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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2의 서재

사막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922
작품등록일 :
2020.05.11 21:30
최근연재일 :
2021.01.18 22:0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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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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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4,671

작성
20.08.1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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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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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3쪽

Re 76. 양동 작전 1

DUMMY




01.

그들은 곧장 언덕 위로 올라갈 수도 있었다. 언덕을 타고 올라가서 기세등등하게 나타날 수도 있었다.


"서프라이즈! 니들이 묻어버린 시체들이 무덤에서 다시 기어 나왔다!" 외쳐주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그럼 마드는 전장의 여신을 다시 몸 안으로 불러들여 한바탕 칼춤을 출 수 있었다. 무법자들의 젊은 대장인 유마 올리오의 솜씨가 어떤지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사자야 뭐, 늠름한 어깨로 또 한편의 영웅 소설을 써 내려가겠지.


하지만 그들은 언덕 위로 올라가는 대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드의 아이디어였다.


"어쩌면 기회일지도 몰라." 마드가 눈을 반짝였다.


흙무덤 속에서 기어 나와 마신 밤공기는 너무나 달고 맑았다. 사막의 밤이 이미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물론 그렇지 않다는 것은 하늘에 뜬 창백한 달이 부루퉁한 얼굴로 증명했다.


'그렇게 쉽게 돌아올 것 같니?' 달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마드는 그녀의 어른스러운 가슴이 한껏 부풀도록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눈을 반짝이며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저 위에서 놈들이 우리가 살았나 죽었나를 고민하는 동안 우리는 사령소를 기습하는 거예요."


"기습?" 유마가 되물었다. 사자는 잠자코 그녀의 말을 들었다.


"네, 기습. 마스칼이 어디부터 어디까지 거짓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골라 아저씨의 생사는 꼭 확인하고 싶어요. 그렇다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죠. 아무튼 병사들은 모두 저 위에 있고 도시는 잠잠하잖아요."


"잠잠한 것이 가장 불안한 법이오." 사자가 말했다.


"응, 그러니까 조심조심 다가가야겠지. 비골라 아저씨가 살아계신다면 계실 곳은 사령소 밖에 없어. 세이마르에 사람을 가둬놓을 수 있는 곳은 그곳뿐이니까."


"하지만 그 주름이 잔뜩 진 놈 말대로 계엄군 사령관이 사령소에 있다면 어떡하지? 그럼 경계가 훨씬 삼엄할 텐데." 유마가 말했다.


"그때는......"


"양동 작전."


"응?" 마드와 유마가 동시에 사자를 바라보았다.


"사령관과 그들이 심문하는 포로가 정말 사령소에 있다면 유마님의 말대로 경계가 무척 삼엄할 거요. 마스칼 그자가 말했던 5인 5개조 경계를 서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 그렇담 사령소를 경계하는 병사들을 유인하는 수밖에 없소. 물론 저 위의 병사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히 움직여야 할 테지만."


"그렇다면 병사들을 유인해내는 건 나한테 맡겨줘. 이래 봬도 발이 무척 빠르니까."


유마의 말에 사자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내가 할 거요. 비골라 아이작을 수색하는 일은 마드와 유마님 둘이서 해야 하오. 마드는 사령소 내부를 잘 알고 있을 테고 당신은 어둠도 아랑곳 않는 일족의 자랑스러운 눈을 가지고 있으니."


"나를 그렇게 믿을 수 있겠어?" 유마가 비식 웃었다.


대답은 마드가 대신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어차피 저 안에서 죽었을 거예요. 저는 유마님을 믿습니다."


마드의 결연한 표정이 달빛 아래 빛났다.



02.

배신자 한 명이 빠져나간 비골라 구출조가 세이마르 시내 안으로 진입했다. 며칠 전만 해도 제국군에 대한 불안과 위태로운 평화가 공존했던 시내는 휑하니 비어 있었다. 참기 힘든 정적만이 길 위에 감돌았다.


마드는 중앙 시장을 가로지르면서 문득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시장 한복판에 그녀와 사자, 유마의 그림자가 나란히 드리워졌다. 그녀가 조용한 목소리로 사자에게 물었다.


"그날 밤 나를 공격했던 그림자들도 마스칼이 아는 놈들이었을까?"


"아니, 아마 본인이 직접 했을 거요."


마드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것도 확신하는 근거가 있는 거야?"


"나는 마스칼이란 자와 여태껏 만난 적이 없었소. 내가 사령소 지하 유치장에 있을 때에도 그는 한 번도 와보지 않았지. 내가 풀려난 뒤에 바로 계엄군들이 쳐들어왔으니 그를 만날 기회라고는 없을 수밖에."


"그렇지. 그게 왜?"


"그런 것치고는 아까 마힌드라에서 나를 처음 보았을 때 전혀 놀라지 않더군. 누군지 물어보지도 않고 말이오.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맸다는 민병 대장의 곁에 처음 보는 사내가 떡하니 있었는데도 말이지. 마치 처음 본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날 만났던 것처럼."


"그렇다면......"


"그렇소. 그는 날 알고 있었던 거요. 그리고 그럴만한 때는 그날 밤뿐이지. 그뿐만 아니라 그날 밤 보았던 암살자의 체형도 그자와 유사하오."


"그렇게 수상한 것들이 많았는데 왜 여태 얘기를 안 한 거야? 설마 이것도 다 경험의 일환이고 그런 거야?"


마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자가 고개를 저었다.


"설마. 나 역시 추측을 끼워 맞추고 있을 뿐이오. 그 자가 다른 마음을 먹고 있었다는 것은 나로서도 카타콤에 들어서면서 겨우 알았으니까."


"혹시 말이야. 그럼 그날 내게 왔던 암살자 중 다른 한 사람이 누군지도 추측하고 있어?"


"글쎄. 그날 그와 같이 있던 이가 누군지는 알지 못하오. 하지만 확실한 것이 있소."


"뭔데?"


"그날 마스칼의 곁에 있던 이는 여자요."


마드가 걸음을 멈춰 섰다. 마드와 사자의 뒤를 따라 걷던 유마가 멈춰서 의아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여자라고? 그건 어떻게 아는 건데? 밤이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게다가 사리안 당신은 내 뒤에서 나타났잖아. 멀어서 더 잘 안 보였을 텐데."


마드는 여자라고 확신하는 사자가 마치 원망스러운 듯 말을 쏟아냈다.


"아무래도 누군가 짐작하는 이가 있는 모양이군." 사자가 말했다.


"......"


마드는 입을 꾹 다문 채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수많은 전장을 경험했고 수많은 군인과 검사, 전사들을 만나봤소. 그중에는 물론 여성들도 있었고 웬만한 사내들이 떼로 덤벼도 이겨낼 수 없는 여전사들도 여럿 있었지. 그러니까 알 수 있소. 여자의 체형과 걸음걸이, 검을 쓸 때 나타나는 여성 특유의 자세까지. 아무리 어두운 밤이었고 멀리 있었다고 하나 나는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소. 하나 더 얘기해 주리까. 그녀는 아마 그날 '달거리'를 하고 있었을 거요."


마드는 그날 보았던 광경을 떠올렸다. 그리고 다음날 사령소에서 보았던 모습도 함께 떠올렸다.


"...... 제기랄."


"자,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오. 서두릅시다. 언덕 위의 병사들이 지금쯤 무덤 밑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눈치챘을지도 모르니."


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한없이 무거웠다.



03.

사령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칼은 배신자였고 거짓말쟁이기까지 하다는 것이 만 천하에 드러났지만 최소한 사령소 주변의 엄중한 경계에 대해서는 사실을 말한 모양이었다.


계엄군 병사 다섯이 한 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졸지도 않고 또렷한 눈으로 어둠 너머를 주시했다. 이러한 조가 최소한 네 개는 더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사령소 어느 방향에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마드에게도 심지어 사자의 눈에도 빛이 사라진 도시 안은 너무 어두웠다. 오직 유마만이 섬뜩할 정도로 빛나는 눈으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주변을 훑어보았다.


"다행히 근처에 아무도 없군. 남은 경비조들은 건물 너머에 흩어진 모양이야." 유마가 말했다.


"얼마나 확인했소?" 사자가 물었다. 사자의 물음에 유마가 잠시 고개를 돌려 사자를 보더니 다시 사령소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반경 500미터는 모두 확인했어. 직접 가서 확인해봐도 좋아. 500미터 바깥으로 웬 건물 앞에 병사들이 모여있긴 한데 그 안쪽으로는 아무도 없어. 건물 지붕은 물론이고."


"500미터 바깥에요? 아마 수색대 건물일 거예요. 계엄군들이 아직 원하는 정보를 찾지 못한 모양이네요." 마드가 말했다.


"아니면, 그 비골라라는 영감이 아직 입을 열지 않았는지도 모르고." 유마가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사자를 보았다.


"그나저나 당신, 우리 일족과 만나본 적이 있나? 지시하는 것이 무척 능숙한데."


유마는 어릴 적 일족의 어른들과 소금나무 군락을 찾아다니던 때가 떠올랐다. 이제 막 엄마의 자장가 없이 침대에 오르기 시작했을 때부터 어른들은 유마를 데리고 다니며 그의 눈을 신뢰했다.


어른들이 물었다.


'어느 쪽에 나무들이 있는지 모두 확인해 주렴. 네 눈이 닿는 한은 모두.'


"당신네 일족을 만나본 적은 없소. 하지만 공화국에도 눈이 좋은 이들이 많지. 우리나라는 산이 별로 없고 초원뿐인지라 시야에 거칠 것이 없었거든." 사자가 말했다.


"흐응, 그렇군. 그럼 흥미로운 공화국 이야기는 다음에 마저 듣기로 하고. 당신 괜찮겠어?" 유마가 물었다.


"괜찮소. 나는 병사들을 수색대 건물로 유인하겠소. 그곳은 나도 한번 가봐서 위치를 알고 있으니. 경비조가 나를 따라 빠지는 것을 확실히 본 후에 잠입하시오. 쉽진 않을 거요."


"걱정 마, 대장." 유마가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사자가 마드를 바라보았다. 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디 조심해, 사리안."


사자가 어둠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04.

사자의 계획은 아주 심플했다. 아무렴, 괜히 복잡한 것보단 단순한 것이 언제나 더 큰 힘을 발휘하기 마련이었다.


게다가 지금처럼 무엇이 정답이고 옳은 계획인지 감이 오지 않을 때에는 좀 더 단순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았다. 최소한 골머리라도 덜 썩일 수 있을 테니.


뭣보다 지금 계획을 세우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달은 여전히 매가리 없는 빛을 흐리게 뿌리고 있었지만 곧 달이 기울기 시작하면 그들의 그림자가 길 위에 늘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럼 아무래도 이상하게 보일 터였다. 아무도 없는 곳에 그림자만 덜렁 있다면.


그래서 사자는 무방비하게 달렸다. 휘파람이라도 불까 하다가 그건 너무 빤히 보이는 행동이라 관두었다. 아니나 다를까 경비조 병사들이 곧장 반응했다.


"어, 저기 뭐지? 웬 놈이 뛰어가는데?"


"민병대다! 도시 안에 아직 남은 놈이 있었나 봐!"


"우지에, 너는 남아서 사령실에 이 사실을 알려라. 나머지는 날 따라와!"


사자를 발견한 경비조 병사들이 모두 사자가 달려간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뛰쳐나가자 사령소 뒤편에서 웅성거림이 일더니 몇 명의 병사가 달려 나왔다. 그쪽은 경비조 전부가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아마 차출된 듯한 (가위바위보와 같이 귀찮은 일을 떠맡길 사람을 고르는 전통의 방법으로 뽑혔을) 두 명의 병사만이 어슬렁거리듯 달려갔다.


아무래도 병사들은 그들이 쫓는 것이 어리숙한 민병 대원일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어두운 밤을 틈타면 사방이 포위된 도시에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고 믿는 바보라고. 그래서 그들은 종을 치거나 호루라기를 부는 대신 그저 조용히 쫓기만 했다. 분명히 얼굴에 여드름이 가득한 애송이 민병 대원이거나 미처 도망을 치지 못한 주민일 텐데 뭐 하러 그런 소란을 피우겠는가?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명백히 오산이었지만 아직은 알 수 없었다. 사자는 그 넓은 어깨와 계엄군에게 소문이 퍼졌을 먼지 자욱한 로브를 어둠 속에 가린 채 달려나갔다.


마드와 유마는 숨어서 잠시 지켜보다가 다른 경비조가 공백을 채우러 오기 전에 재빠르게 사령소 안으로 잠입했다. 유마는 마드와 걸음을 맞추어 뛰다가 갑자기 눈을 반짝이더니 몸을 낮추고 빠르게 뛰어들었다. 마드가 깜짝 놀라 그가 뛰어든 어둠 속을 바라보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유마가 기절한 병사 하나를 질질 끌며 다가왔다.


"사령실에 일을 전하러 가던 놈이오. 참 태연하게 걸어가더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감을 못 잡은 모양이야."


"유마님, 이 어둠 속이 훤히 보이시나요?"


유마는 대답하지 않고 능글거리며 윙크했다. 그들 앞에 사령소의 텅 빈 공백이 드러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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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Re 81. 비골라 2 +10 20.08.20 690 31 12쪽
80 Re 80. 비골라 1 +4 20.08.19 687 32 12쪽
79 Re 79. 양동 작전 4 +4 20.08.16 706 30 12쪽
78 Re 78. 양동 작전 3 +6 20.08.15 700 35 12쪽
77 Re 77. 양동 작전 2 +6 20.08.14 706 36 12쪽
» Re 76. 양동 작전 1 +4 20.08.13 717 30 13쪽
75 Re 75. 생매장 +4 20.08.12 714 33 12쪽
74 Re 74. 구출 작전 3 +6 20.08.09 773 36 12쪽
73 Re 73. 구출 작전 2 +6 20.08.08 776 31 13쪽
72 Re 72. 구출 작전 1 +6 20.08.07 783 34 13쪽
71 Re 71. 마스칼 2 +4 20.08.06 778 35 12쪽
70 Re 70. 마스칼 1 +4 20.08.05 856 31 12쪽
69 Re 69. 유마 3 +8 20.08.02 817 38 13쪽
68 Re 68. 유마 2 +4 20.08.01 813 36 12쪽
67 Re 67. 유마 1 +2 20.07.31 857 37 13쪽
66 Re 66. 무법자들의 성 2 +8 20.07.30 843 38 12쪽
65 Re 65. 무법자들의 성 1 +6 20.07.29 851 36 12쪽
64 Re 64. 퇴각 2 +8 20.07.26 898 41 12쪽
63 Re 63. 퇴각 1 +9 20.07.25 897 32 12쪽
62 Re 62. 세라자드 4 +10 20.07.24 925 42 12쪽
61 Re 61. 세라자드 3 +6 20.07.23 930 38 12쪽
60 Re 60. 세라자드 2 +10 20.07.22 931 41 12쪽
59 Re 59. 세라자드 1 +5 20.07.19 1,006 39 12쪽
58 Re 58. 침공 6 +7 20.07.18 1,007 42 12쪽
57 Re 57. 침공 5 +9 20.07.17 1,027 40 12쪽
56 Re 56. 침공 4 +11 20.07.16 1,010 44 12쪽
55 Re 55. 침공 3 +9 20.07.15 1,038 44 12쪽
54 Re 54. 침공 2 +9 20.07.12 1,062 42 12쪽
53 Re 53. 침공 1 +4 20.07.11 1,101 39 12쪽
52 Re 52. 세이마르 5 +4 20.07.10 1,118 4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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