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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言之房

금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자언
작품등록일 :
2021.05.12 23:46
최근연재일 :
2021.06.17 03:23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6,757
추천수 :
388
글자수 :
173,670

작성
21.05.2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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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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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14. 그냥 금손이 아님 (6)

DUMMY

#14. 그냥 금손이 아님 (6)




분명 총 소리가 들렸는데... 난 어디도 안 아팠어. 심지어 피도 안나.


“컷-”


이상한 소리. 우리 아빠가 총 맞을 때도 나지 않던 말소리.


“오케이-”

“오케이 컷입니다. 자리 옮기겠습니다.”


그제야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해. 다들 웃기도 하고, 말하기도 하면서.


우리 아버지 다친 건... 안중에도 없는 거야? 다들... 미쳤나?


지나가던 사람들이, 박수를 쳐. 신나게. 미친 듯이. 아빠랑 나를 향해서.


“아빠, 사람들이 미쳤나봐. 뇌에 좀비바이러스라도 걸렸는지... 병원가자. 얼른.”


아빠의 양쪽 겨드랑이에 손을 꼈어. 일으켜 세우려고. 응? 생각보다 가볍게 아빠가 일으켜 세워지네? 아빠... 두 다리로 선거야, 지금?


“아들. 고생했어!!”


뭐야. 아빠가 내 엉덩이를 토닥거려. 아까까지만 해도 가슴 부여잡고 땅 바닥에 누워있었는데.


저쪽에서 돌식이가 아빠한테 막 달려와. 그러더니 안겨.


“아부지. 고생하셨시오.”

“돌식이도 잘하던데?”


내가 미쳤나봐. 대체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거야.


저 멀리서 한 남자가 모자를 벗어 흔들며 이야기해.


“다음 장면, 오열하는 아이 뒤로, 남북 연예인 손잡고 걸어 나가는 씬 이요. 내부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그쪽으로 오세요.”


지나가선 촬영 스텝인가 봐. 커다란 양철판을 들고 가면서 나를 보는데....


“꼬맹이 잘했어! 연기해도 되겠다!!”


이러는 거야.


그 뿐이야?


돌식이 이자식이 총 쏠 때는 언제고,


“이, 금손 동무래, 연기해도 되갓어. 잘했다. 내래 아주아주 칭찬해주갓어.”


방금 까지 꿀렁거리면서 바닥에 누워있던 아버지란 양반이,


“우와. 우리 금손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어? 아니면 그렇게 아빠를 사랑하는 거야?”


공중에서 트위스트 기술을 시전하던 아저씨가,


“야. 너 뭐 먹었냐? 힘이 왜 이렇게 쌔? 너, 13살 아니지? 근육 터지는 줄 알았네. 제법이다.”


내가 미쳐가고 있나봐. 그때 누가 나를 꼭 안았어. 그래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 시켜줘서 진짜 고맙다.


그때 내 눈에 한 사람이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여. 저 어둠속에서 나를 보며 허연 치열을 드러내던 사람. 그래. 마구 비웃었던 놈. 내가 다른 사람은 다 잊어도, 너 만큼은 못 잊지.


“금박 씨.”


내 아버지 이름을 막 불러.


“감독님. 이거.. 잘 나왔어요? 연습도 없이 하려니까 좀 어색하네요.”

“아냐, 아냐. 연기 너무 좋아! 종엉대 연영과 출신이라고?”


처음 봤는데, 반말? 초등학교 안 나왔나봐 저 아저씨는.


“네. 맞습니다. 36기입니다. 감독님도 같은 학과 출신이라 들었는데 몇 기세요?”


갑자기 감독님 얼굴이 무표정해져. 말도 없이 돌아가.


“저 감독님, 40기예요.”


기다란 조명 옮기던 아저씨가 말해주네? 아빠 얼굴에 웃음이 도는데... 악마 같았어.


“손아, 아빠가 하는 일 체험해 보니까 어땠어? 막 온 몸에 전기오고, 희열오고 그렇지?”


아버지.... 지금 내 눈물에 흐르는 건, 그냥 물이죠? 코에 흐르는 건 뭘까요? 이렇게 둘 다 쏙 빼놓고... 체험? 체험이라고요? 부들부들.


이 모든 것이 아버지와 돌식이의 합작품이었어.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이 엿 같으심이었지만... 아빠도, 아저씨도 무사해서 다행이야.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야.


“내래, 종간나 새끼에게 추억한번 만드러주고 싶었디. 뭐... 아바디가 나에게 해 준 것 보다 강도가 좀 약하긴 하디만... 평생 잊지 말라. 이 일도, 나도. 알간?”


난 온 몸에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짜냈어. 그리곤,


“이 거짓말쟁이들아!!!!”


소리쳤는데.... 내 목만 아팠지 뭐. 다들 웃기만 해. 아이고... 특별한 내 인생아.


결과적으로 아버지는 이중간첩이었던 거야. 둘 다에게 추억을 한 아름 안겨주신 장본인이고. 나중에 나도 아버지 같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자식 멋지게 엿먹이며 속이는 아빠. 그것도 북한이랑 같이.


최철호 아저씨는... 진짜 장난 아니었어. 하늘을 날아 공중회전하던 모습. 나를 안아주며 다독거리던 음성. 모든 것이 진짜 최고였어. 그날 마음을 굳혔지. 정말로 상자 하나를 그대로 주기로. 아저씨의 픽에 따르기로. 뭐가 됐든. 얼마짜리가 됐든.


소리 누나와 북한 예인의 합동광고는 1시간 안에 끝났어. 현장에 있던 스텝들도 놀라더라. 전문가가 봐도 진짜 대단한 실력자들이라고.


그때 트럭 두 대가 털털거리면서 달려와, 이 새벽에. 이 한 밤중에. 소리 누나의 선물이래. 북한 사람 처음 본다면서. 한국음식 많이 먹고 가라는 거지. 또 언제 먹겠냐고. 북한 경호원들은 신났어. 남한까지 와서 이 창고에 처박혀 있다, 추억이라곤 눈물 콧물 짜는 나만 보고 가게 생겼는데 말이야.


그리고 소리누나는 원하는 사람 모두와 사진도 찍어주고 싸인도 직접해줬어. 심지어 소리 누나 전집 CD도 선물 하더라고. 세상에 이런 가수가 어디 있어? 최고 아니야?


다들 배부르게 먹고, 촬영장 정리할 시간이 다가왔어. 우리가 또 무슨 민족? 기록의 민족. 이건 뭐 어딜 가든, 언제든 상관 안 해. 무조건 단체 사진은 찍고 보는 거야. 남한, 북한 할 것 없이 모두 섞여서 사진을 찍었지.


그때부터 돌식이가 시무룩해지기 시작해.


“손아.”

“그렇게 부르고 싶냐? 나 아직 화 안 풀렸다.”


부들부들 손이 떨려. 때렸다간 내가 경호원들한테 죽빵 맞을 거 같아 참는 것뿐이야.


“내래... 다른 방법도 좀 고민해 봐야것어.”

“뭘?”

“너희랑 교류할 수 있는 방법.”

“아냐, 아냐. 굳이 그럴 필요 없어.”


이런 일 두 번 당하고 싶지 않았거든.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 아니 하고 싶지도 않아, 개자식아.


돌식이가 그 짧은 팔 끝에 달린 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어. 고개를 약간 숙이고, 공터를 왔다 갔다 해. 경호원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사람들이 힐끗거려.


“야. 이 초딩아! 좀 작작해라. 저 눈치 보는 사람들 안 보이냐? 하긴... 그러니 이미 총 맞은 사람한테 또 총질하지.”

“동무가 나를 이해 못 하는 거 아니가. 일단 기다려 보라. 그리고 철호 동무라 했시오?”


니가 철호 아저씨를 왜 불러?


“내래 종종 금손이랑 통화할지 모르는데, 그짝이 조금 불편할 수 있갔어. 수고 좀 해주시라.”


철호 아저씨는 대답대신 빙긋 웃어. 여기도 초등학교 안 나온 놈이네.


“내가 왜.. 내가 왜 너랑 통화를 해! 그냥 우리나라 대통령이랑 해결 봐!”

“우리 공민증도 없이 목간도 같이 간 사이 아니갔어. 그 사이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어딨간. 나중에 평양에 오면, 내래 창광원이란 곳을 델고 가 보갔어. 북조선의 최고 자랑인 한증탕이디. 맥주 교환권도 공짜로 쥬고. 꼭 오라!”


그러더니 소리 누나에게로 가.


“누님. 내래 진짜 좋은 추억이 될 거 같아 뭐라 감사 인사를 해야할 디 모르겠슴다. 조만간 자주 만날 자리를 마련할 테니. 꼭 잊지 말고 돌식이를 찾아 주시라요. 아시갔소?”


소리누나가 돌식이를 빤히 봐. 그리고 누나의 핸드폰을 딱 보여주네?!


“근데, 너 이거... 괜찮아?”


SNS에 돌식이와 내가 정줄 놓고 춤추는 장면이 그대로... 여과 없이... 얼굴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올라와있는 거야. 댓글은 더 가관이었어.


- 북한에서 온 애니? 누구랑 비슷하다?

- 북조선에서 탈옥했냐? 아니 탈북했냐? 걸그룹 보려고?

- 유전자의 승리 아니냐? 딱 봐도 닮았어. 뒤집어 봐도 닮았어.

- 완전 춤 잘 추는데? 너 위쪽의 장남 아니야?

- 빨리 집에 들어오라. 안 그러면 다리몽뎅이 분질러질 줄 알라.

- 야, 엄마 출현!

- 오마니 무섭습네다. 하하하하.

- 10 셀동안 안 튀어 오나? 10 셌다.

- 9 셌다.

- 8

- 7

- .... 그냥 들어오지 말라. 고서 확 뒤지라. 종간나 새끼.


남한이나 북한이나... 엄마들은 좀 과격한 거 같아.


정말 남한에서 모든 일정이 끝났어. 돌식이가 차에 타는데.. 밍기적 밍기적. 나도 돌식이 뒤를 따라 가는데... 밍기적 밍기적. 방금까지 그렇게 죽이게 밉던 애가 간다고 하니깐... 또 마음이 막 이상해.


“니는 좀 비키라.”

“뭐?”

“내가 남조선 마지막 행보까지, 니 얼굴을 봐야것어? 내 눈에 소리 누님만 담고 싶다. 비키라. 종간나 새끼.”


어이가 없네, 또.


그렇게 짧은 일정이 지났어. 이제 북한과 영영 안녕... 일 줄 알았지. 이 행동력 빠른 새끼가, 거기서 할 일도 더럽게 없나봐. 매일 전화야.


철호 아저씨는 매일 우리 집에 오고, 이젠 편하게 밥도 먹고. 아니다. 이제 아저씨가 우리 밥도 해줘. 엄마는 살판났다고 집에 붙어 있지를 않아. 그리고 화장실에서 똥도 싸. 막. 편하게. 아빠랑 누워서 티비도 보고, 술도 마셔. 왜, 살림 합치시지?!


“그런데 아저씨... 돌식이가 준 상자는 대체 언제 받을 수 있는 거예요? 10개나 되던데?!”


갑자기 아저씨가 자는 척을 하시네.


“참. 손아. 그 이야기 들었어?”

“뭐요?”

“광고 대박난거! 그리고 뮤직탱크? 그것도 해외 수출도 한데. 더 재미난 건 그 방송국 앞에 있던 포장마차가 하나 있는데... 프랜차이즈 계약 맺어서 완전 대박...났다고...하던...데...”


아저씨가 말을 하다 말아.


“너 혹시 그날, 떡볶이 어느 포장마차에서 먹었어?”

“그 앞에 포차 하나 밖에 없던데요? 다른 게 또 있었어요?”


갑자기 누워있던 아저씨가 일어나 앉아.


“근데... 혹시. 너. 장수탕이랑 목욕탕도 다녀왔냐?”


고개를 끄덕였어. 돌식이랑 다녀왔던 곳이거든.


“그럼... 여의도 공원도 다녀왔냐?”


거기도 갔었지. 끄덕.


“너 옷 브랜드 중에 ‘지오다놀았소’ 라는 것도 있냐? 전에 돌식이랑 왜...”

“네. 비 맞아서 아빠가 사줘서 입은 옷이 거기껀데요. 그때, 아빠가 돌식이한테 한국 전통 브랜드 옷을 사주고 싶다 했었던 걸로 기억해요. 왜요?”

“어... 그 업체 전 세계에 옷 수출계약 맺었거든. 한마디로... 대박 난 곳이라...”


아저씨 눈이 이상해. 에이... 뭐 있는 거 같은데?


***


무거운 공기의 방 안. 박민영 비서관이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 때문에 컴퓨터 키보드 소리가 달그닥거렸어.


“최철호 요원은....”


박 비서관이 말을 시작하자, 철호 아저씨가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어. 그리곤 어깨에 살짝 손을 올리곤, 토닥거리는 거야. 그 토닥거리는 손도 계속 떨리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했어.


그러자 박 비서관은 고개를 끄덕였어. 아저씨의 행동이 무슨 뜻인 줄 알았다는 듯. 그리고 자신이 앉아있던 컴퓨터 앞자리를 철호 아저씨에게 양보했어.


철호 아저씨는 컴퓨터를 이용해 무언가를 써 내려갔어. 그 글은 그대로 빔프로젝터를 통해 보였고, 그 방 사람들은 모두 읽을 수 있었어.


[다른 건 다 괜찮아요. 나는 괜찮아요. 정말이에요. 부디 대한민국을 맡아줘요. 대한민국을 끌어줘요. 대한민국을 지켜줘요. 손아... 보고 싶었다. - 최철호 -]


아저씨의 눈이 젖어 있더라.


미치겠는 거야. 내가 우는 모습을 보일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방을 나왔어. 화장실로 향했어. 뒤따라오던 사람 한 명이 화장실 밖을 지키더라. 아무도 못 들어오게. 내가 편히 울 수 있게. 이 배려심 터지는 사람들아!


마음을 다잡았어. 약한 모습 보이면 안 되잖아?


방으로 돌아 왔더니, 자리를 이탈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솔직히 한 명쯤은 이탈해도 되는데.


나는 들고 있던 USB를 컴퓨터에 꽂았어. 뭐가 들어 있는지 봐야하니깐. 아저씨가 나에게 주려고 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하니깐. 아저씨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깐.


그 안에 들었던 파일은 딱 하나. 그것을 더블클릭을 했어. 용량이 큰지 재생되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어.


꼴각. 긴장감에 침 넘어가는 소리만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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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 금손아, 가자! (3) +6 21.06.13 86 4 13쪽
29 #28. 금손아, 가자! (2) +6 21.06.12 83 4 13쪽
28 #27. 금손아, 가자! (1) +6 21.06.10 112 6 13쪽
27 #26. 금손이가 금손하네 (4) - 수정본 +4 21.06.09 102 5 12쪽
26 #25. 금손이가 금손하네 (3) +4 21.06.07 100 5 13쪽
25 #24. 금손이가 금손하네 (2) +4 21.06.07 96 6 14쪽
24 #23. 금손이가 금손하네 (1) +4 21.06.04 104 5 12쪽
23 #22. 금손을 알라 (7) +4 21.06.03 108 9 13쪽
22 #21. 금손을 알라 (6) 21.06.02 103 9 12쪽
21 #20. 금손을 알라 (5) +2 21.06.01 115 7 12쪽
20 #19. 금손을 알라 (4) +2 21.05.31 97 8 13쪽
19 #18. 금손을 알라 (3) +2 21.05.30 100 7 13쪽
18 #17. 금손을 알라 (2) +2 21.05.28 102 6 13쪽
17 #16. 금손을 알라 (1) +4 21.05.27 117 6 12쪽
16 #15. 그냥 금손이 아님 (7) +4 21.05.26 115 7 12쪽
» #14. 그냥 금손이 아님 (6) +6 21.05.25 119 8 12쪽
14 #13. 그냥 금손이 아님 (5) +4 21.05.25 115 6 12쪽
13 #12. 그냥 금손이 아님 (4) +6 21.05.24 124 10 12쪽
12 #11. 그냥 금손이 아님 (3) +2 21.05.23 140 8 13쪽
11 #10. 그냥 금손이 아님 (2) +2 21.05.22 148 9 13쪽
10 #9. 그냥 금손이 아님 (1) +2 21.05.21 173 10 12쪽
9 #8. 금손다움 (3) +2 21.05.20 176 11 12쪽
8 #7. 금손다움 (2) +4 21.05.20 194 9 13쪽
7 #6. 금손다움 (1) +4 21.05.18 252 8 12쪽
6 #5. 관리대상 금손 (3) +2 21.05.18 300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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