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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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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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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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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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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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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34.

DUMMY

“뭐, 뭡니까?”


느려도 한참 늦은 반응이었다. 최길우가 말했다.


“그, 한 열 번은 대가리가 날아간 다음에 놀랄 정도로 빠른 반응입니다?”


리시버의 입장에서는 맞는 말이었다. 상대의 점프가 이루어지고, 이쪽에서 점프로 피한 뒤, 도착지에 도달하고 나서도 정확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다니.


점퍼가 아니라거나, 훈련된 전투원이 아니라는 것 너머로 둔한 점이 있었다. 심지어 그는 완전히 민간인도 아니고 JE2라는 특수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반쯤은, 점퍼에 가까운 존재였다.


일반적인 사람보다는 점프에 민감해야 했다.


“본래 성격이 둔한 편입니까? 당신을 살리면서 같이 일하기가 좀 힘들 것 같은데요.”


계속되는 이죽거림에 김민서는 울컥했다. 사실, 울컥한 처지는 아니기도 하다. 그들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살아남았고 김민서는 리시버가 없다면 예전에 죽은 목숨이었다.

아니, 리시버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이 곳에 오지도 않았겠지만.


“아니··· 둔한 건 맞습니다. 근데 뭐에요. 갑자기 총을 든 사이코 점퍼라도 뒤로 이동해 온 겁니까? 갑자기 왜 이런···.”

“잘 아네!”


의외로 정확하게 맞추는 이야기에 이번엔 리시버가 울컥해서 소리쳤다. 이 자식, 알고서 이러는 건가, 하는 마음이었다. 긴장을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동료란 목숨을 건 작전 내에서 때로는 적보다도 위험하다.


서로를 위한 신뢰가 제대로 서 있을 때에나 간신히 넘을 수 있는게 사선이라는 것이었다.


리시버는 다시 김민서의 어깨에 손을 대었다. 그가 말한다.


“JE2, 쓸 수 있습니까?”

“아뇨 확답은···.”

“무조건 써요. 그거 하라고 데려온 거니까.”


아니 그러니까 오고 싶지 않았다고···라는 대답을 하기도 전에 리시버가 도약을 걸었다. 찰나의 순간에 말을 한다.


“가자마자 웅크리고 숨어요. 그리고 닥치고 정신 상태나 만들고 쓰십쇼.”


리시버는 말이 제법 빨랐다. 마침표가 쓰여질 순간에 그들이 다시 사라졌다.


침엽수림에서, 시베리아의 어느 평야로.


*


광대한 거리를 넘어서, 드넓은 평야의 생김새를 만지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점프를 통해서 말이다. 그것보다는, 그냥 안전하게 조금 더 떨어진 곳으로 이동을 했다.


한 번 가본 곳은, 대강 그 부근의 위치 데이터가 머리에 각인되는 느낌이었다. 점퍼들에게 있어서. 그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는 자신들의 역량에 달렸다.


얼마나 짧은 순간에 뇌 내 점프 시스템(임의로 일컫기를)에 업로딩을 하는가, 그리고 업로딩 된 맵을 얼마나 상세하게 살피고 이용하는가, 하는 것들 말이다.


리시버는 그런 분야에 있어서 최고의 기술자였다. 그는 순식간에 평야 지대에서도 그나마 유리한 고점을 잡아서 이동했다. 원래 있던 위치에서 약간 높이가 있는 지점이다.


평야라고 해도 굴곡이 있고, 둔덕이 있었다. 그는 그 얕은 둔덕 너머에 엎드리면 몸을 숨길 정도의 홈으로 도약한다.


김민서와 같이 이동하자마자 그를 쑤셔 박듯이 땅에 밀착시켰다. 머리를 짓누르는 방법으로. 최길우는 제법 힘이 셌다. 아니, 김민서가 느끼기에 아주 강했다. 그는 별로 반항도 못하고 우악스러운 손길에 납작 엎드려야 했다.


당장 총알을 피해야 했으므로, 민서 역시 동의하는 움직임이었다. 최길우가 전방을 주시하며 낮게 이야기했다.


“꽤 거리가 멉니다. 70m는 되는 거 같은데. 진짜 제대로 하십쇼. 들키지 말고. 이쪽 방향으로 끌릴 거 예상하고 싸울 테니까.”


최길우는 말투가 조금 짧아지고 격해졌다. 전투 중, 실제 상황 탓이었다. 최길우의 시야에서 전방 70m즈음, 그들이 원래 있던 자리에 강도단이 여전히 있었다.


침엽수림으로 이동했다 다시 오기까지 1분이 걸리지 않았다. 도리어 한참 남는다. 아직까지 이동을 시키진 않은 것 같다. 상황을 파악하려는 걸까. 최길우로서는 다행이었다. 곧바로 점퍼가 사라졌다면 변수가 많았을 뻔했다.


먼저 상대의 위치를 파악한 최길우는 망설임없이 움직였다. 후욱, 하고 그가 사라진다. 이번에는 김민서는 그대로 둔 채다.


*


표도르 카틴은 러시아 태생의 점퍼였다. 올해로 26살인 그는 마른 체형의 사내이다. 금발의 곱슬머리에, 아래로 처진 눈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편이었다.


큰 키에 마른 체격. 멀대처럼 보이는 그는 팔다리 또한 길었다. 두텁지 않은 체격을 보고 잘못 건드리면, 그 긴 리치에서 나오는 타격에 쉽게 당하고 마는 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약간의 갈색기가 섞인 금발이었다. 눈동자 역시 갈색이었고. 가만히 있으면 어딘가 풀어진 듯 보이는 표정도 묘한 분위기를 더한다.


그는 어릴 적부터 자신의 능력을 자유롭게 사용했다. 딱히 숨기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가난한 동네에서 자신의 유익을 위해 마구잡이로 써왔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몸이 컸을 무렵, 소문을 듣고 온 어느 조직에게 붙들렸다. 그는 그 조직에 자연스럽게 몸을 담았고, 이후의 삶은 어지간한 영화로 만들어도 사람이 볼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삶이었다.


그는 훨씬 더 넓은 범위에서 자신의 능력을 유용했다. 이전까지는 스케일이 작은 편이었다. 제법 규모가 큰 범죄 조직의 내부에서 점프 능력을 이용하다 보니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로 다양한 방식의 범죄에 이용되었다.


밀실에서의 암살, 밀수, 강도, 절도··· 다양한 방면에서 점프 능력을 이용해왔다. 조직은 점점 더 커졌고, 국제적인 범죄 조직과도 연이 닿게 되었다.


최근 일, 이 년 간은 한 가지 일에 주로 몰두하고 있었다. 열차 강도단을 데리고서 한 이십여 명 정도의 인원들을 시간마다 옮기는 일이다. 그의 점프 능력의 상당 부분을 사용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변수가 생길 걸 대비하고자 한다면, 실사용 부분보다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해야 했다.


러시아 군대나, 경찰 당국의 시선을 지나치게 끌지 않도록 부정기적으로, 꽤나 텀을 두고 움직였다. 점프를 사용한다지만 전 방위적인 수색과 온갖 기계 전력이 투입되면 위험할 수 있었다. 점프로 이동한 곳에서 곧바로 걸려 현장 사살 될 확률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살인은 자제했다. 금품을 터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고, 그것만으로도 제법 벌이가 되었다. 열차의 승객들은 수백 명이었고, 그들의 여행 짐을 모조리 턴다면 상당량의 금품이 된다.


그렇게 잘 작업들을 하고 있었고, 이번에도 역시 성공을 확신하고 정해진 위치로 옮겨왔다. 느낌이 이상했다.


그는 시야가 다 회복되기도 전에, 누군가 쓰러져 있다고 느끼자 손에 든 총을 갈겼다. 구경이 작은 리볼버 권총이었다. 난전에서 유용한 도구는 아니었으나 호신용이나, 상대를 제압하는 데는 충분했다. 더군다나 그는 점퍼였으니,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일반적으로 인질이나 포로를 만들지 않는 강도단인데, 정해진 자리에 사람이 대거 누워있다면 분명한 변고였다. 강도단이 그렇게까지 쓰러질만한 병력이 열차 내에 상주하고 있지는 않을 테였다. 그 정도쯤 되면 손을 떼고 다른 일에 착수해야 한다.


상대가 사라지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한 수 m는 떨어진 자리였으나, 총알에 맞는 소리가 없었다. 사람이 그렇게 빨리 사라질 수 있는가. 시야를 회복한 그가 바라본 건 참담한 광경이다.


그의 조직의 행동 대원들이 모조리 피를 흘리며 차가운 평야에 누워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죽지는 않았다. 시체도 근처에 있는 것 같았지만.


간신히 얼굴을 분간해 두목인 첼시를 찾았다. 힘겹게 눈을 뜨는 그를 붙잡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후욱, 하는 소리와 함께 아주 익숙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JE의 감각이다.


이번에는 상황이 반대가 되었다. 표도르는 시야가 회복되기 전이라 인지하지 못했던 광경이었지만, 정확히 대비되는 구도였다.


최길우는 멀리서 상대의 자세와 위치를 확인하고 점프를 했다. 그와 동시에 이루어지는 사격은 그의 특기이기도 했다. 때로는, 눈으로 보는 것보다 계산이 더 정확할 때가 있었다. 수치적인 좌표 계산과 각도는 잘 틀어지지 않는다. 눈은 왜곡이 있을 때가 있다.


탕!


표도르가 했던 사격보다 한참은 빨랐다. 그렇다 해도 고작 1초, 소수점 자리의 영점 몇 초의 차이였지만 사람의 반응을 기준으로 한다면 굉장히 빨랐다.


최길우는 확장 탄창을 주로 애용한다. 총의 몸체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좀 더 길게 뻗어나온 탄창을 가진 자동권총. 침착하게 들고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서, 정해진 방향과 자세로 쏘았다.


방아쇠를 당기는 중간, 혹은 완전히 당길 무렵 시야가 어렴풋하게 돌아온다. 순간의 일이었으나 약간의 준비로 타이밍을 잡는 것이 갈리게 된다. 아주 잠시의 틈으로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것이다.


리시버의 총탄은 표도르에게 정확히 맞았다. 그는 등을 돌린 채 무릎을 꿇고 있었고, 그 비스듬한 자리에 나타난 최길우는 세워둔 무릎 근처의 다리를 노렸다. 무릎의 조금 위 허벅지를 맞은 그가 신음을 흘렸다. “윽!”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쓰러졌다.


총에 맞은 다음에도 침착하게 움직이며 반격을 하는 전사의 모습은 보통 영화적 상상력일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겠으나, 그건 극히 드문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일 것이다.


대부분의 현실에서 사람은 한 발의 총알로 불능이 되고 만다.


표도르는 대부분의 경우보다, 조금은 터프한 편이긴 했다.


“이런 망할···.”


러시아 어로 욕설을 지껄이며 그가 바닥에 나뒹굴면서도 뒤를 처다보았다.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도 손에 든 리볼버를 놓치지 않았다. 차가운 대지와 풀, 흙부스러기가 그의 움직임에 걸린다. 그런 걸 느낄 정도로 한가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탕! 하고 뒤로 누운 자세로 그가 리볼버의 방아쇠를 당겼다. 최길우에게 맞지는 않았다. 그가 총구를 겨누려 할 때 쯤 이미 리시버는 도약을 시도하고 있었다. 방아쇠를 당겼을 때는 이미 사라진 뒤다.


최길우는 표도르가 누운 자리, 왼쪽에 선 채로 나타났다. 표도르는 러시아 강도단이 쓰러진 곳 바로 앞에, 오른 손으로는 리볼버를 들고 그대로 땅에 누운 채였다. 표도르의 팔이 움직이기 전에 최길우가 빨랐다.


최길우는 나타나면서 그대로 중력 방향대로 주저 앉으며 몸으로 그를 덮었다. 미리 계산한 상황대로 움직였고, 움직임 중간에 그가 시야를 회복했다. 제대로 표도르의 팔이 있는 곳에 그의 손이 가 있었다.


그대로 최길우는 표도르의 손목을 잡아 돌리지 못하게 했다. 무릎으로 찍듯이 다른 팔과 목을 눌렀다. 무게를 실어 몸을 눌렀고, 힘을 주어서 리볼버를 놓게 만들었다. 표도르 역시 총을 놓으려고 하지는 않았으나 멀쩡한 상태의 리시버의 힘을 당할 수는 없었다.


둘의 체급은 비슷한 편이었고, 근력이나 체력을 수치로 따지자면 최길우가 한참은 앞서는 쪽이었다. 평소에 얼마나 물리적인 단련을 반복하는가의 문제였다. 표도르는 점퍼였지만 특별히 전사나, 전투원은 아니었다.


최길우는 온갖 세계의 험지와 난관 속에서 자신의 팔로 살아남아야 하는 입장이었고. 자의적으로 전쟁터에 들어가는 자와, 타의로 그 삶을 선택하는 자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최길우는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살아남기 위해 준비하는데 사용한다. 그 준비는 대부분, 물리적인 단련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했고.


덜그럭거리는 쇳덩이가 놓여졌다. 리볼버의 얘기였다. 표도르는 무장 해제된 상태로 땅바닥에 뉘여졌다. 허벅다리의 총상은 작은 상처가 아니었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피가 새어나왔다. 총알은 그대로 허벅지의 한 구간을 관통해서 지나갔다. 이대로 두면 죽기까지 한다. 보통 팔다리의 상처로 인한 죽음은 쇼크나 실혈로 인한 경우일 테였다.


최길우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재킷의 겉 주머니에 들어있던 것이다. 재킷의 주머니는 깊어서 격하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잘 떨어지지 않는 구조다. 그 안에서 그가 꺼내든 건 작은 병모양의 스프레이였다.


내부에는 찰랑이는 액체가 들어 있었다. 간편한 도구다. 특히, 점퍼를 구속해야 할 때 이만큼 유용한 녀석이 없었다.


치익-. 하고 작은 향수만한 그것을 표도르의 안면에 잔뜩 분사했다. 물론 향수는 아니었다. 호흡기로 들이마시면 얼마 가지 않아서 기절하게 되는 수면제, 혹은 마취제의 종류였지.


액체를 분사하며 최길우는 고개를 돌리고 숨을 멈추었다. 얼마 걸리지 않아 표도르가 정신을 잃었다. 그는 반응이 없는 그의 몸뚱이를 몇 번 툭툭 건드리고, 그대로 점프를 했다.


목적지는 기지였다. 일단 점퍼를 거기다 놓아두고, 치료를 하던 뭘 하던 하면서 정보를 좀 뽑아내야 했다. 나머지 자들은 일단 다른 곳의 병원으로 간다. 병상이 넉넉한 서구권의 대형 병원 어디라도 좋았다. 그들이 주로 이용하는 단체와 협약 관계인 곳으로 말이다.


일단 죽게 둘 수는 없었다. 거의 간당간당한 지경인 것 같았지만 말이다.


후욱, 하고 최길우가 사라졌다. 그가 손을 얹은 표도르와 함께였다.


민서는 그 동안 구릉의 뒤편에 엎드려 있었다. 총성이 나는 것 까지는 들었으나 상황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다소의 용기를 끌어올려 고개를 빼꼼히 들었을 때는 모든 교전이 끝난 상황이었다. 교전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다. 그의 능력이 심지어 발휘될 것도 없었다.


물론, 점퍼라고 모두 점프를 사용하는 건 아니었다. 인지하기 전에 제압에 성공한다면 보통 그렇게 된다. 노련하며 전투를 많이 겪어 온 점퍼의 경우에는, 총상을 입고도 익숙하게 점프를 실행하지만 표도르의 경우에는 아니었다. 그는 총에 맞은 순간부터 패닉 상태에 빠졌다.


제대로 점프를 할 능력이 없었다. 그가 약간 더 터프했다면 민서의 능력이 실전에서 쓰일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표도르 또한 일반적인 것보단 훨씬 거칠고 고통에 익숙한 사내였지만, 그것만으로 최길우에게 대응하기에는 어려웠다. 점퍼는 점프의 능력을 제외하고, 나머지 것들은 순수하게 그들이 쌓아올려야 하는 부분들이었다. 점퍼는 초인이 아니었고, 조직의 초인처럼 보이는 이들은 극도로 단련된 인간에 불과했다.


민서가 지금부터 훈련을 받는다고 해도 그들처럼 되기는 어려워 보였지만 말이다.


“큼···.”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목을 가다듬으며 신음처럼 소리를 냈다. 칼칼한 목이다. 얼마 전부터 격전 속에서 한 것은 없지만, 그 안에서 견디어 내느라고 고생을 한 몸뚱아리다. 잔뜩 긴장을 했다가 풀어졌다를 반복하며 온 몸이 쑤시는 것도 같았다.


애초에 열차에서 시작된 갑작스러운 상황의 초반이 다짜고짜 계곡 아래로 다이빙을 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줄도 없이.


점퍼라는 특이 능력자들 곁에 있다지만 자기의 몸뚱아리로 하기에는 어려운 결정들이었다.


민서가 목을 가다듬으며 내밀었을 때 본 장면은 이미 리시버가 표도르를 데리고 사라진 후였다. 그만큼 얼마 걸리지 않았다. 만약에 만약을 대비했지만,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버린 임무였다.


물론 민서로서는 조금 더 싱거웠으면 좋겠다, 는 입장이었지만.


민서가 널브러진 채 신음을 흘리고 있을 러시아 장정들의 무리에게로 다가갈까, 하던 차였다. 하늘은 푸르렀다. 시베리아의 하늘은 한국과 마찬가지였다. 비록 기온은 한국의 여름보다 훨씬 차가웠고, 대지 또한 황량한 느낌이 있었지만은.


후욱, 하는 익숙한 위화감과 함께 뒤편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민서는 놀라지 않았다. 이제 놀라기에는 너무나 많이 겪은 구도였기에 그렇다.


“끝났습니다. 일단 기지로 돌아가죠. 먼저 가 계세요.”


턱, 하고 엉거주춤 상체를 세우려던 그의 뒤에서 손을 대는 기척이 있었다. 최길우의 목소리였다. 민서는 차마 뒤를 돌아보고 대답을 하기도 전이었다.


“억, 예. 알겠···”


후욱, 하는 소리. 그대로 사라지는 시야는 기시감을 유발한다. 잠깐의 순간 다음에, 그가 눈을 뜬 곳은 익숙한 기지의 점프 포인트였다.


그가 홍인수와 함께 처음으로 본 기지의 하얀 방, 내부였다.


*


작가의말

치통...


때문에 정신이 없었나 봅니다. 한 편을 빼먹고 올렸네요.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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