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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2의 서재

사막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922
작품등록일 :
2020.05.11 21:30
최근연재일 :
2021.01.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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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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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Re 52. 세이마르 5

DUMMY

01.

마드 세라자드는 어깨가 사리안(대사막)과 같이 넓은 이방인을 찾아 물어볼 것이 아주 많았다.


하지만 그녀가 당장 만나야 했던 것은 성도에서 온 제국군이었다. 제국군 장교가 세이마르에 직접 찾아온 것이다. 장교는 오직 네 명의 병사만 거느린 채 겁도 없이 반란군의 본부로 당당히 걸어들어왔다. 사실 겁도 없는 것은 사막의 한복판에서 제국에 반역한 그들이겠지만.


마드 세라자드가 직접 그들을 맞았다. 적의 눈일지도 모르는 군인들을 민병대 사령소까지 들일 수는 없어서 도시 성문의 초소에서 그들과 마주 앉았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이 오셨는데 별다른 대접도 못하는 것을 이해해 주세요. 기별도 없이 갑작스럽게 방문해 주셔서 미처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마드가 말했다. 목소리에 미안한 기색 따위는 전혀 없었지만 정중함만큼은 잃지 않은 말투였다.


그녀 앞에 앉은 사내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소식을 미리 전하지 못한 저의 불찰입니다. 워낙에 급하게 달려와서요."


사막의 군인답지 않은 하얀 얼굴에 두 눈이 망둥이처럼 툭 튀어나온 남자였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미남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를 위엄과 기품이 표정에 서려 있었다. 몹시 높은 위치의 군인인 모양이었다.


"그러시군요. 제국의 장교께서 이해심이 많으셔서 마음이 놓입니다. 저는 세이마르의 마드 세라자드입니다."


"처음 뵙습니다. 저는 제국 계엄군의 책임을 맡고 있는 '오사르 알렉사이'입니다. 명성이 자자하신 민병 대장님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계엄군이라고? 방금 계엄군이라고 한 거지?'


마드는 그의 입에서 나온 단어에 몹시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저도 반갑습니다. 알렉사이님. 계엄군의 대장님이시라면 성도에서 오신 겁니까?"


"맞습니다. 성도를 떠나 마사리아에 도착한 것이 요 사흘 전이지요. 저희가 온 것을 여러분들도 알고 계셨을 줄 알았는데요. 본의 아니게 '인사'를 드렸으니까요."


"뭐라......!"


곁에 앉아있던 로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드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오사르는 그런 로엘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불가피하고 불행한 조우였지요. 하지만 미안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척후가 아니었습니까? 그들이 어떤 정보를 입수했을지 모르는데 그냥 놔둘 수는 없지요."


오사르가 옆에서 으르렁대고 있는 로엘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리고 당신. 나는 제국군의 장교로서 민병 대장님을 만나러 온 것입니다. 함부로 끼어들면 곤란하지요. 조심하십시오."


그 말에 로엘이 다시 발끈했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마드는 어제 아침에 보았던 세 명의 척후병들을 생각했다. 영원히 잠든 그들 위로 덮었던 하얀 천이 떠올랐다.


"저희도 물론 예의를 안답니다. 단지 지켜야 할 대상과 아닌 것들을 구별할 뿐이지요."


마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오사르에게 대꾸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장교님도 저희도 아주 바쁜 사람들이니까요. 하실 말씀이 있다면 하시죠."


오사르가 어깨를 한번 으쓱이고는 입을 뗐다.


"그럼 제가 이곳에 온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국이 결국 계엄군을 파견하였습니다."


"......"


"성도는 지금까지 여러분의 행동을 단순한 일탈로 생각했습니다. 세이마르 시청 청사에 불을 지르고 이곳의 모든 공권력을 도시 밖으로 몰아낼 때에도 말입니다. 약간의 오해만 풀리면 소요는 금세 진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황제 폐하의 도량은 우리처럼 무지한 시민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넓으니까요."


'개소리.'


마드는 속에서 올라오기 시작한 짜증과 울분을 주워삼켰다.


"하지만 여러분은 결국 세이마르 뿐만 아니라 여기 동부 지역의 이곳저곳에서 파괴 행위를 이어갔습니다. 성도로서도 참기 힘든 지경에 이른 것이죠. 그래서 제가 계엄군의 책임자로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오사르가 계속 말했다.


"그것 아십니까? 올봄에 저는 사막 북부의 휴양지로 휴가를 떠날 참이었습니다. 위대한 제국군은 군인 복지에도 항상 힘을 쓰니까요. 뭐 겨우 보름 정도의 외유일 테지만 제 마누라와 아이들이 아주 기대를 많이 했던 참이지요. 그런데 여러분들 덕에 저는 북부의 리조트 대신 여기 동부 마사리아의 쿰쿰한 막사에서 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뭐, 괜찮습니다. 어차피 제 일이고 여러분과의 협상만 간단히 마무리할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출발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시군요. 그러니까 장교님의 즐거운 봄 휴가를 좀 생각해달라?" 마드가 말했다.


"...... 대장님. 계엄군이 내려왔다는 것은 성도와 황실이 직접 문제에 개입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민병대로는 버텨내기 힘드실 겁니다. 아니 견뎌낼 수 없습니다. 이곳에 대한 사정은 지금까지 여러분들과 대적해온 마사리아 지방군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아주 훌륭히 막아오셨더군요. 하지만 그들과 우리는 다릅니다."


오사르가 몸을 앞으로 숙였다. 마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는 듯.


"하지만 그들과 우리는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아주 다릅니다. 무식하게 포나 때려대고 성벽이나 부수지 않는다는 것이죠. 말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란 말입니다."


"고마워해야 할 일입니까?"


"계속 삐딱하게만 받아들이시는군요. 이야기가 그렇다는 겁니다. 민병대 여러분도 제국의 시민이 아닙니까? 황제 폐하께서는 잘못을 저지른 자식들에게 벌만 주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 우리가 왜 세이마르에서 민병대를 조직했는지 알고 계십니까? 성도에서 계엄군을 파견할 때 알려주던가요?"


"......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소한 '오해'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막의 평화가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의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장교님이 봄 휴가를 가실 일은 없을 거란 것도 알고 계셔야겠군요."


마드와 오사르가 서로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오사르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오늘은 서로 안면을 튼 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첫 만남으로 협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조만간 다시 오겠습니다."


오사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드도 함께 일어났다.


"협상이 가능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장교님도 아실 것 아닙니까?"


"...... 다시 오겠습니다."


계엄군 장교는 그렇게 말하고 세이마르를 떠났다.



02.

제국군이 떠나고 민병대의 모든 간부가 사령소에 모였다.


평소에는 수색대 본부에 틀어박혀 있는 비골라도 사령소로 달려왔다. 로엘은 아까의 분함이 여전히 남은 얼굴로 씩씩댔고 마스칼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비드 역시 입을 다문 채 조용히 자리했고 율라는 때늦은 감기가 심해진 듯 입술이 창백했고 온몸을 두꺼운 숄로 둘둘 감고 있었다. 열 오른 이마에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달라붙었다. 보기 좋게 그을린 그녀의 갈색 피부가 지금은 밤새 비 맞은 소금 나무처럼 거무죽죽했다.


사령소에 모인 간부들은 조용히 그들의 대장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그것을 시작으로 모두가 속에 품은 이야기를 내놓을 작정이었다. 강경하게 나가느냐, 이제라도 협상을 해야 하느냐. 누가 비둘기 파고 매파인지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이제 곧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마드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주 뜻밖이었다.


"아무래도 도시를 버려야겠습니다."


"뭐라고요?"


로엘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소리쳤다. 비골라가 언짢은 듯 그에게 눈총을 주었지만 그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율라가 부들거리는 손을 천천히 들어서 발언권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마드가 제지했다.


"미안. 내 말이 좀 부족했네요. 정확하게는 도시를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떠나자는 것이죠. 저는 세이마르의 민병대를 해체하고 사막으로 숨어들 작정입니다."


"여전히 설명이 부족한 것 같은데요, 세라자드."


율라가 볼멘소리로 말했다. 관자놀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것이 보였다.


"대체 무슨 이야기입니까? 이제 와서 도시를 버린다니요?"


로엘이 물었다. 황당함과 분노가 벤 목소리였다. 마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들어보세요, 여러분. 애초에 우리가 민병대를 조직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습니까? 우리가 세이마르의 관리들과 지방군들을 몰아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세요."


마드가 참석한 이들을 죽 둘러본 후 말을 이었다.


"모두 다 저 빌어먹을 제단 때문이었지요. 민병대의 목적은 사막에 남은 제단의 파괴에 있지, 제국에 대한 반역이나 황실의 전복에 있지 않습니다. 안 그런가요?"


마드가 목을 가다듬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방금 전 왔던 계엄군의 장교는 우리와 협상을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아마 곧 세이마르로 그들이 밀고 들어올 겁니다. 우리가 계속 민병대를 결성하고 있는 한은요. 세이마르의 주민들은 아무 죄가 없습니다. 그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어요. 저들이 목적하고 있는 것은 우리 민병대와 저일 겁니다. 그러니 민병대를 해체하고 저는 도시를 떠날 겁니다."


"도시를 떠나신다면 어디로요? 제국을 떠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마스칼이 물었다.


"아니요. 저는 사막을 떠나지 않습니다. 제단을 파괴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할 거예요. 말하자면 게릴라 활동을 할 겁니다. 여기 이 아저씨도 같이 갈 거구요."


"나도?"


비골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드가 씩 웃었다.


"그럼요, 아저씨. 사막의 제단을 찾아주실 분은 아저씨뿐인걸요. 그러니 절 따라와 주셔야겠어요. 여러분! 시간이 별로 없으니 그냥 얘기하겠어요. 저는 혼자 떠나지 않을 겁니다. 여기 계신 분들 중에 필요한 분이 많아요."


비골라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가 그녀를 따라갈 작정이었냐고? 아무렴.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마드가 부탁하지 않아도 제일 먼저 따라나섰을 것이다.


"그리고 로엘과 마스칼도 당연히 나를 따라와야지. 뭘 놀라고 있어? 죽을 때까지 같이 한다고 하지 않았어? 어차피 여러분들은 여기 남아 있으면 죽어."


"물론입니다! 당연히 대장님은 제가 모셔야죠."


로엘이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마드가 그를 보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당신도 이견 없지, 마스칼? 난 당신이 필요해."


"네, 알고 있습니다."


마스칼이 조용히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율라."


"네, 세라자드. 저 역시......"


"아니야, 율라. 너는 이곳에 남아줘."


율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창백한 입술이 더욱 하얗게 변해갔다.


"어, 어째서죠? 저도 대장님을 쫓아갈 거예요!"


마드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물론 우리와 뜻을 같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잘 알아. 하지만 율라, 너는 도시의 보급과 배급에만 관여했을 뿐 무력 활동에 참여한 적은 없지. 그러니 계엄군이 들어오더라도 네가 처벌받는 일은 없을 거야. 어차피 율라가 민병대의 간부였다는 것도 철저히 숨길 테니까."


창백한 얼굴의 율라를 보며 마드가 말을 맺었다.


"율라는 세이마르에 남아서 우리가 어떻게 투쟁하는지 지켜봐 줘. 그게 내가 율라에게 부탁하고 싶은 임무야."


율라의 눈이 그렁거렸다. 그녀의 눈이 부옇게 흐려졌다.


"그런데 꼭 도시를 버려야 합니까? 아직 견딜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데요." 로엘이 물었다.


마드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계엄군이 이미 마사리아에 진지를 틀었어. 마사리아에서 세이마르까지는 포를 운용해서 온대도 사, 나흘이면 충분히 올 수 있지. 이미 코앞에 다가온 거야. 게다가 아까 그 남자의 말이 맞아. 계엄군은 제국의 정규군. 그들을 상대해서는 승산이 없어. 도시에 더 피해를 주기 전에 물러나야 해."


마드가 마지막 말을 하기에 앞서 다시 한번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여러분. 분명히 말하지만 저는 여기서 목숨을 버릴 생각이 없습니다. 제단을 부수는 것이 저의 목표니까요. 세이마르의 민병 대장 마드 세라자드는 질기게 목숨을 이어가며 제단을 부술 겁니다."


말을 마친 마드가 사령소에 모인 모두를 둘러보았다. 그들이 말없이 그러나 열광적으로 그녀에게 지지를 보냈다. 세이마르 민병대가 이날 해체되었다.


제국군이 들어온 것 역시 바로 이날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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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Re 81. 비골라 2 +10 20.08.20 690 31 12쪽
80 Re 80. 비골라 1 +4 20.08.19 687 32 12쪽
79 Re 79. 양동 작전 4 +4 20.08.16 706 30 12쪽
78 Re 78. 양동 작전 3 +6 20.08.15 700 35 12쪽
77 Re 77. 양동 작전 2 +6 20.08.14 706 36 12쪽
76 Re 76. 양동 작전 1 +4 20.08.13 716 30 13쪽
75 Re 75. 생매장 +4 20.08.12 714 33 12쪽
74 Re 74. 구출 작전 3 +6 20.08.09 773 36 12쪽
73 Re 73. 구출 작전 2 +6 20.08.08 776 31 13쪽
72 Re 72. 구출 작전 1 +6 20.08.07 783 34 13쪽
71 Re 71. 마스칼 2 +4 20.08.06 778 35 12쪽
70 Re 70. 마스칼 1 +4 20.08.05 856 31 12쪽
69 Re 69. 유마 3 +8 20.08.02 817 38 13쪽
68 Re 68. 유마 2 +4 20.08.01 812 36 12쪽
67 Re 67. 유마 1 +2 20.07.31 856 37 13쪽
66 Re 66. 무법자들의 성 2 +8 20.07.30 843 38 12쪽
65 Re 65. 무법자들의 성 1 +6 20.07.29 851 36 12쪽
64 Re 64. 퇴각 2 +8 20.07.26 898 41 12쪽
63 Re 63. 퇴각 1 +9 20.07.25 897 32 12쪽
62 Re 62. 세라자드 4 +10 20.07.24 925 42 12쪽
61 Re 61. 세라자드 3 +6 20.07.23 929 38 12쪽
60 Re 60. 세라자드 2 +10 20.07.22 931 41 12쪽
59 Re 59. 세라자드 1 +5 20.07.19 1,006 39 12쪽
58 Re 58. 침공 6 +7 20.07.18 1,007 42 12쪽
57 Re 57. 침공 5 +9 20.07.17 1,027 40 12쪽
56 Re 56. 침공 4 +11 20.07.16 1,010 44 12쪽
55 Re 55. 침공 3 +9 20.07.15 1,038 44 12쪽
54 Re 54. 침공 2 +9 20.07.12 1,062 42 12쪽
53 Re 53. 침공 1 +4 20.07.11 1,101 39 12쪽
» Re 52. 세이마르 5 +4 20.07.10 1,118 4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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