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중평장 님의 서재입니다.

북쪽 나라의 앨리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일반소설

중평장
작품등록일 :
2022.08.15 21:42
최근연재일 :
2023.04.30 20:4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575
추천수 :
42
글자수 :
159,433

작성
23.01.29 20:15
조회
45
추천
1
글자
7쪽

15화. 전조

DUMMY

밤이 지나고 아침이 다시 밝았다. 이 연길의 모든 사람들은 오늘을 위해서 휴식을 취하거나 일을 할 준비를 했다. 누군가는 다음날 일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 밤 늦게까지 야근을 했을테고 누군가는 얼어붙은 보일러를 수리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몸이 상하는 걸 막기 위해 일찍 잠을 취하기도 했을 것이다.


앨리스와 철혁도 오늘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장에게 구한 호텔 도면으로 감시를 피할 방법을 궁리했고 타겟의 신상 보고서를 다시 한번 철저하게 읽었다. 물론 그들의 신원을 어떻게 소개할지 미리 예행 연습을 하는 것도 기본이었다. 장경수는 아침까지만 접촉을 하고 그 다음날 아침 이전까지는 이 둘이 온전하게 스스로 준비를 해야 했다.


두만강 건너편의 최덕철과 영국인 무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하루동안 국경 주변을 감시하면서 특이 동향이 없는지 지켜봤다. 다행히도 아직은 달라진게 없는 분위기였다.


태평한 건 장경수 뿐이었다. 그는 밥도 잘 먹고 잠을 잘 잤다. 이웃과 낮술도 아니고 아침 술도 한잔 했다. 그들은 외국 얘기, 그 중에서도 한국 얘기를 하는걸 좋아했다. 물론 공화국 국내 정치 얘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한잔 들어가면 티격태격 하다가 다시 한잔 하면서 푸는 식이었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 아침 10시도 아니고 서서히 점심이 다가오고 있었다. 집안으로 돌아와 어제까지 계속 머리를 같이 맞대고 골머리를 앓던 저 한국인 남녀에게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앞으로 밤까지는 영락없이 기다려야 했다. 소파에 앉아 술도 깰 겸 휴식을 취하려 할 때 그의 망중한을 방해한 것은 초인종 소리였다.


“무슨 이 아침부터 벌써...”


얼굴이 벌개진 장은 궁시렁거리며 문을 열었다. 두꺼운 파카를 입은 한 사내가 검은 서류가방을 든 채 서 있었다.


“장경수 씨죠?”


그의 말은 사투리가 전혀 섞이지 않은 완벽한 북경어였다. 전형적인 표준 발음인걸 보건데 하얼빈 출신인 모양이었다.


“그렇소만?”


“반갑습니다. 시정부 시민정국에서 나왔습니다.”


이 우람한 사내는 신분증을 꺼내보였다. 카드를 받은 장은 그 신분증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 그렇소? 근데 무슨 일로 온거요?”


“아 다름이 아니고 옆집 노인분께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시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소비권을 배분하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인들에게 경제 재원 배급이 필요하다는 당 지적이 있어서요. 그래서 드리려고 했는데 며칠전부터 계속 드리려고 해도 서로 일정이 안 맞았더라고요.”


“아, 그 친구가 얘기한 사람이로구만. 근데 난 소비권이 필요가 없소만? 금액이 대체 얼마나 된다고.”


“사실은 액수에 상관없이 70세가 넘으면 의무적으로 받으셔야 합니다. 민정부에서 각급 시정부에 하달한 내용이라서요. 못 믿으시겠다면 여기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공문을 보여드리지요.”


사내는 종이를 펴서 장에게 건냈다. 장은 한참 읽어보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그 친구가 이 얘기는 안했는데 서식을 보니까 진짜는 진짜네. 근데 이 푼돈을 가지고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말씀드렸다시피 중앙 지침이라서 어쩔수가 없습니다.”


“그냥 받기만 하면 되는거요?”


“물론 아니지요. 여기 보시다시피 몇가지 서류에 서명을 하셔야 합니다.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네요.”


“어디 보자. 신원 확인서에 계좌 조회서, 서약서, 재산 상태 설명서. 어휴 이 서류에 모두 서명을 해야 한다고? 하긴 적은 액수라 해도 나라 돈을 그냥 받을 수 있을리가. 다 읽으려면 시간이 5분은 족히 걸리겠네. 일단 집 안에서 서명하겠소. 들어오시겠소? 차나 한잔 하고 가시지.”


“아유, 감사합니다.”


장은 아침부터 귀찮다는 투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문서를 손에 쥔채. 몽골인처럼 광대뼈가 튀어나온 공무원 사내도 따라 들어왔다.


“집이 좋으시군요.”


주방 식탁에 앉은 이 사내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감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이 정도면 아담한 축이지. 무엇으로 하겠소. 지금 바로 끓일 수 있는건 재스민 밖에 없는데 괜찮겠나.”


“네. 그걸로 하죠.”


“당신은 그런데 시민정국에서 근무한 지 반년도 안된 모양이구만.”


“어떻게 아셨죠?”


“내가 6개월 전에 서류 등록할 게 있어서 거기 청사로 갔거든. 근데 그때 당신을 본적이 없어서. 내가 이래도 사람 보면서 기억은 다 하거든.”


장은 부엌 싱크대에서 서류를 유심히 읽으며 서명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차가 포트에서 끓고 있었다.


“잘 아셨군요. 연길에 온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 전에는 훈춘에서 근무하고 있었지요.”


“우리 조선족은 아니오?”


“전 아닙니다. 한족이지요.”


“흑룡강에서 왔는가? 그쪽 말투인 것 같은데.”


“맞습니다. 하얼빈이지요. 어르신이 참 맞추는 능력이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저 사진 봤소?”


장은 이 사내에게 벽에 걸린 그의 제복 사진을 가리켰다. 사내는 뭔가 이해를 한 눈치였다.


“노인께서도 군에 계셨군요. 저도 군과 연관되어 있지요.”


“그래? 어디서 근무했소?”


“육군인데 뭐 여기저기 돌아다녔습니다. 북경에도 있었고 흑하(黑河)에도 있었죠.”


“흑하라. 나도 들러본 적은 있었지. 이 동북이 공화국에서도 추운 동네지만 거기는 특히나 엄청 추운 데인데 복무까지 고생했구만.”


“일루 말할 수 없었지요. 무경이 원래 국경 경비를 맡아야 하는데 제가 있을 때부터 군이 국경 수비를 맡기 시작했습니다. 로씨아와 관계가 나빠졌거든요. 탈출자 잡는 것도 여간 일이 아니었지요. 강이 얼어붙을때가 있는데 이때 이놈들이 야음을 틈타서 도주를 하려 하거든요. 뭐 압록강이나 이쪽 두만강 만큼이겠습니다만. 특히나 로씨야로 가면 바로 구라파 연합이기 때문에 서부 구라파, 그리고 어떤 놈들은 구라파 국가 공민권 얻고 미국으로 도망가려고 한국이 아니라 로씨야로 가려는 배신자들이 꽤 많지요.”


“요즘도 걔네들하고 흑룡강에서 종종 충돌한다지?”


“그렇죠. 들어보니까 서방애들이 공화국으로 간첩을 보내려고 그 건너편에 블라고베셴스크라고 있잖습니까. 거기에다 뭐 본부를 차렸다지요?”


“그런가? 뭐 걔네들이 91년 이후로 우리한테 시비거는건 뭐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


“조선도 망해버리고 로씨아 애들이 서방에 붙어먹고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당의 영도 하에서 더 하나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로인 공경 차원에서 중앙과 각급 인민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는 거겠지요. 추운 날씨에 힘들긴 해도 그래도 하는 일이 든든하긴 합니다.”


“군에다 공무원까지. 참으로 내가 하던 일과 비슷했구만. 내 후배야 하하.”


장은 그에게 서류를 건넸다. 사내는 가방에 서류를 넣었다. 장은 그가 가방을 만지고 있을 때 역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장이 등을 보였다.


사내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파카 주머니에서 검은 물체를 꺼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북쪽 나라의 앨리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4월 말 쯤 연재 예정입니다. 23.04.21 17 0 -
공지 다음주 일요일 쯤 연재예정입니다. 23.04.02 24 0 -
공지 다음 주 일요일 쯤 연재될 예정입니다. 23.03.18 14 0 -
공지 이번주 일요일 연재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23.03.03 46 0 -
37 21화. 책임 회피 23.04.30 27 1 7쪽
36 20화. 유혹 23.04.09 27 1 7쪽
35 19화. 심문 23.03.26 41 1 7쪽
34 18화. 체포 23.03.12 32 1 7쪽
33 17화. 첫 만남 (3) 23.02.26 36 1 7쪽
32 17화. 첫 만남 (2) 23.02.19 28 1 10쪽
31 17화. 첫 만남 (1) 23.02.12 31 1 9쪽
30 16화. 시작 23.02.05 35 1 8쪽
» 15화. 전조 23.01.29 46 1 7쪽
28 14화. 그림자 23.01.22 40 1 7쪽
27 13화. 시비 -2- 23.01.15 39 1 9쪽
26 13화. 시비 -1- 23.01.08 40 1 9쪽
25 12화. 망중한(忙中閑) 23.01.01 52 1 11쪽
24 11화. 의심 22.12.25 51 1 8쪽
23 10화. 가창조국 +2 22.12.18 57 1 10쪽
22 9화. 방사능 녹차 22.12.11 61 1 13쪽
21 8화. 계획 -3- 22.12.04 66 1 10쪽
20 8화. 계획 -2- 22.11.27 60 1 9쪽
19 8화. 계획 -1- 22.11.20 60 1 10쪽
18 7화. 탄식 -3- 22.11.13 64 1 11쪽
17 7화. 탄식 -2- 22.11.06 59 1 13쪽
16 7화. 탄식 -1- 22.10.30 65 1 12쪽
15 6화. 연길 가는 길 22.10.23 66 1 19쪽
14 5화. 조우 -3- 22.10.16 65 1 14쪽
13 5화. 조우 -2- 22.10.10 64 1 8쪽
12 5화. 조우 -1- 22.10.09 65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