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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heaven '루멘'

마법학교의 마나먹는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츤츤데레
작품등록일 :
2020.10.10 14:25
최근연재일 :
2020.11.25 19:45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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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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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6,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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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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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샤브케 지하감옥(5)

DUMMY

서판은 앞으로 자행될 끔찍한 모습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보고 싶지 않았다. 서판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 서 있을 힘도 없었다. 서판은 겨우 두 무릎을 붙잡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정작 네로피스는 살짝 웃고 있었다. 그 표정을 읽은 포스가 순간 당황하여 뒤로 물러났다. 네로피스의 곁으로 흩뿌려진 피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네로피스의 주특기는 매혹 마법. 그리고 지금의 네로피스는 재앙급 몬스터였다. 즉, 재능만큼은 뛰어났다. 포스가 방심하며 천천히 걸어오는 사이에 그녀는 자신의 마법을 도와줄 피로 된 작은 마법진을 몇 개 그려냈다.


“젠장할..!”


포스가 발버둥 쳐보지만, 마법진에서 손이 튀어나와 포스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뒤늦게 포스가 오러를 실은 검으로 손들을 베어나갔지만, 베어내는 수보다 생겨나는 수가 더 많았다.


‘김서판, 그가 아니었다면..’


네로피스는 서판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조금 수정했다. 어쨌든 40여 번의 처녀를 상실하는 끔찍한 굴레 속에서 벗어날 희망을 제공한 것은 순전히 그의 덕이었다.


‘감정이 동요했기 때문이야. 그 덕분에.’


매혹 마법은 사람의 감정선이 예민할수록 성공률이 높아지는 마법이었다. 이전에도 네로피스는 포스에게 같은 마법을 시전한 적이 있었지만, 그 때는 번번이 실패했다. 서판이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포스의 감정선을 무너뜨린 덕분이었다.


“..이익..! 차라리..!”


포스는 시전술사인 네로피스를 향해 오러 블레이드를 날리려고 했다. 그리고 하얀 섬광이 빛을 발하는 순간, 그의 손이 멈췄다.


“..뭐..?”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판은 달라진 분위기를 느꼈다. 그녀가 무언가를 해낸 것이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기 위해 그는 사력을 다해 네로피스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김서판, 오지 않아도 돼. 여긴 끝났어.”


네로피스가 조용히, 그러나 자신 있게 말했다. 서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짓을 한 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성공적으로 포스를 제압한 듯싶었다.


“놔.”


네로피스의 말에 포스는 검을 놓았다. 챙강, 거리는 소리가 청명하게 들려왔다. 포스는 행동과는 다르게 표정이 굳어있었다.


그 모습을 직접 보는 네로피스는 만감이 교차했다. 이 녀석이 없었다면 자신은 그 끔찍한 페트론 박물관에 갇힐 일이 없었다. 그녀는 거기서 상상할 수도 없는 나날을 보냈다. 아직도 그 시절을 떠올릴 때면 치가 떨릴 정도였다.


‘드디어.. 드디어..’


포스에게 복수할 일은 없었다. 아니, 복수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페트론 박물관에서 꺼내질 때는 이미 ‘인간’이란 종족은 멸족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다. 포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멈춰.”


한눈을 판 사이, 포스는 자신의 혀를 깨물려고 했다. 하지만 네로피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비록, 기억 속이지만 그를 편히 죽이고 싶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치욕스럽게 살려두고 싶었다. 예전의 자신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그 시각, 서판의 스크린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샤브케와의 마법 서약 성공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성공 조건에 따라 카이랄의 몸을 양도 받을 권리가 주어집니다.]

[네로피스의 기억 속에서 샤브케 지하감옥으로 송환됩니다.]


끝났다. 끝맺음을 지은 것은 서판이 아닌 네로피스였다. 과거이긴 해도 왜 재앙급 몬스터가 될 수 있었는지 서판은 가늠할 수 있었다.


“결국, 이렇게 끝인가. 좀 아쉽네.”


네로피스는 처음으로 티없이 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서큐버스의 자극적이고 농염한 미소가 아닌, 순수한 미소. 서판은 그 속에서 네로피스의 어린 시절 여린 마음을 엿보았다.


나뭇가지가 일그러지고, 포스의 모습도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샤브케 지하감옥으로 돌아오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카이랄의 육신을 지구로 가져가는 것이 서판이 디프로에 끌려오게 되면서 생긴 목적이었으니 말이다.


빛무리가 서판을 감쌌다. 서판은 강렬한 빛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빛이 약해질 때쯤 눈을 떴다. 서판이 눈을 뜨자마자 본 것은 천사의 자태를 한 샤브케. 그녀는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24시간이라고 했는데, 겨우 2시간하고 돌아오면 너무 아쉬운데..”


샤브케가 짐짓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서판은 주변을 둘러보며 네로피스를 찾았다. 그녀는 아직 바닥에 누워있었다. 곧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고 네로피스를 굳이 깨우지는 않았다.


“그건 그렇고, 저 녀석의 허벅지를 찌르는 장면, 그리고 그 순간의 네 표정.. 참 좋았어.”


정말 악취미였다. 천사의 외형을 하고 있으면서 하는 말은 악마 그 자체나 다름이 없었다. 서판은 속으로 변태 같다고 생각했다.


“..변태?”


그리고 서판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샤브케는 자신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서판이 변명을 생각하는 사이, 서판의 지원군이 난입했다.


“뭐, 샤브케님은 변태 맞잖아요. 유명하던데 뭘.”


어느새 일어나 있는 네로피스가 샤브케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샤브케는 그 모습에 움찔하면서 화제를 돌렸다. 당황한 표정이 압권이었다. 서판은 웃음을 애써 삼켰다.


“어쨌든, 네가 이겼으니까 카이랄의 몸은 주겠지만, 절대~ 내가 준 게 아니야? 알았지? 나도 어디까지나 표면적으로는 몬스터니까. 김서판, 네로피스 이 나쁜 배신자연놈들이 지하감옥에 숨어들어서 훔친 걸로 하자~.”


샤브케는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졌다. 카이랄의 몸을 찾으러 간 모양이었다. 어쩌다보니 서판은 네로피스와 단둘이 남게 되었다. 어색한 분위기에 서판은 뭐라고 질문을 꺼내려고 했다.


“몬스터의 등급은 어떻게 나뉘는 거야?”


궁금하기도 한 질문이었다. 몬스터도 마법사처럼 성장단계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고정된 등급인지 궁금했다. 서판은 후자라고 믿었지만, 어린 시절의 네로피스를 보니 꼭 그것만도 아닌 것 같았다.


“뭐, 기본적으로는 알겠지만, 지구에서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니, 자세히 설명할게요.”


네로피스는 서판에게 존댓말을 썼다. 그것은 종속 서약에 강제되는 사항이 아닌 순전히 네로피스 자신의 의지였다. 이제는 그에게 존댓말을 쓰고 싶었다.


“지성이 거의 없는 9급에서 1급까지. 이 몬스터 등급들이 가장 많은 개체 수를 차지하면서도 태어나면서부터 등급이 고정되는 몬스터들이에요.”


9급에서 1급은 몬스터 북에서 예외 사항이 거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정형화된 등급의 몬스터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재해급, 재난급, 재앙급. 이 세 등급이 특정한 종족의 몬스터들이 속하는 등급 체계. 이를테면, 저 같은 서큐버스는 태어날 때부터 재해급인 거죠.”


몬스터 종족에 따라 태어나기를 재해급부터 시작하는 몬스터가 있다고 네로피스가 설명했다. 네로피스는 그 체계에서 가장 상위 등급으로 올라간 것이었다.


“잠깐, 그럼 절멸급은 뭐야?”


오스뮬, 샤브케는 절멸급이었다. 재앙급보다 높은 등급인 것은 알겠는데, 네로피스는 이 등급을 같이 엮어서 설명하지 않았다. 그 물음에 네로피스가 침을 한 번 삼키고 대답했다.


“절멸급은 디프로에 8기 있는 개체를 가리켜요. 카이랄, 샤브케, 오스뮬, 이 외에도 다섯이 있죠.”


카이랄? 그녀가 절멸급 몬스터였다니, 처음 듣는 사실이었다. 카이랄이 배신을 했을 때 몬스터계가 뒤집어진 이유도 이해가 갔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올라갈 수 없는 곳. 저도 재앙급이지만, 저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요.”


네로피스는 그렇게 덧붙였다. 그렇다면 제 5차 몬스터 웨이브 때는 절멸급 여덟, 아니 일곱을 상대해야 한다는 말인가? 카이랄이 이전에 왜 한숨을 지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멸망급.”


네로피스의 말에 서판은 사색이 되었다. 절멸급만 해도 이미 절망적이다. 그 위의 등급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해봤다.


“멸망급은 단 한 개체. 디프로의 군주라고 불리는 ‘케르안’이에요.”


최종 보스 같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인간을 멸족했다는 그 장본인 몬스터라고 생각되었다.


“디프로에 몬스터 이외의 개체는 전부 말살시켜버린 존재예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떨었다. 언급 자체만으로도 재앙급인 그녀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존재가 바로 케르안이었다.


“케르안의 강함은 어느 정도지?”


서판이 네로피스에게 물었다. 네로피스는 적당한 말을 고르다가 서판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말했다.


“절멸급 8개체가 전부 달라붙어야 이길까 말까 한 정도..?”


네로피스가 답을 한 순간에 샤브케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천사의 외형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카이랄의 몸이 들려 있었다. 카이랄은 허리까지 오는 긴 흑발에 제복 같은 옷이 입혀져 있었다.


“카이랄의 몸은 여기에 있어. 이걸로 됐지?”


샤브케가 살갑게 웃으며 말했다. 카이랄의 몸은 서판이 카이랄의 권능을 얻어 그녀의 모습을 봤을 때와 같았다. 서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로피스 또한 카이랄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너네들이 알아서 해. 지켜보고 있을테니까.”


샤브케는 재미있는 장난감이 생겼다는 듯이 서판과 네로피스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서판이 그 말에 답을 하려고 할 때, 이미 주변이 변해있었다. 순식간이었다.


“응..?”


서판이 눈을 감고 다시 떴을 때는,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우선, 자신이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의 시야에는 자인이 눈물 맺힌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서판은 벌떡 일어나 상황을 이해하려 했다.


“내가, 오래 잠들어 있었던 거야?”


서판이 물었다. 자인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맺힌 눈물이 볼을 타고 턱으로 흘러들어갔다.


“이틀.. 정도. 회복 마법도 써보고, 의사도 불러보고, 무슨 짓을 해도 네가 깨어나질 않았어..”


디프로에 있었던 시간과 비슷한 시간이 흘러간 것 같았다. 서판은 우선 자인에게 사과했다.


“걱정시켜서 미안해.”

“아니야.. 그보다, 멀쩡한 거 맞지? 너 뭔가 변했어. 성숙해졌다고 할까, 예전보다 좀 더..”


자인의 육감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서판의 멘탈은 디프로에 다녀온 후로 좀 더 단단해져 있었다. 서판은 역시 자인이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인의 등 뒤로, 무언가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조심해..!”


서판이 자인의 등 뒤를 가리키며 침대에 걸터 세워져 있는 스태프를 쥐며 말했다. 습격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철푸덕, 무언가가 떨어졌다. 서판은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살폈다.


“으우.. 나는 왜 이렇게 거칠게 보내진 거냐고..”


서판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네로피스였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지하감옥 마지막 파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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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샤브케 지하감옥(4) 20.11.25 108 2 11쪽
48 샤브케 지하감옥(3) +1 20.11.23 134 2 10쪽
47 샤브케 지하감옥(2) 20.11.23 138 2 11쪽
46 샤브케 지하감옥 20.11.23 130 2 11쪽
45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4) +2 20.11.22 147 5 11쪽
44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3) 20.11.22 131 3 9쪽
43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2) 20.11.22 154 4 12쪽
42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 +1 20.11.21 146 5 12쪽
41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4) 20.11.21 159 4 11쪽
40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3) 20.11.21 159 4 12쪽
39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2) +1 20.11.20 167 5 10쪽
38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 20.11.20 154 5 12쪽
37 재난급 게이트 출현(8) 20.11.20 148 5 12쪽
36 재난급 게이트 출현(7) +2 20.11.19 161 4 9쪽
35 재난급 게이트 출현(6) +1 20.11.18 165 5 11쪽
34 재난급 게이트 출현(5) 20.11.18 149 4 11쪽
33 재난급 게이트 출현(4) 20.11.18 163 3 13쪽
32 재난급 게이트 출현(3) +2 20.11.17 168 3 11쪽
31 재난급 게이트 출현(2) 20.11.17 160 3 12쪽
30 재난급 게이트 출현 20.11.17 186 3 12쪽
29 코어 도둑(6) +1 20.11.16 185 4 11쪽
28 코어 도둑(5) 20.11.16 174 3 9쪽
27 코어 도둑(4) 20.11.16 198 3 10쪽
26 코어 도둑(3) 20.11.13 214 2 9쪽
25 코어 도둑(2) +1 20.11.11 195 4 14쪽
24 코어 도둑 +2 20.11.10 201 4 14쪽
23 첫키스? +2 20.11.07 223 5 12쪽
22 어두운 과거 20.11.07 200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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