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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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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최근연재일 :
2024.06.2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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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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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41.

DUMMY

*


홍인수는 그대로 건물의 구조도를 떠올렸다. 대략적인 모양은 머릿속에 있었다.


복도의 양쪽 끝에 코너가 있었다. 앞으로 튀어나온 건물의 양측이었고, 중앙에도 앞으로 튀어나온 부분이 있었다. 3층 역시 매 층과 똑같은 구조로 코너를 돌아 중앙 복도와 방들, 회랑이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안으로 패인 ㄷ자 형태의 건물이었고, 그 중앙이 다소 두꺼운 너비를 지닌다.


방들이 포함된 중앙 건물의 폭이 제법 넓은 편이었고, 중앙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오르면 복도가 나타난다. 건물의 전면부와 후면부로 방이 나뉘어져 있었고 그사이에 복도가 있다.


전면부의 창문과 이어지는 방과, 건물의 뒤를 돌아 후면의 창문과 이어지는 방들이 있어 그곳에서 러시아군의 부대원들이 야외를 경계하고 엄호 사격을 하고 있었다.


작전에 참여한 러시아 부대의 규모를 짐작해보면, 한 층에 그렇게 많은 인원들이 있지는 않을 테였다. 최대로 상정해도 7-80명 정도. 이들은 소규모 특공대에 가까웠고 지원을 받아 빠져나가거나, 혹은 대통령의 신변을 통해 상황의 반전을 노리는 게 목적이었다.


바깥에서 교전중인 이들이나, 집무실 내부의 인원들을 제외하면 한 층에 열 명을 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 추리였다.


홍인수는 무작위 포인트로 몇 군데를 도약하기로 하다가, 취소했다. 걸리는 곳은 없었다. 전면부 창문 근처에서 사격 중이리라 생각되는 곳이나, 복도를 조금 살폈는데.


그렇다면 일단 돌입한다. 전장에 몸을 담는다면 어차피 확실한 건 없었다. 모두가, 총을 들고, 방탄복을 입고, 그다음에 돌격하는 것이다. 어차피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었다.


후욱, 하고 그가 샹들리에 위에서 사라졌다. 널브러진 1층 홀의 특수부대원들은 다시 움직이기는 힘들어 보였다. 개인당 몇 발이나 되는 총탄을 맞고, 팔다리에 부상을 입은 채 피를 흘리고 있다.


전투가 장기화되면 아마 목숨을 잃거나, 지금으로도 맞은 곳에 따라 후유증이 심할 것이다.



*



궁의 구조는 1층을 제외하고는, 층별로 구조가 같았다. 내부의 방들은 크기도 제각각이고 위치가 조금씩 달랐지만, 적어도 복도의 구조는 같았다.


그는 5층 집무실에 돌입할 때처럼, 건물의 좌측 복도 코너에 등을 기대며 모습을 드러냈다.


시야가 회복되지도 않았으나 반사적으로 몇 군데, 그의 위치에서 보일법한 몇 군데를 도약의 시도로 더듬었다. 3층 복도의 코너에는 아무도 없었다. 건물 내부로 돌입한 적이 없다고 생각되기에 그렇게 배치한 모양이었다.


시야가 돌아오자 곧바로 고개를 코너로 내밀어 복도를 훑었다. 내부는 주광빛의 조명과, 금빛 혹은 붉은 빛으로 장식된 내부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루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특히 궁 내부 복도에 깔린 붉은 카펫이 밟기 황송할 지경이었다.


긴 복도에는 몇 명인가 인원들이 있었다. 앞뒤의 방에서 외부 경계를 맡는 인원들과, 그들 사이를 오가며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이었다.


일단 복도에 나와 있는 건 두 명. 전면부로 창이 난 방은 문이 열려 있었다. 홍인수의 위치에서 바라보면 복도 중간이라, 한 30, 40m 즈음 되어 보인다.


그리고 그 정도면 대부분의 사격을 전탄 명중시킬 수 있는 거리였다. 상대가 다소 움직이고 반응하는 것까지 합쳐도 말이다. 그는 기습의 이점을 살렸다.


상대의 위치가 확인되자마자 그는 반회전하며 몸을 돌렸다. 총탄은 장전이 끝났고, 발사준비를 마쳤다. 방아쇠만 당기면 된다. 그는 기관단총을 격발시켰다. 두두두두두두! 하고 무식한 쇳소리가 울린다.


1초에 10발이 넘는 납탄이 날아간다. 두 명을 무력화 시키기에는 충분한 분량이었다. 연사는 계속되지 않았고, 한 명에게 충분히 퍼부었다 싶으면 잠시 끊어졌다 조준을 맞춘 뒤 다시 연사했다.


“끄아악!”하는 비명은 그다지 각색해서 들려줄 것 없는 민낯 그대로의 소리였다. 전장터에 나서는 군인들은 영웅이었지만, 동시에 나약한 인간이었다. 나약하고 겁많은 인간들이 목숨을 걸고 발을 디뎠다는 것에 영웅적인 의미를 더할 뿐이다.


홍인수 역시 마찬가지인 입장이었다. 비교적 현대전에 참여하는 상대들에 비하면 근미래에 가까운 장비들의 혜택을 받지만 총에 맞으면 쓰러진다. 잘못 맞으면 죽고.


사격 솜씨가 유달리 뛰어난데다, 공간이동을 좀 할 뿐이었다.


그가 두 명을 제압하는 데 몇 초 이상은 걸리지 않았다. 열린 문에서 고함이 터지며 총알이 날아왔다. 복도쪽으로 열리는 멋들어진 목재 문이었고, 그 문 너머에서 바로 쏘는 사격이었다.


목재 문이 방탄 역할을 해주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쏘기 전까지 상대의 모습은 가려준다. 홍인수는 다시 코너 너머로 몸을 숨겼다.


점프로 몇 군데 중요하나 부분들을 체크해본다. 2, 3초 이상 걸리지 않는 일이다.


바깥쪽으로 열린 문의 바로 뒤, 그리고 열린 방 안의 창가나 구석 자리들 따위.


벌컥,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반대쪽의 방문 역시 열리며 인원들이 뛰쳐 나오는 듯하다. 외부 경계보다 우선 내부에 침투한 적을 처리해야 할 테였다.


“습.”


그는 잠시 숨을 삼키며 도약했다. 긴장감은 그 역시 가지고 있다. 그것 때문에 제대로 동작을 수행해내느냐, 못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였지만.


우선 그가 봤을 때 우측, 곧 건물 전면부에 접한 방 안으로 도약한다.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시야를 회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초 단위는 아니었다. 아주 잠깐의 틈일 뿐이다. 한 순간 사이에 목숨이 갈리는 전장터에서 충분히 치명적인 틈이었지만, 상대의 허를 찌른다면 의외로 또 극복할만한 틈이다.


홍인수는 방의 구조를 대충 알고 있다. 그리고 점퍼 특유의 맥락 없는 이동성을 활용했다. 그는 방 안, 모서리 부근의 천장에서 도약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허공에 소리도 없이 나타난 그를 순식간에 발견하고 총을 쏠 이는 많지 않았다. 그가 채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시야가 회복된다.


누군가 괴성을 지르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바깥쪽으로 대부분의 시선이 쏠려 있었고, 한 명 정도가 복도 쪽의 문 근처에 있다가 그를 발견했다.


그는 한눈에 시각 정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다시 곧바로 점프를 준비했다.


공중에서 몸을 뒤트는 건 다소 어려운 일이었다. 평소에 그가 단련하는 것도, 이런 동작 따위들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떨어지는 와중에 문 쪽으로 총구를 돌려 방아쇠를 당겼다.


투다다다다다! 기관단총이 얼마간 총알을 쏟아낸다. 목재 문 앞에 서 있던 한 명이 사격을 맞으며 반사적으로 대응을 한다. 적이 들고 있는 건 조금 길이가 긴 소총이었다. 그것이 총알을 뱉어낼 때 홍인수는 다시 모습을 감춘다.


다행히, 타이밍이 잘 맞아 납탄이 몸에 박히지는 않았다. 방탄 재질의 옷을 입고 있다고 해도 맞는다면 더럽게 아프고 후속 동작에 제약이 가해진다. 점퍼의 전투는 아슬아슬한 외줄 위를 나르는 묘기꾼의 기술이랑 비슷했다. 흐름을 타면 끊임없이 이어지며, 빠르게 몰아쳐야 했다.


홍인수가 다음 호흡에 나타난 자리는 같은 방 안이다. 그는 복도쪽 문에 모여 있는 요원들을 바라보고, 대각선 방의 안쪽에 나타난다. 대각선 방향으로 그들을 겨누는 위치다.


그는 한 번 눈으로 상대의 위치와 구조를 파악했기에, 시야가 회복되기도 전에 먼저 움직이고 방아쇠를 당겼다. 투다다다다! 하고 공이가 탄을 때리고 화약이 터지며 납탄이 날아간다.


그는 리시버만큼 공간 지각이 빠르고 압도적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전투에 사용할만큼은 충분하고도 넘치다. 대부분이 모여 있는 적들에게 날아가 박혔다. 쏘기 좋은 대형으로 있던 것도 적들의 불운이다.


끄악-! 하는 비명 따위가 총성에 묻혔다. 적들도 총을 난사한다. 홍인수가 다시 사라진다. 한 두 발 정도가 그의 허벅지 즈음에 박혔다. 망치로 맞은 것과 비슷한 충격이었다. 체감상은 말이다. 뼈가 상할 정도는 아니다.


그는 한 번의 도약을 다시 먼 곳으로 낭비해야 했다. 시야를 회복하자마자 복도 쪽으로 나가 있는 적들의 위치를 눈에 담았지만 그전에 발동을 걸어둔 점프가 발현된다. 그사이에 위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점프를 시행해야 했다.


총탄에서 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홍인수는 한 번, 마린 궁을 바라보는 옥상 기지로 위치를 옮겼다.


허벅지가 더럽게 아리다. 왼쪽 다리 대퇴부에 두 발을 맞았다. 이러고 나면 잠시간은 걸을 수 없다. 그에게는 걸음보다 효율이 좋은 이동 방법이 있었으니 다행이었다.


그가 잠시, 건물 내부 3층 자리를 더듬었다. 적들은 아마 패닉에 빠졌을 테였다. 점프를 목격하고 상대하는 건 극소수 중에서도 극소수이다. 그와 같은 훈련된 점퍼들이 투입되는 전장이 적을 뿐더러 기본적으로 정보도 통제되는 편이다.


각국의 군 내에서 선별된 인원들이 돌아가며 담당을 맡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 외의 인원들에게는 일반인과 똑같이 기밀이었다.


그리고, 안다고 해도 그를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도 않다.


홍인수가 점프의 시행과 취소로 특수부대원들의 정확한 대형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복도에서 쓰러진 둘, 방에서 쓰러뜨린 하나, 난사에 맞고 쓰러진 게 또 하나였다.


안쪽 방에서 튀어나온 이들과 섞여서 모여 있다. 사라진 홍인수를 찾기 위해 다소 움직이는 것도 같다. 일단 그가 파악하기로, 파고들 공간은 있어 보였다.


그는 그와 동시에 탄창을 한 번 더 갈았다. 확장 탄창은 발수가 많지만 그가 쏘아야 할 양도 많았다. 틈이 날 때마다 가는 편이 좋다.


홍인수는 지체 없이 도약을 했다. 뜨거운 오후의 햇볕이 따사롭다. 그는 도약 직전에 왼팔을 누군가가 앞에 있는 것처럼 갈고리 처럼 굽힌 채로 들었다. 몸은 슬쩍 뒤로 빼며 기관단총의 총구를 앞으로 향했다.


후욱, 하고 그가 사라진다. 그는 마린 궁의 3층에 나타난다. 복도에 선 채 헛것이라도 본 것처럼 패닉에 빠져 있던 이들 사이였다. 개중에서 소대장 정도로 보이는 병사의 뒤를 그가 잡았다.


턱, 하고 목을 잡는 팔뚝은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홍인수는 그대로 방탄 조끼의 등판에 기관단총을 겨누고 갈겼다. 투두두두! 하고 무식한 소리가 났다. 반동이 격하다. 그걸 맞는 병사의 반응은 조금 더 격하다.


플레이트가 뚫릴 정도로는 쏘지 않았다. 충격을 줄 뿐이다. 그는 몇 방인가 짧게 끊어 쏘고 뒤에서 허벅다리를 쏘았다. 복수의 의미는 아니었다. 끄윽! 하고 신음같은 소리를 내며 힘이 풀린다. 그는 그대로 소대장을 끌어안은 채 옆구리로 총구를 내밀었다.


힘으로 그를 끌며 한 바퀴를 돌았다. 방아쇠를 꾹 당긴 채. 투두두두두두! 하고 길게 쏘아진다. 부대원들은 갑자기 나타난 인간이, 소대장을 인질로 잡고, 자신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 정상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다.


쌍욕을 뱉으며 방 안으로 들어가 엄폐를 하는 경우는 아주 준수한 정신을 가진 부대원이었다.


궤적에 있던 서너 명 정도가 총탄에 쓰러진다. 홍인수는 만족했다. 그는 그대로 다시 도약해서 사라진다.


손에 닿아 있던 소대장같은 병사도 함께였다. 홍인수는 바깥쪽 방에 진입한다.


방 내부도 마린 궁의 실내 테마에 충실한 고풍스러운, 바로크 시대의 건축물의 양식미를 살린 느낌이었다. 복도와 비슷한 톤의 카펫과 조명, 수제품인듯 보이는 목재 가구들이 방의 외곽을 채운다.


군사들이 옮겼는지 다소 두서 없는 배치로 여기저기에 모여져 있기는 하지만. 방의 가운데는 휑한 공간이었다. 창문에는 바리케이트의 대용인지 두꺼운, 검은 빛의 방패 따위가 대여져 있었다.


그는 방 문으로 들어가 바로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자리에 나타났다. 목재 문 옆에 등을 바짝 붙이고 경계를 하는 병사의 옆이었다.


홍인수의 앞에는 목덜미가 붙들린 소대장이 있다. 허벅지에서는 총탄에 맞은 흔적으로 피가 흐르고 있었고.


그는 대충 갈겼다. 어차피 매 순간 교전 가운데 확인 할 수는 없었다. 머릿속에 3D 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리시버는 대강 비슷한 재주를 부리는 것도 같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원이 충분할 때는 그런 시각 자료를 실시간으로 받으면서 싸우기도 한다.


지금은 아니었다. 사각에서 적의 위치는 순간 파악이 힘들기에 예측으로 우선 갈겨야 했다. 그러기 위해 총탄을 많이 챙겨 왔다.


다행히 동선을 상상했을 때의 움직임 그대로 상대가 이동했다. 그는 벽면에 붙은 병사에게 반대 쪽에서의 총격을 선사해주었다. 투두두두! 하고 총구가 납탄을 뱉었고 병사는 몸통과 헬멧, 어깨와 팔에 총을 맞고 다운되었다. 갑작스러운 충격과 몸을 파고드는 총알은 견딜만한 것이 아니었다.


극도로 단련된 부대원이라면 곧 일어설 수도 있었지만, 그 정도 대응에 홍인수가 당하기는 어려웠고.


한 명을 눕혔을 즈음 시야가 회복되었다. 홍인수는 방의 전경을 바라본다. 다른 쪽 벽면에 붙어서 호흡을 가다듬는 부대원이 보였다. 자연스레 총구를 겨누고 갈겼다.


두두두두두! 하는 총성이 들리는데 그쪽도 정신을 차렸는지 마주 쏜다. 몇 발은 앞에 두고 있는 소대장의 방탄복에 맞았다. 짧은 순간에 몇 미터 거리라고 하더라도, 정확한 핀포인트를 맞추는 건 난이도가 있는 일이었다. 당황스러울 때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상대가 조준점을 다소 조정할 즈음에는 이미 홍인수가 사라져 있었다.


그는 소대장에게서 몸을 떼고 홀로 이동했다. 그를 바라보는 대원의 뒤였다. 이동과 동시에 이미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눈으로 확인하고 정확한 방향으로 이동을 했으니 맞추지 않는게 더 어려운 일이었다.


투두두두, 하는 총성이 다시 울린다. 한 명이 더 넘어졌다. 나머지는 반대쪽 방으로 넘어갔다. 개중 몇 명인가가 방 안으로 들어온다. 불가사의한 적이라고 하더라도 대응은 해야 했다.


홍인수는 무릎을 꿇었다. 상대가 아마 머리 부근을 겨누고 있을 테였으니까. 침착하게 들어오는 적의 팔이나 다리를 노려 사격한다. 투다다, 투다다다! 다소 끊어서 쏘는 조준 사격은 정확하고 빠르다.


패스트 건의 시합을 한다면, 부대원들은 홍인수를 이기기 어려웠다. 그는 점퍼가 아니더라도, 상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전투원이었다.


상대가 총을 놓치거나, 쓰러졌다. 돌입하던 이들이 복도에서 걸음을 멈춘다. 홍인수는 앉은 자세 그대로 옆으로 이동했다. 벽을 넘어서, 복도 쪽으로.


투두두두두두! 다시 난사를 한다. 홍인수가 든 기관단총이 가로 선으로 움직이며 총알을 퍼부었다. 대강 어깨 즈음의 높이였다. 복도에 있던 셋이 변변찮은 대응 사격을 하기도 전에 넘어간다. 마지막 병사가 몸을 돌려 홍인수 쪽으로 총구를 겨누려 했을 때 이미 단총이 총알을 뱉고 있었다.


“으윽!”하고 억눌린 소리를 내며 마지막 병사가 쓰러졌다. 복도에 나와 있는 이들 중 마지막이었다. 안쪽 방에 둘이 더 있었다. 홍인수도 아마 더 있으리라 생각했다. 확실히 확인하기 전까지는 남아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안전했다.


안쪽 방에서는 쉽사리 나오지 못했다. 상대가 총을 겨누고 있을 지도 모르니. 수류탄 따위라도 까고 나서는 것이 안전했다. 홍인수 역시 그렇게 생각할 즈음, 안쪽에서 주먹만한 물건이 날아들었다. 휙, 하고 포물선을 그리며 손 하나가 뱉어낸 물건은 수류탄이었다.


홍인수 역시 쉬지 않고 점프를 발동 중이었다. 이즈음에 한 번 뒤로 빠지려는 의도였고, 그대로 도약했다.


홍인수의 시야가 점멸했고 외부에서 보면 그의 몸이 사라진다. 그는 마린 궁 바깥 거리에 나왔다. 처음 장비 키트를 놓아두었던 골목 사이의 그늘이다.


그는 기계적으로 탄창을 빼내고, 새것을 안주머니에서 꺼내어 갈아 넣었다. 재킷은 제법 용량이 크다. 장인의 도구 주머니처럼 적재할 수 있도록 품 안 전체를 주머니로 꿰매놓았다.


그는 그대로 장비 키트를 들었다. 도약을 아끼려는 셈이었다. 몇 번인가 도약 시도로 3층의 안쪽 방을 살핀다. 2초 정도, 걸렸다. 다른 시각 정보나 위치 데이터 없이 먼 거리를 살피느라 JE 운용이 둔하다. 리시버는 아무리 먼 거리라고 하더라도, 선명하게 그 자리를 상상해내며 거의 똑같은 속도로 해낼 수 있다고 한다.


홍인수는 3층의 방 안쪽에서 한 명의 위치를 잡아내었다. 멀리서 폭음이 들리는 것도 같았다. 마린 궁 근처에서 폭약을 쓰는 건 벤즈군도 피하는 일이었고, 러시아군도 지금까지 자제하던 일이었지만 수류탄의 폭발로 복도의 한 구간이 날아갔을 테였다.


뼈아픈 일이었지만, 생명보다는 값싼 피해였다.


홍인수가 그늘에서 다시 도약을 했다.


절묘하게, 알맞게 도약을 해낸다. 그는 자신의 촉감으로 느껴지는, 품 안에 들어오는 사람의 기척에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그대로 팔뚝으로 목을 조르며 기관총으로 다리를 쏘았다.


팔다리를 쏘는 건 손쉬운 제압 방법이었다. MP5로 하기에는 다소 무식한 일이었지만.


비명을 지르며 한 명이 더 넘어갔다. 그대로 자세를 유지하며 총구를 앞으로 두고 드르륵, 가볍게 탄을 날렸다. 반응은 없었다. 시야를 회복하자 방 내부에는 그와 방금 제압한 한 명 뿐이다. 벽 너머에서 기척이 들린다. 그는 품에 둔 병사를 풀고, 들고 있던 더플백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옆으로 귀를 기울인다.


수류탄을 까고 한 명이 복도로 나왔던 모양이다. 홍인수는 점프로 벽 너머 공간을 더듬었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가 머릿속에 지닌 구조도, 여러가지 것들이 정보로 제공된다. 이런 보조 정보가 있을 때 ‘탐색’은 좀 더 쉬워 진다.


금세 상대의 위치와 주시 방향을 파악했다. 그는 그 바로 뒤로 이동한다. 도약의 감각과 함께 그는 상대의 팔다리가 있는 부분을 차례로 사격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맞출 것을 확신했고, 상대의 비명으로 한 번 더 확인했다.


3층 제압이 대강 끝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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