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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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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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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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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40.

DUMMY

*


홍인수는 멀리 마린궁이 보이는, 게이브의 시내 한 골목에 나타났다. 그가 처음 벤즈에 모습을 드러낸 자리였다. 그는 이곳 골목에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현장용 장비 키트를 내려 두었다.


잘 보이지 않는 그늘에 숨겨둔 더플백이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는 거리라서 움직이는 것 없이 한가롭다. 다만 조금만 고개를 들면 긴박하게 움직이는 마린 궁 내외의 군인들이 있다. 멀리서 들려오는 교전의 총성이 시끄럽게 울린다.


홍인수는 허리를 숙여 그것을 슬쩍 집어들었다. 제법 묵직한 무게다. 다양한 장비들이 들어 있었고, 소재는 화약과 철이다. 가벼운 합금으로 만들어진 물건도 있었으나 무게는 꽤 나가는 편이다.


그는 지퍼를 열어 몇 개인가를 꺼내 들었다. 꺼내든 것은, 부착용의 소형 폭탄들이었다. 한 손아귀에 두세 개씩을 집을 수 있을 만큼 소형이었다. 네모난 플라스틱 박스나, 조각들로도 보인다. 정확히 한 쪽 면에 접착부가 있었고, 무게 중심이 쏠려 있어서 적당히 던지면 대강 붙는다.


직접 다가가서 붙인 뒤, 나중에 기폭해도 문제는 없다. 검은색의, 작은 물건이라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전장 중에 찾기도 어려워 보인다.


홍인수는 그것들을 몇 움큼이나 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간단한 발신 장치로 터지는 물건들이다. 반대로 신호를 보내기 전에는 잘 터지지 않는 내구성을 지녔다.


발신 장치는 그가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통신기와 연동이 되어 있었다. 기지 내에서 연락을 받을 때도 사용하고는 하는 물건. 여러 모드가 있었는데, 전장에서 쓸 때는 소형 폭탄 따위의 기폭 장치로 써먹곤 한다.


그는 일단 한 번 도약을 했다.


그늘에서 그의 신형이 사라졌고, 그는 눈 한 번 깜박일 정도 사이에 마린 궁에 한껏 다가간 장소에 서 있었다. 교전 지역이 비교적 한눈에 보이는 근처 건물의 옥상이었다. 이 정도만 되어도 사실 도탄이나 오인 사격에 대한 위험이 있었다.


두다다다다! 하고 시끄럽게 내부 화약이 납탄을 발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두 정도 아니고 십 수정이 동시에 불꽃을 뿜는다. 아까는 제법 멀리서 들렸던 총격전이 훨씬 현실감을 더한다. 귀가 따갑다.


헬멧은 방음 효과에는 그다지 충실한 모델이 아니었다. 소음이 싫다면 따로 귀마개를 준비하는 편이 좋다. 홍인수는 별로 신경 쓰는 편은 아니었지만.


대충 멀리서 각을 딴다. 점퍼로서 능력을 최고조로 발휘하는 순간에는, 시각적인 정보를 받아들이는 기능이 많이 향상된다. 공간 지각 능력이 다소 향상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JE에 접하고 자주 사용할수록.


그리고 점퍼들이 사용하는 도약은, JE로 이루어진 가상의 연산장치가 돕는 것과도 비슷하다. 홍인수는 모든 각도에서 시설을 볼 수는 없었지만 대강의 구조도를 머릿속에 넣으며 좌표를 구했다. 정확히는 그냥 알게 되는 것에 더 가깝다.


확실한 백업팀이나 훌륭한 규모의 시설 장비가 있다면 굳이 이럴 필요 없이, 현장 정보를 3D 데이터로 홍인수에게 바로바로 전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지 못할 때라도, 늘 방법은 있다는 것이었다.


대강의 상황은 파악했다. 아직도 벤즈의 부대는 마린 궁 건물 내부로 진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러시아군이 가져온 장비들의 화력이 제법 막강했다. 뒤를 신경 쓰지 않고 탄약을 소비하면서 공성전을 벌이는 모양이었다.


아마 레벤스키 대통령 내외를 인질로 잡고 있었으니, 거칠 게 없었을 것이다. 만약의 경우에는 인질의 신변을 위협하면서 탈출할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다른 지원을 약속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러시아 특수 부대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벤즈의 대통령 내외는 무사히, 독일의 대통령 관저로 옮겨졌고 이제 유럽의 수장들과 이야기를 하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테였다.


홍인수가 해줄 수 있는 건 이제 이 상황의 마무리 정도였다. 전장 전체를 옮겨 다니면서 전쟁의 향방을 결정 짓는 것은 못할 짓이었다. 그 역시 인간이었고, 한계가 있었으니. 그러나 특수한 능력들을 개발한 사람이었고, 그것들을 함께 발휘한다면 이 장소 정도는 정리가 가능하다.


마린궁은 외곽을 둘러싼 담장을 넘으면 건물 가운데 광장같은 공간이 있고, 돌입하기에 그다지 어려운 곳은 아니었다. 다만 러시아의 특수 부대가 작정을 했는지, 끌고 온 전차 따위로 바리케이트를 쳐놓고 화력을 쏟아부으며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어지간한 소총탄으로 전차의 장갑을 뚫을 수는 없었다. 결국 대규모의 화력이 필요하나 그것을 가져오면 국가의 역사적인 건축물이 붕괴한다. 그것을 넘어서 내부에 대통령 부부가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었다.


결국 상대의 보급이 끊길 때까지 지루한 소모전을 반복해서, 말려 죽이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었다.


벤즈의 부대들 역시 장갑차 따위를 끌고 오거나, 도시의 시설 자재들을 쌓아두고 바리케이트를 쳐놓고, 거리를 둔 채 총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러시아 쪽 군사들의 반격이 잠잠해지면 돌입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우회해서 건물의 후면 창문을 통해서 돌입을 하려 해도, 내부에 있는 특수부대원들의 경계가 만만치 않은듯했다.


마린 궁은 전면에서 관측하면 길다란 직사각형 모양이 좌우로 퍼져 있고, 가운데엔 곡선이 아름답게 만들어진 조형물이 장식미를 더하고 있는 모양이다. 전체적으로 청록빛의 색깔을 띄고 있었고, 높이는 한 5층 정도 되어 보이는 건물이다. ㄷ자 모양의 들어간 부분이 정면을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딱히 총격전을 상상하지 않았을 그런 건물에서 소총이나 기관단총 따위를 갈겨대고 있으니, 건물의 외장재나 창문 따위는 이미 박살이 나고 있었다. 수리가 가능한 수준의 상처였지만 방아쇠를 누르면서도 마음이 쓰린 건 어쩔 수 없었다. 벤즈 쪽의 부대원들은 말이다.


홍인수는 일단 그 점을 해결해주기로 했다. 핀포인트로 바리케이트를 넘어서 소규모 폭발을 일으키는 건 현재 벤즈쪽 부대 상황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다만 그라면 가능했다.


러시아 군이 대동한 전차는 꽤 규모가 있었다. 마린 궁 건물 현관을 틀어막고 있는 한 대, 조금 앞으로 나와서 광장에 자리를 잡고, 부채꼴의 변처럼 바리케이트를 만들고 있는 두 대. 그리고 정문과 ㅅ자로 대어진 전차 사이에 정차된 한 대.


광장 중앙부를 지나는 선 위에 네 대가 있었고 건물의 우측 좌측에도 한 대씩이 정차되어 있어서 그쪽에서도 사격이 날아든다. 또한 건물 내부의 창문 여러 곳에서도 엄호 사격이 이어지고 있었다.


벤즈 쪽도 부랴부랴 만들어낸 바리케이트로 대응 사격을 하고는 있지만 마땅한 진척을 내지 못하는 상황. 전차를 이용해서 광장 내부로는 들어갔지만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우선 홍인수는 정문에 폭발을 일으키기로 했다.


그는 가볍게 공간 도약의 시행과 취소로 사각지대의 정확한 모습을 더듬었다. 점퍼에 대한 경험이 없는 부대원들은 난전 중에서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수준의 존재감을 가진다. JE는. 그것을 몇 차례 반복한 그가 도약했다.


후욱, 하고 그가 마린 궁의 전경이 보이는 어느 옥상에서 사라졌다. 그의 손과 주머니에는 네모난 소형 폭탄들이 잔뜩 쥐어져 있다.


다음 순간 홍인수는 정면을 바라보고, 뒤로는 마린 궁의 목제 현관을 둔 채 사격에 열중하고 있는 러시아 병사들의 사이로 이동했다. 마린 궁의 목재 정문에 딱 기대어서 나타난 그를 순간에 알아채는 이는 아주 적었다. 총성이 울리고 납탄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홍인수는 나름대로 전신 무장을 갖추었기에, 눈먼 총알에 죽을 일까지는 걱정하지 않았다. 죽을 만큼 아플 일은 있을 수 있겠지만.


도약지의 모양을 머리로 상상하면서 나타난 그는 눈이 회복되기도 전에 손을 뻗어 움직였다.


손에 들린 네모난 폭탄들을 휙휙 던지자, 목재 문에 곧바로 접착이 되었다. 여기저기 아무 데나 잘 붙는 녀석들이었다. 건물의 외벽을 무너뜨리고 진입할 때도 곧잘 사용 한다.


그리고 다시 반 회전 해서 병사들을 바라본다. 그때 즈음에는 이미 시야가 회복하고 있었다. 홍인수는 이미 알고 있던 위치를, 눈으로 재확인하며 폭탄을 던졌다.


가볍게 팔 힘만으로 날리는 폭탄이었으나 괜찮은 명중률로 제법 빠르게 날아갔다. 약간의 노력만으로 가능한 일이다. 전쟁 중에, 총알 속에서, 폭탄으로 한다는 사실들만 뺀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도의 운동이었다.


그가 가져온 폭탄은 15개였다. 정문에 네 개를 붙였다. 사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차고 넘친다.


그가 시야로 재확인 했을 때 정문과 전차 사이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러시아 군인은 다섯 명이었다. 그는 사이좋게 그것을 러시아 군인의 방탄 재킷의 등판에 하나 붙였다. 아마, 죽지는 않을 것이다. 등에 화상 정도는 입겠지. 풀페이스 헬멧을 끼고 있으니 폭약의 반동으로 어디에 머리 박고 죽지도 않을 테고.


여러 개가 모였을 때 위력을 발휘하지 하나만으로는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는 폭탄이었다.


그는 사이좋게 다섯 명의 등판에 하나씩 날려서 폭탄을 부착했다. 턱, 하고 무언가가 날아와 닿는 느낌은 다소 이질적인 것이었다. 전면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문득 생각한다면 느껴볼 수 있는 감각이다.


한 명이 교전 중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전쟁터에 양복과 바람막이 재킷을 입고, 헬멧을 뒤집어쓴 괴인이 손을 벌리는 걸 발견했다. 홍인수는 나머지 폭탄을 포물선을 그리듯 위로 뿌렸다. 장갑차의 외벽, 전면부에 전부 붙인다. 이 정도쯤 모이면 다소 극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상황을 인지하기 어려워하다 병사가 총구를 돌렸을 때, 홍인수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홍인수는 다시 마린 궁의 전면부가 보이는 옥상에 서 있었다. 그는 바지춤에서 통신기를 끄집어 내서 망설임 없이 모드를 설정하고 버튼을 눌렀다. 평소에 연락을 위한 모드가 있었고, 교전 중에 폭약 조작을 위한 모드가 있었다. 모드만 조작하면 발동은 아주 간단하다. 버튼 하나만 꾹 누르면 될 정도로.


콰-앙! 하고 여러 개의 폭탄이 한꺼번에 굉음을 발휘했다. 하나하나만을 따지면 그다지 크지 않은 위력과 소리지만, 한 번에 터지게 되면 전장에서도 눈에 띄는 효과를 보여주는 녀석이다.


일단 마린 궁의 현관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고풍스럽고 두꺼운 목재 현관이 통째로 날아갔다. 궁 내부로 들어간 그것이 아작이 나면서 1층의 홀을 어지럽혔다. 근처에 있던 병사 하나는 큼지막하나 파편에 맞아 바닥에 엎어졌다.


폭약의 충격은 외부로도 다소 뻗어 나갔다. 완전 무장을 한 병사들에게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 등짝에 붙어 있는 폭탄이 같이 터졌기에, 동시에 무력화되었을 뿐이다.


병사들은 폭발과 동시에 앞이나 뒤로 날아갔다.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힘을 얻어 날아가 장갑차 외벽에 박거나 바닥에 쓰러졌다.


중무장으로 껴입은 방탄 플레이트나 풀페이스 헬멧이 그들을 보호했다. 죽지는 않았지만, 강렬한 충격에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당장 움직이거나 교전을 할 상태는 되지 못한다.


장갑차에 붙어 있던 폭약들은 다소 드라마틱한 장면을 보여주었다. 일곱 개가 한 번에 터지자 굉음과 화약이 뻗는 것이 멀리서도 보였다. 장갑차의 전면부에 극적인 상처가 났다. 완전히 뚫리지는 않았으나, 소총으로 집중 사격을 퍼부으면 금세 뚫릴 만큼 너덜너덜해진 모습이다.


다소 큰 녀석으로 여러 개를 쏟으면 전차들을 다운시킬 때 아주 좋은 물건이었다. 가까이 붙는 게 어렵다는 면에서 난점이었지만, 전장에 익숙한 점퍼가 사용한다면 순식간에 모든 전차를 전장에서 침묵하게 만드는 물건이었다.


콰앙- 하는 화약의 폭음과 함께 벤즈의 병사들은 잠시 당황했다. 그들에게 유리한 상황의 변화였지만 그 과정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탓이다. 다만, 러시아 쪽의 병사들보다는 덜 놀랐다. 어찌 되었든 변고가 생긴 것에 희망을 품으며 그들이 사격을 더 쏟아부었다. 러시아 군은 무전으로 상황 보고를 하고 이해를 하기 위해 애를 썼다.


다른 쪽에서 소리를 쳐보았지만 정문에 있던 다섯 명은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홍인수는 곧바로 다시 움직였다.


어차피 내부를 정리하면 외부에 나와 있는 몇 명은 금세 탄을 소비하고 제압되게 마련이었다. 그는 벤즈의 군인들이 잘 상대를 해줄 거라 생각하고 궁 내부로 진입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복잡한 건물의 내부 사정을 체크 하는 건 조금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그는 건물 옥상의 사각에 몸을 가린 채 다소 복잡하게 점프를 시도하고 취소했다.


그가 머릿속에 넣어 둔 마린 궁의 내부 지도가 있었다. 그것과 대조하며 점프를 이용해 내부에 움직이는 이들을 확인했다. 당장 현관으로 들어가 홀에는 몇 명이 없는 듯하다. 장소 전체를 탐사할 필요는 없었다. 한두 방 정도에 뚫릴 방탄복도 아니었고, 한 번에 눈에 담는 것이 훨씬 빠르기도 하다. 대략적인 측정과 추리 끝에 그가 한 번 도약한다. 손에는 폭탄을 쓰느라 잠시 자리에 내려놓았던 기관단총을 다시 들었다. 장전을 마친 상태다.


후욱, 하고 그가 사라졌고,

마린 궁 1층 홀에 나타났다.


그는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층계의 그늘 사이로 이동했다. 위로는 샹들리에가 달려 있었고, 양옆으로 복도가 이어지는 구조이다. 양옆 끝으로 가서 작은 계단을 이용하거나 중앙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이동한다.


홍인수는 시야를 회복하자마자 빙글 몸을 돌려 홀에 진입했다. 상대 병력은 현관에서 일어난 폭발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갑자기 쓰러진 동료들을 살피기 위해 다가가는 이들도 있었고, 경계에 힘을 쓰는 병력도 있다. 대부분 맥락이 없는 공격과 폭발에 다음 상황을 가늠하지 못하는 상태다.


주광 빛의 아름다운 조명이 실내를 밝히고 있다. 밖에서 들어오는 햇살 때문에 흐리지만 건물 내부는 나름의 분위기를 가진다. 거친 전쟁 꾼들이 있기에는 썩 어울리지 않는 장소였다.


홍인수는 홀 내부를 살폈다. 11명. 러시아군 병력은 1개 중대라도 참여한 것인지 제법 인원이 많았다. 그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확인한 병력도 십 수 명은 되었다. 층마다 그 정도의 인원들이 사주 경계를 하고 있다면 깨나 피곤한 작업이다.


어쨌건, 거리를 넘어서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간단한 도구가 있기에 해볼 만한 일이기는 하다. 보통은 죽지만, 무장 위를 때리면 쓸데없는 사상자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 이상은 그도 봐주기가 힘들었고.


따다다다당!


홍인수가 난데없이 기관단총을 갈겼다. MP5다. 그가 자주 써서 손에 익은 물건이었다. 확장 탄창으로 일반적인 경우보다 조금 더 길게 연사를 날린다.


연사였지만 조준된 발사이기도 했다. 한 십여 발 정도씩, 상대의 모습을 확인하고 방향을 바꾸어 골고루 갈긴다. 현관문 근처에 셋. 우측 창문에서 사격 중인 둘. 좌측 창문에서 경계중인 둘. 홀 가운데서 상황 파악하고 연락 담당인 듯 무전기를 들고 있는 하나. 그 조금 옆에서 병사들에게 손짓하는 소대장처럼 보이는 인물 하나. 그리고 마침 몸을 돌려 계단 쪽으로 손을 놓고 다가오던 둘.


먼저 다가오던 인원들에게 십여 발을 선사해줬다. 그다음은 연락 담당과 소대장. 그들이 넘어지고 현관 쪽을 쏘다가 홍인수가 다시 사라졌다.


그는 순식간에 홀 좌측 내벽에 붙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점퍼의 장점이자, 상대자들에게 단점은 이것이었다. 교전에 익숙한 점퍼는 조준을 하기조차 어렵다. 인간의 반응 속도의 한계를 확인하듯 위치를 바꾸었고, 그 사이에 맥락이 전혀 없었다. 진열을 갖추고 내부 전체를 시야에 둔 뒤, 화망이라도 구축해서 쏴야 상대할 만했다. 제각기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가 당하면 답도 없는 일이다.


그는 좌측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겨누어서, 현관 쪽에 셋을 마저 마무리했다. 그리고 근처에서 보이는 좌측의 둘을 마무리하고, 우측 방향에서 총을 쏘던 이들이 그에게 총구를 돌릴 때쯤 다시 사라진다.


후욱, 하는 전조음은 그들에게는 들리지도 않는다. 노련한 점퍼, JE에 지나치게 익숙해지고 예민해진 감각을 가진 이들만이 전쟁터에서 느낄 법하다. 홍인수는 샹들리에의 위에 모습을 나타냈다. 강철 따위의 소재로 만들어진 건지, 샹들리에를 지탱하는 줄은 제법 튼튼하다. 홍인수는 그 위에 자연스레 보지도 않고 줄을 잡은 채 무릎을 꿇었고, 앉아 쏴 자세로 우측 창문에 붙어 있던 둘에게 마저 총알을 퍼부었다.


적당히 쏴도, 팔다리가 아니면 치명상은 아닐 테였다. 행동 불능 정도는 잠시 오겠지.


교전에서 완전히 탈락되기를 원했기에 차분하게 갈겨 주었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특수 부대원들도, 총에 맞는 건 여전히 두렵다. 그걸 이겨내며 침착하게 훈련 받은 동작들을 수행할 뿐이었지.


이런 경우에는 대항할 방법조차 마땅찮다.


차분한 사격으로 홀 인원들을 정리한 그는, 샹들리에 위에 앉은 채로 탄을 갈았다. 삐걱대며 조금 흔들린다. 그 위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양손을 이용해서 금세 탄창을 빼고, 다시 끼운다. 양복 안쪽 주머니에는 온통 탄창 뿐이다.


드륵, 철컥하며 순식간에 재장전을 마치고 다시 움직인다. 발걸음은 아니었고, 도약으로 인한 것이다. 그는 3층만 정리하고 바로 집무실로 돌입할 생각이었다. 전체를 제압하지 않아도, 적 부대의 연계만 끊어 놓으면 바깥에서 압박하는 벤즈 부대들이 안정적으로 처리를 할 테였다. 그 정도도 못한다면 특수 부대가 아닐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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