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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言之房

금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자언
작품등록일 :
2021.05.12 23:46
최근연재일 :
2021.06.17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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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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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3,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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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3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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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8. 금손을 알라 (3)

DUMMY

#18. 금손을 알라 (3)




마미손 도둑님이 매일 우리집에 오기 시작해. 가끔 밤을 새기도 하고, 혼자서 벽보고 중얼거리기도 해. 낮에는 괜찮은데, 밤에 그 모습 보면... 어휴, 진짜 무섭다. 거기에 핸드폰 불빛이라도 딱 비추잖아? 그럼, 그냥 쏴리 질러- 꺄악-


누가 봐도 마미손의 상태가 이상해지는 것 같지 뭐야. 하루는 엄마가 마미손을 앞에 앉혀놓고 물어보더라고.


“마미손.”

“네, 갑님.”


이미 마미손은 며칠 안 씻어서 구린 냄새에다가, 수염으로 라푼젤 찍을 분위기였어. 그런데, 언제 우리엄마가 갑이 됐지?


“이쪽으로 와서 앉아봐, 왜 그러는 거야. 무슨 문제 있어?”

“음...”

“.....”


우리 엄마가 또 한 참을성 하거든. 말 할 때까지 끝까지 기다리고 있더라고. 재촉하지도 않고.


“1번 상자부터 10번 상자까지 목록 제출하라고 하셨잖아요.”

“근데, 문제 있어?”

“최 요원님이 9번을 열었구요.”


엄마는 당연한 말을 한다며, 고개도 끄덕이지 않았어.


“문제는 그거 빼고 죄다 모르겠어요.”

“뭐?”

“심지어, 저희 집이 3대째 도굴꾼 집안이라 했잖아요. 나름 가문에 내려오는 진귀물품에 대한 비밀 리스트가 있단 말이죠. 당연히 특징도 적혀 있고.”


엄마가 뭔가 촉이 오나봐. 미간에 내천자를 딱 잡고 다음 말을 기다려.


“근데... 리스트에 없어요.”

“하나도 없어?”


마미손은 고개를 끄덕여.


“혹시, 이 물건들이 짝퉁이라서 그런 거 아니야?”

“아뇨. 누가 봐도 진짜예요. 얼마 전, 제가 상자에서 나온 흙을 조금 가져갔어요. 물론 팔려고 가져간 게 아니라, 연구실에 분석하려고 가져갔죠. 토양으로 연대측정을 한다, 라는 말 들어 보셨어요?”

“아니.”


“OSL(Optically Stimulated Luminescence)라고 빛을 흙에 쪼여주면, 흙이 내뱉는 에너지가 있어요. 그 에너지양에 따라 연도를 측정할 수 있는데... 상자 안의 흙을 조사해 본 결과, 시기상으로는 고조선보다 더 오래된... 하... 말도 안 되죠? 맞아요. 그럴 거예요.”


마미손은 머리 아픈 듯 고개를 양쪽으로 흔들었어. 머릿속에든 것을 털어내고 싶나봐.


“그래서 제가 다시 방사능 연대측정을 했어요. 물론 제 사비로요! 에흠. C14연대 측정법을 실시했는데, 이것도 역시나 비슷한 연대 예측치가 나오더라고요.”

“마미손, 가능하겠어?”


엄마의 단, 한 마디에.... 마미손의 눈이 막 흔들려.


“어떤... 가능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갑님?!”


비장한 목소리.


“고조선보다 더 오래된, 그런 국가가 우리나라에 있었다는 증명 말이야.”


한 껀 잡았다는 희열에 찬 목소리.


“가능은하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역사가 있을 수 있으니. 그런데, 갑님도 뭔가를 좀 아시는 분이시군요.”


마미손이 안경을 한번 올리더니, 엄마 앞으로 바짝 앉아. 씨익 웃으면서. 아주 만족한다는 얼굴로. 엄마도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를 낮춰서 물어.


“고조선과 그전의 국가. 증명 가능한 물건들이라는 거지?”

“만약, 환웅의 존재와, 단군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냐고 말씀하신다면....”


나도 더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 마미손과 엄마 옆에 앉았지. 나도 단군은 안단 말이지. 인간이 덜 된 사람에겐 마늘과 쑥을 줘야 하는 것도 알고.


“우리나라 역사학계가 뒤집힐 증거입니다. 중국의 이상한 말들, 일본의 미친 말들, 그 지저분한 말들 모조리, 쏙 집어넣을 수 있는 증거물이기도 하구요. 대한민국의 뿌리를 굳건히 할 수 있죠. 이렇게 증거물이 있는 한 빼도 박도 못합니다. 그럼요!”


아저씨가 우리 옆에 앉았어. 우리나라 이야기가 나오자, 집중력이 장난 아니야. 막 눈에서 레이저 나올 것 같아.


“근데, 마미손아, 좀 이상하지 않아? 이런 증거가 있으면 북한에서 풀면 되지, 왜 우리한테 줬을까?”


아저씨가 갑자기 손을 번쩍 들어. 흥분되는 얼굴로.


“그건 제가 대답할 수 있어요. 중국하고 북한의 관계 때문일 지도 몰라요. 북한이 의지할 곳이라곤 중국밖엔 현재 없거든요. 여행객을 주로 모집하는 것, 광물자원 판매 등 모두 중국바탕이에요.”

“오호라, 그래서 우리한테 일부러 흘린거다?! 선물도 주고, 국가의 위신도 세워줄 수 있는. 일타쌍피!”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그만 좀 하시지! 갑자기 사람들이 비장해졌어. 무슨 대단한 운동이라도 할 것 마냥.


“근데, 이거 돌식이 머리에서 나온 거 맞아? 쪼그만 게 진짜 똑똑하네?!”


엄마의 한 마디에 다들 나를 봐. 내가 뭐, 어때서. 이만하면 잘 자랐는데. 아저씨가 머리를 쓰다듬어줘. 어찌나 따듯한지.


“비교는 좋지 않은 양육방식입니다. 모친!”

“그럼, 마미손아. 너 이걸 근거로 논문 쓸 수 있겠어?”

“..... 교수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논문 안 쓰면, 학위 못 받을지 몰라요. 제 전공이 고려사...”


아버지가 옆에 앉아서 씩 웃어. 언제 오셨데요? 소리도 없이.


“국가연구비 따게 최 요원이 좀 도와주면 안 돼? 교수님들 연구비에 환장하잖아.”


아저씨, 당연히 가능하다는 듯 윙크를 날리시네. 어어. 그러지 마요. 보는 사람 눈 썩어.


“마미손아. 우리가 팍팍 밀어 줄 테니깐, 너 논문 써. 사진이나 증거물 내 놓으라고 하면, 최대한 뒤로 미뤄. 우리가 사진이랑 지원 다 해 줄 테니.”

“만약 이 물품 공개하게 되면, 진품 가품 바뀌는 건 식은 죽 먹기에요. 조심 하셔야...”

“어허, 학자는 그런 이상한 거 신경 쓰지 말고, 학위나 받을 생각해. 대신, 학위 못 받으면.... 각오해야 할 거야.”


저저 마미손 감격의 눈빛.


“이, 금손이가 또 한 건 한 거야? 마미손,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 말은 듣지도 않아. 우리 엄마한테 완전히 코 꿰어서, 엄마가 하라는 데로 다 할 것 같은 얼굴이야.


이렇게 내가 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는 건가?


며칠 뒤, 철호 아저씨와 함께 대학으로 향했어. 성실한 사람만 다닐 것 같은 성실대학교로. 그런데, 막상 대학교 가보니 기계형 박사님은 안 성실해 보이더라고.


나 혼자 방 안에 있었어. 아저씨와 기 박사님은 할 말이 있다나?


갑자기 4명의 사람들이 하얀 가운을 입고 들어오는 거야. 머릿속으로 오만 생각이 다 지나가. 내 사지를 잡고, 의자에 묶어, 그리고 팔에다가 주사기를 팍-


“금손 학생!”

“왜, 이래요! 뭐예요?! 엄마! 아빠! 아저씨! 엉엉.”


그냥 그 하얀 가운의 존재가 무서웠어. 최소한 나에겐.


나의 울음소리에 아저씨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어. 무슨 영화 보디가드 찍을 것 같은 분위기야. 앤다이아~ 노래 해 줘야 할 것 같고.


당황한 연구원들은 멀뚱히 서 있더라. 약간 미안해지는 거야. 흠. 그래 이제 나 13살, 변성기를 맞고 있는 사내야! 라는 최면을 혼자 걸었어. 깨끗하게 눈물을 닦았지. 그리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있었어.


“금손 학생, 우리가 노크도 없이 들어와서 미안해. 놀랄 줄 몰랐네.”


이런 전개는 또 뭐야?


“박사님께서, 금손 학생이 생활에 사용했으면 하는 물건을 전달해 주려고.”


그러면서 물건을 내밀어. 수줍은 듯이, 그리고 내가 신기하다는 듯이, 흘끗 거리면서.


나 요즘 로또 맞은 기분이야. 돌식이한테 상자 10개 받은 것도 많은데... 이제 007가방 4개나 받게 생겼어. 하나만 줘도 되는데, 뭐들 이렇게 자꾸 주시는지...


아무래도 저 중에 하나 팔아서 집을 좀 넓혀 이사 갈까봐. 부모님도 좀 편하게 모시고.


1번 연구원이 가방을 열었어.


“스트레스 측정 장치임과 동시에, 혈당, 호르몬변화 등등을 실시간 측정해서 우리 연구실 컴퓨터로 연결되는 최신형 손목시계야. 방수 2킬로미터 까지 되니까, 샤워할 때도 빼 놓지 말고. 충전은 따로 필요 없어. 집의 형광등 불빛에 노출 5분만 되어도 하루 종일 사용 할 수 있으니깐.”


이런 게 있었어? 팔면 대박 나겠는데?


“시중엔 안파는 거야. 기업들도 먹고 살아야지. 순전히 연구용으로만 쓰는 거니까, 외부 발설 안 해주면 고맙겠어.”


뭐야, 내 마음이 보이기라도 하나 봐.


2번 연구원이 가방을 열었어.


“샤프펜슬이야. 금손 군이 말을 할 때 자동으로 녹음이 되면서, 사용빈도가 높은 단어를 골라 연구실로 전송해 줄 거야. 이것도 충전은 필요 없고, 샤프심을 빼주는 ‘딸깍’ 소리 행위 한 번에, 자동 충전 되어 영구적 사용이 가능해.”


무슨 어벤져스 아이템 공급 받는 기분인데? 내 눈에서 레이저가 나갔나봐. 연구원님들이 웃기 시작해.


“저, 연구원님들... 흐흐흐. 도면이나, 디자인 시안 있으면 공유 좀...”


따악- 등짝 스매싱!


“앗!”


엄마는 분명히 집에 있는데! 뒤 돌아보니, 기 박사님이었어. 그런데 우리 엄마만큼 손이 매워. 으악-


“손이 학생. 이상한 말 하지 말고, 오늘 받은 기기들 사용법 잘 숙지해야 해. 알았지?”


우리나라 사람들 의외로 애국심이 강한가봐. 기 박사님도 나라를 위해서 이 일을 한다고 했거든.


“기 박사님은 왜 애국심이 생긴 거예요?”

“하하하. 애국심은 후천적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원래 내장 되어 있는 거야. 특히 대한민국 사람들은 심장에 애국심 인장을 박고 태어난다고 봐, 나는. 우리는 나라가 없어봤거든. 그러니 애국심이 남다를 수밖에.”


진심인지 농담인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뭔가 뭉클한 게 내 가슴 속에서 올라오는 것 같았어.


“자, 손이 학생. 지금 내가 이 종이를 보여 줄 건데, 이 중에서 하나만 딱 선택해봐.”


그러면서 나한테 몇 십 장이 넘는 종이를 내미는 거야.


--


1. 005935 70.00K 0% 530.00T 1.0M

2. 105560 57.00K 2.89% 23.70T 1.52M

.....

---


무슨 암호도 아니고, 이 많은 숫자 중에서 아무거나 하나 찍으래. 나 참.


“아무거나 찍어요. 진짜로, 아무거나.”

“응. 손이 학생이 원하는 거 아무거나.”


일단 종이를 바닥에 주욱 늘어놨어. 한 장도 안 겹쳐지게. 그리고 종이 위를 왔다 갔다 하면서 느낌 오는 종이 한 장 위에 멈췄어. 그 종이를 중심으로 눈을 딱- 감고, 손가락을 왔다 갔다, 그러다 딱! 하나를 찍었어!


“이거!”


연구원님들이 막 달려와, 그리고 그 번호에 동그라미를 치는 거야. 그리고 누군가한테 전화를 해.


“코드 000XXX, 다시 부릅니다. 코드 000XXX.”


전화기 너머로 소리가 다 들려.


“매수처리 완료됐습니다. 계약체결 완료됐습니다.”


뭐야, 이 사람들.


***


한동안 귓가에 ‘쿵-’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3일장의 장례식을 나는 꼬박 지켰어. 물론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도 함께 했어. 그간 쌓은 시간과 정을 떼어내는 건 쉽지 않더라고.


장례식 마지막 날, 아저씨는 국가의 별이 되더라고. 돌 한 구석에 새겨진 까만 별. 더 이상 빛을 내지 못하는 그런 별....


“아저씨. 그 빛 내가 찾아 줄게요. 그 빛 영원히 빛나게 해드릴게요.”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약속이었어. 아저씨와 나만 아는 약속.


아저씨의 장례식이 끝나고 나니, 귓가에 맴돌던 그 쿵- 소리가 사라졌어. 신기하게도, 전부, 싹.


오랜만에 보좌진들과 다시 한 자리에 모이기로 했지. 박 실장님이 신신 당부했던, 하얀 장갑을 끼고선 집을 나섰어.


도착한 지난번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어. 사람들이 모두 와있더라고. 자리에 일어나서 인사를 하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 표정도 이상해.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무슨 일 있습니까?”


박민영 비서관이 다가와. 은은한 향수냄새가 기분 좋게 만들어.


“USB가 사라졌습니다.”


말도 안 나오더라. 너무 어이없으니까.


“최철호 요원님이 남기신 그 USB 말씀 하시는 건 아니죠?”

“맞습니다.”


모인 사람들을 둘러봤어.


“지금, 내가 우리 식구를 의심해야 하는 겁니까?”

“방법이...”

“기다려 보세요.”

“어떻게 처리 하실 겁니까?”

“경황없던 시간들이었잖아요. 여기 어디 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거 잘 찾는 사람 있습니다. 남들 못 찾는 거 잘 찾는 사람. 3대째 도굴꾼 집안의 자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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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8. 금손아, 가자! (2) +6 21.06.12 83 4 13쪽
28 #27. 금손아, 가자! (1) +6 21.06.10 112 6 13쪽
27 #26. 금손이가 금손하네 (4) - 수정본 +4 21.06.09 102 5 12쪽
26 #25. 금손이가 금손하네 (3) +4 21.06.07 99 5 13쪽
25 #24. 금손이가 금손하네 (2) +4 21.06.07 96 6 14쪽
24 #23. 금손이가 금손하네 (1) +4 21.06.04 103 5 12쪽
23 #22. 금손을 알라 (7) +4 21.06.03 108 9 13쪽
22 #21. 금손을 알라 (6) 21.06.02 103 9 12쪽
21 #20. 금손을 알라 (5) +2 21.06.01 115 7 12쪽
20 #19. 금손을 알라 (4) +2 21.05.31 97 8 13쪽
» #18. 금손을 알라 (3) +2 21.05.30 100 7 13쪽
18 #17. 금손을 알라 (2) +2 21.05.28 101 6 13쪽
17 #16. 금손을 알라 (1) +4 21.05.27 117 6 12쪽
16 #15. 그냥 금손이 아님 (7) +4 21.05.26 115 7 12쪽
15 #14. 그냥 금손이 아님 (6) +6 21.05.25 118 8 12쪽
14 #13. 그냥 금손이 아님 (5) +4 21.05.25 115 6 12쪽
13 #12. 그냥 금손이 아님 (4) +6 21.05.24 124 10 12쪽
12 #11. 그냥 금손이 아님 (3) +2 21.05.23 140 8 13쪽
11 #10. 그냥 금손이 아님 (2) +2 21.05.22 148 9 13쪽
10 #9. 그냥 금손이 아님 (1) +2 21.05.21 173 10 12쪽
9 #8. 금손다움 (3) +2 21.05.20 176 11 12쪽
8 #7. 금손다움 (2) +4 21.05.20 193 9 13쪽
7 #6. 금손다움 (1) +4 21.05.18 252 8 12쪽
6 #5. 관리대상 금손 (3) +2 21.05.18 300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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