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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평장 님의 서재입니다.

북쪽 나라의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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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평장
작품등록일 :
2022.08.15 21:42
최근연재일 :
2023.04.3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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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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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2
추천수 :
42
글자수 :
159,433

작성
23.03.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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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9화. 심문

DUMMY

앨리스가 끌려간 곳은 사방이 벽으로 막혀있는 방이었다. 전형적인 공안의 조사실이었다. 그녀는 33년 전의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기어코 다시 이렇게 되었구나. 이제는 과연 살아남아서 나갈 수는 있을까? 그때는 단순한 시위 연루 혐의였다면 이제는 간첩죄가 적용될 거라는 건 명약관화였다. 두가지 다른 점이라면 첫 번째로는 그녀는 더 이상 중화인민공화국 공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더 이상 그때의 약한 소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생각을 하자 생각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서 심문 대비법을 훈련받았고 그녀도 작가로 활동하면서 나름 조사를 해온 것은 있었다. 그럼에도 막상 실제 상황으로 닥치자 당황스러운 건 매한가지였다. 절망을 할 필요는 없었다. 절망을 하든 안하든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은 죽는 것이고 살려고 하면 기회는 있는 법이다. 한가지 걱정되는 것이라면 저 어린 동료였다. 자기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겠지만 김철혁 이 친구는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나마 한국 국적자라는게 위안일까? 엄밀히말하면 자기도 한국 국적자 신분인데 과연 어느 선까지 알고 있을까?추방에서 그칠까? 아니면 그런 거 상관없이 우리 둘다 어디 두만강에서 동해로 실려나가는 시체로 전락할까? 그리고 리정성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왜 그렇게까지 말하고서 배신을 했을까? 그것보다도 장경수는 어떻게 된 것인가? 리정성이 그냥 간단하게 폭로해서 이렇게 된 것인가? 아니면 중간에 무언가가 잘못된 것인가?


온갖 생각이 그녀의 뇌를 휘감고 있는 사이 조사실 문이 열렸다. 겨울 잠바를 입고 머리를 잘 빗은 한 남자가 비웃는 얼굴로 들어왔다. 그는 서류를 잔뜩 들고 있었다. 이 남자는 자리에 앉았다.


“안녕하시오, 김명희씨. 아니 이젠 리경옥이라 불러주는게 예의려나? 여기까지 시차 적응은 좀 됐소? 뭐 1시간 차이밖에 안나다만 그래도 고향이라 금방 적응이 됐으려나?”


‘오, 왜 이렇게 나긋나긋하게 나오지? 원래 이쪽 애들 특징이 주먹을 먼저 날리고 시작하는게 아니었나?’


서류 뭉치를 든 이 사내는 유창한 중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앨리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황안국 대령이요. 경사지.”


그녀는 대신 한국어로 응수했다.


“나는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못알아듣겠는데요.”


“이러지 맙시다. 리씨. 우리도 알 거 다 아니까. 그렇게 얘기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소? 당신이 한국어만 안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 같아? 다 아는 걸 가지고. 솔직해집시다.”


‘영어 얘기는 안 꺼내는군. 그렇다면 내 지금 신분을 모른다는 뜻인가?’


앨리스는 그 말을 듣고 어느 정도 솔직해지기로 했다. 그녀는 중국어로 다시 말을 꺼냈다.


“난 현재는 법적으로 한국 시민이에요. 이건 외국인에 대한 불법 체포에요.”


“그게 뭐가 중요해? 한국이건 중국이건 어디 일본이나 미국이건 전혀 상관없어. 어쨌든 당신은 여기 우리 공화국 관할 구역인 이 자리에 앉아있고 조사하는건 그 공화국의 관료인 나인데? 당신은 우리가 묻는 것에 대답하면 되는 거요.”


“참 옛날이나 지금이나 당신네들 달라진 거는 없군요.”


“아니, 달라진 건 분명히 있지. 당신도 느꼈을텐데? 10여년 전만 되었어도 우리는 남녀 상관안하고 주먹부터 날렸을 거라고.”


“참 죄가 없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건 똑같겠죠. 그게 주먹을 날리든 불법으로 체포하든 간에.”


“흠, 그게 무슨 상관이야.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자비란 없어?”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데요?”


“첫째로 당신은 우리 공민을 불법으로 납치하려 했고 두 번째로는 공화국을 탈출해서 당과 인민을 배신했소.”


“아니. 당이 인민을 배신했겠죠. 그게 내가 30여년 전에 도망갔던 이유고.”


한방 얻어맞았다는 표정을 지은 황 경사는 ‘후’ 하며 분노가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참, 내 인내심에 한계가 다다르게 만드는군. 당과 공화국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하지 말자고. 말꼬리 잡지 말고.”


앨리스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채 비웃었다. 황은 그걸 무시하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이봐요 당신. 사실대로 말하면 당신은 조사받을 필요도 없었어. 오늘 벌어진 일 뿐만 아니라 33년 전 일로도 충분히 처벌이 가능해. 그냥 바로 북경으로 송환한 다음에 머리에 총알 박아버리면 끝이니까. 나도 지금 그러고 싶거든. 그래도 절차대로 하는거야.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야 하거든.”


“알아서 하세요.”


“당신 지금 어디서 일하는거야, 한국 국정원? 아니면 남방 애들 밑에서 일하는건가? 당신 조카가 주요 기술을 다루는 과학자라는 건 어떻게 안거야? ”


“율사나 불러줘요. 난 법적으로 변호를 받을 자격이 있어요.”


“그게 뭔 상관이야! 이 망할 년아! 똑바로 말해!”


이 수사관이란 자는 사람을 다루는 법을 잘 모르는 듯 했다. 처음에는 조금 나긋나긋하게 나가는 듯 하더니 어느새 인내심을 가지지 못하고 분노에 휩싸였다.


“내가 그렇게 소리 지른다고 해서 술술 불 것 같나요? 진짜로 총알 박고 싶으면 박아버려요. 그렇게 되면 나는 당신이 원하는 말도 못하겠지. 그리고 박지 않아도 나는 말 안할 테니까.”


“...”


수사관은 다시 한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잠시 노려보더니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몇분이 지났을까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들어왔다. 아까전에 봤던 그 남자였다.


“리경옥씨. 지금 기분이 어떻소?”


“뭔 대답이 나올 거를 기대하나요?”


“당연히 좋은 말은 안나오겠지. 아까 전에 좀 과격하게 나온거는 미안했소. 식당에서 벌어진 일이든, 수사관 애가 저렇게 화낸거. 좀 미숙한 놈이니 용서해주시오.”


‘왜 이러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실을 알아내야 합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당신은 우리 공민을 약취유인한게 맞소. 친척이든 누구든 간에. 중범죄야. 거기에다가 당신은 33년 전에 당의 은혜를 저버리고 함부로 남쪽 괴뢰들이 점령한 곳으로 월경해버렸어. 그래도 나를 비롯한 당에서는 당신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그래서 협조만 하면 기회를 주기로 했소.”


“무슨 기회요?”


“제발로 걸어나갈 기회지.”


“지금 어떻게 하란 얘긴가요?”


“제발로 걸어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소? 당연히 우리한테 적극적으로 협조해주는거지. 지시한 놈들 정보를 넘겨주는 거지.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가서 가능하면 걔네들을 유인해주면 되는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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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21화. 책임 회피 23.04.30 27 1 7쪽
36 20화. 유혹 23.04.09 27 1 7쪽
» 19화. 심문 23.03.26 41 1 7쪽
34 18화. 체포 23.03.12 32 1 7쪽
33 17화. 첫 만남 (3) 23.02.26 36 1 7쪽
32 17화. 첫 만남 (2) 23.02.19 28 1 10쪽
31 17화. 첫 만남 (1) 23.02.12 31 1 9쪽
30 16화. 시작 23.02.05 35 1 8쪽
29 15화. 전조 23.01.29 45 1 7쪽
28 14화. 그림자 23.01.22 40 1 7쪽
27 13화. 시비 -2- 23.01.15 39 1 9쪽
26 13화. 시비 -1- 23.01.08 40 1 9쪽
25 12화. 망중한(忙中閑) 23.01.01 52 1 11쪽
24 11화. 의심 22.12.25 51 1 8쪽
23 10화. 가창조국 +2 22.12.18 57 1 10쪽
22 9화. 방사능 녹차 22.12.11 61 1 13쪽
21 8화. 계획 -3- 22.12.04 66 1 10쪽
20 8화. 계획 -2- 22.11.27 6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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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7화. 탄식 -3- 22.11.13 64 1 11쪽
17 7화. 탄식 -2- 22.11.06 59 1 13쪽
16 7화. 탄식 -1- 22.10.30 64 1 12쪽
15 6화. 연길 가는 길 22.10.23 66 1 19쪽
14 5화. 조우 -3- 22.10.16 65 1 14쪽
13 5화. 조우 -2- 22.10.10 6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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