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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heaven '루멘'

마법학교의 마나먹는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츤츤데레
작품등록일 :
2020.10.10 14:25
최근연재일 :
2020.11.25 19:45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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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52
추천수 :
184
글자수 :
266,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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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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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샤브케 지하감옥(4)

DUMMY

“어..떻게..”


은빛 갑옷을 입은 남자. 그의 눈은 투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서판을 악으로 규정하고 자신을 정의로 포장한 것처럼. 서판이 보는 이는 마법사가 아니었다. 심장에 모인 서클이라고는 1개도 없었다. 하지만 그가 보유한 마나는 서판을 상회했다.


“저 녀석이야. 인큐버스 일족을 모조리 죽인데 그치지 않고, 서큐버스 일족을 절멸까지 이르게 한 녀석. 20년 전 죽었지만, 지금의 너는 절대 못 이겨.”


차분히, 그러나 빠른 속도로 은빛 갑옷의 남자는 다가오고 있었다. 네로피스는 그 남자에게 들키지 않게 몸을 나무 뒤에 감추었다. 서판은 예전에 읽었던 판타지 소설이 떠올랐다. 소드 마스터가 있었다면, 분명 이런 위압감을 풍겼을 것이었다.


수많은 역경 속에서 묘수 하나를 찾아온 서판이었지만, 지금만큼은 도저히 수가 안 보였다. 우선 마법이 아닌 미지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자신의 마나가 거의 떨어졌다는 점, 상대가 인간이라는 점 등이 맞물려서 서판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했다.


‘침착하자. 인간을 상대하는 건, 마법학교 때도 해왔잖아.’


지금이야 몬스터 웨이브 때문에 평가전을 치르지 않지만, 불과 학교에 다닌 1개월 동안은 착실하게 인간을 상대하는 법도 터득해왔다. 마법사와 검사, 분야는 다르지만, 분명히 공통분모가 있을 것이라고 서판은 생각했다.


“오러 블레이드.”


순간, 마나가 압축된 듯한 결정체가 엄청난 거리를 좁히면서 서판을 향해 날아왔다. 마법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시전 속도. 그 빠른 속도에 서판은 몸을 틀었지만,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툭.


“으윽..”


왼쪽 어깨죽지의 살점이 깨끗하게 떨어져 나갔다. 조금만 더 깊었으면 왼팔 전부를 못 쓰게 될 뻔했다. 피가 조금씩 배어나오고 있었다. 서판은 빠르게 힐로 지혈했다. 은빛 기사는 따분하다는 듯이 하품을 하면서 이제 터벅터벅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이번만큼은 도저히 모르겠어. 이럴 때 카이랄이 있었다면..!’


카이랄 상점, 아니 자신이 갖고 있던 카이랄 스태프나 목걸이, 반지가 있다면 눈앞에 있는 은빛 기사와 해볼만 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서판은 지금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직 남아있는 게 하나 남아있었구나..’


서판은 깨달았다. 카이랄의 권능 중 제한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서판은 스크린을 이용해 은빛 기사의 정보를 불러왔다.


[은월(銀月) 기사, 포스]


-디프로에서 가장 강한 검사. 종족은 인간이며, 몬스터를 극도로 싫어한다. 그의 손으로 멸종한 몬스터종만 12종이다. 소드 마스터 상급의 실력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 특히, 여자와 아이에 약하다.


서판에게는 마지막 정보가 도움이 되었다. 여자와 아이에 약하다라,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개체가 주변에 하나 있지 않은가. 비록 정정당당하지는 않지만 서판에게 이 상황을 빗겨갈 수가 하나 보였다.


“폴리모프.”


그것은 서판이 자신에게 거는 마법이 아니었다. 서판은 남은 마나를 모두 그 마법에 털어 넣었다. 서큐버스인 네로피스의 검은 날개와 뿔이 사라지고, 거의 인간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가까이서 봐도 네로피스는 이제 영락없는 꼬마 숙녀였다.


“잠깐 몸 좀 빌릴게.”


서판은 네로피스의 귀에 대고 작게 중얼거렸다. 네로피스는 서판의 의도를 알았는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네로피스의 표정에는 아직 불안함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한 줄기 미소가 엿보였다.


서판은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를 하나 꺾었다. 꺾은 부분이 날카로웠다. 서판은 네로피스의 목을 뒤에서 휘어잡고, 나뭇가지를 오른손에 역수로 들었다. 비열한 인질범이 취할듯한 자세와 꼭 닮았다.


‘마나의 향 때문에 들킬 수 있으니, 미리 흡수해 두자.’


역시 서큐버스인 네로피스와 밀착하니, 몽마의 마나향이 짙게 느껴졌다. 다행히 서판은 네로피스의 마나를 거부없이 흡수할 수 있었다. 네로피스가 자신의 마나가 흡수되는 것을 느끼고 신기해했다.


“..내 마나를 흡수하고도, 멀쩡하다구..?”


네로피스는 믿을 수 없었다. 몽마의 마나를 자연스레 흡수하는 것도 경악할 따름인데, 서판은 아무런 거부 반응이 없었다.


‘보통은 색욕에 미친 사람이 되거나 정신 나가는데..’


지금까지 서판을 얕보고 있었던 네로피스였다. 그도 그럴게, 서판이 재앙급인 그녀를 이긴 것은 단순히 그녀가 방심했기 때문이었지, 물리력은커녕 마법력으로도 서판은 네로피스보다 한 수 아래였다. 네로피스는 서판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조금 수정했다.


평범한 인간처럼 네로피스는 거의 모든 마나를 서판에게 흡수당하고 아주 일부분의 마나만이 몸속에 남았다. 그녀는 조금 어지럽긴 했지만,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아무리 도망치더라도 벗어날 수 없는 겁탈을 네로피스는 지금까지 40번을 넘게 경험했다. 그리고 그 영원한 과거의 굴레 속을 서판이 풀어낼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


“푸핫, 결국은 그거냐? 비겁한 놈들은 항상 그렇군.”


서판은 인간 소녀의 모습을 한 네로피스를 인질로 잡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포스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 여자는 놓아주고, 빌어먹을 서큐버스 년이 어딨는지 말해. 그럼 너는 살려주지. 같은 인간이니까.”


포스는 몬스터에 대한 엄청난 적개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의 말에서 서판은 포스가 네로피스를 인간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한담.’


포스를 쓰러뜨리는 것만이 그녀가 후회하는 과거의 기억 속에서 벗어나는 답이 아니다. 서판의 힘으로는 애초에 그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네로피스를 잘 도망칠 수 있도록 하면 돼.’


다행히도 포스는 네로피스가 인간인 줄 알고 있다. 서판이 마나까지 조작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통한 것이었다. 이대로 그녀를 놔줄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자연스럽게’ 그녀를 도망치게 할 것인지가 포인트였다.


“쳇, 머릿속에서 계산기 굴러가는 소리 다 들린다고. 하긴, 지금 상황에서 내가 오러 블레이드를 남발할 수는 없지. 인질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포스는 사라졌다. 서판을 둘러싼 마나가 서판에게 위험 신호를 보냈다. 서판은 그 본능적인 감각에 몸을 맡겼다.


“리미트 실드.”


-챙!


귀를 찢는듯한 파공음이 하늘을 갈랐다. 포스의 검이 서판의 실드에 강타한 것이었다. 다행히 서판의 실드는 포스의 검을 깨진 부분 하나 없이 막아냈다.


‘조금만 늦었어도..’


서판이 오른손에 든 나뭇가지가 네로피스의 허벅지에 꽂혔다. 그것은 포스에 대한 경고였다. 서판은 네로피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히려 그녀가 희미하게 웃으면서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어주었다. 서판은 포스가 눈치채지 못하게 무영창으로 힐을 써서 네로피스를 지혈했다.


도리어 포스는 자신의 공격이 실패해 소녀가 상처입혀진 것을 보며 자신을 자책했다. 네로피스의 허벅지에서 핏방울이 하나둘 떨어질 때마다 그의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


“..비겁한 놈, 마법사인데도 그렇게 좋은 반사 신경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몬스터에게 협력하는지 포스는 물어보고 싶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서판은 지구에서의 자신과 포스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미래에는 내가 꼭 막아주마.’


어쨌든 포스는 실패했다. 그랬기에 디프로에서는 몬스터에 협력한 인간을 제외하고 전부 멸족당했고, 몬스터로서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너 같이 유능한 놈이 몬스터 쪽으로 빠지는 것.”


포스를 감싸던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의감이 넘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흡사 사냥감을 보는 듯한 맹수의 눈빛이 서판과 네로피스에 향했다.


“인간 여자 하나의 목숨..”


그는 저울질하고 있었다. 서판이 몬스터에게 협력한다고 생각하고, 그를 어떻게든 죽이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그리고 포스가 중얼거린 뒷말, 그것은 인간의 모습을 한 네로피스를 의미했다. 포스는 네로피스와 서판은 동시에 죽여버릴 생각이었다.


“잠깐..”

“이미 늦었어. 나는 둘 다 죽이기로 결심했거든. 흐흐흐...하하..”


틀렸다. 광기가 섞인 그의 웃음소리만 들어도 정상적인 대화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리고 생각할 새도 없이, 포스의 검이 움직였다.


“리미트 실드.”


그리고 서판은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직감했다. 포스의 검에 깃든 마나는 이전의 것과 같지 않았다.


-슥.


“브, 블링크!”


서판은 블링크로 네로피스와 함께 후퇴했다. 포스의 칼날이 서판의 몸통에 닿기 직전이었다. 0.01초만 늦었더라도 몸이 이등분 되었을 것이었다.


엄청난 경도를 자랑하는 리미트 실드가 두부처럼 잘려나갔다. 포스의 검에 맺힌 것은 푸른 마나가 아닌, 섬광에 가까운 하얀 마나였다.


“아까 건 마나, 이번 건 오러.”


포스가 중얼거렸다. 서판은 왼손을 풀었다. 네로피스가 비질비질 서판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이제 마나가 정말 바닥났어.’


이판사판이었다. 방금 쓴 블링크로 서판의 마나는 이제 거의 제로. 포스를 상대하는 것은 고사하고 제 정신을 유지할 힘도 없었다. 네로피스는 서판에게서 빠져나가 등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포스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 재밌어. 재밌어..”


포스의 검은 명백히 네로피스를 향하고 있었다. 왜? 서판은 의문을 가지면서도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뒤를 돌아보게 된다면 포스의 검이 자신의 목을 꿰뚫을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서판이 생각했던 의문은, 정답이 되고 말았다.


“빌어먹을 년이, 여기에 있었네!?”


아까 서판의 왼쪽 어깨에 상처를 낸 오러 블레이드가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네로피스에게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오러 블레이드는 그대로 네로피스의 옆구리를 관통했다.


“흐악..”


작은 비명이 들리며 네로피스는 쓰러졌다. 그리고 네로피스의 뿔과 날개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폴리모프가 풀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젠장, 처음 쓰는 마법이라 출력이 낮았나!?’


서판은 자신의 계산에 오차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서판이 손을 쓸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서판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더 이상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분하지만 포스가 서판의 목에 검을 대면 그대로 잘려야 할 판이었다. 그 정도로 둘의 차이는 압도적이었다.


포스는 천천히, 그러나 옥죄이듯이 네로피스에게 다가갔다. 네로피스는 쓰러져 있었다. 포스는 기괴한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누가 봐도 ‘정의’의 편이 웃는 게 아니었다. 네로피스가 떨리는 얼굴로 포스를 올려다보았다.


“너는 지금부터 서큐버스의 마지막 생존 개체로 페트론 몬스터 박물관에 가게 되는 거야. 죽이지는 않아. 나쁘지 않지? 대신, 너에게 족쇄를 하나만 걸어두지.”


그리고 포스가 취한 행동은 충격적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19금은 아닙니다 안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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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출격, 포브 마법학교 +2 20.11.25 147 2 11쪽
50 샤브케 지하감옥(5) 20.11.25 137 2 11쪽
» 샤브케 지하감옥(4) 20.11.25 109 2 11쪽
48 샤브케 지하감옥(3) +1 20.11.23 134 2 10쪽
47 샤브케 지하감옥(2) 20.11.23 138 2 11쪽
46 샤브케 지하감옥 20.11.23 130 2 11쪽
45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4) +2 20.11.22 148 5 11쪽
44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3) 20.11.22 131 3 9쪽
43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2) 20.11.22 155 4 12쪽
42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 +1 20.11.21 146 5 12쪽
41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4) 20.11.21 159 4 11쪽
40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3) 20.11.21 160 4 12쪽
39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2) +1 20.11.20 167 5 10쪽
38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 20.11.20 155 5 12쪽
37 재난급 게이트 출현(8) 20.11.20 148 5 12쪽
36 재난급 게이트 출현(7) +2 20.11.19 162 4 9쪽
35 재난급 게이트 출현(6) +1 20.11.18 166 5 11쪽
34 재난급 게이트 출현(5) 20.11.18 149 4 11쪽
33 재난급 게이트 출현(4) 20.11.18 163 3 13쪽
32 재난급 게이트 출현(3) +2 20.11.17 168 3 11쪽
31 재난급 게이트 출현(2) 20.11.17 160 3 12쪽
30 재난급 게이트 출현 20.11.17 186 3 12쪽
29 코어 도둑(6) +1 20.11.16 185 4 11쪽
28 코어 도둑(5) 20.11.16 174 3 9쪽
27 코어 도둑(4) 20.11.16 199 3 10쪽
26 코어 도둑(3) 20.11.13 214 2 9쪽
25 코어 도둑(2) +1 20.11.11 195 4 14쪽
24 코어 도둑 +2 20.11.10 202 4 14쪽
23 첫키스? +2 20.11.07 223 5 12쪽
22 어두운 과거 20.11.07 201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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