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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heaven '루멘'

마법학교의 마나먹는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츤츤데레
작품등록일 :
2020.10.10 14:25
최근연재일 :
2020.11.25 19:45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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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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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글자수 :
266,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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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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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4)

DUMMY

서판은 종속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카이랄 상점에서 구매한 6서클 마법서에 존재하는 마법이었다. 대상과의 주종 관계를 맺는 마법. 그 마법이 네로피스에게 걸렸다.


‘더럽고 구차하다는 게 이런 뜻이었나.’


네로피스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제 자신이 어떻게 될지는 서판만이 알고 있었다. 서판의 종이 된다면 지금 당장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재앙급 몬스터, 네로피스과 주종 관계를 맺습니다.]

[네로피스는 김서판(스페스)을 향한 직·간접적인 공격이 불가합니다. 이를 어길 시, 김서판이 설정한 페널티를 받습니다.]

[김서판은 네로피스의 행동을 제한할 수 있으며, 모든 육체·정신적 활동에 간섭할 수 있습니다.]


서큐버스를 노예로 두다니, 누가 보면 오해하기 딱 좋았다. 디프로에서 지구로 돌아갈 때 이 종속 마법이 어떻게 될지 몰랐지만 일단 재앙급 몬스터를 지배에 둔다는 것은 전투력 면에서 이득이었다.


네로피스는 종속 마법 서약의 대가로 자신의 입술을 서판의 발등에 바쳤다. 촉촉한 감각이 서판의 발등에서 느껴졌다.


‘젠장, 역시 서큐버스라서 그런지 접촉하면 느낌이 이상해.’


실제 육체는 지구에 있고, 지금의 육체는 정신을 담은 그릇에 불과했지만, 서판은 자신이 건장한 신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네로피스, 네년도 결국 카이랄과 똑같은 길을 걷는군.”


오스뮬이 네로피스를 힐난하듯 말했다. 그러나 아까까지 저자세였던 네로피스는 이제 당당하게 말했다.


“죽음과 삶, 선택하라면 당연하지 않나요? 아무리 명예롭게 죽어도, 산 것만은 못하죠.”

“크큭.. 언젠가는 너도 카이랄과 같아지겠지. 몽마(夢魔)라 꽤 똑똑한 줄 알았지만, 인간만큼이나 아둔하기 짝이 없구나.”


둘의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리고 서판은 오스뮬에게 카이랄에 대한 정보들을 캐묻기 시작했다.


‘카이랄의 육체는 지금 디프로에 있어.’


서판과는 정반대인 상황이다. 서판의 경우 육체는 지구에, 정신은 디프로에 있었지만, 카이랄은 정신이 지구에, 육체가 디프로에 있었다.


“카이랄의 육신이 있는 위치는?”

“디프로에서 가장 깊은 곳, 샤브케 지하감옥. 빛 한 줌조차 들어오지 않은 곳에 유폐되어 있다.”


일단 정보 하나, 샤브케 지하감옥에 카이랄의 몸이 있다. 어딘지는 모르지만, 이름을 알았으니 찾는 건 어렵지 않을 터였다.


“카이랄이 디프로를 배신한 이유는?”


이 질문에는 오스뮬이 한참을 생각하다 답을 내놓았다. 그녀의 배신에만 초점을 둔 나머지, 카이랄의 입장에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아서 일수도 있었고, 단순히 말하고 싶지 않은 질문이어서 일수도 있었다.


“카이랄은 특이했다. 디프로에 얼마 되지 않는 인간 몬스터였지. 물론 나도 인간과 비슷한 외형을 하고 있지만, 종족이 다르다.”


오스뮬은 카이랄이 배신한 이유를 대답하기에 앞서, 서판에게 카이랄이 살아간 배경을 이야기했다.


“인간들이 잔뜩 사는 지구에도 있지 않나? 육식은 동물의 생명권을 침해한다며 채소만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카이랄이 그것과 비슷한 부류였다.”


오스뮬이 비유를 들어서 얘기했다.


“몬스터들은 필연적으로 많은 열량을 소모한다. 그래서 생명체가 있는 다른 행성을 침략하는 수밖에 없어. 디프로에서의 생산량은 몬스터들의 수를 지금만큼 유지할 정도로 높지 않으니까.”


서판은 이해했다. 몬스터들이 인간뿐만 아니라, 인간을 제외한 큰 생명체에도 집착하는 이유가 있었다. 마법 과학자들이 끊임없이 주장했던 몬스터 칼로리 설이 몬스터의 입으로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약 20년 전, 향후 30년간의 열량을 책임질 행성이 바로 네가 살고 있는 지구였다.”


몬스터들이 충분히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으면서도 여러 차례에 걸쳐 침공했던 이유가 밝혀졌다. 몬스터들은 인구수를 관리하고 있던 셈이었다.


“태생이 인간이었던 카이랄은 당연히 이 프로젝트가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감정만으로 일을 그만둬서는 안 될 위치에 있었다.”


오스뮬의 말을 미루어 보아, 카이랄은 디프로에서 꽤 높은 위치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카이랄은 9서클 마법사였다. 서판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오스뮬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이었다.


“지구가 서기 2000년이 됐을 때, 우리의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몬스터들에게 ‘키’를 나누어 주었지.”

“키?”

“지구로 통하는 열쇠. 너희들 말로는 게이트라고 하더군.”


서판은 납득했다. 어째서 높은 등급의 몬스터 게이트 뿐만이 아닌, 낮은 등급의 몬스터 게이트도 생겼는지 의문이 풀렸다.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열었겠군.’


디프로는 지구보다 더한 약육강식의 세계다. 더군다나 저등급의 몬스터들은 지성도 별로 없었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당장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지구로 향하는 문을 열었으리라.


“그리고 5년 동안, 2005년까지. 디프로의 몬스터들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다. 2급 이상의 몬스터들은 상처 없이 많은 식량을 가지고 돌아왔지.”


관점이 달라지자, 서판은 무섭도록 소름이 끼쳤다. 몬스터들의 시각에서는 인간들이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하는, 아니, 피해를 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카이랄은 우리를 배신했다. 인간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어 마법을 전수했지.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인간은 마법을 능숙하게 사용하게 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인류에게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카이랄 시대라고 부르며 어두웠던 인류에게 나타난 한 줄기 빛 같은 시기였다. 하지만 몬스터에게는 반대로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그년은 우리 몰래 적이랑 내통하고 있던 거야. 무려 3년이란 시간을! 고작 2급 수준에도 벌벌 떨던 같잖은 인간들이 재해급, 재난급도 죽여냈어. 카이랄, 전부 그 녀석 탓이야..!”


오스뮬은 화를 참지 못하고 옆에 있는 나무를 내리쳤다.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나무가 쓰러졌다. 서판은 어차피 자신을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서판의 등 뒤로 네로피스가 숨었다.


결국 서판의 질문인 ‘카이랄이 배신한 이유’에 대한 답은 ‘그녀와 같은 종족이었기에’였다. 다음 질문을 해도 됐지만, 오스뮬은 무언가 더 할 말이 남은 모양이었기에 서판은 입을 열지 않았다.


“원래라면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우주에서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형벌을 받아야 했는데,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작 신체적인 죽음만을 처벌받았지.”


오스뮬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10년 뒤, 얼마 전에 카이랄은 또 한 번의 배신을 하고서, 자신의 정신을 지구로 보냈어.”


그 후, 서판에게서 카이랄의 정신이 깃든 셈이었다. 확실히 몬스터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지독하게 통수를 치긴 했다. 뭐, 결론은 인간 쪽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으니, 좋은 게 좋은 거였다. 서판은 다음 질문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카이랄이 가지고 있던 스태프에 대해 말해줘.”


카이랄 스태프, 의문 투성이인 아이템이었다.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세이린이라는 자아를 포함해서, 서판은 궁금한 것이 있었다.


“..그건, 선행 서약에 의해 대답할 수 없다.”


선행 서약. 다시 말해, 누군가로부터 카이랄 스태프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는 서약이 서판의 서약보다 먼저였기 때문에, 오스뮬이 카이랄 스태프에 대해 말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이것은 상호의 서약이 충돌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이었다.


‘가능하면 알고 싶긴 했는데, 뭐.. 본인한테 직접 물어봐야겠군.’


어쩔 수 없이 서판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카이랄은 어떻게 이곳에서 지구로 정신을 옮겼지?”


이것은 카이랄에 대한 질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서판이 디프로를 빠져나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물어보는 것이 되기도 했다. 오스뮬은 서판의 의도를 알고 있는데도 답을 가르쳐줘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오스뮬은 아까와 같이 헛웃음을 지었다.


“큿.. 재밌군. 그래, 카이랄은 ‘키’를 이용한 응용 방식으로 지구로 향했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키를 통해 디프로와 지구를 잇는 몬스터 게이트가 생성된다는 것은 아까 오스뮬이 이야기했다. 그러나 몬스터 게이트가 열리기 위해서는 일정 수 이상의 몬스터가 필요하다. 정신만이 존재하는 카이랄에게는 가능한 방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몬스터에게 존재하는 코어에 자신의 정신을 심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설사 몬스터가 죽더라도, 자신은 코어 안에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게 되지.”

“그래서..!”


서판이 재해급 몬스터의 코어 마나를 흡수했을 때, 카이랄이 몸 속에 깃들었던 이유가 설명이 되었다. 카이랄은 자신의 정신을 코어 안에 심어 놓았던 것이었다.


‘산업체로 가더라도 마나를 통해 다른 마법사에게로 흘러 들어갈 수 있으니까.’


카이랄은 지구에 3년간 있었던 만큼, 지구의 마법사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었을 것이었다. 카이랄에게는 비록 산업마법사 일지라도, 자신의 힘을 주어 키워낼 자신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 하필이면 그 녀석이 흘러 들어간 것이 너다. 인간 마법사들 중에서 가장 특이한, 어떠한 형질의 마나라도 흡수할 수 있는 놈.”


이미 오스뮬은 서판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었다. 사실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디프로의 마법 지식은 서판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테니까.


“아까 카이랄이 갇혀 있다고 한 샤브케 지하감옥, 그곳은 어디에 있지?”

“그곳에 가고 싶은 건가?”

“그래. 물어보고 싶은 건 다 물어봤어. 나는 그녀를 찾고, 지구로 돌아갈거야.”


카이랄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은 다 물어봤다. 이제는 그녀의 육체를 찾고, 지구로 돌아가야 했다.


“미리 언급하지만, 샤브케 지하감옥에 가는 건 그다지 추천하지 않아. 그녀를 구하기는커녕, 정신이 잠식될 수도 있거든.”


오스뮬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서판은 가야 했다. 지구는 그녀의 정신만으로는 다가오는 몬스터 웨이브를 막기 어렵다. 그녀의 몸이 있어야 했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서판은 샤브케 지하감옥에 가야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그녀의 몸이 필요해..


cook님 항상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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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출격, 포브 마법학교 +2 20.11.25 147 2 11쪽
50 샤브케 지하감옥(5) 20.11.25 137 2 11쪽
49 샤브케 지하감옥(4) 20.11.25 108 2 11쪽
48 샤브케 지하감옥(3) +1 20.11.23 134 2 10쪽
47 샤브케 지하감옥(2) 20.11.23 138 2 11쪽
46 샤브케 지하감옥 20.11.23 130 2 11쪽
»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4) +2 20.11.22 148 5 11쪽
44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3) 20.11.22 131 3 9쪽
43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2) 20.11.22 155 4 12쪽
42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 +1 20.11.21 146 5 12쪽
41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4) 20.11.21 159 4 11쪽
40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3) 20.11.21 160 4 12쪽
39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2) +1 20.11.20 167 5 10쪽
38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 20.11.20 155 5 12쪽
37 재난급 게이트 출현(8) 20.11.20 148 5 12쪽
36 재난급 게이트 출현(7) +2 20.11.19 162 4 9쪽
35 재난급 게이트 출현(6) +1 20.11.18 166 5 11쪽
34 재난급 게이트 출현(5) 20.11.18 149 4 11쪽
33 재난급 게이트 출현(4) 20.11.18 163 3 13쪽
32 재난급 게이트 출현(3) +2 20.11.17 168 3 11쪽
31 재난급 게이트 출현(2) 20.11.17 160 3 12쪽
30 재난급 게이트 출현 20.11.17 186 3 12쪽
29 코어 도둑(6) +1 20.11.16 185 4 11쪽
28 코어 도둑(5) 20.11.16 174 3 9쪽
27 코어 도둑(4) 20.11.16 199 3 10쪽
26 코어 도둑(3) 20.11.13 214 2 9쪽
25 코어 도둑(2) +1 20.11.11 195 4 14쪽
24 코어 도둑 +2 20.11.10 202 4 14쪽
23 첫키스? +2 20.11.07 223 5 12쪽
22 어두운 과거 20.11.07 201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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