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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평장 님의 서재입니다.

북쪽 나라의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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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평장
작품등록일 :
2022.08.15 21:42
최근연재일 :
2023.04.30 20:4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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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5
추천수 :
42
글자수 :
159,433

작성
23.04.30 20:40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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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1화. 책임 회피

DUMMY

나진 웅기항의 자유무역지역은 항을 오가는 무역선, 화물선을 물론이거니와 주변국에서 몰려온 온갖 종류의 거래자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가까이는 러시아와 일본, 남중국 멀리서는 미국 심지어 유럽공동체 국가들에서 조금이라도 무역을 통해 한푼이라도 벌어들이는 사람들로 가득찬 곳에서 외국인이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외모로는 외국인인지 구별도 힘든 이도 있다. 단지 이들 중에 누군가들은 석탄이나 팔자고 온게 아닐 뿐. 그들은 매우 다급한 상황이었다.


동양인 무리들은 5정박장에 정박되어있는 작은 요트로 들어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고급 요트였지만 그들이 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 안에는 온갖 통신 기구들이 가득 차 있었다. 최덕철과 무리는 기관실 옆 작은 회의실로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


“대체 어떻게 이 지경까지 온건가.”


자리에 앉은 하자라인은 최덕철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그 쥐새끼 같은 놈...”


최는 한탄을 했다.


“하, 조금이라도 뭘 해보지도 못하고... 완전히 꼬여버렸군. 이거 이제 어떡하나?”


“어떡하긴 망한거지. 이대로 가면 그냥 철수하는 수밖에 없다.”


“그 사람들은?”


“모르겠군. 한가지 확실한 거는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으면 자네들은 오늘 바로 런던으로 가는 것 밖에 없다. 여기는 생각보다 위험한 곳이다.”


시간이 됐다는 부하의 말에 스크린이 켜졌다. 연루된 다양한 우방들의 담당자들이 화상 회의에 참여하고 있었다. 영국, 한국은 물론이거니와 미국, 남중국까지. 최는 상황 보고를 했다. 그 다음 벌어지는 난타전들은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는 어떡해서든지 책임을 회피하거나 누군가에게 덮어씌우려는 것 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지금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무엇을 줄지에 대한 고민은 눈을 씻고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단 지금 사태의 원인을 먼저 파악해야 겠는데요? 내부에 배신자가 있는 걸까요?”


“어떻게 잘못되었겠습니까? 타겟을 순진하게 믿은게 패착이었지요. 솔직히 그 자가 넘어올거라고 100프로 가정한 데서 문제가 생긴거 아닙니까? 우리도 대강 예상은 했어요. 저 정도 되는 시설에서 일하는 자면 당에 대한 충성심이 가족애보다 더 할수 있다는 걸요. 게다가 심리 분석을 해보면 그 여성에 대한 증오심도 상당했던 것 같더군요. 자신과 가족들을 어려움에 빠뜨렸는데 화가 안나면 이상하긴 하지요. 그나마 한가지 다행스러운 거는 리정성 이 자는 자기가 정확히 어느 국가와 접촉을 했는지 헷갈려하는 것 같더군요. 최초 접촉 단계에서 일부러 우리 소속이 어딘지 제대로 밝히지 않았으니까요. 북경에서 사태의 윤곽을 잡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겁니다.”


런던의 답에 최는 동의하면서도 의구심을 품었다.


“그쪽도 지금 말하니 아시겠지만 그건 말 그대로 시간을 버는 거에 불과해요. 결국에는 윤곽이 드러날 거란 얘기 아닙니까? 북경에서 정식으로 항의할때는 어떻게 대응하겠어요?”


“솔직히 모르겠군요.”


“그러니까요.”


“둘이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 알수는 있나요?”


워싱턴 DC의 담당자가 잠자코 듣다가 물었다.


“일단 끌려간 거 이외에는 모릅니다.”


“허어, 그 여자 신원이 탄로나면 곤란해질텐데요. 일반 요원이라면 우리가 그냥 부정할 수 있는데 이 사람은 유명인이라. 우리도 그걸 우려했지만 전혀 방법이 없었으니.”


웨스트민스터의 신사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말씀대로 그게 문제겠지만 그래도 이 자들이 여자를 건드리지는 못할 겁니다.”


“건드리지 못한다고요?”


건드리지 못한다는 말에 최는 그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런던지부 간부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영국의 유명 작가가 쥐도 새도 모르게 실종되었다? 아무리 북중국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 한들 이 사람은 유명 인사입니다. 며칠 내로 런던에서 난리가 날테고 사람들이 이 여자가 대체 어디로 증발했는지 찾으려 들겠죠. 그 사이에 조사하다 보면 중공 애들도 이 아줌마의 정확한 정체를 알 때가 올 겁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 거죠. 그러면 북경 입장에서는 대단한 선전거리가 되겠죠. 우리가 걱정되는 포인트가 그겁니다. 얘네들이 관영 언론을 통해서 사실을 공개적으로 떠드는게 문제죠. 외교 지렛대로 삼을 거고. 막말로 우리는 좆된겁니다.”


“아니, 당신네들만 좆된거 아닌가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우리는 이 아줌마와 아무 관련이 없잖아. 그 사람이 여기 한국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최덕철이 한마디 쏘아붙였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물만 삼켰다.


“그 여자는 그렇다 치고 당신네 한국도 곤란한 일이 벌어진건데요. 같이 붙잡힌 사람은 어떻게 할거요? 그 젊은 사람 말이야.”


CIA 지부장이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이 화상 화면에 고스란히 잡히고 있었다.


“어떻게 되기는요. 부정하는 수밖에 없죠. 이 바닥에서 어디 그게 어려운 일입니까. 그렇다고 우리가 사람을 다시 보낼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아주 운이 좋으면 몇 년 살다가 올테고 아니면 죽거나 혹은 이 친구가 쥐새끼로 돌변한다면... 그때는 우리가 먼저 행동에 나서는 수밖에요.”


“뭐 어쩔수 없구려.”


“그러니까 우리한테 맡겼어야 하지 않았나?”


조금이라도 말을 하던 미국과 달리 내내 침묵을 지키던 남중국 측 요원이 쏘아붙였다. 원래 영국, 한국, 미국 이 세나라만 독단적으로 작전에 참여했고 이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참여를 안했지만 이 상황에서는 이들도 결국 나설 수밖에 없었다. 남경은 계속 불쾌한 말투로 회의 참석자들을 지적하고 있었다.


“그 여자 우리 국민이기도 해. 이 사람이 곧바로 영국으로 이주하긴 했어도 일단 우리 영역에 와서 우리 여권을 받아갔었다고. 헌법 상으로 저 북방은 우리 영토이기도 하다고.”


“서류만 그랬지 실질적으로는 아니었잖아. 연고도 없는 여자였는데.”


“아니, 그러니까 대북 수사나 공작 노하우는 우리가 다 가지고 있다니까. 자네들 런던이 북경과 수천 킬로미터 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나? 자네들이 공산당과 싸웠어? 우리 경고도 무시하고 제대로 된 상의도 없이 일을 독단적으로 하더니만 일이 결국 이꼴이 났잖아? 이 양중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건 엄연히 우리 중국이라고. 영국이나 한국이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우리 타겟이 뒤통수를 친 것 만으로는 모든걸 설명하기 어려운게 있어요. 조력자 상태 말이죠.”


회의가 대책이 아니라 떠넘기기에 이어 역사적 논쟁으로까지 엉뚱하게 방향이 틀어지자 최가 화두를 돌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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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책임 회피 23.04.30 27 1 7쪽
36 20화. 유혹 23.04.09 26 1 7쪽
35 19화. 심문 23.03.26 40 1 7쪽
34 18화. 체포 23.03.12 31 1 7쪽
33 17화. 첫 만남 (3) 23.02.26 36 1 7쪽
32 17화. 첫 만남 (2) 23.02.19 27 1 10쪽
31 17화. 첫 만남 (1) 23.02.12 30 1 9쪽
30 16화. 시작 23.02.05 34 1 8쪽
29 15화. 전조 23.01.29 45 1 7쪽
28 14화. 그림자 23.01.22 39 1 7쪽
27 13화. 시비 -2- 23.01.15 38 1 9쪽
26 13화. 시비 -1- 23.01.08 40 1 9쪽
25 12화. 망중한(忙中閑) 23.01.01 52 1 11쪽
24 11화. 의심 22.12.25 50 1 8쪽
23 10화. 가창조국 +2 22.12.18 56 1 10쪽
22 9화. 방사능 녹차 22.12.11 61 1 13쪽
21 8화. 계획 -3- 22.12.04 65 1 10쪽
20 8화. 계획 -2- 22.11.27 5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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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7화. 탄식 -3- 22.11.13 63 1 11쪽
17 7화. 탄식 -2- 22.11.06 58 1 13쪽
16 7화. 탄식 -1- 22.10.30 6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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