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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言之房

금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자언
작품등록일 :
2021.05.12 23:46
최근연재일 :
2021.06.17 03:23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6,746
추천수 :
388
글자수 :
173,670

작성
21.05.24 04:12
조회
123
추천
10
글자
12쪽

#12. 그냥 금손이 아님 (4)

DUMMY

#12. 그냥 금손이 아님 (4)




“돌식아. 눈 깜빡여도 돼.”

“이 새끼. 너. 진짜 내 친구 맞구나야! 이게 다 뭐이가. 하하하.”


돌식이 입이 찢어져. 복도에서 만나는 사람들, 죄다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이었으니까.


“너희 둘. 내가 소리 씨 부탁으로 들여보내주는데!”


FD 형이 나를 보면서 인상을 팍- 쓰는 거야. 그런데 돌식이를 보더니.


“재미나게 즐겨라! 좌석 좋은 자리로 배정했으니깐. 알았냐?! 입구는 저쪽으로 가면 있어. 문 하나 밖에 없어서 괜찮을 거야. 나 바빠서 간다.”


이러고 완전 쿨하게 사라져. 얘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참나.


우리가 문을 열었어. 밖에선 들리지 않던 함성이 들려. 그때부터 돌식이는 정말 정줄을 놨어. 그냥 놓은 게 아니야. 막 놓고, 아주 놓고... 하여간 다 놨어.


“지금부터 뮤직탱크 시작하겠습니다---”


하는 소리와 함께,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 심장 박동이 음악비트에 맞춰 같이 쿵쾅거려.


아버지와 나의 선물. 대한민국 가요를 그렇게 좋아하던 돌식이에게 이것보다 더 좋은 추억과 선물이 있을까 싶었어. 돌식이 표정을 보니 성공인 것 같긴 해. 자꾸 뺨에 붙은 붉은 파가 거슬리는데.... 그냥 둘래. 쟤가 언제 저러고 다녀보겠어.


소녀전성시대 누나들이 무대로 나와. 손과 발이 척척 맞아 떨어지는 춤을 한 참이나 춰. 그런데... 그걸 그대로 돌식이가 따라해. 누가 보면 백댄서 인 줄 알겠어. 주변에서도 돌식이가 신기한지 핸드폰으로 동영상 찍고 막 그래. 아.. 정말... 창피해.


무대 위에 있던 사람들도 돌식이가 보였나봐. 다들 돌식이를 보며 피식거리는 거 같아. 뭐 어때. 서로 다시 보기 힘든 사람들인데, 안 그래? 즐겨 친구야. 오늘은 다시 안 올 테니깐. 둘 다 나오는 가수와 합을 맞춰 춤을 열심히 췄어. 그냥, 막. 그날처럼 하얗게 불태웠지 뭐.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렸어... 나와 돌식이, 둘이서 객석을 찢어놨다고.


다음 가수의 무대가 준비 중이었어. 우리가 들어오던 입구의 문이 열리더니, 환한 빛이 들어오더라. 양복아저씨들이 마구 들어와. 객석을 마구 헤집어. 그러더니, ‘야! SNS 확인해! 여기 어디야?’ 이런 소리가 막 들려. 저거저거, 우리 완소 가수님들에게 실례인 행동인데!


돌식이도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꼈나봐. 객석 저 앞쪽에서 자신의 경호원들을 발견한 거야.


우리 둘 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잡았어. 놓치면 큰일이야. 나는 상관없는데, 돌식이는! 여기 아는 사람이라곤 나뿐이잖아. 그 순간, 그냥 지켜야겠다는 생각만 들더라고. 돌식이의 손을 더욱 꽉 잡았어. 그리고 객석을 가르고 마구 달렸어. 심장은 여전히 스피커의 음악소리를 기억했는지 두근거렸어.


여기저기서 우리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


“자, 여러분. 저희가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사회자가 갑자기 멘트를 해. 방청객이 조용해졌어.


“저희가 무대에서 서서 진행을 하지만, 방청객 분들은 안보이시는 줄 알고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다 보이거든요. 하하. 방청객석에서 너무 열심히 춤을 추신 분들을 저희가 봤어요. 그래서 제작진과 상의 후 결정 내렸습니다. 다음 무대는 누구 무대인줄 아시나요?”


우리 둘은 손을 꼭 잡은 채로 자리에 멈췄어. 분위기가 좀... 이상해지는 거 같아.


“네. 이소리 언니요!”


둘 다, 동시에 무대를 봤지. 소리누나의 백댄서 들이 나오고 있어. 갑자기 핀 조명이 객석으로 향하더니, 누군가를 찾아. 빛으로 사람들을 헤집어대. 그리고 손을 꽉 잡은 우리 둘을 비춰. 망했다.


“두 분. 맞죠? 앞으로 나오실래요?”


사회자들의 말에, 우린 말 잘 듣는 초등학생이 됐어. 뭐에 홀린 듯 앞으로 나가고 있더라니 깐. 주변의 경호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 막 보여.


돌식이는 거의 최면 상태였어. 알다시피 우리 둘은 손을 잡고 있었잖아? 나는 그냥 끌려가다시피 했고.


소리누나가 무대 위에서 웃으면서 우리를 맞이해. 재밌다는 듯이 봐.


“야, 금손. 너 장난 아니더라. 화면에 얼마나 많이 잡혔는지 알아? 너, 금손이 친구. 너도 그렇고. 하하. 그래서 이번 무대는 누나랑 같이 하자. 어때?”


진짜 소리누나 너무 쿨해. 너무 멋진 거 있지.


“누...누...님. 내래... 완....전 보고싶었시오.”


분명 북한 말투였는데, 누나는 당황하지 않더라. 알고 있었나봐, 돌식이가 누구인지. 그냥 팬 대하듯 그렇게 대해.


“그래. 고마워. 나중에 사진도 찍고, 싸인도 해줄게.”

“이거 하느라... 그거이 밤에 하는 거구만.”

“얘들아, 무대 준비하자.”

그렇게 우리는 입은 옷 그대로, 핀 조명 받으며 소리 누나랑 무대에 섰어.


하얀 조명보다, 더 화려한 조명이 머리 위에서 내려오더라. 발밑에 부서지는 빛들은 꽃잎이 되기도, 풀이되기도, 물이 되기도 했어.


전주가 나오자, 백댄서 형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하라고 이야기해줘. 친절하게 말이야. 어차피 말소리는, 음악소리에 묻혔어.


스피커가 터질 것처럼 빵빵 거리자, 본격적으로 안무가 시작됐어. 형들이 뭐래건 돌식이는 아주 음악에 취해서 혼자 난리야. 형들도 귀여운 지, 봐주고 있었고, 소리누나도 웃으면서 맞춰주는 게 보이더라.


“이 자식아, 나한테 큰절 한 번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무슨 말인디 잘 안들려. 야! 음악에 딥즁하라. 어데, 신성한 소리누나 무대에서 주둥이를 나불거리네! 아가리 닥치라.”


그 말에 백댄서 언니들이 웃기 시작해. 그러면서 동작이 막 꼬여. 소리 언니도 웃겨 죽겠다는 듯 안무를 멈추고 노래에 집중하는데... 터졌어. 옷이 터진 게 아니라, 웃음이 터졌어.


소리누나가 뒤를 돌았어. 카메라 잡은 사람이 카메라 보라고 난리야. 그런데 누나는 뒤 돌아서서 마이크를 붙잡고 웃고 있네? 우리 둘은 다 봤지롱.


노래가 끝나자 경호원들이 무대를 감싸기 시작했어.


눈치 빠른 소리누나. 우리를 불러. 자기를 따라오래. 가수들이 다니는 통로가 따로 있더라고. 우리는 그 곳을 통해 빠져나왔어. 역시나 손을 꼬옥 잡고선 말이야. 6살에도 못 이뤄본 로맨스, 13살에 돌식이랑... 이러고 있다니... 손이 썩어 들어가는 거 아닌가 몰라.


경호원을 따돌리고 방송국을 빠져나왔어. 엄밀히 말하면, 따돌렸다는 착각을 한 거지. 둘 다 어디에 갈까 생각했는데, 비가 오기 시작하는 거야. 우산 쓰기엔 귀찮고, 맞기엔 좀 부담스러운 정도? 나는 돌식이를 돌아봤어. 얘... 지금 넋 나간거야?


“야! 너 왜 그래, 무섭게!”

“황홀하디 않니? 이 빛 아래소, 비를 보니까네... 너무 이뿌다야.”


얘... 왜 이렇게 감성적이야? 언제는 뱃때지 가른다, 막 이런 말 쓰던 애가. 안 어울리게!


돌식이가 계단을 내려가면서 비를 맞기 시작해. 옷이 살짝 젖었어. 처음 경험하는 건가봐. 이것마저도 너무 좋아해.


갑자기 뒤에서 구둣발 소리가 다다닥- 들리는 거야. 북한이고 남한이고 상관없이, 같이 뛰어오더라. 무슨 우리가 빨간 천이라도 들고 있는 줄 알았어. 무식하게 뛰어오는 황소 같이 보였으니깐. 그런데.... 이러다 돌식이 잡히면....


아...진짜. 한숨 나오는데, 어쩔 수 없었어. 돌식이의 손을 잡고 공원 쪽으로 달렸어. 제법 나무들 사이를 헤쳐 가서 그런지 공기도 좋아.


돌식이는 헉헉 거리면서도 제법 잘 따라왔어. 그것도 활짝 웃는 표정으로.


난 겉옷을 벗었어. 그리고 돌식이 머리 위에 덮어줬지. 비 맞고 감기 걸리면 안 되잖아. 남한에 온 손님인데. 손님이잖아. 손님이니까. 손님이라서. 젠장. 내 로망이었는데. 이걸 이렇게 써먹다니.


그렇게 우리 둘은 남한 여기저기를 자유롭게 돌아다녔어. 경호원들 따돌리면서. 아버지 전화가 올 때까지.


“아버지. 목욕탕이랑, 옷이 필요해요. 지금 저희가 있는 곳이요...”


전화는 금방 끊겼어. 그런데 돌식이가 부러운 눈빛으로 봐.


“니는 아부지랑 그런 말도 하네?”

“너는 안 해?”

“나는 아부지 얼굴 본 게 언제인디 기억도 잘 안 난다.”

“장남이라며. 같이 사는 거 아니야?”

“살긴 사는데....”


빵빵-


아버지가 도착했어. 바로 목욕탕으로 갔어. 그런데, 이 돌식이가 또 남한 목욕탕에 눈 하트가 그려진 거야.


“목욕탕에 들어가는데... 공민증 검사도 안하네? 뭐 이런 곳이 다 있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어. 아버지랑 나는 눈만 껌뻑였지.


“우리 북조선에선 목간 들어가는데 공민증 검사를 하디. 지금 들어가는 건 부부탕이가? 한증탕이가? 우리 둘이 부부탕을 사용할 수 없디 않아.”


우리나라 말 하는 거 맞지?


“니가 말하는 게 뭔지 모르겠는데. 왜 신체의 비밀 같은 거 있냐? 공개하면 즉사하는?”

“내 신체는 북조선의 재산이야. 함부로 공개할 수 없디 않아.”

“그럼 나가까?”

“아니 또 뭐시 그렇게 급하나? 일단 구경이라도 해보디 뭐.”


아버지가 돌식이랑 내 손을 양쪽에 나눠 잡았어. 돌식이 얼굴에 감동한 표정이 그대로 보여.


들어가면 나는 목욕탕 냄새. 탕마다 이벤트가 있어 물색이 다 달라. 비누, 샴푸, 수건, 치약 모두 공짜야.


“늬들 이거시 진짜가?”

“뭘?”

“이야....”


그 뒤로 돌식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무언가 충격 받은 듯했어. 문화차이일 뿐인걸.


아버지는 돌식이의 등을 직접 밀어줬어. 알지? 때타올에 비누 묻혀 쓱쓱 문지르는 거. 거기에 또 감동 받는 거야.


“아바디. 고조... 감사함다. 내래 이리 호강해도 되는지 모르갔어요. 근데 조금 아파서....살살좀...”


우리 아버지도 그 말이 짠했나봐. 나는 거들떠도 안 봐. 괜찮아. 돌식이는 손님이니깐.


그렇게 우리는 광고 촬영장으로 향했어. 물론 돌식이랑 나는 차에서 잠 들었지. 우린 고작 13살 아이였거든.


아버지 차가 촬영현장으로 쓰윽 들어갔어.


어둠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북한경호원들이 원을 만들어 아버지 차를 에워싸. 손에는 총이 들려있었어.


그 뒤를 남한 경호원들이 둘러싸. 그들의 손에도 총이 있었어. 남북의 대치. 우리 부자는 이런 걸 예상한 것이 아니었는데. 무엇보다 아버지는 깜짝 놀랐어. 우리 둘의 보호자였으니깐.


“돌식 군 안에 있는 거시가?”

“.....”

“모두 차에서 나오라.”


아버지가 먼저 차에서 나갔어. 모든 조명과 총구가 아버지를 향했어.


***


방 안의 모든 비서진들. 나의 말을 기다리는 눈치야.


“갑자기 이 음성파일을 나에게 들려주는 이유가, 공개하는 이유가 무척 궁금합니다. 뭡니까? 내 이야기가 그렇게 지루했어요?”


난 손깍지를 풀었어.


파일을 재생하던 사람은 아무 말 하지 않았어. 대신, 문으로 다가가네?! 방문이 열렸어. 또각소리. 익숙한 구두소리. 나도 모르게 의자에서 일어났어.


보좌진들도 의자에서 일어나. 그러더니 양쪽으로 홍해 갈라지듯 갈라져. 그 사이로.... 한 사람의 얼굴이 보였어. 이미 하얗게 변해버린 머리. 굽은 어깨. 마른 몸. 까맣게 그을린 피부와 이마의 주름살. 그렇게 잘 어울리던 검은 양복이 남의 옷처럼 겉돌아.


“아저씨!”


달려갔어. 항상 내가 안겼었는데, 이번엔.... 이번엔 달랐어. 내가 안았어. 한품에 쏙 안기더라.


“철호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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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 금손아, 가자! (3) +6 21.06.13 85 4 13쪽
29 #28. 금손아, 가자! (2) +6 21.06.12 83 4 13쪽
28 #27. 금손아, 가자! (1) +6 21.06.10 112 6 13쪽
27 #26. 금손이가 금손하네 (4) - 수정본 +4 21.06.09 102 5 12쪽
26 #25. 금손이가 금손하네 (3) +4 21.06.07 99 5 13쪽
25 #24. 금손이가 금손하네 (2) +4 21.06.07 96 6 14쪽
24 #23. 금손이가 금손하네 (1) +4 21.06.04 103 5 12쪽
23 #22. 금손을 알라 (7) +4 21.06.03 108 9 13쪽
22 #21. 금손을 알라 (6) 21.06.02 102 9 12쪽
21 #20. 금손을 알라 (5) +2 21.06.01 114 7 12쪽
20 #19. 금손을 알라 (4) +2 21.05.31 97 8 13쪽
19 #18. 금손을 알라 (3) +2 21.05.30 99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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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금손을 알라 (1) +4 21.05.27 11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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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그냥 금손이 아님 (6) +6 21.05.25 118 8 12쪽
14 #13. 그냥 금손이 아님 (5) +4 21.05.25 115 6 12쪽
» #12. 그냥 금손이 아님 (4) +6 21.05.24 124 10 12쪽
12 #11. 그냥 금손이 아님 (3) +2 21.05.23 140 8 13쪽
11 #10. 그냥 금손이 아님 (2) +2 21.05.22 147 9 13쪽
10 #9. 그냥 금손이 아님 (1) +2 21.05.21 173 10 12쪽
9 #8. 금손다움 (3) +2 21.05.20 176 11 12쪽
8 #7. 금손다움 (2) +4 21.05.20 193 9 13쪽
7 #6. 금손다움 (1) +4 21.05.18 252 8 12쪽
6 #5. 관리대상 금손 (3) +2 21.05.18 300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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