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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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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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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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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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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DUMMY

5월 3일. 한국 시간으로 오후 21시를 조금 넘어선 시각.


리시버Reciever는 그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최길우, 라는 이름의 동양인 청년이었다. 한국인이었고, 한국 태생이었다.


그가 쫓는 대상도 한국인이었다. ’점퍼‘라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이들의 한국인 비율이 높았다. 드러나고 파악되는 ’점퍼‘가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점퍼인 건 아니었지만 최근 점퍼 조직에서 행적을 아는 이들은 한국인들의 비율이 높았다.


단순하게 조직 내부의 인원들만 보더라도, 한국인의 비율이 높았고.


애초에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능력이고 에너지였다. 에너지가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지도 잘 알 수 없었고, 발생 조건도 미지수이다. 현대 과학이 나름대로 발전을 거듭했지만, 직접적으로는 측정도 안 되는 미상의 물질, 파동, 에너지 따위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낼 방법이 많지는 않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과학계의 여러 종사자들이 ’조직‘과 연이 닿아 연구를 하고 있기도 했지만··· 그렇게 진전이 있는 편은 아니었다. 조직이 생겨나고 여러 단체들과 협조와 협약을 맺고 이뤄온 지도 꽤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튼 최길우는 리더Leader를 쫓고 있었다. 딱히 부를 이름은 없었으므로, 적당히 고른 명칭이었다. ’리더‘라 함은 어떤 팀이나 단체의 수장을 말하는 호칭이었다. 이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올해 들어서 두각을 나타내며 조직의 골머리를 썩게 만든 점퍼 팀이 있었음을 이야기해야 한다.


점퍼 개인이 능력을 사용하는 건 잡아내기 극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어떤 점퍼가 사회에 영향을 주며 자신의 이득을 취한다거나, 하는 일을 했을 때는 비교적 추적하기가 용이했다.


현대 사회에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들 중에서, 일반적인 논리로는 도저히 해답이 나오지 않는 사건들을 추려서, 점퍼의 능력을 대입했을 때 답이 나오는 케이스들을 분류하면 되는 일이었기에 말이다.


점프 능력이 흔적을 남기지 않기에 좋다고는 하지만, 점퍼 자체는 점프를 제외하면 별다른 능력이 없는 일반적인 인간에 불과했다. 기밀 시설에 침입을 하려 해도, 시설 내부 정보가 없다면 영상으로든 뭐로든 모습이 남을 수도 있었다. 지독한 종류의 방범 시스템을 만난다면 부상이나 목숨의 위협또한 겪게 된다.


그리고 아주 주도면밀한 자들이라 하더라도, 결국 그들이 돈을 빼돌린다면 빼돌려진 돈만큼은 흔적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런 때에 현실적으로 말이 되는 ’증거거 없는‘ 상황이라면 그 점이 무엇보다도 점퍼들이 일을 벌였다는 확실한 증거가 되어 준다.


거기서, 이제 여러 명의 점퍼들이 합동 작전을 벌인다면 더욱 큰 ’티‘가 나게 마련이었다. 일반적인 수사 기법으로 잡아낼 수 없는 추리 선상의 거대한 공백은, 점퍼 조직이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고 추적하기 쉬운 부분이었다.


근 십여 년간 점퍼들이 힘을 모아서 일을 저지른 적은 없었다. 점퍼 조직이 그만큼 활성화가 되었고, 요령이 쌓여서 성공적으로 저지를 하고 점퍼들에게 알게 모르게 입소문이 돌았던 탓도 있었다. 그 정체는 파악할 수 없지만 특수 능력으로 범죄를 저지르려 하면 만나게 되는 이들에 대한 전설같은 소문.


그런 시기를 지나서, 22년도에 들어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이 있었던 탓이다. 점퍼 조직이 어느 ’팀‘에 대해 추적을 시작한 건. 대담하게도, 군사 장비까지 사용하는 듯 하는 여러 명의 점퍼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동남아시아와 아시아 곳곳을 오가면서 뒷 세계와 연관이 되고, 청부 의뢰로 막대한 돈을 챙기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은행 기관에서 금품을 터는 것도 같았다. 어디서 설계도라도 얻었는지, 정확한 위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고 내부에 핀포인트로 이동을 한 뒤 대담하게 내용물들을 챙겨서 떠났다.


내부 cctv가 닿지 않는 사각으로 움직여서 흔적이 남지도 않았다. 한 차례도 아니고, 몇 번의 소행으로 조직과 연이 닿은 단체 중 하나에게 소식이 흘러들어와 조직에게 간접적인 조사 의뢰가 맡겨졌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법은, 점퍼의 시각에서 보면 단순한 답을 도출하기 마련이었고, 조직은 총력을 다해 불법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의 뒤를 쫓는다.


그러다 송일우가 걸려들었다. 한국에 들어와서 어떤 연고도 없던 이가 펑펑 현금을 낭비하면서 돌아다니는 모습은 싫어도 눈에 띄는 모습이었고, 일반적인 행운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의 거금으로 조직의 추적이 붙었다.


그러다가, 마주한 것이 김민서가 바라보았던 홍인수와 송일우의 대치 장면이었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 지금 최길우가 쫓고 있는 대머리의 중년 군인에게까지 닿게 되는 일이다.


”여-“


최길우가 소리를 냈다. 어딘지 모르는 뒷골목이었다. 해가 쨍쨍한 걸 보니 유럽일 수도 있었고, 혹은 미국의 어딘가일 지도 몰랐다. 정확한 건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한국과는 정 반대에 있는 어느 나라였다.


슬럼가처럼, 인적이 드문 자리에 길우가 쫓고 있는 상대방이 있었다. 대머리. 선글라스. 군복처럼 보이는 바지. 윗도리는 가죽 재킷을 입었다. 체격이 두터운 편이었고, 근처에서 몸싸움을 한다면 쉽지 않아 보이는 몸뚱이다. 품이 넓은 차림새 안에 어떤 종류의 무기가 있을지 몰랐다. 최길우도 나름대로 방탄 재질의 옷을 안에 껴입고 있었고, 여러 장비가 있었지만 쉬워 보이는 상대는 아니었다.


이럴 때는 차분히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체력을 빼놓는 게 좋았다. 점퍼로서 도약의 횟수이든, 기본적인 육체의 지구력이든 말이다. 최길우는 조직 내에서도 꾸준하게 단련을 하는 편이었고, 또 젊었다. 상대방의 상태를 보아하니 그에게 지구력에서 밀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어딘가의 뒷골목. 해가 드는 일직선상의 골목에서 상대를 보고 불렀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리더는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뒷모습으로, 대꾸도 않고 다시금 사라졌다. 최길우는 몇 걸음에 그가 사라진 위치로 가 닿는다.


요령과 경력이 쌓인다면, 이런 식의 추적도 가능한 편이었다. 점퍼들이 느낄 수 있는 에너지의 잔향이 있었다. 물리적인 관측 기구로는 제대로 계측할 수 없었지만, 실제로 능력을 사용하는 점퍼들에게는 관련한 감각이 향상되는 지도 몰랐다.


편의상, ’점프 에너지Jump Energy'라고 불리는 것의 흔적을 더듬는다. 수 초 이내라면, 그 대상이 어디로 이동을 했는지까지 알 수 있었다. 그 흐름을 따라 자연스레 도약을 시도한다.


보통 모두가 할 수 있는 재주는 아니었지만, 조직의 점퍼들은 이런 류의 추적술에 능통한 자가 많았다. 점퍼 조직이 주로 하는 일이 이런 일이었기에. 그리고 최길우는 개중에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인원이었다.


오래 걸리지도 않아 곧바로 따라간다. 리더가 사라진 것과 거의 한 호흡 내의 텀을 두고 따라 붙는다. 우웅, 하고 점프의 전조 현상과 함께 그가 사라졌다.


”거 할 말 없습니까?“


최길우가 도착하자마자 말했다. 도착하자마자는, 점퍼로서도 잠시 상실했던 시야가 돌아오며 순간의 적응이 필요한 기간이지만 단련된 점퍼라면 그 텀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 약간의 터프함으로 예상을 밑바탕삼아 바로 움직인다면 상대에게는 텀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인적이 드문 장소였다. 어느 야산. 시간은 시커먼 어둠이었다. 밤의 산은 더욱 어둡다는 걸 생각해보면 짐작 가능한 시간대가 상당히 넓어진다. 다시 돌아와서 한국일 수도 있었고.


어쨌든 그들은 지루한 꼬리잡기 중에 있었고, 지금 지나가는 이곳이 정확히 어딘가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야산의 공터였다. 나무들이 스산하게 바람에 부딪혀서 그 나뭇잎 소리를 내었다. 달빛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인위적인 불빛들로부터 멀어 주위를 인식하기에 어렵다.


다만 상대방이 눈 앞에 있는 것은 파악할 수 있었다. 예민한 기척을 가진 그는 쫓고 있는 상대의 윤곽을 곧바로 찾아낸다. 두터운 실루엣. 리더는 이번에는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대답은 없다.


어둠 속에서 움직인다면 최길우가 반응하지 못하리라 생각을 한 것일까. 리더가 갑작스럽게 거리를 좁혀 왔다. 대비를 하고 있던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흠.’


이라고, 리시버는 속으로 생각했다. 전투, 좋다. 격투에 익숙하고, 도구에도 능숙한 자라면 자신감을 가질만했다. 본인이 정면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할만한 무게감도 있었다. 얼핏 보면 도박수를 걸어볼 만한 체급이었다.


다만 최길우는 체격적으로도 작은 편은 아니었고, 상대가 덤벼들 때 세계 챔피언이라고 해도 시간을 끌어볼 수는 있었다. 그리고 그 잠깐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몸이 닿는 순간 서로 도약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쪽이 움직이면 다른 쪽이 끌려갈 테고, 혹은 원하지 않는다면 재밍을 걸어서 취소를 해도 좋다. 그럴 땐 계속해서 도약을 소비하면서 박투를 계속하는 거다.


의식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틈을 보며 도약을 걸다가, 어느 쪽이 빈틈을 찌르면 상대가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보통은, 자신의 지원군이 있는 장소가 될 테였고, 그렇게 된다면 리더는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압도적으로 자신을 무력화시킬 자신이 있다면 좋은 선택이었지만, 그건 분명 어려운 일이었다.


리더는 칼을 빼들었다. 그가 입고 있는 재킷에서 빠져나온 나이프였다. 이들은 나이프를 애용하는 모양이었다. 송일우도 그러더니. 근접 전투는 나이프로, 거리가 벌어지면 총을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순식간에 야산의 땅을 박차고 멧돼지처럼 상대가 달려들었다. 리시버는 상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주시했다. 점프를 이용한 전투라면, 그는 분명 스페셜리스트였다. 조직에서도 ‘소드 마스터’라는 별명으로 악명이 높은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를 제압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몇 초간의 일이다. 몇 미터 정도의 거리를 좁혀 오며 나이프를 찌르는 동작은. 리시버는 정면에서 받지는 않는다. 방탄과 방검 기능이 있는 안감을 속에 입었지만, 굳이 맞아줄 필요는 없었다. 노출된 손이나 얼굴 부위는 더군다나 찔릴 가능성도 있었고.


훅, 하고 그가 제 위치에서 사라졌다.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정밀 도약은 그의 주특기다. 리시버가 달려오는 리더의 바로 뒤에 나타났다. 그건 정말로 놀라운 묘기에 가까운 것이었다. 움직이고 있는 대상의 등 뒤에 붙어서, 곧바로 조르기로 제압 가능한 자세로 나타나는 일은 말이다.


상대가 움직이는 속도까지 계산을 해서 미리 이동을 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위치를 벗어나면 애초에 도약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다소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된다. ‘도약’이라는 현상은 ‘중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찰나의 순간에 얽혀서 같은 공간 좌표에 두 사물이 있게 된다면 도약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움직이는 리더의 걸음 속도를 계산한 뒤 그 몸에서 아주 조금, 손 반 뼘 거리만큼 이격한 상태로 나타나는 기술은 묘기 중의 묘기에 가까운 일이었다. 보통은 이렇게 되면 벗어날 수 없다. 아무리 반사 속도가 빠른 인간이라 하더라도 1초 아래의, 0점 수 초 정도의 텀은 있다. 그리고 관성대로 움직이는 몸뚱아리가 이미 제압 동작을 마친 리시버의 품에 걸리는 그 짧은 시간은 반사 속도 한계를 넘는 순식간이었다.


리더의 입장에서 보자면, 순식간에 앞의 사람이 사라지고 돌연 자신의 시야를 가리는 팔뚝 따위를 보게 되는 것이다. 오감이 민감하다면 자신의 주위에 감싸고 있는 사람의 인기척과 체온도 동시에 느낄 테였고. 리시버는 훈련된 자세로, 시야가 회복되기 이전에 자세를 만들고 힘을 준다. 보통 그가 이동을 하는 것과 움직이는 대상이 그의 제압기에 당하는 건 동시였다.


후욱, 하고 소리가 났다. 최길우가 만들어낸 소리는 아니었다. 그는 제압을 완료한 상태나 마찬가지였으므로. 예상 외로 움직인 건 리더였다. 두터운 몸집을 가진, 군인복의 사내가 그의 품 안에서 사라졌다. 순식간의 일이었고, 최길우의 예상을 벗어나는 움직임이었다.


최길우는 상황을 따지기 전에 적의 도약의 흐름을 찾았다. 그 과정 역시 재빠르게 마쳐진다. 도약은 장거리의 종류였다. 적은 근접전을 시도했다가, 곧바로 포기했다. 지루한 추격전의 시작이었으므로, 최길우는 마다하지 않고 다시 움직였다. 후욱, 하고 자그마한 소리와 진동이 흔적처럼 남고 그가 야산에서 사라진다.


리더가 한 일은 명백하게 반사신경의 한계를 뛰어넘는 반응이었다. 그는, 애초에 위협만 준 다음, 눈앞의 점퍼가 이동을 하자마자 상황을 예상하고 곧바로 이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최길우가 나타나자마자, 0.5초보다 훨씬 아래의 순간 반응으로 먼저 도약을 하기에 이르렀다.

eberhard-grossgasteiger-YBPIQ3JPdvo-unsplash.jpg

적당한 밤시간의 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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