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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言之房

금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자언
작품등록일 :
2021.05.12 23:46
최근연재일 :
2021.06.17 03:23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6,749
추천수 :
388
글자수 :
173,670

작성
21.06.01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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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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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0. 금손을 알라 (5)

DUMMY

#20. 금손을 알라 (5)




우리는 그날, 역사적 사명을 띠고 새롭게 태어났다. 국민교육헌장이 박민영 교육헌장으로 바뀌는 날이 있을 줄이야.


“우리는 지금부터, '나는 꼴찌탈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나와 돌아이는 비장했어. 사람이 목표가 생기니까, 진짜 다른 게 안 보이더라고.


물론, 중간고사 성적표가 아직 인쇄 되지도 않았고, 기말고사는 먼 이야기였어. 그런데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공부하겠다는데.


다만, 한동안 즐겼던 게임과 손절해야 했고, 기쁘게 드나들었던 PC방에 발걸음을 끊어야만 했어. 그러면서 알았어. 아... 신라의 김유신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구나. 말의 목을 베어버렸을 때의 그 심정. 지금의 내 심정과 같을 거 아냐!


“이제 왔냐? 일찍 좀 다녀라.”

“밥먹자-”

“수업시간에 졸지 말고 수업 들어라 새끼야.”

“도서관 가자.”

“집에 다녀와라.”


학교에서 우리는 무조건 같이 생활했어. 같이 밥 먹고, 같이 수업 듣고, 같이 하교하고. 그리고 같이 매일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돌아이도 자기 스타일이라 그러더니, 그 마음 금방 식더라. 같이 지내더니 자기 이상형하고는 다르다나 뭐라나.


물론, 족보제작도 게을리 하지 않았어. 당연히, 이 짭짤한 부수입을 왜 포기 하겠어. 족보 만들기 위해서 책을 보고, 또 봤어. 그리고 문제를 선별하고, 내용을 정리하고. 무한 반복이었지.


야... 그런데, 처음 합 맞춰보는 박민영... 독종이야. 진짜 독종이야. 왜 꼴찌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책만 보더라고. 그리고 화장실도 안 가나봐. 몇 시간을 내리 앉아 있어.


어느 날은 너무 궁금한 거야. 그래서 가까이 가서 딱 봤어. 수학문제집 21페이지를 보고 있네?


30분이 지났어. 꿈쩍을 안 해. 또 가서 봤지. 수학문제집 21페이지야? 그렇구나.

1시간이 지났어. 엉덩이 꿈틀 한 번하더라. 또 가서 봤어. 수학문제집 21페이지...


너 참... 비효율적으로 공부하는 구나, 싶은 거야. 그래도 어떻게 자신만의 공부스타일인가 본데. 내가 왈가왈부할 필요 없잖아? 그렇다고 먼저 모르는 문제 물어보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뒀어. 어쩌겠어.


드디어 기말고사 1주일 전. 우리가 제작한 족보가 준비됐어, 완벽히. 박민영의 조언으로 표지까지 주황색으로 예쁘게 넣고.


담임선생님도 족보의 완성을 눈치 채신 것 같은데, 별 말씀을 안 하셔. 당연하지. 우리 반이 또 1등 해야 하니깐.


대신 담임선생님은 교실 앞뒷문에 ‘다른 반 학생 출입금지’라는 푯말을 붙여주셨어. 우리끼리 다 해먹어 된다는 무언의 동조!


그런데-


‘똑똑’


그럼에도 누군가 우리반의 문을 열어. 낯선 손이. 처음 보는 사람이. 조용한 교실. 아무도 대꾸도 안 해. 쳐다보지도 않아. 드디어 애들이 공부에 미쳤구나, 싶을 때.


“저기 혹시 금손이...”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어. 들어오기 미안한 건지, 민망한 건지 모르지만 고개만 삐쭉 내밀어.


열린 문 바로 앞에 앉은 친구. 폭발하기 일보 직전의 얼굴이야. 벌써 나를 찾는 다른 반 친구가 이미 10명이 넘게 왔거든.


그 친구의 부름에 조용히 교실 밖으로 나갔어.


“그... 족보, 나한테도 좀 팔 수 있어?”

“.....”

“그냥 달라는 게 아니라, 전과목 5만원. 어때?”


말없이 보았어. 그냥 보았어. 왜냐고? 다른 친구들에게 무상으로 넘길 관상인가 봐야했거든. 그런 일이 생기면.... 불공평하잖아. 누구는 돈 주고 봤는데 누구는 꽁으로 보는 건, 좀 아니잖아. 이런 건 내가 또 관리 해 줘야지.


나와 돌아이, 박민영이 준비한, 야심차게 만든, 기말고사 족보! 완판이 아니라, 재판, 삼판 까지 쭈욱 달렸지. 그리고 벌어들인 수입을 정확히 3등분. 우린 합리적인 사람이니까.


그렇게 시험기간이 후다닥 지났어.


우리가 제일 궁금했던 건 이번 시험 성적이었어, 그것도 민영이 거. 돌아이와 나는 채점 안 해봐도 올백일 꺼 거든.


그런데... 성적표를 확- 펼쳤는데...


민영아! 민영아!


그 성적표에 나와 돌아이의 풀이 죽었어. 그런데 당사자인, 민영이가 도리어 위로를 해!


“야, 나 괜찮아. 내가 머리는 진짜 좋거든. 이게 머릿속에든 게, 입까지는 진짜 잘 오는데, 손까지는 잘 안 오는 거 같아. 그래서 답안지 적을 때 머릿속 지식 반영이 안 된다고나 할까? 괜찮아.”

“민영아. 너 또 꼴찌야.... 우리가 안 괜찮아.”


푸욱- 민영이의 손이 돌아이 배에 꽂혔다.


그런 민영이가 어느 날 이상한 제안을 받아와, 갑자기 뜬금없이. 공부는 참 별로인데, 사람 대하는데 자질이 있는 것 같더라고.


“우리 족보, 근처 학원에서 구매하고 싶다는데?”

“학원?”

“그것도 독점이면 500만 원, 비독점이면 200만 원.”

“뭐?!”

“애들이 학원을 안 다닌데. 우리 족보 보는 게 시험 적중률이 더 좋다고.”


놀라지, 안 놀라겠어? 우린 이제 14살인데. 이 때 우린 공급이 일정할 때,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간다는 사회의 내용. 직접 체험했지 뭐야. 친구들한테 몇 만원씩 팔던 것, 이젠 뒤에 0이 하나 더 붙여 팔 수 있었어. 신나는 일이 벌어진 거야.


어느 날, 엄마가 나를 앞에 앉혀. 중학생인 나를. 그리고 용돈을 올려주겠다며 협상을 시도하셔. 어떻게 됐을 거 같아?


시작하기도 전에 결렬. 왜? 엄마가 제시한 용돈은 한 달에 4만 원이었거든. 교통비 포함. 그런데 내가 돈을 벌기 시작했잖아? 벌고 싶지 않았는데, 돈이 막 달려와. 어쩌겠어. 받아야지. 품에 안아야지. 보듬어 줘야 할 거 아니야. 그런데 이런 푼돈?


“어머니. 그 4만 원.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별 커피사드세요. 좋아하시잖아요. 대신 저 통장 만드는데 같이 가주세요. 14세 미만은 보호자 동의가 있어야 하더라고요.”


이러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엄마는 한 동안 그 자리에서 못 움직이시더라. 기뻐서였던 거 같아. 한동안 반찬이 정말... 호화 그 자체였거든.


다음번 시험 대비, 당연히 우리는 빨리 시작했지. 학원에 비독점으로 푼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거든. 문제는 우리가 생각했던 학원의 개수가... 생각지도 못했던 양이더라고. 학교 근처에 학원이 백 군데가 넘어. 물론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외고전문학원, 과학고 전문학원 등등 다양화되어 있기도 하더라고.


그렇게 우리는 돈을 벌고 싶지 않았는데 또 벌어. 자기들이 달려와. 막 격하게 안아달라면서.


이번엔 아버지 차를 바꿔드렸어.


“아버지. 신형차 한 번 타보실래요?”

“.....”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조건을 붙여서.”

“그래, 아드님. 말해 보시게.”

“일주일에 한 번은 드라이브 좀 시켜주세요. 전국적인 범위로.”


우리 아버지 생각하지도 않으시고, 콜! 하시더라. 운전하는 거 좋아하시고, 노는 거 좋아하시는 백수 아버지. 그대는 영원히 제 아버지이십니다. 하트-


그런데, 우리의 족보 제작이 좋은 기능만 있었던 게 아니었나봐. 몇몇 애들이 불평하기 시작해. 점수가 상향평등화 되었다면서. 공부 못하는 애들이 잘하게 되는 게 말이 되냐고.


“야, 공부 못하는 애들 점수랑, 우리 점수랑 같잖아. 말이 되냐?”


옆 반 반장이었어. 소위 우등생반의 반장.


“이봐, 친구. 공부 못하는 애랑, 잘하는 애랑, 정해놨어? 누가?”

“아니 누가 봐도 못하던 애들 점수가 나랑 똑같다고. 말이 돼 냐? 나는 과학고등학교 가야 되는 사람이란 말이야. 내신 관리해야 한다고.”


따악-


이 말을 듣던 같은 반 친구 한 명이 주먹 선빵을 날리더라.


주변에 그 누구도 반장한테, 괜찮냐고 말을 안 해. 어휴 인간아. 왜 그렇게 살았니?


알고 보니 그 선빵 날리던 그 친구. 그 친구가 족보 혜택을 많이 받은 친구더라고.


학년이 바뀌었어. 시간 참 빨라.


우리의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또 나타나더라. 다들 능력도 좋아. 우린 조용히 작업했는데, 또 어떻게 알았데?!


그날도 우리는 학교에 남아 족보제작에 여념이 없었어.


“저기 학생들이 족보그룹인가?”


언제 족보그룹이 됐는지 모르겠어. 일단은 학교 도서관까지 찾아온 어른. 게다가 우리를 찾는 낯선 사람.


“왜 그러세요?”


박민영의 날카로운 선공.


“족보 때문에 왔지.”

“저희 족보 팔 곳 있습니다.”


매서운 마무리.


“아니... 학생. 나 교장선생님 소개 받고 온 사람이야.”


이러면서 우아하게 명함을 3장을 내밀어. 1인 1장? 왜? 뭔데?

교장선생님까지 이 일을 아시는 거야?


[그래요 출판사]


“출판사?”


나는 아주머니를 봤어. 알고 봤더니 회사 대표님이래. 우리를? 왜?


“혹시 자네들 책 내볼 생각 없어?”

“책은 지금도 만들고 있는데요.”

“응. 알고 있지. 족보 말고, 다른 책.”


그러시며 종이를 한 장 내밀어.


[슬기로운 유치원 생활]

[처음 학교이야기, 초등학교 편]

[초등학교 생활, 이렇게 하면 100점]

[너만 모르는 교우생활]

[족보연대기]


“이게 뭐예요?”

“아줌마가 생각하는 책 제목이지. 어때? 괜찮아?”


괜찮은데? 부담 없이 쓸 수 있고, 누구보다 잘 쓸 수 있고. 일단 나는 콜.


“계약은 최대한 너희 편에서 할 거야. 이유가, 너희가 우리 출판사 홍보모델도 같이 해 줬으면 하거든.”


홍보모델이면... 외모가 빼어난 사람만 가능하다던데... 이를 어쩌나...


“나는 괜찮은데... 민영이랑 돌아이, 너희 괜찮겠냐? 그 외모로?”


팟시- 돌아이의 주먹보다, 민영이의 발 밟음이 더 아픈 걸로.


“그런데 대표님.”


내 부름에 모두가 주목했어. 의외라는 표정으로.


“이게, 출판이 된다고 해서 잘 팔리는 게 아니잖아요. 특히 청소년 작가면 더욱.”

“네 이름이 금손이구나?”


뭐야. 뒷조사 이미 끝내고 오신거야?


“너희만 괜찮다고 하면, 너희 부모님 개별적으로 만나 뵙고 설명드릴거야. 출판한 책을 바탕으로 강의도 계획 중에 있어. 길게 말고 한 20분에서 30분 정도 강연. 어때. 이건 괜찮아? 그리고 지금 힘들게 만드는 족보. 그것도 우리회사에서 출판할 수 있지.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전혀.


그날부터 우리는 책을 쓰기 시작했어. 시나리오를 쓰고, 볼 줄 안다는 우리 아버지의 지도편달아래, 책 목차를 정하고 똑같은 분량으로 챕터를 나눠 쓰기 시작했어.


“근데. 나 글 쓰는 거 어려워.”

“민영이 너 말은 진짜 잘하잖아.”

“어. 내가 말은 또 잘하는데. 말했잖아. 머릿속에 든 게, 손으로 안 내려온다고. 그냥 입에서 멈춰.”

“그럼 녹음을 해. 그걸 그대로 듣고 타자 치면 되잖아.”


민영이가 내 제안에 감탄을 해. 신빡한 방법이라며. 음... 민영아, 머리좋은지도 한 번 의심해 볼까, 우리?


우리는 한 달 만에 원고를 다 썼어. 그리고 출간이 되는 데까지 또 한 달여의 시간이 걸렸어. 책이 출간되고, 20여권의 책이 작가분이라며 집에 배달됐어.


엄마랑 아버지의 얼굴에 뿌듯함이 보이더라고. 책 표지에 삼총사의 얼굴이 그대로 찍혀있었거든.


책 배송을 받은 날. 우리 셋은 또 모였지. 우리 동네 서점, 조금 더 큰 시내의 서점. 모두 돌아다니며 우리 셋은 우리가 쓴 책을 찾아봤어. 희열에 찼지. 그리고 사진을 찍었어. SNS에 올리는 건 기본이고.


“서점에 우리 책이 있으니까, 기분 진짜 이상하다.”

“쟤랑 같이 있으면, 항상 일이 커진다니깐.”

“돌아이. 니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이 똘아이야!”


우린, 여전히 14살, 불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었어. 통장에도, 인생에도. 그리고, 우리의 책에도.


"안녕하세요, 여러분. 금손이라고 합니다."


박수소리가 심장을 두들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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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 금손이가 금손하네 (3) +4 21.06.07 99 5 13쪽
25 #24. 금손이가 금손하네 (2) +4 21.06.07 96 6 14쪽
24 #23. 금손이가 금손하네 (1) +4 21.06.04 103 5 12쪽
23 #22. 금손을 알라 (7) +4 21.06.03 108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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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 금손을 알라 (3) +2 21.05.30 99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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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금손을 알라 (1) +4 21.05.27 117 6 12쪽
16 #15. 그냥 금손이 아님 (7) +4 21.05.26 115 7 12쪽
15 #14. 그냥 금손이 아님 (6) +6 21.05.25 118 8 12쪽
14 #13. 그냥 금손이 아님 (5) +4 21.05.25 115 6 12쪽
13 #12. 그냥 금손이 아님 (4) +6 21.05.24 124 10 12쪽
12 #11. 그냥 금손이 아님 (3) +2 21.05.23 140 8 13쪽
11 #10. 그냥 금손이 아님 (2) +2 21.05.22 148 9 13쪽
10 #9. 그냥 금손이 아님 (1) +2 21.05.21 173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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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 금손다움 (2) +4 21.05.20 193 9 13쪽
7 #6. 금손다움 (1) +4 21.05.18 252 8 12쪽
6 #5. 관리대상 금손 (3) +2 21.05.18 300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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