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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言之房

금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자언
작품등록일 :
2021.05.12 23:46
최근연재일 :
2021.06.17 03:23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6,745
추천수 :
388
글자수 :
173,670

작성
21.05.26 23:55
조회
114
추천
7
글자
12쪽

#15. 그냥 금손이 아님 (7)

DUMMY

#15. 그냥 금손이 아님 (7)




방 안의 조명이 꺼지자, 보좌진들은 화면을 중심으로 둘러앉았어. 밝은 빛만 내보내던 빔프로젝터도, 드디어 화면송출을 시작했고.


그런데, 우리의 기대와 달리 영상은 줄곧 소리만 뱉어 냈어. 그것도 시끄러운 온갖 잡음을 다 포함해서.


‘지지지지-’

‘덜그럭, 끼익-’


그렇게 30초가 지났어.


“으으-”


사람들의 알 수 없는 소리. 또 50초가 지났어.


그거 알아? 사람들은 자신의 기대와 다르면 딱 두 가지 행동패턴을 보인다는 거. 더욱 집중하거나, 아니면 다른 행동을 하거나.


그런데 여기 있는 사람들.... 숨도 안 쉬고 귀를 기울이더라고. 왜냐하면, 그... 소리 안에서... 저 멀리, 어렴풋이 사람 비명소리 비슷한 게 들렸거든.


서로 눈을 마주치며 자신이 들은 게 맞는지 서로 확인하더라.


점점 그 비명이 가깝게 들려. 더 가까이, 더 가까이. 그러다 뚝- 갑자기 소리가 멈추는 거야.


“으아아아-”


이제 끝났나 싶었을 때쯤, 다른 사람도 아닌, 녹화하던 사람이 지르는 비명소리. 귀가 찢어질 것 같은 거야. 그리고 심하게 움직이는, 달그락 소리가 들려.


“엄마얏!”


어떤 사람들은 의자에서 일어나거나.


“캭-”


그 자리에서 어깨를 한 번 크게 떨구거나, 상대의 손을 잡는 사람도 보이더라.


한 번 의자에서 일어난 보좌진들은, 다시 자리에 앉지를 못해.


철호 아저씨는, 먼발치에서 이 모습을 지켜봤어. 한동안 표정이 없다가, 소리가 점점 커지자 무엇이 생각났나봐. 다시 사시나무 떨 듯 떠시네?! 그럼에도 아저씨의 표정이 참... 다양하다고나 할까? ‘이제 됐어.’ 혹은 ‘마무리야.’ 혹은 ‘더는 하기싫어.’ 그리고 ‘이제 편안해...’ 이 모든 것이 담긴 표정이랄까?


“화면이... 안 나오네요. 재생툴의 문제인가요? 아니면 영상의 문제인가요?”


아저씨는 대답대신 기다려 보라는 손짓을 해.


사람의 비명소리. 그 뒤로 들리는 울음소리. 그리고 같이 들리는 둔탁한 소리. 너무 반복되니까 듣고 있기 힘들더라. 그렇다고 끌 수도 없잖아. 아저씨가 어렵게 가져다주신 것 같은데.


혹시... 일부러? 아저씨의 능력이면, 화면 안 보이게 만드는 것, 그건 일도 아닐 테니깐.


어...어! 아저씨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오는 듯했는데... 갑자기 나를 보며 웃으며 옆으로 눕네? 통나무가 천천히 쓰러지듯이, 그렇게.


방금, 내가 뭘 본거지?


그 모습을 보던 사람들. 일사 분란하게 움직였어. 119를 불렀고, 아저씨를 바닥에 바로 눕혔어. 어디선가 담요를 가져와 덮었고, 쪼일 것 같은 겉옷을 풀어 팔, 다리를 마사지했어.


그제야 내 귀에 들리더라.


‘쿵-’


철호 아저씨가 바닥으로 넘어지는 소리.


아...저...씨... 너무 당황하니까 말도 안 나오더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런데 내 시간만 늦게 흘러가는 거 같아. 내 주위의 공기, 내가 걷지 못하도록 힘쓰는 것 같아.


“하- 하-”


누군가 내 귀에 대놓고 숨을 쉬나봐.


“아...저...씨... 숨... 숨 쉬세요. 숨..”


누군가 철호 아저씨를 옆으로 뉘어 등을 쳤어. 누군가는 봉지를 가져와 입에 대줬어.


119 구급대원들이 방에 들어와 아저씨를 들것에 올려. 그리고 누군가 물어봐. 같이 가실 분, 계시냐고. 내 입으로 말하지 않았는데도 다들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길을 터주네.


나 때문에 오신 분. 누가 대신 할 수 있겠어. 아저씨의 손을 꼭 잡고 구급차로 향하는데... 말하지 않아도 알겠는 거야. 저 USB 안에 뭐가 있는지. 무엇이 아저씨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내가 그날, 그때 겪었던 일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테니깐.


구급차 안은 제법 흔들렸어.


“어어. 눈 떴네요.”


구급대원의 목소리엔 희망이 들어있었어.


아저씨가 나의 손을 꼭 잡았어. 힘들게 눈을 뜨더니 나의 손을 토닥거려.


“그래도 병원으로.”


나의 말에 앰뷸런스 사이렌이 켜졌어. 시끄럽고 흔들거림 속에서 아저씨의 팔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 나는 다시 힘을 줘 아저씨의 손을 잡았어. 그리고 잡고, 또 잡고, 또 잡고. 계속 무한반복을 했어.


“그러지 마세요. 고려청자 드릴게요. 아니다. 그것 보다 더 좋은 거 드릴게요. 아저씨! 아저씨!”


얼굴에 미소가 보여. 그리곤 편안해 보였어.


쿵-


아저씨의 팔이 앰뷸런스 바닥에 떨어지며 만들어 낸 소리.


이 세상, 아저씨가 마지막 남긴 소리, 그것이 이명이 되어 들리기 시작했어.


***


‘쿵-’


분명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아버지랑, 철호 아저씨가 뭘 떨어뜨렸나?


“하여간 어른들이 말이야. 끝을 몰라. 끝을. 적당히 놀아야지, 적당히!”


내가 이미 말했잖아. 하루도 아니고, 이틀도 아니었어. 아버지랑 아저씨랑 저렇게 밤새 술 마시고 노는 거 말이야. 두분 나이도 비슷해, 아저씨도 내 또래의 자식이 있다고 하더라. 누가 보면 한 30년 지기 베프야.


으흐흐, 그래도 그 덕분에 나도 게임을 줄기차게, 편하게 했지, 뭐. 등업은 가끔 아버지의 핸드폰에서, 아저씨의 핸드폰에서 도움을 받기도 했어. 쬐금, 아주 쬐금 말이야.


다들 알잖아. 핸드폰의 소액결제 따윈 내 핸드폰엔 없는 단어라는 거.... 나만 그런 거 아니잖아? 우리엄만 정말.... 너무해. 내가 고려청자까지 가져다 줬는데.


그런데. 나 금손이, 하던 게임을 내려놨어. 그 쿵- 소리 때문에.

당연히 어려운 결정이었지. 이상하게 나가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랄까?


“아버지! 아저씨!”


마루에는 널브러진 술병과 안주들이... 아휴... 엄마 들어오면, 아버지 분명히 등짝 스매싱각이야.


“아, 아저씨! 좀 일어나서 집에 가요! 그러다 소박맞아요!”


손도 안 꿈틀거려.


“자식 있다면서요. 안 보고 싶으세요?”


쿵-


다시 들려오는 소리. 내 소리보다 더 컸어, 분명.


쨍그랑-


이거... 뭐 있는 거 맞지?


나는 아버지에게 달려갔어, 그리고 흔들었어. 안 일어나. 아저씨도 마찬가지이고. 미치겠는 거야. 집에 엄마는 없고. 엄마한테 전화 한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지도 않아.


집 안에 아무 일 없다면.... 지하실 밖에 없어, 이 소리의 출처.


집 밖으로 나갔어. 지하실 가는 길은 밖에 있거든. 하필, 가로등 불도 안 들어와 있어. 언제는 그렇게도 밝게 켜있더니.


핸드폰으로 불을 밝혔어. 천천히 지하실로 다가갔어. 지하실 쪽에서 누군가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 제발 고양이어라. 제발 지나가던 강아지여라.


발뒤꿈치를 들었어. 살금살금 다가가 문의 손잡이를 잡으려 손을 뻗었는데! 어, 그러고 보니 문이 없네?


그냥 문짝을 떼버린 거야? 와... 이 괴물. 뭐로 떼어낸 거야? 이게 가능해? 철문인데? 내가 감탄하기도 전 안에서 말소리가 들렸어.


“씨발, 이것도 짝퉁이야.”

쨍그랑-


“이건 또 뭐야.”

쨍그랑-


나는 한 동안 그 사람이 하던 행동을 지켜봤어. 저 사람 집중력이 어마무시 한가봐. 내가 뒤에 있는데도 모르더라?


얼굴은 나름 가린다고 복면까지 쓰셨어. 누가 보면 마미손인 줄 알겠어. 어이없네, 정말.


“이건 또 왜 이따위야! 아니지, 아니야!”

“그럼 어때야 하는데요?”

“빛깔이 더욱 고와야 해. 반사되는 불빛이 고루 퍼져야 하는데, 아니잖아.”

“그게 다예요?”

“그럴 리가. 고려청자의 겉 표면은 더욱 부드러워야 한다고. 그런데 이건... 중간 중간 거칠어....”


말을 하다말고, 멈추더라? 그리고 나를 돌아봐. 그런데 그 아저씨의 사지가 달달 떨려. 손에는 뭐가 들렸는데... 그 길이가 손바닥보다 짧아. 저런 심장가지고 어떻게 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거지?


“아..아.. 아가... 아가야. 아저씨 무서운 사람이야. 그러니 얼른 가! 가!”


휘익- 손짓을 하셔. 말까지 더듬으면서.


“여기 누구집인데요?”


아저씨가 말을 못해.


“저희집인 거 같은데, 그럼... 누가 가야되죠?”


내가 손가락으로 아저씨를 가리켰지.


“이런, 어린놈의 새끼가. 예의도 못 배웠나. 어른한테 손가락질 이라니!”

“도둑한테 예절 배우게 생겼네요. 그 예절에 도덕은 없나 봐요?”


아저씨가 고려청자를 살며시 내려놔.


“이런, 문화재가 있는 곳이 개인 집이라고? 아니야, 아니야!”

“그럼 이 집을 문화재로 등록해야 하나?”

“아가야, 니가 어려서 잘 모르나 본데... 문화재는 기록이야. 기록 무서운 줄 알아야지!”

“아저씨, 제 손에 든 핸드폰은 안 무서워요? 나 지금 동영상 촬영하고 있는데. 모르시나 봐요. 이것도 기록인거.”


그동안 내가 겪은 일이 조금 많았어요.

보통의 초등학생 생각하면 안 될 거예요.

총 맞아 봤어요? 아빠 잃어 봤어요? 몰래카메라 당해 봤어요?

그리고.... 돌식이를 친구로 둬 봤어요? 그 무시무시한 사람 아들 말하는 거 맞아요.


그 아저씨에게 퇴로란 존재하지 않았어. 아니, 했어도 우리집 사람들만 아는 거지. 저 사람만 모르는 거였지.


“그간 제가 겪은 일이 많아서... 이런 건 일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좋게 넘어가 드릴 테니까, 조용히 나오세요.”


그래도 성인 남자와 초등학생의 덩치차이는 제법 있더라고. 아저씨도 그걸 눈치 챘는지... 나오던 발걸음을 멈춰. 그러더니 씩 웃어.


“아저씨. 이상한 짓 하시면... 그 마미손 다 뜯습니다!”


어어, 아저씨가 나에게 돌진하네. 내 상상이랑 다른 그림인데? 사람들 눈에는 내 손에 빨간 천이 들린 줄 아나봐. 그렇다고 자신을 황소라고 비하하지 말라니깐요. 에라, 모르겠다.


나도 되돌아 마당으로 뛰어갔어. 안 그랬다간 저 아저씨한테 잡힐 것 같았거든. 일단 살고보자! 그때. 내 앞에! 딱-


“엄마!”


엄마가 양손 가득히 쇼핑백을 들고 서 있었어.


완전, 너무, 진짜, 반가웠어. 그래서 있는 힘, 없는 힘 다해서 엄마를 불렀지, 뭐. 난 아직 13살이니깐.


그 소리에 우리 엄마, 들고 있던 쇼핑백을 바닥에 내려놔. 딱- 각 잡아서 일렬로 쇼핑백을 세워. 그리고 반쯤 틀은 몸으로 나를 향해서 검지 손가락을 들어 보여. 그리고선 까딱까딱 -


“뒤로 와.”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한번 옆으로 딱- 꺾어주는 거야. 두둑- 소리가 나네?

우리 엄마... 맞지? 앞으로 말 잘 들을 게요. 소액결제란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워야 할 까봐. 영영- 쭈욱-


내가 재빨리 엄마 뒤로 서자, 엄마가 신었던 구두를 벗어, 그걸 가지런히 쇼핑백 옆에다 놓는다. 그리고 치마의 뒤쪽, 가운데를 잡고서 위로 올려. 그리고 그걸 앞쪽 오비에다 딱 넣어. 그러니 치마가 금방 바지로 변신하네?! 오... 신기해!


“근데, 엄마... 뭐해?”

“뭐하긴 도둑놈 새끼 잡으려고 준비 중이지.”


참, 내가 말 안했었나?

우리 엄마... 707 특전사 출신인거. 그리고 이라크 파병도 다녀오고, 유도 3단, 태권도 3단, 특공무술 3단 이면서... 이것저것 합치면 도합 10단 되는 걸로 알고 있어. 엄마 옛날 사진보면 하늘에서 뛰어내리는 사진도 있고... 뭐 하여튼 그래. 이제야 내가 엄마의 등짝 스매싱을 그렇게 아파했던 이유를 알겠지?


그러고 보니... 왠지, 앞에 서있는 마미손 도둑님이 좀... 걱정 되는걸?


작가의말

감기기운이...  심한 일교차에 건강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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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 금손아, 가자! (3) +6 21.06.13 85 4 13쪽
29 #28. 금손아, 가자! (2) +6 21.06.12 83 4 13쪽
28 #27. 금손아, 가자! (1) +6 21.06.10 112 6 13쪽
27 #26. 금손이가 금손하네 (4) - 수정본 +4 21.06.09 102 5 12쪽
26 #25. 금손이가 금손하네 (3) +4 21.06.07 99 5 13쪽
25 #24. 금손이가 금손하네 (2) +4 21.06.07 96 6 14쪽
24 #23. 금손이가 금손하네 (1) +4 21.06.04 103 5 12쪽
23 #22. 금손을 알라 (7) +4 21.06.03 108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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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금손을 알라 (5) +2 21.06.01 114 7 12쪽
20 #19. 금손을 알라 (4) +2 21.05.31 97 8 13쪽
19 #18. 금손을 알라 (3) +2 21.05.30 99 7 13쪽
18 #17. 금손을 알라 (2) +2 21.05.28 101 6 13쪽
17 #16. 금손을 알라 (1) +4 21.05.27 117 6 12쪽
» #15. 그냥 금손이 아님 (7) +4 21.05.26 115 7 12쪽
15 #14. 그냥 금손이 아님 (6) +6 21.05.25 118 8 12쪽
14 #13. 그냥 금손이 아님 (5) +4 21.05.25 115 6 12쪽
13 #12. 그냥 금손이 아님 (4) +6 21.05.24 123 10 12쪽
12 #11. 그냥 금손이 아님 (3) +2 21.05.23 140 8 13쪽
11 #10. 그냥 금손이 아님 (2) +2 21.05.22 147 9 13쪽
10 #9. 그냥 금손이 아님 (1) +2 21.05.21 173 10 12쪽
9 #8. 금손다움 (3) +2 21.05.20 176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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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 금손다움 (1) +4 21.05.18 252 8 12쪽
6 #5. 관리대상 금손 (3) +2 21.05.18 300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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