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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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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2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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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56.

DUMMY

*



옌의 과로를 대가로 끝까지 이어진 추적은 일단,


일단락되었다.


쉬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고 계속해서 점프를 반복하며 사람들이 흔하게 들를 만한 대도시와 명소들을 추적한 그녀가 발견한 건 다른 몇 명의 점퍼들 뿐이었다.


하나같이 이미 점퍼 조직에서 발견 후 관리 조치 중인 인물들이었고, 이번 사건에 관련된 이들은 아니었다.


점퍼가 자연 발생적이라는 걸 생각했을 때 어떤 특이한 이가 나타나도 이상한 건 사실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일반적인 점프 능력이 인간의 사춘기를 지날 무렵 생긴다는 사실은 대강의 시점을 유추하는 데 도움은 되었다.


현장에서 목격된 사내는 아무리 봐도 3, 40대는 되어 보이는 인물이었다. 정말로 아무런 일도 벌이지 않고 철저하게 점프라는 능력을 숨긴 채로 그 시간까지 있을 수 있는가?


조직이나 공동체에 소속된 이라면 그럴지 모른다. 그러나 그 개인이라면 능력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만일 그렇다면 진실로 점퍼의 존재를 예전부터 알고서 중요한 순간에 사용하고 테러를 일으키기 위해 준비해 온 악의 조직이 있을까.


그 정도로 주도면밀한 이들이 있었다면, 사실 점퍼 조직의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말은 점퍼 조직이 경계해야 할 만큼의 포부를 가졌으나, 절대로 드러나지 않도록 제대로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명맥을 이어 온 범죄 단체가 있다, 는 결론에도 닿는다.


커맨더는 일순 그런 가능성을 부정했지만, 마음 한 켠으로 추측을 남겨두었다.


그런 고약한 단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적어도 점퍼 조직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어야만 했다. 눈에 보이지도, 존재조차 모르는 적을 견제할 수는 없지 않는가. 적어도 확률 높은 추론이나, 단서라도 있어서 그들의 설립 목적부터가 세계 다양한 단체와 협응하는 점퍼 조직을 파악하고 그 추적을 벗어나기 위해서 움직여야만 말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커맨더는 자신이 점퍼 조직을 물려받고, 여태까지 많은 기밀을 들추고, 조직을 운영해오면서 그런 이들에 대한 정보를 따로 얻은 적이 없었다.


점퍼 조직에 대해서 아는 이들은 전 세계에서 극소수 중의 극소수이다. 제대로 된 연관이 없다면 근처에도 닿을 일이 없는 소규모에, 독자적인 비밀조직인데.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관련자 중 누군가가 조직의 오랜 경영 동안 정보를 얻고 욕심을 키운 뒤, 천문학적인 확률로 개인적으로 점퍼를 발견해 그를 엘리트 요원으로 육성한 뒤 자신들의 야욕을 이룰 계획을 만들어왔다는 이야기였다.


커맨더는 톡톡톡, 하고 지휘관 실에 앉아서 집무실 테이블을 두드렸다. 깊은 생각에 빠질 때에 나타나는 버릇이었다. 그는 벗겨진 머리를 한 번 쓰다듬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가라앉은 눈빛이 먼 곳을 보는 것도 같았다.


점퍼 조직과 연관이 있었던 모든 인물들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여태껏 조직에 연이 닿았다가, 이후 떨어져 나간 인물들. 그런 이들에 대한 정보가.


달칵.


커맨더는 생각이 정리되자 곧바로 집무용 테이블에 비치된 수화기 하나를 집어 들었다. 무선에, 작은 크기인 그것은 들고 다니면 곧바로 핸드폰이 되기도 하는 물건이다. 충전 장치에서 들면 바로 행정 비서 조직에게 연결이 된다.


“음. 바로 찾아봐 줘야 할 게 있네. 여태껏 조직에 참여했던 적이 있는 모든 인물 리스트를 뽑을 수 있겠나? 개중에서 조직을 빠져나간 인물들. 그들 중에서 의심스러운 자가 있는지 먼저 찾아봐야 할 것 같아.”


적이 내부에 있다면 그나마 추리의 단서가 있는 편이었다. 맨 땅을 헤짚는 것보다야, 훨씬 나은 상황이어다. 커맨더는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하며 지시를 내리고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누구일까. 만약 머릿속에 떠오른 가설이 사실이라면 그 정도의 세월을 견딜 정도로 대담하고, 집요하고, 인내심이 강한 자. 3, 40대에 준하는 점퍼를 다룰 정도라면 그보다는 나이가 많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마 최소한 40대 중 후반에서 50대··· 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었다. 어떻게 보나 자신과 비슷한 연배이거나, 자신의 선배들과 비슷한 기수의 인물일 것이다.


그리고 안정적으로 조직을 벗어나서 눈에 띄지 않고 모략을 꾸밀 정도라면 점퍼보다는 비점퍼 요원일 가능성이 높았다. 일단 점퍼 요원들은 대부분, 조직의 바깥에 있더라도 어느 정도 관리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주기적으로 살고 있는 위치를 파악하게 되고, 점퍼가 관련된 사건이 일어나면 어느 정도 용의선상에 오르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런 일이 ‘점프’ 능력에 대한 갈망과 욕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 자신이 비점퍼일 확률이 높았다.


커맨더는 선대의, 지휘관들과 그 주변을 보좌했던 유명한 이들의 이름을 기억이 나는 대로 주욱 읊으면서 잠시 집무실에 있었다.



*



김민서의 능력은 성장에 가속도라도 붙는 듯 순조롭게 늘어났다. 유지 시간에 있어서 분 단위의 증가가 연속적으로 일어났고, 적용 범위 또한 km 단위의 증가가 나타났다. 곧 전략적으로 사용하기만 한다면, 모든 점퍼들의 천적이 될 수 있는 ‘재머’의 능력이 점차 나타나고 있었다.


*


“푸.”


입에 들어간 것을 뱉는 소리였다. 한 남자는 먼지나, 날리는 종이 부스러기 따위를 뱉어내며 잠시 손을 저었다.


낡은 건물이었다. 쓰지 않은 지 아주 오래된.


막말로 2차 세계대전 말엽의 건물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이다. 다만 그 골조는 튼튼한지 건물의 외형 자체는 그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고 있었다. 다만 내부가 사람이 있기 힘든 곳일 뿐이다.


사내가 있는 곳은 필리핀이었다.


일본 제국주의 시절,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이 나라에도 여러 가지 잔재가 남아 있었다. 아까는 외형을 보고 비유가 심하다고 묘사했으나, 실제로 이 건물은 그런 것들 중의 하나였다. 어느 동떨어진 섬의 한구석에 처박혀 있는 비밀 군사기지.


이제 와서는 이미 만든 이들도, 관련된 이들도 사라지고 가치가 있는 땅도 아니라 많은 이들이 잊어버린 채 방치 하고 있는 건물이었다. 나라의 국책 사업이나 어느 개발자가 토지의 유용을 위해서 싹 밀어버린다면 처지가 바뀌겠지만, 아직까지 이 섬의 한 구석을 찾아오는 부유한 이들은 없었다.


얼마의 비용- 을 지불하고 이 일대 토지의 주인이 된 건 외국인이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 한 낡은 건물에서 입가를 메만지는 사내와 관련이 있는 인물이었고.


사내는 평범한 체격이었다. 검은 머리를 하고 있었고. 그의 국적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미국인 부모에게 입양을 가게 되어 어릴 적부터 미국에서 주욱 살았다.


부모의 교육 방침에 의해 한국어도 어느 정도 능통하게 배웠고 쓸 수 있었으나 모국어를 굳이 고르자면 영어라고 대답해야 했다.


“지겹군.”


사내는 혼잣말을 곧잘 했다. 오래도록 혼자 있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혼자 있을 때의 혼잣말은, 나름대로 정신의 안정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어느 정도 감각이 깨어나고 사용된다는 건 그래도 괜찮은 일이었다. 지독한 침묵 속에서 몇 날 며칠이고 계속해서 있다 보면 가끔은 머릿속의 두통처럼 헝클어진 생각들이 활개를 치고는 한다.


건물이 있는 곳은 섬에서 내륙 지방이었다. 이미 휑하니 뚫려 있는 창가로 걸어가 경치를 보자면, 멀리 바닷가가 조금 보이기는 한다. 고지대는 아니었지만, 평야처럼 먼 거리를 확인할 수 있는 지형이었다.


예전에 콘크리트 따위로 지어졌을 건물이지만 먼지와 다양한 자연적 불순물들에 의해 색이 바랬고 인테리어는 폐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앉을 자리도 마땅찮은 곳 어딘가에 기대어 앉아 있는 사내이다.


그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료, 라고 말을 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간에 그의 행동의 방향성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보스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보스와 그와의 관계는 오래된 것이었다.


어떤 것들에 비하면 짧을 수 있는 연수였지만, 그의 나이에 비해서는 분명 오랜 시간이었다. 그의 나이가 25살이었고- 보스와 만난 것이 14살 때의 일이다.


그는 그 시점에서 ‘점프’라는 능력을 각성했다. 마치 팔을 타고 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사춘기 이후에 생긴 것이니, 새로운 팔이 생긴 셈이었다.


‘팔’은 대략적인 매커니즘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에게는 일정한 양의 비가시적인 에너지가 있었고, 그것을 사용해서 순간이동이 가능했다. 수치적인 좌표가 있다면, 혹은 직접 경험한 위치 데이터가 있다면 어디로든 가능하다.


다만 점프를 한다고 해도, 점프를 하는 그 자신의 몸은 아무런 변화도 없는 일반적인 것이었으므로 주의를 기울이기는 해야 했다. 까딱 잘못해서 생사가 위험한 극한의 장소로 갔다가,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능력을 사용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에 관련된 많은 정보들을 얻고 비교적 거침없이 점프를 다루었다.


그가 만난 ‘보스’의 존재 때문이었다. ‘보스’는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점프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것들. 점프의 메커니즘. 말하자면, 그 능력의 룰이라고 할만한 것들 말이다.


한 손에 한 명씩, 두 명까지 데리고 단체 도약을 할 수 있다는 점. 아무리 먼 거리라고 하더라도 횟수가 중요하지, 거리와 JE의 총량은 상관이 없다는 점. 자신이 두 팔로 지탱할 수 있는 무게까지가 점프로 옮길 수 있는 질량의 한계라는 점.


JE가 관여하는 점퍼의 신체 주위로 약간, 약 3에서 5cm 정도의 거리까지가 같이 이동을 하는 범위라는 점. 나부끼며 유동적인 형태를 가지는 옷가지의 경우에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으나 보통 kg 단위 아래의 무게라면 점퍼의 귀속물로 여겨진다는 점.


형태가 쉽사리 변하지 않는 견고한 물체의 경우에는 착용을 하더라도 신체 주변을 너무 벗어나면 중간에 절단이 되거나, 혹은 도약에 포함되지 못한다는 점.


점프는 연속 도약이 가능했지만, 전후로 아주 약간의 텀이 있다는 점. 그리고 점프는 한 개의 분리될 수 없는 과정이 아닌 분절하여 작동이 가능한 행위라는 점.


또한 특별한 특질에 따라서, 어떤 점퍼들은 단순한 방식이 아닌 조금 남다른 방식의 도약이 가능하다는 점.


‘쉴더’나 ‘레이더’따위의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그 또한 그런 류의 점퍼들 중 한명이었다. 극도로 희소한 돌연변이라 볼 수 있는 점퍼들 중에서도, 더욱 특이한 형질을 타고 난 점퍼. 그는 말하자면 ‘쉴더’의 대척점에 있는 존재였다.


‘쉴더’는 자신이 있는 주변으로 점퍼가 도약을 해오는 것을 미리 깨닫고, 그 자리에서 도약 재밍을 걸 수 있었다. 상대의 도약을 이용한 암습을 막는다는 점에서 ‘쉴더’라는 이명이 참으로 잘 어울리는 특질이었다.


그리고 그의 능력에 따라 별명을 붙여주자면, ‘텔레포터Teleporter'정도가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점퍼들은 순간이동이 가능한 텔레포터이지만, 그의 경우에는 다소 특이한 변용이 가능했다. 그는 손을 대지 않고도, 원거리에 있는 존재를 의사의 확인만 받는다면 점프를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한 번에 한 명이 가능했고, 그 자신과 동시에 단체 도약은 불가능하다. 자신의 도약 횟수를 1회 소모해서 점퍼가 아닌 누군가의 점프를 이루어내는 능력이었다. 다른 점프와 마찬가지로, 그가 그 존재의 정확한 위치 데이터를 알아야 했다. 좌표상의 데이터나 혹은 눈 등의 오감으로 느껴서 충분한 정보를 얻어내야 한다.


가장 직관적인 사용은 그가 시야 내에 있는 누군가를 바라보고 그에게 점프를 유용하는 것이다. 이는 단체 도약과는 다소 다른 것으로, 점퍼가 아닌 일반적인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텔레포트를 사용하면 점프에 대한 작용을 선명하게 느낀다. 그리고 상대가 직접적으로 ’수락‘을 하지 않는다면 텔레포트는 성립되지 않았다.


분명한 ’거절‘이 없다면 곧바로 시행되는 단체 도약과는 정반대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외의 능력들은 평범한 편이었지만, 이런 특질은 말하지 않는다면 ’보스‘가 경계하는 ’점퍼 조직‘에서도 알아챌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애초에 점퍼 자체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기도 했고, 그 가운데 예상치 못한 특이한 형질의 점퍼가 새로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그 발생을 알 수는 없었다. 목격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목격하기 전까지는. 그 부분이 중요했다.


사내는 그동안 자신을 감추고 살아야 했다. 그 정체나 실체도 불분명한, ’점퍼 조직‘이라는 단체 때문에. 여태까지 그를 이끌어온 건 ’보스‘였다. 그는 그를 양자로 거두어들인 미국인 부모님의 절친한 친우로, 굳이 따지자면 그의 대부라고 불려도 어색하지 않은 사내였다.


미국인이었고, 물리학 박사인 보스는 자신이 만드는 계획과 야욕을 위해 사내의 삶을 통제해왔다.


그런 행위에 그다지 불만이 있는 건 아니었다. 어찌 되었든, 그가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제반들을 훌륭히 갖추어주는 인간이었으니.


철이 들 무렵부터 그를 능숙한 점퍼로서 키워내기 위해 다양한 훈련들을 시켰고, 걸맞은 보상을 주었다. 보스는 일단 부자였다. 인맥이 넓은 사내였고 그가 소속된 곳만 하더라도 전부 몇 개인지 알 수 없는 자였다. 그를 거두어들인 미국인 부모님 또한 중산층 이상의 부유한 집안이었으나 보스로부터 얻는 보상은 그의 금전 감각을 바꾸어 놓을 정도였다.


어쨌거나, 그런 것들 상황들 속에서 그의 불만은 한 가지였다. 여태껏 갈고 닦아온 능력의 발현.


계획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 점프 능력을 키워 왔는데, 그것을 써먹을 데가 없다면 그의 인생은 그 자체로 무의미해지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인생의 의미. 돈보다도, 물리적인 자유보다도, 그는 그것이 필요하다.


“쓰읍.”


가만히 구석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먼지가 피어올랐다. 텅 빈 창문은 그 자체로 그냥 커다란 구멍이나 다름없었다.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이 건물에 닿아 내부를 헤집어놓으면 온갖 부스러기가 날아올랐다가 다시 가라앉는다. 바람은 외부에서 들어오지만 내부의 것들이 바깥으로 잘 빠지지는 않는 것 같았다.


애초에 창문이 적고 구조가 복잡한 건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잠시 앉아 있으며 기다리기를 얼마간. 삐리리- 하고 그의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소리를 냈다. 통신기였으나, 전화는 아니었다. 알람이었지. 그가 보통 이런 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 거리의 문제는 아니었다. 시간의 문제였지.


그에게는 거리의 제약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일반적인 점퍼도 그러하고, 사내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심지어 상대를 자신이 있는 곳으로 불러올 수조차 있으니까.


통신기에서 울리는 소리는 알람이었다. 정확한 시간이 되면, 해당 위치에서 이곳으로 상대를 부르기로 되어있었다.


정확한 시간에 해당하는 위치에 서 있기로 한 상대. 상대와의 약속은 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루어지곤 한다. 그가 곧 보스였다. 사내는 그런 철저하고 지독한 훈련과 교육 속에서 살아왔고, 최근에 이루어낸 작전에서 그런 훈련의 성과를 보였다.


스스로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웠고, 그의 능력을 키운 보스는 더욱 만족스러워 했다.


사전에 알려준 좌표 데이터를 이용해 점프를 시도한다. 눈을 감고 도약을 하는데, 그 작용은 정반대였다. 자신이 어딘가로 가는 것이 아니라 도착지에 있는 누군가를 자신이 있는 곳으로 불러들인다. 점퍼로서의 능력도 갖고 있었지만, 이런 특이한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점퍼‘가 사용하는 도약에는 한 가지의 고정좌표가 필요했고, 그 외에 유동적인 좌표를 변환할 수 있었다. 대개 고정좌표는 점퍼가 도약할 때 도약을 시작하는 지점, 곧 점퍼 스스로의 위치였고 그가 향하는 도착지의 좌표는 어디로든 변할 수 있었다.


가변적인 좌표가 두 가지가 있어서는 점프가 작동이 되지 않았다. 텔레포터의 점프 또한 마찬가지였어서, 가변적인 좌표인 상대방의 위치가 있고 언제나 그 도착지는 고정좌표인 텔레포터가 있는 자리가 된다.


혹은, 자신이 있는 곳에서 지근거리에 있는 인물을 도약으로 보낼 수도 있었다. 이는 ’단체 도약‘과도 비슷한 것이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자신은 이동하지 않고 대상만을 이동시킨다는 점이었다.


대강 도약을 시도하자 어렴풋이 상대의 방향이나 거리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의 감각은 점프를 많이 이용한 점퍼들이 느끼는 것으로, 예리해짐에 따라서 타고난 특질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소한 잡기들을 익히고 사용할 수 있었다.


어쨌든. 필리핀이 있는 곳에서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누군가가 그의 텔레포트에 따라 이동해왔다.


후욱, 하고 아주 작은 바람이 부는 것 같은 소리는 JE에 익숙한 점퍼나 그 외 인원들이 곧잘 느끼고 하는 전조음이었다.


익숙한 감각과 함께 누군가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상대방의 이동은 점프를 시도하는 점퍼에게는 약간의 과정을 거치지만, 그 결과만 본다면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딜레이 없이 곧바로 나타난다.


사내의 앞에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약-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인물이었다. 검은색으로 염색한 머리가 눈에 띄는 인물이다. 동양계는 아니었고, 누가 보아도 서양인의 모습이다. 약간의 주름진 얼굴과 탄탄한 체격. 키는 약 180 정도 될까.


가만히 보면 눈매가 약간은 사나운 남자였다. 눈썹은 은은한 갈색에 금색이 섞인 듯한 빛깔로 그게 원래 그의 모발 색깔인 듯했다.


그는 검은 톤의 정장을 입고 있었다. 모습이 드러나면서 눈을 감고 있던 그가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눈앞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어리고, 젊은 사내는 여전히 건물 구석의 어느 가구-였던 것 같은 물건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폐건물에 나타난 남자가 말했다.


“잘했다. 역시 능숙하군.”


칭찬이 달가운 건 아니었지만, 특별히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앉아 있던 남자가 그에게 답했다.


“별말씀을요, 보스.”


보스라 불린 사내가 씨익 입매를 끌어올렸다. 그는 일전에, 서울에서 드론에 매달린 채로 폭탄을 빌딩에 던져대던 광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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