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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2의 서재

사막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922
작품등록일 :
2020.05.11 21:30
최근연재일 :
2021.01.18 22:0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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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4,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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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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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Re 73. 구출 작전 2

DUMMY




01.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하는군, 그래."


나타난 것은 유마였다.


마스칼이 경계의 눈빛을 보였다. 성에 불쑥 들어온 마스칼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밤새 말을 달린 그는 성의 주인이 누구인지 몰랐다. 그러니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세이마르 수색 대장의 구출 이야기에 불쑥 끼어든 사내에게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당연했다.


마스칼의 의문 가득한 표정을 보며 비드 하란이 또 한 번 인물 설명에 열을 올리기 위해 다가가려던 찰나, 유마가 스스로를 천연덕스럽게 소개했다.


"못 보던 분이 계시군. 성을 곧 떠날 거라더니 하루하루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는군 그래, 대장?"


유마가 마드를 슬쩍 쳐다보자 그녀가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유마가 마스칼에게 말했다.


"나는 유마 올리오요. 이 성의 주인이오. 어제 제국의 개들에게 쫓긴 시민들에게 일일 잠자리를 제공한 사람이지. 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니 뭘 받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세이마르 민병대의 척후들을 인솔하는...... 아니, 인솔했던 사람이오. 마스칼이라 불러주시오."


유마의 눈이 얼굴의 주름을 하나하나 세려는 듯 마스칼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뭔가 떠오를 듯 했지만 그도 마스칼은 초면이었다. 결국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는지 몸을 빙글 돌려 마드에게 말했다.


"자, 그럼 아까 하던 이야기를 계속해 주면 좋겠는데. 대장, 다시 세이마르로 돌아갈 생각이오?"


"저희에게 아주 소중한...... 아니, 아주 중요한 사람이 적의 손에 잡혔습니다. 구하러 갈 작정입니다."


"제단과 관련한 일이오?"


마스칼이 짐짓 놀란 눈으로 유마를 바라봤다. 유마는 대답을 재촉하듯 마드만 바라보았다.


"네. 우리의 사막을 되찾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분입니다." 마드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나도 참여하고 싶소."


마드의 눈이 커졌다. 어젯밤에도 들은 바 있는 제안이지만 다시 들어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어려운 싸움에 끼어드려는 그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저희가 돌아가려는 세이마르는 이미 일천이 넘는 제국군들이 점령한 곳입니다. 그곳에는 제 목을 탐욕스럽게 찾고 있는 일천의 칼날이 있습니다. 결코 쉽게 생각하실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갈 것 아니요, 당신들은." 유마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그러니 나도 가겠다는 거요. 위험한 곳임을 내가 모르겠소? 알고도 가겠다는 것이오. 게다가 성공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닐 테지. 나 역시 세이마르에 일찍이 잠입해 본 적이 있으니 알고 있어. 여기 척후 대장이라는 분을 보니 구체적인 계획도 있는 모양이고."


유마가 마스칼을 바라보았다. 마스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드가 말했다.


"솔직히 저는 유마님이 왜 위험을 무릅쓰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막을 원래대로 되돌리겠다는 당신의 뜻에 공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오? 그럼 이렇게 말하지. 나는 당신이 아주 좋소."


"그게 무슨......?"


뜻밖의 말에 마드가 당황했다. 당황한 것은 거기 있는 사람들 전부 다 마찬가지였다. 유마가 싱글거렸다.


"하하하. 물론 당신이야 매력적인 여성이지만, 그걸 얘기하는 것은 아니고. 내 눈이 말해주고 있소. 어릴 적부터 사람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봤던 유마 올리오의 눈이. 마드 세라자드는 유마 올리오가 운을 걸어봐도 좋을 인물이라고."


유마가 계속 말했다.


"알겠소? 말하자면 나는 당신을 따르고 싶다 이 말이오, 대장."


모두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당황하고 있을 때 오직 사자만이 혼자 빙긋이 웃었다. 말했지만 사자는 학생의 성장을 즐기는 진정한 멘토였다. 지금이 바로 그 희열의 극치쯤 됐으리라.



02.

유마는 극적인 순간에 좀 더 연극적인 장치를 더하고 싶었는지 마드에게 다가와 성큼 무릎을 꿇었다.


"간지러운 짓이긴 하지만, 왠지 더 신뢰감이 더해지지 않나? 그리고 이런 것 한 번쯤 해보고 싶기도 했고."


유마가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마드를 올려다보았다. 마드는 의외로 평온한 표정으로 유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일어나세요, 유마님. 당신의 뜻은 잘 알았습니다. 저는 여전히 당신의 대장으로 부족함이 많습니다. 하지만 뜻을 함께 할 동료라면 좋습니다. 비골라 아이작의 구출에 부디 손을 빌려주세요."


마드의 갈색 머리칼이 드리워져 유마의 얼굴 일부를 덮었다. 그건 마치 구애를 하는 연인에게 다가가 속삭이는 모습 같기도 했다. 비드는, 이 중 가장 감성적이랄 수 있는 비드 하란은 또다시 눈물을 짜내고 있는 중이었다. 마스칼은 골몰히 생각했다.


척후 대장이었던 그는, 그리고 그전에는 쉽게 밝힐 수 없는 보직의 군인이었던 그는 사람을 쉽게 믿지 않았고 시간만 있다면 의심부터 하고 보자 주의였다. 의심을 한참 하고 난 뒤에는 또 다른 각도에서 새로운 의심을 해야 하는 법이었고.


그러나 마스칼이 보기에도 그들의 모습은 흐뭇한 구석이 있었다. 마스칼이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아이작님 구출 작전에 대한 뜻이 모두 모인 것으로 보이는군요. 이제 제가 생각하는 작전을 이야기해드릴까 합니다. 참여하는 인원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꽤 어려운 일이란 것도 미리 알려드립니다."


비골라 아이작 구출에 참여할 인원이 결정됐다. 마드와 유마, 마스칼, 두 명의 민병 대원 그리고 사자였다.


그들이 마스칼 주위로 모여들었다.



03.

"세이마르 남서쪽으로 잠입할 겁니다. 곧장 말을 쉬지 않고 달린다면 반나절이면 닿을 수 있습니다. 무리를 해서라도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야 합니다."


마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세이마르에 도착하기도 전에 밤을 맞는다면 우리는 꼼짝없이 하루를 날려버리게 될 테지. 게다가 아저씨가 얼마나 더 오래 버티실지도 장담할 수 없고."


"맞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최소한의 인원으로 가능한 빠르게 달려야 합니다. 단, 후문 쪽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남동쪽 대사구를 가림막 삼아 접근해야 합니다."


마스칼이 모래 바닥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유마가 손을 들었다.


"말이 달리는 것을 가릴 만큼 큰 모래 언덕이 있다 쳐. 그 뒤에는 어쩌지? 아무리 밤까지 기다린다 해도 대여섯의 인원이 움직이는 걸 그들이 보지 못할 것 같진 않은데."


유마의 질문에 마스칼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들이 성벽에 초소병들을 세울 가능성도 있소. 하지만 포격으로 성벽이 무너졌으니 침식을 피해 실내에 대기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오. 계엄군의 본진은 세이마르 정문 쪽에 진지를 구축하고 있소. 지금 세이마르 안에는 민병대의 정보를 탐색할 수색대들만이 활동하고 있을 거요."


"어떻게 그리 장담하오?"


사자가 물었다. 마스칼이 잠시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대답했다.


"계엄군이라고 해서 무한정 세이마르에 주둔하고 있을 순 없소. 그러니 거의 괴멸한 세이마르 민병대가 다시 찾아올 것을 경계하는 것보단 아직 찾지 못한 정보를 찾는 것이 더 급선무일 테지. 하지만 척후대 건물은 물론 도시 곳곳에 부서지지 않은 곳이 없으니 그들의 수색이 쉽지 않을 거요. 게다가 이건 그들이 알지 못하는 사실이지만......"


"세이마르에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돼. 대부분 세이마르 내정에 대한 정보들만 수두룩할 테지."


마드가 대신 대답했다.


"그들이 찾고자 하는 정보는 우리의 제단 파괴 활동에 대한 정보겠지. 하지만 계엄군 사령관이 비골라 아저씨를 무리하게 심문하는 것을 보면 그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아직 찾지 못한 거야. 그러니 우리가 비골라 아저씨를 어떻게든 구해내야 하는 거고."


마드의 말에 사자가 의문이 해소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스칼이 말을 이었다.


"대사구까지 간 뒤에는 밤이 될 때까지 기다린 후 말을 버리고 성벽에 붙어 이동합니다. 이건 아마 대장님도 아실 길이라고 생각되는데......"


"카타콤으로 들어가서 나오자는 거군." 마드가 말했다.


"제단으로 쓰였던 그 지하 묘지 말인가?" 유마가 기분 나쁜 기억을 떠올리며 물었다. 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카타콤이란 말 그대로 지하 묘지를 말하지만 세이마르의 카타콤은 언덕 위에 있습니다. 그러니 묘지는 지상보다 약간 위쪽에 위치한다고 보면 됩니다. 카타콤 내부에는 예전부터 도시 바깥으로 향하는 비밀 통로가 있었습니다. 망자의 길을 산 자가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관습 때문에 통로를 만들고 이를 통해 시신들을 옮겼죠. 마스칼이 말하는 잠입 통로란 바로 이 통로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드가 마스칼을 돌아보았다.


"그곳을 계엄군이 발견하지 못했을까?"


마스칼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것까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아이작 님의 구출 작전은 그 비밀 통로에서 끝이 나버릴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외에는 잠입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는 그곳에 희망을 걸어볼 수밖에 없습니다."


마드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할 시간이 없네요. 잠깐의 정비를 마치고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마스칼은 방금 도착했는데 정말 미안해."


"아닙니다. 한시가 급하기 때문에 말을 빌려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니까요. 약한 소리 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어때, 사리안. 괜찮아?" 마드가 사자에게 물었다. 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괜찮소. 하지만 작전에 한 가지를 수정할 것이 있소."


"뭔데?"


"민병 대원 둘은 빠지는 게 좋겠소.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당신과 나, 그리고 이 척후 대장과 유마 대장 넷이면 족하오.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는 것은 몸집이 작을수록 좋으니."


"이봐, 당신이 강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여섯 명도 최대로 줄인 거요. 우린 일천이 넘는 계엄군의 소굴로 들어가는 거라는 걸 잊지 마시오."


마스칼이 말했다.


"당신 말이 틀리다는 것은 아니지만 유인책으로 누굴 던져줄 게 아니라면 사람은 넷으로 한정하는 것이 좋소."


사자가 말이 맺자 마드가 냉큼 덧붙였다.


"사실 나도 사리안의 말에 찬성이야. 마스칼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사리안을 한 사람으로 치는 건 셈이 많이 틀린 거거든."


마드의 말에 비드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암, 맞고 말고.


"...... 좋습니다. 그럼 작전은 넷이서 수행하도록 하죠. 10분 뒤 곧장 출발하겠습니다."


"유마님께서도 준비를 서둘러주셔야겠습니다." 마드가 유마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출발해도 좋으니 걱정 마시오. 그럼 이따 봅시다."


유마가 무장을 하기 위해 다시 중앙 역사로 돌아갔을 때 마드가 비드에게 말했다.


"어쩌면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비드 당신이에요. 대장이 없을 때 남은 무법자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릅니다. 부디 불안에 떠는 시민들을 안심시켜주세요."


"맡겨주십시오. 대장님. 그리고 꼭 무사히, 수색 대장님과 함께 돌아오십시오."


마드와 비드가 손을 꼭 잡고 서로의 안녕을 빌었다.



04.

돌이켜보면 마스칼은 사자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정반대의 성별에 대해 흥분하여 잠 못 이루기 시작한 사춘기 소년이 정작 여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듯 (그리고 소년은 자라서도 꽤 오랫동안, 어쩌면 평생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테지만) 마스칼은 사자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는 가르치기 좋아하고 가끔은 학생들에게 심술궂게 대하고 그리고 학생의 성장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사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는 끝이 다가와서야 겨우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때까지는 몰랐다.


<공화국의 검>으로 불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그렇게 불리는 사람들이 어떤 일들을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해.


그러니 그가 그런 선택을 했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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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Re 81. 비골라 2 +10 20.08.20 691 31 12쪽
80 Re 80. 비골라 1 +4 20.08.19 688 32 12쪽
79 Re 79. 양동 작전 4 +4 20.08.16 707 30 12쪽
78 Re 78. 양동 작전 3 +6 20.08.15 701 35 12쪽
77 Re 77. 양동 작전 2 +6 20.08.14 707 36 12쪽
76 Re 76. 양동 작전 1 +4 20.08.13 717 30 13쪽
75 Re 75. 생매장 +4 20.08.12 715 33 12쪽
74 Re 74. 구출 작전 3 +6 20.08.09 774 36 12쪽
» Re 73. 구출 작전 2 +6 20.08.08 777 31 13쪽
72 Re 72. 구출 작전 1 +6 20.08.07 783 34 13쪽
71 Re 71. 마스칼 2 +4 20.08.06 778 35 12쪽
70 Re 70. 마스칼 1 +4 20.08.05 856 31 12쪽
69 Re 69. 유마 3 +8 20.08.02 818 38 13쪽
68 Re 68. 유마 2 +4 20.08.01 813 36 12쪽
67 Re 67. 유마 1 +2 20.07.31 857 37 13쪽
66 Re 66. 무법자들의 성 2 +8 20.07.30 843 38 12쪽
65 Re 65. 무법자들의 성 1 +6 20.07.29 852 36 12쪽
64 Re 64. 퇴각 2 +8 20.07.26 899 41 12쪽
63 Re 63. 퇴각 1 +9 20.07.25 898 32 12쪽
62 Re 62. 세라자드 4 +10 20.07.24 925 42 12쪽
61 Re 61. 세라자드 3 +6 20.07.23 930 38 12쪽
60 Re 60. 세라자드 2 +10 20.07.22 931 41 12쪽
59 Re 59. 세라자드 1 +5 20.07.19 1,006 39 12쪽
58 Re 58. 침공 6 +7 20.07.18 1,007 42 12쪽
57 Re 57. 침공 5 +9 20.07.17 1,027 40 12쪽
56 Re 56. 침공 4 +11 20.07.16 1,011 44 12쪽
55 Re 55. 침공 3 +9 20.07.15 1,038 44 12쪽
54 Re 54. 침공 2 +9 20.07.12 1,062 42 12쪽
53 Re 53. 침공 1 +4 20.07.11 1,102 39 12쪽
52 Re 52. 세이마르 5 +4 20.07.10 1,118 4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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