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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평장 님의 서재입니다.

북쪽 나라의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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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평장
작품등록일 :
2022.08.15 21:42
최근연재일 :
2023.04.30 20:4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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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2
추천수 :
42
글자수 :
159,433

작성
23.02.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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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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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7화. 첫 만남 (3)

DUMMY

“굉장히 오래 걸리는구만 오래 걸려.”


동장군의 입김을 정면으로 맞고 있던 최덕철이 영어로 궁시렁댔다. 우샨카와 겨울 코드는 이 함경북도의 겨울 바람 앞에서는 단지 사람이 얼어죽지 않게만 해줄 뿐이었다. 옆에서 역시 국경 건너편을 바라보고 있던 하자라인은 용인 발음으로 태연하게 대꾸했다.


“기다리는 건 원래 나처럼 자네 특기 아니었어?”


“긴장감이 없잖아. 상대방에 머리에 총알을 박아야 한다는 그 긴박감도 없어.”


“이럴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말이야.”


“나도 어지간히 빠지는 것 같군. 아 그런데 말이야. 자네가 휴가마다 가는 곳이 어디라고 했지?”


“인버네스. 왜 갑자기 그 얘기를 하지?”


“하이랜드군. 이 추위를 견디려면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 하이랜드지. 내가 거기에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은 결코 아니지만 그곳에서 고향을 만난 기분이지.”


“왜 그렇지? 거기와 아프간은 좀 많이 다를 텐데.”


“물론 다르지. 그렇지만 높은 산에 황량함. 모래만 있으면 딱 내 고향이라고. 뭐 타지키스탄으로 가면 더 비슷하겠지만 거기가 내가 갈 수 있는 최선이야.”


“런던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져있을텐데?”


“비행기타면 되고 열차로도 오래 안걸려.”


“이번 일이 끝나면 한번 같이 가면 좋겠군. 어떤 동네인지 궁금하군.”


“자네는 영국에 쉴새없이 들락날락하면서 거기도 가본적이 없단 말인가?”


“유감스럽게도 없지. 가장 멀리 간 곳이 애버딘이니까.”


“이런 이런. 우리 같이 세계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정작 꼭 가봐야 할 곳을 안가본다니. 안타깝군. 나도 이 지구 반대편의 툰드라까지 오게 되었는데 말이야.”


“자넨 저 강 건너편 동네를 가본 적이 있나?”


“몇년 전에 한번. 장춘이란 동네인데.”


“무슨 일로 갔었지.”


“그건 말하기 곤란하군. 개인적인 일 때문에 간건데.”


“우리 사이에 비밀이 있었나?”


“좋아. 여자 만나러 갔었지.”


“자네 중국 여자 취향이었나?”


“아니야 전혀. 내 친척이었어. 어렸을 때 나를 귀여워 해주던 사촌 누나지. 거기 독일 영사관에서 일하고 있었다는군. 사실은 대소항쟁 이후에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졌었거든. 어떻게 된건지 물어봤더니 타지키스탄을 거쳐 러시아로, 그리고 독일로 갔었다는군. 프랑크푸르트에 살고 있었다나. 40년 만에 만났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반가웠겠군.”


“그런데 그게 너무 오래되니까 오히려 기억이 잘 안나잖아? 반가우면서도 그 어색한 거는 어쩔수가 없더군.”


“그래도 그 친척이 독일로 돌아온다면 생각보다 자주 만날 수는 있겠군.”


“지금도 가끔 이메일을 주고 받고 장춘으로 선물을 보내주긴 하지.”


“그 친척 누나는 자네가 뭘 하는지 아는가?”


“전혀 모르지. 런던에서 사업한다는 걸로만 알고 있어. 그렇지않아도 지금 북중국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혹시 모를 정보가 넘어갈지 모르잖아?”


“자넨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가?”


“전혀 없어. 내가 살고 있는 곳이 곧 조국인데 뭐하러 돌아가는가? 지금 남아있는 것도 없는데.”


“탈레반 애들이 지독하지. 지금도 끊임없지 정부를 위협하고 있으니.”


“그 놈들이 5년간 우리 민족을 학살했지. 몽골 피가 섞였다고 말이야. 걔네들을 씹어먹어도 시원찮은 작자들이지. 그런데 카불 정권은 말이야 미군이 물러가면 곧바로 무너질 놈들이야. 아무리 군대만 중요시하면 뭐하나. 민심이 부패한 정권을 싫어하는데. 아프간 애들 대부분은 탈레반을 지지한다고. 군대 내부에도 그런 놈들이 많이 침투해있을텐데.”


“아프간 군 대우가 그래도 민간보다는 괜찮았을텐데.”


“그게 문제였다고. 군으로 들어오는 자들 중에는 탈레반에 우호적인 애들이 많았어. 국민 대부분이 그러는데. 그런 애들을 먹이고 재우고 돈주고 한다고 해서 변하지 않아. 번지르르한 제복 뒤에 숨겨진 흑심들이 있어. 지금 미군이 21년동안 주둔하고 있어서 망정이지 그들이 나가는 순간 본심을 드러낼 놈들 많을 거다. 나는 그래서 그 나라를 떠난거다. 좀 더 좋은 곳에서 살고 싶어서.”


“내부의 적이라...아프간만 그런건 아니지. 이번에 우리도 그렇고 여러 군데가 피 좀 봤는데.”


“난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된건지 참 알 수가 없단 말이야?”


“내부의 쥐새끼가 그랬겠지.”


“일단 일에나 집중하자고. 추위가 정말 지독하구만.”


국경 건너편의 앨리스와 리정성, 그리고 철혁은 1층 로비 커피숍 한구석에 앉아 있었다. 리정성은 반가움과 당혹감이 섞인 표정이었고 앨리스도 마찬가지였다. 철혁은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앨리스는 이미 지난 30년간 자신이 어떻게 리경옥에서 앨리스 리가 되었는지 상황을 대강 설명했다.


“그동안 고생 많이 했겠구나.”


“고생이야 일루 말할 것도 없었지요. 세상에 막내 고모가 살아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는데. 그런데 많이 늙은 것 같지는 않은데 얼굴은 또 많이 변했군요. 우리 조선 사람 같지가 않아요.”


“내가 왜 여기 왔는지는 알겠어?”


“글쎄요...갑자기 이렇게 여기로 온 건 이유가 있을 것 같긴 한데요.”


앨리스는 문서를 보여줬다. 리정성은 잠시 읽더니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한동안 침묵하더니 이윽고 말을 꺼냈다.


“솔직히 짐작은 했어요. 계속 미국 애들이 접근을 해왔는데 영국에 사는 고모가 30년만에 나를 보러 여기까지 온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를리가요.”


“그래, 어떻게 할거야?”


“솔직히 말할게요. 아까전에는 모르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얼버무렸지만 아버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나도 잘 알고 있어요. 고모를 원망한 적도 있었어요. 다들 우리 공화국을 배신하고 우리 집을 망친 여자라고 욕했거든요. 그래서 나는 성공해서 우리 집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다짐했죠. 다행히 당에서 연좌를 거두고 대학에 받아주더군요. 남들보다 덜 자고 더 공부하고 그래서 여기까지 왔죠.”


“미안하다.”


“그런데 있잖아요. 솔직히 나도 나름 상급 기관에서 일하니까 온갖 외부 정보들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게 뭔가 아니더군요. 이 나라가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그게 이미 한참 전부터 그랬음을 알았어요. 고모가 왜 이나라를 도망쳤는지 이해가 가더군요. 그러는 사이에 미국 애들이 접근하더군요. 겁이 나더군요. 나도 아내가 있는 몸인데 그녀를 버리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래서 거절을 했죠. 결국 여기까지 왔군요.”


“지금 결정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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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21화. 책임 회피 23.04.30 26 1 7쪽
36 20화. 유혹 23.04.09 26 1 7쪽
35 19화. 심문 23.03.26 40 1 7쪽
34 18화. 체포 23.03.12 31 1 7쪽
» 17화. 첫 만남 (3) 23.02.26 36 1 7쪽
32 17화. 첫 만남 (2) 23.02.19 27 1 10쪽
31 17화. 첫 만남 (1) 23.02.12 30 1 9쪽
30 16화. 시작 23.02.05 34 1 8쪽
29 15화. 전조 23.01.29 45 1 7쪽
28 14화. 그림자 23.01.22 39 1 7쪽
27 13화. 시비 -2- 23.01.15 38 1 9쪽
26 13화. 시비 -1- 23.01.08 40 1 9쪽
25 12화. 망중한(忙中閑) 23.01.01 51 1 11쪽
24 11화. 의심 22.12.25 50 1 8쪽
23 10화. 가창조국 +2 22.12.18 56 1 10쪽
22 9화. 방사능 녹차 22.12.11 61 1 13쪽
21 8화. 계획 -3- 22.12.04 65 1 10쪽
20 8화. 계획 -2- 22.11.27 59 1 9쪽
19 8화. 계획 -1- 22.11.20 59 1 10쪽
18 7화. 탄식 -3- 22.11.13 63 1 11쪽
17 7화. 탄식 -2- 22.11.06 58 1 13쪽
16 7화. 탄식 -1- 22.10.30 64 1 12쪽
15 6화. 연길 가는 길 22.10.23 65 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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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5화. 조우 -2- 22.10.10 64 1 8쪽
12 5화. 조우 -1- 22.10.09 6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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