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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heaven '루멘'

마법학교의 마나먹는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츤츤데레
작품등록일 :
2020.10.10 14:25
최근연재일 :
2020.11.25 19:45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1,436
추천수 :
184
글자수 :
266,132

작성
20.11.21 15:38
조회
158
추천
4
글자
11쪽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4)

DUMMY

“준수 형! 지금이에요!”


이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 지 몰랐다. 최대한 빠르게 인챈트를 준수가 끝내야 했다. 서판은 이제 준수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하암, 나는 그럼 할 일은 다한 건가.”


세이린은 하품을 하면서 준수의 인챈트를 지켜보았다. 준수는 서판의 의도대로 빠르게 인챈트를 시도하고 있었다. 투명하지만, 주변이 일그러져 보이는 힘을 가진 정수가 재난급 코어에 녹아들고 있었다.


“성공입니다.”


준수가 짤막하게 전했다. 확실히 정수는 재난급 코어에 잘 녹아들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마나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는 것을 서판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마나가 조금씩 녹고 있어.’


딱딱하고 정형화되었던 마나가 유순하고 자유로운 마나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충분히 서판이 흡수할 수 있을 만큼 마나가 부드러워졌다.


할 일을 마친 준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작업 책상에 기대어 앉았다. 서판도 어지러움을 느꼈다. 세이린을 각성시키고, 마나를 많이 쓴 탓이었다.


당장의 위험이 지나자, 서판과 자인, 그리고 연서는 세이린의 외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뭐야, 왜 다들 날 쳐다 보는 거야?”


150cm 정도의 작은 키, 주황색 머리카락의 허리까지 오는 포니테일, 타이즈처럼 쫙 달라붙은 옷은 세이린의 몸매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남자라면 볼 수밖에 없는 그 몸을, 서판은 자인을 망각한 채로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자인은 연서의 눈을 자신의 손으로 가렸다.


“저런 거 보면 안 돼!”


자인의 호통에 서판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 말투는 거의 초등학생 수준의 아이였는데, 세이린의 외형은 키가 작은 성인 여성에 가까웠다.


-지금이라면 세이린이랑 대화 나눌 수 있는 거지? 맞지?


상황이 해결되자, 카이랄이 말을 걸었다. 서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각성 상태의 세이린은 서판의 내면에 있는 카이랄과 대화할 수 있었다. 둘 사이의 징검다리가 된 서판은 머리 속에서 울려퍼지는 둘의 텔레파시 소리에 속이 더 안 좋아졌다.


=그래, 듣고 싶었다고..! 이 목소리.


둘의 진정한 재회를 뒤로하고 서판은 자인에게 섬뜩한 포옹을 당했다. 앉아있던 서판이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그의 머리를 자인이 강하게 안았다.


“윽..!”

“쟤는 또 누구야..?”


자인의 부드러운 그것이 서판의 머리에 눌리고 있었다. 그러나 서판은 그런 것을 만끽할 여유가 없었다. 그녀의 주변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흐름에서 그는 살기를 느꼈다.


“스태프야, 스태프! 정말이라니까..!”

“아아, 그래서 아까 저 친구 허리를 그렇게 잡았던 거였구나.”


서판은 고개를 위로 올려 자인을 거꾸로 올려다보았다. 내려다보는 자인의 눈이 죽어있었다. 분명히 그랬다. 서판은 마나 장막을 치기 위해 세이린의 허리를 잡았던 것이 생각났다. 그 자세를 다시 떠올리자, 서판은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자, 잘못했어..!”


자인의 품에서 겨우 도망친 서판이 자인의 눈을 바라보면서 애원하듯이 말했다. 위험하다. 본능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존댓말이었다. 그녀가 서판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은 사귀고 나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자인은 서판에게 화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신중해야 해. 잘못하면 정수가 폭발하는 것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


자인의 몸 전체에서 가넷의 향이 진하게 느껴졌다. 서판도 단순한 6서클 마법사가 아니듯이, 이제는 자인도 단순한 7서클 마법사가 아니었다. 사기급 스태프를 가진 그녀의 마법력은 지금의 서판을 뛰어넘었다.


“뭘 잘못했을까요?”


자인이 되물었다. 시간이 없다. 자인은 소름끼치도록 환하면서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서판은 아공간 주머니에 자신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서판은 결심했다. 변명을 최대한 아끼면서 가감 없이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카이랄 스태프에 있는 세이린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니까..”


자인의 표정은 한결같이 무표정이었다. 서판이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에 세이린은 연서에게로 다가가 작업실 소파에 앉아 연서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연서는 약간 이질적인 세이린의 모습에 처음에는 그녀의 손을 피하다가 결국 계속되는 시도에 머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준수가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딸을 빼앗긴 아버지의 심정이 느껴졌다. 서판이 세이린의 각성에 대해 마지막으로 자인에게 이야기하고 자인은 여전히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섭도록 잔혹하게 서판에게 다시 한 번 속삭였다.


“..그래서 뭘 잘못했을까요?”


원점이었다. 이미 서판의 멘탈은 파괴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무어라 이야기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몬스터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어떻게든 생각해낼 수 있었지만, 연애가 처음인 서판에게는 무엇이 정답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 말하지 않은 것.”

“으음~?”


고심 끝에 내뱉은 대답이었다. 자인은 더 듣겠다는 듯 팔짱을 끼고 콧소리를 내었다.


“일전에 카이랄에 대해서도 그렇고, 세이린에 대해서도, 항상 감추는 것이 많아서 미안해. 가장 옆에서 믿어주는 존재, 라고 생각할 텐데 말이지.”


가족이 없는 서판에게 있어서, 자인은 이제 자신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그의 사고는 자인과의 만남으로 확연히 바뀌었다. 적당히 마법학교를 졸업해서, 적당히 좋은 직장을 구해서, 적당히 살자는 마인드가, 자인으로 인해 송두리째 바뀌었다.


서판을 바라보는 자인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무서웠어, 사실은. 모든 것을 다 잃은 나한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널 만났어. 너를 만나고, 다른 애들이랑도 친해지고, 이렇게 준수 형이나 연서 같은 애들과도 어울리게 될 수 있었어.”


서판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솔직함을 자인에게 전부 토해냈다.


“그런 너를, 잃게 된다면? 네가 날 떠나간다면?”

“바보야..! 그런 생각을 왜 해!”


자인이 서판에게 반발했다. 준수는 어느새 흥미롭게 둘의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판의 내면에 있는 카이랄마저, 세이린과의 대화를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미지의 정보를 가진 마법사는, 항상 위험에 시달려.”


지금의 서판이 그랬다. 이제는 감출 수가 없는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버렸다.


마법사는 암살에 취약하다. 아무리 6서클 마법사라도, 4서클 마법사들의 집단 습격에는 당해내지를 못한다. 또, 몬스터와는 다르게 일반 총기로도 충분히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이 마법사였다.


지금이야 덜하지만, 10년 전 정도에는 마법사 파벌들끼리 서로 납치, 감금, 고문, 협박 등의 행위가 비일비재했다. 그런 파벌들이 많이 없어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남아있는 조직이 있었다. 그곳은 ‘프리덤’이라는 이름의 마법 조직이었다.


‘마법 협회와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조직이지.’


마법 협회의 존재 의의는 마법사들을 모아 몬스터들을 막아내는 것에 있다. 그러나 프리덤은 온전히 마법사 개개인의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이었다.


‘6서클이 되어서야 이름이 알려졌으니 망정이지, 3서클 때 알려졌다면..’


지금도 수천 명의 마법사들이 프리덤에 갇혀 노예처럼 마나를 생산해내거나, 마법을 강제로 쓰게 한다는 소문이 있다. 하물며 마나를 흡수할 수 있는 서판이 그들에게 있어 어떤 용도로 활용될 지는 너무나도 자명했다.


서판은 이미 프리덤의 타겟이다. 그것은 100%다. 지금까지 서판의 행보가 전 세계에 알려진 지금, 무슨 일이 있어도 프리덤은 서판과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접촉할 것이었다.


‘자인이만큼은 안 돼.’


그녀 또한 7서클 마법사이지만, 서판과는 달랐다. 그와 다른 수많은 인맥이 있고, 지킬 가족이 있고, 이제는 한국 마법사계의 정신적인 지주였다.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인은 슬픈 표정으로 서판을 쳐다보다가 쓰게 웃었다. 서판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깊이가 담겨 있었다.


“..6서클 치전인 어린 마법사는 얼마나 많이 습격당해 왔을까.”


자인은 서판이 걱정하던 일을 이미 오래전부터 경험했다. 처음에는 회유였다. 그 다음은 협박, 이후에는 감금을 시도하려 했다. 그러나 자인의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그녀를 최우선으로 보호했다.


자인이 아버지의 그늘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17살이 될 무렵이었다.


서판은 그녀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몬스터는 해치우면 되는데, 사람은 어떻게 해야하는 건데..”


자인이 울먹이듯 말했다. 몬스터보다 더 한 것이 어쩌면 사람일지도 몰랐다. 6서클 치전 마법사인 그녀가 사익을 위해 마법을 쓴다면, 얼마나 많은 부를 창조할까. 그것이 프리덤이 생각하는 것들이었다.


서판은 생각이 바뀌었다. 눈앞에는 재난급 코어가 있다. 자인과 동등한 7서클에 오를 수 있는 문 앞에 있는 것이다. 제 아무리 프리덤이라고 한들, 7서클 마법사 둘을 모두 적으로 돌리는 것은 그들에게도 좋지 않은 일일 것이었다.


“약속할게.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너한테만큼은 숨기지 않겠다고.”

“그 말이 듣고 싶었던 거야..”


자인은 서판을 강하게 안았다. 풋풋하면서 달콤한 향기가 났다. 서판은 처음으로 자인의 굴곡을 느꼈다. 거기에는 세이린에게 지지 않는다는 자인의 자부심이 약간 담겨 있었다. 자인이 여자친구라는 것이 새삼 실감이 났다.


서판은 세이린을 각성 상태에서 해제했다. 세이린은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평소의 스태프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카이랄의 가시 돋힌 텔레파시가 들렸다.


=야! 다시 불러내!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서판은 피식 웃었다. 그는 자신의 위치를 이제 깨달았다. 자신이 갑이고 카이랄이 을이다. 더 이상 그녀에게 휘둘릴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그녀를 잘 컨트롤 해야하는 입장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혹시 알아? 다음에 말 잘 들으면 또 각성시켜 줄지.


카이랄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돕게 만들 것이었다. 카이랄을 완전히 무시해버리기에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마법적 지식이 방대했다.


=우으.. 내가, 내가, 다른 세계 인간한테 놀아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카이랄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상황이 끝나고 준수는 세이린이 떠난 소파의 한 켠을 지키고 있었고, 그 옆에서는 연서가 피곤했는지 준수의 어깨에 기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자인과 서판은 자신들이 일종의 사랑싸움을 둘이 보는 앞에서 했다는 생각에 얼굴이 빨개져 어쩔 줄 몰랐다.


그 모습에 준수가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이해해요. 저도 그 시절에 화끈하게 놀았었죠. 서판 씨랑 자인 씨도 거기서 조금 더 화끈해지면, 연서 같은 아이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준수가 농담을 던졌다. 그 말에 자인과 서판의 시선은 땅을 볼 수밖에 없었다. 준수는 그 모습을 보면서 한 번 더 웃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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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샤브케 지하감옥(2) 20.11.23 138 2 11쪽
46 샤브케 지하감옥 20.11.23 130 2 11쪽
45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4) +2 20.11.22 147 5 11쪽
44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3) 20.11.22 131 3 9쪽
43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2) 20.11.22 154 4 12쪽
42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 +1 20.11.21 146 5 12쪽
»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4) 20.11.21 159 4 11쪽
40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3) 20.11.21 159 4 12쪽
39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2) +1 20.11.20 167 5 10쪽
38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 20.11.20 154 5 12쪽
37 재난급 게이트 출현(8) 20.11.20 148 5 12쪽
36 재난급 게이트 출현(7) +2 20.11.19 161 4 9쪽
35 재난급 게이트 출현(6) +1 20.11.18 165 5 11쪽
34 재난급 게이트 출현(5) 20.11.18 149 4 11쪽
33 재난급 게이트 출현(4) 20.11.18 163 3 13쪽
32 재난급 게이트 출현(3) +2 20.11.17 168 3 11쪽
31 재난급 게이트 출현(2) 20.11.17 160 3 12쪽
30 재난급 게이트 출현 20.11.17 185 3 12쪽
29 코어 도둑(6) +1 20.11.16 185 4 11쪽
28 코어 도둑(5) 20.11.16 173 3 9쪽
27 코어 도둑(4) 20.11.16 198 3 10쪽
26 코어 도둑(3) 20.11.13 213 2 9쪽
25 코어 도둑(2) +1 20.11.11 195 4 14쪽
24 코어 도둑 +2 20.11.10 201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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