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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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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최근연재일 :
2024.06.2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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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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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2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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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8.

DUMMY

2.



동양인 청년. 최길우는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다시 폐건물에 도착했다.


그는 ‘조직’의 일원이었다. 세계에, 세상에 온갖 조직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런 능력을 발휘하는 자들을 테두리에 넣는다면 조직은 보통 하나를 의미했다. 유일무이한 점퍼들의 조직. 조직의 다른 이름은 없었다. 그저 일반 명사로 알려지고 불릴 뿐이었다. 굳이 구분을 한다면 점퍼 조직이라고 의뢰자들이 부를 뿐이다.


최초에 한국에서 설립되었다고 하는 조직은 한국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뭐 국적이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조직에 있어서 중요한 건 조직의 점퍼들이 일정 수 이상 유지되는 것과 단합이었다. 한 가지 목적과 목표를 두고 움직일 수 있는, 통일된 점퍼들의 무리. 약 20명 이상의 점퍼들이 그렇게 움직이며 사회적 단체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활동할 수 있다면, 정말로 수많은 사건과 난황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난동을 부리듯 튀어나오려 하는 싸이코 같은 점퍼들을 제어하는 데도 적어도 그 정도의 숫자들이 필요했고 말이다.


외부 인력의 도움과, 점퍼 인력의 숙련도에 따라 어느 정도 변동은 있었지만 기본적인 조직의 필요 요건은 그 정도였다.


‘점프’라는 사회적 통제를 뛰어넘는 능력을 가지고서, 악한 유혹에 휩쓸리지 않고 상식적으로 행동을 할 의지를 가진 자.


점퍼로서,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고 사회와 자신에게 큰 상처를 내기 전이라면 의외로 어렵지만은 않은 조건이었다.


그래서 조직에서 각국의 연계를 통해 가장 중점적으로 하는 일에는 새롭게 능력을 자각하는 점퍼를 파악하고 빠르게 접촉하는 일이 있었다.


점퍼는 능력이었지만, 인간성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었다. 도구가 있다고 모두가 칼을 휘두르지는 않는다. 도구가 없어도 주먹을 휘두르는 이나, 혹은 그럴 때도 있다.


점프의 능력으로 무언가 하는 것보다 인간성에 대한 선택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다루기 어려운 일이었다. 점퍼 조직은 어린 나이의, 점퍼들을 찾는데 주력했다.


모든 독립적이고 능력을 개발한 지 오래된 점퍼가 범죄에 손을 대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비율이 많은 건 사실이었고, 그런 그들을 사회에 복귀시키는 데는 많은 시간과, 인력과, 비용이 든다.


흉악한 야생의 맹수와도 비슷한 것이었고, 그런 이들을 상대하다가 조직의 많은 구성원들이 부상을 입었다.


대對점퍼 전투 요령이 체계화되기 전에는 많은 이들이 죽기도 했다. 언제나, 소드 마스터, 홍인수같은 자들이 조직에 있는 건 아니었기에.


최길우는 소드 마스터같은 별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개중에서는 단독 전투가 가능한 정도로 대인전 능력이 뛰어난 인원이었다. ‘리시버receiver’.


지휘관이 그에게 붙여 준 코드 네임이었다. 조직을 운영하는 시야에서 보면 온갖 나라에서 날아드는 위기 상황들은 공격자의 서브처럼도 보이는 법이었다. 혹은 지휘관의 관점에서 적절한 장소와 때에 급하게 건네주는 임무를 받을 자가 필요하기도 했고. 어쨌건, 그런 타이밍에 맞춘 단독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받은 별명이었다.


최길우는 침착하고, 이성적인 편이다. 판단하는 머리가 빠르고, 급박한 상황 속에서 여유로운 배짱도 있었다. 대인전 능력이나, 현대화기에 대한 이해나 사용도 능숙했다. 총에 대한 이해나 친숙도가 높다면, 점퍼로서는 피하는 것도 가능했다.


더군다나 모든 조직원들을 통털어 가장 정밀하고 계산적인 도약이 가능한 인물이었다. 그야말로 극소 단위의 타이밍과 거리로 사람의 생사가 갈릴 수 있는 현장에서, 그의 정확함은 도리어 구조 작전 따위의 남다른 과감함으로 발휘될 수 있었다.


아까도 무엇보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대상을 정확하게 맞추어서 이동을 해 그 몸에 여유롭게 손을 대기까지 했다. 보통 모든 점퍼가 순식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고, 약간의 착오가 있어 꼴사나운 난항을 겪기도 했다. 그게 아니라면 더욱 도약의 준비 단계에서 시간이 걸리거나.


도약 자체는 순간이었지만, ‘어디’로 정확히 움직일 것인가는 계산이 필요한 문제였다.


그는 구조 작전 따위에 특화된 스페셜리스트였다.


최길우, 리시버는 폐건물에서 아마 진이 빠져 쓰러진 것 같은 공주에게 다가갔다. 어린 여자아이는 활기차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쉽게 탈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마 오래도록 인생에 있어서 깊은 기억으로 남고야 말 하루를 보냈을 테니, 마음으로 소녀를 위로하며 그 머리에 손을 얹었다.


점퍼들이 도약을 할 때는, 점퍼마다 일정한 신호를 두기도 한다. 소리나, 행동. 단어를 떠올리거나 말하는 일일 수도 있었다. 일정한 정신 상태를 유도하는 노하우이기도 했다. 정신이 어수선할 때는, 나름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극한의 난전亂戰에서는 그럴 수 없었지만, 여유가 있다면 습관적으로 그렇게 했다. 보통 많은 이들은 손가락을 튕기며 마술에서처럼 소리를 냈다. 듣는 이를 집중시키기에 좋은 종류의 소리다. 그것을 내는 스스로가 듣기에도.


딱.


점퍼의 근처, 미세하게 공기가 일렁이며 소녀와 함께 그가 자취를 감췄다.


폐건물에 황량한 바람이나, 짙게 하늘을 내리 채우는 석양이 남았다. 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 자리의 미세한 소음에 귀 기울이는 자들은 있었다. 넘어진 비디오 너머로, 영상 통화가 끊기지 않았다. 부처의 실무자나, 현장 지휘자들은 몰랐으나 총리나 그 바로 아래 단계의 장관들은 정확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공주가 느닷없이 납치된 어이없는, 불행한 쪽으로 기적적인 사태 속에서 아주 유용한 조직이 의뢰를 받아 움직였음을.


런던의 낮, 뒷골목에 묶인 인질범은 연락이 닿은 영국 쪽 인원들이 움직여 수거할 테였다. 정신을 잃은 어린 공주는 다른 왕실의 가족들보다 한발 먼저, 영국으로 돌아가 안정을 취하게 되었고.




3.


최길우는 고단한 일정을 마치고 조직의 기지에 돌아왔다.


미국 시간으로 저녁, 한국 시간으로 아침. 공주를 집으로 돌려 보내고 마약쟁이 인질범 하나를 런던에 보내주었다. 보통은 한국 시간에 맞추어 일정을 보내는 그로서는, 꼭두새벽에 연락을 받고 움직이는 일이었다.


‘기지’의 위치는 한국은 아니었다. 그러나 각 요원들이 개인의 패턴에 맞추어서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보통은 요원의 출신국 시간으로 맞추거나, 혹은 가장 인원이 많은 한국 시간으로 통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지는 제법 공간이 넓었고, 요원들 모두가 쾌적한 아파트 단지에서 사는 정도의 여건은 보장해줄 수 있었다. 기지에 상주하는 점퍼 요원이나 일부 비점퍼 요원들은 개인실이 주어졌고, 다른 이들은 둘에서 넷 정도가 함께 생활했다.


식당, 사우나, 운동 시설과 훈련 시설. 그 외 연구 시설과 치료 시설 등으로 이루어진 본부는 어지간한 초고층 빌딩의 공간보다 넓을지 몰랐다.


길우는 자신의 방에 잠시 몸을 눕혔다. 타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라 호출에 낮밤이 없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도 잠은 자야 했다. 간단하게 씻고, 옷을 조금 갈아입고, 자다 깬 만큼 다시 눈을 붙인다.


그의 방은 기지 내 모든 공간이 그렇듯, 하얀 톤의 심플한 구조였다. 가구도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에서 딱히 손을 대지 않아서, 흰 침대와 옷장. 욕실과 간단한 조리가 가능한 부엌대, 냉장고, 테이블과 의자가 전부였다. 그 외 개인 짐은 커다란 캐리어에 몇 개에 쑤셔 넣고 풀지도 않고 있었다. 장기 임무라도 걸리면 바로 들고 이동할 수 있도록.


여담으로, 점퍼의 도약에 무생물의 이동은 어느 정도까지만 가능했다. 점퍼 자신의 신체 질량보다 무거운 것을 가지고 움직일 수는 없었다. 거리에는 제약이 없었고, 몇 명을 데리고 움직이던 도약의 횟수는 동일하게 1회가 소모되었지만 그런 한계는 있었다.


사람과의 단체 도약처럼, 물건을 가지고 이동할 때는 손에 쥐는 등 몸에 닿아 있을 필요가 있었다. 점퍼의 도약 시에는 미세한, 미지의 에너지가 흐른다. 그 에너지는 점퍼의 몸을 시작지로 두고 찰나에 조금 움직였다. 몸에 걸친 옷가지 정도는, 대개 아무리 두껍게 입어도 누락 없이 이동이 되었다. 방탄복 등의 둔한 특수복 따위도 마찬가지였고.


단체 도약의 경우에도, 도약의 참여자를 기준으로 미세한 반경이 점프의 범위로 들어간다. 단체 도약자가 점퍼가 아니라면 그가 쥐고 이동할 수 있는 건, 몸에 딱 붙이고 든 개인용 화기 정도가 한계였다.


간혹 물류 목적으로 도약을 이용할 때가 있었는데, 물건을 소형화시킬 수 없을 때는 여러 명의 점퍼가 접촉을 한 뒤 단체 도약을 시도했다. 점퍼가 운반 가능한 질량 한계는 누적이 가능했고, 여럿이 능력을 소모한다면 거대한 물건도 한 번에 옮길 수 있었다.


아무튼 리시버의 방은 단촐했다. 인테리어에 관심 없는 인원이나, 비어 있는 방들은 전부 같은 구조와 배치였다. 약 10평에 가까운 공간은 혼자 살기에 충분하다.


삐리릭.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소음이 들렸다. 기지의 기준 시간(한국 시간)으로 9시 경이었다.


-호출. 리시버. 지휘관실. 확인후 즉시. 강력.


“푸.”


그는 헛바람을 내뱉으며 움직였다. 쉴 틈이 많지 않았다. 가급적이면 개인에게 연속해서 긴급 상황이 주어지지 않도록 조절 하는 게 수뇌부의 일이었는데, 간혹 몰릴 때가 있었다. 그처럼 특정 임무의 특기자라면 더욱 자주 그러는 편이었고.


마른 세수를 하고 상의 옷 하나를 안에 덧입었다. 무게를 다소 줄인, 신식의 방탄복이었다. 그것만 챙겨입곤 곧바로 이동했다. 기지 내 도약이었다.


“여.”


지휘관실은 여느 기업의 회의실 정도의 크기였다. 실제로 회의실을 겸하기도 한다. 방의 안 쪽 중앙에 떡하니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이가 지휘관이었다. 점퍼 조직의 주인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관리자나 계획자 정도는 되었다. 위기 상황에서 소규모 집단의 리더는 종종 직책 이상의 의무나 권리들을 감당해야 하기도 했지만.


지휘관실의 내부는 다른 기지의 장소들과 다르게 조금 어두운 톤의 인테리어다. 불빛 자체도 그리 밝지 않은 편이었고. 비밀스런 작전 회의를 하기에 좋아 보이는 분위기다. 어둡고, 푸른 계열의 불빛이 방안을 채웠고 지휘관이 앉은 테이블 뒤쪽 벽에 빔 프로젝터가 화면을 띄운다.


갈색, 어둡고 묵직한 톤의 가구들이 배치된 곳에 리시버가 나타나자 지휘관이 입을 열어 반겼다. 리시버가 물었다.


“강력 범죄입니까. 어디입니까. 지금 시간이면··· 밤인 곳이 어디지···.”


피곤이 묻어 있는 목소리나 표정이었다.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이나. 지휘관은, 머리가 약간 벗겨진 남성이었다. 눈매가 부리부리하고 시원스럽게 생긴 사람이다. 짓궃은 표정을 늘 잘 지어 보이고, 조직원들을 아끼는 편인 인물이었다. 장년의 남성.


지휘관이 답했다.


“아침 햇살을 맞으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놈들이 있다네. 자네도 상쾌하게 처리하고 오도록 해. 한국이야.”


한국 시간으로 오전 9시를 조금 넘어서는 때. 어느 지방에서 자금난에 시달리던 범죄 조직이 은행을 털려고 시도했다. 인질범 다음엔 은행 강도였다. 직전에 인질범은 상대한 건 시간적으로는 짧은 일이었지만 심력을 소모하는 일이었다. 미치광이를 상대할 때는, 자신의 정신도 얼마간 그 미친 상태에 들어가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또한 보호해야 할 대상들이 있다면 그런 상태에서 극한의 집중력이 요구되었다. 늘 실수 없이 해내곤 하지만, 더욱 그래야 한다는 부담감이 그에게 괴로움과 힘을 동시에 주었다.


그는 하루에 두 탕을 뛰게 되었다. 리시버로서, 여러가지 일을 맡고 있지만 순간적인 부담감은 때로 조직에서 가장 높아지기도 한다. 두 번째 일은 생각보다 자주 겪는 종류였다. 은행 강도들이 직원들과 소수의 시민들을 인질로 잡고 아침부터 돈을 빼돌리려 한다.


치안 수준이 높은 이 나라에서 참으로 어려운 선택지를 고른 이들이었다. 적어도 그들이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잡히리라 예상되었지만, 그보다 더 빠르고 안전하게 상황을 종료시킬 의무가 길우에게 있었다.


그는 대략적인 내용과, 정확한 위치 좌표, 그리고 실내 상황에 대한 영상 자료를 받아보았다. 자신이 움직일 만큼은 충분히 숙지 되었다고 판단된 순간, 곧바로 움직였다.


제일 좋은 건 실시간으로 보이는 해당 장소의 시각 자료였다. 없다고 해도 다소 시간이 걸리고 위험도가 느는 것뿐이었지만.


“고생하게.”


지휘관실에서 선 채로 자료를 탐독하고 사라지는 그에게 지휘관이 지나가는 말처럼 이야기했다.


길우. 리시버. 최길우. 어릴 때부터 최키라웃, 제길 우, 최기랄, 죄길공명 등 다양한 별명을 가져온 그는 리시버라는 코드 네임이 제법 자랑스러웠다. 그의 능력이나 의지를 요약해주는 고마운 단어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그는 복잡한 상황이 해결되는 걸 좋아했다.


금세 잠이나 피곤을 털어내고 집중한 그가 도약한다. 도약 시의 미지의 에너지가 몸 주위에서 약동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지방 도시의 어느 은행 시설 안에 있었다.


“?”


인질범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은 인상착의였다. 얼굴을 검은 천인지, 양말인지, 복면인지로 가린 여러 명이 있었다.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다. 그를 알아챈 건 바로 곁에 서 있던 강도A였다. 나머지는 인지하지도 못했다.


툭.


그는 손을 짚고 그대로 도약했다. 말은 필요 없었다. 그가 강도들에게 선사한 건 해당 위치에서 가까운 바닷가였다. 바닷물 표면에서 약 3m 정도 위. 강도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새 그가 다시 사라졌다.


그대로 한 명씩, 여건이 된다면 두 명씩, 사이좋게 어깨에 손을 대고 근처 바다로 단체 도약을 했다. 아마 높은 확률로, 강도들의 완전한 성공은 어려운 일이었을 테지만. 그의 등장으로 은행 강도들의 계획은 그 초반 부분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일곱이나 되는 인원을 재빠르게, 틈을 주는 새도 없이 연속으로 도약을 해 바다에 빠뜨렸다. 넉넉잡아 분 단위로, 그들이 힘이 빠질 때 즈음이 되어서야 확인을 하고 뭍으로 건져 올렸다. 물밑으로 가라앉고 있다고 해도 상관은 없다. 시야에만 보인다면 점퍼의 핀 포인트 도약의 범위 안이었다. 같은 식으로 재난 상황에서 구조도 조금이라도 보이는 곳에 있다면 손쉬운 일이다.


도약은 어떤 점에 있어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사람의 몸이 닿아도 크게 이상이 없는 것들. 물이나 공기.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매질들 안에서는 저항 없이 이동이 되었다. 고체 종류나, 혹은 살아있는 생명체가 있는 자리로는 도약이 시도조차 잘되지 않는다.


점프에 법칙이 있는지도 몰랐고, 혹은 그것을 사용하는 점퍼가 초감각적인 본능으로 그것을 거부하는지도 몰랐다. 바위틈 사이로 도약을 하는 모습을, 정상적인 사람으로서 잘 상상을 하지 못하는 걸지도.


은행원들과 손님들을 겁박하고 은행을 털려던 이들은 그렇게 물먹은 솜 같은 꼴이 되어서 검거되었다. 사람들은 다친 이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경황이 없어 보지 못한 이도 있었고, 걔 중에는 점프를 목격한 이들도 있었다.


점퍼가 연계된 선진국 중에는 한국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의 도움을 받아 움직이는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경우의 시민들에게 안정을 주면서 비밀 엄수의 계약 동의 따위를 얻는다. 그들이 설령 말을 하더라도 강제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겠지만. 또 어딘가에 퍼뜨린다고 하더라도, 현대 사회의 사람들은 그저 누군가의 거짓말로 취급할 테였다. 증거도 없이 초능력에 대해 말을 하는 것이었으니.


인질범과 은행 강도를 몇 시간 내에 처리를 하고자 하니, 최길우로서도 한계에 가까웠다. 미치광이 범죄자나, 극한 상황에 몰린 인간 군상들과 마주하는 건 큰 스트레스다. 그들이 총을 들고 있다면, 점퍼라곤 하지만 피격 확률이 0인 것도 아니었다.


강력 범죄에 관련된 임무를 할 때는 보통 방탄복을 챙겨 입는다.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느려지는 게 싫은 상황에서는 가볍게 입고 가기도 하지만. 상대가 여러 명일 때는 그로서도 피격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점퍼는 특수 능력을 가졌을 뿐, 나머지는 일반적인 이들과 다를 바 없는 이들이다. 손쉽게 다치고 깨지고, 두렵고 긴장감을 느낀다. 잘 써먹을 수 있는 치트키 같은 능력이 있지만 활용에 미숙하다면 곧바로 외줄타기에서 떨어지는 재주꾼처럼, 언제 큰 부상을 입을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는 조금이라도 피로를 줄이기 위해 기지로 돌아와 간단한 보고를 마친 뒤, 다시 방에 돌아왔다.


이제는 정말로, 잠깐 좀 눈을 붙이고 싶었다. 설령 잠을 자지 않더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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