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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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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최근연재일 :
2024.06.21 01:24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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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08,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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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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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9.

DUMMY

점퍼 조직은 세계 각국의 지휘부와 연결이 되어 있었다. 지휘부라 함은, 정치적, 혹은 행정적 수뇌부를 뜻했고


그것은 국제 정거장 내부의 소식을 확인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음을 의미했다.


점퍼 조직의 본부로부터 전해 들은 소식에 의하면, 일단 우주 국제 정거장에서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내부 카메라나 승무원들로부터도 특이 사항의 발견은 없었다. 물론 정거장 내부에 밀실이 없는 건 아니었고, 순간의 시간이 있다면 점퍼는 어떤 공간도 지나칠 수 있었지만 최소한의 흔적이 남은 일은 없었다.


메리나 야가미는 확률이 높은 추론을 했다. 마지막까지 샤오 첸을 쫓았던 메리는 그의 상태에 대한 가장 정확한 관찰자였다.


이곳저곳에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추적전을 벌이는 와중에 우주 정거장으로 점프를 시도했다면 아마 열에 일고 여덟은 실패했을 테였다. 그가 나름대로 도약이라는 능력에 일가견이 있는 점퍼라고 해도 그렇다.


리시버나, 소드 마스터나 가능할 법한 묘기였다. 일반적으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대개의 점퍼는 조직에 속한 이들보다 능력에 대한 이해도나 활용도가 낮았다.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이들과 모여서, 정보를 공유하고 수없는 실전을 거치는 일은 분명히 미지의 능력을 개발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가는 일에 지도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 수준의 차이와도 같았다.


정확한 방법과 개발의 방향을 이해하고 훈련을 하는 것과 정해진 길의 존재조차 모르는 것. 그건 일종의 기술이나 문화가 꽃피운 중심지에 있는 이들과 변방에 속하는 이들의 격차같은 것이었다.


외부에서 활동을 하던 점퍼였던 샤오로서는, 특별한 형질이나 천재적인 자질을 타고난 게 아니라면 아마 그게 그의 마지막이었을 확률이 높았다.


우주 공간에서 도망자의 마지막을 확인하는 건, 이미 망망대해에 휩쓸린 사람을 찾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일시적으로 일본에서의 호위를 마무리했다.


점퍼의 위협이 사라진다면, 다음은 다른 특기를 가진 이들이 활동을 할 차례였다. 일본 내에서 움직이는 각종 조직이라면 결국 일본의 치안력이 추적을 하는게 가장 빨랐다.


전국적인 경찰 조직이 해당 사건에 연루 되었던 단체들을 검거하고 흔적을 쫓았다. 위치나 근거지가 확실하다면 일망타진은 일방적인 화력이 있다면 손쉬운 일이다.


검거나 제압, 초토화 작전에는 점퍼 조직 또한 손을 거들었다. 홍인수는 오랜만에 브레이커와의 합을 맞추어 움직였다. 대부분 단체의 근거지는 도쿄, 멀어져도 일본 내에 있었고 유감 없는 물리력을 발휘하며 두 사람이 범죄자들을 제압했다.


*


김민서는 길을 걷고 있었다.


이대로 살아도 좋은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의 머릿속을 잠식하고 있는 건.


늘 뒤따르는 의문으로, 특히나 날씨가 쌀쌀해지면 그와 같이 찾아오는 정신적인 고난이었다.


그리고 그런 고난은 실제로 죽음을 맞닥뜨리게 되는 점퍼로서의 임무와 접하면서 심화 되었다. 목적 없이 사는 건 좋다. 죽음은, 그가 이해할 수도 감당할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목적 없이 살다가 죽는 건 그럴 수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마지막이란 게 있다면 삶에서, 그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만 했다. 그걸 보통 인생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보통, 소설에 빗대어 말한다면 결말이라고 하고 그 사이의 줄거리라고 할 테다.


그래서, 그는 김수정에게 고백을 하려 했고


“왔어.”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김민서를 반기게 더 일찍 자리한 수정을 보자마자 결심이 쏙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집 근처의 번화가에서 만났다. 셩현대학교를 같이 다녔던 그들에겐 익숙한 장소였다. 원래 살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대학교를 간 그녀는 상당히, 공부를 잘해서 선택하여 간 경우였고 김민서는 성적에 맞추어 들어간 것이었다.


일단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것만 해도 스스로 깨나 큰 모험이요 진보를 했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했다, 늘. 그의 고향은 충청도였다.


그리고 요즘은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수준이 아니라 상당히 세계적인 스케일의 모험에 곁가지로 참여하고 있기는 했다. 그러다 보니, 온갖 센티멘털한 감상에 사로잡혀 잘 하지 않는 짓을 하려고까지 했던 것이었고.


그는 오후의 햇살과, 가을의 차가운 바람이 함께 하는 거리에서 김수정을 빤히 바라봤다. 추위를 많이 타는지 스웨터 같은 걸 걸치고 왔다. 참 괜찮은 녀석이었다. 성격이나 말투, 습관이나 행동. 착한 것이나, 미안하게도 자신을 곧잘 기다려주고는 하는 배려심 따위를 보면 말이다. 무엇보다 귀엽게 생긴 것도 있었고.


“음. 얼마나 일찍 온 거야? 얘기를 하던가 하지.”

“얼마 안됐어. 잠깐 있다 보면 올 줄 알았지. 실제로 네가 왔고.”


굳이 따지자면, 똑부러지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지만. 일단 평소에 말하는 건 그런 편이다.


장난기를 부려도 지지 않고 잘 받아주는 편이었고, 개그 센스도 좋았다. 어디까지나 민서의 관점에서.


“갈까. 배고프다. 일단 밥 먼저 먹자.”


민서의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2시였으니, 약간 늦은 점심이었다. 아침을 먹지 않았다면 허기질 시간이었다.


종종 만나고는 하는 그들이 찾는 건 특별한 맛집은 아니었다. 금방 약속을 잡고, 집 근처에서 볼 수 있는 곳에서 익숙한 음식점에 들어가는 일도 잦았다. 나름대로 오래된 친구였다.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고, 대학교도 같았으니. 서로에 대한 것들은 많은 부분이 익숙했다.


둘은 차근차근 걸어 근처의 정식집에 다다랐다. 학기 중의 대학가는 어지간하면 사람들이 붐비는 편이었다. 학생들로 말이다. 식당들 역시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근처 대학생들로 차있다. 둘은 그 사이에 앉으며 메뉴를 살폈다. 주로, 한식을 많이 먹는 듯했다. 대개는 음식 취향이 비슷했다.


“여기 김치찌개 정식이랑 불고기 정식이요.”


수정이 말했다. 민서가 그 모습을 보다가 이야기했다.


“앞치마 같은 거 써? 튀면 좀 그렇겠는데.”

“갖다주면 고맙고.”


어느 한 구석에 걸려 있는 걸 민서가 가져다주었고, 그녀가 스웨터를 옆 좌석에 두곤 앞치마를 걸친다. 민서가 말했다.


“여긴 늘 와도 맛있긴 한 거 같아.”

“아주머니 요리 잘하시니까. 학교 다닐 때부터 맨날 왔잖아.”


늘 오는 집이었으나, 늘 올때마다 맛있는 식사를 하고 가는 곳이었다. 나름대로 성현대 학생들한테는 유명하기도 하다. 약간 늦은 시간이라 이 정도가 한산한 편이었다.


“요새, 돈 벌고 있어.”


금세 밑반찬이 나오고, 수저를 꺼냈다. 나무 테이블에 그리 크지 않은 실내였다. 둘은 4인용 자리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고. 민서는 시금치 정도를 집어먹다가 문득 말을 꺼냈다. 수정이 물을 따라 마시려다 민서를 보고 물었다.


“음··· 알바? 전에 한다고 했던? 갑자기 재력을 과시하는 거?”


능청스러운 구석이 있는 친구였다. 수정은. 민서는 그다지 웃지도 않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최근에 정직원 비슷한 게 됐거든. 생각도 못했던 정도로 조건은 좋은데···.”


수정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거, 취업 준비하다 다 떨어진 나한테 할 소리야.”


민서는 젓가락을 휘적거리며 부인했다.


“그런 게 아니고···. 자랑이 아니라 고민 얘기야. 돈은 주지만 그만큼 일도 있거든. 그리고 과연 내가 그 일을 끝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은거지.”


수정은 말없이 그를 빤히 처다 봤다. 민서는 설명이 좀 더 필요하겠다 싶어 입을 열었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곧 종업원이 다가와서 메인 정식을 내어주었다. 김치찌개가 먼저 나왔다.


“예를 들어 말하면 이런 상황이란 말이지. 나는 해본 적도 없는 종류의 일인데, 그쪽에서 사람이 급한 자리에 T.O가 있어서 내가 우연히 취직한 거야. 그리고 할 일은 있지만 그 외에 대부분의 것들은 너무 어색하거든. 거의 갑자기 총알이 날아들고 폭탄이 터지는 교전 지역 근처에서 방탄복 입고 머리를 싸매고 있는 수준이거든? 내가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게 너무 적거든?”


예를 든다고는 했지만 사실이었다. 사실을 말해도 전혀 의심받지 않을 만큼 생경한 상황이라는 게 아이러니였고, 그게 곧 민서의 고민이기도 했다. 누가 이런 말을 믿어주나!


둘 사이에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의 뚝배기가 놓여 있었다. 이 집은 찌개가 맛있었다. 다른 것도 아주 좋았지만. 아주머니의 비법 육수가 들어간 김치찌개는 국물만으로도 세 끼를 먹을 수 있을 만큼 괜찮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를 맑은 눈으로 그를 처다보던 수정을 보다가, 민서가 숟가락으로 찌개를 한 입 먹었을 즈음이었다. 그녀가 이야기했다.


“···할 수 있는 걸 해, 그냥.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데.”

“···제가 이 일을 끝까지 할 수 있을까요. 도중에 총 맞아서 끝장나면 어떡하지?”


수정이 숟가락으로 뚝배기를 톡톡 두드리자 맑은 소리가 났다.


“아, 거기까진 내가 모르겠네요. 내가 신도 아니고. 정 무서우면 그만 두면 되잖아.”


그러면서 그녀 역시 먼저 나온 찌개를 먹기 시작했다. 보통 다른 메뉴를 시켜서 나눠 먹고는 한다. 작은 국자가 있어서 덜어 먹기도 편했다.


“···그렇지···.”


민서는 별로 해결이 된 것 같지 않은 상담이었지만, 나름의 해답을 얻었다. 해답과 함께 불고기가 나왔다.


어찌 되었건, 그가 점퍼 조직에서 일을 하기로 한 건 그들이 그래도 공공선을 위해서 움직인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사명감도 없이 위험한 자리에 발을 디밀고 몸을 던지는 자들은 아니었다. 누군가를 위해서,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사용하는 이들이었기에 함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위험은 하지만, 그 역시 스스로 하고자 했던 일들이 있었다. 자신에게 별다른 능력은 없었지만, JE1이 작용하는 곳에서 JE2의 보유자는 깨나-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가 된다.


바꾸어 말하면 김민서가 이 세상에서 가장 크게 영향력을 떨칠 수 있는 방식의 일이기도 했다. 보통의 남자라면 그런 자리에 있고자 하기 마련이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런 법이었다. 더군다나 그것이 나쁜 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그 역시 사명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후룹.”


그는 김치찌개를 덜어 먹으면서 말했다.


“고맙다. 아무튼 오늘 밥은 내가 살게.”

“그래! 일자리 찾았으니까 불쌍한 취준생 밥이나 사줘!”


그녀를 만나기 전에 뭔가 하려고 했던 것 같았지만 찌개나 불고기를 먹는 와중에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것 같았다.


그녀가 늦었다는 듯이 아무튼 취업한 것에 대해 축하한다며 말을 꺼냈다.


*

kim-deachul-NOAzwcMzZJA-unsplash.jpg


작가의말

가끔은 좀 짧을 때도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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