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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점퍼Jumper, 순간이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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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2.09.27 18:20
최근연재일 :
2024.06.2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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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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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DUMMY

*


조직에는 현재 ‘무버mover’가 없었지만 상당한 힘을 발휘 가능한 장정들은 있었다. 대개의 근접 전투 요원들은 근력을 필수 요소로 하니 하드한 웨이트 트레이닝에 익숙했다.


홍인수나 최길우는 개중에서도 조금 더 강한 부류였고, 브레이커라 불리는 메리 또한 힘을 보탤 수 있었다.


멕시코의 범죄 조직 청소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말 그대로, 화약은 충분했다. 점퍼 조직이 대규모의 물리적 폭력을 활용한 소탕 작전을 벌이고자 한다면, 그저 폭탄이면 충분하다.


뇌관을 설치하고 타이머를 설정한 대량의 폭탄들. 점퍼 조직에게 언제나 기술력은 차고 넘쳤다. 물자에 있어서는 절약을 할 필요가 있었으나 초토화 작전에 돌입한다면 어차피 감수해야 할 것들이었다.


그저, 한 명 한 명이 정확한 계산을 하고 무버로서 폭탄을 옮기면 될 뿐이다. 물론 그 가운데 적의 본거지를 치는 일이니 교전이 있을 것이고, 근접 전투나 현대전에 익숙한 전투 요원들이 활용이 된다.


보호 장구 역시 정조준이 아닌 것들에 큰 피해를 입을 정도로 녹록치는 않았다.


쾅-!


하는 거대한 폭발음은 일상 생활에서 듣기엔 어려운 일이었다. 멕시코 시간으로 새벽. 남부의 숲 속 깊은 곳에 지어진 은밀한 거처에서 일어난 폭발은 영화 같은 화염을 만들어내며 터져 나갔다.


조한이 제공한 정보는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쓸 데 없는 사상자를 만들어내지 않고 건물을 날려버리는데 말이다.


각 시간대 별로 정해진 팀이 있어서, 근거지의 조직원들은 늘 같은 자리에 위치하고, 그것을 돌아가며 반복한다. 자유로운 움직임도 물론 기지 내부에서 가능했지만, 주요한 설비나 금품, 혹은 그들의 범죄 사업의 핵심이 되는 마약류의 보관고 등은 경계를 위한 인원들이 번갈아가며 지키고는 했다.


또한 그것을 일시에 확인하는 것 역시 가능했다. 남부의 마약왕은 기술의 발전을 유감없이 사용했다. 카르텔 내부 모든 주요 근거지를 데이터화 시켜서 PC에 넣어두고, 병력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싸구려 GPS칩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었고, 그의 카르텔의 유지를 위해 역할을 하는 중요 위치의 감시 인원들에게는 모조리 강제로 가지고 다니게 만들었다.


그리고 GPS로 확인되지 않는 방문 인원이나, 칩을 분실하거나 파손한 이들은 근거지에 비디오 센서 따위를 깔아서 데이터를 조한의 개인 PC로 보내도록 만들어 두었다.


그의 비밀번호만 있으면, 다른 PC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프로그램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가 어떤 일이 있어도 실토하지 않을 정보였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겪은 경험이 고통스럽다기보다도, 그것을 하고 있는 홍인수의 낌새를 보았을 때 더욱 큰 절망감이 찾아와 그랬을지 모른다. 홍인수는 그에게 맨 몸으로 우주나 토네이도의 내부를 구경시켜 주면서, 그것이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자신의 능력의 아주 일부를 가볍게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고,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더한 경험들을 시켜줄 수 있을 듯한 모습에 로드리게스의 마음이 무너졌다.


실상은 홍인수역시 별다를 바 없는 사람이었고, 남들보다 담이 세거나 혹은 놀라는 체를 하지 않을 수 있는 뻣뻣한 면상의 소유자였던 것 뿐이지만- 점프라는 능력을 처음 접한 로드리게스에게 그는 일견 초월적인 존재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명백한 착각이었다.


어쨌든, 조한의 실토에 힘입어 점퍼 조직은 연쇄적인 폭발과 근거지의 공략을 이루어나갔다.


한 장면을 담아보자면, 브레이커의 경우가 있었다.


메리 포핀스는 기지 내의 물자 보관 창고에서 거대한 물건의 손잡이를 들었다. 폭탄이었다. 화약과, 다양한 자재, 불꽃을 키우는 유성 화합물 따위···가 치밀하게 들어가 있어서 정해진 위치에, 정해진 방향성을 가지고 제한된 폭발을 일으키는 물건이었다. 과학 기술의 산물이라 할 수 있었다. 한 개의 조합물로 마음에 맞는 모양으로 건물을 재조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메리는 완전 무장을 한 상태로 가볍게 힘을 주었다. 한 손으로 들기에는 다소 무거운 무게였으나, 그녀가 종종 사용하는 근력 제어 장치의 힘을 입었다. 그녀가 준 기색 그대로 큰 저항 없이 폭탄이 들렸다. 한 손에는 폭탄을, 다른 한 손에는 기관총을 든 그녀가 곧이어 사라지고, 폐도시에 가까운 건물들 사이의 카르텔 본거지에 도착했다.


주위에는 미리 전해 들은 정보대로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수 분 동안 아무도 없을 테였다. 건물의 내부에 설치된 폭탄은 요란한 소리와 화염을 뿜어내면서 건물을 서서히 붕괴시킬 것이다. 주요한 지점을 완벽히 날려버리고, 폭발의 범위를 정밀하게 제어해서 내부의 인원들이 바깥으로 도망칠 시간을 주는 물건이었다.


그녀는 흘깃, 주위를 둘러보며 기관총을 겨누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녀가 있던 곳은 낡은 콘크리트에 아무런 내장재나 인테리어가 없는 지하 창고의 한 부분이었다. 건물 전체와 이어지는 두꺼운 기둥 근처에 들었던 박스형의 폭탄을 두고 그대로 다시 사라진다.


그녀가 없어지고 약 삼십 초 뒤, 검은색에 손잡이 하나만 멀뚱히 달린 박스가 장렬하게 터져 나갔다.


박스에서 시작된 불길이 사람의 육안으로는 관찰할 수 없는 속도로 뻗어 나갔다. 그 폭발력이 처음 닿은 곳은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의 본 기둥의 뿌리였고, 제한된 폭발은 그 뿌리를 정확히 날려버렸다.


근방으로 폭염이 뻗어 나가고 굉음이 나왔다. 그러나 지나치게 큰 폭발은 아니었다. 건물 내부에 있는 이들이라면 모두 느낄 정도의 소음과 진동은 되리라. 조금이라도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서둘러 도피를 할 것이다.


그러면 이제, 해당 작전지역에서 다소 떨어진 지역에 공군의 지원을 받아 도착한 각국의 부대들이 진을 치고 있다가 원거리 사격을 시작한다. 다소 위력을 줄인 탄들을 사용해서 정확한 제압 사격을 퍼붓는데, 기계적으로까지 보이는 준비된 사격은 상대에게 반항을 할 틈을 거의 주지 않았다.


이쪽은 유리한 위치를 잡고, 야투경 너머로 조준 사격을 하는데 비해 폭발에 떠밀려 건물로부터 우왕좌왕 나오는 조직원들은 상대의 위치도 파악하지 못할 뿐더러 그럴 경황도 없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제압 사격을 하며, 인원들을 정리했다고 판단되면 서서히 거리를 좁히며 해당 근거지를 클리어한다. 이 때에 점퍼들도 합류를 해서 근접 전투에 도움을 준다. 브레이커는 적당히 각을 보면서 날뛰었다. 상대가 죽지만 않을 정도로, 뼈 정도를 마음껏 부러뜨리면서.


완전 무장을 한 상태에서 휘두르는 그녀의 팔과 다리는 해머나 다름이 없었다. 야심한 시각, 달빛이 어른거리고 총성이 울려 퍼지는 멕시코의 어느 폐도시에서 그녀는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면서, 카르텔 갱들의 사지를 분쇄했다.


야투경이나 작전 지역에 대한 3D 지도를 지원하는 보조 기계가 있다면 점퍼의 전투는 아주 쉬워진다. 정확한 위치를 인식하고 곧바로 달려가서 그대로 다운 시키면 될 뿐이다.


어느 정도 점퍼로서의 전투에 익숙해지다보면, 약간의 시야의 텀 정도는 다른 감각으로 메꾸면서 연속적인 근접 전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브레이커 역시 그런 능력이 충분했고.


그런식으로, 멕시코 남부의 각지에서 무수한 폭발이 일어났다. 약 한 달여 간 계속된 소탕 작전이었다. 화끈하고, 깔끔했다. 사상자도 없었고, 적군에서도 불필요한 사상자는 없었다. 정확한 위치에 폭발력을 옮길 수 있는 점퍼가 있다면, 그리고 충분한 화력 지원이 있다면 이런 류의 청소는 아주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점퍼 조직과 협약을 맺은 선진국들이 바라마지 않는 전투의 양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고의 전략 자원이 될 수 있는 순간 이동자들이 한순간 판단력을 흐트러뜨리고, 무분별한 전투 행위를 자행한다면 무엇보다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점퍼 조직은 독립된 조직으로서 자신들의 규율과 사상, 목적과 방향성을 늘 뚜렷이 염두에 두어야 했다. 어느 한쪽의 입장만을 듣고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가장 피하고자 하는 상황이 될 테였다. 점퍼는 기본적으로 공의와 공공선, 사회질서를 위한다- 라는 게 조직에 들어오는 이들에게 전하는 기초 강령이었다.


큰 힘을 가진 자에게 큰 힘이 따른다, 라는 어느 헐리우드 영화의 대사처럼. 그들은 초인은 아니었지만 특별한 재주를 가진 소수자들은 맞았다. 기왕 인생에 있어 능력과 시간, 그것들을 활용할 여건이 주어졌다면 타인의 행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옳았다.


그것이, 인간답게 사는 길이었다.


그리고, 점퍼 역시 인간이었다.


*


조한 로드리게스의 실종과 남부의 패권을 잡았던 대형 카르텔, ‘검은 달’의 몰락은 멕시코의 패력 다툼에 변화를 만들어냈다.


진공 상태처럼 텅 빈 자리는 결국 이권을 원하는 불순한 자들이 다시 메우게 되어 있었다. 비단 작은 조직들, 검은 달의 그림자에 가려서 더 활개치지 못했던 제2, 제3의 무리들이 될 수도 있었고 혹은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카르텔이 영향력을 더 넓힐 수도 있었다.


거대한 악, 이라고 할만했던 군벌과 같은 카르텔이 소탕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게 경악스러운 일일 뿐이었다. 휘하의 조직원들만 만 단위에 이르는 집단을 수백 명의 특전사 팀이 재빠르게 진압했다. 멕시코 정부와도 연계를 한 작전은 상공에 헬기 따위의 공군 전력을 띄워 병력을 이동시켰고, 점퍼들이 함께했다.


그 과정에서 점퍼 조직의 전투원들이 대거 투입되어 병력 이동이나 물자 이동, 작전 상의 임무 따위를 수행했다. 세계적으로 여전히 빈번하게, 아직도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라 모든 요원의 JE가 총량 투입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상당량이 들어간 대규모 작전이었다.


남부의 각 도시에서 질리도록 일어난 폭발과 총성, 일방적인 제압 작전은 알게 모르게 소문으로 흘러들어 멕시코 각지의 카르텔 보스들에게도 들리게 되었다. 그들은 이것을 기회로 삼는 자들도 있었고, 혹은 두려워하고 피해야 할 경고의 메세지로 들은 자들도 있었다.


북부는 남부보다도 더욱 거칠고, 패악한 짓거리들을 자행하는 카르텔들이 난립하는 지역이었다. 남부가 거대한 조직이었던 ‘검은 달’의 패권 아래에 비교적 온순한-이라는 말이 범죄에 어울리는지 모르겠지만-양상을 보인 반면 북부의 치안은 더욱 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각자의 생각을 가진 이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했고, 카르텔들의 집단 이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점퍼 조직과 여러 선진국의 수뇌들은 남부의 검은 달로 이 작전을 끝낼 생각은 없었다. 대대적으로, 한 번은 청소를 해주어야겠다는 결심이었다.


언제까지고 최우선 과제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것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결국 지구가 하나의 공동체라면, 다른 이의 삶이 자신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아주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지만, 같은 시간대에 살아가는 인간의 문제인 것이다.


도외시한다면, 결국 둥그런 지구를 빙 돌아 자신의 뒤통수를 언제 때릴지 모른다.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점퍼들이라는 특수한 능력자들- 그것도 전투에 익숙하고 담력이 강한 여러 명의 도움이 다소 주어진다면 해볼만한 일이 되기도 한다.


전 세계의 흐름은 지난 20세기의 발전을 몸살을 앓듯, 온갖 두려움과 고통을 이겨내며 달려오고 나서 한 차례 멈추어져 있었다. 여전히 어느 정도의 유지나 발전은 있었지만 지난 세기의 변화를 생각해보면 거의 동결 상태나 다름이 없었다.


이전의 변화나 급진적인 개혁에 익숙하고, 그것으로부터 자라난 세대들은 결국 다음 발전을 본능적으로 꿈꾸게 된다. 그러나 그런 목적과는 달리 나아갈 곳이 보이지 않는 세계의 정세나 발전상, 역사의 흐름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일종의 무기력을 선사하기도 했다. 나아가야 할 열정과 몸은 있으나, 어디로 가야할 지를 알 지 못하는 것이다.


차라리 이전처럼 혼돈의 시대 속에서 뛰쳐나와 영웅이 되고자 하는, 난세를 휘어잡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있기에도 난이도가 있었다. 어느 정도 안정적이고, 어느 정도 발전상을 이룬 시대 속에서 한 명이 무언가 일을 이루기에는 어려워보인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결국 자신들의 세대의 길을 개척해야 하는 것들이 젊은 청년들의 목숨이 달린 일이었지만 누구 하나 먼저 나서지 않는다면 결국 용기를 내기 힘든 것이 사람이었다. 다른 이의 지지나 이해, 손을 꼭 붙잡고 나아갈 동료가 없다면 한 걸음 떼기도 어려운 것이 사람이라는 존재의 민낯이요, 인생의 본질인 것이다.


이 거대한 군중들의 시대는, 도시 속에서 각자가 깊은 외로움을 느끼는 세대였다.


그리고 그런 시대적인 질병과 외로움은 삶에 대한 포기를 낳고, 그것은 방탕함이나- 문란함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목적이 상실했으나 이전보다 풍요로운 세대들은 자신들의 삶을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한다.


그러한 일례로 나타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청년층들의 마약 섭취에 관한 유행이었다. 결국 한 나라의 국운이 져가는 때에 온갖 국민들이 마약에 취해서 삶을 포기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처럼, 미래에 대한 꿈이 없는 인생들이 적당히 자신의 삶을 구덩이에 던지듯 살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답없는 마약의 향유 끝에 남는 것은 별로 없다. 그리고 그런 세대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 거대한 마약의 생산지이자 유통지인 남미의 청소이기도 했다. 결국 전 세계적인 흐름을 한 번에 바꾸기는 힘들었지만 중요한 요충지 하나를 정리한다는게, 의미가 있기는 할 것이다.


멕시코를 시작으로 점퍼와- 점퍼 조직과 연이 닿은 선진국들의 일부 단체들은 그러한 일을 열심히 했다.


지긋지긋한 것들과 싸우고 뿌리를 뽑아내는 건 한 사람이 나쁜 습관을 개선하고 건전하게 운동을 하고, 안정적인 생활의 패턴으로 돌아가는 것만큼이나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그러한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의 방구석 청소- 곧 멕시코 카르텔의 소탕이 길게 이어졌다. 멕시코는 곧 전초전이었고, 이후에 여건이 되는대로 남미 전체를 한 번 돈 뒤에 아프리카 대륙 쪽으로도 넘어가서 일을 벌일 계획이었다.


*


북부에 있는 중형 카르텔의 보스, 후안 호아레스 로드리게스는 ‘조한’의 형제였다. 아버지가 같은 이복 형제였으며, 전대 남미 범죄 조직에서 걸출하게 활동을 했던 갱을 아버지로 둔 이들이다. 원래는 북부를 근거지로 삼은 것이 그들 가문의 내력이었으나 형인 ‘조한’은 기반을 동생에게 넘기고 남부로 내려가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범죄를 저지르고 세력을 키우는 일에 입지를 다지고, 개척하는 일이라는 말이 올바른 용어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후안에게 조한은 나름대로 형 다운 면이 있는 사내였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후안의 인생에 있어서, 본 지도 아주 오래된 조한이 그리 애틋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가 이끌던 집단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을 할 정도는 되었다. 조한이라는 사내의 변고에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 건 무수한 보스들 중에서 후안이 먼저였다.


남부 카르텔 세력에 거대한 공백이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그는 누구보다 빠르고 과감하게 움직이고자 했다. 조한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에 대해서는 그 역시 대강 아는 것들이 있었다. 북부에서도 남부 카르텔과 연을 맺고 같이 움직일 때 조한의 덕을 본 적도 있었고. 그들이 갖고 있는 마약 공장이나 근거지의 위치도 아예 모르지 않았다 재빠르게 움직이고 ‘검은 달’이 차지하던 자리를 선점한다면 그들 조직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일지 모른다.


후안은 직접 부하들을 이끌고, 즉 사병대와 같은 병력을 이끌고 멕시코 남부로 이동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동하려 했다. 북부에서 가까운 근거지부터 차례대로 침략해서 남은 자원이 있다면 털어 먹을 생각이었는데···. 뜻하지 않은 괴인의 방문을 받아야만 했다.


“Hello, Juan! I'm the friend of your older brother!"


어딘가 미래적으로 보이는 풀페이스 헬멧. 유리막 너머로 보이는 훤칠한 동양인 사내. 두텁고 검은 가죽 장갑을 끼고, 총을 든 채로 나타난 양복쟁이의 모습이었다. 동화 속에 튀어나온다고 해도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괴상한 일이었다. 그가 그의 거처 집무실에서 부하들을 호출하려다가 문득 고개를 든 순간, 모르는 사내가 그의 앞에 있었다.


집무실의 창 뒤로 따사로운 멕시코의 햇살이 그의 등을 덥히고 있었다. 눈 앞에 나타난 사내의 웃음이 후안에게 왜인지 불길한 예감을 선사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가 들고 있는 장전된 MP5로부터 기인한 불안감일지 몰랐다.


*

jonathan-gonzalez-kk-Wa2xMxhY-unsplash.jpg

스스로의 인생을 버릴 수 있는 건 스스로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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