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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言之房

금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자언
작품등록일 :
2021.05.12 23:46
최근연재일 :
2021.06.17 03:23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6,758
추천수 :
388
글자수 :
173,670

작성
21.05.2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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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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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 금손다움 (3)

DUMMY

#8. 금손다움 (3)




그거 알아? 돌식이의 짧은 목이 제법 유연하게 돌아가더라.


‘소녀전성시대’의 노래가 끝났어. 분위기가 뻘쭘할 줄 알았어. 근데.... 하.... 쉴 틈을 안주더라. 이 자식 완전 K-pop 러버였어!


“오늘은 또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머리는 또 어떻게 만져야 좋을지, 이건 어떠니 또 저건 어떠니 고민 고민 하지마 Girl”


줄기차게 음악이 나와. 끊이지를 않아. 처음에는 라디오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 거 같아. 사람 말소리가 안 들리고, 음악만 나왔거든. 그것도 한국에서 지금 유행하는 걸로만 골라서.


이번엔 나 보란 듯이 돌식이가 막 나가기 시작해. 손가락으로 뺨을 찍어. 그리고 고개를 까딱해. 자리에서 달리기 하듯 손을 앞뒤로 흔들어.


그래. 해보자.


나도 두 손을 들고 위에서 손을 털어주고 아래로 내려줬어.


“오. 동무 제법이디.”

“말이 많다. 동무.”


뒤돌아 앞으로 보며, 오케이를 해줬어. 그리고 짧은 머리를 힘차게 공중에 뿌렸지. 하얗게 불태웠어. 저 조그만 기계가 은근히 강력한 걸.


숨을 헐떡이며 돌식이가 허공에 소리쳐.


“헉헉. 동무, 안되것다. 조금만 쉬자야.”

“하하하! 봤냐?! 우리나라 국보급 노래는 대한민국 남아가 지킨다!”

“종간나 웃긴다야. 제법이다야.”


돌식이가 피식 웃는 거야.


잠시 후 계단 아래에서 식탁과 의자가 올라와. 당연히 진수성찬이 차려져있었지. 여긴 뭐 다 땅 밑에서 올라와. 지진나면 큰일 나겠네.


일단 식탁으로 갔어. 너무 과격한 운동을 했거든. 한창 자랄 나이, 13세잖아? 지금 심정으론 딱 식탁 다리라도 씹어 먹을 수 있을 거 같았어.


“돌아이. 봤냐? 이 금손 님의 춤 실력을.”

“근데, 금손 군은 왜 경식군을 돌아이라 부르네?”


돌아이가 식탁 앞으로 의자를 바짝 끌며, 씨익 웃어.


“돌식이 네가 잘 모르나 본데... 성이 돌, 이름이 아이의 영어식 이름이 뭐 게?”


뭐? 돌아이가 음식을 보더니 이성의 끈을 놔 버렸나본데?


“뭔 말이가? 내래 몬 알아 듣갓어.”

“돌아이의 영어식 이름은 바로~!!!! ‘아이돌.’ 그것이 내 원래 별명이야. 그걸 금손이가 샘내서 돌아이라 부르는 거고.”


돌식이 표정이 썩어 들어가. 맛있는 음식 앞에 두고 그러면 안 되지.


“근데, 돌식아 이거 북한 전통음식이야? 너무 맛있네!”

“그렇디. 내가 야심차게 준비했소. 근데.... 이 종간나들아. 나 이야기 하는데 집듕 좀 하라!”

“어. 이야기해, 귀는 언제나 열려있어.”


그때 안 사실인데, 돌아이가 음식만 보면 진짜 돌아이가 된다는 거야.


“아새끼들 뱃때지에 뭐가 들었나. 쳐 묵기만 해! 내래 너희들에게 부탁이 하나 있서.”


돌식이가 뭔가 부탁을 한데. 신기하지 않아? 뭐든 아까처럼 명령만 하면 될 것 같은데....


“부탁? 사람 납치해 놓고 부탁을 해? 당연히 들어주기 싫지. 그리고, 야! 너 여기서 남한 노래 들어도 되는 거야? 그... 그 검은 기계! 다른 사람들은 그거 알아?!”


의자에 앉은 돌식이의 얼굴이 빨개졌어. 그리고 나를 노려보기 시작하더라고.


***


내 앞에 앉은 비서진과 출판사 직원의 눈빛이 불손해. 마치 어디서 이런 뻥을? 이런 눈빛이랄까? 진짜 채신머리없게 돌아이와 통화를 시켜줄 수도 없고. 돌식이랑은 20년 넘게 아예 통화 자체가 안 되고.


“저... 금군. 과장이 조금 많이 들어간 거죠?”

“어느 부분이요? 전 진짜 간략하게만 이야기 한 거예요. 아직 모르겠어요?”


다들 웃음인지 비웃음인지 막 세어 나오려고 해. 어떤 직원은 입술을 꽉 깨물고 있어.


“웃어도 돼요.”


곧 그 웃음이 경외심으로 바뀔 테니깐. 으흐흐.


“그래서, 춤 배틀은 누가 이겼어요?”


우리나라는 진짜 성과주의라니깐. 내가 힘들게 노력한 것만 봐주면 안 돼?


“누구겠어요, 당연히, 저죠! 대한민국 건아가 국보급 누님들을 지켜냈습니다!”


다들 안 믿어.


“저.. 지금 다들 제 말 안 믿으시는 거죠? 이렇게 말하면 믿을 수 있겠어요?”


주변의 사람들이 그래 뭔 말하나 들어나 보자, 이런 눈빛들이야.


“그 친구 몸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똑같아요. 무슨 말인 줄 아시겠어요? 춤추는 데는 제가 훨씬 더 유리하다고요.”


그제야 다들 아아- 하면서 고개를 끄덕여. 이런 사회적 반응, 상당히 불쾌한데! 언제 클럽데이 한 번 만들어야지.


“그런데, 금군이 다시 숙소로 돌아갔을 때, 교장 선생님과 다른 학생들은 어떤 상태였어요?”

“아... 돌아가신 우리 교장 선생님이 보고 싶네요. 그날 교장 선생님은.....”


***


내가 숙소로 돌아갔을 땐, 양손이 너무 무거웠어. 무슨 말이냐고?


돌식이 이 자식이 또 제법 눈썰미가 있더라고. 버버리 떡볶이 코트를 내 사이즈에 맞는 걸로 준비를 딱 해놨지 뭐야. 물론 싸인 빼먹을 위인이 아니잖아? 대체 뭘 기대하는 거야?


경식이 것도 준비해 놨더라고. 이 쎈스쟁이를 봤나.


그리고, 부모님 가져다드리라고 가자미식혜, 북한식 김치, 웅담주 등등 뭔가 바리바리 싸줬어. 심지어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음식이야. 너무 귀찮아, 택배로 붙여주면 안 될까? 아...맞다. 우리 택배연결 안 되어 있지?!


그렇게 숙소로 들어가는데, 교장 선생님과 강 선생님이 버선발로 달려 나오는 거야. 두 분 다 낯빛이 하얗게 질려있더라고.


그래도.... 이 선물은 못 나눠 주는데... 어, 싫은데...


심지어 강 선생님은, 막 나랑 경식이를 끌어안고 우시는 거야. 하긴, 나도 아침에 납치당했을 땐, 죽는 줄 알았으니깐.


“너희 둘! 대체 어디 다녀오는 거야. 밖에 총 들고 서 있는 군인들 때문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


할 말이 없는 거야. 초등학교 6학년의 기지가 발휘될 시간이 온 거지 뭐. 양손을 들어보였어.


“...음..쇼핑?”


미안. 나 때문에 경식이도 등짝 스매싱이었지 뭐.


그렇게 우리는 북한에서 비밀을 하나 만들었어. 나, 경식이 그리고 돌식, 셋만의 비밀. 돌식이 부탁이 뭐였냐고? 말해주고 싶어도, 받은 게 너무 많아서 양심상, 진짜 양심상 말해주기 힘들어.


내가 집에 돌아가자, 부모님은 아주 신이 나셨어.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관심도 없던 북한 음식과 전통 물건들이, 신기한 물건들이 상자에서, 가방에서 막 나오는 거야.


“근데, 아들. 이거... 혹시... 고려청자...아니니?”


그러고 보니 푸르스름한 도자기네? 도자기 위에 학이 있는데, 진짜 파란하늘 날아다니는 거 같아. 도자기 밑 부분에 ‘임오준’이라고 적혀있어. 누구지? 들어본 적 없는데?


“엄마, 임오준이라고 알아?”

“모르지. 이거 만든 사람 이름이야?”

“뭐...짝퉁이거나, 기념품 아니야? 관광객들 사가는 거 있잖아.”


엄마가 다음 물건을 꺼내는데, 이건 누가 봐도 좀 있어 보이는 거야.


금관이 나무 상자 안에서 나와. 불꽃뚫음무늬 금동관이라고 설명서에 친절히 적혀있어. 띠 모양 테두리 윗줄에는 인동초무늬가 있고, 아랫줄에는 구슬무늬를 새겼고, 그 사이에 7개의 나뭇잎 장식을 넣었다는 거야.


“아들. 너 솔직히 말해.”

“?”

“이거 어디서 났어.”

“왜?”

“이거 평양 청암리 토성부근에서 나오는 고구려시대 유물 진품이라는데?”

“....”


그날 밤 우리 소고기 구워먹었다. 그것도 투쁠짜리로. 그렇게 맛있는 고기는 생전 처음이었어. 엄마 아빠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더라구.


돌식이 자식. 나름 성의를 표시할 줄 알아.


내가 북한에서 돌아온 다음 날.


갑자기 파란 옷을 입은 공무원들이 집에 들어오더라. 그래도 북한과 달리 신발은 벗고 들어와.


나는 진짜 사람들 왜 이렇게 막 집으로, 방으로, 들어오는지 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좀 물어보고 오거나, 전화라도 하고 오면 안 돼? 뭐가 문젠데? 하여간 어른들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야. 그래놓고 우리들한테 막 이해심을 가지래. 이건 또 무슨 앞뒤 안 맞는 산교육이야?


“여봐요. 대체 무슨 밀수요!”

“....”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을 좀 해요! 남의 집에 쳐들어와서는!”


우리 엄마가 이를 물었어. 안 되는데. 이러면 큰일 나는데... 엄마가 핸드폰을 딱 들었어. 그리고 전화를 막 걸기 시작해.


“예슬이 엄마. 어제 내가 한 이야기, 그거 밀수 신고했어?”

“종현이 엄마. 어제 내가 한 이야기, 밀수 신고했어?”


드디어 엄마가 범인을 잡았나봐.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 오늘 저녁 다 먹었구나 생각이 들 때 쯤 파란 옷 아저씨들이 내 방에서, 그리고 안방에서 물건을 가지고 나와. 능력들도 좋아. 그 많은 물건 중에 북한 것만 어찌 그리 잘 찾아내지?


그런데 더 큰 문제가 뭔 줄 알아? 갈색 떡볶이코트 있잖아, 그 뒤에... 돌식이 싸인이 있었잖아... 그걸 본 아저씨들이 막 회의를 하기 시작해. 그것도 우리 집에서. 커피도 달래. 화장실도 쓴데.


엄마의 진심어린 빡침이 나에게 전달이 되는 거야.


제일 나이 많아 보이는 아저씨가 자리에서 핸드폰을 꺼내.


“여기.... 확인해 봐야 할 물건이 있습니다. 좀 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

“저, 국장님. 여기 고구려시대 유물이 하나 있고, 이야... 북한의 고려청자 대가인 임오준 작가 고려청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 어떻게 할까요? 다 회수 할까요?”


이러더라.


조금 있으니까, 검은색 양복 입은 공무원 아저씨들 4명이 들어와.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회사별로 유니폼 입는다는 것을 그때 알았지 뭐야.


검은 양복 입은 아저씨가, 내 놓은 물건을 한참동안 살펴보더라. 그러더니 나에게 다가와.


“저기..금손 군. 맞지?”


이러고 악수를 청해. 알잖아 나. 손에 민감한 거.


“그렇습니다만.”

손도, 말도 곱게 나갈 리가 없잖아. 팔짱을 딱 꼈어.


“이 옷, 누가 준거야? 이 싸인 누가 한 건지 나한테 말해 줄 수 있어?”

“싸인이 왜요. 문제 있어요? 축구 경기에서는 말이죠, 경기가 다 끝나고 난 뒤에 옷을...”


따악-


엄마의 등짝 스매싱이 날아왔어. 헛소리 하지 말고 빨리 말하래. 어쩌겠어. 우리집의 영원한 갑인 엄마의 협박인데.


“거기 쓰여 있잖아요. 김돌식이라고.”

“김돌식이 누군지는 알아?”

“듣기론, 북조선 수령의 아들? 되는 거 같던데요?”

“직접 만났어?”


분위기가 이상해. 교장 선생님하고 강 선생님하고 막 엮일 거 같은 느낌. 그래서 귀찮아 질 것 같은 느낌.


“돌식이요? 다 같이 밥 먹는 자리에 걔가 찾아왔어요. 왜요?”

“아저씨한테 거짓말 하면 감옥 간다!”

“요즘 공무원은 초등학생한테도 협박합니까?”


따악-


“제대로 말 안 해! 금손!”

“엄마!”


내가 겪은 이야기를 짧게 추려서 말 했어. 셋만의 비밀은 당연히 얘기 안했지. 사나이의 약속인데.


“혹시. 그 아이 부모님도 만났어?”

“부모님이요? 가정방문 갔어요? 제가 왜 만나요?”


내 이야기를 다 들은 검은 양복 아저씨들. 그냥 말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라. 서로 의견 나누고, 회의도 하고 뭐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근데 그런 거 1도 없는 거야.


“이만 가지.”


그러고 집에서 나가더라.


약간.... 허무했어. 그래도 상관없어. 이제부터 내가 행동 개시할 타임이었거든.


“엄마, 나 나갔다 올 거야!”


등 뒤에서 엄마가 빨리 들어오래. 그건 엄마 생각이고. 난 해야 할 일이 있거든.


그길로 곧장 여의도 KBS로 달려갔어. 오늘이 바로 뮤직탱크 녹화 날이었거든.


“그래, 돌식아. 너어어어어무 고맙다, 자식아. 내가 오늘 초등학생 밀수꾼으로 낙인 찍혔거든. 으흐흐흐,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널, 괴롭혀 주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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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 금손아, 가자! (3) +6 21.06.13 86 4 13쪽
29 #28. 금손아, 가자! (2) +6 21.06.12 83 4 13쪽
28 #27. 금손아, 가자! (1) +6 21.06.10 112 6 13쪽
27 #26. 금손이가 금손하네 (4) - 수정본 +4 21.06.09 102 5 12쪽
26 #25. 금손이가 금손하네 (3) +4 21.06.07 100 5 13쪽
25 #24. 금손이가 금손하네 (2) +4 21.06.07 96 6 14쪽
24 #23. 금손이가 금손하네 (1) +4 21.06.04 104 5 12쪽
23 #22. 금손을 알라 (7) +4 21.06.03 108 9 13쪽
22 #21. 금손을 알라 (6) 21.06.02 103 9 12쪽
21 #20. 금손을 알라 (5) +2 21.06.01 115 7 12쪽
20 #19. 금손을 알라 (4) +2 21.05.31 97 8 13쪽
19 #18. 금손을 알라 (3) +2 21.05.30 100 7 13쪽
18 #17. 금손을 알라 (2) +2 21.05.28 102 6 13쪽
17 #16. 금손을 알라 (1) +4 21.05.27 117 6 12쪽
16 #15. 그냥 금손이 아님 (7) +4 21.05.26 115 7 12쪽
15 #14. 그냥 금손이 아님 (6) +6 21.05.25 119 8 12쪽
14 #13. 그냥 금손이 아님 (5) +4 21.05.25 115 6 12쪽
13 #12. 그냥 금손이 아님 (4) +6 21.05.24 124 10 12쪽
12 #11. 그냥 금손이 아님 (3) +2 21.05.23 140 8 13쪽
11 #10. 그냥 금손이 아님 (2) +2 21.05.22 148 9 13쪽
10 #9. 그냥 금손이 아님 (1) +2 21.05.21 173 10 12쪽
» #8. 금손다움 (3) +2 21.05.20 177 11 12쪽
8 #7. 금손다움 (2) +4 21.05.20 194 9 13쪽
7 #6. 금손다움 (1) +4 21.05.18 252 8 12쪽
6 #5. 관리대상 금손 (3) +2 21.05.18 300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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