엔터테인먼트 홍보팀에서는 <복수의 꽃>을 한국식 무협이라는 장르로 규정했다.

화려한 검술액션 시퀀스가 영화를 화려하게 수놓기 때문이다.

어쨌든 <복수의 꽃>에는 동학도로 위장해 도적질을 하는 사기꾼도 있고, 복수행을 벌이는 여검객도 있으며, 그 외에도 진짜 동학도, 일본인 지주, 노망난 할머니, 천주교인과 불교의 스님도 등장한다.

심지어 조선에서 암약하던 일본의 폭력배(사무라이)도 등장한다.

진정한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배계층을 등장시키진 않는다.

로그라인은 매우 단순하다.


- 집안의 원수를 찾아 헤매는 恨을 가진 여검객의 하드보일드 복수극.


액션 장르적으로는 중국 무협이나 일본 사무라이 영화와 많은 부분에서 닮아있다.

심지어 수정주의 서부극에서도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여자 주인공이 복수한다는 부분에서는 사무엘 레이미의 <퀵 앤 데드>를 연상시킨다.

프랑수와 트뤼포 감독의 고전 여성 복수극 <상복 입은 신부>에서 모티브를 받기도 했다.

참고로 <상복 입은 신부>는 히치콕 영화에 대한 존경이 곳곳에 묻어 있는 영화다.

시네필인 류지호는 트뤼포는 물론 히치콕스러움까지도 <복수의 꽃>에 묻힐 계획이다.


‘태런티노가 <킬빌>을 통해 아시아 액션영화에 대한 덕질을 했다면 난 장르 영화의 교과서 그리고 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선보인 두 거장을 덕질하는 거지.’


프랑수와 트뤼포는 자신이 연출한 작품 가운데서도 유독 <상복 입은 신부>를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했다는 함정이 있지만.

류지호가 밝히지 않으면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 수도 있다.

물론 한국 평론가 기준이다.

류지호의 영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일부 평론가는 <복수의 꽃>을 프레임 단위로 해부해서 기어코 유사성이나 오마주를 찾아낼 지도 모른다.

심지어 학살에 가까운 우금치 전투 → 일제 군국주의 암시 → 폭력의 반대급부로 이어지는 류지호의 주제의식까지도.

류지호가 <Help Me, Please>부터 <Life Goes On> 등에서 일관되고 이어지고 있는 국가적 폭력에 노출된 힘없는 민중 이란 테마에 대한 고민이다.

이러니 저리니 해도 <복수의 꽃>은 시대극이며, 복수극이자, 여성영화다.

굳이 영화의 주제를 말하라고 한다면.


- 역사의 수레바퀴는 피를 머금어야 돌아간다.


그 피가 복수에 의한 것인지.

국가적 폭력에 의한 것인지.

그 폭력에 맞서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진 것인지.

그것들과 상관없이.


또는.


- 복수의 허망함과 덧없음.


복수를 얻을 수 있는 것은 그 순간 뿐.

모든 걸 끝내고 나면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심지어 후련함이나 정신적 만족감까지도.

그런데 <복수의 꽃>의 대본을 읽어본 사람들은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곤 했다.


-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감독이 제 아무리 교양 넘치고 지적으로 영화를 만들어도 언제나 옳은 것은 관객이다.

관객의 정리만큼 명확한 것도 없으니까.


✻ ✻ ✻


매니지먼트 CHAN에는 연예인 차라고 불리는 스타크래프트밴 다섯 대를 소속 연예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나 같이 톱스타들의 일정에만 운행 중이다.

송라원 같은 신인은 타볼 기회가 없다.

그림의 떡이었다.

어제까지는 그랬는데....

매니지먼트 CHAN의 스타크래프트밴이 밀레니엄 힐턴 호텔 입구에 멈췄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톱스타가 아니라 송라원이었다.


“혼자 리딩장 찾아갈 수 있지?”


매니저의 물음에 송라원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자주 와봐서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어, 오빠.”

“어디 가서 그렇게 말하지 마. 누가 들으면 오해해.”


처녀가 호텔을 들락거리는 것이 좋게 보일 리 없다.

여배우라면 더더욱.

사실은 <복수의 꽃> 스토리보드 작업을 이 호텔 스위트에서 했다.

작업 기간 내내 류지호가 이 호텔 스위트에 묵었다.

류지호를 만나기 위해서 배우와 헤드 스태프들이 자주 들락거릴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송라원과 김영찬 등도 자주 찾아와 캐릭터와 연기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매니저가 스타크래프트를 주차하기 위해 떠나고 홀로 남은 송라원은 언제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었냐는 듯 표정을 굳혔다.


후우.


옅은 한숨을 내쉬고 떨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복수의 꽃> 대본 리딩이 있는 날이다.

이 당시만 해도 충무로에서는 대본리딩이 반드시 해야 하는 과정이 아니었다.

드라마에서는 최소 1~2부 대본리딩은 하지만, 충무로는 주연 배우만 감독과 몇 번 만나 맞춰보는 수준일 경우가 많았다.

류지호 감독은 할리우드 스타일답게 단역배우까지 모두 불러 대규모로 대본리딩을 열었다.

리딩 장소도 영화사가 아니라 호텔까지 떡하니 빌렸다.

결혼식이 주로 열린다는 호텔의 리셉션장 앞에는 <복수의 꽃> 연출부와 제작부 그리고 홍보팀이 저마다 일을 하고 있다.

30분 일찍 도착했음에도 이미 많은 배우들이 도착해 있었다.

류지호 감독은 대본에 한 줄이라도 대사가 있다면 무조건 참석하도록 했다.

송라원은 영화에서는 생초짜다.

드라마에서도 단역으로 주로 출연했고 그마저 많지 않았다.

당연히 안면이 있는 배우가 많지 않았다.

리딩장 앞에서 서성거리는 단역들은 모두 처음 보는 배우들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단역 배우들이 송라원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반대로 송라원도 배우들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안녕하세요.”


송라원이 먼저 고개를 숙여 단역배우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했다.

주인공이라지만, 단역배우들에 비해 한참 후배였으니까.


“네? 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아, 네.”

“잘 부탁드려요.”

“제가 더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송라원은 나이가 많든 적든 모두에게 인사했다.

당연히 기분 나빠 하는 이들은 하나도 없다.


“라원씨, 이쪽으로.”


인물담당 조감독이 송라원을 리딩장 안으로 이끌었다.


“감독님은요?”

“커피숍에 계셔.”


조감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송라원은 뒤로 돌아 2층 커피숍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프로듀서, 촬영감독, 동시녹음기사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류지호를 발견했다.


“안녕하세요.”


주요 헤드 스태프들이 송라원을 반갑게 맞이했다.


“점심은 드셨어요?”

“속이 더부룩해서 대충 해결했어.”

“대본 리딩이 꽤 오래 걸리다고 하던데... 뭐라도 드시지.”

“틈틈이 간식 집어먹으면 돼.”


이때까지만 해도 송라원은 리딩장 안에 온갖 간식과 음료가 준비되어 있는 줄 몰랐다.


“다른 선배님들께 인사드리러 가볼게요. 리딩장에서 뵈요.”

“어 그래.”


작가의말

1.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프랑수와 트뤼포의 <상복 입은 신부>와 쿠엔티 타란티노의 <킬빌>의 설정은 빼박입니다. 그런데 타란티노는 그 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진실은 본인만 아는 것일까요?

2. 퇴X록 실사 영화는 실제 쫄딱 망했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흥행에 성공했죠. 실제로 OST를 두장짜리로 발매를 했고 그렇게 많이 팔리진 않았다고 합니다. 소설 속에서는 앨범이 망하지 않을 정도 팔린 것으로 했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 작성자
    Lv.99 막걸리먹자
    작성일
    23.02.23 09:14
    No. 1

    오줌 ---- 오죽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3.02.23 11:18
    No. 2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2.23 12:11
    No. 3

    평행세계에서 봤나 보지요?
    어차피 진실은 본인만 아는거죠.
    닥터 지바고의 눈덮힌 풍경은
    아직도 눈에 선하지만 그게 모두
    밀가루와 설탕이라고 하더군요.
    지금은 환경보호자들 때문에 절대 못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아미폐인
    작성일
    23.02.23 14:33
    No. 4

    가장 장 파악하고 -> 가장 잘 파악하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3.02.25 12:56
    No. 5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2.23 17:35
    No. 6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책읽남
    작성일
    23.02.23 18:24
    No. 7

    태 내지 티 내지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3.02.25 12:56
    No. 8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cooooool
    작성일
    23.07.07 00:15
    No. 9

    안중근 의사와 부친은 동학 토벌하던분이죠
    김구선생도 동학 좋아하지않은듯하고

    동학의 중국의 태평청국의 난, 의화단이 혼재된 느낌이죠

    의화단사건이 결국 외세군대를 중국본토 진출의 결정적 계기가 되듯
    동학운동은 청 일 군대의 조선 본격적 주둔의 시발점이고

    기관총이 서구문명의 대표처럼 민중을 일방적으로 박살내기도 했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cooooool
    작성일
    23.07.07 00:20
    No. 10

    하지원 배우
    거의 신인급으로 가위에서 강렬한 역할하셨고
    김성재 사망사건의 영화에서도 출연하셨는데

    색즉시공 다모 발리에서 벌어진일 으로 이어지는 최전성기 잘 기억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별작
    작성일
    24.04.05 05:25
    No. 11

    결함하는 >> 결합하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52 영화가 영원히 머무는 곳. (1) +4 23.03.22 3,422 115 24쪽
451 곧.... 필름은 죽습니다. (2) +6 23.03.21 3,359 111 23쪽
450 곧.... 필름은 죽습니다. (1) +6 23.03.20 3,417 109 25쪽
449 내가 잘되자고 하는 겁니다! (2) +4 23.03.18 3,511 120 25쪽
448 내가 잘되자고 하는 겁니다! (1) +5 23.03.17 3,502 120 27쪽
447 혼자 늙어 죽는 수가 있거든! +6 23.03.16 3,460 124 25쪽
446 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3) +3 23.03.15 3,410 110 23쪽
445 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2) +4 23.03.14 3,472 108 21쪽
444 계륵이거나 삥을 뜯거나.... (1) +9 23.03.13 3,616 118 20쪽
443 언젠가 만나야 했을 인연들. (3) +6 23.03.11 3,674 128 26쪽
442 언젠가 만나야 했을 인연들. (2) +5 23.03.10 3,623 121 26쪽
441 언젠가 만나야 했을 인연들. (1) +7 23.03.09 3,647 118 23쪽
440 다 해먹는다는 말 나오진 않겠죠? (3) +4 23.03.08 3,578 123 24쪽
439 다 해먹는다는 말 나오진 않겠죠? (2) +14 23.03.07 3,579 128 21쪽
438 다 해먹는다는 말 나오진 않겠죠? (1) +3 23.03.06 3,585 117 21쪽
437 지금이라도 손을 떼시면 됩니다. +6 23.03.04 3,704 128 27쪽
436 복수의 꽃. (10) +8 23.03.03 3,397 127 21쪽
435 복수의 꽃. (9) +6 23.03.02 3,267 127 21쪽
434 복수의 꽃. (8) +4 23.03.01 3,261 120 21쪽
433 복수의 꽃. (7) +3 23.02.28 3,331 119 22쪽
432 복수의 꽃. (6) +4 23.02.27 3,376 115 21쪽
431 복수의 꽃. (5) +4 23.02.25 3,456 128 24쪽
430 복수의 꽃. (4) +5 23.02.24 3,383 128 25쪽
» 복수의 꽃. (3) +11 23.02.23 3,468 115 26쪽
428 복수의 꽃. (2) +2 23.02.22 3,557 128 24쪽
427 복수의 꽃. (1) +5 23.02.21 3,676 123 20쪽
426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4) +6 23.02.20 3,647 126 25쪽
425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3) +5 23.02.18 3,701 135 25쪽
424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2) +6 23.02.17 3,654 134 25쪽
423 내가 먹을 걸 남에게 맡기면 위험이 따른다. (1) +7 23.02.16 3,745 139 2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