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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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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최근연재일 :
2024.06.21 01:24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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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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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글자수 :
908,591

작성
22.10.20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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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31.

DUMMY

*


시민들은 성공적으로 대피를 한 것 같았다. 칼슨이 몇 칸 더 앞으로 진행을 할 때까지도, 승객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미처 들고 가지 못한 짐들 따위가 자리를 채우고 있었으나, 중요한 귀금속류는 모두 들고 도망친 뒤다.


반면 리시버와 김민서는 이번에는 칼슨이 다가오는 방향의 뒤쪽으로 넘어서 점프를 했다. 승객들이 있는 공간이었다. 한 차례 총성에 제압을 당하고, 물품들을 빼앗긴 이들은 기가 죽은 채로 각자의 객실 안에 엎어져 있거나 숨죽인 채 있었다. 언제 미친 강도들이 돌아와서 난리를 피울 지 몰랐다. 그들은 달리는 열차 안에서 도망을 칠 생각도 못한 채, 그러고 있다.


리시버가 이야기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뒤에서 쳐서 깔끔하게 보내는 게 낫겠죠.”

“상대가 악에 받친 것 같던데, 예상을 하지는 않을까요?”


리시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마 상대의 예상보다 제 총알이 더 빠를 겁니다.”


상당한 자신감이었다. 실제로, 리시버가 근접 총격전에서 보여주는 성과는 놀라운 편이었다. 그는 타고난 운동 선수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재능의 영역에 가까웠다. 그는 점퍼 조직에서 소드 마스터와 함께, 특별하게 취급되는 인원이었다. 점퍼로서의 능력을 빼고 보더라도 엘리트 특수 부대원에 가까웠다.


그러나, 민서의 말대로 약이 오를대로 오른 상대방의 움직임은 확실히 대처해야할 만한 것이었다. 리시버는 열차의 문을 열고 다른 칸으로 넘어갔다. 칼슨이 있는 곳까지 움직이기 위해서는 아마 몇 번 더 이동해야 할 테였다.


그렇게 도움이 되지도 않고, 겁이 많으며, 총을 제대로 겨누지도 못하는 민서를 데리고 굳이 싸울 필요는 없었다. 민서를 데려온 건, 어디까지나 실전 감각을 몸으로 익히고, 중요할 때 몸이 굳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가 어느 정도 발휘 가능한 JE2가 있는지, 실전에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제대로 능력만 발휘해준다면 점퍼가 있는 전장에서 조직은 치트키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로 행동할 수 있었다.


물론 민서의 능력이 온전하게 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치트키를 제대로 사용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특수한 요원 뿐이었다. 리시버나, 소드 마스터 정도.


그런 의미에서, 최길우는 몇 칸을 더 조심스럽게 움직이다가 다음 칸에서 상대방의 기척이 느껴지는 것 같자 민서에게 말했다.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달리는 열차의, 칸과 칸 사이를 잇는 짧은 공간이었다. 외부에 그대로 노출된 채였고, 계곡과 숲을 넘어 달리는 시베리아의 공기가 차가웠다. 민서는 총알을 피하는 대신 이곳에 있는게 과연 더 나은가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최길우는 그런 민서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마음을 잘 지키시고요. JE2가 발현될 수 있도록 평정심을 유지하십시오. 만약 강도단 쪽의 점퍼가 들어오면 당신의 활약이 꼭 필요합니다.”


민서는 그 말에 어영부영 고개를 끄덕거렸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 양반이 뭐라고 하는 건지. 말이야 들렸지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최길우는 그런 모습에 안심을 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슬쩍, 문 앞에 다가섰다.


*


총격전이 벌어질 곳에 진입하는 일은 조심스러웠다. 해당 칸에 바로 칼슨이 있는 모양이었다. 귀를 기울이고 기척을 살피지만 정확한 위치까지는 알 수 없었다.


최길우는 머릿속으로 공간을 그려보았다. 점퍼의 공간 도약은 약간의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발동될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열차 내부의 구조도를 그린다. 바로 전 칸과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틀리지 않는다면 총격을 피할 수 있을 테였다. 잘못 간다고 하더라도, 보통 사물에 걸려서 점프 자체가 되지 않을 확률이 컸다.


만에 하나, 점프도 제대로 되었고 상대의 총격에도 노출되는 자리라면 얼굴만 일단 보호하면 되었다. 점프의 기척은 점퍼가 아니라면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JE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건 그것을 이미 경험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 집중하고 있을 때나, 혹은 그것을 다루는 이일 때가 많았다.


대부분의 경우에 점프는 순식간에, 알아채기 어렵게 이루어진다.


최길우는 등을 돌린 채로 도약을 했다. 후욱, 하고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


다행히도 열차 내부는 전 칸과 구조가 똑같았다. 그는 한 침실 칸의 침대에 등을 기댄 채로 나타났다. 객실 안쪽으로 들어오자 칼슨과 동료의 기척이 들린다. 소리로 들어보니 꽤나 먼 거리였다. 다음 칸의 문 앞 쪽에 서 있는 듯하다.


최길우는 들어오는 문 바로 앞에 있는 침실 칸에 있었으므로, 그와는 몇 미터의 거리가 있는 셈이다.


저벅거리며 걷는 소리가 들린다.


“개 같은 놈!(собачье дерьмо!)”


적발의 남자가 소리를 친다. 최길우로서는 그게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강도들 중 한 명의 욕설이었다. 러시아 어는 조예가 깊지는 않았다. 필요한 말(열차에 도착해서 협조를 구할 때 쓰는)정도는 몇 개 외워두고 간단한 회화는 가능했지만 자유롭게 대화는 불가능하다.


대강 어투로 보아하니 욕설이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최길우는 뒤돌아 선 채로, 권총을 파지하고, 영화에서처럼 얼굴 즈음에, 총구를 하늘로 향해 들고 긴장한 채 멈추어 있었다. 호흡을 가다듬는다. 실수가 있어서는 안된다. 돌자마자, 상대의 위치를 확인하고 먼저 쏜다. 상대는 아직 자신이 객실에 들어온 걸 몰랐다. 높은 확률로, 그가 빠를 것이다.


상대의 진행 방향을 짐작하면 아마 뒤를 돌고 있을 테니까. 발걸음 소리는 두 명의 것이었다. 한 번에 두 명. 최길우의 근접 교전 실력이면 어렵지는 않았다. 게다가 그는 정확히 얼굴에 맞아야만 불능 상태가 되지만, 상대는 어디에나 맞으면 총알에 뚫린다. 샷건이라는 점이 조금 걸렸지만, 그것도 쏘기 전에 무력화시킨다면 차이는 없다.


최길우는 이런 종류의 사선을 밥 먹듯이 넘어왔다. 이런 일이, 영화에서나 가끔 다루어지는 이런 순간들의 전문가나 다름이 없었다.


그는 요란스럽게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천천히, 긴장감을 풀고, 소리를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몸을 반회전 시켜 움직였다. 춤에서 스텝을 밟는 것처럼 깔끔한 동작이었다.


주의하지 않는다면 그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지 못할 만큼 조용한 동작이었다. 그리고 움직이는 열차의 속도와 소음은 그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고.


휙, 하고 깔끔하게 돌아 상대를 향해 총구를 들이밀 때까지 상대들은 최길우를 발견하지 못했다. 무방비로 등을 노출시켰고, 몇 초의 텀이 충분히 있었다. 그리고 그 정도면 리시버에게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탕, 탕탕탕! 망설임 없는 속사였다. 칼슨과, 다른 한 명의 장정이 있었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칼슨의 부하가 뒤에 서 있어서 조금 더 빨리 알아챘지만, 리시버를 향한 유의미한 대응은 하지 못한다.


칼슨의 다리를 먼저 맞추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부하의 팔 다리를 침착하게 겨누어 무력화시켰다. 칼슨은 팔이 살아 있었다. 보통 권총탄이던 뭐던, 한 발을 맞으면 쇼크로 몸을 가누지 못한다. 칼슨은 지독한 인간이었다. 그는 무너지는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도 샷건을 겨누었다. 물론 최길우가 그런 동작을 받아들일만큼 무방비하지는 않았다.


탕! 그가 들이미는 샷건의 몸통을 총알로 맞추었다. 여전한 기예였다. 팔다리를 정확히 핀포인트로 명중시키는 것이나, 크게 다름은 없는 기예였지만. 실제 사격전에서 하기에는 비슷한 일보다 훨씬 높은 난이도를 연습 중에 성공시킬 실력이 필요했다.


샷건은 제법 튼튼했다. 총알에 맞고도 칼슨은 방아쇠를 당긴다. 총구가 멀리 돌아간 채로 샷건의 방아쇠가 당겨졌고, 산탄이 뿌려졌다. 탕! 객실 내부 여기저기에 총알이 박힌다. 도탄 따위가 사람을 해치지는 않았다. 객실 내부가 엉망이 된다.


최길우는 마지막으로 한 발을 더 사용했다. 탕! 그것이 칼슨의 어깨에 맞아들었고, 그는 그대로 끝이었다. 죽지는 않았으나 더 이상 움직일 기력은 없었다. 총을 들고 조작하던 오른쪽의 어깨였다.


최길우는 천천히, 총을 그대로 겨눈 채 언제든 발사할 수 있게 파지하고 앞으로 뻗고서 다가갔다. 상대가 무력화된 것처럼 보여도 최후의 발악을 한다면 대응 사격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안전함을 위한 노련한 처사였으나, 이미 움직이지 못하는 꼴이 된 적들에게는 과분한 태도이기도 했다.


*


벌컥, 하고 열차의 문이 열렸다.


열차 문이 열리는 동작 범위 옆에, 열차의 위로 통하는 철제 계단을 붙들고 있던 민서는 놀라지도 않았다. 찬 바람에 뺨이 사라질 것 같았다. 비니가 귀 까지도 보호를 했지만 안면은 그대로 노출이 되어 있었다. 이럴 거면 고글이라도 사서 끼고 있을 걸.


열린 문으로 나오는 건 다행스럽게도, 최길우였다. 민서 역시 그러리라 짐작을 했다. 자신의 목숨을 그의 손아귀에 맡긴다면 여전히 떨기는 할 테였지만, 민서가 보기에도 최길우는 특별한 수준의 인간이었다.


수많은 기예를 보일 수 있었고, 점퍼로서의 능력을 사용하며 동시에 노련한 군인이었다. 고작 몇 명의 적에게 당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점퍼 조직에서 이런 장소에 그 하나만을 투입한다는 건 생각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낮다는 의미처럼도 보였다. 조직이 사지에 요원들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면, 그가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노련한 인간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리시버가 말이다.


“으어.”


민서는 낮은 기온에 칼바람에 입이 얼어붙은 것 같아서,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최길우가 다시금 다가와서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고생하십니다. 뒤쪽은 끝났고, 앞 칸으로 가서 남은 놈들 제압해야 겠네요.”


열 명을 처리하는데 탄창이 두 개 정도 들었다. 조금 더 넓은 지역에서 교전을 한다면 더 필요할 지도 모른다. 리시버는 조금 남은 탄창을 새 것으로 갈아 끼웠다. 앞으로 다시 움직일 차례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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