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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평장 님의 서재입니다.

북쪽 나라의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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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평장
작품등록일 :
2022.08.15 21:42
최근연재일 :
2023.04.30 20:4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566
추천수 :
42
글자수 :
159,433

작성
23.03.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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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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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8화. 체포

DUMMY

이정성은 앨리스에 갑작스러운 요구에 조금 당황한 기색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일생일대의 선택을 하라니. 그것도 당장 말이었다. 잠시 침묵하던 이는 고모에게 말을 꺼냈다.


“제 아내는 어떡하라고...”


“우리도 어쩔 수 없어. 제발 나를 봐서라도 과거는 잊고 새 출발을 하자...”


“...”


“이미 너가 나와 접촉했다는 것 사실 만으로 너도 나도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어.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한다면. 우리도 걔를 빼낼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게. 꼭 약속할게.”


“맙소사 이렇게 갑자기...조금만 시간을 줘요. 며칠 달라는 것도 아니니까 오늘 오전까지만이라도.”


앨리스는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을 해야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늦어지면 발각될 위험이 높았다.


“새벽에 출발을 해야 한단다.”


이정성은 또 다시 침묵에 휩싸였다. 고민에 찬 모습이었다.


“그러면 새벽 4시로 하죠. 여기 앞에 24시간 하는 만두집이 있어요. 거기서 만나죠. 바로 지금은 절대로 못하겠어요.”


셋은 헤어졌다. 그들을 감시하는 눈은 없는 듯 했다.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이제 일이 끝날 때까지 몇시간만 남았다. 그러나 가장 긴 시간이 될 듯 했다. 앨리스와 철혁은 상부에 보고를 했다. ‘알겠다’라는 메시지만 짤막하게 왔다.


9시 신문연파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주석의 동정으로 시작되었다. CCTV 방송국 본사를 현지지도한 이 영도자는 방송의 역할을 강조하는 동시에 대내외적으로 적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면서 내부의 반동분자부터 잡지 않으면 나라의 기강이 무너진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어디에 있든 적은 반드시 잡아내겠다는 다짐은 덤이었다. 경옥과 철혁은 마치 자신들의 얘기를 하는 듯 약간 뜨끔한 느낌이 들었다.


바로 그 시각 검은 코트를 입은 사내는 호텔 앞 커피숍에 죽치고 있었다. 일단 아파트에서 만난 그 조선족 노인 문제는 이미 해결을 했고 이제는 그 다음 단계를 막아야 할 차례였다. 그는 중국어로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고 있었다.


“네, 일단 1단계는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2단계로 가야죠. 문제 없습니다. 신속하게 처리하면 되니까요.”


그 남자는 전화를 마치고 또 다시 어딘가로 사라졌다.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 앨리스와 철혁은 장소에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아무도 잠을 자지 않았다. 만두집에서 새벽 야식을 시켜먹고 있는 사람은 둘과 방 구석에 앉은 노인 뿐이었다. 앨리스는 만두 두 개를 시켰지만 젓가락도 대지 않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봤다. 리정성이 다가오고 있었다. 코트 차림이었다. 가방 같은 것도 없이 옷만 차려입고 온 듯 했다.


“고모.”


“그래, 이제 출발하자.”


“그 전에 제가 하나 할말이 있어요.”


“또 뭐니?”


“얘기가 길어질 것 같지만 이 얘기는 해야될 것 같네요. 우리 이렇게 생각합시다. 그동안 우리는 서로 갈길이 달랐죠. 안 그래요?”


“그래.”


“그래도 나름 잘 살아왔어요. 우리 둘다. 비록 처음에 고생하긴 했어도. 지구 반대편에서 각자 잘 살아왔다 이 말입니다.”


“...”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막내 고모가 갑자기 왔어요. 고향으로. 그러더니 대뜸 삶의 터전을 버리고 가자고 하시네요. 30년만에 찾아오더니 하는 얘기가 그래요. 그때 죽은 줄 알았더니 탈출을 했었다고요. 그것도 우리가 적대시하는 그 나라로. 이 나라를. 내가 일구어 놓은 모든 것을 다 버려야하고 새로 시작하라고요.”


“정성아...”


“그런데 제일 심각한 거는 뭔지 아세요? 그게 단순히 버리는 게 아니라 우리 조국을 버려야한다 이말입니다. 우리가 수도 없이 맹세해왔던 그 모든 것을 버리고, 당을 버리고 공화국을 버려야 한다고요.”


“너 설마...”


“아무리 개혁개방을 했어도, 삶의 양식이 자본주의화했어도, 나는 이 나라에 애국하는 사람입니다. 그것도 중요한 일을 하고 있죠. 가족은 배신해도 당과 국가는 배신 못해요. 가만히 있는 것 자체도 배신입니다 고모.”


정성은 눈알을 자꾸 굴렸다. 앨리스와 철혁은 눈치를 챘다.


“빨리 나가자!”


“저는 선택을 했습니다. 미안해요.”


그 순간 문을 박차고 공안 요원들이 식당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주방에서도, 옆 테이블에서도 사복과 정복이 섞인 무리떼들이 뛰어들었다. 도망할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앨리스와 철혁은 곰같이 생긴 요원에 의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철혁이 주먹으로 그의 급소를 쳤다. 요원이 ‘윽’하는 소리를 내며 쓰러졌고 철혁도 대항할 여유가 생겼지만 이내 다른 무리에 의해 팔이 꺾이고 말았다. 모든 것이 수십초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날 용서해주시오 고모.”


“정성아...”


“리경옥씨...”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사내가 다가와 조선어로 말을 걸었다.


“당신 누구죠?”


“그건 내가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리경옥씨. 우리 할 얘기가 굉장히 많습니다. 순순히 협조하면 크게 다치지 않을테니 조용한 데로 갑시다. 여긴 굉장히 시끄럽군요.”


사내는 머리를 까딱였다. 공안원들이 둘을 붙잡고 바깥으로 끌고 나갔다. 밖에는 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구경꾼 1~2명이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공안은 그들 역시 쫒아내버렸다. 리정성은 허탈한 표정이었다.


“내가 아무리 조국을 사랑한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가족을 이렇게 버린다는 것은...”


“그딴 소리 하지 마시오 리정성씨. 당신은 응당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니까. 이상한 소리 더 하면 당신도 저 사람들과 똑같이 취급할테니까. 재판에 안 넘겨지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라고.”


“제발 저 사람들을 죽이지는 말아주시오. 제발...”


“헛소리 말라니까. 우리가 알아서 한다니까? 계획대로 하자면 당신은 내일 아침 중으로 짐 챙겨서 심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이 일은 잊어버리고 가서 아내와 함께 좋은 시간 보내시오.”


리정성은 고개를 푹 숙인채 길을 건너 호텔로 돌아가버렸다. 사내는 그를 한참 쳐다보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껴서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묘한 표정이었다. 제복 입은 사내가 박살난 식탁 다리를 옆으로 치우며 그에게 다가왔다.


“황 부장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조사를 해서 처리해야지.”


“처분을 어떻게 할지 상부에 문의할까요?”

“지금은 하지마. 정보를 캐내고 그 다음에 판단하자고.”


“알겠습니다. 그 장경수인가 노인은...”


“내가 알아서 했다. 더 이상 묻지마라.”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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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21화. 책임 회피 23.04.30 27 1 7쪽
36 20화. 유혹 23.04.09 27 1 7쪽
35 19화. 심문 23.03.26 40 1 7쪽
» 18화. 체포 23.03.12 32 1 7쪽
33 17화. 첫 만남 (3) 23.02.26 36 1 7쪽
32 17화. 첫 만남 (2) 23.02.19 27 1 10쪽
31 17화. 첫 만남 (1) 23.02.12 30 1 9쪽
30 16화. 시작 23.02.05 35 1 8쪽
29 15화. 전조 23.01.29 45 1 7쪽
28 14화. 그림자 23.01.22 40 1 7쪽
27 13화. 시비 -2- 23.01.15 39 1 9쪽
26 13화. 시비 -1- 23.01.08 40 1 9쪽
25 12화. 망중한(忙中閑) 23.01.01 52 1 11쪽
24 11화. 의심 22.12.25 50 1 8쪽
23 10화. 가창조국 +2 22.12.18 57 1 10쪽
22 9화. 방사능 녹차 22.12.11 61 1 13쪽
21 8화. 계획 -3- 22.12.04 66 1 10쪽
20 8화. 계획 -2- 22.11.27 6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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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7화. 탄식 -3- 22.11.13 64 1 11쪽
17 7화. 탄식 -2- 22.11.06 59 1 13쪽
16 7화. 탄식 -1- 22.10.30 64 1 12쪽
15 6화. 연길 가는 길 22.10.23 66 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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