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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heaven '루멘'

마법학교의 마나먹는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츤츤데레
작품등록일 :
2020.10.10 14:25
최근연재일 :
2020.11.25 19:45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1,430
추천수 :
184
글자수 :
266,132

작성
20.11.23 17:47
조회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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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샤브케 지하감옥

DUMMY

“저 말은 사실이에요.. 정신이 멀쩡한 생명체라면 샤브케 지하감옥에 들어가서는 안 되니까.”


네로피스가 덧붙였다. 정신계 마법 쪽에서는 일가견이 있을 그녀가 말릴 정도인 곳이었다.


“원한다면, 지금 너희 둘을 당장이라도 그 근처로 보내줄 수 있다.”


오스뮬이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안 됩니다! 정신이 살아있는데 샤브케 지하감옥에 보내진다면..!”

“네로피스, 너에게는 더 이상 발언권은 없다. 주인인 서판의 뜻에 따라라.”

“큭..”


네로피스는 샤브케 지하감옥에 보내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스뮬은 그녀에게 자신의 위치를 각인시켰다.


“가겠어.”


서판의 짤막한 한 마디에, 희미하게 웃던 오스뮬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마치, 즐거워서 참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 일종의 광기가 서린 그 표정이 잠시 서판을 아찔하게 했다.


“크크크크... 그래, 그래야지. 마지막으로 물어보지. 김서판, 정말로 네로피스와 함께 샤브케 지하감옥에 가는 것을 원하나?”“아니, 안 됩니다..!”


네로피스가 서판의 팔을 강하게 붙들었다. 그녀의 악력이 생각보다 강한 탓에, 서판의 팔에는 그녀의 손톱자국이 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피가 살짝 맺혔다.


[네로피스가 김서판(스페스)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상응하는 벌이 주어집니다.]


“으앗..!”


네로피스가 자신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벌’이라는 것이 주어진 모양이었다. 역시 서큐버스의 비명을 듣는 것은 서판에게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서판은 그녀를 가볍게 무시하고 오스뮬에게 말했다.


“샤브케 지하감옥으로 보내줘.”


그 순간, 서판과 네로피스는 빛 한 줄기 스며들지 않는 칠흑 같은 공간 속으로 전송되었다.


**


서판은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이 있는 장소를 의심했다.


‘샤브케 지하감옥..’


그러나 서판이 있는 곳은 샤브케 감옥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서판은 이 장소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장소, 그러나 더 이상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장소였다.


‘우리 집..’


너무나도 그리운 풍경이다. 기억 속의 우리 집. 자신이 생각했던 모습이었고, 지금은 되찾을 수 없는 달콤한 일상들.


‘그런가. 정신이 살아 있으면 안 된다는 게 이런 의미..’


서판은 앞으로 벌어질 일이 어떤 일인지 알았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아들~”


어머니는 늙지도 않았다. 아니, 늙을 수가 없었지. 정확히는. 늙은 모습을 볼 수조차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상황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는 서판이라고 해도 가족의 그리움과 사무친 애정이 서판을 나태하게 만들었다.


‘잠깐 정도라면 괜찮겠지.’


인간이란 그렇다.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때론 하게 되는 행동들이 있었다. 그것이 감정이었다.


“엄마..”


서판은 달려가는 자신이 평소와는 다른 것을 느꼈다. 손도, 발도, 아직은 너무 작았다. 지금의 서판 대신 6살짜리 꼬마 서판의 외형이었다.


“아들,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뭐 했어?”


따뜻한 목소리가 꼬마 서판의 방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서판은 그 목소리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달력에 하트 표시가 새겨져 있는 6월 5일.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엄마가 아들을 위해서, 오늘은 케이크 엄청 특별하게 했으니까, 맛있게 먹어줘야 해?”


어머니는 제빵사였다. 그것도 꽤 잘 나가는. 적어도 우리 동네에서는 프랜차이즈 빵집보다는 어머니의 가게가 장사가 잘 됐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6월 5일..’


서판의 생일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제 3차 몬스터 웨이브가 발발한 날. 기존의 역사대로면 자신의 어머니는 오늘 죽는다.


‘만약, 엄마가 이때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사실 지금은 과거고, 지금을 바꾼다면 미래가 달라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서판의 뇌리를 스쳤다. 그것이 아닌 것을 본능적으로 알면서도, 서판은 자신이 좋을 대로 달콤한 상상을 계속해나갔다.


‘그래. 밑져야 본전이니까.’


서판은 생각했다. 자신이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는 해도, 마법을 개화하지 않은 지금은 아무런 능력도 없는 일반인이었다. 자신의 집에 오늘 밤 10시, 3급 게이트가 생긴다.


거기에 대처할 수 없는 서판은 우선 도망쳐야 했다. 문제는 서판도 자신의 집에 게이트가 생긴다는 것을 알 뿐, 다른 곳에는 어떤 게이트가 생기는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2018년까지 게이트가 한 번도 생기지 않았던 곳.’


금빛공원이었다. 마침 서판의 생일이다. 생일날 공원에 놀러 가는 그림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엄마, 오늘 생일인데 금빛 공원에 가서 놀면 어때요?”

“아들~ 공원 그렇게 가고 싶었어? 미리 말하지. 그래! 소풍 가는 느낌으로 아예 돗자리 챙겨서 가자. 그럼 엄마 지금 바로 김밥 싸야겠네.”


서판의 엄마는 그 길로 주방에 들어가 김밥을 만들 준비를 했다. 지금 시각은 5시 반. 아직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서판은 느긋한 마음으로 거실에 있는 TV를 보았다.


-뉴스 속보. 4년 만에 몬스터 웨이브 발생. 게이트 발생 시, 인근 관할청에 즉각 신고할 것.


서판은 자신의 눈을 비볐다. 시간축이 어긋났다. 벌써부터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해서는 안 됐다. 한국에서 일어난 첫 3차 몬스터 웨이브는 강원도 양평의 2급 게이트. 본래대로라면 저녁 7시쯤에 터졌어야 했다. 그러나 뉴스가 보도한 시각은 2시 반 경. 본래보다 4시간 반 빠르다.


‘잠깐만..!’


그렇다. 오후 10시에서 4시간 반을 감으면 5시 반. 지금 시각이었다. 서판은 빠르게 자신의 어머니를 불렀다.


“엄마..!”


그리고 내가 말하는 것과 동시에 끔찍하고도 두려운, 정전이 시작됐다. 그것은 게이트가 생성됐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종의 신호와도 같았다.


“응? 서판아, 왜 불렀어? 정전 났나 보네. 엄마 두꺼비집 좀 확인해볼게.”


그러나 두꺼비집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제서야 서판의 엄마도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했다.


“아들, 쉿. 엄마 말 잘 들어. 술래잡기를 할 거야.”


시간축이 어긋난 것을 제외하고는 끔찍하게 똑같았다. 술래잡기. 그 단어가 서판의 머리에서 빙빙 돌면서 어지럽게 만들었다.


“아들, 술래잡기 하나는 엄청 고수잖아. 저번에는 엄마가 2시간 동안 못 찾았을 정도로. 이번에도 그만한 실력을 보여줘야 해?”


그 당시에 서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지금의 서판은 쉽사리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알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 서판에게 스며들었다.


-타타탁.


현관문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아파트였지만, 그 특성에 맞게 이족보행을 하면서 창을 쓰는 몬스터들. 3급 몬스터 렙틸리언이었다. 도마뱀과 사람을 합쳐 놓은 형태의 몬스터다.


“으아악..!”


렙틸리언의 창은 현관문을 아주 가볍게 뚫었다. 그리고 현관문을 비틀어 들어가 안에 있는 사람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서판이 살고 있는 곳은 5층. 여기도 곧 렙틸리언들이 몰려올 터였다.


“어서..!”


서판의 어머니는 꼬마 서판을 재촉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서판의 엄마는 마법을 개화했지만, 실전에서 쓰기 어려운 2서클에 불과했다.


그녀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그 힘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서판은 몬스터의 기운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마나를 이끌어냈다. 아주 미약한, 티끌만도 못한 마나가 서판의 손끝에서 존재만을 겨우 내보내고 있었다.


‘젠장..!’


이 정도 마나라면 1서클 마법도 무리다. 지금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과거처럼 옷장에 틀어박혀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은 채로, 자신의 엄마가 죽어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콰앙!


현관문이 박살 났다. 이제 꼬마 서판도 숨을 수 없었다. 서판의 표정은 안도감과 당혹감이 얽힌 오묘한 표정이었지만, 엄마의 표정은 경악과 절망으로 점철되었다.


“파이어 애로우!”


기본형 스틱을 든 서판의 엄마가 2서클 공격 마법을 시전했다. 2서클 치고는 빠른 시전속도였지만, 단순히 2서클만으로 렙틸리언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크오..!


화염의 화살은 렙틸리언에게 치명상을 주지는 못했다. 렙틸리언의 어깨에 박혀, 녀석은 고통의 신음을 내고 있었다.


“빨리! 어디라도 좋으니까 숨어!”


그러나 서판은 아무래도 좋았다. 차라리 지금 눈앞에 자신을 다그치는 엄마와 죽든, 살든, 함께하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서판은 대답 대신 엄마의 손을 겹쳐 잡았다. 엄마의 표정은 굳건했지만 스틱을 잡은 손은 떨리고 있었다. 서판의 온기가 전해지자, 그녀는 이미 체념한 듯이 눈물을 한 방울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확연한 미소를 지었다.


‘생생해. 이게 가짜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생전에 엄마가 지었던 표정이 아니었다. 그저 서판이 몇 번이고 그리던, 꿈속에서 자신이 강한 마법사가 되어 엄마를 지키기 위해 나섰을 때, 엄마가 지었던 표정이었다.


-크아악!


렙틸리언이 돌격했다. 나는 엄마의 마나를 대신 빠르게 조작했다. 엄마가 2서클에 불과하긴 했지만, 마나량 자체는 웬만한 3서클만 했다.


“파이어 애로우, 그리스.”


2서클 마법과 1서클 마법을 거의 동시에 발현했다. 엄청난 마나 배열 속도에 서판의 엄마는 당황해했다. 아니, 그보다 서판이 자신의 마나를 조작했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서판아, 어떻게..!”


대답할 틈이 없었다. 파이어 애로우에 렙틸리언 하나는 무력화했지만, 뒤따르는 렙틸리언은 그리스에 미끄러져 넘어졌을 뿐이었다. 살상력이 없는 그리스는 지금 상황에서 시간을 버는 용도로밖에 쓸 수 없었다.


‘2서클 만으로 3급 몬스터를 물리치기엔 문제가 있어.’


버티는 것 자체가 놀라운 수준이었지만, 서판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확실하게 렙틸리언을 살상해야했다. 그러지 않으면 마법사들이 투입할 2시간을 기다릴 수가 없었다.


서판은 강제로 서클 하나를 만들었다. 꽤 불안정하겠지만, 당장 쓰기에는 이보다 나은 방법이 없었다. 마나량도 부족한 편이 아니기에, 서판은 바로 심장에 서클 하나를 만들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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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샤브케 지하감옥(5) 20.11.25 136 2 11쪽
49 샤브케 지하감옥(4) 20.11.25 108 2 11쪽
48 샤브케 지하감옥(3) +1 20.11.23 134 2 10쪽
47 샤브케 지하감옥(2) 20.11.23 138 2 11쪽
» 샤브케 지하감옥 20.11.23 130 2 11쪽
45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4) +2 20.11.22 147 5 11쪽
44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3) 20.11.22 130 3 9쪽
43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2) 20.11.22 154 4 12쪽
42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 +1 20.11.21 146 5 12쪽
41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4) 20.11.21 158 4 11쪽
40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3) 20.11.21 159 4 12쪽
39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2) +1 20.11.20 166 5 10쪽
38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 20.11.20 154 5 12쪽
37 재난급 게이트 출현(8) 20.11.20 148 5 12쪽
36 재난급 게이트 출현(7) +2 20.11.19 161 4 9쪽
35 재난급 게이트 출현(6) +1 20.11.18 165 5 11쪽
34 재난급 게이트 출현(5) 20.11.18 148 4 11쪽
33 재난급 게이트 출현(4) 20.11.18 163 3 13쪽
32 재난급 게이트 출현(3) +2 20.11.17 168 3 11쪽
31 재난급 게이트 출현(2) 20.11.17 160 3 12쪽
30 재난급 게이트 출현 20.11.17 185 3 12쪽
29 코어 도둑(6) +1 20.11.16 185 4 11쪽
28 코어 도둑(5) 20.11.16 173 3 9쪽
27 코어 도둑(4) 20.11.16 198 3 10쪽
26 코어 도둑(3) 20.11.13 213 2 9쪽
25 코어 도둑(2) +1 20.11.11 194 4 14쪽
24 코어 도둑 +2 20.11.10 201 4 14쪽
23 첫키스? +2 20.11.07 222 5 12쪽
22 어두운 과거 20.11.07 200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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