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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言之房

금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자언
작품등록일 :
2021.05.12 23:46
최근연재일 :
2021.06.17 03:23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6,743
추천수 :
388
글자수 :
173,670

작성
21.05.25 04:51
조회
114
추천
6
글자
12쪽

#13. 그냥 금손이 아님 (5)

DUMMY

#13. 그냥 금손이 아님 (5)




내 품에 안긴 아저씨, 떨어질 줄을 몰라.


혹시... 말이야. 이런 사람의 모습을 본적 있어? 다 큰 성인 남자가 우는 모습 말이야.


소리도 내지 못해 가슴만 크게 들썩여.

콧물을 들이키지도 못해 어깨로 쓱 닦아내.


여기까진 참아줄 만했어. 그런데....


눈물을 제대로 흘리지 못해 고개를 숙인다... 그럼 이때부터 내가 미치는 거야.


더 큰 문제가 뭔지 알아? 그 모든 것의 이유가 나일 때. 그럴 때... 제정신일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60의 나이를 보는 철호 아저씨가 내 품에 안겨서 울어. 소리도 못내. 어깨만 들썩이는 거야. 고개도 숙인 채.


그 모습에 보좌진들이 눈물을 훔쳐. 뒤에 서있던 출판사 직원들은 무슨 일인지 몰라 눈치만 보고 있어. 숨소리도 들리지 않네. 말소리는 더욱 없어. 공기도 숨 막히기 시작하고, 심장은 뜯어지는 것 같아.


아저씨가 나의 얼굴을 보는데, 나를.... 올려다봐. 어렸을 땐, 그렇게 커 보이던 양반이. 이제는 나보다 작아.


“어어아아.”


아저씨가 내 어깨를 두들겨. 그 쭈글쭈글해진 손으로. 손등에 까맣게 점도 많이 생겼어. 울다보니 말이 안 나오시나 봐.


“천천히 말씀하세요. 아저씨.”

“....어아어엉.”


아저씨가 하시는 말씀. 나만 못 알아 듣는 건 아닐까? 조바심이 생기더라.


“어어아아. 아아아.”


손짓발짓으로 뭔가를 시도하시는데... 아저씨가 갑자기 입을 벌려. 그러더니 나에게 입 안을 보여줘.


“.....”


아저씨의 혀가 반도 없어... 말이 안 나온 게 아니라... 할 수가 없었던 거야.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아저씨 손에는 USB가 올라가있어.


“이 썅!! 이! 개새끼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뭐가 더 있겠어.


그걸 건네는 아저씨 손이 달달 떨리는 거야. 사시나무 떨 듯이. 그렇게.


보좌진들은 차마 그 모습을 못 보겠는지 눈을 감거나, 등을 돌려.


“......설명이 필요한 것 같은데요, 박민영 비서관님.”


시야가 점점 흐려져. 눈물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



아무것도 안 보여. 앞도 안 보이고 주변도 안 보여. 진짜 내가 눈을 떴나? 의심이 들 정도였어. 휭- 거리는 바람소리만 들리는 거야. 한참의 시간이 흐른 것 같았어. 아무도 말을 걸거나, 하지를 않았거든.


조금 있으니 적응되더라고. 돌식이가 자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코도 안 골고 엄청 잘 자. 누가 업어갈 수 있을 무게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업어가도 모를 만큼 말이야.


그런데...


“아버지?”


불렀는데, 대답이 없어. 밖을 보니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여. 내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들으셨나 봐.


그때였어.


“돌식 군 안에 있는 거시가?...... 모두 차에서 나오라.”


북한 경호원의 말이 들려. 그것도 딱딱한 말투에 명령조로. 사람 기분 나쁘게.


나는 좀 더 크게 불렀어.


“아버지?”


그리고 나는 의심없이 차에서 내렸지.


몇몇 사람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다다닥- 소리도 규칙적이고, 총구도 같이 움직이네? 그리고 그게 나를 향하고 있어.


아무리 내가 예비 중2병 초기 증상이라 하더라도...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쯤은 알 나이잖아?


“야. 돌식아. 김돌식. 일어나 봐.”


나는 조용히 돌식이를 불렀어. 근데, 일어나겠어? 대한민국의 목욕탕에서 때까지 밀었는데. 아침이 아니면 방법이 없지 않을까?


그때 저 멀리, 어디쯤에서 말발굽 같은 구두굽소리가 들려. 다그닥, 다그닥. 점점 소리가 빨라져. 다다닥-


그 소리와 함께 북한 경호원 뒤쪽, 검은 그림자가 땅을 박차고 하늘로 솟는 게 보여. 그것이 경호원들 머리 위에서 한 바퀴를 뺑그르르 돌아, 그리고 천천히 땅으로 착지. 기술점수 10점, 예술점수 10점 정도의 수준으로 말이야.


정확히 북한 경호원들이 만든 원 안으로 들어온 그 사람. 나에게 막 뛰어와. 그것도 양팔 벌리면서. 와락- 나를 감싸 안아. 땅에 닿은 무릎 아프지는 않을까. 괜히 막 걱정되는 거야.


“금손 군. 괜찮아?”


나에게만 들릴 목소리.


“철호 아저씨!”


이게 뭐라고. 너무 반가워. 나에게 향했던 모든 총구, 이제 철호 아저씨를 향했어.


아저씨가 사람들을 향해 몸을 돌렸어.


“이제 겨우, 13살 아이에요. 모두들 진정하세요. 알파 팀도, 총 내려요.”


철호 아저씨... 돌식이가 준 선물상자 그냥 하나 다 넘길게. 진짜. 그 안에 뭐가 들었던 아저씨가 찍는 걸로 그냥 줄게. 고려청자라도 상관없어.


그런데 운전석 쪽에 나와 있던 아버지가.... 아버지? 왜 움직여요? 그러지 마요...


“아빠, 움직이지 마요!”


아버지가 나를 힐끗 봐. 그 눈에 담긴 의미. 책임감이었어. 아들을 지키겠다는 책임감. 근데... 그거, 지금 느끼지 마요. 괜히 둘이나 다칠 필요 없잖아.


“그러다 총 맞는다고!”


아버지의 걸음으로, 아버지의 책임으로 그 모든 것이 나에게 닿기도 전에.....


탕-


단발성이었어, 그 총소리. 어디에서 쐈는지도 모르겠어. 북한 경호원이 쐈는지, 남한 경호원이 쐈는지, 그것도 몰라. 알 필요도 없어. 단지 내 눈에는 휘청이는 아버지의 모습만 보였을 뿐이야.


주변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아무도 말을 안 해! 아무도 안 막아.


아빠의 손이 허공을 한 번 찔렀어. 발이 멈칫. 그리고 무릎이 땅에 쿵- 하고 내려앉아. 내 세상이... 무너지고 있었어. 내 눈앞에서.


“아빠!”


난 철호 아저씨의 손길을 뿌리치려 안간힘을 썼어.


“이 개자식아. 일어나. 눈 좀 떠. 이 김돌식이 새끼야! 너 때문에 우리 아빠가....”


아무리 백수 아빠라도 나한텐 소중한 사람이란 말이야. 단 하나뿐인... 내 아빠란 말이야! 내가 이렇게 큰 소리로 소리를 치는데도 꿈쩍도 안 해. 제발... 돌식아 눈이라도 좀 떠봐. 그리고 이 상황을 좀 보란 말이야!


“아아아아.”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소리가 입으로 뿜어졌어. 누군가 짐승소리라 해도 상관없었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아빠 곁으로 가는 것뿐이야. 그런데, 이 힘 좋은 철호 아저씨의 품은, 철옹성이었어. 내 힘으론 뚫을 수가 없는 거야.


아빠가 앞으로 고꾸라지기 시작해. 등 뒤에 붉은 핏자국이 퍼지기 시작했어. 그게 막 커질 때 마다 내 심장에 구멍이 난 것 같아 미치겠는 거야.


“아빠!!!!! 으아아아! 우리 아빠는 잘못 없단 말이야! 으아아아!”


김돌식 이게 모두, 너 때문이야! 나의 벌건 눈이 다시 돌식이를 향했어. 누군가는 나의 열받음을 오롯이 받아야 했거든. 화풀이 할 상대가 있어야 했거든. 저주를 퍼부어줄 사람이 필요했거든!


눈이 돌아가니 진짜 뵈는 게 없더라. 그 힘센 철호 아저씨의 품을 미친놈처럼 빠져나왔어. 아빠한테 달려갔어. 아빠를 안았어. 내가 안아본 것은 처음이었어. 그래도 아직은 몸이 따듯해. 등에 손을 대니 피가... 끈적끈적해... 119. 누가 119는 불렀을까?


“119, 불러주세요. 흑흑. 119!!”


여보세요. 내말 안 들려요? 저기요! 내가 보이기는 해요?! 왜 지켜보기만 하는 건데, 왜! 남 일이다 이건가?! 아니면 다들 돌식이한테 뇌물이라도 받았어?


그때 북한 경호원 한 명이 내가 있는 쪽으로 오고 있어. 쿵- 총을 바닥에 버려. 비장한 눈빛을 보니 결투라도 할 자세야.


“원하는 게 뭔데! 우리 아빠부터, 싸우더라도 우리 아빠부터 살려내고 싸우란 말이야!”


철호 아저씨가 그 사람의 앞을 가로 막았어. 나와 아빠를 지키기 위해서. 아저씨가 외투를 벗었어. 그러자 옷에 들었던 총이 같이 떨어졌는지, 소리가 크게 났어.


내가 봐야겠어. 그게 뭐든 솔직히 상관없었어. 지금 상황에선 그게 뭐든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거든. 그것을 잡겠다는 일념 하나, 그거 하나로 아저씨 쪽으로 기기 시작했어.


탕-


갑작스런 소리에 놀랐어. 당연히 철호 아저씨의 외투엔 라이터로 지진 듯한 조그만 구멍이 났고.


내가 어디로 가든, 똑같은 결과겠지?


그 사이 북한 경호원은 더욱 우리에게 가까이 왔어.


지금... 이 상황, 전부 다 기억해 두겠어. 모조리 다 심장에 새겨두겠어!


그 급박한 상황에서도, 뭐가 잘못 되었던 건가를 생각하게 되더라. 우리가 일탈 한 거? 그게 그렇게 큰일이었을까? 대한민국 가수를 본 거? 그게 한 사람이 죽을 만큼 큰 죄였던 거야?


즐거움은 짧았고, 거지같은 현실은 계속되고 있는 거였어!


북한 경호원이 팔을 뻗어 철호 아저씨의 어깨죽지를 잡았어. 아저씨가 절대 작은 키도 아니었고, 체급에서 밀리는 것도 아니었어. 그런데 아저씨가 쭈욱 들어 올려지더라. 바닥에서 제법 높은 위치까지.


내가 달려가서 구해야 했어. 솔직히 말하면, 구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아. 그래서 다가가 허벅지라도 물어뜯어 줄 참이었어. 우리 가족을 위해, 아저씨를 일방적으로 희생하게 할 수는 없었으니까.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누가 나의 발을 잡아.


아버지였어. 피를 흘리고 있는 와중에도 나의 발을 잡는 거야. 그리곤 고개를 흔들어. 다 죽어가는 핏기 없는 표정으로.


“아빠... 흑흑....”


그때, 철호 아저씨가 북한 경호원의 목에 두 다리를 걸었어. 그리곤 공중에서 제비를 돌아. 그러자 북한 경호원의 목과 팔이 서로 꼬이면서 고통스런 신음을 내기 시작해.


아저씨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어. 제법 쌘 주먹을 날렸어.


북한 경호원이 바닥에 넘어졌어.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나봐. 미동도 안 해.


“아저씨, 차라리 총을 쏘란 말이야!!”


나의 목소리가 공기 중에 퍼졌어.


아버지의 등이 꿀렁거리기 시작해. 마치 생선가게에 도마 위에 오른 생선처럼.


“여보세요, 제발....”


초등학생은 정말 힘이 없더라고. 낯선 사람들 틈에서 내 편을 찾는 내가 미친 거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서 도움을 바라고 있는 내가 비정상인거지!


저 뒤쪽, 활짝 웃는 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어. 저 어둠속에 서 있는 사람. 나름 만족한다는 표정으로. 분명히 봤어. 저 사람의 하얀 치아를. 마치 내가 이런 고통을 당하는 것이 고소하다는 듯, 그런 미소. 상관없어. 우리 아빠만 무사하면.


여길 빠져나가야 한다.


나는 아빠를 들쳐 업었어. 문제는 아빠의 키가 나보다 더 컸다는 거야. 제대로 업을 수조차 없는 거야. 아니, 축 처진 아빠를 제대로 들 수도 없었어.


“고조. 이 종간나 새끼... 아직도 안 갔네? 당신들 지금 뭐하고 있나? 정신 못 차렸네?”


돌식이의 목소리.


“너. 이거 뭐야?!”

“내래, 일전에 손전화로 이야기 하지 않았소. 뱃때지 딴다고. 남아일언 중천금이디 않갔서. 한 말은 지켜야디.”

“말이 되냐? 방금까지 우리 아빠랑 목욕탕에서 때밀던 새끼가. 지금에 와서 우리 아빠한테 총질한다고? 제정신이야?”


돌식이가 가만히 나를 보았어.


“세계 어디에서건 제정신이면 살아남디 못하디.”


그러더니 북한 경호원들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그러자 경호원 한 명이 총을 건네네?


“고조 오늘의 추억은 내래 평생 안고 가갔어. 내 은밀한 신체를 본 것을 영광으로 알고, 네가 받은 선물로 저승길 노잣돈 하라. 알간?”


그리곤 총을 아빠를 향해 겨누는 거야.


“지금 우리 아빠 이미 총 맞은 거 안보여 새끼야?!”


내 소리는 안중에도 없어.


탕-


총알이 공기 중 어딘가에 있을 거야 아마. 우리 아빠만 아니면 상관없어... 흑흑... 아빠.


탕-


또 한발의 총성. 철호 아저씨가 뒤로 물러나고 있어. 아무렇지도 않더니... 하얀 와이셔츠가 빨간색으로 물들고 있어. 제발....


탕-


이번이 마지막 총성이겠군. 흡-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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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8. 금손아, 가자! (2) +6 21.06.12 83 4 13쪽
28 #27. 금손아, 가자! (1) +6 21.06.10 112 6 13쪽
27 #26. 금손이가 금손하네 (4) - 수정본 +4 21.06.09 101 5 12쪽
26 #25. 금손이가 금손하네 (3) +4 21.06.07 99 5 13쪽
25 #24. 금손이가 금손하네 (2) +4 21.06.07 96 6 14쪽
24 #23. 금손이가 금손하네 (1) +4 21.06.04 10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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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금손을 알라 (5) +2 21.06.01 114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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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 금손을 알라 (3) +2 21.05.30 99 7 13쪽
18 #17. 금손을 알라 (2) +2 21.05.28 101 6 13쪽
17 #16. 금손을 알라 (1) +4 21.05.27 117 6 12쪽
16 #15. 그냥 금손이 아님 (7) +4 21.05.26 114 7 12쪽
15 #14. 그냥 금손이 아님 (6) +6 21.05.25 118 8 12쪽
» #13. 그냥 금손이 아님 (5) +4 21.05.25 115 6 12쪽
13 #12. 그냥 금손이 아님 (4) +6 21.05.24 123 10 12쪽
12 #11. 그냥 금손이 아님 (3) +2 21.05.23 140 8 13쪽
11 #10. 그냥 금손이 아님 (2) +2 21.05.22 147 9 13쪽
10 #9. 그냥 금손이 아님 (1) +2 21.05.21 173 10 12쪽
9 #8. 금손다움 (3) +2 21.05.20 176 11 12쪽
8 #7. 금손다움 (2) +4 21.05.20 193 9 13쪽
7 #6. 금손다움 (1) +4 21.05.18 252 8 12쪽
6 #5. 관리대상 금손 (3) +2 21.05.18 300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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