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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평장 님의 서재입니다.

북쪽 나라의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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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평장
작품등록일 :
2022.08.15 21:42
최근연재일 :
2023.04.30 20:4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561
추천수 :
42
글자수 :
159,433

작성
23.04.09 20:40
조회
26
추천
1
글자
7쪽

20화. 유혹

DUMMY

‘이 놈들이 더욱 대범하게 나오는군. 그렇다고 내가 그 말을 들어주나 봐라. 아무리 나한테 이득이 없다 해도 너희들 같은 돼지 새끼들에게는 단 하나도 유리한 걸 말하지 않겠다.’


앨리스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코웃음을 쳤다.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가있었다.


“못하겠다면요?”


“이걸 들어보시오 그러면.”


수사관은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연결을 했다. 들려주라는 지시에 스피커폰을 틀자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철혁이었다.


“들어보시오. 아무리 건장한 사내라고 해도 우리 앞에서는 비명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어. 매 앞에서는 장사가 없거든. 지금까지는 여자라고 봐줬지만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저 젊은이처럼 해줄수도 있어. 그리고, 저 젊은이의 목숨도 당신에게 달려있다는 것도 명심하시고.”


“...”


앨리스는 또다시 생각에 잠겼다. 협조한다 해도 저 어린 친구가 무사히 풀려나갈 보장이 있을까? 이래나 저래나 마찬가지 아닌가? 차라리 더더욱 세게 나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요? 저 친구는 만난지 며칠도 안됐어요. 나한테 무슨 중요한 의미가 있을까요? 같은 조선 사람일까요? 아니 전혀. 친인척 관계도 아니고 연인도 더더욱 아니고 그냥 비즈니스 파트너에요. 저런 친구 한명 죽어나간다고 해서 내가 뭐 눈 깜짝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정 마음에 안들면 차라리 날 때려 죽이든가요. 그러면 저 두만강 건너편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정보도 못 알려주겠군. 이래나 저래나 당신네들은 나한테 그 어떤 것도 얻어낼 수 없어요.”


“허어, 참 독한 여자군.”


수사관은 오히려 크게 웃었다. 예상했다는 태도였다.


“참, 당신 용감한 여자요. 뭐 예상은 했었지만. 하긴 그랬으니까 30여년 전에 그 험난한 강을 건너 적 진영으로 달려갔겠지. 그럼에도 당신에게 약점이 있어. 그건 나도 느낄수 있어.”


“대체 뭔데요.”


검은 선글라스는 갑자기 열쇠를 꺼내더니 앨리스에게 손을 내밀라고 했다. 그러고는 수갑을 풀어주었다. 예상못한 상황에 앨리스는 당황한 눈치였다. 이 사내는 거울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열리더니 남자 요원들이 몇 명 나왔다.


“나오시오.”


“어디로 데려가는거죠?”


“당신이 좋아할만한 곳.”


요원들은 그녀를 일으켜 세우더니 검은 두건을 씌워버렸다. 그리고 어딘가로 데려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실내더니 이내 찬 바람이 불어닥쳤다. 실외인 듯 했다. 겨울 공기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있었다. 한 인원이 그녀의 머리를 눌렀다. 푹신한 의자에 앉히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차에 앉힌 것이었다. 시동이 걸리더니 이내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날 총살시키려는건가...? 이제 끝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궁금증과 두려움, 그리고 초연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약 1시간이 지났다.


잦은 설득에도 불구하고 통하지를 않자 그들이 앨리스를 데려간 곳은 어느 마을이었다. 차 안에서 남자가 두건을 벗기자 앨리스의 눈 앞에 보인 것은 공터에 자리잡은 음식점이었다.


요리는 공안 요원들이 직접 종업원에게서 가져다가 식탁에 놓았다. 음식을 보고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중국 요리는 절대 아니었다. 그녀가 어린 시절 먹은 조선 요리들이었다. 가자미식해에 고기, 김치, 오이소박이. 그녀의 어머니가 해주던, 그 푸른 시절을 증언하는 모든 요리들이었다. 갑자기 그녀는 속으로 울컥했다. 그녀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요소 때문에 감정을 통제 못하는 것에 적잖이 당황했다. 선글라스 낀 사나이는 웃고만 있었다.


“이건...”


“당신이 좋아할 거라고 하지 않았소? 지금 만큼은 마음대로 드시오. 당신이 원할만한 모든 음식을 가져왔으니. 장경수인가 그 노인네가 동북 음식점만 데려가서 불만이 많지 않았소? 먹으면서 편히 얘기합시다.”


그렇게 식사가 시작되었다. 앨리스는 김치를 들어 한입에 꿀꺽 삼켰다.


“그래서, 장경수 그 사람은 어떻게 된거죠?”


“어떻게 되기는. 그 사람이 한 일에 대한 대가를 받았지. 당신이 생각한 대로야.”


“그 사람도 분건가요? 내 조카와 같이?”


“그걸 당신이 알 필요는 없소. 물어보는건 나고 대답하는건 당신이니까. 어쨌거나 우리 공화국은 반역자에게 가혹하지만 한편으로 기회를 주는 자비로운 나라기도 해.”


“참 웃기는군요. 이런 일은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죠.”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무식한 나라가 아니야. 체제를 수호하겠다는 그 마음은 변할 리가 없지만 수단은 다양해졌지. 전통적인 방식도 있고, 가혹한 방식도 있고 디지털 기술도 있고 온갖 공작을 수행할 수 있어. 참 재미있는 시대야. 그 기반은 서방이 우리에게 제공한 거거든. 멍청한 놈들.”


“...”


“그리고 협조만 잘하면 당신의 그 죄과도 사면해주겠소. 언제까지 신분을 숨기면서 범죄자 신세로 이 나라에 몰래 들어와야 하는거요? 당신 가족들 만나고 싶지 않소?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아?”


“당신은 아나요?”


“왜 모를까? 5억 인민의 정보가 다 우리 손아귀에 있는데. 우리를 얕잡아보지 마시오. 리경옥씨. 지금은 1989년이 아니야. 2022년이지. 이름, 성별, 민족, 키, 혈액형 심지어 바이두에 검색할 때 어떤 단어 검색을 선호하는지 모든 데이터를 당이 가지고 있어. 그건 서방 애들도 아주 잘 알고 있겠지. 그러나 막연하게 생각하지 마시오. 그건 진실이니까. 당신이 여기서 꼼수를 부리려고 해도 빠져나갈 길은 없소. 우리가 호의를 베풀어줄 때 잘 생각하시오. 당신이 당에 저항에 봤자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그럴 바에 서로가 이기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소?”


“...”


“자, 이제 결정할 시간이오. 협조하겠소? 협조하겠다면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고 바로 풀어주지. 성공만 하면, 앞으로는 입국심사대에서 긴장할 필요도 없이 자유롭게 이 공화국을 들락날락할 수 있어. 만나고 싶은 사람과 같이 식사를 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감시당할 필요 없이 당신이 살던 그 생가도 방문할 수 있고.”


“선택의 여지가 없군요...”


“잘 생각했소. 그래야지.”


“저랑 같이 온 남자, 대신에 같이 풀어주시죠.”


“오, 우리와 그런 거래를 할 처지는 아닐텐데요, 경옥씨?”


“그 어린 친구에게는 잘못이 없어요. 이용할 가치도 충분하잖아요?”


“허허. 상황을 잘 모르는구만.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 문제야. 공화국의 사법권에 따라 움직일 거라고. 뭐, 그래도 죽이지는 않을테니 그건 걱정마시오. 일단 죽이지는 않을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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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21화. 책임 회피 23.04.30 27 1 7쪽
» 20화. 유혹 23.04.09 27 1 7쪽
35 19화. 심문 23.03.26 40 1 7쪽
34 18화. 체포 23.03.12 31 1 7쪽
33 17화. 첫 만남 (3) 23.02.26 36 1 7쪽
32 17화. 첫 만남 (2) 23.02.19 27 1 10쪽
31 17화. 첫 만남 (1) 23.02.12 30 1 9쪽
30 16화. 시작 23.02.05 35 1 8쪽
29 15화. 전조 23.01.29 45 1 7쪽
28 14화. 그림자 23.01.22 40 1 7쪽
27 13화. 시비 -2- 23.01.15 39 1 9쪽
26 13화. 시비 -1- 23.01.08 40 1 9쪽
25 12화. 망중한(忙中閑) 23.01.01 52 1 11쪽
24 11화. 의심 22.12.25 50 1 8쪽
23 10화. 가창조국 +2 22.12.18 56 1 10쪽
22 9화. 방사능 녹차 22.12.11 61 1 13쪽
21 8화. 계획 -3- 22.12.04 65 1 10쪽
20 8화. 계획 -2- 22.11.27 59 1 9쪽
19 8화. 계획 -1- 22.11.20 59 1 10쪽
18 7화. 탄식 -3- 22.11.13 64 1 11쪽
17 7화. 탄식 -2- 22.11.06 58 1 13쪽
16 7화. 탄식 -1- 22.10.30 64 1 12쪽
15 6화. 연길 가는 길 22.10.23 66 1 19쪽
14 5화. 조우 -3- 22.10.16 65 1 14쪽
13 5화. 조우 -2- 22.10.10 6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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