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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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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최근연재일 :
2024.06.2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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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30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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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DUMMY

*



홍인수가 1층 홀에 진입하고, 3층까지 마저 진입하기에 걸린 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어느 정도였냐면, 마린 궁의 현관이 파괴되고 1층을 정리할 때까지 2층 인원들이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아래쪽에서 들린 폭음과 교신이 끊어진 것에 2층 인원들이 1층으로 지원을 가는 동안, 그가 3층을 진압했다. 바깥 쪽에서는 순조롭게, 벤즈의 부대가 서서히 밀고 들어오며 마린궁 근처에까지 다가온 상황이었다.


건물 전면에서 이어지는 엄호 사격 때문에 더 다가가기 어려운 것도 있었는데, 내부 인원들이 침묵하고 정문에서 1층까지의 백업이 사라지자 궁 야외의 인원들이 오래 버티기가 어려웠다. 러시아의 특수부대원들이 더 정예였고, 개인화기의 화력이 강했으나 벤즈군의 수가 더 많았다.


내부에서 이어지는 백업과 물자 보급이 끊어지자 금세 무너진다.


그가 모든 상황을 마무리 할 때까지 4, 5분이 넘지 않았다. 4층과 5층 인원들이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에 파악을 위해 내려오려 할 때는, 이미 그는 건물의 옥상에 있었다.



*



햇볕이 따사롭다. 벤즈는 서울보다는 덜했지만 계절의 변화가 그래도 뚜렷한 편이었다. 6월 말, 오후의 햇살이 그의 등을 비춘다.


홍인수는 마린 궁의 옥상에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대통령 집무실의 바로 위, 자리였다.


옆으로는 마린궁의 아름다운 지붕 조형이 보이고, 그는 높게 솟은 그 조형물의 옆에 서 있었다. 손에는 검은 색의 더플백을 든 채다. 가방 안에는 여러가지, 쓸만한 물건들이 많이 들어 있었다. 주로 화약이 담겨져 있고 버튼을 누르면 폭발하는 종류였다.


그도 문화재나 다름 없는 건물의 많은 부분을 부술 생각은 없었다. 어지간하면, 안전하게 가는 것이 좋으니까 필요에 의해 하는 일들일 뿐이다. 작은 구멍 정도만 낼 셈이다.


지붕에 있는 그를 관측하는 건 아마 벤즈 쪽의 군사들일 테였다. 엄호 사격이 약해진 틈을 타 정문으로 밀고 들어오느라 정신이 없을 테지만. 러시아쪽 특수부대원들은 건물 내부에 있거나 밀고 들어오는 전차와 벤즈 군인들을 막아서느라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을 것이었고.


그는 차분하게 움직였다. 이런 상황일수록, 더 침착해져야 한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느냐, 가 언제나 목숨을 가르는 기로였다.


홍인수는 다행히 담이 센 편이었다.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 속에서 몸이 굳어본 적은 없었다. 첫 교전 임무에 투입되었을 때조차 말이다.


그는 더플백에서 비슷하게 생긴 네모난 뭉치들을 꺼냈다. 멀리서 보면 쇳덩이처럼 보이지만, 들어보면 플라스틱 재질이라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다. 내부에는 화약이 들어 있다. 처음에 사람에게 썼을 때 죽지 않을 정도였던 소형보다는 크고, 본격적인 종류이다.


한 손에 하나를 들면 가득 차는 크기이다. 그만한 걸로 두 개를 건물 천장, 돌로 지어진 곳에 떨어뜨렸다. 척, 하고 달라붙는 폭탄은 어딘가에 던져서 보통 건물 외벽을 뚫는 데 사용한다. 지향성을 가지고 폭발하는 종류라서, 깔끔하게 터뜨리는 데도 좋다.


그는 아주 간단하게 폭탄을 부착하고 멀리 떨어졌다. 그를 발견한 이는 아직 없는 것 같았다. 장비 키트에는 여러가지 쓸만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한 전장에서 다 쓰지 못할 정도로. 그는 개중에서 작은 물건을 하나 더 꺼내든다. 둥그렇게 생긴, 소형 기계였다. 바퀴가 달렸고, 주먹만한 크기이다. 태블릿으로 조작하면 그에 따라 움직이는 종류였고, 생긴 것보다 튼튼하며 무엇보다 빨랐다.


가지고 있는 기능은 별 것 없었다. 360도 전방위를 찍어서 영상으로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시각 확장 기계였다.


여유가 있을 때에는 이렇게 보조 기구를 사용하면 일이 매우 쉬워진다. 그는 마린 궁의 지붕에서 폭탄을 설치한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졌다. 한 십여 미터는 벌어졌다. 폭탄의 폭발 방향은 아래 쪽이다. 살짝만 떨어져도 사실 큰 위험은 없었다. 파편이 튀는 걸 조금 조심해야 하는 정도이지.


그는 바퀴달린 기계의 버튼을 눌렀다. 전원이 들어오고 기계에 미약한 불빛이 나타난다. 이 상태가 되면 조작 가능 상태였다. 그는 우선, 폭탄부터 조작을 했다.


처음 부착용 폭탄을 썼을 때처럼 자주 들고 다니는 통신기를 사용했다. 주머니에 넣어둔 통신기는 여전히 폭발물 제어용 모드였다. 그는 꺼내지도 않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버튼을 눌렀다.


달칵, 하고 누르자마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돌벽이 무너지며 일어난 먼지나 잔해 따위가 조금 위로 올라왔다. 부착해둔 검은 박스 형태의 폭탄은 사람 하나가 지나갈 정도의 구멍을 내고 아래로 폭발력을 쏟아냈다. 그 자리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위치였고, 직접적으로 폭발에 휘말린 러시아 요원은 없었다.


홍인수는 그대로 장비 키트에서 넣어 두었던 작은 태블릿 PC를 꺼내들었다. 자리에 무릎 꿇은 상태로 어플을 켜고 조작하자 둥근 기계가 질주를 한다. RC카처럼 빠르게 달리는 그것은 제법 내구성이 튼튼하다. 이런 실내 교전에서, 막 굴려도 될 정도로.


직접적으로 총격이나 적의 타격을 받지만 않으면 기능에는 문제가 없다.


만들어진 구멍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 사이로 작은 카메라를 단 주먹만한 기계가 빠르게 달려 쏙 들어갔다.


연동된 태블릿 PC에서는 이어서, 기계로 받아들이는 내부 영상이 드러났다. 태블릿 화면은 양분되어서 한쪽은 실제 영상을 받아내고 있었고, 한쪽은 영상을 기초로 한 가상의 맵이 만들어져서 보이고 있었다.


색이나, 현장의 상태보다 점퍼에게 당장 있는 적의 좌표가 중요하기에 나타나는 시각 정보다. 기계를 조금 조작해서 복도로 달렸다. 적들은 경황이 없어 기계를 빠르게 포착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집무실에 8명이 있었고, 복도 쪽에 2명이 있다. 건물 전면부의 방문은 닫혀 있었다. 기계가 물리적인 파괴력을 가지진 못했기에 닫힌 곳으로 들어가진 못한다.


홍인수는 순식간에 나타나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한 손에 MP5를 장전해서 들었다. 그리고 곧장 점프했다.


*


애초에,


갑자기 나타난 괴한이 그들의 지휘관을 납치해 갔을 때로부터 그리 긴 시간이 지난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이 확보하고 있던 벤즈의 대통령 부부가 갑자기 사라진 것도 말이다.


지휘 계통에 혼선이 생기고, 연락하던 본부에 보고할 말조차 마땅찮은 거짓말 같은 상황 속에서 부대원들은 침착하게 대처하기 위해 부던히 애를 썼다.


손에 든 인질이 허공으로 사라져버리고 나니, 남은 상황은 적진에 남은 소수의 작전 부대인 그들 뿐이다. 외부로부터 지원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당장에 살아나갈 구멍마저 마땅찮은 상황이었다.


거기다 그들을 이끌 지휘관도 이해 못 할 현상으로 인해 부재중이니, 당장 다음 지휘 계급인 안톤 소로킨 대위는 머리를 부여잡아야 했다. 우선 바깥에서 밀고 들어오는 벤즈와의 교전은 지속해야 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화력 물자가 바닥이 날 때까지.


탄약 보유량이 절반으로 내려가기 전에 퇴각로를 확보해야 했다. 전차는 전부 전면에 세워두었으니, 결국 이를 이동해야 한다. 이미 들어올 때부터 기갑 부대의 호위를 받으면서 그들만이 침투한 상황에서, 걸어서 나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적어도 상대의 눈에 띄지 않는 곳까지 도망친 다음에, 야외에서 공군 부대의 지원을 기다려야 했다.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지휘관도 사라지고, 인질도 사라진 마당에 그들을 위해서 러시아군이 얼마나 필사적으로 구출 작전을 벌일 지는 미지수다.


전체적인 전황 자체는 러시아군의 승세였으나 생각보다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그런 시기에 반전을 위해 나름대로 목숨을 걸고 도박수를 날린 것이었는데, 차라리 실패를 한 것보다 더 허탈한 경우였다. 눈 앞에서 이해하지 못할 무언가가 그들의 성공을 빼앗아 가 버렸다.


소로킨 대위는 교전 상황에 집중하라 말하며, 약 30분 뒤에 1층 홀로 병력들을 모으려 했다. 남아있는 물자들을 퍼붓고, 적국의 중요 문화재인 마린궁에 수류탄을 까고, 시선을 돌린 뒤 전차로 무력 돌파를 하려 했다.


벤즈 군이 밀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정면 대결은 올바른 선택은 아니었지만, 맨몸으로 도망치는 것보다야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였다. 적들이 눈앞에서 역사적 유물이 불에 타는 걸 보며 당황하고 있을 때 양동 작전으로 담장을 부수고 밀고 나간다.


그대로 게이브의 시가지를 뚫고, 그들이 들어왔던 작전 루트를 이용해서 시내를 벗어난다. 전차에 적재된 연료나 물자들은 나름대로 풍족했다. 그들이 마음 먹고 게릴라전을 벌인다면 이 근방을 떠돌면서 벤즈 군을 한참이나 괴롭혀 줄 수도 있었다. 물론, 그는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임무 상의 목적이 유실된 상황에서 빠른 귀환만이 그가 원하고 있는 목적이었지.


적군의 중심부에서 보급도 없는 채 의미 없는 유격전을 벌이는 건 할 짓이 아니었다.


“당장 물자 모아서 대기한다. 13분에 엄호조 빼고 5층 출발, 1층 홀에서 교전하다 23분에 정문으로 출발한다. 나와 데이브 조가 나가서 좌측, 세르게이 조가 우측으로 빠진다.”


안톤이 빠른 어투로 지시를 했다. 부대원들은 지시 사항이 있을 때 이행까지 텀이 없었다. 곧바로 주위에 흩어져 있던 장비, 탄약, 폭발물들 따위가 수납 상자에 정리되어 모인다.


그리고 13분까지 10분이 남은 상황이었다.


쾅! 하는 폭음이 집무실 천장으로부터 들려왔다. 안톤은 한 번 더 일어나는 일에 신경질적으로 시야를 돌렸다. 이번에는 또 뭔가.


깔끔한 폭발이었다. 석재 외벽에 그대로 구멍이 나서 지붕 위 바깥과 이어졌다. 딱 사람 하나 둘 정도가 들어올만한 크기이다.


안톤이 수신호로 방향을 겨누자 근처 부대원들이 곧바로 사격 태세를 취했다. 구멍으로부터 무언가 들어오리라는 생각에 취한 경계였다. 연계되는 수신호는 양 옆 부관들만 인지해도 소대 전체로 이어진다.


폭발 직후에 모든 총구가 천장을 향한다. 긴장감이 어린 1, 2초 정도가 지난다.


윙, 하는 바퀴 달린 것의 소리가 나는 듯했다.


곧바로 쏘지는 않았다. 미약한 소리였고, 작고 빠른 그것은 눈에 제대로 잡히지도 않았다. 자욱한 연기 사이로 무언가가 들어왔다고, 만 느껴졌다. 수류탄 종류는 아닌 듯하다. 다만 경계하며 조금 물러섰다.


여전히 부대원들의 총구는 천장을 향한다. 몇 초가 지나지 않아서, 홍인수가 난입한다.


후욱 하는 소리는 안톤 정도만이 들은 듯했다. 전장터에서 감지하기에는 지나치게 작은 기척이었다. 점프에 대해 익숙한 이들만이 느끼곤 하는 전조 현상이다.


안톤은 짧은 순간에 점프 에너지JE를 얼핏 느끼게 될 정도로 예민한 사내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인지는 했지만 대처할 수단은 마땅치 않았다. 안톤은 누군가 자신의 목을 느닷없이 휘감는 걸 느꼈다.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누군가 자신의 등 뒤로 다가올 상황이 아니었다. 자신의 갈고 닦인 감각이 혼란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면, 눈 앞의 팔뚝은 갑자기 나타난 물건이다.


어느 사내의 팔뚝은 제법 근육이 붙은 것이었다. 안톤은 채 반항하기도 전에 목이 조여들어감을 느꼈다. 옆에 선 부관들이 이상함을 느끼고 총구를 안톤의 뒤쪽으로 총구를 바꿔 겨누었다.


부관들이 상황을 인식하고 몸을 돌릴 때 홍인수는 이미 단총의 방향을 안톤의 다리에 두고 있었다. 탕! 하고 한 발이 나간다. “끄으읍!”억눌린 신음 소리가 난다. 홍인수는 그대로 다른 쪽 다리와 팔을 순서대로 쏘았다.


방탄 방호구로 보호받지 않는 지점들이었다. 머리나 몸통은 몇 발을 맞춰야 관통이 될 지 알 수 없었다.


부관들이 안톤이 사선에 걸려 함부로 총을 쏘지 못한다. 홍인수는 그대로 붙잡은 사내를 내세우며 뒤로 조금 물러섰다. 전체적으로 원형을 그리고 서 있던 이들 사이에서 홀로 뒤로 빠지는 모양새였다.


총성이 들린 시점부터 모든 이들이 홍인수를 노리고 있다. 홍인수는 곧장 점프를 시행했다. 안톤은 두고서, 홀로 이동한다.


눈 안에 모든 이들의 위치가 들어온 순간 일은 거의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집무실 내부 8명, 복도 쪽에 2명. 반대편 방에 누군가 있을 지는 알 수 없었다. 복도 쪽에 있던 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홍인수는 원형 대형에서 안톤과 마주보고 있던 자리의 대원의 뒤를 파고들었다. 그는 망설임없이 총을 쏘았다. 탕! 하고 허벅다리 정도를 갈겨 주는 건 손쉬운 제압 방법이었다. 전투가 끝난 후에 후유증으로 고생할 지는 모르겠으나. 죽는 것보다는 나은 일이다.


그대로 옆에 있을 이에게 기관단총을 한 손으로 뻗어 사격을 했다. 투다다! 몇 발인가 갈겨 주고, 뒤로 빠지면서 약간의 시간을 번다. 대원들은 패닉 상태에 가까웠다. 눈 앞에서 자꾸만 사라지는 적 같은 걸 상정하고 싸우지는 않는다. 점퍼는 자연재해나 마찬가지였다. 대응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말이다.


홍인수가 시야로 조금 조정된 이들의 위치를 훑고 곧바로 다시 이동했다. 다시 다른 이의 뒤였다. 들 자세는 같다. 팔뚝으로 목을 조르면서 총으로 팔다리를 손쉽게 사격했다. 놀라울 정도로 간단한 일이었다.


다른 이들의 위치에서 사각이 될만한 곳만 골라서 이동하고 있었다. 대원들은 늑대 앞에 양처럼 얌전히 한 명씩 잡아먹히고 있었다. 안톤이 비명을 질러야 할 상황에서 간신히 지휘를 내렸다.


“다음에 나타나자마자 그냥 쏴라!”


그 말을 듣고 홍인수는 안톤의 옆에 서 있던 부관의 뒤에 나타난다. 그는 도약과 동시에 상대의 왼쪽 허벅지를 쏘았다. 그리고 총을 옆으로 뻗어서 안톤에게 갈겼다. 투두두! 하고 날아가는 총알이 엎드린 안톤의 다리 께에 맞았다. 끄윽! 그가 비명을 지른다. 총알은 참는다고 참아지는 고통은 아니었다. 실신하지 않은 것만 하더라도 그가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라는 뜻이었다.


다른 대원들이 곧바로 사격을 하지는 못했다. 동료를 향한 무차별 사격은 상당히 거부감이 드는 일이다. 그 사이에 홍인수는 다시 이동한다.


여덞 명 중 네 명이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고 사지를 잃었다.


홍인수는 감각적으로 움직였다. 시야는 잠깐의 텀이 있지만 그 외 촉각 따위는 바로 돌아온다. 그는 기계적으로 손에 걸리는 것을 움켜잡았고, 총구를 상대의 다리에 들이밀며 총을 쏘았다. 그는 멈춤 없이 반복했다. 순간이동은 그야말로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었고, 한 호흡의 반보다 짧았다. 그리고 나타나서 총알을 몇 발인가 갈겨주는 데 1초가 걸리지 않았고.


그들은 초능력자를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점퍼는 초능력자였고.


완전히 경계 태세에 있는 밀실 내의 특수부대원을 상대하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홍인수는 안전하게 적군을 방패막이로 삼으면서 한 명씩 처리했다. 단순한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그는 그렇게 나머지 적들도 처리했다. 두 명인가 남았을 때, 둘 중 하나의 목덜미를 조를 때 둘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악!”


항거할 수 없는 괴물에게 대항하는 것과 비슷한 소리였다. 홍인수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다리를 쏘아 맞추었다. 그리고 무너지는 품 안의 적을 일으켜 세우면서 MP5를 앞으로 겨누었다. 복도 쪽에서 들어온 이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처리한 지 오래였다. 서로가 인질이 되어서 과도한 화력을 소모하지는 못하는 이들이었다.


그는 이번에는 앞에서 상대의 팔다리를 맞추었다. 상대가 팀원 너머의 홍인수를 겨누며 사격한다. 투두두! 몇 발인가 쏘았고, 대부분은 허공으로 날아갔고 한 발이 홍인수가 쓰고 있는 헬멧에 맞아 빗겨나갔다.


홍인수가 쏜 탄환이 상대의 사지를 관통했고, 집무실 상황이 종료되었다. 그는 간단하게 반대쪽 방으로, 점프를 사용해 넘어갔다. 보통 시야의 사각이 될 만한 천장 부근으로.


후욱, 하고 사라졌다가 건물 전면 부의 창문으로 통하는 방에 나타난다. 엄호 사격을 하고 있는 한 명이 있었다. 그는 공중에서 시야를 회복하자마자 총을 쏘았다. 그가 바닥에 닿기 전에 투두두! 하고 총알을 쏟아냈고, 갑작스럽게 옆에서 시작된 사격에 엄호하던 병사가 쓰러진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바닥에 내려 앉았다. 가벼운 몸놀림이었다.


홍인수는 방의 구석에서 창의 바깥을 슬쩍 바라보았다. 순조롭게 벤즈 군인들이 진압을 하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방에서 나가 안쪽 방으로 들어가며 주변을 살폈다. 죽은 이는 없었다. 심각한 부상을 입고 신음하고 있는 병사들은 있었지만.


여기저기, 팔다리가 다행히 날아간 인원은 없었다. 관통상 따위로 피를 흘리고 있을 뿐이다. 홍인수는 난장판이 되어버린 마린 궁의 집무실을 둘러본다. 러시아 군인들이 모아놓은 전쟁 물자들이 보였다. 탄약 상자나, 화기류였다. 보급용 식량 따위도 보인다. 그는 그것들을 되는대로, 대강 들 수 있는 만큼 손에 쥐고 슬쩍 들어 올렸다. 한 번에 여러 개를, 쥘 수 있는 만큼.


가져다 두면 어딘가에 쓸 데가 있다, 는 생각으로 챙길 요량이었다. 그는 그렇게 집무실에서 이탈했다.


몇 번인가 더 오가면서, 그가 남겨둔 장비 따위를 챙겨서 기지로 귀환했다.


*


이후 벤즈-러시아 전쟁은 러시아 쪽의 후퇴로 마무리 지어졌다.


러시아는 나라의 크기에 비해 동원할 수 있는 전쟁 인원에 한계가 있었다. 전쟁을 대대적으로 장기간 소화할 수 있을만큼 체력이 좋은 나라도 아니었고. 단기간에 상대적으로 압도적인 병력을 사용해 벤즈를 한 번에 무력화시켰어야 했는데, 생각보다 중앙아시아 부근에서 터전을 잡고 다져 온 벤즈의 저력이 만만치 않았다.


혹은, 명분 없는 침략 전쟁에 대한 분노일지도 몰랐다. 벤즈의 국민들, 군인들은 도망가지 않았고, 특히 젊은 대통령이 맞서 싸우면서 기세를 더했다. 러시아군은 지지부진한 침공을 반복하다가, 결국 스스로의 체력 소모로 물러서게 되었다.


세계적 정세 속에서 자신들의 활로를 찾기 위해서 벌인 전쟁이었으나, 소득 없이 지나치게 장기화 된다면 도리어 안하느니만 못한 일이 되고 만다. 불필요한 국력의 소모는 나라의 수명을 더 깎아 먹을 뿐이었다. 가뜩이나 잘못된 선택으로 세계 정세에서 고립되기 쉬운 위치에 있는 러시아였다.


진정으로 삶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다른 나라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공생하는 수 밖에 없었다. 죽어가는 사상을 붙들고 고립된 채 독재를 해보았자 격변하는 정세 속에서 섬처럼 굴 뿐이었다. 아무리 큰 땅덩이를 가지고 있어도 폐쇄되어 있다면 감옥이나 다름 없다. 러시아의 경제와 사회,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흐름들은 앞으로의 시대를 바라보고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벤즈에 대한 침략 전쟁은 러시아군의 실패였다. 병력대비 사상자가 더 많았고, 현대전에 경험이 없는 민간인들까지 동원을 해서 부랴부랴 급조한 군대들은 독기가 오른 벤즈 군에 의해 많은 수가 초기에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의 독재 정권은 아이러니하게도, 머리가 하나라 실패를 거듭한다. 주변의 지지와 이해를 받으며 카리스마를 발휘한다면 일원화된 수뇌부는 강력한 힘을 내지만, 공동체를 배려하지 않는 마구잡이식 폭주는 결국 크나큰 실패로 귀결될 뿐이다.


점퍼에 의해 독일로 옮겨졌던 레벤스키 대통령 내외는 그 자리에서 모인 유럽의 인사들과 훌륭한 의사의 타결을 해냈다. 유럽으로서도 러시아 쪽의 침략은 부담스러운 일이었고, 벤즈가 앞장 서서 그 방패막 역할을 해준다면 원호를 해줄만한 일이었다.


벤즈가 어느 정도의 이익을 그들 연합에 가져오느냐, 가 유럽 연합의 주요 관심사였다. 레벤스키 대통령은 간절하게 호소했고, 전쟁 이후의 복구와 국가적 사업에 대해서 유럽 자본의 투자를 요청했다.


다양한 이익의 계산과 함께 벤즈는 EU의 가입국의 대우를 우선적으로 받게 되었고, 서방 세력의 원군과 함께 레벤스키가 게이브에 돌아온다.


벤즈 국내에 머물던 군대와 원군의 지원에 힘입어서 러시아 군대가 패퇴되었고, 벤즈-러시아 침략 전쟁은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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