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自言之房

금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자언
작품등록일 :
2021.05.12 23:46
최근연재일 :
2021.06.17 03:23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6,748
추천수 :
388
글자수 :
173,670

작성
21.06.02 22:51
조회
102
추천
9
글자
12쪽

#21. 금손을 알라 (6)

DUMMY

#21. 금손을 알라 (6)




“강의 요청이 들어왔어. 할 수 있겠니?”


출판사 대표님은 다른 어른과 많이 달랐어. 항상 의견을 물어봐 주셨어. 그것도 우리의 눈높이에서. 사람들이 보든지 말든지, 우리가 있으면 언제든 길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추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셔. 그런 분께 어떻게 ‘싫어요.’ 라고 할 수 있겠어.


“금손, 니가 주도한 거니까. 니가 해결해.”

“나도 그렇게 생각해. 결자해지 하자.”

“난 사람들 앞에 나서기 싫어. 그냥 조용히 살래.”

“다들 알잖아. 나 반 꼴찌인거. 그런 사람이 나대다간 총 맞는다. 으으으 생각하기도 싫다.”


돌아이와 박민영이 저렇게 나오는데 다른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출판사 대표님의 기대 찬 눈빛을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그래. 내가 할게. 뭐. 큰일도 아니고. 대표님, 그냥 책에 쓴 내용 중심으로 이야기 하면 되죠?”

“그렇지.”

“언제, 어디에서 하면 될까요?”

“일정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줄게. 고마워 금 작가!”


계획에 없던 강연을 하게 생겼어. 그런데 떨리지도 않고, 딱히 기대되는 것도 없었다. 그냥 학교 발표하듯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었던 거지.


대표님의 연락은 생각보다 빨리 왔어.


“금손 작가님. 일정 관련해서 메일로 보냈어. 아버님이 같이 가신다고 하니까 마음은 놓이는데, 하기 싫거나, 가기 싫은 곳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해. 조정할 테니까.”


봤지? 출판사 대표님 마인드.


“네. 그럴게요. 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그런데, 강연할 곳이...


***


박수소리가 심장을 두들기더라고. 왜냐고?


몸이 불편한 초등학교 학생들이었어. 박수를 치고 싶은데 쉽게 쳐지지가 않아서 옆의 친구와 손뼉을 치는 친구도 있었고, 휠체어를 두들기는 친구도 있었어. 내가 뭐라고. 난 아직 14살 밖에 안 된 꼬마인데. 여기 날 보러 와준 것만도 고마운데 말이야.


여기까지 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순간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미안하더라.


아버지가 그 모습을 보시더니 내 어깨를 꽉 잡어. 그리곤 토닥거리셔.


단상으로 올라갔어. 심장이 뜨거워진 채로 말이야.


“안녕하세요, 여러분. 금손이라고 합니다.”


친구들의 환호성과 웃음을 보니 그 자리에 못 서있겠더라. 단상에서 내려왔어. 출판사 대표님이 우리에게 하듯, 나도 그렇게 해야겠더라고. 어린이는 어른을 보며 자란다는 말이 딱 맞는 거 같지 뭐야.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강연시간, 20분. 진심을 다해 말했어. 정말 최선을 다했어. 초등학교 때 진주 찾은 이야기, 도박자금 찾은 이야기. 북한에서 있었던 이야기.


그런데 나는... 강연의 끝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모르겠는 거야.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멀뚱히 서 있었어. 그랬더니, 한 친구가 불편한 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오더라. 그리고 나를 안아줬어. 그러더니, 나한테.... ‘참 고생했겠구나.’ 이러는 거야.


고생했겠다고... 네가 아닌 내가?


거기서 내가 무슨 말을 더 했겠어.


강연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 아버지가 말씀하시더라고.


“강의 계속 해 볼까? 아버지와 여행하는 느낌으로 말이야. 어때?”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아? 그런데 아버지. 솔직히 말씀하시죠. 그냥 밖에 돌아다니고 싶으신 거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이 강연을 누군가 인터넷에 올린 모양이야. 그 뒤로 강의가 정말 쏟아지더라고. 그리고 갈 때 마다, 다들 내 눈높이를 맞춰서 말씀하시는 거야. 아줌마도, 아저씨도, 할머니도, 그리고 할아버지도. 상대방의 눈높이 맞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말이야.


그리고 우리가 쓴 책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 10위에 진입했어. 그리고 가뿐히 기록을 갈아치워. 출판사 대표님 말씀에 의하면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40주간 1위를 했다고 들었는데... 우리 책은 1년 동안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어. 그렇게 쌓인 돈이 어마어마했어.


그 와중에 또 최악의 강연도 했었어. 서울의 한 기관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왔어. 이번에는 3총사가 모두 출동했지. 기관의 특별 요청이기도 하고 말이야.


특이하게 들어가는 입구에 우리가 쓴 모든 책을 쌓아 놓으셨더라. 그리고 그 책을 산 사람에 한해서 강연장에 들어갈 수 있게 해 놓은 시스템이었어. 대표님께서 너무 좋아하셨는데....


딱딱해 보이는 어른들이 자리에 앉았어. 말씀들도 안 나누시고 우리를 기다려. 마치 너희들이 얼마나 잘하나 두고 보자, 이런 느낌이랄까? 500명 정원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더 되는 것 같더라고. 복도에도 앉아 계셨으니까.


다른 강연과 달리, 호응도 없이 진행되는 강연. 당연히 20분의 강연 시간도 진짜 늦게 흐르더라. 그런데 예상에 없던 Q&A 라는 걸 하자고 하셔. 우리 모두 당황했지.


“금손 군은 다이아몬드 수저예요?”


무례한 질문부터.


“금손 군이 생각하는 어른은 어떤 사람이에요?”


추상적인 질문도.


“금손 군. 그래서 금손 군 같은 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될 것 같아요?”


어이없는 구체적 질문도 있더라.


더 골 때리는 건....


“금손 군 아버님께 질문 드릴게요. 아들한테 짐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아들 등골 빼먹는 거 같기도 하고, 아들 잘 둬서 편하게 사시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 비법이 뭐예요?”


이런 질문까지...


그런데 나의 대답이 뭐였는 줄 알아?


“다이아몬드 수저는 아니지만, 다이아몬드를 땅에서 주웠습니다. 그럼 금손이 아니라 다이아몬드 손이라고 개명해야 할 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른은 제가 커서 될 사람이구요. 아직 안 커봐서 모르겠어요. 이미 어른이신 분이 질 문 주신 것 같은데, 바른 지침을 좀 주시겠어요?”


“저와 같은 생활을 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을 것 같아요. 그럼 금손이 1명이 아니라는 이야기일 테니까요.”


청중이 조용해. 더 이상 질문이 안 나오니까 내가 더 당황스러워. 그래서 한마디 더 붙였어.


“그런데요... 확실한 건... 저는 여러분 같은 보통의 어른이 아니라, 금손다움을 간직한 어른, 저다운 어른, 저희 출판사 대표님처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 막 든 생각이지만,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방금 알았거든요.”


그리고 활짝 웃었어. 세상 천진난만하게 말이야.


***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활짝 웃었어.


USB가 없어졌다고? 속으론 미치고 팔짝 뛸 일이지. 안 그래? 그것도 철호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물건인데. 분명, 우리가 겪은 그 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주려고 가져다주신 것일 테고.


그런데, 우리 팀, 나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모인 사람들 중, 그 물건을 가져간 사람이 있다고? 일단 믿어야 한다. 내편을 내가 믿지 않으면...... 이 판은 나가리다.


나의 웃음에 보좌진들의 긴장이 풀리길.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사태가 없기를.


“자.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 같은데. 다들 티타임 어떠세요?”


어랏, 다들 썩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야.


“금군. 티타임 대신, 떡볶이 드시죠. 매운 떡볶이. 여기 있는 사람들, 사람 만나고 차 마시는 게 일인 사람들이에요. 물배 채우게 하지 마시죠.”

“그럼 박.민.영. 비서관님께서 알아서 준비해 주세요. 언제나처럼 말씀만 잘하지 마시고.”


키득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 딱딱한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풀려 다행이다 싶어.


마미손을 기다리는 데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내 마음의 여유는 없었어. 없어진 USB야 찾으면 될 거고, 그런데 이 모든 걸 설계 당했다는 강한 느낌이 오는 거야. 설계한 사람이 있다? 이 금손을 상대로?


때마침 왕 회장의 전화가 걸려왔다.


“회장님. 잘 지내시죠?”

“거, 나랏일 준비는 어떻게 순조롭게 진행 됩니까?”

“..... 거, 쉽지 않네요. 하하.”

“금군, 그런데 어쩌나요. 더 쉽지 않은 일이 있습니다.”


왕 회장의 목소리가 밝지 못하다.


“말씀하세요. 편하게.”

“사람들이, 컴피티션을 하자고 합니다.”

“컴피티션이요?”


내 목소리가 너무 컸나보다. 주변의 사람들이 내 목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네. 일단, 자세한 건 만나서 이야기 하시죠.”

“그러시죠. 회장님.”


통화의 뒤끝이 깔끔하지 못하다.


“야, 금군.”

“박민영 비서관님.”

“비서관님은 됐고, 야!”

“얼굴이 너어무 변하셔서, 제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네요. 존댓말 하세요. 존댓말.”

“시끄러워.”

“왜?”

“그 컴피티션, 나 뭔지 알아. 네가 나이가 어려서 생긴 일 같아.”

“나이 35에, 어리다는 말 들으니 기분 좋은데? 골든벨 울려야 하는 각인거야?”

“대통령이 30대라는 게 문제라고. 이 빙딱아.”


박민영. 만년 꼴찌여도, 사람들 통해서 뭔가 만들어 내는 건 잘했었지. 말도 잘하고. 그런데 욕도 잘했네?


“너, 은 회장님 댁이랑, 동 회장님 댁 아는 사람 있어?”

“?? 그건 왜.”

“알면,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정보 빼와야해.”


박민영이 답답하다는 듯, 자신이 들고 있던 노트를 건넸다.


[은손, 동손]


“은 손이, 은 회장님 댁 자손이고, 동 손이 동 회장님 댁 자손이다. 이 멍청아.”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보면 그림 딱 안 나오냐? 컴피티션. 금손vs은손vs동손”

“뭐? 말이 되냐? 걔들이 내 발끝이나 오냐?”

“걔들이 너 인척 하고 다니는 게 더 문제지. 지들이 진정한 금손이시란다.”


또 오랜만이네, 어이없는 게.


“컴피티션? 그 새끼들 하고?하하하. 지나가던 멍멍이가 웃겠다.”


박민영 비서관이 떡볶이 사러 나가겠다면서 방을 나가네?


“야! 말을 하다 말고 어디가!”


이 새끼들이, 내 뒤통수치는 게 어디 한 두 번이어야 말이지. 이제 놀랍지도 않네. 지들도 대통령 하겠다는 거야 뭐야?


방문이 닫혔다. 그것도 큰 소리를 내면서.


쿵-


***


쿵-


나는 연구실 문을 힘차게 열어 재꼈어.


“아니, 왜 와보란 말을 안 해요? 제 얼굴 안 보고 싶으세요? 요즘 인터넷이다, 책이다, 신문기사다. 난리인데!”


나는 말하면서, 내가 쓴 책에 싸인을 해서 연구원님들께 드렸어. 그래봤자 몇 명 되지도 않아.


두 번째 방문하는 연구실은 여전히.... 이상한 곳이었어.


벽에 온갖 종이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어. 색깔별로, 종류별로, 크기별로 세상의 종이는 다 붙어 있는 것 같아. 이상한 데이터가. 막, 지저분하게. 그런데도 나름의 규칙은 있어 보이게.


“와. 내 호르몬 변화가 이래? 장난 아닌데?”

“옴마? 내 혈당량이 이래? 당뇨 아닌거죠? 아니라서 다행이네.”

“내가 이런 단어를 많이 썼어?”


그런데 이 모든 내용들이, 나의 행운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거야.


“기 박사님. 오랜만에 뵈어요.”

“강연하고 돌아다니더니, 사람 대하는 방법이 조금 세련되게 변했다?!”

“칭찬 감사합니다. 이 모든 데이터가 연구에 도움이 됐어요?”

“으흐흐흐.”


뭔 웃음이 저래. 특히 머리 감은지 1년은 더 된 듯 보이는 개기름 좔좔 올빽 헤어스타일은 정말 내 취향이 아니더라고. 마치 프랑켄슈타인을 보는 것 같았거든.


“손이 학생. 혹시 변성기가 언제 찾아왔어?”


변성기? 13살 때였던 것 같은데?


“그건 왜요?”

“그 때를 기점으로 뭔가 달라지지 않았어?”

“뭐가 달라졌을까요? 자다가 불끈하는 그런 변화요?”


그거 말고 또 있나? 모든 남자 어린이가 남성으로 변할 때, 다 겪는 변성기인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금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계약완료] 21.12.17 17 0 -
공지 <오타수정歌> 오늘부터 공모전 끝까지 수정불가 21.06.10 40 0 -
공지 <감평 반영> 21.06.05 74 0 -
32 #31. 금손아, 가자! (5) +1 21.06.17 65 3 14쪽
31 #30. 금손아, 가자! (4) +4 21.06.15 55 5 13쪽
30 #29. 금손아, 가자! (3) +6 21.06.13 85 4 13쪽
29 #28. 금손아, 가자! (2) +6 21.06.12 83 4 13쪽
28 #27. 금손아, 가자! (1) +6 21.06.10 112 6 13쪽
27 #26. 금손이가 금손하네 (4) - 수정본 +4 21.06.09 102 5 12쪽
26 #25. 금손이가 금손하네 (3) +4 21.06.07 99 5 13쪽
25 #24. 금손이가 금손하네 (2) +4 21.06.07 96 6 14쪽
24 #23. 금손이가 금손하네 (1) +4 21.06.04 103 5 12쪽
23 #22. 금손을 알라 (7) +4 21.06.03 108 9 13쪽
» #21. 금손을 알라 (6) 21.06.02 103 9 12쪽
21 #20. 금손을 알라 (5) +2 21.06.01 114 7 12쪽
20 #19. 금손을 알라 (4) +2 21.05.31 97 8 13쪽
19 #18. 금손을 알라 (3) +2 21.05.30 99 7 13쪽
18 #17. 금손을 알라 (2) +2 21.05.28 101 6 13쪽
17 #16. 금손을 알라 (1) +4 21.05.27 117 6 12쪽
16 #15. 그냥 금손이 아님 (7) +4 21.05.26 115 7 12쪽
15 #14. 그냥 금손이 아님 (6) +6 21.05.25 118 8 12쪽
14 #13. 그냥 금손이 아님 (5) +4 21.05.25 115 6 12쪽
13 #12. 그냥 금손이 아님 (4) +6 21.05.24 124 10 12쪽
12 #11. 그냥 금손이 아님 (3) +2 21.05.23 140 8 13쪽
11 #10. 그냥 금손이 아님 (2) +2 21.05.22 148 9 13쪽
10 #9. 그냥 금손이 아님 (1) +2 21.05.21 173 10 12쪽
9 #8. 금손다움 (3) +2 21.05.20 176 11 12쪽
8 #7. 금손다움 (2) +4 21.05.20 193 9 13쪽
7 #6. 금손다움 (1) +4 21.05.18 252 8 12쪽
6 #5. 관리대상 금손 (3) +2 21.05.18 300 1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