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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言之房

금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자언
작품등록일 :
2021.05.12 23:46
최근연재일 :
2021.06.17 03:23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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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0
추천수 :
388
글자수 :
173,670

작성
21.05.17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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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 관리대상 금손 (2)

DUMMY

#4. 관리대상 금손 (2)




버버리 갈색 떡볶이 코트가 들어와 아무데나 빈자리에 섰어.


그러자 교장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 애 앞으로 다가갔어. 한눈에 봐도 딱 보여. 지금 교장선생님 머리에서 지진 난 게. 어쩌겠어. 당신이 일 크게 만드는 걸 좋아해서 만든 그 결과물인데.


“나 교장이요.”

“나는 위대하신 수령 아바디의 첫째 아들 김돌식이올슴다. 만나서 반갑습네다.”


무슨 전쟁터에서 장군이 자기소개 하는 거 같지 뭐야. 말투도, 이름도, 분위기도. 그 와중에 김 씨 자손이 악수하겠다고 손을 척 내밀어.


교장 선생님은 그걸 또 두 손으로 잡아. 마치 황공하다는 듯. 그 모습에 몇몇 애들이 키득거리기 시작했어.


문제는 내 눈에는 지금 이 상황이 안 들어와. 왜냐고?


떡볶이 코트. 이상하게 저게 낯이 익는 거야. 버스에 버리고 온 내 코트가 막 생각나면서. 이미 6년 전 일인데. 왼쪽 칼라부분을 내가 이빨로 물어뜯어서 살짝 헤졌었는데... 그게 너무 비슷한 거야. 갑자기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호기심이 발동하는 거야.


다들 알지? 초등학교시절 옷 안이고, 실내화 밖이고 모조리 이름 써 넣는 거. 어디다 두고 와도 누군가가 찾아줄 수 있게. 네임펜이나 매직으로 커다랗게 써 넣는 자신의 이름.


뚜-뚜- 그때부터 내 머릿속에는 ‘떡볶이 코트 뒤집어보기’ 개인 미션이 실행돼.


우리 엄마는 옷의 안감 아래쪽에 실로 조그맣게 내 이름 머리글자를 새겨 넣거든. 때로는 G.H. 때로는 ㄱㅅ 때로는 금손으로. 그날 엄마의 기분에 따라 옷에 새겨지는 인장이 결정되는 거지. 지금 마음 같아서는 넘어지는 척, 저 옷을 잡아다 뒤집어 보고 싶은데...


그때 내 옆에서 저 대단한 김 씨 자손을 1도 신경 안 쓰고, 반찬 먹방 찍고 있는 돌아이가 눈에 들어와.


“이봐, 혹시. 나와 같이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일 하나 안 해볼래?”


그 아이는 코난을 많이 본 것 같다했잖아. 젓가락을 내려놓고 정면을 주시해. 나를 봐도 되는데 말이야.


“은밀한 일은 서로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로 시작해서, 나중에 연결고리가 착 맺어져야 하는 일이지. 일단 시선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교환하도록 하지.”


이러더니 안경을 한 번 쓱- 올려. 이런 돌아이를 믿어야 하나 잠시 망설였어. 그런데 그 잠시를 못 기다리고 돌아이가 고개를 숙여 낮은 목소리로 말해.


“무슨 일인데?”

“우리 둘 다 이미 여기저기서 주목을 받은 사람 같은데. 내 말에 동의해?”


돌아이가 고개를 천천히 한번 끄으덕-.


“좋아. 우리 둘 다 좋은 추억 만든다고 생각하고. 이 은밀한 일을 진행해 보는 거야. 축구에서 보면, 마지막에 선수들끼리 윗도리 교환하는 거 알아?”


돌아이 눈빛이 반짝거려.


“우리 둘 다 사진기도 없고, 핸드폰도 없어서 김 씨 아들 만났다는 거 사진으로 증명할 수도 없잖아. 그러니까 기념품을 우리가 스스로 만들자는 거야. 어때?”


입 찢어지겠다, 야!


“저 코트. 저거 먼저 받아오는 사람한테, 1달 동안 보름달 빵하고 딸기우유 사주기. 어때?”


어, 그런데 약간 망설이는 눈빛을 보이는 거야. 그리고 김 씨 자손이 입은 버버리 코트를 쓱 보는 거지. 안 되겠다. 저러다 안 할지도 모르겠는 데?


“그리고... 저 코트. 아까 그 돌멩이 색이랑 좀 비슷하지 않아?”


돌아이가 나를 노려보기 시작해. 이런 시선교환은 부담스러운데 말이야.


“돌멩이라고? 아까 내가 이름 말해줬잖아. 전융마그네시아!”

“어... 어 그래. 전융마그네시아.”


혼자 조용히 웃기 시작해. 무섭게스리. 돌덩어리 이름을 괜히 말했나? 갑자기 돌아이가 몸 안에서 뭔가 솟구치는 듯이 몸을 비틀어.


“금손, 그 내기 밥 다 먹을 때 까지, 어때?”

“너무 짧지 않냐?”

“쟤 밥만 먹고 가면?”


맞네. 그럴 가능성도 있다.


“좋아. 밥 다 먹을 때 까지. 콜.”


갑자기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돌아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당연히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지.


“야! 여기 와서 나랑 같이 밥 먹자!”


소리를 쳤어. 돌아이의 행동에 교장 선생님과 강 선생님, 군인들도 막 당황하는 모습이 보여. 그렇다고 안 된다고 할 거야 어쩔 거야. 같이 밥 먹으러 왔으면, 일단 어디서든 먹어야 할 거 아니야.


김 씨 자손도 웃는 건지 화가 난건지 좋은 건지, 입술이 씰룩거리기 시작해.


“내도 좋아. 그렇게 하디 뭐. 교장 선생님은 여기서 드시라요. 내는 저기 가서 급우들과 같이 먹갔어요.”


그러고 이쪽으로 막 오는 거야.


내 눈에는 너만 보이기는 쥐뿔. 내 눈에는 당연히 떡볶이 코트의 칼라부분만 보이는 거지 뭐. 그리고 은근 슬쩍 내거였던 것 같은데? 라는 의심에서 내 것 맞는 것 같은데? 라는 확신으로 바뀌었어.


옆의 돌아이는 김 씨 자손을 우리 둘 사이에 앉게 자리를 만들어 줬어. 이런 용의주도하지만, 공평한 자식 같으니라고. 생각보다 괜찮은 놈이었어.


“안녕, 우리가 북한 음식 잘 모르니까 네가 설명을 해주면 참 좋겠어.”

“좋디. 우리 북조선의 음식이 얼매나 위대한지 내가 잘 설명해주갔어. 이보오. 식사 들이라.”


쪼꼬만 아이의 말 한마디에 군인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황동색 놋그릇에 음식이 담아져 나오기 시작해. 한복 입은 복무원과 양장 입은 복무원이 수도 없이 들락날락 거려.


그 와중에 돌아이는 김 씨 자손에게 우리는 이런데, 너희는 어쩌냐, 이건 아냐 모르냐 쓸데없는 말을 막 날려.


“일단 먹으면서 이야기하디. 고조 우리 북조선의 류명한 도시 개성은 특별히 정해진 음식 대신에, 계절마다 나오는 재료들을 이용해 료리들을 차려놓디. 지금 나온 음식은 개성이 자랑하는 음식이디. 뚜껑을 열어보라.”


뭐 말투랑 사용하는 단어가 이상하긴해도, 이해가 되더라고.


놋그릇의 뚜껑을 열었어.


내가 전에도 말했지? 기회 되면 개성은 꼭 한 번 가봐. 진심으로 추천하는 여행지야. 그렇다고 군사분계선에서 담치기 같은 거 시도하지는 말고.


뚜껑 속에는... 와.... 이건 무슨 작품이야. 노란 그릇 안에 빨강 꽃, 초록 꽃, 노랑 꽃, 주황색 꽃들이 한 송이씩 꽉 차게 피어있는 거야. 음식냄새도 장난 아니야. 젓가락을 어디에 가져다 대야할지 잘 모르겠더라고. 진짜 우리 학교 급식하고 비교 되더라 정말.


그 모습을 보던 김 씨 자손이 말을 해.


“음식을 먹을 땐 순서가 있시 먹어야 하는 법이디. 간이 적은 것부터, 센걸로. 하얀 것부터 빨간 걸로 먹으면 되는 거시야.”


우리 무시하는 거지 지금? 그 정도는 우리도 알고 있다고. 다시 말하지만 우리도 이미 13살이라고. 머릿속에는 이 말들이 쭉 지나가는데, 입으로는 안 나오더라.


분명 밖에 총 들고 서 있는 군인들을 봐서 그런가봐.


“너는 무슨 운동을 좋아해? 축구 같은 거 알아?”


훅 치고 들어오는 돌아이, 벌써 작전 계시냐.


“축구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는 영국의 리버풀 응원하는데, 너는 응원하는 팀이 있어?”


내가 덧붙였지. 그런데 생전 망설임과는 담 쌓고 지낼 것 같은 애가 갑자기 막 망설여.


“내레 축구 좋아하고 잘 하는데. 특별히 좋아하는 팀은 없서.”


이러면 안 되는데.


“그래? 그럼 뭐 좋아해? 금손 넌 가만 있어봐.”

“음. 난 먹는 걸 제일 좋아하디.”


그러더니 숟가락을 들고 빨간 국을 퍼먹는다. 가만 보니 육개장처럼 보여.


“매운 음식 좋아해? 매운 거 먹으면 땀 안나? 옷 벗고 편하게 먹어.”

“하하. 그건 손님인 니들이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날래 먹으라. 식으면 맛없다.”


김 씨 자손이 옷을 벗어. 나는 또 매너 있는 척 옷을 받아 주려고 준비하고 있었어. 어라, 그런데 돌아이가 옷을 차가네.


일단 나는 화를 삭히며, 김 씨 자손을 따라 밥을 먹기 시작했어. 일단 뭐라고 말이라도 나눠봐야 나중에 옷 교환 말이라도 꺼내지.


“이거 육개장 맞아?”

“이거 노루고기로 만든 육개장이 맏디. 지금 철엔 봄철에 인민의 육신을 위해 영양가 있는 거슬 먹어줘야 하는디, 그거엔 노루고기가 왔다이지.”


주면에 그 말을 들은 애들은 그릇을 저 멀리 치워버리더라. 나도 솔직히 그건 못 먹겠더라고.


그 이후에도 음식 설명은 간간히 계속 됐어. 명태고기전, 더덕구이, 인삼정과. 등등... 그 아이의 말을 들어보면 우리는 무슨 밥도 제대로 못 먹는 아이들로 알고 있는 것 같더라고.


밥을 다 먹었어. 진짜 돌아이의 말대로 이제 자기는 다시 평양으로 돌아 가야겠데. 집에서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신다고. 평양에 오면 그때 다시 만나 이야기 나누자는 거야. 북쪽이나 남쪽이나 아이들의 인생이란 참...


나는 마음이 급했나봐. 그 애의 팔목을 잡았어.


그러자 식당 창문이 깨지고, 문틈으로 군인들이 신발신고 막 들어오기 시작해. 약간 무섭더라. 아니 솔직히 말하면 총이란 거 낯설었다. 그때 내가 군대를 다녀왔겠어? 총을 본거라곤 트랜스포머의 범블비 무기인 총 밖엔 없는데.


어떤 아이들은 막 소리를 질러.


그런데 그와 중에 나도 모르게 입에서 노래가 흘러나와.


“밀가루로 만든 호빵맨~ 용감한 친구 호빵맨~ 단팥으로 만든 호빵맨~ 다정한 친구 호빵맨~”


그냥, 그 아이의 외모가 호빵맨 닮아서 인지 나도 모르게 나오더라. 주변 사람들이 눈이 똥그래져 나를 봐. 그 눈엔 참 많은 것이 담겨져 있더라. 이 미친놈아. 이 똘아이야 등등.


“아니 너 호빵맨 닮아서 노래하나 불러 주고 싶었어.”


군인들은 총을 넣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


“니가 축구를 안 좋아한다 그러니, 내가 할 말은 없는데, 축구에서는 경기가 끝나면 옷을 바꿔 입기도해. 우리도 만난 거 기념하기 위해 옷 바꿔 입을까?”


나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버버리 겉옷을 손가락질했어.


호빵맨 닮은 김 씨 자손의 눈이 똥그래져. 그러더니 주섬주섬 바닥에 떨어져있는 자신의 겉옷을 나한테 건네. 나도 내 것을 건넸지.


분명 집에 돌아가면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은 따놓은 당상인거 눈에 훤해. 내 외투가 몽클레르 키즈 한정판으로 몇 백만 원 짜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 채굴 금에 대한 지분 받고 제일먼저 엄마가 나한테 준 선물이기도 하고 말이야.


“강 선생님, 혹시 네임펜 있어요?”


강 선생님이 잽싸게 펜을 건네더라. 그리고 김 씨 자손의 이름인 김돌식을 코트 뒤판에 써 달라했지. 이왕 축구 교환식 따라서 하는 거, 확실하게 따라하는 게 좋잖아. 폼도 나고.


진짜 말 그대로 김돌식과 날짜를 적더라. 이제 정말 버버리 코트는 기념품이 되었어.


나는? 하단부터 살폈지. 아니나 달라. 구멍 송송 뚫린, 실밥만 없는 G.H.가 있더라. 이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거지?


선생님들은 우리를 식당 밖으로 내 보냈어. 깨진 유리에 다칠까봐.


옷을 바꾼 것 까지는 좋았어. 문제가 뭔지 알아? 이 옷은 내가 6년 전에 입었던 옷이야. 팔도 제대로 안 들어가더라고. 내가 너무 멍청한 내기를 한 듯해. 북한에서의 일정이 아직 남았는데.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다닐 거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오더라고.


옷을 어깨에 걸쳤어. 그런데 주머니에 뭐가 만져져. 내 인생이 그렇지 뭐. 이름부터 평범하지가 않잖아. ‘금손’.


주머니에서 만져지는 것을 꺼냈어. 초코렛 키커 크기에, 빨간색 버튼 달랑 하나있는 기계더라.


그 다음날 군부대 사람들이, 나와 돌아이가 자고 있는 방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더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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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8. 금손아, 가자! (2) +6 21.06.12 84 4 13쪽
28 #27. 금손아, 가자! (1) +6 21.06.10 112 6 13쪽
27 #26. 금손이가 금손하네 (4) - 수정본 +4 21.06.09 102 5 12쪽
26 #25. 금손이가 금손하네 (3) +4 21.06.07 100 5 13쪽
25 #24. 금손이가 금손하네 (2) +4 21.06.07 97 6 14쪽
24 #23. 금손이가 금손하네 (1) +4 21.06.04 104 5 12쪽
23 #22. 금손을 알라 (7) +4 21.06.03 109 9 13쪽
22 #21. 금손을 알라 (6) 21.06.02 103 9 12쪽
21 #20. 금손을 알라 (5) +2 21.06.01 115 7 12쪽
20 #19. 금손을 알라 (4) +2 21.05.31 98 8 13쪽
19 #18. 금손을 알라 (3) +2 21.05.30 100 7 13쪽
18 #17. 금손을 알라 (2) +2 21.05.28 102 6 13쪽
17 #16. 금손을 알라 (1) +4 21.05.27 118 6 12쪽
16 #15. 그냥 금손이 아님 (7) +4 21.05.26 115 7 12쪽
15 #14. 그냥 금손이 아님 (6) +6 21.05.25 119 8 12쪽
14 #13. 그냥 금손이 아님 (5) +4 21.05.25 115 6 12쪽
13 #12. 그냥 금손이 아님 (4) +6 21.05.24 124 10 12쪽
12 #11. 그냥 금손이 아님 (3) +2 21.05.23 141 8 13쪽
11 #10. 그냥 금손이 아님 (2) +2 21.05.22 148 9 13쪽
10 #9. 그냥 금손이 아님 (1) +2 21.05.21 174 10 12쪽
9 #8. 금손다움 (3) +2 21.05.20 177 11 12쪽
8 #7. 금손다움 (2) +4 21.05.20 194 9 13쪽
7 #6. 금손다움 (1) +4 21.05.18 253 8 12쪽
6 #5. 관리대상 금손 (3) +2 21.05.18 301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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